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알라딘
미국 워싱턴 대학의 석좌 교수로 재직(분명하지는 않습니다)하고 있는 원로 임상심리학자인 Sol L. Garfield의 1989년 저서로 우리나라에는 2002년에 출판되었습니다. 비록 출판된 지 25년이 넘은 고전이지만 단기심리치료의 핵심을 잘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단기심리치료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적합한 책으로, 분량도 적당하고 번역이 난해하지 않아 이해하기 쉬운 편입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기법을 익히고자 하는 치료자에게는 내용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단기심리치료의 맥을 잘 짚고 있어서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특정 치료적 입장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심리치료의 장점을 통합하는 절충적인 관점에서 단기심리치료를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 Garfield는 모든 심리치료에는 긍정적인 치료적 관계(therapeutic relationship), 자신과 자신의 어려움에 대한 내담자의 이해 증가, 정서적 발산(emotional release), 강화(reinforcement), 둔감화(desensitization), 자신의 문제에 직면시키기 등과 같은 공통적 치료 요인이 포함되며 이런 공통적 치료 요인이 잘 기능하는 한 어떠한 치료 방법도 내담자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동감합니다. 사실 저는 장기심리치료의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해 매우 부정적입니다. 따라서 치료적 기법의 효과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정신분석기법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기심리치료에서 치료자가 하는 활동 유형은 장기심리치료의 그것과 그리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만 사용 빈도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수 있지요. 단기심리치료에서 많이 사용하는 치료자의 활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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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 내담자의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내용을 주의깊게 듣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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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 : 내담자가 표현하는 감정을 충분히 반향시켜주는 치료자의 공감적 반응(초기 회기에 특히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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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 바람직한 행동 대안을 제공하는 치료적 활동(과제와 구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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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과 해석 : 내담자의 문제에 대한 치료자의 이해 정도를 풀어 말하는 것
-> "~인 것 같은데요(It seems likely)"와 같이 사용함.
-> "어떻게 생각하세요?" 또는 "이해가 가시나요?"처럼 질문을 덧붙여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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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제공 : 내담자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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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 : 환자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불일치를 표면화시킴(조심해서 사용해야 함. 특히 초기 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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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시키기 : 과용하지 않는 이상 효과적인 지지적 치료 기법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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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부여 : 학습 과정이 포함되도록 사용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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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과 역할 연기
: 과거에 일어났던 어떤 일을 실제로 해 보게 하거나 미래의 예상 사건에 대한 대처 행동을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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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개방형 질문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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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공개 : 내담자의 문제와 관련이 있을 때
가끔씩 사용할 것
단기심리치료의 첫 면접에서 평가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은 첫째, 내담자의 임상적 문제와 정신병리의 정도, 둘째, 내담자의 개인적 자질과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스타일, 셋째, 내담자에 대한 치료자의 개인적 인상입니다. 특히 세 번째 항목은 치료의 지속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변인이므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단기심리치료의 성패는 내담자의 관여(involvement) 수준이 얼마나 높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내담자가 얼마나 열성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느냐를 의미하며 치료 동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내담자의 관여 수준은 치료의 성공을 예언하는 가장 신뢰로운 변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심리치료에서 내담자가 아무런 이유없이 약속된 치료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매우 부정적인 신호이며 특히 치료 초기에는 조기 종결의 강력한 지표가 됩니다. 대체로 3회기 이내에 치료 종결의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습니다.
단기심리치료에서는 치료 기간 자체가 짧기 때문에 빠른 증상 또는 문제의 회복을 목표로 합니다. 정신분석적 접근을 사용하는 치료자들은 치료 초기의 신속한 문제 해결을 '건강으로 도피함(flight into health)'라고 부르며 무의식적 억압과 갈등에 치료자가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기제로 설명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그것이 치료 효과의 발현인지, 방어 기제의 출현인지의 구분은 치료자가 담당할 몫이라고 봅니다. 저는 오히려 '건강으로 도피함'으로 규정함으로써 치료 기간을 불필요하게 연장하는 것이 내담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인상에 깊이 남았던 Garfield의 언급을 소개하고 마치려고 합니다.
"나는 기법(technique)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치료자의 기술(skill)을 강조하고 싶다. 내담자의 말에 반응할 적절한 시기를 선택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치료의 기법이라기보다는 치료자의 기술에 속하는 것이다"
* 필독 대상 : 임상 심리학 전공 대학원 생
* 추천 대상 : 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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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에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고 또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Freud는 정신분석의 경우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사실상 정신분석에 치료의 기반을 두고 있는 임상가들은 대부분 그보다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장기적인 치료가 5년에서 10년, 길게는 15년 이상 걸리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환자와 함께 늙어간다'는 말을 들을 수 있지요.
장기간의 치료 기간을 요하는 정신 분석은 환자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일으키는 무의식적인 갈등을 확실하게 통찰해야만 되기 때문에 환자가 과도한 압력을 받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서서히 접근해야 하고, 억압된 내용을 지나치게 빨리 드러내려는 시도는 환자의 방어기제를 못쓰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성격의 와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단기심리치료의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고 표면적인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피상적인 치료 기법이라고 비난을 해 왔지요.
그러나 치료 기간을 효율적으로 줄이려는 시도는 (정신분석 전문가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고 1965년 뉴욕의 단체 건강 보험(Group Health Insurance)에서 단기심리치료의 효과를 분석한 Avnet Report를 내놓으면서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1,200여 명의 정신과 의사가 참여했으며 15회 이하로 제한한 단기심리치료를 적용한 결과 장기심리치료와 비교해 단기심리치료의 효과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1980년 대 이후의 경향은 단기심리치료가 심리치료에 의뢰된 대부분 환자들에게 적용 가능한 형태라는 것이며 단기치료기간을 가늠하는 상한선으로 25회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Koss & Butcher, 1986).
덧. 저도 현재 임상 장면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절충주의자'에 속하기 때문에 어떤 치료 방법을 우위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단기심리치료에 비해 정신분석과 같은 장기심리치료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치료 목표의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고, 더 큰 문제는 치료 도중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치료자의 mannerism입니다. 단기심리치료도 여기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client와 치료 계약을 맺고, 구체적인 치료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단기심리치료에 비해 정신분석과 같은 장기심리치료는 그 위험성이 훨씬 큽니다. 단기심리치료는 매 시간 치료자를 긴장시키고 준비하게 만드니까요.
출처 : 'The Practice Of Brief Psychotherapy' by Sol L. Gar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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