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원인 찾기를 그만둬라'라는 포스팅에서 도박 중독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단일 원인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어렵고 설사 모든 원인들을 다 찾아냈다고 해도 그것이 도박 중독 재발을 완벽하게 막아낸다는 걸 보장하는 것도 아니므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것과 관련하여 일단 다음의 게시글을 보시죠.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실험으로 밝힌 중독의 진짜 이유.jpg'라는 제목의 이미지입니다.
'실험으로 밝힌 중독의 진짜 이유.jpg'
저 게시글의 내용 중 물질 중독의 신체적 금단 증상이 소통의 재개로 치유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지나친 비약이기 때문에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함께 살펴보고자 하는 요점은 좀 다른 겁니다.
같은 내용을 도박 중독에 적용해 보죠. 도박 중독자는 왜 도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까요? 제일 간단한 의학적인 설명은 '내성'과 '금단 증상' 때문에 그렇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자발적 회복을 하는 걸까요?
위의 예에서 브루스 알렉산더는 소통부재의 위기 때문에 중독이 발생한다고 보았는데 저는 중독의 시작과 유지, 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결핍'이라고 봅니다. 소통부재도 큰 틀에서 결핍이라고 볼 수 있겠죠.
사람마다 욕구가 다르고 그 크기도 다릅니다. 누군가는 신체적 어루만짐을 원하고, 또 누군가는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원하고, 다른 누군가는 정신적인 편안함을 원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정도 또한 제각기 다르죠.
문제는 이러한 욕구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강하게, 지속적으로 억압됨으로써 채워지지 못하고, 이로 인해 커다란 결핍의 구멍이 생겼을 때 우리는 말 그대로 굶어죽지 않기 위해 그 구멍을 빠르게 채워줄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그것이 근본적으로 어떤 목적을 갖고 있었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구멍을 채워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느냐만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 도박, 섹스, 술, 담배, 마약, 종교, 운동 등에 빠지게 됩니다. 어떤 것에 빠지느냐는 내가 어떤 성질의 결핍 구멍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심리학자인 브루스 알렉산더는 소통부재가 해결되면 중독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중독자가 갖고 있는 구멍이 어떤 결핍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찾고 이를 중독적인 물질이나 대상이 아닌 건강한 욕구로 채워줄 때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어찌보면 결핍의 구멍을 찾는 것 역시 중독의 원인을 찾는 것과 같은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접근법이 좀 다릅니다. '원인 찾기를 그만둬라'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결핍된 구멍을 찾는 건 도박 중독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결 방안을 모색해서 그 구멍을 도박이 아닌 대체제로 메우기 위해서니까요.
사실 저는 이 결핍의 구멍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면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탈도박에 이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하는 편입니다. 반대로 이 구멍을 제대로 메우기만 한다면 약물 치료를 받지 않아도, 전문적인 상담을 받지 않아도, 단도박 모임을 다니지 않아도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단 7회기 상담을 받고 상담을 종결한 뒤 지금까지 도박에 손을 대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제 내담자는 아마도 그 짧은 시간 동안에 결핍의 구멍을 발견하고, 그 결핍이 무엇인지 이해한 뒤 그걸 확실하게 메웠기 때문에 그런 짧은 시간 동안에 탈도박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러니 도박에 중독된 분들은 자신에게 결핍된 구멍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이길래 도박으로 메우려고 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필요하다면 단도박 모임의 협심자들이나 도박 중독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고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019
명현 현상은 우리의 몸이 좋은 영양 물질을 섭취하게 되면 생체 기능이 조절됨에 따라 몸 안의 독소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걸 주로 한의학에서 일컫는 말입니다. 잠시 눈앞에 캄캄해지고 어지러운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 치유에서도 명현 현상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하던 도박을 갑자기 중단하고 나면 잘 되던 주의 집중이 안 되거나 짜증이 늘고 잠자리도 불편해 뒤척이게 되는 등 여러 가지 금단 증상이나 문제가 갑자기 새롭게 나타날 수 있죠. 때로는 갑작스럽게 도박 충동이 강해질 수도 있어 내가 제대로 치유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명현 현상의 일종입니다. 제대로 된 치유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도박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이 저항하는 것이죠. 오히려 아무런 명현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 문제인 것이니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꾸준히 일관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치유의 원칙과 기준을 일관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켜나간다면 명현 현상은 곧 사라지고 진정한 회복의 길로 들어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239
