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제가 버마 여행을 하면서 느꼈거나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입니다. 2주 동안 여행을 했다고는 하나 현지에서 오래 산 것도 아니고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행자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본 것을 정리한 것 뿐이니 버마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음식
: 지금까지 여행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음식 중 가장 친숙한 맛이었습니다. 짜거나 지나치게 맵지 않으면서도 담백한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고수가 들어간 음식도 향이 강하지 않아 그다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우리나라 한상차림 같은 백반 같은 음식이 있는데다 꼭 나물 반찬 같은 음식도 많습니다. 특히 샨족 반찬 중에 우리나라 김치 같은 음식도 있어서 우리나라 멸치국수에 김치 얹어 먹듯이 샨족 국수(샨 누들이라고 부르는)와 함께 먹을 때 궁합이 정말 잘 맞았습니다. 버마 여행을 하면서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버마도 불교 국가이기 때문에 채식 인구가 많아서인지 어디를 가도 vegetarian 옵션이 있고 채식 전문 식당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만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채식인들이 여행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 종교
: 거의 90%에 이르는 국민들이 불교 신자라고 하니 가히 독실한 불교 국가(개인적인 수행을 강조하는 소승불교)라고 불러도 되겠지만 제가 볼 때는 글쎄요. 그들의 신앙심이야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지만 소위 '낫'이라고 부르는 토착 신앙도 믿고 사당마다 지폐를 주렁주렁 걸어놓은 것도 그렇고 불상에 금박을 덕지덕지 붙이는 모습도 그렇고 사원마다 커다란 시주함을 여기저기 배치해놓고 시주를 독려하는 걸 보면 제게는 거의 기복신앙처럼 보였습니다. 종교에 대한 제 편견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수 있으니 여행가시는 분들은 직접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 버마 사람들
: 뭐랄까요. 처음에는 표정이 별로 없으면서도 빤히 쳐다보는 모습에 속을 잘 알 수 없었지만 먼저 인사를 하거나 무엇을 물어보면 금방 환하게 웃으면서 친절 모드로 바뀝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아직 많이 개방되지 않은 나라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선량하고 때가 묻지 않은 느낌입니다. 먼저 다가와서 친절을 베푸는 살가움은 없지만 은근히 낯가림이 심한 저로서는 그게 더 편하고 좋았습니다. 물론 양곤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살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만달레이나 바간, 인레 쪽으로 나가면 선량하다는 제 말이 어떤 느낌인지 대번에 와 닿으실 겁니다. 여행 중에 사기 당할까, 호객 당할까 긴장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호객을 해도 질척거리지 않으며 거절하면 쿨하게 물러납니다.
* 인터넷 환경
: 제가 묵은 숙소가 대부분 고가의 숙소여서 그랬는지는 몰라서 숙소 내 무선 인터넷 환경은 괜찮은 편입니다. 물론 넷플릭스 동영상 재생과 게임을 두 개의 기기로 한꺼번에 하면 속도 저하가 확 느껴지는 수준이지만 간단한 검색이나 블로그 서핑 등을 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었습니다. 시내에서도 대부분의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에서는 무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고 양곤에서는 백화점 등에서도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길을 다닐 때는 포켓 와이파이나 유심칩을 사용해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게 빠르고 편리합니다. 저는 '도시락' 와이파이를 신청해서 갖고 다니면서 구글맵이나 '해피 카우' 같은 비건 레스토랑 앱을 사용했습니다.
* 치안
: 론플에서도 소개되어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수준입니다. 여성 혼자서 여행을 다녀도 염려할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력 사정이 좋지 못해 밤길이 좀 어둡다는 걸 제외하면 사람을 두려워할 일이 없어서 여행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다녔습니다. 소매치기나 기타 강도 등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 환전
: 버마 여행 중 가장 불편했던 부분이 바로 환전인데 현지에서 사용하는 '짯'으로 바꾸려면 100불짜리 미화 신권을 가져가야 합니다. 아무리 깨끗한 돈이라도 구겨지거나 접힌 흔적이 있으면 환전을 거절당할 수 있고 제 경우는 완전히 빳빳한 새돈인데도 발행년도가 2016년이라고 환율을 1불 당 50짯이나 덜 쳐줬습니다(영어도 안 되는데 욕 할 뻔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호텔에 묵으면서 아예 달러로 결제를 하거나 한국에서 떠날 때 완전 빳빳한 100불 신권으로만 가져가셔야 손해보거나 거절당하지 않고 환전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내의 사설환전소가 까다롭고 양곤 시내의 은행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 이 점도 참고하시고요.
* 동물
: 선진국을 가면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견주를 흔히 볼 수 있지만 버마에서는 반려동물의 개념이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냥 같이 사는 느낌입니다. 거리에 개도 많고 고양이도 많고 사원 근처에는 원숭이, 까마귀, 다람쥐도 많지만 아무도 해코지 하지 않고 어디나 동물들이 먹을 수 있는 밥과 물을 준비해 놨더군요. 대부분의 동물들이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삽니다.
