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잠들어서 그런지 새벽 4시쯤 깼습니다(나중에 곰곰히 생각을 해 보니 일찍 잠들어서가 아니라 시차 적응을 제대로 못 해서 일찍 깬거더군요. -_-;;;).
잠이 깬 김에 일찍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씻고 5시 쯤 호텔을 나섰습니다. 까를교의 새벽 풍경을 보고 나서 까를교를 건너 소지구에 있는 존 레논의 벽을 둘러본 뒤에 돌아와서 아침을 먹으면 될 것 같았거든요.
새벽이라서 그런지 인적은 거의 없습니다.
가로등만 프라하의 거리를 밝히고 있네요. 밤새 비라도 왔는지 바닥이 젖어 있어 가로등 불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립니다.
우리나라는 하다 못해 청소하시는 미화원 분들이라도 볼 수 있는데 새벽의 프라하는 썰렁합니다. 아, 환전소는 새벽부터 문을 엽니다. 거기만 부지런해요. -_-;;;
항상 사람이 북적대는 까를교도 새벽 5시에는 사람이 거의 없네요. 그래도 새벽 조깅을 하는 인간들은 어김없이 있다는... -_-;;;
엊그제 다녀온 페트르진 탑이 멀리 보입니다. 주변에 불빛이 하나도 없네요.
백조들이 물에 뜬 채 곤히 자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꽃잎처럼 보이는군요.
유빙을 막기 위한 목책은 갈매기들이 쉬어가는 잠자리로 활용됩니다. 어째 지저분해 보이더라니...
까를교에서 보는 새벽 하늘과 블타바강은 그야말로 낭만의 정수라고 할 수 있죠. 멋지네요.
소지구 쪽으로 오니 사람들이 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전망탑이 까를교 위에 버티고 선 거인처럼 보이는군요.
캄파 지구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존 레논의 벽(Zed' John Lennon)은 존 레논이 암살당한 1980년부터 체코 공산주의가 붕괴된 1989년까지 반 공산주의자들이 자유를 열망하며 비틀즈의 노랫말과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낙서와 그림으로 표현한 벽입니다. 지금은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지요.
길이가 30m 정도 되는데 이정표는 없지만 웬만한 가이드북에는 모두 소개되어 있고 까를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꺾어 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되기 때문에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평화의 상징과 IMAGINE이라는 글자를 중심으로 각종 그라피티와 문구가 벽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락카로 그린 것이지만 때로는 헝겊이나 천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것들도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의미심장한 좋은 문구도 많이 있습니다. 차근차근 살펴보면 재치있는 글귀도 많고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여행자의 수준은 이 정도를 못 벗어납니다. 몇 개 찾아봤는데 하나같이 똑같습니다. 참 실망스럽더군요.
이 새벽에도 개를 산책시키는 부지런한 사람들은 항상 있습니다. ^^
기왕 캄파 지구로 내려온 김에 둘러보고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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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시차 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아 7시도 되지 않았는데 저절로 눈이 떠지더군요. 게다가 새벽에는 잠결에 기지개를 켜다가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죽을 뻔 하기도 했습니다(가지가지한다~ -_-;;;).
그래도 오늘은 조금 여유있게 아침을 먹고 8시 30분쯤 호텔을 나섰습니다. 어제 깜박 잊었던 make up 비용까지 합쳐서 40K를 두고 나왔습니다.
중간에 마트에 들러 물 한 병(15K)을 산 뒤 까를교로 향했죠.
체코의 건널목에는 어디나 보시는 것 같은 장치가 달려 있는데 길을 건너고 싶으면 녹색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그러면 조금 있다가 보행 신호로 바뀌게 되지요. 경망스럽게 따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요. ^^
까를교에 도착했습니다. 백조도 잠에서 깨어 유유히 아침 산책을 즐기고 있군요.
까를교를 건너 소지구 지역에 도착해 문을 연 은행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환전을 해야 했거든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기계가 있는데 원하는 업무 버튼을 누르면 서로 다른 종류의 대기표가 나옵니다. 갖고 있는 모든 유로를 코루나로 환전했습니다. 그나마 사설 환전소보다는 은행이 낫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조금 높기는 하지만 역시나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23.3 정도?
게다가 2,000K짜리 지폐(무료 14만 원짜리)를 주기에 작은 단위로 바꿔 달라고 했더니 아주 쌀쌀맞게 일언지하에 거절하더군요. 지폐가 없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안 된답니다. 아주 불친절하더군요. 뭐 예상은 했지만 아침부터 기분 잡치는데 뭐 있습니다.
참 웃기는 것이 체코는 어디나 자기가 돈을 줄 때는 큰 돈으로 내면서 정작 받을 때에는 큰 돈은 안 받으려고 하더군요(대체 어쩌라고~).
