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일을 한 지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최근까지도 저는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은 특정 대상을 타겟으로 한 특수치료의 한 형태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애착 외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성인 내담자의 내면 아이 치유를 위해 미술치료나 놀이치료 기법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공부에서 이런 선입견이 와장창 부서지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놀이치료자인 Garry Landreth가 쓴 이 책도 그러한 경험에 일조를 했습니다.
일반 상담을 하다 보면, 지나치게 언어적 기법에만 초점을 맞추고, 내담자를 온전히 수용하기보다는 상담자의 접근법에 따라 내담자를 끌고 가려고 하며, 치료적 성과와 목표라는 게 상담자가 가진 전능 환상을 반영하기 쉽다는 걸 잊어버리기 쉬운데 이를 통절하게 반성하게 만드는 훌륭한 책입니다.
놀이치료에 전혀 관심이 없고 아동을 만날 일이 없는 임상가라고 해도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입니다.
* 차례
1. Garry Landreth : 나에 대해서
2. 놀이의 의미
3. 놀이치료의 역사와 발전
4. 아동에 대한 관점
5. 아동중심 놀이치료
6. 놀이치료자
7. 놀이방과 놀이도구
8. 놀이치료 과정에서의 부모 참여
9. 관계의 시작 : 아동의 시간
10. 촉진적 반응의 특징
11. 치료적 제한 설정
12. 놀이방에서의 문제
13. 놀이치료의 이슈
14. 집중적 단기놀이치료
15. 놀이치료 받는 아동
16. 치료 과정의 종결과 종료
17. 부모- 자녀 관계 증진 치료 : 놀이치료 기술을 이용한 부모-자녀 관계 훈련
누가 온라인 서평에 '놀이치료의 바이블'이라고 적어놨던데 동의합니다. 놀이치료를 공부하실 분들은 이 책부터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차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놀이의 의미나 놀이치료의 역사 같은 이론적인 배경 뿐 아니라 놀이방과 놀이도구를 구성하는 법, 치료적 제한을 설정하는 방법, 놀이방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처하는 법 등 실질적인 노하우와 팁도 빠짐없이 소개하는 책입니다. 구성이 알차서 책 값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430페이지 분량의 양장 하드커버인데 17장으로 나뉘어 있어 각 장의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손에 잡히는대로 한 장씩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독서 클럽이나 스터디를 하기에도 좋습니다.
놀이치료 전공자(대부분의 놀이치료 선생님들은 이미 보셨겠지만)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상담을 하는 임상가에게도 강추하는 책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눈이 열리는 경험을 하실 수도 있고, 최소한 매너리즘이 깨지는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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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표현이 불가능하다. 인생은 경험을 하고서 평가받을 수 있을 뿐이다. 표현은 항상 평가될 수 있지만 인생은 그럴 수 없다. 인생은 그런 거다. 인생은 전개되어 있고, 그 순간은 그것이 전부다. 그 이상도 없고 그 이하도 없다. 우리는 사람을 보고 판단하지도 않고 한 사람이 너무 많거나 적게 가지고 있다고 그 인생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내가 발견한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은 어린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삶을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거의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을 서로 어울려 놀고 다른 사람을 충분히 받아들인다.
* 어린이와의 관계를 위한 원리
-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다. 따라서 나는 모든 것을 알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다.
- 나는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 따라서 나는 언제나 아동을 사랑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 나는 내 안에 있는 아이의 모습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따라서 나는 경외심을 갖고 아이들이 나의 세계를 밝혀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나는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가장 잘 배우며, 그 노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이 노력하는 과정에 함께 할 것이다.
- 나는 때때로 은신처가 필요하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할 것이다.
- 나는 한 인간으로서 완전히 인정받을 때가 좋다. 따라서 나는 아이를 한 인간으로 대하고 평가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 나는 실수를 한다. 내가 한 실수들은 내가 인간이며,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의 인간다움에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다.
- 나는 감정적으로 현실세계를 내면화하고 표현한다. 따라서 나는 현실적인 것과 내가 어렸을 때 겪은 세계를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 대답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기분이 좋다. 따라서 나는 나에게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얼심히 노력할 것이다.
- 나는 안전하다고 느낄 때 보다 완전한 내가 된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과 상호작용에 있어 일관성을 보일 것이다.
- 나는 내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 희망과 살고자 하는 의지는 내 안에서 나온다. 따라서 나는 아이의 의지와 자아를 인정하고 지지할 것이다.
- 나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무서워하지 않게, 좌절하지 않게, 실망하지 않게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나는 그러한 것들을 경감시킬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 나는 상처받기 쉬울 때 두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나는 상처받기 쉬운 아동들의 내면 세계를 친절하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어루만져 줄 것이다.
* 놀이치료는 극단적으로 심한 자폐증과 현실감을 잃은 정신분열병을 제외한 모든 진단 범주의 아동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아동을 놀이치료할 때 피해야 할 금기는 몇 가지 밖에 없다.
* 대부분 아동의 행동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개념과 일치한다. 자기-개념과 일치하지 않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 심리적인 자유와 적응은 아동의 모든 경험이 자기-개념과 일치할 때 이루어진다. 만약 그렇지 않을 때에는 긴장과 부적응을 경험하게 된다. 자기-개념과 일치하지 않는 경험은 두려움으로 지각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아동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기-개념을 보호하기 위해 경직된 행동을 하게 된다.
* 기본 규칙
- 치료자가 아동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는 치료자가 아동에 관해 무엇을 아는가보다 중요하다.
- 자기 자신의 약점을 수용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약점도 수용하지 못한다.
- 제한이 필요하기 전에는 제한할 필요가 없다.
- 이미 알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 질문하지 마라.
* 숙련도와 기술은 유용한 도구지만, 치료자 자신의 성격이 가장 큰 재산이다. 놀이치료자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과 기술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치료자는 아동의 지각적, 경험적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아동과 함께 있는 것을 기뻐하고 아동의 세계를 흥미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어야 한다.
