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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2000)'를 쓴 유엔 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가 그로부터 5년 뒤 새롭게 내놓은 책입니다.
전작에서는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 '원조보다는 개혁', '인프라 정비' 등 구조적 기아를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을 주창했는데 이 책에서는 이런 구조적 기아를 양산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과 세계화 지상주의자(저자가 Cosmocrate라고 부르는)를 향해 분노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전작에 비해 비판의 강도가 훨씬 더 세졌습니다. 그만큼 5년 동안 사태가 더 악화되었다는 걸 알 수 있겠더군요.
거대 다국적 기업에 대한 내용을 조금만 옮겨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500개의 거대 다국적 기업이 지구 전체 생산의 52%를 차지합니다. 이들 500개 기업 중에서 58%는 미국에서 출발한 기업들이고요. 이들 500개 기업은 모두 합해도 고작 전 세계 노동력의 1.8%만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 500개 기업이 축적한 부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133개 국의 부를 모두 합한 것보다 큽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상이 아니죠.
이 책에서는 유엔과 국제법마저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거대 다국적 기업과 세계화 지상주의자의 횡포, 그 결과로 이유도 모른채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와 브라질에서 보여준 용감한 저항의 연대를 통해 작은 희망의 불씨도 엿볼 수 있고요.
그럼 이런 폭압적인 구조적 횡포에 맞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 지글러는 부채의 멍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 3세계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세 가지 전략적인 수단을 제안합니다.
1. 노예화된 민중들이 중심이 된 사회단체 지도자들은 연대의식을 내세우는 북반구의 강력한 시민단체들과 연합한다. 2. 부채 내역에 대한 철저한 감사(브라질에서 효과적으로 활용)3. '채무자 카르텔'의 구성
많은 사람들이 이미 우리가 사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약육강식의 질서를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로 인해 파생된 '수치심'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를 방해하고 있습니다(이 책의 제목은 사실 '수치의 제국'입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수치심을 떨치고 연대해야 합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식사를 하게 되는 시간이 유독 많았는데 음식을 먹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한 번은 체하기도 했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무런 분노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할 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부조리와 몰상식에 눈감는다고 그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냉철하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덧.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으면서 결심했던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불매하는 기업 리스트에 네슬레를 추가합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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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사회주의자 마이크 데이비스가 쓴 '슬럼, 지구를 뒤덮다 :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도시의 빈곤화(Planet of Slums, 2006)'를 북 크로싱합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고요.
슬럼에 대해 제 지식의 지평을 확 넓힌 책입니다. 신자유주의와 슬럼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얼핏 딱딱해 보이지만 의외로 쉽게 읽히는 책입니다. 두께도 만만치 않지만 재생지를 사용해서 그런지 들고 다니기에 가볍고요.
좌파적 성향(?)이 있는 모든 분께 추천하고 건전한 보수께도 추천합니다. 식견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dung님'이 소장하던 책을 북 크로싱하는 것입니다. dung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다른 분들도 저처럼 즐거운 독서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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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은 왜 가난할까요? 게으르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성향이 강해서? 그럴 운명이니까? 하나님을 믿지 않아서?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아직 가난해 본 경험이 없거나 경험할 기회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불쌍한 사람입니다.
슬럼은 복잡한 사회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익숙해질 우리의 미래 모습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도시화는 기존의 도시화 패턴을 따르지 않으며 더 이상의 산업 발전이 없어 추동력을 잃더라도 도시 인구는 계속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슬럼을 통해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미 전 세계 도시 인구의 1/3이 슬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슬럼에 사는 사람들은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있지만 공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다가 정부 보상을 노리는 땅 주인에게 착취당하는 사람들과 최악의 위생 환경에서 살다가 퇴거 당해 생존의 기로에 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원흉은 IMF와 IBRD입니다. 농업 자유화와 금융 감독 정책이 세계의 슬럼 형성과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미치고 있습니다.
'슬럼'에 대해 아주 잘 정리한 이 책은 '뉴레프트 리뷰'의 편집진으로도 유명한 '국제 사회주의자' 마이크 데이비스가 쓴 책입니다.
슬럼으로 뒤덮인 지구를 명쾌하게 분석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유는 분명하게 다가오는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해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파국적인 미래를 어떻게 막아야 할까요? 상위 몇 %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이 모두 바닥으로 추락하게 될 이 암울한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요?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88 올림픽을 위해 서울에서 몰아낸 도시 빈민의 숫자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놈의 나라는 어떻게 된 건지 부끄럽고 충격적인 부문에서만 세계 최고를 기록하는 것 같습니다.
'슬럼'과 '신자유주의'의 관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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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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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 지구를 뒤덮다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마이크 데이비스 (돌베개, 2007년) 상세보기 ... 항상 출판사 이름은 이렇게 책검색 할때 보게 되는거 같다. 음, 이런 책은 누구 추천하기 애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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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이 넘는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는 지구에서
2000년 기준으로 약 8억 5천 만 명이 만성적이고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열살 미만의 아이가 7초마다 1명씩 목숨을 잃고 있고,
6분에 1명씩 비타민 A의 부족으로 인해 실명하고 있습니다.
대체 왜?
대체 왜 풍요로운 지구의 한 켠에서는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야 하는 것일까요?
이 책은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 박사와 아들의 대화 형식을 빌어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후의 변화와 환경 재앙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기아'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기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구조적 기아'입니다.
