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샤 검사를 마스터하는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많지만 그 중 두 가지만 꼽으라면 구조적 요약의 복잡성과 채점의 어려움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죠. 채점이 정확하지 않으면 구조적 요약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조적 요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상에 비해 상담에서는 구조적 요약까지 꼼꼼하게 익히지는 않지만(사실 임상 수준으로 꼼꼼하게 익혀야 합니다;;;) 내용 분석이나 질적 분석만 한다고 해도 채점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그러니 정확한 채점을 할 수 있느냐는 로샤 검사의 해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로샤 채점이 어려운 이유는 채점 체계가 구조적 요약 만큼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채점 체계가 워낙 오래된 것이어서 최근 수검자의 응답 내용을 반응하지 못하기도 하고 채점자가 어떻게 채점하느냐에 따라 달리 채점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습니다. 로르샤하 워크북에 있는 소위 '300제'의 채점 내용도 정확도를 완벽히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거든요.
때문에 로샤 채점에 있어서 만큼은 어느 누구도 자만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경험 많은 채점자라고 해도 채점의 실수가 있을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채점의 오류를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채점자의 채점 패턴은 이와 다른 문제입니다. 채점자가 일정한 채점 패턴을 갖고 있는 경우 이건 채점 내용 뿐 아니라 구조적 요약에도 일정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채점 패턴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는데, 너무 보수적으로 채점하는 것, 너무 너그럽게 채점하는 것, 쌍반응을 많이 주는 것, popular 채점에 인색한 것, 특수점수를 많이 주는 것, 복합 결정인 채점을 많이 하는 것, F 결정인을 자주 채점하는 것, 운동반응을 일정한 방향(p 또는 a)으로만 채점하는 것, 반응 영역 시 S채점을 자주 놓치는 것 등등 무수히 많습니다.
각 채점 패턴이 구조적 요약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익히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패턴을 교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패턴 교정을 위해서는 외부 평가자의 시각이 필요한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험이 풍부한 supervisor에게 점검을 받는 것이죠. 매 사례마다 점검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동료나 동기와 각각 채점을 한 뒤 채점 결과를 비교하면서 패턴을 찾아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자신에게 일정한 채점 패턴이 존재한다면 이를 교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채점 연습을 한다고 해도 결과 해석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로샤 채점 공략을 위해서는 반드시 채점 패턴을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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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임상에서 수련을 마치고 상담 영역으로 처음 넘어와서(?)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던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문장완성검사(SCT)의 내용을 일일이 타이핑해서 정리하는 거였습니다.
상담 내용을 녹음한 verbatim을 축어록으로 푸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임상 심리학 분야에서는 아무도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타이핑하지 않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도대체 저런 짓을 왜~'하는 당혹감이 들었죠.
어쨌든 저는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타이핑 해서 정리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정확도가 떨어진다
: 보통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은 '개인', '성', '가족', '대인 관계'의 네 가지 범주로 구분해 정리하는데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각 범주 안에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5~6개의 하위 범주가 더 있습니다. 문제는 이 범주에 따라 문항을 나누는 기준이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죠. 센터마다, 기관마다, 학교마다 제각각입니다. 10년도 더 전부터 이 기준의 근거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있지만 대충이라도 제게 알려준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위에서 시킨대로, 과거에 해 오던 관례대로 구분한다는 답만 들었습니다(혹시 근거를 알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이 참에 제보 부탁합니다). 만약 과거 누군가(일종의 선구자)가 주먹구구식으로 나눈 기준을 지금까지 검증도 하지 않고 적용해 사용하고 있다면 엉터리로 내용 분석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실제로 수많은 버젼이 존재하는 청소년용 문장완성검사는 말 할 것도 없고 어느 정도 50문항 버젼으로 통일된 성인용 문장완성검사도 가이던스에서 판매하는 것과 시중에서 흔히 복사해서 사용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문항의 내용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기준도 사람마다 제 각각, 사용하는 문장 완성 검사의 유형도 제 각각이므로 정확도가 높을 수가 없죠.
