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국립나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홍창희 선생님이 강윤석 선생님과 함께 한국 임상심리학회지(2013, Vol. 32, No. 4, 875-885)에 publish한 '지적장애아동 평가를 위한 전반적 기능평가척도(C-GAS)의 신뢰도' 논문의 요약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대상 : 2012년 4~12월 사이에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한 6~16세의 31명 아동 중에서 선별한 10명(남 4, 여 6)의 사례 자료
* 평정자 : 국립정신병원에서 수련 중인 레지던트 선생님 3명, 정신보건임상심리사 2급 자격자 3명
* 측정 도구 : 아동용 전반적 기능평가척도(C-GAS)
* 분석 방법 : 급내상관분석(intraclass correlation)
* 연구 결과
1, 급내상관계수는 .784(p<.001)로 신뢰도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남
2. C-GAS와 K-WISC-III의 상관계수도 .85(p<.01)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남
-> 임상 현장에서 지적 장애 1급이나 2급에 해당하는 아동들의 지적 능력 측정에 있어 GAF, GAS 대신 C-GAS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임.
* 월덴지기의 comment
1. 본 연구에서 사용된 C-GAS는 Shaffer 등의 1983년 척도를 임상심리학 박사 1명과 연구자가 번안하여 사용했다고 하는데 모든 척도의 국내 표준화 및 타당화에서 가장 기본이면서도 소홀히 다뤄지는게 번안 과정임.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C-GAS 척도가 제대로 된 번안 과정을 거쳤는지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음.
2. 대상의 지능 및 각 평정자에 의한 사례 개별 측정치를 제시한 표 2를 보면 눈으로 보기에도 6번 평정자가 다른 평정자와 상이한 평정을 하면서도 동시에 대부분의 사례를 일관되게 높게 평정하는 걸 볼 수 있는데(평정자 변인) 문제는 10개의 사례 중 8개가 지적 장애에 해당하는 경우인데도 그렇다는 것. 또한 지적 장애가 없는 두 사례의 경우에도 다른 평정자와 차이가 많이 나게끔 낮게 평정한 평정자가 있음. 이 6명의 평정자가 전원 심리학 석사 이상의 학력 소유자인데다 C-GAS 평정 교육을 이수하고 예시 사례 2개를 평정한 뒤 피드백까지 받은 상태에서 연구 사례를 평정한 것을 고려할 때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고 있음.
3. 본 연구의 제한점에서도 연구자가 설명했지만 평정자와 피평정자 모두 무선 처치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음. 연구자들은 표본집단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연구 절차를 생략할만큼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음. 빨리 논문을 publish해야 할 다른 이유라도 있었던 것임?
4. 부록으로 실려 있는 C-GAS의 내용을 살펴봤는데 과연 지적 장애 아동의 인지, 정서, 행동 영역을 제대로 분류하고 있는지 심히 의심스러운 내용이 많이 섞여 있음. '좀도둑질 같은 간헐적인 또는 단발적인 반사회적 행위', '강박적인 의식', '명백히 치명적인 자살시도' 등이 무분별하게 보일 정도로 흩어져 있어 오히려 사회성숙도 검사의 하위 문항들이 더 안정적으로 보일 지경임.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개념적으로 내용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런 척도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임.
닫기
* GAF척도는 전반적 평가척도(GAS)를 변경하여 제작된 것
* C-GAS는 임상가의 평정척도로 평정 대상의 기능 수준은 GAS와 동일하게 설계되었으나, 그 적용대상은 4~16세임.
* C-GAS는 단일척도로서 1점에서 100점까지의 평정이 가능하며, 70점을 초과하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함.