* 아동중심 놀이치료자는 아동이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아동과의 치료적 관계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 대기실에서 치료자가 부모에게 인사를 하면 부모는 아동의 문제를 바로 쏟아놓기 시작한다. 이 때 치료자는 적극적인 경청을 하거나 인내심을 보여서는 안 된다. 치료자는 부모에게 정중한 어조로 지금 그러한 점을 논의할 시기가 아님을 알려야 한다. 치료자는 첫 만남에서 그 즉시 몸을 숙이고 아동에게 인사하도록 한다. 치료자는 부모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 이 시간은 아동의 시간이기 때문에 치료자는 앉아서 아동이 이끄는 대로 따르며, 아동이 자발적으로 의사소통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마루는 아동의 공간이고, 상담자는 아동이 먼저 초대하기 전까지는 이것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상담자의 의자가 놀이방에서 유일하게 중립적인 공간이 된다.
*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
- 치료자의 코와 발끝의 방향이 일치해야 한다.
- 물어보지 않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마라.
* 아동이 놀이방 한가운데 서서 불안해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아동이 아무 말 없이 놀이방에 앉아 있을 때 치료자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치료자가 실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아동은 모든 시간 내내 자신에 대해 그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있다. 그러므로 항상 치료자의 반응이 있어야 한다.
* 치료자는 언어로 반응하는 참여자이어야 한다. 아동이 관찰되고 있다고 느끼면 관계는 나빠진다. '왜 나를 보세요?'라는 아동의 질문은 치료자가 언어적으로 충분히 반응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동에게 반응하지 않고 앉아서 관찰만 하는 것은 아동이 관찰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아동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 아동의 행동에 대해 이유를 묻는 것은 일반적으로 탐색을 촉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아동이 인지적 통찰을 언어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것은 아동에게 놀이치료를 행하는 이유와 모순되는 행위다. 만약 아동이 언어적 수단을 통해 자신을 충분히 표현할 능력이 있다면, 아동이 놀이치료를 받아야 할 이유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 놀이방의 장난감은 아동이 직접 그 물건에 대해 언어적으로 구체화하기 전에 먼저 표시하거나 확인시켜서는 안 된다. 장난감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아동을 현실에 고정시키고 그의 창의성과 환상을 깨는 것이다. 먼저 상담자가 트럭이라고 부르면 그것은 절대로 스쿨버스나 응급차가 될 수 없는 것이다.
* 놀이치료의 목표는 아동이 자신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인정하는 것이다. 아동들은 국어나 수학 교사인 치료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항상 치료자의 생각대로 되어야 하는가?
* 아동이 질문하는 것보다는 아동이 말하려고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아동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관해 긴 설명이나 장황한 대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관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관계에서 아동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 조건적인 제한 설정보다 전체적인 제한 설정이 더 바람직하다. 전체적 제한 설정은 아동에게 혼동을 덜 주고 안전함을 느끼게 한다. 전제 제한을 하려면 '너는 나를 꼬집을 수는 있지만 아프게 할 수는 없어'가 아니라 '나를 꼬집어서는 안 돼'라고 말해야 한다. '문을 세게 차서는 안 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조건적 제한은 언쟁의 여지를 남긴다.
* 제한 설정이 필요해서, 치료자가 단계를 밟아나갈 때 다음의 ACT를 기억해야 한다.
A : 아동의 감정, 바람, 원망을 인정하라.
C : 제한을 전달하라.
T : 수용 가능한 대안을 목표로 제시하라.
* 일반적으로 놀이방에 필요한 것만을 허용하는 것이 규칙이다. 원격 조정장치가 달린 장난감, 고도로 기계화된 장난감, 태엽을 감는 게임 등은 아동과의 상호 작용이나 자기 표현을 촉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아동이 좋아하는 책도 놀이방에서 허용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방어적이고 수줍어 하는 아동, 또는 위축된 아동이 책으로 도피하여 새로운 환경 또는 치료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피하기 때문이다. 책은 거의 놀이방에서 아동과의 관계 형성을 촉진하지 못한다.
* 치료자가 정말로 아동을 좋아하고 가치 있게 여긴다면 '좋아한다', 또는 '사랑한다'는 말은 의미 없이 나부끼는 색종이 조각 같은 것이며, 치료자는 '너는 내게 매우 특별하고 지금은 우리가 함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나를 사랑하세요?'라는 질문에도 같은 대답을 해 주는 것이 적절하다.
* 치료자가 아동 놀이에 참여하려고 한다면 다음 사항을 지켜야 한다.
- 아동이 언제나 주도권을 갖도록 할 것
- 아동의 관점을 유지할 것
- 성인-치료자 역할을 유지할 것(치료자는 아동의 놀이 상대가 아니다)
- 제한 설정을 통해 경계를 유지할 것
* 놀이치료는 회기 수보다는 빈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회기와 회기 사이의 일주일은 아동에게 있어 매우 긴 시간일 수 있다. 특히, 성폭력, 이혼으로 인한 충격을 경험한 아동이나 퇴화 위기에 있는 아동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루어지던 전통적 방식은 아동의 정서적 욕구보다는 치료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것이다.
* 아동의 놀이방에서 보이는 행동이 구체적으로 뚜렷한 변화가 부족할 때, 치료자는 치료자로서 자신을 의심하고, 치료 과정에 대한 믿음을 잃으며, 좀 더 직접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결심한다. 치료자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그러한 생각이 치료자로서 적절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치료자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것이며, 아동의 욕구를 진정으로 만족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덧. 이 책은 소장하면서 계속 참고할 예정이므로 북 크로싱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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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임상이나 상담 영역에서 일하는 심리학자라면 누구나 애정하는 저자가 한 두명 쯤은 있을 겁니다.
얄롬과 같은 '초'대가는 제외하더라도 저는 Nancy McWilliams와 로렌스 J 코헨을 특히 좋아라합니다. 두 사람이 쓴 책은 모두 소장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필독서라고 소개하는 편입니다.
'래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로렌스 J 코헨은 최고의 놀이치료 전문가로 이 분야의 최고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죠.
우리나라에도 몇 권의 책이 번역되어 있고 월덴 3에서도
'아이와 통하는 부모는 노는 방법이 다르다(Playful Parenting, 2001)'와 공저했던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당신 아이를 움직이는 또래 집단의 힘(Best Friends, Worst Enemies, 2001)'을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두 권 다 제가 별 5개로 평가한 훌륭한 책이죠.