제 이야기가 믿기지 않는 분들은 다른 기관에서 일하는 동기나 선배에게 연락해서 그 기관의 내용 분석 틀을 구해보세요. 동일한 종류의 문장 완성 검사 문항조차도 미묘하게 다른 범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2. 정성적 자료가 누락된다
: 문장완성검사는 내용 분석만 할 수 있는 심리검사 도구가 아닙니다. 필압, 필압의 변화, 맞춤법, 띄어쓰기 등의 질적 분석도 내용 분석만큼 중요합니다. 오히려 우울 장애, 불안 장애, 학습 장애, ADHD, 지적 장애, 강박 장애 등의 병리적 문제를 변별하기 위해서는 내용 분석보다 질적 분석이 더 유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이핑을 하게 되면 질적 분석을 위한 정성적 자료가 몽땅 날아가게 됩니다. 꼼꼼한 평가자라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의 오류까지 그대로 옮길 수 있을테지만 아무래도 수검자가 직접 작성한 원자료의 정보가를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필압 같은 건 타이핑을 해서 옮길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3. 비효율적이다
: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많은 상담 분야에서 문장완성검사 내용의 타이핑은 업무량을 쓸데없이 가중시키는 일입니다. 축어록 풀랴, 가족력, 발달력 조사하랴, case formulation에 필요한 자료 모으는 것도 엄청난 일인데 거기에다 심리검사 자료까지 타이핑 하는 건 불필요한 시간 낭비입니다. 처음 타이핑한 자료를 보고 저는 제가 학부 때 강의 내용을 한자 섞어서 손으로 노트 필기한 뒤 제출하라고 했던 구닥다리 교수들 생각에 몸서리가 쳐지더군요. Siri와 대화하고 말로 동작 명령을 수행하는 시대에 이게 무슨 쓸데없는 짓입니까. 그럴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문장완성검사지를 20번 차근차근 정독하는 게 훨씬 더 낫습니다. 수검자의 입장에 서서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수검자의 의도가 눈에 들어오고 내용의 흐름이 보이게 됩니다. 그게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죠.
4. 기계적 분석이다
: 문장완성검사의 문항들은 각기 나름의 의도를 갖고 있고 당연히 정서를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문자완성검사에는 비슷한 내용의 문항이 반복되죠. 예를 들어 성인용 문장완성검사 50문항 version의 경우 2번 문항과 50번 문항에서 아버지에 대해 묻습니다. 그런데 수검자가 2번 문항에 답할 때 아버지에게 느끼는 감정과 문장완성검사를 거의 마친 마지막 문항에서 아버지에 대해 답할 때의 감정은 당연히 같을 수가 없습니다. 보통은 아버지에 대한 공감이나 측은지심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분노, 냉소, 거리감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죠. 이럴 때 아버지에 대한 문항을 한 곳에 모아놓으면 수검자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미적지근한 물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문장완성검사는 수검자의 눈높이에 맞춰 펄펄 뛰는 감정선을 따라 이해해야 진가를 발휘하는 대표적인 심리검사도구인데 이런 식으로 기계적으로 분석하면 안 됩니다.
