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입니다. 매스컴에서는 출산율이 낮은 것만 집중 조명하지만 사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것이 훨씬 더 큰 문제입니다. 당장 10년 안에 엄청난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 거의 분명한데 이건 심리 서비스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동/청소년 상담과 노인 상담의 비중이 머지않아 완전히 역전될 겁니다.
이 책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애착, 노인 서포트를 동시에 다루고 있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강점'을 기반으로 한 노인 서포트라니 시사하는 바가 더 많을 것 같아서 기대도 컸고요. 하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데 우선 우리나라와 기반 시설 및 제도가 많이 다른 영국 기반이라는 맥락 차이를 고려해야 하고 그래서인지 요양 시설의 종사자가 애착 유형과 강점을 기반으로 입소한 노인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당사자인 노인을 포함한 일반인은 읽을 필요가 없고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 상담자 같은 전문가에게는 별로 참신할 것이 없는 당연한 내용이라서 정보가가 별로 없습니다. 사용하는 tool도 구태의연합니다.
그래서인지 22,000원이라는 가격도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원래 전공 서적의 가격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인데도 말이죠.
또 한 가지 황당한 점은 원 저자에 대한 소개가 전혀 없는 전공 번역서라는 점인데 책 날개와 뒷 부분에 역자 소개는 아주 자세하고 역자 서문도 상세한데 비해 원 저자에 대한 소개는 전혀 없고 서문도 없습니다. 저 같은 전공자는 당연히 전공 서적을 볼 때 원 저자에 대해 살펴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놀랐습니다.
요양원이나 요양 병원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굳이 읽을 필요 없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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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미 2년 전인 2017년에 노인 비중이 14% 이상인 '고령 사회'에 진입하였고 2026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OECD 뿐 아니라 전세계를 둘러봐도 유래가 없는 속도로 빨리 늙고 있죠.
약 8년 전쯤에
'월덴지기가 예상하는 임상심리학의 블루 오션'이라는 제목의 포스팅에서 앞으로 노인 상담 수요가 점점 늘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블루 오션이라는 용어가 앞으로 각광을 받게 될 영역이라는 말이 아니라서 문제죠;;;).
이 책은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콜레트 메나주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18명의 저명한 프랑스 작가들, 과학자들, 사회운동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가 본인부터 70세가 넘은 노인입니다.
크게 네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파트 1에서는 기억, 나이라는 숫자, 죽음, 할아버지가 되는 것 등의 주제로 노인이 되어가는 것에 대한 개념들을 다루고 있고 파트 2에서는 노인 차별, 퇴직 연금, 노인을 거부하는 사회 등 노인이 맞닥뜨리게 되는 사회 현상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파트 3에서는 노화 예방, 알츠하이머병 등 노인들이 알아야 하는 과학 지식을 다루고 있고 마지막 파트 4에서는 영성, 지혜, 삶의 재구성 등 나이가 들어가면서 필요한 성찰을 다룹니다.
유럽권에서 나온 번역서에 실망한 적이 많아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다소 진부한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의 참신성이 떨어지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와 천양지차가 있는 유럽의 노인들, 그것도 기득권층인 저명인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현실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앞서 노인이 된 자들이 깨달은 지혜를 벤치마킹한다는 자세로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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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을 때 혹은 좀 아니가 들면 우리는 막연하게나마 ‘아마 늙겠지, 언젠간 70세나 75세가 될 거야’라고 생각하죠. 그게 여전히 먼 이야기라고 느끼면서요. 그러다 진짜 그 나이를 넘으면 어떤가요? 삶의 차원은 특별해지고 내용은 점점 풍부해져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그와 비슷한 다른 것을 떠오르게 합니다. 마치 음악에서 공명현상이 일어나듯 삶의 순간순간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거죠. 이것은 나이 들어 힘과 민첩성이 떨어진 우리에게 커다란 위안입니다.
* 나이든 사람은 절대로 불행하면 안 됩니다. 젊은 사람에게 부담을 주니까요. 이게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그리 만만하지 않죠. 하지만 노년이 차츰 당신을 덮치고 때려눕혀도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고 마음먹어야 합니다.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일만을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오스카 와일드는 ‘늙어가는 것이 비극이 아니라 늙어도 마음은 여전히 젊은 채로 남아 있다는 것이 비극이다’라고 말했지요.