* 흡연
: 흡연은 자유로운 편이어서 길을 다니면 담배 연기를 완벽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실내는 대부분 금연이라서 우리나라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다닐 만 합니다.
* 교통 사정
: 만달레이, 바간, 인레처럼 지방 뿐 아니라 양곤에서도 교통 체계가 엉망입니다. 양곤의 경우는 워낙 차량과 오토바이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교통 신호가 보행 신호로 바뀌어도 좌우 회전 차량이 그대로 진입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좌우를 살피지 않고 길을 건너다가는 차에 치이기 쉽습니다. 또한 현지인들은 아주 넓은 도로가 아니면 교통신호 상관없이 그냥 길을 막 건너다니기 때문에 교통 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아주 많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양곤에서는 대부분 일방도로라서 차량의 흐름을 읽기 쉽다는 게 다행일 정도입니다. 양곤에서 특히 길 건너실 때 조심하세요.
* 전력 사정
: 아직 전력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지 양곤 같은 대도시에서도 정전이 잦은 편입니다. 실제로 여행 중 정전을 자주 경험했고 그 때마다 상점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이런 발전기의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한번 정전이 되면 시내 곳곳에서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사용하는 기름 냄새와 소음으로 난장판이 됩니다.
* 의사 소통
: 저 같은 여행자들은 주로 관광지를 중심으로 돌아다니고 현지인과 대화를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의사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문제는 영어를 좀 하는 현지인들도 발음이 아주 독특하기 때문에 알아듣기가 정말 힘듭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T발음과 R발음을 뭉개면서 발음하기 때문에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리만으로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단어 수준에서도 못 알아들은 적이 많아서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나름 큰 호텔의 리셉션에 있는 직원들도 대부분 그런 걸 보면 제 귀가 이상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보통 여행 초반에는 갑자기 영어를 알아들으려니 귀가 익숙하지 않아 그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버마 여행에서는 2주 내내 계속 귀를 쫑긋 세우고 긴장해서 들어야 했으니까요.
* 날씨
: 건기에는 비가 한방울도 안 내리는 것 같습니다. 2주를 여행하는 동안 비는 커녕 흐린 날 조차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버마 지도를 놓고 보면 양곤은 남부에 위치해서인지 낮 최고 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갔고 습도도 높아서 낮에 돌아다닐 때는 손풍기를 사용할 정도로 더웠습니다. 양곤 공항에 내리자마자 모기가 달려들더군요. 양곤에서는 모기 퇴치제와 전자 모기향이 필요하니 준비해가세요. 하지만 바간, 특히 고지대인 인레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춥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기온차가 크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여름에 여행하시더라도 긴팔옷과 바람막이 등을 잘 챙겨가셔야 합니다. 낮에는 햇볕이 강하니 선글래스와 모자, 썬크림도 꼭 가져가시고요.
* 신발
: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그렇지만 버마에서는 사원에 들어갈 때 예외없이 무조건 맨발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헐벗은 복장도 입장 불가입니다. 입구에서 '롱지'를 빌려주는 사원도 있지만 위생 상태를 보장할 수 없으니 여성분들은 그냥 바지나 긴 치마를 입으시는 게 마음 편합니다. 사원마다 다르지만 입구에 신발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을 두거나 유료로 맡기는 시설이 있는 곳도 있지만 가능하면 신발주머니를 하나 가져가서 자기 신발을 직접 들고 다니는 걸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버마 사원은 보통 동서남북으로 입구가 뚫려 있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다른 방향으로 나오게 되거든요. 그러면 신발을 맡긴 입구를 찾아서 다시 들어가야 합니다. 당해보면 아시겠지만 이거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신발은 플립플랍 같은 가볍고 쿠션이 있는 샌들 종류를 가져가시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사원 안에서는 맨발로 다녀야 하고 사원 밖에서는 오래 걸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무거운 신발을 가져가는 게 의미없고 짐만 됩니다.
* 공항 발권
: 양곤 국제공항은 아니지만 지방 국내공항으로 가면 미리 종이에 리스트를 적어두었다가 본인임을 확인하고 출력해 둔 항공권을 나눠주는 방식이라서(단말기가 없습니다;;;) 그냥 e-ticket을 출력해서 가져가는 것이 확실한 방법입니다.
