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말에
'MMPI-A 내용 척도와 보충 척도로 낮은 지능 예측하기'라는 포스팅을 통해 MMPI-A의 내용 척도와 보충 척도를 사용해 낮은 지능의 가능성을 예상하고 지능 검사 추가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적 접근법에 대해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MMPI-A의 내용 척도와 보충 척도를 사용하려면 타당한 결과 프로파일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그게 가능한 지적 수준은 대개 BIF나 BA 수준의 청소년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항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반응했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그보다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예를 들어 Mild IDD 청소년의 경우는 어떨까요? 물론 BIF, BA 수준의 청소년들도 상당수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이럴때는 MMPI-A의 타당도 척도에서부터 문제가 발견되는데 이 때
고려해야 하는 척도가 바로 VRIN입니다.
VRIN 척도는 random responding을 잡아내는데 특화된 척도인데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는 이미 유용성이 충분히 입증되어 80T(원점수 13점) 이상으로 측정된 경우 일관성 없이 답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는 경험적 증거가 충분히 축적될 때까지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지만 대략 75T이상으로 상승된 경우 타당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지능이 낮은 청소년에게서 VRIN 척도가 상승할까요?
그건 MMPI-A의 각 문항에 포함된 단어의 의미를 잘 몰라서 이 때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그냥 찍기 때문입니다.
MMPI-A를 집단으로 실시해 본 경험이 있는 임상가라면 제 말을 쉽게 이해하실텐데 검사 중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물어보라고 하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쉬운 단어의 의미도 모르는 청소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MMPI-A를 실시할 때는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절대로 아무 답이나 찍지 말고 그냥 놔두라고 지시한 뒤 나중에 평가자가 그 단어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그 자리에서 다시 답할 수 있도록 해야 VRIN 척도의 상승으로 인해 무효 profile이 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배경 정보에서 발달 지연이 관찰되거나 학업 부진을 호소하는 경우는 이 부분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특히 과거의 MMPI는 70 이상의 지능 지수를 수검 능력(testability)으로 고려했으나 MMPI-A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의 학력으로 수검 가능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전 버전에 비해 낮은 인지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실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욱 낮은 지능에 의한 응답 패턴의 왜곡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VRIN 척도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척도는 TRIN 척도인데 이 척도도 VRIN 척도 상승과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 지적 제한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단, TRIN 척도의 응답 방향이 T(True)가 아닌 F(False)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문항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찍기는 하지만 대충 내용을 보아하니 부정적인 것 같으니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려고 '아니다'로 응답하는 경향성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해 보자면, MMPI-A의 VRIN 척도 내지는 TRIN 척도(F응답경향인 경우)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한 경우 일차적으로 지적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이 아닌지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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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에
'학교 적응을 못하는 아동을 심리평가할 때 고려할 점'이라는 포스팅에서 학교 부적응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지적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을 고려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거지만 문제는 개인 지능 검사가 종합심리평가 내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평가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지능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만 하는 아동/청소년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다면 현장 임상가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아동/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선별심리평가 도구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MMPI-A를 활용해 낮은 지능의 가능성을 예상함으로써 지능 검사를 실시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척도는 A-las 내용 척도와 IMM 보충 척도입니다.
* 1단계 : A-las 척도의 상승 + A-las1 척도의 상승
(모 척도는 최소 60T 이상, 소척도는 최소 65T 이상 상승 필요,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A-las 척도(낮은 포부)는 16문항으로 구성된 내용 척도로 관련 연구 결과 저조한 학업 수행 및 학교 활동 참가 회피의 가장 좋은 측정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las 척도에는 두 개의 소척도가 포함되는데 A-las1(낮은 성취성)과 A-las2(주도성 결여)입니다. 당연히 둘 다 높다면 좀 더 확신을 갖고 수검자의 지적 제한을 예상할 수 있지만 둘 중 A-las1 척도가 좀 더 분명하게 지적 제한 문제를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즉,
A-las 모척도가 60T 이상 상승하고 A-las1 소척도가 65T 이상 상승하면 낮은 지능을 의심해야 합니다.
조금 극단적인 반례를 들면, A-las2(주도성 결여) 척도는 상승하는데 A-las1(낮은 성취성) 척도는 상승하지 않는 경우는 낮은 지능보다 학습 의지 박약이나 수동성, 학업에 대한 무관심, 목표 상실 등의 요인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 2단계 : IMM 척도의 상승 (최소 65T 이상 상승,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IMM 척도(미성숙)는 1992년에 Archer, Pancoast 및 Gordon에 의해 개발된 척도로 총 43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척도 이름처럼 점수가 높을수록 수검자가 더 미성숙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령 증가와 부적인 상관을 보이기 때문에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똑같은 점수일 경우 중학생에 비해 고등학생이 더 미성숙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IMM 척도에 포함된 문항들은 자신감의 결여, 통찰과 내성의 결여, 인지적 복합성의 결여, 자기 중심성, 적대감과 반사회적 태도와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는데 연구 결과 남녀 모두에서 학업상의 어려움과 높은 관련을 보였습니다.
A-las 척도의 상승(+A-las1의 상승)만으로도 낮은 지능과 그에 따르는 낮은 학업 성취도, 학교 부적응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IMM 척도까지 동반 상승한 경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처 능력 및 경험의 부재까지 겹치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1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낮은 지능(ID보다 BIF나 BA가 더 문제)을 의심해야 하며 최소 생활기록부 점검과 발달력 탐색을 해야 하고 표준화된 지능 검사의 추가 실시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에서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면 수검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별개로 해석상담과 부모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이 야기되는 것이니 A-sch 내용 척도의 상승도 예상할 수 있지만 경험적으로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A-sch 내용 척도도 동반상승한다면 당연히 더욱 신뢰롭게 해석할 수 있지만 A-sch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해서 낮은 지능에 의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없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죠.
즉, 2단계 점검 과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낮은 지능에 의한 성적 저하와 이에 따르는 학교 부적응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A-sch 척도의 상승까지는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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