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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트 슈피겔만의 기념비적인 만화입니다.
무려 13년에 걸쳐 준비한 역작인 이 만화는 전후 출생한 작가가 나치 수용소의 생존자였던 아버지를 오랜 시간 동안 밀착 인터뷰하여 치밀하게 재구성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다룬 저작은 이미 무수히 많이 나와 있어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고 할 법 하지만 이 만화는 다릅니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다루겠다는 작가의 집념 때문인지 몰라도 무수한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아버지의 처세술과 마찰을 빚는 자신의 모습마저도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돌아온 세상에서도 작가의 아버지는 지나친 절약 정신으로 가족 및 이웃과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켰거든요. 아내가 자살한 후 역시 수용소 생존자인 말라와 결혼했지만 사이가 좋지 않았죠.
아버지와 어머니는 강제로 헤어진 뒤 각자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기적적으로 다시 상봉했습니다만 어머니는 마음의 충격을 받은 후유증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프리모 레비를 비롯해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태인 생존자들이 많았죠. 그만큼 끔찍한 경험이었을테고 마음의 상처가 깊어서 그랬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적나라한 내용, 너무나 사실적인 그림체가 돋보이는 만화입니다.
사실주의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덧. 유태인을 쥐로, 나치를 고양이로 상징했다는 점은 좀 불만이네요. 대체 왜~~!!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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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3대 생존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프리모 레비의 시집입니다. 이 시집은 그가 생전에 펴낸 두 권의 시집인 '쉐마'와 '브레마의 선술집'을 하나로 묶은 것인데 이탈리아 최고의 시인에게 주는 '존 폴로리오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다룬 대부분의 저작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격렬한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나치의 잔학함을 피 토하듯이 고발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프리모 레비는 다릅니다. 차가운 얼음처럼 절제된 상태에서 지극히 담담한 어투로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듯이 쓰여진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도 역시나 그렇고요.
이 시집은 3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 이것이 인간인가
2부. 고통의 나날들
3부. 성찰의 시간
편역자인 이산하 선생(제주 4.3 사건의 학살과 진실을 폭로하는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해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세간에 몰고 왔고 그로 인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고초를 겪기도 한 민중 시인)이 각 시마다 친절하게 해설을 덧붙여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이 시집에는 프리모 레비가 1987년 4월 11일 투신자살 직전에 쓴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인생연감'도 실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 중 하나이죠.
시집 말미에 실린 편역자의 해설마저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프리모 레비의 저작을 소개해 왔지만 시집은 처음인 것 같네요. 프리모 레비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할 작품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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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유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치에 의한 학살과 그들의 고난에는 애도를 표하지만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며 미국의 정치, 경제계를 제맘대로 쥐락펴락하는 유대인들의 권력 남용에 반대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탈무드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사실 개신교의 교리와 배치되는 부분을 유대 율법에서는 뭐라고 말했는지가 순수하게 궁금해서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제한적 유신론자이지만 개신교는 싫어하거든요. 어쨌거나....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유대 관련서 'Jewish Literacy'를 쓴 영적 지도자이자 학자인 조셉 텔루슈킨이 쓴 책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1. 만족은 어디에서 오는가
2. 무엇을 배울 것인가
3. 유대인은 어떻게 실천하는가
4. 선행은 어떤 위력을 지니는가
5. 유혹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라는 다섯 가지 영역에서 매일 하나의 지혜를 365일 동안(안식일은 빠지기 때문에 대략 309일 동안) 묵상할 수 있도록 분류해 놓았습니다.
초반에는 마음이 울컥할 정도로 지혜롭고 감동적인 내용들이 많지만 뒤로 갈수록 유대 율법의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 때문에 기분이 슬슬 나빠지더군요. 제 가치관과 맞지 않는 부분이 꽤 되더군요.
예를 들자면 오로지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이 동물의 생명보다 더 가치있는 거라고 가르치는 부분이라든가 누군가 당신을 죽이려 한다면 일찍 일어나 먼저 그를 죽이라는 선제 공격을 정당화하는거라든가, 어떠한 형태의 반전주의도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라든가...
또 유대 율법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예수님의 말씀과는 배치되는 것이죠. 정당하게 벌 수 있다면 많이 벌어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자인 랍비들이 많죠.
제게는 종교인의 삶의 자세라기보다는 오히려 무신론자들이 살아가는 합리적인 방식처럼 보이더군요. 뭐든지 그렇지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되듯이 뭐든지 배울 점이 있는 법입니다. 부정적인 의견을 주로 피력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상당히 교훈적이고 건강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됩니다.
700페이지가 넘는 아주 두꺼운 책이고 책값도 28,000원이나 하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이 되는 책입니다. 물론 번역은 아주 쉽게 잘 되어 있어서 읽기는 쉽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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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전적인 면에서 신뢰가 가는 사람만이 종교적으로 신실하다. - 랍비 츠비 히르슈 코이도노버
* 물품이든 정보든 누군가 자기 소유가 아닌 것을 팔려 할 경우 당신에게는 그것을 구입할 권한이 없다.