* 급내상관분석은 동일 연구대상을 측정한 결과의 재현성(reproducibility)을 평가하는데 사용하는 분석법
* 신뢰도를 산출하는 방법들 중 Cronbach's alpha는 일관성을 추론하는 근거가 되지만 일치도를 추론할 수는 없음. 이에 반해 급내상관은 분산분석모형을 적용하고 다수의 평정자들이 평정한 결과에 대한 일관성과 일치도를 평가하게 해 줌(김지윤 등,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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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도 굉장히 다양한 하위 분야가 있어서 심리학이라기보다는 생물학에 가까운 세부 전공도 있습니다. 이런 영역에서는 실험법을 주로 사용하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심리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질문지를 사용해 양적 연구를 많이 하니 학위 논문이건 연구 논문이건 이런 저런 척도를 이용해 survey를 하는 분들은 부디 이 글을 주의깊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자신이 수행하려는 연구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자아 존중감(self-esteem)이라고 해 보죠. 그럼 연구자는 대개 자아 존중감을 측정하는 척도가 무엇인지 먼저 찾아봅니다. 심리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척도들을 모아놓은 '심리척도 핸드북'같은 책을 참고할 수도 있고 국내 journal에서 자아 존중감의 키워드 검색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척도를 찾아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아 존중감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척도는 Rosenberg가 개발한 척도이니 이걸 국내에 번안한 논문을 찾아 부록에 있는 질문지를 그대로 가져다 씁니다. 다들 이런 식으로 질문지를 찾지 않으십니까?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그렇게 해 왔다고 해도 앞으로는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두 가지 작업을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1. 국내에서 자체 개발된 척도가 아닌 경우 국내에 번안 소개(보통 타당화 논문임)한 최초 논문을 찾아서 번안된 질문지를 확보할 것
2. 번안된 척도의 제작자를 찾아서 최초로 공개된 원 논문을 찾아서 원 질문지도 반드시 확보할 것
특히 원 논문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이제 왜 그런 번거롭고 귀찮은 작업을 해야 하는지 말씀드리죠.
국내에 번안되어 소개되는 과정에서 원 논문에서 사용된 척도가 난도질 당하는 일이 굉장히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문항을 수정하거나 몇 개 빼는 건 차라리 귀여울 정도입니다. 원 논문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번안하다 보니 지 맘대로 요인을 다시 나누거나, 기존에 있던 하위 요인을 아예 통째로 날려서 요인 구조를 조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가장 큰 문제는 역 채점 문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원 논문에서는 역 채점을 하도록 되어 있는 문항을 그냥 정채점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도 많습니다. 역채점 문항을 정채점하면 어떻게 될까요? 심한 경우 역상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왜 제대로 알려지지 않냐 하면 후속 연구자들이 국내 번안 연구의 척도만 가져다가 논문을 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논문 심사위원들도 분석 결과와 논의의 연결, 논리의 적절성 등은 유심히 보지만 설마 척도 자체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거든요.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어떤 심리적 개념을 측정하기 위해 척도를 사용한다면 반드시 국내 번안된 질문지와 원 논문에서 사용된 질문지 두 개를 모두 확보하고 철저히 문항 비교를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clear하지 않으면 아무리 정교하게 연구 설계를 해도 결과가 안드로메다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저라면
번안 논문의 저자가 누군지, 제대로 된 번안 절차를 거쳤는지도 꼼꼼히 살펴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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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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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트라우마 관련 척도(scale) 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측정하는 척도입니다. 정리하는 중에 느꼈지만, 국내로 번안/수정되면서 요인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경..
제목 그대로입니다. 사실은 제목 이상이죠.
제가 상담자로 일하면서 배운 모든 것들 중 교과서, 학회, 워크샵, 논문에서 배운 건 1%도 안 됩니다. 99%가 넘는 거의 대부분의 지식과 지혜는 모두 내담자에게서 배운 것들입니다.
그토록 원했던 해답이 자신에게 숨겨져 있음을 몰랐던 내담자와 함께 떠난 내면 여행을 통해, 해답은 알고 있으나 차마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없었던 내담자의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떼었던 발걸음들 속에서...
그렇게 알게 모르게 배우게 된 것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내담자를 도와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저를 도왔습니다. 그들을 통해 제 삶이 변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의 힘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제가 체험했고 지금도 매일 체험하고 있기에 상담을 통해 사람이 변화하고 그 변화가 영속된다는 걸 믿습니다.
그러니 체계적인 교육, 집중적인 supervision, 다양한 전문적 치료법 익히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항상 상담을, 내담자의 지혜를 얻는 기회를 최우선 순위로 두기 바랍니다.
모든 것은 내담자에게 있습니다. 내담자를, 상담의 힘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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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그래서 그렇지 사실 임상심리학 분야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니라서 분류는 '임상심리'가 아닌 '심리학 일반' 범주에 넣었습니다.