여기에 비교적 최근에 나온 '엄마는 아이의 불안을 모른다(The Opposite of Worry, 2013)'를 추가합니다.
이 책은 또래보다 불안함을 잘 느끼는 아이들을 부모들이 어떻게 대하면 좋은 지 알려주는 책인데 코헨의 주특기인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다양한 불안 문제를 다루는 효과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불안은 사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서적인 문제지만 다양한 양상과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부분이 많죠.
앞서 소개한 전작들처럼 두껍지 않아서 들고 다니면서 읽어도 될 수준인데 유용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수록된 삽화마저도 부모 미소가 지어지는 예쁜 책입니다.
이 책은 양철북 출판사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번역도 깔끔하게 되어 있어 읽기 편합니다.
불안 수준이 높은 자녀를 둔 모든 부모들과 불안 장애 아동을 만나는 임상가들에게 특히 추천하는 책입니다만 임상, 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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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불안감이 심한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안심시키려고 끊임없이 애쓰는 노력부터 그만두라고 권했다. 그리고 '두 번째 병아리의 질문'이라는 기법을 개발했다. "내 눈을 봐, 내가 겁을 먹은 것 같아, 아닌 것 같아?" 이 질문은 무턱대고 '무서워할 거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 나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접근법을 이용한다. 심리 상담은 치유와 변화의 수단인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아동기 불안감에 대한 대부분의 접근법이 부모를 배제하는데, 이는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 불안감에 따른 고통은 크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기회 상실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 아이들은 자신이 몸으로 느끼는 불안감의 증상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이해하면 한결 마음을 놓는다.
* '지금 내 심장이 쿵쿵 뛰고 손에서 진땀이 나는 것은 단지 불안하기 때문이지, 실제로 위험한 일이 일어나서 그러는 건 아니야'라고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 불안감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는 이 기법을 '무섭지만 안전해'라고 부른다.
* 안심시키는 말이나 행동은 불안감이 심하지 않은 아이들한테는 위험 해제 시스템으로 넘어가도록 조심스럽게 쿡 찔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경계-경고-평가-위험 해제 시스템에 대해 알고 나면 아이와 부모는 그 시스템에 대해 좀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 부모가 아이를 '보호'하기만 해서 아이가 무서운 것을 회피하도록 내버려두면 아이의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회피는 평가와 위험 해제 시스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훈련과 경험을 가로막게 한다.
* 기질과 정신적 외상도 아동기 불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사실 부모야말로 아이의 불안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 '부모가 구체적인 도움은 주지 않은 채 모든 일에 대해 불안해하는 모습만 보이면 어떤 아이들은 위험을 피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슈마커는 부모가 아이한테 자신의 걱정을 몽땅 떠넘기기보다는 '안전하다고 느끼니?' 같은 질문을 하라고 권한다. '그런 질문은 아이로 하여금 실제 상황을 찬찬히 살피도록 하고 자기 내면의 경고 신호에 귀 기울이도록 이끌어줄 수 있다'고 슈마커는 말한다. 물론 부모는 그 질문에 대한 아이의 대답을 믿어주어야 한다!
* 불안감이 심한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경계 상태'로, 잠재된 위험이 닥치지 않는지 살피면서 보낸다. 이런 과도 각성 상태를 풀어주는 데는 '역할극 놀이'가 효과적이다.
* '안전 요원 덕' 놀이 : 자기 일에 지나칠 정도로 열성적이지만 무엇이든 보기만 하면 겁을 먹고 벌벌 떠는 안전 요원 오리 역할을 부모에게 맡게 함. 이 놀이는 '엄마가 가족을 괴롭히던 문제를 이용해 아이를 웃게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웃었다', '역할이 바뀌어 아이가 용감하고 힘센 존재가 되었고 반대로 부모는 겁쟁이 역할을 했다'는 놀이 육아의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 있다.
* '무서워서 못 보겠어' 놀이 : 이 놀이의 목표는 아이가 강해졌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므로 굴욕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 아이가 무서워하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여 무시해버린다면 아이는 더 깊은 두려움을 우리한테 이야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말해봐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지 않을 것이다.
* 아이들한테 쓸데없이 무서워할 필요 없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하는가? 나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닌지 판단하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권한다. 두려움은 그 대상이 어떤 것이든 정당하다.
* 아이가 느끼는 기분에 동의할 필요도 없고 같이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저 아이의 말을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 아이에게 위험에 대해 알려줄 때는 반드시 그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 방법도 함께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 나는 아이들에게 "용감하게 굴어야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많은 아이가 그 말을 '겁내지 마'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데, 겁내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대신 나는 "용감한 행동이었어"라거나 "용감하게 해냈구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이가 용감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용기가 연습하면 길러질 수 있는 것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 주관적 고통 지수 측정기라는 명칭에서 '두려움' 또는 '불안감'이라는 좀 더 구체적인 용어를 대신해 '고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매우 신중한 선택이다. 그로 인해 아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규정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 극도로 불안한 아이들(주관적 고통 지수 측정기의 8에서 10 사이)에게는 일반적으로 신체를 이용한 위로가 가장 효과적이다. 말수를 줄이고 더 많이 안아주자. 고통이 이 정도 수준에 이를 때면 말은 부안감을 달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 몸 흔들기 : 측정기의 아주 높은 눈금 쪽에 있어 몸을 꼼짝도 못하거나 주저앉아버리는 아이들에게는 몸 흔들기가 효과적이다. 극도의 불안감은 아이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두려움에 대한 표현을 막아버릴 수 있다. 이때 '흔들기' 기법은 막혀 있던 감정이나 느낌을 안전한 방법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불안감의 수준을 빠르게 낮출 수 있다.
* 메모 확인 : 종이에 '나는 지금 공황 발작 상태일 뿐이다. 이것은 생사가 걸린 무시무시한 일이 아니다. 이 일도 곧 지나간다'라고 적어서 공황 발작이 일어날 것 같으면 종이를 꺼내 혼자서 몇 번 읽는다.