유형을 불문하고 중독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건 공통된 현상입니다. 신체적인 금단 증상을 거의 수반하지 않는 행동 중독, 그 중에서도 도박 중독은 특히 자신의 문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도움을 구하는 것 자체가 치유의 반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도움을 구하러 자발적으로 전문 기관을 방문하는 도박자가 매우 드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가족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방문을 해도 가족에게 준 경제적 피해와 마음의 상처가 미안해서, 혹시라도 가족들이 자신을 버릴까봐 어쩔 수 없이 가족의 강요를 받아들이는 것 뿐 처음부터 자신이 도박 중독자라는 걸 인정하는 도박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이처럼 병식이 없는 도박자를 상담할 때에는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윽박지르거나 직면하거나 웬만한 도박자라면 다 아는 뻔한 내용을 교육하라는 말이 아니라 도박자가 갖고 있는 양가 갈등(나는 도박 중독자가 아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도박 중독자라면 어쩌지?)의 빈틈을 정확하게 찔러서 동요를 일으켜야 합니다. 말이 기선 제압이지 설득하는 기법에 더 가깝습니다.
제가 첫 회기에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도박자는 도박 중독이라는 병에 대한 나름의 기준과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영화 타짜에 나오는 것처럼 비밀 골방에서 뿌연 담배 연기에 쩌들어 밤을 꼴딱 넘기는 사람이라든가, 집안 재산을 완전히 날려 온 가족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어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붙잡고 우는 모습이라든가, 회사를 잘리고 감옥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사람 등등.
그들이 가진 도박자의 상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왜곡된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자를 그런 이미지로 그려야만 반대로 자신이 도박 중독자가 아님을 자기 스스로에게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학적인 진단 기준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도박 문제가 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동차의 예를 자주 듭니다.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1)
삶의 균형이 깨지는 것(타이어의 공기압 차가 생겨 주행 중 차가 흔들림), 2)
통제력을 잃어 멈추고자 할 때 멈추지 못하는 것(브레이크의 이상 작동)입니다.
제 경험 상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경험하지 않는 도박 중독자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차가 좀 흔들리거나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 게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방치하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 두 가지 기준에 해당되면 일단 더 이상 주행하지 말고 차량 정비소에 가서 점검을 받아볼 필요가 있는데 여기가 바로 그런 정비소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도박자가 자신은 절대로 도박 중독자가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에서 한결 부드러워져서 자신의 애로사항을 털어놓곤 합니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보도록 하기 위해
자동차의 비유를 들 때 도박 중독, 정신병, 치료와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는 용어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그런 정공법은 도박자의 방어를 뚫지 못합니다. 게다가 오히려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해 임의 탈락할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초기 상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태그 -
가족,
금단 증상,
도박 중독,
도박 중독자,
도박자,
도박중독,
삶의 균형,
상담,
양가 갈등,
정신병,
중독,
직면,
치료,
통제력,
행동 중동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986
작년 6월에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라는 글에서 도박을 그만두어야 할 내면의 이유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은 도박을 그만두고자 하는 도박자가 단계에 따라 다른 이유를 찾는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늘은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는데 있어 밟아나가는 단계를 안다면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고 좀 더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탈도박 단계를 정리해보았습니다.