논문 supervision을 하면서 선생님들이 초기에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을 간략하게나마 한번 요약해 봤습니다.
* 어떤 종류의 논문을 쓸 것인가 : 논문의 유형 선정
임상심리학 분야의 논문은 난도(?)에 따라 대략 3단계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1단계 논문
: 제가 'How about 논문'이라고 부르는 유형으로 특정 장애의 심리적 특성이나 실태, 현황을 description을 통해 보여주는 논문입니다. 주로 기술 통계적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구 방법론이 어렵다기보다는 기존에 많이 다루지 않은 특이한 장애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접근성(accesibility)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죠. 예를 들자면 성 정체감 장애의 심리적 특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이 유형에 속합니다.
2단계 논문
: 제가 'How much 논문'이라고 부르는 유형으로 집단의 차이를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집단 간 차이가 유의미하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카이스퀘어 검증이나 T검증, 변량 분석 등의 통계 기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연구 설계 당시부터 통제 집단을 설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비교 집단도 2개 이상을 상정하곤 합니다. 예를 들자면 정상 성인 집단, 도박 중독 집단, 알코올 중독 집단의 자극 추구 기질 차이를 알아보고자 하는 연구가 이 단계에 속합니다.
3단계 논문
: 제가 'Why 논문'이라고 부르는 유형으로 상관 관계, 가능하면 인과 관계와 관계의 정도를 설명하고자 시도하는 연구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2단계 논문에서 다루는 차이가 왜 나타나는지를 밝히려는 연구가 3단계에 속합니다. 주로 중다 회귀 분석 이상의 고급 통계 기법을 사용하고 공변량 구조 분석을 이용한 모형 검증을 하는 연구도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도박 중독은 왜 알코올 중독보다 더 쉽게 재발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연구가 이 단계에 속합니다.
* 논문을 쓰기 위해 어떻게 감을 잡는가
호기심 -> 궁금증 -> 선행 연구 review -> 연구 설계
아주 간략하게 도식화했지만 논문을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호기심입니다. 공부를 하다가 생긴 호기심이건, 현장에서 심리평가나 상담을 하다가 생긴 호기심이건 '대체 뭘까?'하는 호기심의 끈을 일단 붙잡아야 뭐가 되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없다면 제대로 된 논문을 쓰는 건 물 건너 갔다고 보는 편입니다. 호기심이 있어야 흥미가 생기고 흥미가 생겨야 열심히 하지 않겠어요?
호기심이 생겼다고 땡이 아니라 일단 호기심이 생겼으면 그 다음에는 본인에게 호기심을 유발한 현상 또는 사건을 머릿속으로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궁금증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어느 정도 궁금증이 모양을 갖추고 가지를 쳤으면 그 다음에는 기존에 실시했던 선행 연구를 review해야 합니다. 자신은 기상천외한 발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이미 연구되어 논문으로 발표되었을 가능성도 꽤 크거든요. 그래서 엄한 시간 낭비를 하지 않으려면 내가 궁금해 하는 주제에 대해 꼼꼼하게 디벼보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선행 연구를 review하면서는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할까 생각을 정리하고, 그런 생각을 다듬고 난 다음에는 거기에 맞는 연구 설계를 해야 합니다. 실험 연구를 할 지, survey를 할 지, 질적 연구를 위해 인터뷰를 활용할 것인지 등등의 내용은 모두 연구 설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죠.
* 선행 연구를 어떻게 review 하는가
선행 연구를 review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Handbook 등을 찾아서 reference를 일별하면서 대가의 논문을 중심으로 review 하는 방법
자신이 연구하려고 하는 주제를 다룬 handbook이 있다면 일단 그 handbook은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handbook은 일종의 연구 역사서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handbook을 읽으면서 각 글 꼭지에 달린 references(그 중에서도 최신 연구 중심)를 꼼꼼히 정리해 보면 그 쪽 분야의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고 어떤 추세로 진행되어 가는지, 그리고 누가 최고수인지를 자연히 알게 됩니다. 그러면 최고수의 최신 연구를 기준해서 내 연구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 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죠.