* 항상 곁에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스스로를 안아주면 된다! 심리학자 프랜신 사피로는 '나비 포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두 팔을 몸 앞에서 교차해 양 어깨를 다독거리는데,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다독거린다. 양쪽 어깨를 번갈아 살짝 잡아주어도 좋다. 사피로는 이때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것이 뇌의 양쪽을 모두 활성화해 불안감을 줄이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비 포옹은 머릿속으로 안전한 곳을 상상하거나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나 문장을 머릿속으로 되풀이하면서 하면 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이완에 대한 저항감을 극복하도록 아이를 밀어붙일 때는 다음 네 가지 기본 원칙을 기억하자.
- 함께 한다
- 아이가 주도권을 잡는다
- 재미있게 한다
- 힘겨루기를 피한다
* 불안감은 생각을 많이 하거나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몸을 써야 한다. 불안감은 뇌에 먹구름을 드리우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주는 고통을 줄여주려면 애정을 표시하고, 안아주고, 몸을 쓰는 놀이를 많이 해서 즐거운 신체 접촉을 늘리고, 아이가 심호흡과 긴장 이완 기법을 연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 회피는 위험에서 달아나는 것과 다르다. 회피는 자신이 무엇을 피하려는 것인지 생각하기를 원치 않는다. 자신이 두려워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생존이 위협받는 것도 아니다. 회피 상태에서 우리는 실제로 위험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다는 느낌을 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감이 심한 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불안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회피를 할 때 상을 주는 것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감정의 범람이나 화이트 너클 상태로 밀어 넣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은 항상 일어난다. 예를 들어, "무서우면 안 해도 돼"라고 말하는 것은 회피하라고 부추기는 말이다. 아이가 두려워하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은 감정의 범람을 부추기는 행동이다. "징징 짜지 말고 그냥 해"라고 말하는 것은 화이트 너클을 부추기는 말이다. "어린아이 같은 짓 좀 그만해"라는 말은 감정의 범람 상태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특히 가혹한 말이다.
* 불안한 아이들이 부모의 무릎이나 품에 얼굴을 묻을 때 나타나는 다른 유형의 회피를 보자. 이렇게 얼굴을 묻는 것은 친밀한 유대감의 표현으로 보이지만, 그보다는 감정의 회피 반응인 경우가 더 많다. 윕플러는 이런 때 눈을 맞추면서 "내가 무서워하지 않는 게 보일 거야. 나도 네가 두려워하는지 봐야겠어"라고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아이를 밀어붙여야 한다.
* 끝이 없는 이야기를 의미 있는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아이를 전문가로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 아이들은 많이 아는 사람처럼 보이기를 좋아한다. 특히 자신이 힘들어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더 잘난 척하고 싶어 한다. 사실 아이들은 자신의 불안감에 대해서만큼은 최고의 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 다음은 안전감의 내면화와 안심 시스템의 초기화를 돕는 세 가지 방법이다.
- 아이가 감정의 범람 상태일 때는 편안해질 수 있도록 안심시킨다
- 아이가 회피할 때는 회피하는 대상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살짝 밀어붙인다
- 아이가 화이트 너클 상태에서 벗어나 마주하고 느끼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서 아이한테 '항복'한다거나 아이를 '응석받이'로 만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네가 원하는 만큼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그리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되고 화내고 싶으면 화내도 돼. 하지만 그 사탕에 대한 내 결정은 변하지 않을 거야" 이 말에는 중요한 내용이 두 가지 담겨 있다. 우선, 아이의 감정이 어떻든 여러분의 결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여러분이 실수를 하지 않은 이상은 말이다. 그리고 만약 실수를 했다면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 뜻이 담겨 있다. 또 아이가 느끼는 슬픔과 분노를 외면하거나 모욕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 아이가 감정을 발산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아이 곁에서 감정의 발산이 끝날 때까지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한다. 손에 손잡고 양육의 설립자이자 부모 교육 전문가인 패티 윕플러는 이것을 '곁에서 듣기'라고 부른다 이것은 "네 방으로 가서 다시 미소 지을 수 있게 되면 나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아무도 네 말을 안 들어줄 거야. 뽀로통해 있으면 미워 보여"라고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동이다.
* 아이가 자신의 불안감이나 분노를 총으로 쏘거나 쳐부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상상은 찬성할 수 없다. 아이가 자신만의 비유적 표현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감정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감정을 가둬버리는 것 역시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자신의 감정에 총을 쏘거나 감정을 파괴하자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감정과 화해를 한다거나, 길들인다거나, 아니면 고삐를 달아서 다루자는 식의 새로운 비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상상해야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것 사이에 건강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 '만약에' 불안감은 불안감의 공통된 세 가지 증상의 원인이다
- 우유부단(만약에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어떡하지?)
- 완벽주의(만약에 내가 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 과잉 준비(만약에 이런 일이, 저런 일이, 아니면 또 다른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 저항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불안한 생각에 효과적으로 도전하려면 몇 가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 인정하고 공감하면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여러분이 이해한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불안한 생각에 대한 여러분의 도전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
- 여기서 말하는 도전이란 '말싸움'이나 '논쟁'이 아니다. 논쟁을 벌이고 따지고 든다면 그것은 불안한 생각에 효과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의 말이 아무리 맞대고 하더라도.
- 밖에서부터 오는 도전보다는 안에서부터 오는 도전이 언제나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무조건 여러분이 도전하기보다는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불안한 생각에 도전하도록 이끌어주자.
- 아이들의 '만약에' 불안감에 도전하기 전에 먼저 여러분의 '만약에' 불안감에 대해 생각해보자.
* 불안한 생각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는 방법
- 놀이를 하듯 재미있게 도전하라
- '만약에'라는 생각에서 '지금 이 순간'으로 바꿔라
- 뇌를 더 많이 활성화하라
- 우선은 불안한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다른 것으로 변화시켜라
* 아이들에게 불안감으로 인해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냈냐는 질문 다음에는 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그것 말고 또 똑같이 중요하거나 아니면 더 중요한 건 뭐가 있을까?"
