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관리 능력이 상실되는 도박 중독자가 이를 회복하기 위해 맨 먼저 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 보면 이것마저도 그리 쉽지 않다는 걸 금방 알게 되죠.
모든 도박 중독자가 그런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도박 중독자를 상담하면서 가계부나 현금 출납부를 써 온 사람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열심히 써 왔지만 도박에 중독되면서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도박에 중독되기 이전부터 현금 출납부를 쓴 적이 없는 것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건 도박 중독 치유 과정에서 재정 관리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현금 출납부를 꼭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심하게 말한다면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 하나도 못 하면서 도박 중독이 치유될거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욕심입니다.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이 도박 중독 치유에 효과적인 방법이 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첫째,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족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일단 눈에 띄는 행동일 뿐 아니라 돈 씀씀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므로 가족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죠. 도박 중독이 은밀한 중독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왜 공개적인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이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겁니다.
둘째, 현금 출납부를 쓰게 되면 도박을 하면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자신의 돈 씀씀이를 확실히 알게 됩니다. 최소한 자신이 용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알게 되니 수입과 지출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게 되고 빚을 갚기 위한 계획 수립의 배경 지식을 쌓게 되며 이를 통해 알게 모르게 책임감도 생기게 됩니다.
셋째, 도박을 하면서 돈 씀씀이가 커진 도박자는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 맨다고 해도 용돈이 부족할 수 밖에 없죠. 그러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용돈을 올려 달라고 하면 가족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리가 없습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돈 타령이나 한다고 타박 듣기 일쑤겠지요. 현금 출납부를 꼼꼼히 쓰면 긴축 재정을 통해 절약한 결과로 부족해진 용돈 인상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됩니다.
재정 관리 능력을 배양한다는 게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용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현금 출납부를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는 현금 출납부라도 꼭 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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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와 함께 채무 변제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차근차근 빚을 갚아나가는 도박자의 경우 예상보다 더 일찍 채무 변제를 완료하게 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재정적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죠. 도박을 하던 당시에는 돈이 필요하면 도박으로 돈을 따서 해결하거나 정 안 되면 돌려막기를 해서 어떻게든 될 것 같지만 도박에 의존하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빚을 갚고 재정을 관리하려면 모든 수입 내역이 투명해야 하고 지출을 할 때에도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알음알음, 대충대충 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게 돈을 아껴 쓰면서 땀흘려 버는 돈의 소중함을 알게 모르게 깨닫게 되는 장점은 있습니다만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소박한 깨달음을 얻기 전에 재정적인 궁핍이 먼저 오기 때문에 도박자와 가족들을 힘들게 하죠.
그러면 도박을 하던 때와 달리 방만하게 살지 않으려고 꼼꼼히 수입 지출 내역을 챙기고 긴축 재정을 다소 무리하게 운용하는데도, 채권자가 점점 줄어들어서 여유 자금이 생기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돈 가뭄이 해소되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한 예를 들자면 너무 말라서 바닥이 갈라진 논에 물을 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서야 갑자기 많은 물을 퍼부어도 바닥을 완전히 적시고 물이 고일 만큼 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긴축 재정을 한다고 해도 그동안 너무 계획없이 돈을 썼기 때문에 생긴 구멍으로 소리소문없이 돈이 스며들어서 없어지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마른 논에도 물이 차오르듯이 최초에 세운 채무 변제 계획을 꾸준히 지켜나가면 언젠가는 남은 돈을 어떻게 모으고, 무엇에 써야 할 지에 대해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그 날은 반드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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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열이면 열 모두 돈과 깊이 관련되어 있고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기는 것이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을 갚을 때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정서적 부담입니다.
아무리 대위 변제(도박자의 도박 빚을 가족이 대신 갚아주는 것)를 하지 않고 도박자 스스로 빚을 갚게 한다고 해도 돈을 버는 사람이 도박자 혼자이거나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도박자가 자신이 번 돈을 빚을 갚는데 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으면 가족들도 결국은 재정적인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됩니다.
재정 관리 능력이 상실된 도박자를 대신하여 배우자나 가족이 재무 관리를 책임진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빚을 갚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특히 수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갚아야 할 빚이 많은 경우 일단 빚을 갚고 남은 돈(생활비로 하기에는 턱도 없이 모자란 돈)으로 어떻게든 생활을 꾸려가려고 아등바등하는데 그래서는 빚을 갚기도 전에 심신이 탈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맞벌이 가정에서 부인이 200만 원을 벌고, 도박자가 300만 원을 번다고 가정해보죠. 도박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매달 300만 원의 고정 지출이 있었고 갚아야 할 도박 빚이 매월 250만 원이라고 한다면 많은 가정에서 도박자가 번 돈 300만 원으로 일단 도박 빚 250만 원을 갚고 남은 돈 50만 원을 부인이 번 돈 200만 원에 합쳐서 생활비로 사용하는데 그러면 기본적으로 50만 원이 부족하게 됩니다. 물론 재무 진단을 다시 받고 긴축 재정에 돌입하게 되면 50만 원을 줄이는 건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 채무 변제 기간이 길면 길수록 가족들(특히 배우자)의 불만이 극에 달하게 되어 채무 변제가 끝나고 난 뒤 참았던 불만과 분노가 폭발하여 오히려 더 큰 관계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빚을 갚는 기간이 3년이라고 가정하고 그 동안 화장품 하나, 옷 한벌 제대로 못 사고, 제대로 된 외식 한번 못하고 무조건 참는다면 그 3년의 기간이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기억될까요?
빚을 갚는 기간은 분명히 짧아지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작은 것을 탐하려다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소탐대실'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빚 갚기는 일반적인 빚 갚기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긴축 재정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출 내역을 꼼꼼히 살펴서 새는 돈이 없는지 재점검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을 갚는 것이 어렵다면 일단
생활비 확보가 우선입니다. 그리고 나서 빚 갚기에 모자라는 돈은 이율이 낮은 금융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정 안 되면 도박자가 투잡을 하거나 해서 메워야 합니다.
당연히 빚을 갚는 기간은 앞서의 경우보다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야 가족들이 빚 갚는 기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잃지 않고 도박자도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고 좀 더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도박 빚 갚기에 임하게 됩니다.
그러니 재정 진단을 해서 적절한 긴축 재정 방안을 마련한 뒤 기본적인 생활비를 확보하고 남은 돈으로 도박 빚을 갚아나가도록 하세요. 그것이 합리적으로 도박 빚을 갚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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