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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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예전에 남북전쟁 이전에는 남부와 북부에서 살던 흑인들의 처지가 완전히 다를테니 북부에서 자유롭게 살던 흑인들을 남부로 납치해서 팔아먹는 놈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잠시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더군요;;;;;
1808년에 노예 수입이 금지된 것과 상반되게 1790년에 6개에 불과하던 노예주는 계속 늘고 있었기 때문(링컨이 노예해방을 선언하던 1863년에는 15개까지 늘어났음)에 노예 수요가 부족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것이죠.
그래서 미국 내 자유주에서 흑인 자유인을 노예주로 납치해 와 팔아먹는 납치 사건이 횡행하게 됩니다.
왕년의 명배우 스티브 맥퀸이 감독하여 만들어 내 이 묵직한 영화는 바로 이 납치 사건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유주인 뉴욕주에서 바이올린 연주가로 활약하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던 솔로몬 노섭이라는 자유인이 1941년 백인들에게 공연 제안(사실은 미끼)을 받고 따라간 워싱턴에서 납치되어 루이지애나로 팔려가 하루 아침에 노예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12년의 지옥같은 생활을 견디고 노예제에 반대하던 한 백인 캐나다인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구출되면서 1853년 1월 가족의 품으로 귀환하게 되고 1년 뒤 동명 소설을 출판하게 되죠. 이 영화는 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솔로몬 노섭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캐나다인으로 브래드 피트가 출연하는데 브래드 피트가 운영하는 제작사 플랜 비가 바로 이 영화를 만든 제작사입니다.
헐리우드의 상업성을 맨날 욕하면서도 그들의 저력에 탄복하게 되는 건 자신들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는 민감한 소재인데도 과감하게 만들어 내는 뚝심이 있기 때문이죠(물론 한편에는 흥행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을 것 같지만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명연기로 유명한 치웨텔 에지오포가 솔로몬 노섭 역을 맡아서 열연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인간적인 양심과 남부 백인 농장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을 잘 소화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이 역을 따내기 위해 정식으로 오디션을 봤다고 합니다;;;), 뼛속까지 인종차별주의자인 악랄한 농장주 역할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 그리고 이 영화 한 편으로 일약 헐리우드가 주목하는 핫한 여배우로 뛰어오른 루피타 니뇽오의 연기도 소름 돋더군요.
묵직한 주제, 중후하면서도 강렬한 연기, 거기에 한스 짐머가 담아낸 아름다운 음악까지 뭐 하나 나무랄 곳이 없는 영화입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한 인간의 숭고한 투쟁을 다룬 영화 '노예 12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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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은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 벌써 몇 년 째 도박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싸우고 있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지를 않습니다. 항상 소름끼치고 무섭습니다.
그런데 제가 도박중독이 왜 무섭냐고 물어보면 주로 많이 나오는 답은 '재산이 거덜나니까'와 '가정이 파괴되니까'입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재산을 다 잃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죠. 더더군다나 소중한 가족이 해체된다는 생각을 하면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도박중독이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내 자유 의지를 빼앗기고 도박 충동의 노예로 평생 살게 되는 것입니다.
내 맘대로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못하고 도박 충동이 시키는대로 줄에 매달린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시키는대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러시안 룰렛 게임처럼 총구를 박차고 나온 총알이 내 머리를 박살낼 때까지 계속 방아쇠를 당기게 되는 겁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요.
이게 도박중독이 가장 무서운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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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매년 약 40~50명에 이르는 임상심리전문가와 그와 비슷한 수의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이 배출됩니다. 운좋게도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TO가 있는 병원에서 전문가 수련을 받아서 동시에 두 가지 자격을 동시에 취득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한 해 임상 현장으로 나오는 임상심리학자의 수는 100명이 채 안될 겁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배출된 인원을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을 가리지 않고 모두 모아도 1000 명이 안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들이 우리나라 임상심리학계를 이끌고 있는 인력입니다. 이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와 비교해 볼 때 터무니 없이 적은 인력이지요.
그런데 이들이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받아야 하는 기관의 현실은 너무나 열악하여 10%도 안되는 인력만이 급여(그마저도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를 받으며 수련을 받고, 나머지는 어이없게도 무급으로 점심 식대 내지는 교통비만을 지급받으며 3년 동안 격무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나마도 수련 기관이 부족하여 재수, 삼수를 하는 수련대기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신도 임상 현장의 현실을 뻔히 알면서 대학의 재정을 확충하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미명하에 무분별하게 석사 과정생을 받아들인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교수들은 모두 피눈물을 흘리며 석고대죄해야 합니다. 제가 이런 이유로 임상심리학 전공 교수들을 싫어합니다.
거기에 수술이나 고가의 검사가 별로 없는 정신과의 특성 상 심리검사비에 의존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으로 이들 수련생이 벌어다주는 금액이 만만치 않은데 수련을 시켜주는 것이 무슨 은혜를 베푸는 양 착취를 정당화하는 병원과 의사들의 오만함은 역겹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정신보건법에 의해 TO가 있는 지정 병원에서만 수련받아야 하는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수련 과정이 임상심리학자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어차피 수련 받아야 하는 인원은 많고, 기관의 수는 적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불평등한 조건에서도 수련을 할 수 밖에 없는 약자가 되는 것이지요.
종합병원에서 레지던십을 거치는 전공의의 경우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과 비교해 보았을 때 야간 당직 근무를 서고 환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수련 과정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삼성 서울 병원의 경우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들은 전공의와 똑같이 Case conference, 각종 워크샵, Journal Review를 모두 참석해야 하며 오히려 개별적인 스터디와 연구, 각종 activity 참여 시간이 전공의들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오히려 근무 시간이나 노동강도는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이 훨씬 고됩니다. 그런데 무급으로 수련받는 전공의는 한명도 없죠.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들만 불평등한 착취를 받고 있습니다.
더욱 더 기가 막힌 것은 병원의 무급 수련생 제도를 방관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일을 줄이려고 자발적으로 무급 수련생을 모집하는 supervisor급 전문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은 전문가가 되었으니까 이제는 지겨운 심리검사 좀 그만하고 편하게 일하려고 자신에게 수련받는 수련생을 착취하는 '마름'으로 전락해버린 전문가들.... 올챙이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이런 개구리들은 제발 예전에 자신이 수련을 받을 때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내년에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을 1~2명 선발할 예정입니다. 기관 특성 상 심리검사 case가 부족해 연계된 병원과 여러가지 협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절대로 무급 수련생을 뽑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서울대 병원이나 삼성 서울 병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거기에 준하는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할 것입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환자가 넘쳐서 시간외 근무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제가 뒤집어 쓰겠습니다.
수련생은 노예가 아니니까요. 수련생은 미래의 제 동료입니다.
덧.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글 속에서 관련된 사람들에게 익숙한 수련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표준화된 명칭이 없어서일 뿐 수련생이라는 명칭의 사용이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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