북반구 사람들을 위해 인간이 먹어야 할 곡물을 소비하는 가축 문제, 세계곡물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시카고 거래소의 투기세력, 그리고 자국 국민의 기아를 착복과 권력 유지 기반으로 악용하는 독재자들, 자본 이윤과 숭고한 인간의 목숨을 저울질하는 냉혈 다국적 기업들.... 이것들이 모두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구조적 기아입니다.
거기에 더해 이 책은 요새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다가 금융 위기로 인해 철퇴를 맞고 있는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이 구조적 기아의 핵심임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일찌기 개발도상국의 발전모델로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주입하자는 일명 '워싱턴 합의'는 지금도 민영화, 규제철폐, 거시 경제 안정, 예산 감축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지키면서 가진 자의 부를 위해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죽음의 질주에 가속을 붙이고 있습니다.
나 먹고 살기에도 바쁘다고 하는 분들에게 드릴 말씀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나 먹고 살기에만 정신팔고 있으면 정작 내가 그 피해자가 될 때에는 방법이 없다는 정도의 이야기 밖에는요.
기아에 의한 생명파괴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1.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
긴급구호 식량이 부패정권이 아닌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시스템의 확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기구차원에서도 지원의 사회적 효용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죠.
2. 원조보다는 개혁
네슬레와 같은 다국적 투기 세력과 신자유주의자들이 기아에 시달리는 정권에 폭압과 착취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기아에 시달리는 민중을 보호하는 혁명 세력이 필요합니다.
3. 인프라 정비
자본, 도로, 항만, 종자, 농경 전문지식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장기적인 기아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필독 대상 : 지구의 기아 문제는 이유야 어찌 되었든 넘치는 지구의 인구를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멜서스의 자연도태설을 믿고 있는 놈(그런 놈들이 이 책을 읽을리가 만무하지만 그래도 추천). 그런 놈들이 아니더라도 교양서적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덧1. 신기하게도(사실 알고 보면 신기한 것도 아닙니다만) 해제를 우석훈 박사가 담당했고, 부록에 주경복 교수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실었습니다. 유유상종이라고 할 수 있겠죠. ^^
덧2. 재생지를 사용했는지 책이 매우 가볍고 가격도 6,860원(2008년 10월 27일 YES24기준) 밖에 안 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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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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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
긴급구호 영역의 'smoke jumpers'인 국경 없는 의사회를 다룬 책입니다. 범죄심리학자인 저자 엘리어트 레이턴이 직접 세계 각지, 특히 아프리카의 MSF인들과 만나 그들의 삶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인터뷰한 내용을 가감없이 담았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리뷰를 참고하세요.
딱 한번 읽은데다 밑줄도 하나 긋지 않은 책이라 상태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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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 이하 MSF)'는 비아프라 공화국에서 적십자 의료 활동을 펼치다가 환멸을 느낀 프랑스인 의사와 언론인들이 1971년에 창립한 긴급구호조직입니다.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도우며 어떤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권력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조직입니다. 선구적인 인도주의 활동을 인정받아 199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국경 없는 의사회라는 말을 들으면 다국적 의료인들이 일하는 야전 병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사실 이들이 하는 일은 월드비젼의 긴급구호와 비슷합니다. 다만 smoke jumpers(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는 삼림 소방대원)라고 불리는 것처럼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되며 군인들도 꺼리는 위험 지역까지 비무장으로 서슴지 않고 들어가는 사람들이죠. 자신의 목숨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 같아 보였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너무나 엄청난 일들을 해 내면서도 한 달에 고작 몇 백 달러의 월급에 방 하나와 교통편만 제공받고 잠은 텐트나 임대 숙소에서 자면서 이들은 과연 왜 이 일을 하는 걸까요?
이 책을 쓴 엘리어트 레이턴과 인터뷰를 한 MSF 직원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활동이 영웅시되거나 우상화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자신들에게는 영웅적이거나 이상적인 동기는 없다는 거지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어서, 삶이 지루해서, 기다리지 않고 빨리 구할 수 있는 직업이어서 등등. 경이로울 정도의 엄청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선택한 이유라기에는 너무나 평범하죠. 책을 읽고 난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학살과 기아, 질병, 전쟁의 최전선에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수호의 천사같은 조직이지만 MSF에게도 나름의 고민이 많습니다. 내전을 치르는 군벌들에게는 MSF의 존재가 자신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MSF의 난민 캠프를 방패로 삼거나 MSF와 기타 원조 기구를 통해 들어온 물자를 약탈함으로써 전쟁을 더 길게 끌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들은 더 많은 물자와 원조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기구들과 미디어를 통한 홍보 전쟁을 치뤄야 합니다. 더 잔인한 상황이 극적으로 노출될 수록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국가의 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MSF도 있으니(MSF는 국가마다 국가 기금 의존도가 다릅니다) 중립성이 오염될 위험성도 고려해야 하고.
참 세상에는 쉬운 것이 없지요. 구호의 세계에서도 그렇네요.
그래도 그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든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움직입니다. 누구보다 빨리 움직여 도우려고 하지요.
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덧. 이 책의 초반에는 자이레에서 일어난 1994년 인종 학살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자세하고 길게 소개됩니다. 심신의 충격을 받으실 수 있으니 마음의 대비를 하고 읽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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