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윌라
윌라는 최근에 다독가로 알려진 유명 연예인 김혜수님을 전면에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오디오북 전문 사이트입니다.
제가 신기한 물건을 주로 사제끼는 사이트인 '펀샵'에 윌라 1년 할인 이용권이 상품으로 나온 걸 보고 호기심이 동해 가입해서 한 달 동안 무료 이용을 해 봤습니다. 워낙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종이책이든 e-book이든 닥치는대로 읽는 편인데 오디오북은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로는 운동하러 밖으로 나가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워킹 패드(이건 나중에 리뷰할 예정인데 언택트로 걷기 운동을 주로 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로 걷기 운동을 주로 하는데 이게 지지대가 없다 보니 동영상을 보기에는 어지러울 수 있어서 위험하고, 그렇다고 줄창 음악만 듣기에는 좀 심심해서 뭔가 다른 방법을 택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발견한 서비스이죠.
오디오북이라면 지루하지도 않을테고 내용도 있으니 유익하기도 할테니까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운동을 할 때마다 틈틈이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제게는 맞지 않는 서비스라는 겁니다.
한 달 동안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받을 용기'하고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 이렇게 두 권을 들었는데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장점
- 앱에서 실행하면 화면을 꺼도 백그라운드에서 재생되고 이어듣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하기 편리함
- 전문 성우가 녹음했기 때문에 기계음으로 재생하는 기존 오디오북과는 완전 딴판임
-> 미움받을 용기의 경우 철학자와 싸가지 없는 젊은이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현장감이 남다름
단점
- 오디오북의 특성 상 한 권을 소화하는데 e-book 대비 엄청난 시간이 걸림.
-> 미움받을 용기의 경우 대략 10시간이 필요함. 귀는 아직 눈을 능가할 수 없더군요.
- 아직 시행 초기라서 그런지 읽을 만한 책이 많지 않음.
저는 주로 책만 들었지만 짧은 클립으로 구성된 강의나 워크샵도 많아서 짜투리 시간을 활용할 분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겠으나 책만 들을거라면 아주 매력적인 서비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서비스가 유용한 분들은 1) 자가 운전을 오래 하는 분들, 2) 걷기 운동 등의 유산소 운동을 오래하면서 오디오북도 들으려는 분들, 3) 짧은 클립 강의로 짜투리 시간까지 활용하려는 분들입니다.
저처럼 e-book의 대안으로 오디오북을 고려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렵겠습니다.
현재 오디오북과 프리미엄 강의만 듣는 건 각각 월 9,900원이고 둘 다 무제한으로 듣는 상품은 월 13,500원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펀샵 뿐 아니라 잘 찾아보면 1년 할인 이용권 상품을 찾으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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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이미지 샷에서 보시는 것처럼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관상을 보고 왔습니다.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모두 제가 못 본 영화라서리)의 한재림 감독 작품이지만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대상을 수상한 김동혁 작가의 탄탄한 시나리오에 바탕을 둔 영화라고 하길래 트위터의 관람평이 많이 엇갈려도 어느 정도 기대는 하고 갔습니다.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을 시대 배경으로 깔고 있기에 수양대군과 김종서를 한 축으로 하는 흐름은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고, 대신 제가 관심을 갖고 본 것은 송강호가 열연한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과 조정석이 분한 내경의 처남 '팽헌'이 한 축을 이루는 결말이었지요. 그래서 꽤 뻔한 시대 사극이었는데도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꽤 지명도 있는 배우들을 총출동시켰습니다만 솔직히 송강호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백윤식은 화면을 압도하는 김종서의 카리스마가 좀 부족했고 김혜수는 '타짜'에서의 연기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모든 이들이 환호하는 이정재의 연기는 솔직히 뭐가 대단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태양은 없다' 이후 이정재의 은막 연기는 사실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극에서 조금 벗어난 연기로는 차라리
'1724 기방난동사건(2008)'이 훨씬 더 나았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단종을 독침으로 찌르려다 인간적인 갈등으로 멈칫하는 연기만 훌륭했습니다.
솔직히 연기만 놓고 보면 그리 길게 나오지도 않지만 문종역을 맡은 김태우의 연기가 훨 나았습니다. 관상가인 내경을 호통치는 장면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나 아들 단종의 안위를 걱정하며 지켜볼 때의 아련한 눈빛 연기가 정말 좋았죠. 역할 상 오래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관상이라는 것이 손금이나 점처럼 어느 정도 운명론에 입각한 것이나 내경이 마지막 장면에서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자신은 파도의 모양새만 보고 있었다고 한탄하는 장면으로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의지라는 걸 말해줘서 좋았습니다.
역시 탄탄한 시나리오는 모든 걸 상쇄하는 힘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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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씨네
쉬는 날을 이용해 종영 막바지에 이른 영화 '타짜'를 보고 왔습니다. 타짜는 1999년 7월부터 4년 동안 스포츠 조선에 연재되었던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그림 허영만, 글 김세영이라는 걸출한 두 거목의 필력으로 광범위한 인기를 누렸던 도박 만화죠. 물론 만화는 저도 못 보았습니다만...
제 직업 상 개봉되자마자 보았어야 마땅하지만, 남들이 달려들 때에는 오히려 관망하면서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는 편이라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화투는 제 전공(?)이 아니라서 이 영화는 별로 공부열에 불타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섯다'와 같은 화투게임의 룰을 잘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난이도를 좀 낮추고, 배우들의 연기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연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가 퍼온 이미지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 영화에서 진정 연기의 빛을 발하는 인물은 조승우도 아니요, 백윤식도 아니요, 김혜수는 더더군다나 아닙니다. 그 배우는 바로 이름조차 굵은 글씨로 소개되지 않는 '아귀'역의 김윤석입니다. 화면을 장악하고 끌고 가는 힘이 정말 대단한 배우입니다. 한참 연기에 물이 오른 조승우나 관록의 노련미로 무장한 백윤식 선생의 연기에 전혀 꿀리지 않으며 후반부에서는 존재감만으로도 소름을 돋게 만들더군요. 정말 기대가 촉망되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급! 주목 배우입니다.
조승우는 요새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아톤'과
'도마뱀'을 거쳐 이 영화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백윤식 선생님의 표정없는 카리스마는 여전하고, 유해진의 감초 연기도 맛깔납니다. 저는 오히려 김혜수가 실망이었습니다. 나레이션은 불필요했고, '공사'에 들어갈 때의 순진무구녀 연기는 어설펐으며 조승우와의 베드신마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조승우보다 우람한 등발은 선천적인 부분이라고 쳐도 한눈에 불이 붙어 나누는 사랑을 묘사하는데 사용된, 달랑 1분 키스신은 김혜수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행간을 읽어주세요)는 속설을 지지하기라도 하는 듯 보입니다.
인기 연재 만화를 영화화해서 그런지 탄탄한 구성은 이미 예상된 것이고, 배우들의 호연까지 힘을 더해 볼만한 영화가 한 편 나왔습니다.
의미없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가 무엇을 낳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인간 군상들의 몸부림을 통해 자아성찰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도박 중독자들에게도 추천합니다. 특히 '구라'치다가 '오함마'로 손목이 뽀개지는 후반부 장면을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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