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서 공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만큼 상담자는 제대로 된 공감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단련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잘못된 공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무반응
문화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Sue, 1990). 내담자가 말을 할 때에는 짧더라도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담자는 자기가 한 말이 가치가 없다고 여기기 쉽다.
-> 사실 상담을 하다보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입니다. 이건 내담자에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떤 시점에서 내담자의 말에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몰라 놓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결국 상담자는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죠(그러니 장시간의 상담을 하고 나면 상담자가 파김치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주의를 분산시키는 질문
핵심 메시지에 대한 공감적 반응을 하지 않고 퍼붓는 질문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 초보 상담자가 많이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내담자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불안 수준을 질문 공세를 통해 감소시키려고 하다보니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병리적인 측면을 주로 다루고 진단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임상 심리학자가 많이 저지르는 잘못이기도 합니다.
상투적 어구
상투적인 말은 상담자를 지시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고 내담자의 문제를 하찮게 여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상투적인 어구는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거의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의도와 상관없이 빈 말이나 다름없다.
-> 내담자는 특히 상담 장면에 들어올 때, 대부분 상담자에게 상당한 기대를 품고 옵니다. 이 기대를 모두 충족시켜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뻔한 반응을 한다면 내담자의 몰입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상담 자체를 지속하기가 어려워질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소위 '치고 빠지기'를 잘해야 합니다.
해석
어떤 상담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상담 이론에 바탕을 둔 해석을 내담자에 대한 이해의 표현보다 더 중시한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해석은 내담자가 숨기고 있는 핵심 메시지를 놓치게 만든다.
-> 제가 절충주의자가 된 대표적인 이유입니다. 특정한 이론에 입각해 내담자를 대하다 보면 봐야 하는 것을 보기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됩니다. 어떤 이론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그 이론에만 집착한다는 것이 결코 아니죠.
충고
청하지도 않는 충고를 하는 일은 일상 생활에서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상담 장면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가 하는 충고는 내담자의 자기 책임을 박탈하기 때문에 해로울 수 있다.
-> 어떤 상담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충고는 상담에 해롭습니다. 상담자에 대한 의존성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상담은 내담자가 독립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므로 이에 역행),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담자의 자기 책임을 박탈하기 때문에 회피하는 경향을 강화시킵니다. 충고는 여러모로 해롭습니다.
되뇌기
공감이란 내담자가 한 말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이해는 상담자를 통해서 전달되기 때문에 상담자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되뇌기를 피하려면 내담자가 말할 때 생각한 것을 전달하고, 내담자가 한 말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상담자 자신의 말을 사용하고, 순서를 바꾸어 보고, 내담자가 표현한 감정에 명칭을 붙여보면 좋다. 즉 내담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담자에게 알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다.
-> 상당히 많은 상담자가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되뇌기에 익숙해지면 상담이 자꾸 겉돌게 됩니다. 물론 내담자가 스스로 핵심 메시지가 숨어있는 말을 미처 의식하지 못한 채 했을 경우, 다시금 생각해 보도록 반향시킬 수는 있지만 내담자는 대부분 자신의 말을 상담자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을 들으려고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택은 내담자가 하지만 여러가지 대안을 탐색해 볼 수 있는 화두를 제시하거나, 생각의 여지를 제공하는 것 등을 상담자가 언제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정 및 동의
공감은 내담자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의미하지만 동정은 동의를 의미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내담자와 공모하는 형태를 띄게 된다.
-> 말은 쉽지만 실제 장면에서는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왜냐하면 공감과 동정의 경계선이 생각보다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정몰입을 잘하는 저로서는 특히 통제가 잘 안되는 문제입니다.
이해한 척하지 말 것
어떠한 경우든 상담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이해한 척해서는 안된다. 진실한 상담자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 이를 인정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내담자에 대한 존중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 이건 공감의 그림자 측면이라기보다는 '진실성'의 문제입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이해한 척 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내담자에게 알려졌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자기 기만이 되고 그것은 결국 상담을 망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항상 스스로에게 떳떳한 자세를 갖추는 것은 상담자에게 필수적인 덕목이 됩니다.
출처 : 유능한 상담자(Gerard Egan) 중 일부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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