* 마음속에 사랑과 안도감이 저장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은 불안 장애와 분리 불안을 경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 집으로 돌아가면 다른 무엇보다 맨 먼저 아이와 함께 놀아주자. 처음에는 여러분이 떠나서 슬프거나 화가 난 아이의 감정을 풀어주어야 한다. 아이는 숨거나, 여러분을 외면하거나, 아니면 싸움을 걸 수도 있다. 그런 아이들을 쫓아다녀서라도 화해를 해야 한다. 아이들은 여러분이 돌아온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얼마나 여러분을 그리워했는가를 보여주려는 것뿐이다. 잠자리에 들 때의 분리 불안 역시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필요가 문제다.
* 여러분이 무언아게 대해 걱정을 하면 아이도 그것을 느끼고 여러분을 따라 걱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이한테 직접적으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굳이 아이가 두려워하도록 만들 필요는 없다.
* 진짜 해결책은 아이 대신 여러분이 예민해지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대신 경계하고 실필 테니 너는 경계하고 조심할 필요 없다고 아이에게 진지하게 알려주면 된다.
* "들어주고, 들어주고, 또 들어줬어요. 그날 사건에 대한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여 듣고 듣고 또 들었죠. 잘잘못을 따지거나 내 행동을 설명하거나 변명하려 하지 않고 그냥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줬어요. 가만히 듣고, 그날 일을 다시 생각하고, 아이를 이해하고, 사과하고, 그리고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주려고 애썼어요"
* 아이들이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도록 돕는 데 어떤 전략이 효과적인지
- 공감과 이해. 상황/사건이 그 정도의 정신적 외상을 유발할 것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 귀 기울여 들어주기. 정신적 외상을 입은 아이들은 자신이 겪은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야기하거나, 그림으로 그리거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 안전감에 대한 욕구 채워주기(넘칠 만큼). 여기에는 잠자리에 들거나 잘 때 더 많은 신체 접촉하기, 더 많이 안아주고, 밤에 불을 켜주거나 아이를 안심시킬 담요 등을 준비해주는 것이 포함된다.
- 기도와 종교
- 자기와의 대화
- 아이의 한계를 인정하고 불안감이 폭발하는 지경까지 강요하지 말기
* 숨바꼭질 같은 놀이 또는 정신적 외상을 유발한 사건을 재미있게 재현하는 놀이. 이때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
*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들과의 소중한 시간
* 인내심. 정신적 외상에서 회복되는 데에는 정해진 시간이 없다.
* 문제의 상황에 대한 여러분 자신의 감정과 반응 처리하기. 아이가 정신적 외상을 입으면 공포, 두려움, 분노를 겪는 부모도 있다.
* 정직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서서히 신뢰 회복하기
* 아이의 경직성을 풀어주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긴장을 푸는 것이다. 자녀의 경직성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몸싸움 놀이를 하라는 처방을 내리곤 했다.
* 일부러 실수하기. 완벽주의 아이들에게 내가 제일 즐겨 쓰는 전략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우리 실수를 세 가지만 해보자. 내가 먼저 한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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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2001)'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로렌스 J. 코헨이 쓴 '아이와 통하는 부모는 노는 방법이 다르다(Playful Parenting, 2001)'입니다.
제가 '소개글'에서 워낙 강추했기 때문에 기다린 분들이 (한 분이라도) 계실 것 같은데 드디어 북 크로싱합니다.
놀이치료에 관심있는 임상가들의 입문서로 그만이고, 자신의 아이와 잘 놀아주고 싶은 부모들께도 강력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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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심리학 공부한 이후로 지금까지 읽은 놀이치료, 육아 관련 책 중 최고의 책입니다. 일단 강추 드립니다.
믿고 보는 양철북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서 최소 평타는 치겠거니 했는데 개인적으로 '심봤다~' 수준이라서 깜짝 놀랐고 읽는 내내 정말 좋았습니다.
이 책의 원 제목이 Playful Parenting이라서 제목의 어감을 그대로 살려 나왔으면 망했을 수도 있을 것을 출판사에서 제목도 잘 뽑아 냈네요.
보통 이런 류의 책은 육아와 놀이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나 놀이치료를 할 전공자 중 하나만 택해서 특화시키게 마련인데 이 책은 한꺼번에 잡기 힘든 두 마리 토끼를 둘 다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이 마음을 헤아리는 부모의 특별한 기술, 놀이 육아'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주 독자층은 내 아이와 잘 놀고 싶고 놀이를 통해 아이 마음을 읽고 헤아리고 싶은 일반 부모인데 저자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 놀이치료 사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예시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썼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에 놀이치료의 핵심 개념과 함께 저자가 주로 사용하는 기법을 소개하고 있어서 임상가들이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건질 내용이 너무 많아서 밑줄을 긋지 않고 책장을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내용이 참 많습니다.
제목만 한번 살펴보죠.
1. 왜 재미있는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
2. 아이들의 세계에 기꺼이 뛰어들어라
3. 탄탄한 결합을 맺어라
4. 자신감을 길러줘라
5. 아이에게 웃음을 줘라
6. 난리법석을 배워라
7. 현실의 일시정지 - 역할을 바꿔라
8. 딸에게는 자율적인 능력을, 아들과는 결합을
9. 아이에게 주도권을 맡겨라
10. (필요하다면) 주도권을 잡아라
11. 싫어하는 놀이도 좋아하는 법을 배워라
12. 격렬한 감정을 모두 인정하라
13.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평소의 방법을 다시 생각하라
14. 형제자매 간 경쟁심을 놀이로 극복하라
15. 부모 자신을 재충전하라
일반적인 심리학 책과 달리 이 책은 각 장의 제목만 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짐작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너무 당연하게 들리거든요. 아쉽지만 이 책의 진가는 직접 읽어보셔야 알 수 있습니다.
내용도 유익하고 유용하지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재미까지 있다는 겁니다. 하다못해 매 장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삽화까지 재미있어요. 그래서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인데도 언제 다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인 로렌스 J. 코헨은 사실 예전에 이미 강추했던 책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2001)'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입니다. 그 책의 주 저자는 마이클 톰슨이라서 저도 깜박 놓쳤네요. 역시 훌륭한 책을 쓰는 저자는 다릅니다.
로렌스 J. 코헨은 '래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놀이치료 전문가로 오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 중 전문가입니다. 책만 읽어도 이 사람이 얼마나 임상 경험이 풍부한 지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본원적인 치유력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강한 지도요.