* 생각의 순환은 혈액의 순환만큼 중요합니다.
* 저는 감수성을 계발하지 않는다면 강렬하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진은 눈물로 앞이 흐려지지 않고서는 볼 수가 없거든요.
* 그냥 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충만하게 살 힘이 있어야 합니다.
* 삶을 계속하길 원한다면 스스로 의무를 부과해야 합니다. 안 그럼 추락해버리거든요.
* ‘뼛속까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야말로 이 노인들이 나에게 준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다.
* 후회와 추억 그리고 쓰라린 감정 안에서 나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 일종의 새로운 의식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새로운 의식은 하는 일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우리 깊은 곳에 있는 존재와의 관계에 달렸습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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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월덴지기가 예상하는 임상심리학의 블루 오션'이라는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초고령 사회를 향해 고속 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노인상담 분야의 수요가 급증함으로써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는 노인 상담에 별로 흥미를 못 느끼지만 그래도 어르신 내담자의 수가 늘어날 것 같기에 공부 차원에서 이 책을 출발점으로 삼기로 하고 읽었습니다. 이장호 명예교수님과 김영경 선생님이 함께 쓰셨는데 이장호 선생님이 직접 쓰셨다기보다는 주로 큰 얼개와 자료를 제공하고 김영경 선생님이 이를 정리해서 엮어낸 것 같은 느낌입니다. 비슷한 책으로 이장호 선생님과 김환 선생님이 함께 쓰신
'상담면접의 기초(2006)'가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제가 강추하는 책입니다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노인 문제의 현황을 보여주는 부분인데 노인과 발달과업, 현대 사회와 노인문제, 노년기의 성격특성과 심리적응을 다루고 있습니다. 2부가 노인상담의 기초로 이 책의 핵심 내용이 될텐데 노인 상담의 기본적인 개념과 함께 노인 상담의 주요 영역인 우울, 치매, 학대, 성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는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3부는 노인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현장에 적용한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운 책이었습니다. 제 기대가 커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절반이 조금 넘는 노인상담의 기초 영역은 그야말로 너무 이론적이어서 심리학과 학부생을 위한 기초 개론서 같은 느낌을 줍니다. 차라리 선진국의 노인 상담 이론과 실제를 소개하고 우리나라의 상담 현장과 비교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노인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내용의 충실성은 둘째치고 1, 2부와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별개의 워크북으로 묶었어야 할 내용을 억지로 갖다 붙인 느낌입니다.
노인 상담에 관심있는 임상, 상담 대학원생 정도나 읽어볼 만한 책이지 현장 임상가에게는 안타깝게도 추천 못하겠습니다.
닫기
* 노인은 생리적 및 신체적 기능의 퇴화와 더불어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나서 개인의 자기유지기능과 사회적 역할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사람이다.
* 생활연령(chronological age)과 기능연령(functional age)
* 노화의 심리적 측면 중 가장 일반적인 특성은 시간전망에 대한 변화와 노화에 따르는 신체적, 경제적 능력의 쇠퇴로 말미암아 의존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 노화에 따른 인지적 변화를 살펴보면 경험기초의 문제해결, 추론적 판단력 등은 별다른 변화가 없고 정보기억, 새로운 사실의 학습 등의 지적 기능은 쇠퇴한다.
* 노인의 일반적 성격특성
: 우울증 경향의 증가, 내향성 및 수동성의 증가. 성역할 지각의 변화, 경직성의 증가, 조심성의 증가, 친근한 사물에 대한 애착심, 유산을 남기려는 마음, 의존성의 증가
* 공통된 주제는 은퇴 후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것
* 직업이 다른 활동으로는 성취되지 않는 목표를 충족시키고 성인기 내내 최고 가치로 간주되었다면, 은퇴를 계기로 직업 가치관의 재조직화가 필요할 것이다. 만일 직업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면 가치관의 재조정은 거의 필요치 않다.
* 노인에게서 흔히 보는 심리치료의 주제는 1. 상실에 대한 적응, 2.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할 필요, 3. 죽음에 대한 대비 등이다. 또한 새로운 대인관계의 형성, 자존심 문제, 성문제, 분노, 고립 무원감, 삶의 가치결핍 등의 문제도 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 심리치료의 특징은 치료자의 역할이 적극적, 지지적이고 융통성이 커야 한다는 점이다. 통찰지향적 분석치료에 의한 인격의 재형성보다는 지지적이고 직접적이며 의존, 상실 및 우울에 대한 대처, 신체적 건강이나 죽음 등 구체적 사안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방법이 요구된다.