* 유대 전통은 자선을 베푸는 일도 높이 평가하지만 친절을 베푸는 일을 그보다 더 높이 평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친절을 베푸는 것보다는 금전적으로 자선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 다른 사람을 돕지 않는 보다 더 큰 이유는 '게으름'이다.
* 자선을 베풀 때에는 진심에서 우러나는 마음으로 베풀어야 한다.
* 난 100명의 걸인 중 단 한 명만 실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걸인이라 해도 그들 모두에게 기꺼이 자선을 베푼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100명의 걸인 중 단 한 명이 진짜 걸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구실삼아 자선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 한 자식이 세상으로 나가면서 자기 부모조차 다른 형제자매보다 자신을 덜 사랑한다는 느낌을 갖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 요즘 나는 안식일에 집을 떠나 있을 경우, 전화로 각 아이에게 축복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물론 집에 있을 때에는 나 역시 아이들 이마에 입 맞춘 뒤 축복 기도를 올리곤 한다. 아내 말에 따르면, 내가 집을 비운 어느 안식일 전날, 당시 6살이던 딸아이 쉬라가 내가 전화로 축복 기도를 암송하는 걸 듣고 무심코 수화기를 자기 이마에 갖다 댔다고 한다.
* 엘리에셀이 배우자의 최고 덕목으로 친절함을 꼽은 것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성과 데이트를 할 때 상대가 평소 당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다는 식당 같은 데서 종업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눈여겨보는 게 더 좋다"
* 유대 윤리는 상대가 분명 사양할 것이라 예상되는 제안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유대 윤리에서는 그런 기만 행위, 그러니까 상대로 하여금 당신이 마음에도 없는 호의를 베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믿게 하는 행위를 그네이밧 다앗(마음을 훔치는 일)이라 여겨 비난한다.
* 사람들을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비방하고 모략하는 것은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일이라 여기면서도 다른 사람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사실인 말을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여긴다. 유대 율법은 그런 관점에 반대한다. 타인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할 말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라손 하라(나쁜 혀)'는 사실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모든 말을 일컫는다.
* 진실이 건설적인 목적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평화가 진실보다 더 소중한 것이다.
* 누구에게도 허용되는 것을 자신에게 금지시키려는 맹세나 서약을 해선 안된다.
* 절반이 진실이면, 전부가 거짓이다.
* 유대주의 관점에서는 다른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운 것을 보고도 침묵을 지키며 방관하는 사람을 하나님께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창세기 4:9)"라고 반문한 살인자 카인과 동일시한다. "네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 말라"라는 율법은 카인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 보인다. 토라는 우리에게 "그렇다, 넌 네 형제와 자매를 지키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 당신도 절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완벽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요구하지 말라.
* '기도하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이히트팔렐'의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자신을 심판하거나 성찰하다'이다. 이 정의는 기도의 주 목적이 봉사를 할 수 있게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해 주는 것임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 끓는 물이 세상 어느 곳에 있는 어느 사람의 머리 위에 끼얹어지든, 나머지 사람들은 비명을 질러야 한다.
* 손님을 집 밖까지 배웅하라.
* 유대주의는 좋은(선한) 사람이 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한다. 탈무드에 따르면 하늘나라 법정에 선 사람들이 처음 받게 될 질문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는가?" 또는 "돈을 많이 벌었는가?"가 아니라 "자신의 일을 정직하게 했는가?이다.
* 비탄에 빠진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가 어떤 감정, 어떤 생각, 어떤 태도, 어떤 행동을 보이든, 그걸 완전히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 하나님은 우리에게 신앙심과 선함을 요구하신다. 유대 율법은 당신의 신앙심이 당신의 선함을 능가하면 하나님은 감명 받으시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 아픈 사람에게 병문안을 갈 때는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것이 비옷이든, 논쟁이든, 또는 질문 하나에 불과하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실천의 미덕을 발휘하도록 하라.
* 어떤 측면에선, 영적이고 성스럽게 여길 수 없으며 본질적으로 세속적인 그런 직업은 거의 없다.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가기 전, 당신이 하는 일의 더 깊은 의미를 깨닫는 시간을 가져보자. 당신 일의 어디에 세상을 개선하거나 누군가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기회가 숨어 있을까? 그 기회가 있는 곳을 찾아 그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 당신이 당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하나님께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간청할 권리도 박탈당하는 것이다.
*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용서하지 말라.
* 속죄일에는 인간에게 지은 죄가 아니라 하나님에게 지은 죄를 속죄하는 것이다.