제가 상담하는 아이가 놀이치료가 필요하다면 두 말 없이 믿고 맡길 수 있을만큼 신뢰가 팍팍 가는 치료자입니다.
자녀를 둔 부모는 물론이고 예비 부모들께도 강력 추천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놀이치료에 관심있는 현장 임상가들의 입문서로도 그만인 책입니다.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아요.
덧. 이 저자의 책 중 'The Opposite of Worry'도 '엄마는 아이의 불안을 모른다'로 이미 번역되어 있네요. 구매 확정입니다.
덧2. 이 책은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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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놀이치료 전문가, 아동심리학자, 전직 교사가 함께 쓴 또래 집단의 역동에 대해 다룬 책,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 당신 아이를 움직이는 또래 집단의 힘(Best Friends, Worst Enemies, 2001)'입니다.
또래 관계 문제로 인한 학교 부적응,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 왕따 문제를 겪는 자녀를 둔 부모와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임상가들의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두꺼운 책이지만 일독할 가치가 충분한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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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모든 것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책입니다.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그 중에서도 우리의 아이를 움직이는 또래 집단의 힘, 역동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 왕따 문제를 다루는 현장 전문가들은 꼭 보셔야 할 책입니다.
놀이치료 전문가, 아동심리학자, 전직 교사가 함께 쓴 이 책은 대표 저자인 마이클 톰슨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세 가지 역할 즉, 아동심리학자, 학교의 상담교사, 부모의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아이들의 또래 집단을 여러가지 각도, 깊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자녀의 문제 가운데 부모의 이해도가 가장 떨어지는 영역인 아이들의 사회적 잔인성(집단 압력 동조로 유발되는)에 대해 매우 상세하면서도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주고 대처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밖에도 유아기의 애착에서부터 우정의 발달 단계, 단짝, 나쁜 친구들, 아이들의 삶에 미치는 집단의 힘, 우정과 배신의 역학, 성역할 게임, 십대들의 사랑, 차이를 인정하고 끌어안는 공감과 이타심 문제, 학교의 역할, 부모의 대처 등 매우 폭넓은 영역을, 그것도 매우 세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집단 역학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대학 다닐 때에도 주제에는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group dynamics 수업을 들을 때 괴로웠음) 아이들 집단의 사회적 잔인성 부분을 읽을 때 새삼 역겨움을 느꼈지만 꼭 읽어보셔야 할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미국의 학년 체계에 맞춰 설명하고 있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구분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좀 낯설게 느껴집니다. 11학년이 몇 살인지 바로바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번의 변환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개인적으로 또래 관계 문제로 인한 학교 부적응,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 왕따 문제를 겪는 자녀를 둔 부모와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임상가들의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460페이지에 이르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일독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사회적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들이 제시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1. 지나친 걱정은 하지 마라. 아이는 이미 사교적인 삶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것을 명심하라.
: 정말로 우리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는 느긋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
2. 우정과 인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라. 우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 절대 동감
3. 아이들에게 친구를 사귈 기회를 만들어주어라.
: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친구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 절대 동감
4. 아이들의 친구가 집에 찾아오면 따뜻하게 맞아주어라.
: 아이들이 오면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 앞에서 그 아이들의 행동을 칭찬해준다. 부모가 아이의 친구들과 정을 들이지 않는다면 부모는 곧 심부름꾼이나 스파이가 되고 만다.
5. 바람직한 우정의 역할 모델이자 선생님이 되어라.
6. 폭 넓게 사귈 기회를 주어라. <- 절대 동감
7. 아이 친구의(그리고 아이 '원수'의) 부모와 친해져라. <- 글쎄,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듯
8. 아이의 사회적 고통에 공감해주되 중심을 잃지 마라.
: 아이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와 이야기를 들어줄 귀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아이들에게는 피해자 측 변호사나 경호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그저 호소할 부모가 있으면 된다.
<- 절대 동감
9.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어디쯤 속하는지를 알아두어라. 아이가 교우 관계에서 곤경에 빠져 있다면 개입해서 도와주어야 한다. 만일 아이가 인기가 많거나 잘 지내고 있다면 그 아이가 건전한 도덕적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라. 부모 자신이 중학생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10. 멀리 내다보는 눈을 가져라.
닫기
* 왕따 아이가 매일매일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그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보다 더 교사를 괴롭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 아이들은 어른이 끼어들어 자신들의 사회생활을 바로잡으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아이들은 우리의 개입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까봐 두려워한다. 아이들은 문제의 핵심을 알고 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이 종종 역효과를 가져와 아이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 자신의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격분한 부모가 내 상담실로 찾아오면 나는 늘 그들에게 묻는다. "혹시 두 분 중에 한 분이 어렸을 때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그러면 기억을 한동안 되새겨 본 뒤에 자신이 자녀의 일에 마음이 상하는 진정한 이유를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 훌륭한 애착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단단한 애착을 이룩한 아이들의 부모를 광범위하게 조사해보았다. 그들은 자녀의 요구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 심리학자들이 관찰하고 평가할 정도의 우정을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령은 생후 8개월이다.
* 분리불안을 좀 더 분명하게 변별하려면 이렇게 해 보자. 아이들을 몇 명 집으로 데리고 가서 엄마가 곁에 붙어서 그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혹시 부모가 곁에 있으면 또래들과 훨씬 더 쉽게 교류하는지 살펴보자. 불안감이 부모와 떨어지는 데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환경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인지 알 수 있다.
* 아동의 정신 불안은 종종 그 아이의 놀이 능력에 장애 요소가 되며, 불안이 치료되면 바로 놀이 능력이 회복된다. 아이가 다시 놀이를 시작한다는 거은 정신 건강이 회복되었음을 의미한다.
* 우리는 사교 기술과 우정이 같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교 기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정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우정이란 아이들이 서로를 선택하고,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느냐의 여부로 정의된다.
* 세 살이면 애착의 유형, 기질, 발달상의 능력, 그리고 삶의 경험들로 인해 아이들이 우정을 가질 가능성에 제법 큰 격차가 생긴다. 3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놀이가 이뤄질 수 있을 만큼 지속적인 나눠 갖기가 불가능하다. 다섯 살 정도는 되어야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이 정도의 발달 단계에 들어선다.
