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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월덴지기의 호오'에도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기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언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지요. 흔히들 언론을 불가근 불가원이라고 하는데 심리학자도 사회 과학자이니 엄밀히 따지면 과학자라고 할 수 있을텐데 지금까지 언론과 접촉한 제 경험은 하나같이 끔찍한 것들 뿐이었습니다. 칼럼이든, 인터뷰이든 간에 제가 한 말을 제멋대로 왜곡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정반대로 조작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네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려주니 내가 얼마나 고마우냐'는 식의 되도 않은 우쭐댐은 정말 참을 수가 없더군요. 또, 지금까지 상대방이 알아서 제 지식을 활용한 대가를 지불한 적은 딱 한 번 뿐입니다. 그런거 바라고 한 것도 아니지만 하도 아니꼬와서 일부러 이야기하면 작가, PD할 것 없이 화들짝 놀라서 그런 걸 왜 줘야 하냐는 식이었습니다. 오히려 제게 거마비를 요구하지 않은 걸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요?
이런 속 뒤집어지는 경험을 수 차례 반복해 얻은 소중한 지혜 중 하나는 내가 차라리 1인 언론이 되지 대중 매체하고는 철저하게 거리를 둬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겁니다. 소제목처럼 과연 언론이 과학기술을 어떻게 다루는지 아니, 왜 그렇게 다루는지 궁금해서 말이죠.
이미 고인이 된 이 책의 저자 Dorothy Nelkin은 뉴욕대학교 법대 및 사회학과 겸임 교수로 생전에 과학과 대중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원래는 1987년에 초판이 나왔고 이 책은 1995년에 나온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죠. 물론 역자가 친절하게도 그 이후 변화된 제도나 법에 대해서는 주석으로 보완을 해 두었기 때문에 오래된 정보라고 꺼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과학과 관련된 특정 쟁점에 관해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과 정책결정자들이 판단을 제대로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의무를 언론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온전히 언론의 탓일까요?
저자는 당연히 그렇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 책을 썼고 역자도 번역 후기에서 그렇게 믿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제가 볼 때 그렇게 단순한 문제 같지는 않습니다. 첫 단추는 확실히 언론이 잘못 꿴 듯 보이지만 오랜 기간동안 과학자들도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것 같거든요. 사실 이 문제는 서로 다른 맥락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전문가 집단의 오해에서 빚어진 문제로 보입니다. 그러니 어느 한쪽만 대오각성하고 개과천선하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죠. 접점을 찾기 위해 상대방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야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언론이 얼마나 과학을 망쳐놓았는지 아는 것에서 독서를 시작했지만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양쪽의 입장에 대한 균형잡힌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론은 어려운 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일종의 번역자 + 전달자인데 언론이 나쁜 의도를 갖고 있다고만 생각하면 무슨 해결 방안이 나오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제게는 상당히 유용한 독서였습니다. 뭐 그렇다고 당장 언론을 호의적인 눈으로 보게 되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누그러졌다고나 할까요?
저처럼 언론을 혐오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혹은 되찾게) 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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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2MB가 노동유연성 문제를 올해 안으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국정 과제라고 이야기한 모양입니다.
2MB의 망언이야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니 새로울 것이 없다손 치더라도 거기에 부화뇌동해 맞장구 치는 조중동문을 비롯해 매일경제,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등 경제 신문의 낯 뜨거운 찬양 기사는 참으로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입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되고 비정규직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정환닷컴의 이정환님이 지적하고 있듯이 그 반대 논리도 가능하거든요.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처우가 너무 형편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정규직 자리를 사수하는데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거지요. 당장 제 주변만 해도 정규직 자리에서 잘리고 나면 나이 제한, 성별 제한 등으로 유사 직종, 유사 급여로 이직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문직이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하지요. 다시 고용 시장으로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파견직 회사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어요.
조중동문이나 경제지들의 작태도 분노를 일으키지만 거기에 힘을 보태는 교수들도 만만치 않아요.
이런 기자, 교수 나부랑이들에게 항상 해 주고 싶은 말이 이겁니다.
"고용 유연화가 그렇게 좋은 거라면 니네부터 솔선수범해서 도입하지 그러냐?"
그래야 기사의 질도 올라가고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강의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차마 자기에게는 적용할 수도 없는 주장을 서슴없이 하는 인간들을 보면 뻔뻔해서 그런 건지, 멍청해서 그런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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