탈도박을 하는 단계는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 1단계: 도박이 하고 싶지만 억지로 참는 단계
: 모든 도박 중독자가 1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었을 때 다양한 금단 증상을 경험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돈이 필요하거나 하면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일시적이나마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억지로 참는 것이죠. 이 단계에 있는 도박자는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라서 도박을 할 수 있는 환경의 변화(도박 자금 마련, 갑작스럽게 여유 시간이 생김, 도박 장소에 근접하게 됨, 감시하는 가족의 부재 등)에 따라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될 위험성이 큽니다.
이 단계는 사실 도박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도박자가 충동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 2단계: 도박이 두려워서 차마 못하는 단계
: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거나 치료를 시작하는 도박 중독자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속하게 되는 단계가 바로 도박을 두려워하는 단계입니다. 도박의 부정적인 결과를 몇 차례 반복해서 경험하였기 때문에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면 결과가 어떠할 지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그 결과가 너무도 두렵기 때문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는 이전에 '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 글에서 설명드린 2단계와 일치하는데 특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도박을 못하는 것이죠. 물론 이 단계를 안정화시키면 평생 도박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만 도박 충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단도박을 하고 계시나 여전히 자신감이 없는 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많다고 생각). 또한
목표가 사라지면 봉인이 풀린 것처럼 더 없이 강해진 도박 충동에 다시 시달리게 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정의 평안을 위해 도박을 참고 있는 도박자가 다른 이유로 이혼하게 되면 탈도박의 목표를 상실하게 된 것이므로 도박에 다시 손을 대고 싶은 욕구에 저항할 힘을 잃게 되는 것이죠.
* 3단계: 도박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고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단계
: 이 단계에 이르러야 비로소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가 있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는 이유가 외부 환경이나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 글에서 말씀드린 3단계인 내면에 있기 때문에 쉽게 변화하지 않으며 자신의 가치관과 어긋나기 때문에 도박을 다시 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혐오감을 느끼게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지 않은 일반인처럼 도박에 대한 흥미 자체를 느끼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도박 중독자에게 그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박에 대한 혐오감을 갖는 것은 훌륭한 대안 중 하나입니다.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대상에게 다가가려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도박을 혐오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박과 관련된 자극(장소, 사람, 시간 등)을 피하게 되어 도박과 무관한 삶을 살게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현재 자신이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점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태그 -
GA모임,
가치관,
금단 증상,
단도박,
도박,
도박 중독,
도박 중독자,
도박자,
도박중독,
도박중독자,
상담,
치료,
탈도박,
탈도박 단계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826
자신이 정말 도박에 중독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도박자가 의외로 꽤 많습니다. 도박 중독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관에 가족과 함께 나올 정도라면 거의 대부분 도박에 중독된 상태가 맞지만 두드러진 신체적 금단 증상도 없고 일이 터진 이후로는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도 별로 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이 도박 중독인지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아마 끝까지 도박 중독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한 몫 할 겁니다.
그럴 때 저는 브레이크가 없는 차의 비유를 들곤 합니다.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것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원하는 때에 차를 멈출 수 있다면 도박 중독은 아닌 것이죠. 물론 처음에는 주 브레이크가 고장나도 사이드 브레이크로 어찌어찌 멈출 수도 있겠지만 도박을 계속한다면 결국은 모든 브레이크가 고장나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은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문제니까요. 그러니 결국은 차체로 어딘가를 들이받고 큰 사고를 내야 멈출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도박 중독인지 잘 모르겠다면 한번 생각해보세요. 한참 도박에 열중하고 있을 때, 운이 좋아서 큰 돈을 따고 있을 때, 아니면 마음먹은 것보다 손실이 커졌을 때, 바로 그 순간 차를 멈추고 내릴 수 있는지를요.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이미 도박에 중독된 상태인 겁니다.
이것은 일단 도박에 중독되면 나중에 자제력을 회복한다해도 자신의 책임 하에 도박을 즐기는 단계(responsible gambling stage)로 넘어가기가 어려운 이유와도 상관이 있습니다.
일단 시동을 걸고 나면 멈출 수가 없기 때문에 아예 그 차에 타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타는 것과 같으니까요.