네루도바 거리를 지나 프라하 성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그래도 다른 곳을 들르지 않고 곧장 가는 것이니 성 비트 성당에서 기다리는 일은 없을거라는 기대를 하면서(결국 무참히 깨졌지만~)....
프라하에서는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볼 수 있는데 고양이는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보니 시골에는 그래도 좀 있더군요.
세계 6대 관광도시라는데도 호객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특징적이었습니다.
프라하 성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 초입입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 나왔던 장소이기도 하지요.
오르막을 오르다가 찍은 집인데 원래는 작은 들창(제가 원래 다락방과 작은 들창을 좋아라합니다)때문에 찍었는데 지금 보니 지붕이 참 견고하게 생겼습니다. 단단히 겹쳐서 쌓아서 물빠짐도 좋을 것 같고 튼튼해 보입니다.
현재 시각 9시 30분... 확실히 아침이라서 그런지 프라하 성 앞도 한산하군요. 다행입니다.
아침이라 구름이 좀 꼈습니다만 곧 걷히겠지요.
프라하 성 앞에서 만난 'Prague Funfair Orchestra'입니다. 복장도 잘 갖춰입은데다 연주 솜씨도 훌륭합니다. 아침부터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재즈를 듣고 있으니 흥이 절로 나는군요.
성 비트 성당으로 들어가는 길목까지도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 방심했는데 버스로 이동하는 단체 관광객을 계산에 넣지 않았더군요. 이미 성 비트 성당 앞은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마 9시 이전에 도착해야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ㅠ.ㅠ
어쨌거나 오늘은 꼭 성 비트 성당을 봐야 하겠기에 줄 뒤로 가서 섰습니다.
물받이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낙수물을 입으로 뿜으려나요?
가고일(Gagoyle)은 알겠는데 저건 대체 뭔지 모르겠더군요.
그래도 생각보다 줄이 빨리 줄어서 금방 들어갔습니다. 어떤 티켓도 끊지 않았는데 성 비트 성당을 들어갈 때에는 확인도 하지 않고 따로 입장료를 받지도 않더군요.
성 비트 성당(Katedrala Sv. Vita)은 프라하 성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규모도 엄청나지만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압권이죠.
입구에서부터 웅장한 모습에 압도당합니다.
천장이 높으니 정말 웅장하네요.
보시는 것은 알폰소 무하의 작품으로 왼쪽에서 세 번째 창문에 그려진 것인데 유일하게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닌 그림입니다.
보시는 것과 같은 정교하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성당의 양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을 비추고 있네요.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성당의 안쪽에는 얀 네포무츠키 신부의 관이 있는데 무려 3톤에 달하는 은을 녹여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화려하기 이를 데 없죠.
저게 다 은이라니... 덜덜덜...
제가 갖고 간 가이드 북에는 사진을 찍으려면 촬영 티켓을 사야한다고 나와있는데 막상 가 보니 그럴 필요 없더군요. 입장료가 없는 것 같고 사진도 마음껏 찍어도 됩니다.
성당을 나와 오른 쪽으로 향했습니다.
저기 보이는 빨간색 건물이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성 이르지 바질리카(Bazilika sv. Jiri)입니다. 뒤편에 보이는 하얀색 탑 두 개는 '아담'과 '이브'를 상징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오른 쪽이 '아담', 왼 쪽이 '이브'라고 하더군요. 사진으로는 구별하기 어렵지만 '아담'탑이 '이브'탑에 비해 크고 굵습니다. ^^
특별히 볼 것이 있을까 싶어서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 사진만 찍고 황금 소로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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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쭈욱 내려오면 블타바 강(영어로는 몰다우강, 독어로는 엘베강)을 만나게 됩니다. 트램길이 강변을 따라 지나가죠. 사진에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휴일인데도 아침부터 조깅하는 사람이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체코인도 있고 여행객도 있는 것 같아요. 여행지에서 운동까지 챙겨서 하다니 정말 대단한 부지런함이죠.
건물이 참 예쁘네요.
아침에 보는 까를교와 프라하 성은
밤에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활기차네요.
까를교 방면으로 올라가다보면 쇼핑 센터를 통과하게 되는데 쇼핑 센터 중간에 중세 고문 박물관이 있습니다. 가게들 사이에 숨어 있어서 주의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갈 수 있습니다. 프라하에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 일찍 문을 닫는 것과 달리 밤 10시까지 여는데 저희는 취향이 아닌지라 그냥 통과했습니다. ^^;;;
쇼핑 센터를 빠져나오면 바로 까를교 입구입니다.
역시 밤에 보는 모습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벌써 부지런한 여행자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중국인들을 제외하고 나면 역시 한국인들이 제일 시끄럽군요. 일본인인 척 하고 그냥 생까고 지나쳤습니다.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함께 간 사람이 춥다기에 근처 기념품 상점에서 모자(149K)와 장갑(159K)을 샀습니다.
