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두리틀 상영 전에 나온 예고편이 마음에 들어서 설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보려고 찜해놨다가 다들 시간이 안 맞아 반려인과 함께 훌쩍 어젯밤에 가서 보고왔습니다.
'달콤, 살벌한 연인(2006)'과 '이층의 악당(2010)'의 감독이자 각본까지 당당했던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해서 살짝 기대를 했는데 전작만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2011~2012년 사이에 연재된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인데 2006년 대한민국 영화대상 각본/각색상까지 수상한 손재곤 감독의 손을 거쳐 여혐 코드를 다 드러내고 가족 영화 수준으로 다듬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미에 휴머니즘, 동물권까지 담으려고 욕심을 부리다보니 뚜렷한 개성이 없는 애매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극한직업(2018)' 제작사가 제작한 영화인데도 포복절도할 수준의 웃음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짠한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고, 러브라인이 달달한 것도 아니고요.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 박혁권 배우 라인업으로 이 정도 quality 밖에 못 뽑아냈다는 건 연출의 실패거나 각본의 실패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편집도 좀 어색해서 배우들의 연기가 끊기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요.
닥터 두리틀처럼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은 영화지만 아쉽게도 12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했으니 타겟까지 애매해져서 이대로라면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려워 보입니다. 2020년 1월 26일 현재 누적 관객 수 100만을 간신히 넘었습니다. 설날 당일이었는데도 극장이 텅텅 빈 걸 보면 전망이 어둡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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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현재 상영 중인 '악마를 보았다'와 묘사의 잔인함이 비교되는 영화라서 솔직히 좀 꺼렸던 영화 '아저씨'를 보고 왔습니다. 요새는 피 튀기는 하드고어 영화는 좀 별로인데다 주로 심야에 영화를 보는데 피가 질척대는 영화는 좀 피하고 싶었거든요.
같이 사는 사람이 원빈을 좋아하는데다 평이 좋다고 하도 그래서 보고 왔습니다. 트위터에서도 전반적인 평이 괜찮았는데 타임라인의 평만 의지해서 봤던
'인셉션'도 대박을 쳤기 때문에 믿음이 좀 있었죠.
어차피 '레옹'과 비슷한 원빈의 원맨쇼일거라고 생각하고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우선 원빈의 연기가 놀랄 정도로 많이 늘었더군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보여준 어색함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직 내면 연기를 논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가 상당히 깔끔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주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발군이더군요.
2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잘 편집된 것도 좋았습니다. 과거 회상씬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고, 원빈과 소녀가 마음을 교류하는 것을 질질 끌고 갈 수도 있었지만 이정범 감독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게 오히려 주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성공한 한국 영화의 공식 중 하나인 조연 배우들의 호연이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연기력만 놓고 보면 원빈에 하나도 밀릴 것이 없는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죠. 김태우의 친동생인 김태훈, 개성파 배우인 김희원, 김성오 등의 연기가 모두 좋았습니다. 아무리 시선을 잡는 원빈의 멋진 모습으로도 2시간 이상을 끌어가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잔인한 장면은 오히려 액션보다는 장기 밀매 과정의 상황적 맥락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습니다.
원빈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must see movie가 될 것 같고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원빈의 다른 연기 색깔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괜찮은 선택이 될 영화 아저씨, 추천합니다.
덧.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상황이 종료되고 원빈이 소녀와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소녀가 놀랄까봐 권총을 뒤로 슬쩍 감추면서 "오지마, 피 묻어"라고 나즈막하게 말하는 장면입니다. 캬~ 남자가 봐도 멋지더군요.
덧2. 이렇게 연기력이 일취월장하게 되면 중후한 연기의 정점으로 가파르게 치닫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비슷한 길을 갈 수도 있겠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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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인터파크
제프리 페퍼의 '사람이 경쟁력이다'의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제프리 페퍼가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의 차원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느낌이 강하다면 이 책의 저자는 좀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왜 이윤이 아닌 사람인가?'
수 백 가지가 넘는 창의적인 노하우, 끊임없는 호기심,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등 메가스터디의 중등부를 담당하는 회원 수 27만의 기업 엠베스트를 이끄는 김성오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수식어는 그 밖에도 많이 있겠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주장의 핵심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직과 성실이라는 기본적인 삶의 원칙을 초지일관하는 우직함.
'정직', '성실', '초지일관', '우직함'
뜯어놓고 보면 사실 별 것 아닌 평범한 삶의 진리들인데 실천담 안에서 빛날 때 그 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이 책이 김성오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엠베스트의 홍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근거없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give & take에서 왜 give가 먼저 나오는지에 주목하고 이를 나눔의 정신으로 실천하는 저자의 마음가짐만큼은 배울 점이 충분합니다.
특히 전문지식에만 욕심을 내는 약사들을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제 속내를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습니다. 반성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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