* 노인 상담의 특징
- 사고 및 감정 배경의 탐색과 행동 변화의 추구보다는 지금-여기의 생활 향상에 대한 지지과정에 우선적 중점을 둔다.
- 노인 상담의 접근 기법 면에서는 직면, 도전 등의 직접형 접근 방법보다 경청, 명료화적 질문 및 해설식 언급 등의 완만한 간접형 접근법이 바람직하다.
- 노인 상담에서 권장되고 있는 회상요법(life review therapy)은 과거의 긍정적 자아상과 현재의 삶을 동일시(통합)함으로써 상실감, 우울, 죄책감 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
* 노인 상담의 지침
- 노인이 최대한의 주도권과 결정권을 갖도록 하여 통제력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초기면접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노인의 구체적인 욕구를 명확하게 파악한다.
- 노인은 후손과의 관계에서 만족감을 얻으려는 욕구가 강하고 가족의 관심과 지지는 자존감 회복에 중요하므로 가족 간의 관계 강화를 돕는다.
- 노인은 삶의 경험을 말하고 싶어 하고 그렇지 못할 때 불만과 소외감을 느끼므로, 적극적인 경청을 통해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고, 이로써 노인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 노인 상담에서 적용되어야 할 개인적 특성
- 국부적인 초점의 개입보다는 넓은 배경 접근의 위로가 필요하다.
- 노인의 생존적 측면보다는 삶의 질, 재활 및 기능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 노인 상담의 이론적 접근방법에 있어서도 유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어떤 이론 형태를 따르든 대체로 심리교육적 요소가 뚜렷한 '문제 초점, 이곳-현재 중심'의 접근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노인 상담의 목적은 노년기의 발달과업인 '자아통합'을 이루기 위한 조력(원조)이다.
* 노인은 상담 과정 중 언어적 표현력이 부족하므로 노인 내담자의 비언어적 메시지에 특히 예민할 필요가 있다.
* 구조화의 원칙은 최소화, 비처벌, 행동규범의 구체화이며 구체화를 불충분하게 하면 내담자가 자기방어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구조화의 유형에는 시간제한, 내담자 행동제한, 상담자 역할의 구조화, 내담자 역할의 구조화, 과정 및 목표의 구조화 등이 있다.
* 반영이 내담자의 말과 행동의 정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바꾸어 말하기는 인지적인 측면과 내용을 강조한다.
* 가족치료과정에서는 면접을 통한 가족 관계 및 가족역동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는 가족 역할의 재조정, 가정 내의 협력체계 구축 등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서비스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 외래 노인내담자들이 제시하거나 호소하는 문제들의 순위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집약될 수 있다.
- 성인 자녀들과의 갈등
- 도우미 측과의 불협화음
- 기억, 인지 기능에 관련된 배우자 및 가족의 불평
- 슬픔, 우울정서
- 생활기능 제약(결핍)에 대한 보상적 요구
- 죽음 관련 불안 및 공포
* 상담자가 노인 상담의 첫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두 가지 주요 과제는 신체의학적인 상태에 대한 평가와 인지기능 수준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덧. 2006년에 나온 이 책은 절판이 되었고 2013년 봄에 개정판이 새로 나왔습니다. 제가 읽은 건 절판된 2006년 판입니다만 내용이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목차 내용에 추가된 게 거의 없거든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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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저명한 외과의사로 30년 간 수술실을 지키다 노인요양시설의 상근 배치의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시토비 고조 선생이 쓴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平穩死のすすめ, 2010)'를 북 크로싱합니다.
노화된 상태의 경중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먹이고 봐야 한다는 잘못된 봉양 문화로 인해 수많은 노인들이 병원의 차가운 병상 위에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는 실태를 고발하고 의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책입니다.
사람은 먹지 않아서 죽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이 다해 먹지 않는 것이라는 게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주장입니다. 죽음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인체는 스스로 죽음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영양분의 외부 공급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보약을 많이 먹으면 숨이 잘 끊어지지 않아 힘들게 죽는다는 말을 하곤 했었죠. 저도 어렸을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요새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저 나이들수록 골고루 많이 먹어야 한다고만 합니다. 쩝...