* 우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여건
: 지리적 인접성, 친밀성, 놀이를 조정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능력,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 남과 나눈다는 것
* 우정의 필수 요소 : 상호 의존과 헌신
* 에릭 에릭슨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나누는 모든 대화는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즉 사춘기 청소년의 모든 대화는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너를 내 친구로 두었다는 것은 내가 어떤 아이라는 의미인가?"로 귀결된다.
* 청소년들은 친구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 집단 생활의 법칙
1. 네 또래와 똑같아져라 : 청소년들은 압력을 가하는 집단의 매력에 이끌려 그 집단에 스스로 속하려한다.
2. 반드시 집단에 속해야 한다
3. 들어와라, 그렇지 않으면 나가라
4. 사회적 서열 속에서 너의 자리를 찾아라
5. 반드시 역할이 있어야 한다
: 왜 학급마다 선생님이 특히 총애하는 아이가 있을까? 집단의 보편적인 힘이 각 구성원에게 계급과 역할을 할당해준다는 것이 그 답이다.
* 도덕성이라는 것이 단순히 개인적인 특징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른들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양심은 개인적인 기질의 한 부분이지만 도덕은 우리가 속한 집단의 한 양상이며 우리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다.
* 집단의 단합 : 공통의 과제를 찾아라
* 특정한 아이를 괴롭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오직 집단 뿐이다.
*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가 상담을 위해 보내지면 그는 왜 도대체 어른들이 자기에게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당황해한다. 기성세대가 그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가 가진 힘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상담자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 침묵 속의 용인이 더 나쁘다. 신참 골리기의 이면에는 이런 일들이 한 집단 혹은 팀이 틀을 잡아가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믿는 어른들의 동조가 깔려 있다. 신참 골리기가 갖는 문제는 그런 시련을 일단 겪고 난 팀의 구성원들이 그것을 옹호하고 나선다는 것이다.
* 최근의 신경학적 연구는 청소년들이 얼굴 표정(특히 두려움)을 성인들만큼 정확하게 읽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그래서 아이들의 괴롭힘은 더 잔인해지는 경향이 있다.
* 나는 모든 아이들이 삶에서 각기 다른 세 가지를 원한다는 쪽으로 설명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연결'과 '인정', 그리고 '힘'이다.
* '공격성'에 육체적인 공격 뿐 아니라 거친 말이나 비언어적 표현까지 포함시킨다면 여자아이들 역시 얼마든지 공격적일 수 있다는 것을 최근 연구로 알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관계적 공격'이라고 부르는데, 피해자들에게는 이것이 물리적인 구타 못지않게 고통스럽다. 아니, 어쩌면 효과 면에서 더 오래 지속될는지도 모른다.
* 우리 어른들이 어렸을 때 누군가의 편에 서주었거나 우정의 이름으로 불문율을 깨뜨린 이야기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한다. 우리가 했던 잔인한 행동들을 반성하는 말을 들려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철없을 때 장난삼아 한 행동이니 괜찮겠지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아이에게는 평생 잊히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 만일 우리가 나쁜 말이라고는 단 한 번도 입에 담아보지 않은 완벽한 존재로 아이들 앞에 나서고자 한다면 아이들은 집단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누군가에게 등을 돌려야 한다는 도덕적 딜레마에 처해도 우리에게 결코 터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도덕적인 학교란 도덕적인 학교가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학교입니다. - 교육학자 톰 리코나 -
*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벌줄 사람과 칭찬받을 사람을 결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도덕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다.
* 개별적인 상황에 대해 일일이 체벌하느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학교의 바탕을 이루는 사회적 역할 관계를 이해하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라.
* 아이들을 키울 때 생기는 모순 중의 하나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큰 꿈을 꾸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 부모가 아이를 놀리면 아이는 더욱 더 혼자라고 느끼며, 어떻게든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점점 더 혈안이 될 뿐이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제발 놀림감으로 삼지 말라. 그것을 통해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의 문제를 어른들 수준에서 재생산한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곧 다른 아이들과 그 아이의 부모들에 대해 험담을 하기 시작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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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 기법에는 일종의 유행이 있습니다. 요새는 EMDR, ACT, MBSR(or MBCT)에 이어 긍정심리학을 활용한 치료적 접근이 하나 둘씩 국내에 소개되고 있죠. 중독 분야에서 효과적인 기법으로 알려져 있는 동기 강화 상담(MET or MI)도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고요.
실제로 학회 게시판을 보면 관련 워크샵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곤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정작 그 치료 기법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장애와 심리적 문제에 적용하면 좋은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워크샵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를 소개하는 치료자/상담자마저도 자신의 임상 경험을 녹여내어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저 그 치료기법에 대한 원론적인 소개와 시연 뿐이라서 큰 돈과 어려운 시간을 들여 힘들게 워크샵을 듣고 나서도 뭘 어떻게 활용하라는 것인지 난감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워크샵을 시행하는 임상가가 단기 코스로 외국에 가서 따온 자격증 하나만 믿고 국내 임상 경험도 충분히 쌓지 않은 상태에서 그 자격증의 한국 지부를 설립하기 위해 세몰이를 하거나 관련 서적을 몇 권 번역하면서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치료기법을 국내에서 선점하기 위해 일단 워크샵부터 개설해서 그렇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자신의 임상 분야에서 5년 이상 적용하지 않은 걸 어설프게 들고 나오는 걸 전혀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상담 및 심리치료 기법에 대한 수련을 받은 적이 없는 임상가들이 자격을 취득하고 현장에 나왔을 때 불안한 마음에 이런저런 심리치료 기법을 고액을 들여 수강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그저 경력을 쓸 때 줄줄이 쓰고 마는 겁니다(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이상한 워크샵 수강 기록과 자격증을 나열하는거 창피하지 않아요?)
치료 기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치료 기법을 적용할 장애와 문제 영역이 무엇이냐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동기강화상담은 병식이 없는 중독 문제를 가진 내담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냥 동기강화상담만 배워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치료 기법 수 백가지 알아서 뭐 합니까? 각각의 기법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데요. 그러니 항상 모든 치료 기법은 적용해야 할 대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배워야 하고 그걸 모르는 치료자로부터는 배워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자칫하면 만병통치약처럼 이거 하나면 다 끝난다는 식으로 맹신하게 됩니다. 세상에 모든 장애를 치료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치료 기법이란 없습니다.