2) 논문 검색 엔진에서 키워드 검색을 통해(최근 기간으로 범위를 잡아서) 리스트된 논문 중 major journal 위주로 뽑아서 관심 분야의 최근 경향을 파악하는 법
일단 RISS4U, KISS, DBpia, e-article 등의 국내 학술 DB 및 검색 엔진과, PubMed, ScienceDirect, ISICC 등의 국외 학술 DB 및 검색 엔진을 활용하는데 키워드 검색을 통해 1) 최근 5년 안쪽의 논문을 중심으로, 2) SCI, SSCI에 등재된 major journal 위주로 정리하여 관심 주제의 최근 연구 경향을 파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술 DB는 유료지만 학교, 병원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무료로 접근이 가능할 겁니다.
만약 그런 DB를 활용하기가 어렵다면 그 정도로 풍부한 자료는 아니지만 구글에서 제공하는 Scholar.google.com 검색 엔진을 통해서도 원문 PDF를 꽤 많이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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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박사 학위 과정에 들어가라는 압력을 도처에서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남의 사생활에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건 매우 주제넘은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주변에 있는 분들이 나쁜 의도를 갖고 하신 말씀은 아닐테니 그건 넘어가고요.
대체 박사 학위는 왜 따려고 하는 겁니까? 실질적으로 박사 학위가 필수 요건인 교수 자리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박사를 따야 할 이유가 정말 있나요? 혹시 남들 다 하는 거니까 나도 불안한 마음에 혹은 덩달아 하는 것은 아닌가요?
저는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아주 싫어합니다. 두 번 사는 인생도 아닌데 그렇게 생각 없이 살고 싶지 않아요.
그저 박사 학위가 있어야 어느 위치에 있던 더 좋은 기회가 온다는 막연한 기대로 너도나도 박사 과정에 들어가는데 대체 그 좋은 기회라는 것이 뭡니까? 결국 좀 더 높은 자리에서 연봉 좀 더 받고 그 댓가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게 행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지금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있어서 충분히 행복하고 돈도 더 벌 생각이 없고, 더 많은 일을 하느라 제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뭐하러 지금의 행복한 인생을 희생하면서 필요도 없는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수 년의 시간과 수 천 만원의 돈, 그리고 자존심을 버려가며 현장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교수에게 굽실거려야 한답니까?
학회의 supervisor들은 언제나 의사처럼 전문가 자격만 있으면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자신의 제자, 수련 레지던트들에게는 박사 학위를 따도록 종용합니다. 자신만의 라인만을 구축하려고 혈안이 된 자격 미달의 supervisor들도 있고 소수이기는 하지만 후학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잘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full time 박사가 된 이들이 교수가 될 수 없다면(대개는 나이 때문에 교수가 될 수 없죠)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요? 학교의 주변을 배회하면서 프로젝트가 생기면 투입되어 비정규직의 불안한 삶을 감내해야 하는 허울좋은 인생이 아닌지요.
박사도 박사 나름이고 박사 학위가 그 사람의 실력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막말로 말해서 박사 학위를 따면 논문을 더 잘 쓰게 된답니까? 연구를 더 잘하게 된답니까? 아니면 치료를 더 잘하게 된답니까? 현장에서 겪어 보면 학위에 따른 차이는 별로 없어요. 오히려 박사는 이론에 경도되다보니 현장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아요. 앞으로 제가 일하는 직장에서 치료자를 뽑을 때에도 박사는 들어올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어차피 교수의 꿈을 접은 저로서는 박사 학위를 취득해야 할 아무런 이유와 목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박사 학위를 취득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박사를 못 따면 회사에서 나가라고 한다든지 하는. -_-;;;)가 도래하지 않는 이상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엄한 짓 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제가 박사 학위 과정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 정말 박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될 큰 일이 생긴 줄 아시면 됩니다).
그러니 저를 아는 분들은 제발 제 앞에서 박사 학위 이야기를 꺼내지 말기 바랍니다. 행복한 제 인생에 똥물 튀기는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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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유성진, 권석만 선생님이 한국 임상심리학회지(2009, Vol. 28, No. 2, 563-586)에 publish한 '심리평가 및 심리치료에 있어서 기질-성격 모형의 임상적 시사점' 논문의 요약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103명의 대학생
* 사용 척도 : TCI-RS, PANAS, SWB(주관적 안녕감 척도), 행복 척도, 성격적 강점 검사, PBQ(성격적 신념 질문지)
* 분석 방법 : 상관 분석, 중다회귀분석
* 연구 결과
1. 자극 추구 기질은 군집 A, B, C 성격 장애와 정적 상관
2. 위험 회피 기질은 군집 A, C 성격 장애와 정적 상관
3.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군집 A 성격 장애와 부적 상관
4. 자극 추구 기질은 심리적 적응과 유의미한 상관 없음.