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에서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연명치료, 고령 환자에 대한 과도한 영양 공급에 불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꽤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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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30 Lessons For Living, 2011)'입니다.
30년 이상 노인학 연구를 해 온 Karl Pillemer교수팀이 1,000 명이 넘는 어르신을 인터뷰하여 정리한 30가지 삶의 지혜를 정리한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하는 좋은 책입니다. 지금까지 읽어본 비슷한 류의 책 중 최고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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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고 병들어 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순리를 인정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죠.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인데도 사람들은 남의 일인 것처럼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을 '노인네'라고 부르며 경멸하거나, 경멸까지는 않더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존재인 양 눈에 안 띄기를 바랍니다. 모든 노인들이 '어버이연합'이 아니듯 모든 노인들이 현명한 것도 아닙니다만 두 번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비롯해 수많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노인 세대의 경험과 삶의 지혜에는 한번쯤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30년 이상 노인학 연구를 해 온 Karl Pillemer 교수가 이끄는 코넬대학교 '인류 유산 프로젝트'팀이 5년에 걸쳐 진행한 끈질긴 추적의 소산입니다.
1,000명이 넘는 노인들(이 책에서는 이들을 인생의 현자라고 부릅니다)에게서 삶의 지혜를 모아서 30가지로 분류했습니다.
8만 년의 삶, 5만 년의 일, 3만 년의 결혼 생활이 주는 교훈은 대체 무엇일까요?
닫기
* 결혼
1.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라
2. 설렘보다는 우정을 믿어라
3. 결혼은 반반씩 내놓는 것이 아니다
4. 대화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길이다
5. 배우자와만이 아니라 결혼과도 '결혼'한 것이다
* 직업
6. 내적인 보상을 주는 직업을 찾아라
7. 포기하지 마라
8. 나쁜 직업도 최대한 활용하라
9. 인간관계가 전부다
10. 자율성을 추구하라
* 자녀 양육
11.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
12. 깨물면 유독 아픈 손가락, 드러내지는 마라
13. 몸의 멍은 지워지지만 가슴의 멍은 평생 남는다
14.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계의 균열만은 피하라
15. 자녀와의 관계는 '평생의 관점'에서 보라
* 노화
16. 나이 먹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다
17. 100년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몸을 아껴라
18. 아직 오지도 않은 죽음을 미리 걱정하지 마라
19. 관계의 끈을 놓지 마라
20. 노후의 거처를 계획해두라
* 후회없는 삶
21. 정직하라
22. 기회가 묻거든 "네!"라고 대답하라
23. 더 많이 여행하라
24. 배우자를 고를 때는 신중 또 신중하라
25.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로 지금 말하라
* 행복하게 살기
26. 시간은 삶의 본질이다. 삶이 아주 짧은 것처럼 살아라
27.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28. 걱정은 시간을 독살한다. 걱정은 그만하라
29. 오늘 하루에만 집중하라
30. 믿음을 가져라
-> 붉은 색은 제가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 30개 중 무려 21개!!
'살아오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입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삶의 조언은 어떤 것입니까?"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이 이끌어낸 삶의 지혜를 한번 들어보지 않으시렵니까?
제가 지금까지 상담을 하면서, 월덴 3를 운영하면서 옳다고 느끼고, 체험했던 내용 중 상당수가 이 책 안에 있습니다.
토네이도 출판사(예전에
풍림화산님이 서평단으로 추천해 주셔서 몇 권의 책을 증정 받았던)에서 이번에 장외 홈런을 하나 날린 것 같네요.
강력 추천합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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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혼
* '끌림'보다는 '공유'가 중요하다. 관심사가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핵심적인 가치관은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배우자와 가치관을 공유하려면 먼저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를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 함께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 같은 사람을 배우자로 택하라.