굳이 기법을 익히고자 한다면 오히려 다양한 문제 영역에 일반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법부터 익히세요. 예를 들어 심리평가보고서에 임상심리학자들이 맨날 사회 기술 훈련을 하라, 부모 교육을 하라고 하지만 정작 사회 기술 훈련이나 부모 교육의 최고 전문가가 없습니다. 대충 흉내만 내거나 그마저도 못하는 기관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니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센터에서는 그냥 놀이치료나 시키고 맙니다. 놀이치료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치료라는 말이 아니라 그저 치료자를 구하기 쉽고 만만하니까 놀이치료에만 매달릴 뿐 다른 건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는 말입니다.
부모 교육만 해도 ADHD를 위한 부모교육, 강압적 훈육 방식을 고집하는 부모 교육, 헬리콥터 부모를 위한 부모 교육 등 세분화하면 얼마나 다양한 variation이 가능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개입조차도 제대로 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social skill training 하나만 제대로 파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가 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박 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기본적인 치료 기법 하나 제대로 하는 고수가 없고 내노라하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 없으니까요. 그러니 기본에서부터 시작해서 기존의 프로그램에서부터 현장 경험을 통해 가감해서 노하우를 축적하세요. 그러면 나중에 프로그램을 만들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든 제대로 된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짧게 요약합니다.
* 세부적인 치료 기법을 익히는 것보다 적용할 장애나 문제 영역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에 맞춰 해당되는 치료 기법을 익혀야 함.* 자신의 관심 분야에 정확하게 fit한 세부적인 치료 기법이 없는 경우 적용 영역이 넓은 기본적인 프로그램이나 치료 기법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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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임상심리학회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표준화된 심리평가보고서를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형식 면에서는 미국의 것을 차용해 그런대로 비슷한 report form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 면에서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라서 임상 현장마다 제각각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평가자가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현장 두 곳을 중심으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임상 현장에 따라 유의해야 할 부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가장 많은 심리평가보고서가 작성되는 병원 장면입니다. 대부분 정신과(요새는 정신 건강 의학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이거나 심리적 문제와 관련이 많은 과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은
심리평가 의뢰자가 거의 대부분 의사이다보니 의사의 진단적 임상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유, 무형의 압력을 느끼거나 최소한 진단을 붙여서 보고서를 내보내야한다는 강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평가한 수검자가 자신에게 맡겨진다면 어떻게 치료나 상담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그런 방향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무리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치료에 방해가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무조건 진단을 내리는 습관을 고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상담센터입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관이고 국가와 voucher 협약을 맺은 곳도 많죠. 상대적으로 정신 건강 의학과에 비해
문제 행동이나 증상의 심각도가 가볍기 때문에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반대로 모든 문제를 PCRP나 애착 문제로 귀인하려는 선입견을 갖기 쉽습니다. 게다가
평가를 하는 기관이 심리치료나 상담을 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심리치료를 연동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작 필요한 문제 별 부모 교육이나 사회 기술 훈련, 의사소통 기술 훈련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는 매우 드물며 센터에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치료나 미술치료만 기계적으로 의뢰합니다. 그러다보니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무조건 놀이치료?'라는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수검 아동/청소년의 문제와 상관없이 routine하게 센터에서 가용한 심리치료만 제공하는 것이죠.
따라서 상담센터에서 심리평가를 하는 임상가의 경우에는
오히려 정신과적 진단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이 아닌지 좀 더 세심하게 진단 가설을 설정해야 하고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 제공할 수 없는 치료적 기법이 필요하다면 수소문을 통해 연계망을 구성하는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심리평가를 위해 방문하는 아동/청소년의 문제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현황을 파악하여 필요한 심리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치료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양성해야겠지요.
심리평가 작성법에 대한 이해에 앞서 자신이 일하고 있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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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에는 별 문제 없다가(사실은 주 양육자인 부모가 체벌 등으로 충분히 manage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했던) 초등학교 고학년 내지는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에게 대들거나 반항하는 정도가 심해지고 학교에서도 또래와 싸우거나 선생님에게 대드는 문제로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아동이 꽤 많습니다.
대개는 과잉 행동 경향도 좀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ADHD를 의심하다가 심리평가를 해 보면 주의력 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없고 그렇다고 소아 우울증 같은 정서적 문제가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빈약한 로샤 검사에 근거해 내재된 공격성으로 결론(원인도 모른 채)내고 routine하게 놀이치료, 표현예술치료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내재된 공격성을 외부로 건강하게 ventilation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생각했던대로 잘 될까요? 나중에 재검을 받으러 온 아동의 치료력을 점검하다보면 이러한 접근법이 효과가 거의 없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볼 때에는 두 가지 가능성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가장 큰 이유는 결정적 시기(2~3세)에 부모가 적절한 관심과 양육을 제공하지 못해 불안정 애착이 되는 바람에 애정 욕구가 반복적으로 좌절되고 이로 인한 aggression이 내재된 것일 가능성을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발달력에 대한 충분한 자료 수집과 면담을 하지 않기 때문에 놓치는 것인데 제가 볼 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상당 수의 아이들이 애착 문제를 갖고 있더군요. 이런 아동은 불안정 애착 상태를 해소하고 부모 및 주변 환경과 신뢰를 재형성 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 공격성만 ventilation시킨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습니다.
둘째, 첫 번째 경우만큼 많지는 않지만
언어성 영역에서 어휘력이나 표현력의 부족이 두드러지는 아동의 경우에도 행동화 경향성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적절히 표현하기 위한 언어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월한 방법으로 직접적인 행동 표현을 선호하고 반복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적절한 표현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만으로도 공격적인 행동이 한결 줄어듭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말로 자신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면 굳이 체벌을 부르는 행동을 고집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우선 인지 기능 검사에서 언어적 표현력과 어휘력의 부족이 두드러지는지 점검해 보고 내재된 공격성이 검사 sign으로 관찰되더라도 그 원인이 분명하지 않으면 애착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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