문장완성검사 내용이 타이핑 된 자료를 볼 때마다 저는 온전한 사람을 조각조각 분해한 뒤 얼기설기 재조립한 프랑켄슈타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모습을 대충 갖추고는 있지만 그건 진정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죠. 거기에는 수검자 본인의 생생한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문장 완성 검사의 내용을 타이핑하는 것에 대해 재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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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T,
Sentence Completion Test,
verbatim,
내용 분석,
문장완성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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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검사,
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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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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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주)하이원에서 운영하는 KLACC의 강성군 선생님, 충남대 심리학과의 김교헌 선생님, 경상대 심리학과의 이민규 선생님,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학과의 임지영 선생님이 한국 건강심리학회지(2010, Vol 15, No. 3, 569-581)에 publish한 '도박중독의 측정: KNODS, KCPGI 및 KSOGS의 비교' 논문의 요약 및 나름의 분석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국내 카지노 이용자 1,375명
* 측정 도구
- K-NODS, K-SOGS, K-CPGI
- 도박행동 관련변인
(도박 시작 연령, 하루 최대 판돈, 카지노 출입 월 평균 횟수, 1일 평균 도박 시간, 1회 방문 시 체류 기간)
* 분석 방법 : 내용 분석, 신뢰도 분석, 요인 분석, 상관 분석
* 연구 결과 1. K-SOGS가 도박중독 유병률을 과대추정하는 이유는 돈을 빌리는 출처에 관한 문항이 45%에 달하기 때문2. 측정내용, 신뢰도, 타당도, 분류 일치율의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K-CPGI가 심리측정적으로 가장 적절한 도구임
개인적으로 이 논문은 문제라고 생각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서 comment가 좀 많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들만 보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김교헌, 이민규 선생님의 이름이 들어간 논문이 이 정도 수준이라니 매우 놀랐습니다.
* 월덴지기의 comment
* 조사 대상의 문제
: 연구자들도 제한점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사행산업 이용객을 대상(도박 중독자가 아니라)으로 한 연구라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도록 개발된 K-CPGI를 사행산업 이용자인 카지노 이용객에게 적용하는 것 자체가 결과의 해석 및 일반화 가능성에 심각한 제약이 될 것으로 보임.
* 내용 분석의 문제
1) McMillen & Wenzel(2006) 분류 범주의 문제
: 도박 중독 진단의 중요 기준 중 하나인 ‘금단 증상’이 범주에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은 도박 중독을 장애 모형의 관점에서 보지 않겠다는 이론적 전제를 이미 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처럼 포괄성이 낮은 분류 범주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 굳이 예를 들자면 1미터 짜리 줄자로 1.2미터 호수의 수심을 측정하겠다고 덤비는 꼴.
2) McMillen & Wenzel(2006) 범주에 대한 문항 할당의 문제
2-1) 내용 분석에서 연구자들이 ‘문제 인식’ 범주로 분류한 K-NODS의 문항은 ‘재정적 문제에 대한 구조요청’이 주 내용이므로 문제 인식이 아니라 ‘금전 문제’ 범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함.
2-2) 금전 문제를 제외한 ‘관계 손상’ '타인의 비난‘ 등 도박 중독의 폐해를 입증하는 중요한 구성 개념을 부정적 결과(개인)라는 단일 범주로만 분류하고 있어 각 척도 고유의 내용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
3) 내용 분석 절차의 문제
: 내용 분석을 어떤 연구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실시했는지에 대한 절차 설명이 전혀 없음. 내용 분석은 질적 자료를 양화하는 과정이므로 주관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취약성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적절한 과정을 거쳤는지가 중요한데 본 연구에는 이 부분이 누락되어 있음.
4) 내용 분석 결과 해석의 문제
: 연구자들은 내용 분석 결과 세 척도가 내용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정작 11개의 범주 중 세 척도에서 모두 발견되는 범주는 단 4개에 불과하여 36%의 내용만 공통되는 것으로 나타남. 게다가 앞서 지적한 것처럼 ‘문제 인식’ 범주로 분류한 K-NODS의 문항을 ‘금전 문제’ 범주로 재분류하면 그나마 3개로 줄어듦.
* 구성 개념 타당도 문제
: 본 연구에서는 K-NODS가 2요인 구조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나 K-NODS를 사용한 기존 연구들에서 일관되게 1요인 구조가 산출된 것과 다른 결과인데 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음.