* 관계가 진지하게 발전하면 반드시 서로에게 물어보고 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가슴 떨리던 열정이 사그라지고 무뎌지게 되었을 때도 우리를 함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답이 아이들이어서는 안 된다. 우정이 답이어야 한다. 우정이 없다면 결혼하지 마라
*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사람 모두 상대에게 항상 100퍼센트를 주는 것이다. 50퍼센트를 주었으니 50퍼센트를 받아야 한다고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 인생의 현자들은 결혼생활이 행복한지 아닌지 알려면 이렇게 질문해보라고 제안한다. "배우자와 대화가 통하는가? 배우자와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는가? 혹은 나눌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있는가?" 실제로 인생의 현자들이 결혼을 후회한 가장 흔한 경우는 배우자가 대화를 할 수 없는 사람이거나 아예 대화를 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임을 깨달았을 때라고 한다.
2. 일
* 인생의 현자들은 물질적 보상 때문에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언젠가 삶을 되돌아보며 '내가 뭘 하고 살았지?'하고 회한어린 자문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가치를 찾아라. 설사 별 볼일 없는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자신이 맡은 일을 훌륭하게 잘 해내야 한다.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이라고 해서 계속 무관심한 태도로 일을 하면 점점 그런 생각만 강해질 뿐이다. 해결 방법은 주인의식과 그 일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태도이다.
* 직장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자율성과 융통성이다.
3. 자녀 양육
* 평생 아이와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특별한 비법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필요하다면 희생도 감수하라고 말한다.
* '특별한 사건'보다는 일상을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 나이 든 사람들이 부모와 관련해 지니고 있는 가장 폭력적인 경험은 덜 사랑받는 아이였다는 기억이다.
* 완벽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완벽한 부모가 되겠다는 생각도 버려라. 가능한 쉽게 키워라.
4. 노화
* 죽음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생의 현자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던지는 한 가지 조언은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두라는 것이다. 실제로 죽음에 대해 물었을 떄 그들이 가장 크게 걱정했던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가족들에게 짐만 남기고 떠나는 상황이었다.
5. 후회없는 삶
* 내가 살면서 고수한 한 가지 원칙은 "아니오"라고 대답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없는 한 "네"라고 대답한 것이다.
* 산 사람에게 꽃을 보내라. 죽은 사람에겐 보내도 보지 못한다.
6. 행복
* 장례식은 참석 못하더라도 친구는 지금 당장 만나라
* 인생의 현자들은 행복을 선택하기로 의도적으로 결정하고 그것을 실천했다.
* 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 아무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덧. 저는 이 책을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은 하지 않을 작정이지만 push하는 분이 많으면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할 생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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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월덴지기가 예상하는 임상심리학의 블루 오션'이라는 포스팅에서 노인, 애착, 상실, 중독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기억하시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저도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들이니까 소개를 드렸지요.
1996년에 나온 이 책이 바로 '상실'을 다루고 있어서 일부러 주문해서 읽었습니다.
저는 원서를 붙잡고 열심히 읽었습니다만 알고 보니 작년에 임승희, 고수진, 신성만 선생님이 함께 번역을 해서 시그마프레스 출판사에서 번역판(책 이미지 참조)이 이미 나와 있더군요. 미리 알았으면 그냥 번역판을 읽었을텐데... ㅠ.ㅠ 책 값이 13,000 원으로 원서 분량이 200페이지에 불과하다는 걸 고려하면 다소 비싼 감이 있습니다. 원 출판사에서 저작권료를 무리하게 요구했을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이 책은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환자와 사별을 앞둔, 혹은 이미 경험한 가족들을 만나는 임상가들을 위한 입문서입니다.
주요 목차만 살펴보겠습니다.
1. Families in transition2. The caring team3. Counselling4. Counselling the patient with a life-threatening illness5. Counselling the patient's familiy before bereavement6. Counselling the patient's family after bereavement 7. Problems in counselling the bereaved8. Conclusions
보시는 것처럼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이들을 만날 임상가 팀을 구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초반에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와 사별을 앞둔 가족 상담하기, 사별 이후에 가족 상담하기,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들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죠.
특히, 각 장의 말미에 Summary로 그 장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두어 나중에 쉽게 복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입문서의 수준이라서 깊이 있는 내용을 기대하는 임상가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그래도 '상실' 분야, 특히 호스피스 상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번역본은 아직 못 봤지만 원서가 그리 까다롭지 않게 읽히기 때문에 굳이 원서를 보실 필요 없이 번역본을 보셔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 월덴지기가 인상깊게 읽은 내용1. 환자들은 자신의 신체에 일어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disease talk) 뿐 아니라 치명적인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illness talk)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걸 이들을 만나는 임상가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2. 많은 상담자들은 환자가 두려워하는 것이 죽음 그 자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죽어가는 과정을 더 두려워한다. 3. 돕는다는 미명 하에 환자들의 취약한 면을 강조하고, 그들을 아이 취급함으로써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지 말라.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남아있는 가치를 인정해라. 4. 많은 환자들이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걸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들이 확신하는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최대한으로 기울여야 한다. 5. 상담자가 가족에게 제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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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C. Fishman이 쓴 '회색 쇼크 :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Shock of Gray, 2010)'를 북 크로싱합니다.