* 다른 사람의 고통에 익숙해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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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부역 청산을 하지 못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책입니다. 친일파를 숙청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기준으로 부역자를 선별하고, 어떤 벌을 가해야 할까요? 대전제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각론과 행동 수칙으로 들어가면 만만치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치에 협력한 지식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한 프랑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도서 전문 월간지 '리르(Lier)'의 편집장이며 유명한 전기 작가인 피에르 아술린(Pierre Assouline)이 썼는데 1940년 6월 18일 샤를 드골 장군이 프랑스의 패배를 인정한 뒤 독일군에게 점령된 파리가 1944년 8월 21일 해방된 이후로 진행된 나치 부역자에 대한 숙청 기록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언론과 문단에서 활약한 지식인들을 특별히 가혹하게 처벌했는데 이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통해 잘못된 생각과 신념을 퍼뜨려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작 물질적인 이득을 톡톡히 챙긴 기업가들 중에는 면죄를 받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하죠. 나중에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구형의 강도가 현저히 낮아지기는 했지만 최소한 1만 명이 넘는 기자와 작가가 처벌을 받았고 그 중 상당수가 자신의 목숨으로 죄값을 치렀습니다.
당연히 그 중에는 이중간첩처럼 행동하거나 박쥐처럼 잽싸게 레지스탕스 측에 붙어 목숨을 구걸한 사람, 인맥을 활용해 법망을 빠져 나간 사람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추잡한 모습도 엿볼 수 있죠.
프랑스와 달리 이미 해방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친일 부역자와 그 자손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공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한 우리나라의 경우 설사 청산이 가능하다고 해도 판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역 혐의가 짙은 판사들이 공판의 선고를 담당해 같은 부역자를 처벌했던 프랑스의 희비극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대어는 빠져나가고 피래미만 처벌받는 일도 당연히 생길테고요.
그냥 막연히 친일 청산이라는 대전제만 생각하다가 구체적인 그림을 한번쯤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먼 프랑스의 이야기라서 몇몇의 유명 작가를 제외하고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인물 대부분을 잘 모르는데다 이 책이 연대기의 형식을 빌고 있어 완급이 없고 문체까지 건조한 바람에 지루하고 꽤 힘든 독서였습니다. 그래서 차마 추천은 못 드리겠네요.
덧. 그래도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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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인 프리모 레비의 첫 작품 '이것이 인간인가(Se questo e un uomo, 1947, 1958)'를 북 크로싱합니다.
가스실과 화장터에 대한 자극적인 묘사 없이 파시즘을 통렬하게 비판함으로써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죽음의 광기를 고발하고 반성을 촉구한 화학자이자 철학자가 쓴 수용소 생존기입니다. 가슴 깊은 울림을 주는데다 문학적인 향기마저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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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 대학살을 다룬 자료들은 많습니다. 영화에서 여러 차례 다루기도 했고 증언록, 고백록, 다큐멘터리 등도 많고요. 그런 의미에서 얼핏 보면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라는 특이성 외에 이 책에 주목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심리학도라면 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빅터 프랭클이라는 걸출한 아우슈비츠 생존 심리학자가 있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특별한 점이 많습니다. 히틀러와 나치의 유태인 절멸 계획에 대한 피를 토하는 고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강제수용소의 처참한 현실이 자극적으로 나열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이런 류의 책에는 빠지지 않는 가스실과 화장터에 대한 묘사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돌베개 출판사가 이 책의 소개글 서두에 쓴 것처럼 이 책은 '역사를 왜,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진지한 문학적 답변'입니다. 프리모 레비는 2차 대전이 끝나면서 파시즘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우리가 역사의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그 참혹한 진실을 바탕으로 반성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경험한 그 지옥이 다시 도래할 것이고 '인간' 그 자체의 위기와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냉엄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저자 개인의 너무도 세밀한 체험기도 놀랍지만 파시즘의 위험과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그토록 애썼던 그가 1987년 고향인 토리노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유태인의 95%가 목숨을 잃고 단 5%만 돌아왔다는 통계를 본다면 그가 살아남은 것은 그야말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텐데 그는 왜 결국 목숨을 버린 걸까요? 수용소의 삶이 전쟁 이후에도 계속 연결되었고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그동안 버텨오다가 자신의 할 일을 다 마치고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간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그 답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각자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프리모 레비의 첫 저작인데 이후로 '휴전(1963)', '주기율표(1975)', '지금이 아니면 언제?(1982)',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1986)'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 모두 번역되어 들어와 있고 순서대로 모두 읽어볼 생각입니다.
단순히 수용소의 끔찍한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만만치 않은 문학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돌베개 출판사는 정말 좋은 책을 많이 출판해서 마음에 쏙 듭니다.
얼마전에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었는데 이 책에서 프리모 레비가 유태인 수용소와 러시아 수용소를 비교해서 설명한 대목이 나와 매우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덧. 저는 이 책을 읽기까지 아우슈비츠가 단일 수용소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40여개에 달하는 수용소 군집을 말하는 것이더군요. 참고로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 속한 모노비츠 수용소에 있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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