-> 상당히 복잡한 속성을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
-> 탄력성(창의성 및 호기심의 발현을 통한 잠재적 보상 기회의 획득)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의미.
-> 강점의 부재가 곧 부정적 정서로 대변되는 심리적 부적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
* 월덴지기가 이 논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
1. 치료자는 심리치료를 통해서 변화시킬 수 없는 내담자의 독특한 개인적 요인까지도 충분히 인식하고 그 임상적 의미와 영향을 면밀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은 변화시키고 변화시킬 수 없는 요인은 수용하는 것이 내담자의 적응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2. 기질은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적응에 영향을 미친다.
1) 기질의 개인차는 세상과 환경에 대한 개념 형성에 기여한다. 기질적 성향의 영향으로 어떤 사람은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표상하지만, 다른 사람은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표상한다.
2) 기질의 개인차는 자기 자신에 대한 개념 형성에 기여한다. 기질의 영향을 받아서 어떤 사람은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 여기지만, 다른 사람은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 여긴다.
3.
자극 추구 기질은 군집 B 성격장애와 상관이 높고 위험 회피 기질은 군집 C 성격장애와 상관이 높으며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군집 A 성격장애와 높은 역상관을 보인다.
4. 자극 추구 및 위험회피 기질은 약할수록 그리고 사회적 민감성 및 인내력 기질이 강할수록 적응에 유리하였다.
5. 초기의 기질 모형은 성격장애 유형과 심리적 부적응 여부에 대한 평가라는 진단적 목적에서 비롯되었지만, 후기의 기질-성격 모형은 성격의 발달과 성숙을 통한 기질의 조절과 수용이라는 치료적 목적까지 내포하고 있다.
6. 기질 차원은 극단적일 때, 성격 차원은 미성숙할 때 심리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월덴지기의 Comment
1. 이론적 개관, 논문의 짜임새라든가, 전개 방법 등은 아주 매끄럽다고 생각함. 솔직히 부러울 따름. 그런데 기질-성격 모형의 임상적 시사점을 살펴보는 것이 이 논문의 핵심인데 연구 대상은 대학생(그것도 연구자의 수업을 듣는 수강생으로 추정되는)으로 국한되어 있음. 제한점에서 일반화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유성진, 권석만 선생님 정도 되는 연구자가 연구 시작 전에 이런 문제에 대해 몰랐을리가 없음. 솔직히 말하면 임상적 시사점을 보려고 하는 연구인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려면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함. 도박 중독자에 대한 실존 치료의 효과를 검증하는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말이 됨? 아마도 유성진 선생님이 박사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한 requirement 차원에서 쓰신 것 같은데 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좀 실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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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래 논문을 보자.
* 제목 : 도박에 대한 수학적 지식 교육이 도박 행동을 변화시키는가?
* 대상
1. 실험집단 : 198명의 기초 통계학 강좌 수강
대학생들 - 도박의 확률 지식에 대한 내용 습득
2. 통제집단1 : 134명의 기초 통계학 강좌 수강
대학생들 - 일반적인 통계 지식만 습득
3. 통제집단2 : 138명의 역사 및 사회학 강과 수강
대학생들
* 결론 : 도박에 대한 확률 지식 습득은 실제 도박 행동 감소와 상관없음.
* 출처 : Williams, R. J., & Connolly, D. (2006). Does Learning About the Mathematics of Gambling Change Gambling Behavior? Psychology of Addictive Behavior, 20(1), 62-68.
* 월덴지기의 comment
1. 도박에 대한 확률 지식 습득이 도박 행동 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구자가 고려한 것 이상으로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음. 도박 중독자의 경우 학력과 도박 지식의 초기 습득 수준 뿐 아니라, 치료의 단계에 따라서도 다름. 경험적으로 치료의 초기 단계에 효과적임.
