올해 제가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직장을 그만두기로 한 날짜는 7월 1일이었습니다. 그 전에 남은 휴가를 써야 해서 6월 9일 이후로는 회사에 안 나갔고요. 나름 6년 동안 준비를 했음에도 막상 15년을 일했던 직장에서 나오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해지더군요. 몸과 마음을 쉬면서 이후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활용했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들어오는 일을 하나도 거절하지 않고 모두 받아서 소화하느라 한 달 동안 무리를 하는 바람에 심한 감기로 큰 곤욕을 치렀죠.
프리랜서의 삶은 일이 없어도 곤란해지고 일이 많아도 문제가 됩니다. 일이 없으면 생계가 곤란해지고 일이 너무 많으면 삶의 균형이 깨지게 되죠. 저는 다행히 일이 많은 축이었지만 한 달 동안 지옥의 강행군을 하다보니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일이 많은 건 다행이지만 평생 이렇게 일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런 행복감도 느끼지 못하고 일만 하다 후회하며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삶의 패턴이 고정되기 전에 뭔가 규칙을 세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일단 하루는 세 부분으로 나눠서 8시간은 수면, 8시간은 일, 8시간은 여가 시간으로 나눴습니다. 12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8시 30분에 일어나고 9시 40분 쯤에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그 다음에 오전 10시부터 2시간 일하고 한 시간 쉬는 걸 반복하면서 8시간 일을 하면 정확하게 밤 9시에 일이 끝나고 퇴근하게 됩니다. 저처럼 시간 단위로 일하는 직업은 일반 직장인의 일과 전혀 다릅니다. 아무래도 client를 상대하는 일이니까요. 일하는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엄청나게 집중해서 밀도있게 일해야 합니다. 그러니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가 없더군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8시간을 자면 무엇을 해도 버틸 힘을 확보하게 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잠을 줄이고 그 시간에 딴 짓을 했는데 알고 보니 어리석은 짓이었습니다. 충분히 자고 남은 시간을 압축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매일 이렇게 8시간씩 일하면 결국은 버텨낼 수가 없기 때문에 주 5일제로 고정했습니다.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닷새만 일하고 월, 화요일은 철저히 쉬는 걸로 정했죠. 아직은 화요일에도 일이 있지만 차차 줄여나가서 월, 화요일은 응급으로 들어오는 외부 강의를 제외하면 모든 일정을 비우고 쉬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분기마다 일주일을 통으로 쉬는 안식주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4/4분기는 그 첫 시도로 12월 24일부터 1월 1일까지 일주일을 쉬기로 했고 앞으로도 3개월마다 일주일은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쉬려고 합니다.
최종 목표는 안식월 도입으로 일 년에 한 달은 통째로 쉬는 겁니다. 내년 12월에 버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것과 연결하여 12월 한 달을 쉬려고 계획 중입니다. 그러려면 한 달 생활비를 평소에 따로 저축해놔야겠지요. 11개월 일한 것으로 일 년을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여행비는 따로 모으고 있으니 외부 강의비를 떼어 마련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는 일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없으니 저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독립해서 일을 시작한 초기에 일과 쉼의 균형을 맞춰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고민만 하다가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기에 일단 시작해보고 예상치 않은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그때 보완해 나가려고 합니다. 일과 쉼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잘 되어가는지는 나중에 다시 한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일단 포스팅부터 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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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노력이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데 행복이 노력이라고만 생각하니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의 방법론에만 치중하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라, 나만의 취미는 꼭 가져야 한다, 원만한 대인 관계가 행복의 핵심이니 인맥 관리를 강화해라 등등. 일종의 파랑새 찾기죠.
하지만 제가 볼 때
행복하기 위한 노력의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그 노력을 기울이는 대상인 것 같습니다.
도박 중독이라는 극단적인 몰입과 탐닉 분야에서 일을 하다보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정신 분석에서 가정하듯이 도박자들이 결코 불행해지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그들이 보이는 자기 파괴적인 모습은 그저 드러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죠.
도박자도 행복해지기 위해 도박이라는 수단을 선택(잘못된 선택이었지만)했을 뿐이고 어떤 도박자는 도박을 하는 동안 행복감(그런 극치감을 행복감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의 문제는 또 다른 것이지만)을 느꼈다고 보고하기도 합니다.
제가 볼 때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는 삶의 균형과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입니다. 다른 소중한 삶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도박으로 인해 잊어버렸거나 통제감을 상실한 것이지요. 그래서 도박으로 인해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린 다른 삶의 영역을 회복하면, 통제력(controllability)을 갖게 되면 도박을 그만둘 수 있습니다.
행복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자기 관리만 열심히 한다고, 사람들만 만나고 다닌다고 행복해질리가 없습니다. 그것도 또 다른 이름의 집착과 탐닉이니까요.
삶의 균형을 되찾고 삶의 각 영역의 비율을 적당히 조절할 수 있는 통제력을 회복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삶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만족감, 그 균형을 나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충만감을 느끼는 상태, 바로 그것이 행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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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가족들이 도박자가 상담도 꾸준히 받고 있고 일도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한데 혹시 안 보이는 곳에서 몰래 다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이미 여러 차례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억이 있는 가족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걱정이고 상담자로서 공감도 됩니다.
하지만
일과 도박을 모두 열심히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박은 돈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보다도 많은 에너지와 시간, 주의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도박은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시 되기 때문에 일을 하고 남은 시간에 도박을 할 수는 없습니다. 도박이 최우선이죠.
따라서 도박 중독자가 만약 다시 도박을 시작했다면 처음에 어느 정도는 일과 도박의 균형을 이룰 수 있지만 곧 그 균형이 깨져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주의가 온통 도박으로 쏠리게 되어 밖으로 티가 나게 됩니다.
그러니
도박자가 일에 열중하고 있고 그러한 모습이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하다면 아직은 다시 도박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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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우선 이 책은 자신의 인생에서 연봉, 승진, 지위 같은 것들이 중요한 분들은 읽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그런 분들은 이 책을 읽어도 깨달음을 얻지 못합니다. 괜히 짜증만 나기 쉽습니다. 그 시간에 '20대에 10억 벌기'류의 재테크 관련서를 읽으시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반대로 제가 이전에 소개한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마음에 와 닿는 분들에게는 추천하는 책입니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좀 더 철학적인 사유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면 이 책은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균형잡는 법에 대해 기술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책의 번역 제목은 영 깹니다. 사실 이 책은 휴식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책이 아닙니다. -_-;;;;
이 책의 원저는 "Work is not Life, Life is not Work"입니다. 일은 삶이 아니고 삶은 일이 아니랍니다. 뭐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일에 침잠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균형잡힌 삶을 살자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이렇게 살면 균형잡힌 삶을 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교집합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하나는 아니라는 것. 그래서 위와 같이 선문답같은 제목이 등장한 겁니다. 그런데 그걸 휴식의 기술이라고 단순하게 번역하다니요. 전형적인 출판사의 낚시 제목입니다.
어쨌거나 여기에서 문제 나갑니다.
적극적인 신자유주의 체제를 옹호하고 경쟁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명박이 정권 하에서 백수보다 더 불쌍하고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K. 존스턴과 J. 워커 스미스는 백수보다 더 불쌍하고 비참한 사람이 일 중독자라고 말합니다(개인적으로 완전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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