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자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미루어 짐작하는, 정작 도박자의 가족이 상담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도박 중독이 과연 나을 수 있는 병인가요?"입니다.
대중 매체는 연신 도박 중독이 불치병이며 몇 십년이 흘러도 재발하는 무서운 병이라고 도박 중독의 폐해를 강조하는 선정적인 나팔을 불기 바쁩니다. 단도박 모임에서도 완치라는 말을 쓰는 걸 두려워합니다. 도박 중독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니 단도박 모임을 절대로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하물며 도박 중독이 과연 나을 수 있는 병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치료자들도 있습니다.
심리학에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와 반대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용어인데 희망을 잃거나 더 나빠질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실제로 병이 더 악화되거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걸 말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에도 어김없이 노시보 효과가 작용합니다. 당연히 완치된다고 생각해도 치료하기 쉽지 않은 병이 도박 중독인데 절대로 완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제대로 된 치료 효과가 나타날 리 만무하죠.
단도박 모임에서 자만심을 경계하기 위해 도박 중독을 완치가 없는 병이라고 이야기하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초심자와 그 가족을 좌절시키고 싸워보기도 전에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아셔야 합니다. 첫 단도박 모임에서 절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더 좌절했다고 보고하는 가족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제가 볼 때 단도박 모임을 그렇게 오래 다니면서도 여전히 불안하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 협심자는 단도박 모임의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도박 중독이 절대로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단정짓고 지레 겁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 다른 글(
'단도박이 아니라 탈도박이다' 참조)에서 저는 단도박이 아니라 탈도박이라고 부르자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치유는 도박을 하지 않는 단도박 기간을 단순히 연장하거나 도박을 하기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과 마음가짐으로 무장한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탈도박하게 되면 더 이상 재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정한 치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도박 중독은 절대로 불치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은 분명히 나을 수 있는 병입니다. 재발에 주의해야 하는 병임에는 틀림없지만 두려움에 떨고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도박 중독이 불치병이라고 믿는, 그래서 평생 재발을 두려워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해서는 안 됩니다. 구원이 없다고 믿는 목사가 구원에 대해 설교하면 되겠습니까? 자살 관련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Paul Quinnett이 한 말, "자살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담자는 자살하려는 사람을 상담하지 마라"는 말은 도박 중독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도박 중독이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믿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지 마세요! 그것이 오히려 도박자와 가족을 돕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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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서점에 나가보시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심리학 관련 도서의 풍년입니다. 특히 긍정심리학과 행복을 다루는 책이 인기임을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자, 여기에서 문제 나갑니다.
행복에 대한 책을 누가 사서 볼까요? 현재 불행해서 행복해질 방법이 필요한 사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여행 관련 서적을 찾아서 보고, 자기 계발에 성공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 쓴 다른 자기 계발서를 뒤져보듯이, 주로 이미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에 대한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제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기뻐하고, 자신이 몰랐던 내용을 하나라도 발견하면 냉큼 인생에 추가해서 점점 더 행복해집니다. 이 책의 저자도 그 점을 지적하고 안타까워하더군요.
이 책의 저자인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은 외과의사였다가 코미디언으로 전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웃음으로 더 많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의사보다 코미디언이 낫다는 그의 말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이 책은 제가 읽어본 행복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습니다. 행복은 주관적인 만족감이니 하면서 뻔한 소리를 하거나, 호르몬 어쩌고 하는 과학 이야기만 늘어놓는 책만큼 저를 불행하게 만드는 책이 없죠. 그런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키득거리면서 감자칩이라도 얌냠 먹으면서 읽으면 그만입니다.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촌철살인의 사진들과 종이 공작은 보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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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 체험을 담당하는 우리 뇌의 모듈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행복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이다.
-> 행복은 목표 달성이 아니라 달성 과정 그 자체이죠.* 행복은 불행의 부재 - 쇼펜하우어* 웃어라, 그러면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코를 골아라, 그러면 홀로 잠들게 되리라.
-> 정말로 그렇더군요. ㅠ.ㅠ* 마법적 사고의 어두운 면을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로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부른다.* 우리가 불행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으려면 그럴 기회와 능력을 먼저 갖추고 있어야 한다.
* 익숙한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목표가 매력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목표에 이르는 길 또한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 그래서 자주 운동을 나가기 위해 쿠션이 좋은 운동화와 버프, 모자를 샀습니다. ^^;;;* 행복은 지나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행복과 새로운 학습 경험을 위한 자리가 생길 테니까요.
-> 행복을 채우는 과정 자체가 행복이죠.
* 나이가 들기 때문에 놀이를 멈추는 게 아니다. 놀이를 멈추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것이다.
* 인생은 돌고 돕니다. 1살짜리 아기의 성공은 대소변을 가리는 것이고, 25세에는 성행위, 50세에는 돈이 성공이며, 75세에는 여전히 성행위를 하는 것이, 그리고 90세에는 다시 대소변을 가리는 것이 성공입니다.
*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고 하나같이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른들 자신이 그 대답을 절실히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이 당신의 천직인지 알고 싶으면 '나는 돈을 받지 않아도 이 일을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 우리가 자신을 남들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우리가 남들에 대해서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죽어야 한다고 삶이 우습지 않은 것은 아니며, 우리가 웃는다고 삶이 진지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 버나드 쇼
* 죽음의 순간에 우리를 후회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잘못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하지 못한 일이다.
이 책의 대상은 심리학도가 아닙니다. 행복에 대한 심리학적인 접근법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다른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행복해지고 싶은 분들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행복에 익숙해지라고 쓴 행복 입문서입니다. 촌철살인의 해학과 유머가 번뜩이는 책입니다. 행복에 이르는 논리정연하고 깔끔한 방법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다소 어수선하고 정신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만 이미 행복한 분들에게는 매 구절구절이 분명 공감되실거라 생각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덧2. 이 책의 겉표지를 보시면 펭귄이 있는데 행복을 설명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만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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