전혀 다른 차로 바꿔타는 것이 정답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819
도박에 중독된 사람은 공통점도 많지만 어떤 도박을 하느냐에 따라 특징적인 행동 패턴이 다릅니다. 예를 들면 불법 하우스에서 카드 게임을 즐기는 사람과 주말에 경마를 하러 가는 사람은 상당히 다른 도박 행동을 보이는 것이죠.
오늘 이야기는 24시간 365일 도박을 할 수 없는, 말하자면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만 즐길 수 있는 경마, 경륜, 경정과 같은 도박에 중독된 사람에게 해당된 이야기입니다.
도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칼에 마음을 결정하고 즉각적으로 금단 증상과 치열하게 싸울 준비를 하기도 하지만 금단 증상이 너무 심하거나 신체화 증상으로까지 나타나는 경우에는 도박을 하는 빈도나 액수를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일단 일정 수준까지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경마를 예로 들자면, 금, 토, 일, 3일 중에서 하루만 도박을 허용하는 것이죠.
이 때
중요한 것은 규칙을 정할 때 '일주일에 하루는 허용'이 아니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처럼 특정한 요일로 고정하는 겁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도박 중독은 행위 중독이고 일정한 행동 패턴이 습관처럼 내재화되는 겁니다. 그러니 항상 도박을 하던 요일, 시간이 되면 알게 모르게 초조해지고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죠. 왜냐하면 항상 그 요일, 그 시간에는 도박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몸이 아는 겁니다. 그래서 몸이 새로운 행동 패턴에 익숙해지도록 특정한 요일로 고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주일에 하루만 허용한다는 포괄적인 규칙을 적용하게 되면 몸이 어떤 날이 경마를 하는 날인지, 어떤 날이 경마를 하지 않는 날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대충 이 즈음에는 경마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주말이 되면 여전히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것이죠.
경마의 경우에는 금, 토, 일 중에서 일요일을 경마하는 날로 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로 정하는 경우에는 손실이 나거나 해서 충동 통제가 되지 않으면 다음 날 또 가게 될 수 있지만 일요일에 경마를 하러 가면 다음 주 금요일이 될 때까지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일정한 기간에만 즐길 수 있는 도박에 빠진 분들 중에서 어느 한 날을 고정해 도박의 빈도를 줄이고 싶으면 특정한 요일, 그것도 가장 뒤의 요일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164
많은 경우 임상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정신과적 장애의 진단을 위해서입니다. 특히 정신과 병원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수가 발생 + 진단 이외의 것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상담 도중 내담자의 심리 상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실시하기도 하지만 절대 빈도로만 본다면 앞에 설명한 이유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과연 정신과적 진단을 위해서는 심리평가를 꼭 실시해야 하는 걸까요?
DSM-IV-TR에 있는 장애 중 상당수는 심리평가를 통해 진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Sleep Disorder 범주에 속하는 Sleep Walking Disorder를 심리평가 결과만으로 진단할 수 있을까요? 어떤 검사 sign이 이런 장애의 진단을 위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행위 중독인 게임 중독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게임 중독은 DSM 진단 기준을 따르지도 않습니다만...
중독은 대부분 금단 증상과 내성, 자제력의 손상을 주된 진단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굳이 심리평가를 실시하지 않아도 문진과 간단한 약식 평가 도구를 이용하면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게임 중독이 의심되는 아동에게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엄밀히 말하자면 진단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underlying한 문제가 있는 지 살펴보기 위해서, 상담 또는 심리치료를 할 때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죠.
underlying한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게임에 중독된 아동도 게임의 짜릿함과 흥분 그 자체를 즐기는 action gamer와 우울증, 관계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을 이용하는 escape gamer로 나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치료적 접근 방법이 달라지겠지요.
그러니 단순히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라고만 단정짓지 말아야 합니다. 병원 장면에서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에게 이 문제가 특히 많이 나타나는데
'심리 검사 도구는 만능이 아니다'라는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평가는 만능이 아닐 뿐 아니라 정신과적 진단만을 위해 최적화된 방법도 아니므로 심리평가를 하면 당연히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합니다.
