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보이콧 하는 문학동네가 탐욕스럽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들을 사들이는 절망스러운 와중에도 비채 출판사가 숨어 있는 그의 책들을 발굴해주어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 '여자가 없는 남자들'의 국내 판권을 문학동네가 2억 5천만 원에 사들였다는 우울한 소식을 들었죠. 아 짜증나~
어쨌거나 이 책은 1982년 봄부터 1986년 2월까지 약 4년에 걸쳐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장기연재한 글들을 엮어서 내놓은 책입니다. '에스콰이어', '뉴요커', '라이프', '피플', '뉴욕', '롤링스톤' 등의 잡지를 모아서 보내주면 읽다가 재미있을 법한 기사를 발견하면 스크랩해서 그걸 바탕으로 원고를 쓴 뒤 연재한거죠. 이 책에는 총 81편의 원고가 실려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의 말마따나 거저먹는 즐거운 일이었기에 어떤 글이든 일년 이상 계속 쓰면 질리는 성향이 있는데도 4년 이상 썼다고 하네요.
이 책에 실린 1980년 대를 풍미했던 사건과 인물을 꼽아보자면,
빌리 조엘, 로키, 존 어빙, ET, 말보로, 카렌 카펜터, 스타워즈, 정크 시대, LA 올림픽, 마이클 잭슨, 스크래블 게임, 브레이크 댄스, 고스트 버스터즈, 제시카 랭, 인디애나 존스, 콜라 전쟁, 에릭 시걸...
개인적으로 1980년 대는 제게도 익숙한 내용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비교적 잘 아는 걸 골라도 이 정도가 다 입니다. 의외로 미국 문화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많아서 그런지 생소한 부분이 많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무라카미 하루키식의 맛깔나는 글솜씨는 여전하지만 푹 빠진 채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1980년 대의 미국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분들에게만 추천드릴 수 있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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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는 절대로 레코딩하지 않아요. 안 그러면 그 노래가 크게 히트할 경우 죽을 때까지 불러야 하니까. 그런 건 싫습니다.
* 당연한 얘기지만, 시대는 점점 희미해진다.
* 어디까지나 일반론이지만, 공포소설작가가 진지하게 공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거나, 유머소설작가가 진지하게 유머란 무엇인가 생각하기 시작하면 만사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 서핑의 훌륭한 점은 그것이 개인적인 스포츠라는 것이다. 서핑은 사람에게 순수한 의미의 정직함을 요구하며, 서핑을 통해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응시하게 된다. 파도 앞에 서면 사람은 다양한 공포와 직면한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을 배운다. 이것은 일종의 자기정신치료다.
* 나는 원래 남들 앞에서 얘기하고, 개인기를 보이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앞으로 꾸역꾸역 나올, 찰거머리 같은 언론의 논평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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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 뉴질랜드 여행을 시작으로 올해 여름에 다녀온 아프리카 케냐까지 외국을 총 21번 정도 나갔더랬습니다. 물론 다녀온 곳을 날짜 순으로 정리하고는 있지만 한 눈으로 확인하고 싶기도 해서 지금까지는 가 본 나라를
온라인 지도에 표시하는 서비스를 이용해 왔습니다(2013년 8월 현재 세계 중 8%).
그런데 이건 온라인 서비스라서 언제 문을 닫을지도 모르고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나 볼 수 있는거니까요. 언제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집에서 다녀온 곳도 회상하면서 추억에 젖어볼 수도 있고 앞으로 여행 가고 싶은 나라에 대한 워밍업을 해 보고 싶기도 해서 오프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는 지도를 구입했습니다.
이탈리아 회사인 Palomar SRL에서 제조한 Pin Wall Map입니다. 뉴욕, 파리, 런던 등 유명한 도시를 지도로 옮긴 것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한 도시를 꼼꼼하게 돌아다니면서 여행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세 곳 모두 아직 안 가봤기에 일단 세계 지도를 구입했습니다.
130 X 70cm으로 벽에 붙이면 대충 이 정도의 크기가 나옵니다. 저는 파란색 바탕의 지도를 선택했습니다만 검은색도 있습니다. 검은색이 더 고상하기는 하겠지만 눈에 잘 들어올 것 같지 않아서 그냥 파란색으로 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봤습니다. 이건 유럽의 모습인데 주요 도시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고 핀을 꽂을 수 있도록 구멍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빨간 색 핀은 기본 15개가 들어 있고 30개 들이 세트로 추가 구매할 수 있습니다(8,500 원).
Polymer felt 재질로 100% 재활용 가능하고 세탁도 할 수 있습니다. 꽤 두꺼운 재질이라서 핀을 꽂기에 용이합니다. 여행 사진이나 항공권, 티켓 등을 함께 붙이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그동안 꽤 많이 돌아다닌 것 같네요. 아직 남미 대륙 쪽이 휑한 것이 눈에 거슬리는데 거기도 언젠가 핀을 꽂을 날이 있겠지요.
아무래도 이탈리아 수입품이다보니 49,800 원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벽에 고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양면 테이프로 4면을 둘러서 붙여 봤지만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은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결국 벽지가 상하더라도 확실한 접착을 위해 글루건을 쏴서 붙여 버렸습니다. 나중에 뗄 때 벽지의 손상은 피할 수가 없겠지요.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산업용 벨크로 테이프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어쨌거나 재질 자체가 일종의 펠트인데다 꽤 무겁기 때문에 웬만한 테이프로는 고정이 되지 않으니 구입하실 분들은 계신 곳의 벽지를 확인하고 고정할 방법까지 고민하고 구매하셔야겠습니다.
어쨌거나 벽에 붙여두고 지나다니면서 볼 때마다 뿌듯해지는 여행 관련 아이템입니다. 만족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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