많은 분들이 고령화 사회에 대해 염려하고 궁금해하시는데 목전으로 다가온 고령화 사회의 요모조모를 아주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해 알아야 할 부분까지 세심하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고령화에 대해서는 이 책 한 권 찬찬히 읽으면 웬만큼은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제도 안내에 있는 내용대로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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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루다님(독서 완료 & 보관 중) : 11월 25일(신청), 11월 28일(독서 시작), 1월 3일(독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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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이 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게 됩니다(저도 그 안에 속하겠군요. 킁~).
초고령화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고독사를 원치 않는 노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하고 케어하는 거대 회사가 출현할까요? 아니면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처럼 인공 장기로 젊어진 인조인간들로 가득찰까요?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사회와는 사뭇 다른 생경한 풍경이 펼쳐질거라는 거죠. 이 책은 그게 어떤 풍경일지 생생하게 그려보는 것을 도와줍니다.
걸출한 주식상품거래인이자 자유기고가인 Ted C. Fishman이 쓴 이 책은 고령화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미시적인 부분에서부터 거시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미국의 플로리다 은퇴촌에서부터 갑작스러운 고령화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스페인, 고령화의 최전선에서 분투 중인 일본, 갑작스러운 경제 성장과 고령화의 쓰나미를 동시에 맞고 있는 중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를 누비면서 말이죠.
저자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고령화는 세계화, 양극화, 연령차별(과 그에 따른 젊은이들의 취업난)을 극대화시킬거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절망적인 예상 뿐 아니라 고령화 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다양한 기회도 보여줍니다. 중요한 건 고령화가 인구가 감소하는 선진국 뿐 아니라 폭발적인 인구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아는 것이죠.
어차피 올 고령화 사회라면 이 책에 나오는 개념처럼 적극적으로 Active Aging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르고 당하면 억울하잖아요. ㅠ.ㅠ
개인적으로 2050년이 되었을 때 65세 이상 고령인구군에 속하게 될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셨으면 하는 좋은 책입니다(거의 다 읽으라는 이야기?).
덧. 이미 노인 돌보미 서비스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일본에서 돌보미 서비스가 세부 전문화되어서 한 사람을 오랜 기간 동안 보살핌으로써 나타나는 감정적 애착을 겪지 않게 하고 정해진 일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가족들의 시달림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은 독거노인의 폭증과 고독사의 증가로 인해 돌보미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해 질 우리나라 실정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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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가 몰락하고 있는 이유' 포스팅에서 예고한 것처럼 임상심리학의 어두운 미래 예상에도 불구하고 소위 블루 오션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에 대한 제 예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예상이기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인생 진로를 이곳에 올인하시면 안 됩니다. 뭐, 하셔도 좋습니다만 제가 전혀 책임질 수 없으니 나중에 내 인생 책임지라고 연락하지 마세요~
제가 생각하는 임상심리학의 블루 오션은 크게 네 가지 분야입니다.
첫째.