* 공기질
: 앱으로 검색해 봐도 지방은 공기질 측정을 하지 않는지 양곤을 벗어나면 공기질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는데 일부러 들고 간 휴대용 공기질 측정기로 다니면서 수시로 측정을 해 보니 양곤과 인레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만달레이와 바간은 보통 '나쁨' 수준이고 식사 준비를 위해 나무를 때는 지 아침, 저녁으로는 항상 '매우 나쁨'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셔야 하고 실제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금방 목이 칼칼해집니다. 지방은 포장도로도 많지 않고 건기에는 비도 내리지 않으니 공기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 가난
: 동물에게도 먹을 것을 아끼지 않고 베푸는 버마 사람들이기에 가난하다고 해도 거지는 없을 것 같았는데 양곤을 벗어나 시골로 내려가면 길가에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무기력하게 서 있으면서 손을 벌리고 구걸하는 사람들(대부분 노인들)이 많아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런 식으로 하루종일 서 있다고 해도 도움을 받을까 싶은데도 뽀빠산으로 가는 길에 제가 본 것만 줄잡아 수 백명은 되어 보였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빈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것 같습니다.
* 도로 사정
: 양곤 시내는 도로 포장이 잘 되어 있고 외곽 도로도 포장 도로가 꽤 많은 편입니다. 물론 아직 포장이 안 된 흙길도 많지만 계속 포장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앞으로 점점 도로 사정이 좋아질 겁니다. 다만 충격적인 건 도로 포장을 모두 사람 손으로 합니다. 롤러 정도를 제외하면 중장비가 전혀 없습니다. 흙과 자갈을 나르는 것, 아스팔트를 녹여서 섞는 것, 그걸 바르는 걸 모두 여성 노동자들의 손으로 직접 합니다. 독한 연기가 나는데도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도 꽤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 교통 수단
: 양곤을 비롯해 어느 곳에서건 호텔에서는 택시를 불러서 이동하는 게 가장 편리(대신 가장 비쌈)하고 길을 거닐 때에는 '툭툭'을 흥정해서 타는 게 여행자들이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도시 간에는 시외 버스를 타면 되고(저는 그냥 국내 항공으로 이동했지만) 지하철이나 트램 등은 없습니다. 양곤에서는 시내 버스가 있지만 외곽 지역으로 나가면 픽업 트럭을 개조해서 짐칸에 사람이 차면 출발하는 현지인 전용 교통 수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여행자가 타기에는 의사 소통도 안 되고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을 말리고 싶습니다. 보통은 택시를 불러서 타거나 '툭툭'을 흥정해서 타고 다니게 되실 겁니다.
* 물가
: 예를 들어 외국인들이 주로 묵는 호텔 바로 옆의 레스토랑이나 바, 카페의 물가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지만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식당 등의 물가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쌉니다. 예를 들어 양곤 시내에서 우리나라 타임스퀘어 같은 '정션 시티' 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려면 우리나라와 똑같은 금액을 내야 하지만 현지인 식당에서 음식 3개, 밥 추가, 음료까지 모두 합쳐도 우리 돈으로 5천 원이면 먹을 수 있습니다. 배낭 여행자가 돈을 아껴서 여행하려고만 하면 굉장히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 버마입니다. 그야말로 돈 쓰기 나름인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위생
: 론플도 그렇고 한글판 가이드북도 그렇고, 버마를 다녀온 여행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길거리 음식을 조심하라는 겁니다. 딱 봐도 위생 상태가 아니올시다입니다. 다 먹은 그릇을 설거지할 때 구정물 수준의 물로 씻은 뒤 깨끗한 물로 헹구는 걸 한번도 못 봤습니다. 게다가 나름 비닐장갑을 끼고 과일을 만지는 행상도 그대로 돈을 주고 받은 뒤 다시 그 손으로 과일을 만집니다. 나중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버마의 지폐는 정말 더럽기 때문에 그 돈을 만진 손으로 음식을 만지는 걸 보면 있던 입맛도 뚝 떨어집니다. 론플에서는 카페에서도 찬 음료를 먹을 때 얼음을 빼라는 주문을 하라고 할 정도입니다. 얼음의 위생 상태도 믿을 수 없다는거지요. 현지인 식당을 가실 때에도 비교적 깨끗하고 평이 좋은 곳으로 가시고 길거리 음식은 아예 제외하는 게 안전합니다.
* 돈
: 예전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동전을 사용하지 않고 지폐만 사용합니다. 단위는 '짯'이고 환율은 제가 여행하던 당시 1,000 짯이 750~800 원 수준이었습니다. 지폐는 50, 100, 200, 500, 1,000, 2,000, 5,000, 10,000 짜리가 있습니다. 500 짯 이하는 주로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단위이고 외국인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폐는 1,000 짯 짜리입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만큼 많이 돌아다녀서인지 소액 지폐의 상태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
* 시차
: 우리나라보다 2시간 30분 정도 느리기 때문에 시차 적응에 아주 유리합니다. 현지 시간으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시간인 7시나 8시 쯤이면 한국은 9시 30분이나 10시가 되기 때문에 슬슬 졸릴 시간이죠. 씻고 바로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6시나 7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기 때문(한국 시간으로 8시 30분이나 9시이니)에 일찍 움직이기에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