* 준거 관련 타당도 문제
: 준거 관련 타당도는 검사 도구에 의한 점수와 어떤 준거와의 상관계수에 의해 검사 도구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방법으로 다른 검사 점수가 준거로 사용되는 경우 공존 타당도(concurrent validity)라고 함. 이 때 중요한 것은 기존에 타당성을 입증받은 검사와의 관계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므로 본 연구에서 공존 타당도를 검증하려면 5개 도박 행동 관련 변인과 도박 중독 또는 도박 문제의 관계에 대한 타당성이 기존에 입증되어 있어야 함. (그렇지 않으면 연구자가 타당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변인을 임의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으므로). 따라서 최소한 카지노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타당도 연구 결과 등 관련 근거가 제시되어야 함. 실제로 다섯 변인 중 ‘도박 시작 연령’ 변인은 세 척도와의 상관이 모두 유의미하지 않았으며 상관이 가장 높은 ‘도박 경험 중 하루 최대 판돈’ 변인과의 상관도 .40에 불과하여 설명량이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과연 이 준거 변인들이 도박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변인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거둘 수가 없음. 따라서 K-CPGI가 상대적 예측력이 높다는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결과일 수도 있음(이 논문의 가장 큰 문제).
* 분류 일치성 문제
1) 신뢰도, 구성 타당도, 준거 관련 타당도가 높다는 근거로 K-CPGI를 기준으로 분류 일치율을 살펴보았으나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 타당도가 높다는 것을 담보하지 않으며 구성 개념 타당도와 준거 관련 타당도 모두에서 문제가 발견되었으므로 K-CPGI를 기준으로 분류 일치율을 구하는 것이 부적절함. K-NODS, K-SOGS를 기준으로 한 분류 일치율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겠음.
2) 본 논문의 결과 말미에서 K-NODS와 K-SOGS의 분류는 문제 도박자 집단에서 거짓 음성(false negative)의 오류가 높다고 주장했으나 표 4에 따르면 K-CPGI에서 문제 도박으로 구분된 사람 중 K-SOGS에서 문제없음으로 분류된 사람의 비율이 4.8%, K-NODS에서 저위험 도박자로 분류된 사람의 비율은 0.8%에 불과하므로 거짓 음성의 오류가 높다는 주장 자체가 잘못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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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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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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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준거 관련 타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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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질적 연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온통 자료를 양화하는 양적 연구방법론만이 바이블인 것처럼 교육받아왔지만 양적 연구방법론이 모든 것이고 답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석사 논문을 쓸 때에도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를 동시에 진행했고 SAGE사에서 출판되는 Qualitative Research 시리즈도 구입해서 보고 있습니다(SAGE의 Qualitative Research 시리즈는 질적 연구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어쨌거나 작년에도 이렇게 질적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는 마당이 열렸다는데 무슨 일인지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해 놓쳤고 올해에 겨우 참석했습니다. 모든 발표를 다 들으려고 했는데 내용을 보니 동일한 내용 분석법과 코딩 기법을 사용한 것 같아서 저와 관련된 '불법도박자의 중독과정에 대한 질적분석 예비연구'와 '도박중독자 아내들의 정서적 경험, 공동의존성향 및 수용-전념 치료의 효과성에 대한 내러티브탐구'만 들었습니다.