아침 일찍이라서 그런지 공예품을 파는 사람들도 많이 나오지 않아 한산합니다. 까를교는 블타바 강을 가로지른 13개의 다리 중 유일한 보행자 전용 다리입니다. 길이가 520m 정도 되는데 007 영화에도 등장했었고 프라하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워낙 유명한 명물이죠. 동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합니다.
다리 옆으로 보시는 것과 같은 목재 구조물이 쭈욱 늘어서 있는데 겨울이 지나고 녹은 얼음덩이들이 교각에 부딪쳐 다리에 손상을 가하는 것을 방지하게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다리 양쪽 난간에는 체코 출신 조각가들이 17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중반의 기간 동안에 조각한 30개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대부분 성서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죠.
대표적인 조각을 몇 개만 보여드리면
빛 바랜 구조물에 검은 장미라... 세월의 풍상이 그대로 느껴지는군요.
30개의 조각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체코의 수호 성인인 '얀 네포무츠키(Jan Nepomucky)의 동상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희가 갔을 때에는 공사중이라서 접근할 수 없더군요.
아래의 오른쪽 동판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자신의 소원이, 왼쪽 동판에 손을 대고 빌면 자신이 기르는 개의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유명하죠. 하도 많은 사람들이 만져서 반질반질하네요.
까를교에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나 수공예품을 가지고 나와 파는 예술가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장신구도 있고
독특한 금속 공예품도 있습니다.
가죽으로 만든 테두리에 원석을 끼워 만든 목걸이와 가죽 필통이 인상적이더군요.
나무로 만든 bookmark와 장난감도 있습니다.
까를교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은 거의 모두 수공예품이라서 가격이 싸지는 않습니다. 우리 돈으로 7,000원에서 비싼 것은 4만 원이 넘는 것도 많으니까요. 독특한 물건이 많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여행 첫날에 혹해서 사지 마시고 돌아오는 날 사세요. 다른 마켓에서 더 싸게 구할 수 있는 것도 많지는 않지만 있거든요.
까를교를 지키는 수호 기사 동상입니다. 예전에 프라하 성을 점령한 스웨덴 병사들이 다리를 건너 구시가로 들어오려고 할 때 구시가를 보호했던 기사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고 합니다.
까를교를 건너면 소지구 지역 선착장에 배들이 정박하고 있습니다. 밤에 재즈보트, 클래식보트 등 프라하의 야경을 즐기면서 유람할 수 있는 보트들입니다. 저희는 타 보지는 못했지만 여간 떠들썩하게 노는 것이 아니더군요. 이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일 것 같습니다.
소지구 지역의 전망탑입니다. 까를교 양쪽에는 전망탑이 있는데 자칫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특히 구시가 지역의 전망탑) 볼거리가 있습니다.
그나마 소지구 전망탑에는 식별을 할 수 있는 안내판이라도 있지만 구시가 쪽 전망탑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습니다. 잘 살펴봐야 합니다.
1층에는 각종 여행안내 정보를 제공하는 information center가 있습니다.
전망탑에 오르는 값은 70K입니다. 50K로 알고 왔는데 그새 올랐네요. ㅠ.ㅠ 목조 계단을 통해 전망대로 나가는데 상당히 가팔라서 아찔합니다.
오르는 중간 중간의 공간에는 프라하와 까를교의 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전시물이 있습니다.
성을 지키던 병사들이 사용했던 무기와 장비들도 전시를 해 놓았고
좁은 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했네요.
아이스크림, 음료수, 흡연, 개는 안 된다는군요. ^^
탑의 가장자리를 돌면서 전망을 볼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전에는 경계병들이 파수를 섰겠지요.
까를교가 한 눈에 보입니다. 잘 몰랐는데 이제보니 휘어져 있네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소지구 방면의 전망탑보다는 찾기는 어렵지만 구시가 방면의 전망탑을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거기에서는 프라하 성까지 한 눈에 들어오거든요.
전망탑의 반대편으로는 성 미쿨라쉬 교회(구시가 광장에 있는 것과 다른 교회입니다)와 멀리 오른쪽에 프라하 성이 보입니다.
지붕이 빨간 색인데다 벽이 베이지색과 하얀색이라서 색감이 정말 예쁘네요.
망루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바람이 엄청 부는군요.
들보에 누가 사랑의 서약을 새겨 놓았네요. 그런데 왜 지웠을까요? ^^
망루 꼭대기에서 보는 전망은 정말 훌륭합니다.
왼쪽 끝에 보이는 것이 프라하성인데 멀어 보이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그리 멀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까를교 방면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네루도바 거리를 따라 프라하 성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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