노인 관련 분야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피할 수 없는 미래이고, 미래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목전에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향후 전체 인구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할 노년층에 대한 정신건강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가 알기로 이 분야는 거의 불모지 상태입니다. 그나마 독거 어르신의 daily care와 관련된 분야만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 치매 등 노인성 정신장애에 대한 신경심리평가, 치료, 재활, 예방 등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은 말할 것도 없고 세부 분야의 전문가 수마저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니할 말로 치매, 파킨슨 병 등 노인성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신경심리평가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전문가의 수는 인프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무합니다. 신경심리평가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임상심리전문가의 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물론 이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대우도 극과 극을 달릴 수 있어서 호화로운 실버타운에서 일하는 전문가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다루는 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의 복지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국가 정책의 방향이 이 분야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격적으로 선회하지 않으면 발생하는 수요에 비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요. 그렇더라도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노인 상담에 대한 경험 축적, 노인성 장애에 대한 정신병리학적 지식, 신경심리평가 도구의 숙달에 미리미리 대비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둘째,
애착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앞에서 말씀드린 초고령화 사회의 대두와도 맞물려 있는데 노인층이 늘어나는 만큼 출산율은 더욱 떨어져서 가구 당 1.0의 출산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겁니다. 소아과, 산부인과 등이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지요. 소아정신과도 특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줄어들고 가정 경제가 어려워지게 되면 두드러지는 핵심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애착 문제입니다. 맞벌이 가정에서 태어난 독자들이 늘고 있고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어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 주 양육자로부터 강제로 분리되는 경험을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험적으로도 몇 년 전부터 불안정 애착 문제가 아이가 보이는 다양한 증상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ADHD, Anxiety Disorder, Conduct Disorder 등의 진단이 의심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부모-자녀 관계, 특히 불안정 애착이 원인인 아이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제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인의 경우에도 애착 문제가 심화되어 어려움을 겪는 어른들이 많더군요.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출산율은 줄어들고, 그럼에도 경쟁은 심화되는 사회에서 안정 애착을 하는 건강한 아이들을 점점 보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도 역시나 애착의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별로 없습니다. 애착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의 수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애착 치료를 다루는 전문 서적 마저도 거의 없습니다(못 믿으시겠다면 한번 검색해 보세요). 그만큼 이 문제의 심각성이 간과되고 있는 것이죠. 아동에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애착 문제에 대한 특화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을 지금부터라도 고민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셋째,
상실 문제입니다. 대가족 체계에서는 삶과 죽음이 그리 많이 분리되지 않았고 죽음이나 상실의 충격을 완화시켜 줄 장치가 그나마 있었습니다. 그런데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이제는 독거 가정, 비혼 가정 등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상실의 충격을 감소시켜 줄 완화 장치가 별로 없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슬픔을 함께 나눌 형제가 없고, 친구의 수도 부족하고,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자가 많기 때문에 배우자와 슬픔을 나누지도 못합니다. 외로움을 달래고자 반려 동물을 입양하지만 대부분의 반려 동물은 주인보다 수명이 짧아서 오히려 더 자주 상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물며 오랫동안 정들었던 물건을 버리는 것 마저도 상실의 서운함과 아쉬움을 주는데 가족, 가족과 같은 반려 동물을 잃는 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방법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습니다. 상실의 문제는 단지 죽음과 관련된 것 뿐 아니라 이별의 아픔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단순히 수용과 인정만을 강조하는 식의 접근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런데도 역시나 현재 상실의 문제만을 특화시켜 다루는 전문가는 거의 없습니다. 우울증, 적응 장애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제가 볼 때에는 역부족이고 이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들이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지만 상실에 초점을 정확하게 맞춘 것이 아니라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하려면 지금부터 자신의 specialty를 정해서 전문성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넷째,
중독 문제입니다. 그 중 한 영역은 제 전문 분야이기도 합니다. 제가 전문 분야라고 말할 때에는 딴 데 정신팔지 않고 적어도 10년 정도를 현장에서 굴러서 몸으로 체득한 노하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아직 멀었습니다. 예전에는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으로 나누곤 했습니다만 최근 추세는 모든 중독을 행위 중독의 틀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약을 주사하는 행위, 손에 든 담배를 입으로 빨아들이는 행위, 술잔을 들어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중독 메카니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어쨌거나 기존의 물질 중독 뿐 아니라 도박, 인터넷, 게임, 섹스, 쇼핑, 관계 중독 등 다양한 행위 중독이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어 앞으로는 여러 분야에서 중독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기존 상담 영역에서도 중독에 대한 치료적 개입이 가능한 전문가를 요구할 겁니다.
현대 사회는 삶의 폭폭함을 잊기 위해서도 그렇고 대가족 제도의 해체와 핵가족의 확대, 물질 만능주의의 만연, 개인 중심주의 등으로 인해 중독적 삶의 확산이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중독 분야의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중독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해당 분야의 지식과 전문성, 현장 경험을 쌓아두어야 할 것입니다.