첫번째 발표에서는 사감위에서 작년에 발주한 용역 연구의 일환으로 33명의 불법 도박자를 인터뷰해서 그 내용을 모두 녹취한 뒤 개방 코딩(open coding) -> 축 코딩(axial coding) -> 선택 코딩(selective coding) 중 축 코딩까지 진행된 결과가 소개되었습니다. 내용은 제가 불법 도박자에게 기대했던 것과 일치했지만 내용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교차 분석자 및 내용 분석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사실 질적 연구에서 narrative를 풀어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차 분석자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입니다), 33명의 불법도박자 중 여성이 10명이나 되길래 여성 집단에 특화된 내용은 없었느냐고 질문하니 그럴 생각 자체를 못한 것 같았습니다. 남성 도박자와 여성 도박자의 특성이 많이 다르다는 것은 현장에서는 상식에 속하는 것으로 흔히 action gambler Vs. escape gambler의 구도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거나 질적 분석의 성공 여부는 narrative를 풀어내는 집단이 얼마나 homogenous한지인데 23명의 남성도박자와 10명의 여성도박자를 homogenous한 집단으로 간주하고 그냥 섞어서 분석한 것이 제가 보기에는 가장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두번째는 8주 동안 6명의 도박자 아내에게 실시한 ACT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사전 작업으로 실시한 질적 분석 결과 발표였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연구의 문제도 연구 대상자 집단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대상자 전원이 단도박 모임을 통해 involve되었고 단도박 모임 참석 기간이 오래되어 프로그램 적용 전 심리적 불편감 수준이 별로 높지 않았다는 것(그러니 프로그램 전 후의 차이가 없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죠), 그리고 단도박 모임의 특성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의 자발적/비자발적 수용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발적인 의뢰자를 대상으로 해서 집단을 다시 구성하고 분석하기 전까지는 이 연구의 결과를 그대로 신뢰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도박자의 아내를 상담할 때 보면 acceptance 주제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ACT가 도박자의 가족에게 확실히 효과적인 치료법일거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제대로 배워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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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 검사에 대해 정신분석적 접근을 시도하는 Lerner같은 학자들은 로샤 반응의 내용이 내포한 정신분석적 의미에 주목합니다. 따라서 엄밀한 채점 체계를 통한 구조적 요약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 분석을 통해 피검자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로샤 반응을 내용 분석할 때 특히 유용하고 풍부한 자료의 원천이 되는 부분은 반점의 고유 특징보다는 반응에 덧붙여진 정교화와 세부적인 설명들입니다.
내용 분석 시 염두에 두어야 할 또 다른 유용한 구성 개념은 '내적 대상 관계'입니다. 이는 로샤 반응을 대상관계이론적으로 해석하는 것인데 내적 대상 관계란 과거에 외부 세계에 존재했던 관계에 대한 내적 표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내적 대상 관계가 초기 대상 관계의 내재화에서 파생되고, 그 다음에 내적 대상 관계는 현재 대상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내적 대상 관계의 세 가지 구성 요소는 자기 표상(self representation), 대상 표상(object representation), 이 둘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표상입니다.
* 자기 표상과 대상 표상에 속하는 특징 결정의 어려움
: 상호작용에 대한 표상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간단하며 반응에서 직접 추론할 수도 있지만 자기 표상, 대상 표상에 속하는 특징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3번 카드를 새의 머리의 형상을 한 남자 외계인한테 얻어맞고 있는 연약하고 허리가 굽은 여인"이라는 반응이 있다면 자기 표상이 여성이냐, 남자 외계인이냐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피검자가 수동적이거나 반대로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지 결정하고자 한다면, 다른 검사 반응 및 검사자와의 상호작용의 성질을 포함한 전체 검사 행동을 통해 추론해야 합니다.
