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쯤 일어났습니다. 어제 와카치나 sand dune에서 무리를 했는지 중간에 한번도 깨지 않고 푹 잤습니다. 오늘은 경비행기로 나즈카 라인을 둘러볼 예정이기 때문에 얼른 씻고 아침을 먹으러 일찍 내려갔습니다.
사진의 오른쪽 세 번째 방이 'Casa Andina Standard Nasca' 호텔에서 묵은 방입니다. 3층인데 보시는 것처럼 볕이 아주 잘 듭니다.
가운데 지붕이 뚫린 형태로 모든 층의 객실이 직사각형 회랑을 둘러싸고 배치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채광이 좋은 편입니다.
중앙 회랑에는 열대수를 빼곡히 심어놓아 휑하지 않고 무슨 정글의 한가운데 호텔을 지은 느낌입니다.
식당이 있는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나무를 구획을 지어 심어놨기 때문에 그렇게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조식 뷔페가 차려진 식당 밖에는 이렇게 근사한 원형 풀도 있지만 정작 뷔페의 내용이 좀 부실한 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페루에서 묵었던 대부분 호텔이 그런 듯 싶은데 그래도 대체로 커피가 맛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집합 시간인 9시에 맞춰 짐을 챙겨 호텔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나즈카라고 버스 정류장의벽에 나즈카 라인의 명물들을 상징물로 조각해 놓았습니다. 이건 콘도르 같네요.
계약한 항공사에서 보내준 차량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경비행기 투어를 할 Maria Reiche Neuman Airport는 나즈카 시의 남서쪽 4km 지점에 위치한 공항입니다. 매우 가깝기 때문에 금방 도착했습니다.
대합실이 있는 건물인데 10여 개의 경비행기 회사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저희가 이용한 Air Majoro의 부스입니다. 일단 여권을 내고 부스 안에 있는 체중계에 올라서 체중부터ㅗ 잽니다. 비행기가 워낙 작기 때문에 태울 사람의 몸무게를 계산해서 한쪽에 쏠리지 않도록 배치하는 것 같습니다. 특이한 건 카메라는 들고 재라고 하네요. 아마도 비행 중에 카메라는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가봅니다. :)
부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면 비행기가 준비되는대로 이름을 부릅니다.
조종사를 따라 활주로로 나갑니다. 저는 8인승 경비행기를 탔습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나즈카 라인을 좀 더 가까이서 잘 보시려면 가능한 한 작은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대신 그만큼 멀미가 심해지겠지요. ㅠ.ㅠ
이 녀석이 오늘 저희들의 생명을 맡길 경비행기입니다. 케냐 라무섬을 갈 때 탔던 경비행기보다는 크지만(응?) 그래도 작습니다. 8인승이라고 해서 그렇게 크지 않아요.
승무원은 조종사와 부조종사 2명입니다. 비행기 조종은 주로 조종사가 하고 부조종사는 지상의 문양이 나타날 때마다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천정에 달린 판넬에는 깨알같이 '팁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5개 국어로 씌여 있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가 조종석 바로 뒤라서 계기판을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시동이 걸리면 엔진 소리가 엄청나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말소리도 잘 안 들립니다. 그래서 헬리콥터를 탈 때처럼 모두 헤드셋을 써야 합니다.
나즈카의 주요 관광 사업이라서 그런지 서비스가 아주 좋습니다. 이륙 전에 비행기를 배경으로 찍어주는 통상적인 구도에 조종석까지 앉게 해서 기념 사진을 일일이 다 찍어줍니다.
나즈카 라인은 나즈카 시의 북쪽 20km에 위치한 유네스코 자연유산(1994년 지정)으로 넓이가 무려 500평방 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여기에 약 300여 개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이 중 대표적인 문양들이 밀집되어 있는 구역만 길이가 약 10km에 이릅니다. 이 대표적인 문양 10여 개를 살펴보는 것이 유명한 나즈카 경비행기 투어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나즈카 문양이 100미터가 넘는 크기이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전체 모습을 알아보기가 어렵고 지상 300미터 이상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개발된 관광 상품이죠.
출발하기 전에 나눠준 brochure의 비행 경로대로 비행하면서 보여주지만 워낙 높은 곳이라서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도 일단 사진을 찍고 나중에 내려와서 확대해서 보고는 이게 그거였구나 하고 알아차린 것도 많았어요.
대표적인 거 몇 개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건 거미(46미터)입니다. 당연히 확대한 사진이고 상공에서는 이렇게 선명하고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콘도르(136미터)입니다.
이건 원숭이(110미터)입니다.