노인, 애착, 상실, 중독,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Generalist는 가고 Specialist가 온다'는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앞으로는 specialist를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나도 할 수 있다고 더 이상 대우받을 수 없는 시대이죠. 그렇기 때문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전문 영역을 미리미리 개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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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의학자이자 비교행동학자인 보리스 시륄니크의 고전(무려 20년이 넘은 책인데 이제서야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네요)입니다.
미국 심리학에 경도되어 있는 우리나라 심리학도들이 이 유명한 프랑스의 과학자를 알 턱이 없지만 그는 심리학도에게 너무나 익숙한 개념인 탄력성(resilience)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만... ^^
심리학 서적 범주에 넣을 것인가를 30분 동안 고민하게 만든 책입니다.
왜냐하면 심리학도라면 공부하는 과정에서 지긋지긋하게 듣게 되는 '애착', '관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이니까요. 물론 비교행동학적 관점에서 동물 세계와 인간 세계를 넘나들며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비교 설명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저는 결국 일반 서적의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1부에서는 탄생 이전의 생애와 어머니, 아버지와의 관계를 생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부부를 중심으로 성, 사랑과 애착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고 있고요. 물론 비교행동학적으로요. 3부에서는 애착의 부재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애착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대개의 심리학도라면(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는 전개 방식입니다. 인간의 관계를 다루기 위한 설명 도구가 동물의 비교행동학이니까요.
그렇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읽어보시면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닫기
* 자연 상태에서 동물들이 동일 그룹에 속하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반면, 오히려 우리 인간은 알려진 것보다 근친상간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 인간은 말을 통해 맥락을 벗어나는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바로 이런 까닭에 버림받은 아이들은 내면세계에 애정적 결함을 안고 있으면서도, 말을 통해 그 흔적을 극복할 가능성도 언제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여러 명의 엄마가 있는 가족 형태 내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핵가족 형태 내에서 성장한 아이들보다 정신 장애와 정신 의학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환경이 우호적일 때에는 암컷에 의해서만 번식하는 복제 번식이 경제적이며, 환경이 열악할 때는 태어난 개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성적 결합이 유리하다. 인간은 모든 점에서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바로 이것이 인간이 성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이다. * 아빠들이 5개월 된 아이를 돌보는 상황에서 아빠의 존재가 아이의 분리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요컨대 아빠가 돌보는 아기들은 미지의 대상에게 좀 더 호기심을 많이 보이는 듯하다. * 아버지란 존재가 자녀의 머릿속에 각인되기 위해서는 자녀가 6개월에서 8개월에 이르기까지의 민감한 시기에 지각되어야 한다. 대상 관계가 맺어지는 이 시기를 놓치면, 아버지란 존재는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된다. * 사실상 엄마가 일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때 자녀들이 변하는 까닭은 엄마가 일을 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의 변화로 인해 애착의 통로가 변경되기 때문이다. * 사랑에 빠졌다가 사랑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애착이 생겨나는 것이다. * 동공 확대는 성적으로 흥분할 때 신경전달물질인 아트로핀이 분비됨으로써 야기되는 생물학적 현상이다. * 사내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에 비해 애정 결핍의 정도가 심하다. * 가정에서 자란 아기들은 낯선 것과 대면하면 흥미를 느끼지만, 가족 없이 자란 아기들은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아기들은 뭔가 마음을 안정시켜 줄 수 있는 애착의 대체물을 찾아나선다. 이 때 가장 안정적이면서 영속적인 감각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신체(자위행위 집착)다. 이런 아동의 정신기제는 바깥세계를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런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내향적인 반추 작용에만 기울어져 있다. * 노인은 질소질 유기물의 부족으로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 속에 잘 고착시키지 못한다. 의식이나 기억에 떠오르는 것은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의 일들이다. 노인들이 머나먼 과거의 일로 괴로워하는 것은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이다.
"관찰자는 자신이 조약돌을 관찰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조약돌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관찰하는 셈이다"
저자가 서문에 쓴 말인데 처음에는 무심코 넘어갔지만 책을 읽으면서 곰씹어 보니 참 의미심장한 말이더군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위의 말을 염두에 두고 읽으시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이 책의 단점은 원저가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건지,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딱딱한 문체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읽으실 분들은 이 점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책상머리에서 집중해서 보면 상관없지만 출, 퇴근 길에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서 틈틈히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입니다. 계속 흐름을 놓치는 바람에 저도 다 읽는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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