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만담가이자 배우이며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인 기타노 다케시가 삶과 죽음, 교육, 관계, 예의범절,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 쓴 일종의 에세이집입니다.
저는 가식적인 사람을 아주 싫어하고 솔직 담백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의 솔직 담백한 가치관과 그에 걸맞는 진솔하고 격이 없는 행동은 참 좋아합니다.
사람에 따라 호오가 상당히 엇갈릴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별 다섯 개로 평가했지만 조심스럽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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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기타노 다케시를 처음 본 건 '배틀로얄(2000)'이라는 영화에서였습니다. 그 당시에 내용만으로도 상당히 충격적인 영화였는데 기타노 다케시는 뭐랄까요.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내공이 느껴지는, 솔직히 말하자면 좀 섬뜩한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만담으로 뜬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지요.
사실 기타노 다케시에 대한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대단한 재능과 특이함은 있는 것 같지만 마냥 열광하기에는 목의 가시처럼 왠지 껄끄러운 느낌이었거든요. 좀 무섭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최소한 이래놓고 내 뒤통수를 치지는 않겠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 푹 놓고 재미있는 일화와 입담에 빠져들어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동감했습니다.
이 책은 5개의 간략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생사문제 : 살아가는 것과 죽는 것의 의미
2장. 교육문제 :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
3장. 관계문제 : 우정이란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다
4장. 예법문제 : 안 되는 놈들은 배려를 모른다
5장. 영화문제 :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
1장에서는 오토바이 사고로 죽을 뻔한 일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정리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풀어놓습니다. 그는 사고에서 죽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천국과 지옥은 있을까 하는 고민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데서 오는 즐거운 감정도 없이 세상에서 그냥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사고를 겪고 나서는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고통과 괴로움이 아닌 죽음 그 자체는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책에서 쉽게 엿볼 수 있듯이 지독한 현실주의자가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에서 기타노 다케시는 이상주의를 아주 혐오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어떤 면에서는 약자에 대한 관용도 없어 보입니다. 특히 2장의 교육 문제에서 이러한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놈은 안 된다는 말이나 제대로 승부를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의 교육 현실을 제대로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2장에서 반감을 갖는 분들이 가장 많을 것 같은 느낌은 드네요. ^^
3장에서는 남의 성공을 기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다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인간이란 아무리 폼을 잡아도 한꺼풀 벗기면 욕망의 덩어리이기 때문에 '문화'라는 한꺼풀의 자존심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조언, 그리고 우정이란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기 때문에 자신이 정말로 곤란할 때 친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우정이라는 나름의 우정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삶의 경험을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뼈저린 충고를 하고 있습니다.
4장의 예법문제는 예의범절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세태를 풍자한 느낌이 더 들지만 그래도 예법이 몸에 밴 사람들은 수줍음이 많다는 관찰이나 칭찬에 길들여지지 말라는 조언 등은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만 합니다.
5장의 영화문제는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흥미있는 부분이겠으나 제게는 그냥 흥미로운 영화판의 일면을 엿보는 정도의 가십 수준이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1장부터 4장까지가 더 좋았어요.
200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이 12,000 원이나 하지만 짧고 강한 책입니다.
기타노 다케시의 다른 책을 보니 평이 상당히 극명하게 대비되던데 이 책도 호오가 상당히 엇갈릴 것 같습니다.
저는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만 추천은 좀 조심스럽네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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