이건 아무리 찾아봐도 뭐였는지 모르겠네요. 기록도 안 되어 있고. 아시는 분은 제보를;;;
일단 상공으로 올라가면 양쪽에 앉은 승객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하나의 문양을 두 번씩 선회하면서 보여주는데 이 때 급선회를 너무 자주 하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승객이 멀미를 경험합니다. 게다가 비행기 안이 굉장히 덥기 때문에 멀미에 최적인 환경입니다. ㅠ.ㅠ
총 40분 정도 비행하는데 급기야 함께 탔던 일행 중 할머니 한 분은 멀미를 못 이기고 중간에 토하셨습니다. 저도 좀 힘들었는데 나중에 지상으로 내려와서 물어보니 다들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40분 비행이면 좀 짧지 않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오래 비행하면 견딜 사람이 없을 듯 합니다.
그래도 승무원들이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애를 많이 쓰고 서비스 정신도 투철하기에 지상으로 내려와서 각각 팁도 챙겨줬습니다.
등록한 순서대로 탔기 때문에 저희가 탄 비행기가 내려왔을 때도 아직 비행 중인 일행이 있어서 대합실에서 3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다들 어지러워서 화장실 다녀오고 차도 마시면서 정신을 차렸죠.
여행사 한 군데의 장식장에 각종 휘장이 빼곡히 붙어 있는 게 멋져보여서 기다리면서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나중에 내린 일행까지 모아서 차량으로 데려다줬는데 호텔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40분이었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이 1시 30분이라 시간이 애매하게 남더군요.몸이 좋지 않은 몇몇 일행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 쉬고 몸 상태가 괜찮은 사람들끼리 산책 겸 시내 끝에 있는 박물관을 휙 둘러보고 오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즈카 라인 경비행기 투어를 하실 분들을 위한 팁을 다시 한번 정리해 봤습니다.
* 나즈카 경비행기 투어 요령
- 가능하면 작은 비행기를 탈 것. 그래야 낮게 날기 때문에 문양을 가까이서 선명하게 볼 수 있음
-> 다만 비행기가 작아질수록 멀미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 함
- 아침 식사를 가능하면 일찍 마쳐서 소화가 다 되고 난 뒤에 비행기를 탈 것
- 멀미약 복용 필수
- 비행기 내부가 굉장히 더우니 최대한 가볍고 시원한 복장(반팔, 반바지) 추천
- 몸을 조이는 옷 입지 말 것. 멀미에 좋지 않음
- 기내가 좁기 때문에 DSLR 같은 장비 사용이 불편함. 그냥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것이 나음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521
당장 가는 건 아니고 8월 말입니다만 제 휴가 일정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 달 미리 공지합니다.
'8월 26일 저녁 8시부터 9월 12일 저녁 6시'까지 장장 18일 간 휴가 기간입니다. 페루에 있는 기간만 16일이니 2주였던 노르웨이 여행 때 기록을 이번에 깰 것 같습니다.
직항이 없어서 왕복 비행시간만 42시간이나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간을 길게 빼기도 했지만 남미 여행은 처음인지라 National Geographic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할 예정인데 그 일정과 맞추느라고 조금 무리를 했습니다.
어쨌든 그동안 별렀던 남미 대륙에 첫발을 내딛게 되니 두근두근합니다. 대략 일정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나중에 여행기에서 말씀드리겠지만 여행 준비를 하면서 페루의 식생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빠졌지만 브라질과 인접한 북부에서는 아마존 정글을 만날 수도 있고요. 펭귄과 바다사자를 볼 수 있는 해안, 나즈카 라인이 있는 대평원, 와카치나의 사막, 티티카카 호수와 마추피추가 있는 고원 지역까지.
페루도 워낙 넓은 나라이기 때문에 국내 항공을 두 번이나 타지만 차량 이동 거리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사실 오랜 여행 기간보다 고산병이 더 걱정인데 잘 되겠지요.
현지에서도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갈 예정이니 용건이 있는 분들은 이메일(walden3@gmail.com)로 연락주시면 현지에서도 최대한 빨리 답장 드리겠습니다. 바이버, 왓츠앱,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분들은 직접 연락주셔도 되고요.
블로깅은 어렵겠지만 트위터로는 현지의 모습도 자주 올리겠습니다.
이 공지글은 9월 12일까지 상단에 위치하도록 포스팅 해 둘테니 참고하세요.
덧. 실제 여행 기간만 2주, 왕복 이동 시간까지 고려하면 18일에 육박하는 가장 오랜 휴가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반려인과 제가 한 번씩 아팠고 화산 폭발도 한 번 겪었고, 무엇보다 발권한 항공권 이름이 여권과 다른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지만 잘 해결하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네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