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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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저는 개인적으로 리암 니슨을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했지만 많은 분들이
'테이큰(Taken, 2008)'에서 보여준 강렬한 연기를 기억하고 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하신 것 같던데 그렇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테이큰에서 보여준 강렬한 액션 연기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런 액션을 보여줄 수 자체가 없어요. 스토리 상(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우리의 정체성이란 것은 전적으로 기억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축적된 기억에 비추어서 판단하는 것 뿐이죠. 달리 말하면 기억을 조작해 버리면 자신이 누구인지 본인도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불시에 당한 자동차 사고에서 머리를 부딪쳐 기억을 잃은 리암 니슨이 자신이 누구인지 입증할 개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아내마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정체성 위기에 빠집니다. 나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정작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면 그 사람들이 틀린걸까요, 아님 내가 미친걸까요?
영화사에서 기가 막힌 반전이 있다고 선전하지만 사실 그렇게 예측하기 어려운 반전은 아닙니다. 영화를 유심히 보신 분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합니다. 저처럼 둔한 사람도 한낱 식물학자에 불과한(?) 주인공이 베를린 도심 추격전에서 기가 막히게 차를 모는 것을 보고 쉽게 알아차렸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폭발씬에서 더 놀랐습니다. 차라리 그게 더 반전이더군요.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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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 21
이 영화는 '악성' 베토벤이 청력을 거의 잃고 방황하던 말년의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교향곡인 9번 '합창'을 초연하는 자리에서 청중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베토벤이 그대로 서 있자 무대에 있던 한 여인이 앞으로 나와 베토벤을 돌려 세워 화답하게 했다는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여성 음악가에 대한 차별이 심한 18세기 비엔나에서 작곡가를 꿈꾸는 카피스트 '안나 홀츠'와 말년의 베토벤이 나누었던 사랑, 그 이상의 교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토록 아끼는 안나에게도 가혹할 정도의 혹평을 날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아랫집에서 물난리를 겪던 말던 항상 정해진 자리에서 씻는 못되고 괴팍한 베토벤이 그렇게 밉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베토벤이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신이 자신의 목소리만 듣도록 귀를 멀게 한 댓가라고 본다면 이해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의 언어인 음악을 듣는 베토벤, 그리고 그것을 세상으로 옮기는 카피스트 안나, 안나는 처음에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베토벤에게 보여서 인정을 받고 베토벤의 배움을 통해 유명한 작곡가가 되기를 꿈꾸었지만 나중에는 베토벤을 통해 영혼을 통해 음악을 듣는 법을 서서히 깨닫게 되면서 변화하게 됩니다. 진정한 음악을 알게 된 것이지요.
18세기 비엔나의 모습을 완벽하게 고증한 것도, 영화 내내 최고의 클래식 선율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변신의 귀재 '에드 해리스'와 '다이앤 크루거' 투 톱의 혼신을 다한 명연기가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드 해리스는 베토벤이 환생한 것처럼 생김새마저도 너무 똑같더군요.
특히 베토벤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제대로 듣지 못해 안나의 도움을 받아 듀엣으로 합창 교향곡을 지휘하는 장면은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있게 만드는 명 장면입니다. 촬영 장면에서도 에드 해리스 본인을 비롯해 엑스트라, 오케스트라까지 모든 출연진이 장면에 몰입되어 감독의 컷 소리도 듣지 못하고 곡이 끝날 때까지 연주를 계속했다고 하고 안나의 연인으로 출연한 매튜 구드는 에드 해리스의 연기와 음악에 감동되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는 평이 많고 저 또한 보면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꼭 보셔야 할 명장면입니다.
클래식 팬들에게는 필 감상 영화이고 가을이 지나기 전에 꼭 보셨으면 하는 월덴지기의 추천 영화입니다.
덧. 크레딧을 보면 보통 등장 인물이 중요도 순으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연 배우, 조연 배우, 엑스트라 순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영화에 등장한 순서로 올라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연을 맡은 에드 해리스가 'Old Woman'인 엑스트라에 뒤이어 4번째입니다. 합리적이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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