정작 피검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요.
태그 -
DSM-IV-TR,
게임 중독,
금단 증상,
내담자,
내성,
레지던트,
상담,
심리검사,
심리치료,
심리평가,
정신과,
정신과적 진단,
중독,
피검자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105
도박 중독자는 기본적으로 충동성과 조급함 때문에 치료 기간을 줄였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만 좋아지는 속도에는 분명히 개인차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음을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고 도박을 그만해야겠다고 결정한 경우는 대개 상당히 빨리 좋아지는 반면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없다고 계속 부인하는 경우에는 치료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그런데 빨리 좋아진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것이, 빨리 좋아진 도박자가 더 쉽게 도박에 다시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 상, 빨리 좋아진 도박자가 더 쉽게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딱 하나뿐입니다.
바로 자만해서 그렇습니다.
'별다른 금단 증상도 없고 도박 생각도 더 이상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이제 도박 중독이 다 치료되었나 보다'하는 생각이 조금씩 발전하여 나중에는 '이제는 자제력도 충분히 생긴 것 같으니 예전처럼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을 통제하면서도 적절히 즐길 수 있을거야'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도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습게 보는 그 자만심 때문에 빨리 좋아진 만큼이나 더 빠른 속도로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됩니다.
도박이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처참하게 망쳤고 얼마나 돌아가게 만들었는지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도박이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도박은 겉보기에만 약해 보일 뿐 또 다시 도박자를 갖고 놀면서 파멸의 늪으로 몰아넣을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겉으로는 아무리 좋아보일지라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꼴이 되지 않으려면 평생 도박의 두려움을 상기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것만이 살 길입니다.
도박을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을 가지는 순간 파멸의 시계는 작동을 시작하니까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085
단도박 모임(GA)에서 흔히 하는 말로 도박 중독을 100일 병이라고 합니다.
단도박 기간 100일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죠.
금단 증상도 심하고 도박 충동에 의한 유혹도 많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에게는 100일이 참으로 힘든 기간입니다. 그래서 GA에서는 단도박을 한 지 100일이 지나면 백일 잔치를 열어 100일을 넘겼음을 축하하고 다시금 의지를 다지는 행사를 합니다.
묘한 우연의 일치이지만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임상 현장에서도 100일을 의미있는 기간으로 생각합니다. 보통 현장의 치료자들이 치유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기는 상담 10회기입니다. 상담자가 내주는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10회기를 빠짐없이 오면 보통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열 번도 오지 못하는 내담자는 대개 재발의 위험성이 높고 조기 종결 가능성도 큽니다.
일주일에 한 번 상담을 한다고 했을 때 10회기는 70일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보통 상담일이 휴일과 겹치거나 내담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상담 일정을 변경하거나 하기 때문에 10회기를 넘어서는 시점을 보면 대략 3개월 남짓 걸리게 됩니다. 거의 100일에 가깝죠. 그래서 도박 중독자에게 100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치료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어렵다는 100일만 지나면 도박 중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100일까지는 금단 증상과 유혹에 맞서 자기만의 힘든 싸움을 해야 하지만 100일이 넘어서게 되면 또 다른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자만심과의 한판 대결입니다.
단도박 100일에 성공한 도박자는 일반적으로 상당한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유혹을 당해도 쉽게 이겨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실 100일이 지난 도박자는 이제 겨우 자리를 털고 일어난 병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섭생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체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죠. 전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닙니다.
도박 중독을 1년 병이라고도 하는데 100일이 지난 도박자 중에도 1년을 넘지 못하고 무너지는 사람이 꽤 되기 때문입니다.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1년이 되기까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자만심입니다. 나는 이제 도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자만심 말입니다.
특히 초기에 빨리 단도박 환경을 조성하고 자제력을 회복한 도박자가 이 자만심에 의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최소한 1년은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