2. 대학생을 대상으로 도박 행동을 연구했다는 것만 보아도 이 연구의 질적 수준을 짐작할 수 있음.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도박 연구가 그렇다는 점.
-> 개인적으로 국내 논문이든, 국외 논문이든 간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은 거의 읽지 않음. 이 논문은 X을 밟은 셈. 대학생은 정말 외계인에 버금가는 이질적인 집단임. 일반화 가능성이 정말 매우 매우 매우 낮음.
3. 이런 허접한 연구도 SCI 등재 journal에 실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소득(나름대로 당당히 APA에 등재되어 있는 journal인데.... -_-;;;)
4. 모든 article은 결과와 논의를 읽기 전에 일반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반드시 abstract의 연구 대상을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
-> 이 논문의 경우 대학생들의 도박 행동을 측정했는데 일반화 대상은 도박 중독자 아닌감? 대학생들과 도박 중독자는 정말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다른 집단임. 경험적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도박 연구의 결과는 거의 쓸모가 없음.
* 결론
: 시간 낭비하지 않으려면 논문을 가려읽는 눈을 기르자. 논문의 제목을 보고 연구 결과의 적용 대상을 염두에 둔 후 방법론 부분의 대상을 보자. 그러면 상당수 논문이 걸러진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모두 맞는 말이랍니다. 감동의 물결~ 크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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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논문을 빨리 고르는 눈을 키우는 방법은 당연히 논문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원론적인 이야기이므로 여기서는 제 나름대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방법은 한국 임상심리학회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니 읽는 분들이 적당히 가감하여 적용하시면 되겠습니다.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사실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 논문은 SCI에 등재된 journal, 그중에서도 major journal이라면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그래도 가끔 어이없는 논문들이 있기 때문에 역시 저는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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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독 저자 논문
: 대부분의 학회는 학회 정회원에게만 publish 할 권한을 주기 때문에 일단 단독 저자의 논문은 정회원이고, 대개 박사 이상이나 교수급의 논문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런 논문의 경우는 연구자의 오랜 연구 관심사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quality가 높은 편입니다. 특히 저는 방법론을 다룬 단독 저자의 논문은 대체로 읽어봅니다.
2. 2인 이하의 공저 논문
: 둘 다 교수급이며 제1저자와 교신 저자가 같은 경우에만 읽어봅니다. 이 경우는 주 연구자가 연구를 해서 논문을 쓰고 제2저자가 연구 과정과 논문의 초고를 감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은 편입니다. 그러나 제1저자와 제2저자의 소속 기관이 같고 제2저자가 더 높은 직급이거나 제1저자의 지도 교수, supervisor라고 판단되는 경우는 거의 읽지 않습니다. 이는 석사 논문을 revision한 것이거나, 임상심리전문가 수련과정의 requirement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출한 논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quality가 높은 논문도 있지만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읽지 않습니다. 특히 후자의 이유로 저는 임상 심리학회지 1/4분기 논문은 거의 읽지 않습니다.
3. 3인 이상의 공저 논문
: 제1저자가 교수급이며 믿을만한 연구자라고 판단되는 경우만 읽어봅니다. 물론 제1저자와 교신 저자가 같은 경우에 한합니다. 그 외의 경우는 거의 읽지 않습니다. 제1저자와 교신 저자(corresponding author)가 다른 경우는 논문은 제1저자가 다 쓰고 제 2저자가 weight를 얻기 위해 교신 저자의 title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논문에 대한 질문을 교신 저자에게 아무리 해 보아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3저자 이후로는 논문이 무슨 이야기인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의학 분야의 논문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논문 하나에 저자가 8명씩 되는 논문은 참으로 난감하죠. 저 같으면 이름을 실어주는 게 오히려 창피할 것 같은데 말이죠. 기본적으로 (충분한) 공헌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름을 올리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도둑놈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해보자면 단독 논문은 한번쯤 관심을 두고 보시고, 2인 논문인 경우는 두 연구자의 소속 기관이 다르고 동일한 급이면서 제1저자와 교신 저자가 같은 경우, 그리고 제1저자의 연구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만 읽으시면 됩니다. 3인 이상의 논문은 모든 연구자가 같은 급인 경우(연구비를 따서 연구를 진행하는 공동 연구의 경우)만 읽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거의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불안하시면 abstract만 간략히 살펴봐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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