그럼 몇몇 학자의 분석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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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비도적 내용
1. 수준1 : 노골적인, 직접적인, 원초적인 리비도
- 구강 수용적 : 입, 가슴, 빨기, 굶주림
- 구강 공격적 : 이빨, 식인, 깨물기, 기생충
- 항문 : 엉덩이, 똥, 치질
- 성적인 : 성기관, 사정, 성교
- 노출증적/관음증적 : 나체, 노출
- 성적 모호함 : 동성간 키스, 유방과 남성 성기가 달린 사람
2. 수준2 : 간접적, 통제된, 사회화된 리비도
- 구강 수용적 : 위장, 키스하는 것, 술주정뱅이, 음식
- 구강 공격적 : 무는 것이 특징이며 이로 인해 두렵게 느껴지는 동물(악어, 게, 거미), 언어적 공격(논쟁)
- 항문 : 장, 화장실, 메스꺼움, 오물
- 성적인 : 키스하는 것, 연애하는 것, 꽃의 성기관
- 노출증적/관음증적 : 속옷, 곁눈질, 훔쳐보기, 관찰하기, 뽐내며 걷기
- 성적 모호함 : 의상도착증, 이성 옷 입기
* 공격적 내용
1. 수준1 : 살인적 또는 명백한 가학/피학적 공격성
- 공격(가학적 공격) : 생생한 가학적 공상, 사람 또는 동물의 전멸, 고문
- 공격의 희생(피학적) : 극단적인 희생화, 극단적 무력감, 자살
- 공격의 결과(여파) : 썩은, 부패한, 절단된 부분들, 대재앙
2. 수준2 :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적대성 또는 공격성
- 공격 : 폭발, 싸움, 불, 무서운 인물, 무기, 발톱
- 공격의 희생 : 고통스러워하거나 상처 입은 사람이나 동물, 무서운 사람 또는 동물,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인물이나 대상
- 공격의 결과 : 상처 입거나 훼손된 사람이나 동물, 신체 일부의 소실, 피, 폭풍이나 화재의 여파
* 동떨어짐(Remoteness)
: 거리감의 개념으로 대상과 거리를 두는 경향성을 반영
- 민족적 : 피검자의 인종과 다른 인물(러시아 무용수, 일본 씨름 선수 등)
- 지형 : 먼 다른 지역 출신으로 묘사(아프리카 여자, 화성의 우주인 등)
- 시간 : 과거나 미래의 인물로 묘사(궁중의 어릿광대)
- 묘사 : 그림이나 데생, 조각으로 묘사됨
* 맥락(Context)
- 문화적 : 반응이 의식, 관습, 신화 또는 다른 사회적 현실의 맥락에 있음(서커스 단원, 부족의 의식 등)
- 이지적 : 과학적, 전문적 또는 기술적 사실 또는 지식이 포함됨(척수를 해부한 것 등)
- 유머 : 익살스럽고 기발한 것(회의에 참석한 벌레 등)
* 부정
: 충동의 부인과 관련이 있고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
- 부인(disavowal) : 은연중에 반응에 섞여 있는 것(처녀, 천사 등)
- 부정적인 용어가 넌지시 나타나 있는 것(이 사람들은 화가 난 게 아니에요 등)
* 최소화
: 인간이나 동물 대상이 풍자만화나 시사만화의 인물로 변화되는 것이 해당
* 거부
: 반응을 보여다가 다시 철수하거나 그런 반응을 했던 것을 부인하는 것
보기) 화난 두 사람, 아니 잠깐만요, 화난게 아니고 걱정하고 있어요
닫기
1. 자기애적 반영(narcissistic mirroring)
: 거울이나 반영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반응들에서 표현, 자기 몰입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
2. 공생적인 병합
: 병합, 융합, 재결합을 향해 강하게 밀고 나가는 것
보기) '샴쌍동이 같이 두 여인이 서로 붙어 있다"
3. 분리와 분열
보기) '이 두 개가 한때는 연결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 떨어져 있어요', '한 동물이 두 개로 나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등
4. 변용과 변형
: 매우 초기의 미발달된 자기개념이 있는 단계
보기) '태아', '애벌레'와 같은 주제로 나타난다.
닫기
* 방어 기제 : 분열(splitting)
: 양극단으로 인물을 기술하는 경향성으로 나타남
-> 인간 모습의 부분들을 상반되게 기술 : '거인인데 하체는 위험하지만 머리는 온화해 보여요'
-> 두 인물이 서로 상반되게 반응하는 것 : '두 사람인데 남자는 비열하고 여자에게 소리치고 있지만 여자는 천사 같은데 거기에 가만히 서서 그냥 묵묵히 듣고 있어요'
-> 내재적으로 이상화된 인물을 변질 : '머리 없는 천사'
-> 내재적으로 평가절하된 것을 고양시키는 반응 : '따뜻한 미소를 짓는 악마'
출처 : 로샤 검사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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