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제 책을 읽었다면서 단도박 모임을 다니는 어떤 여자분이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도박자의 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본인이 완전히 치유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예전에 도박 중독자였나 봅니다.
이 분 말씀은 제 책의 내용 중 대부분을 수긍하지만 도박 중독이 완전히 치유될 수 없다는 것과 도박 중독이 치유되어도 갈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내용은 틀렸다면서 제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십니다.
혹시나 여쭈어 보니 역시나 제 책을 다 읽지 않으셨더군요. 제대로 읽으셨다면 제가 도박 중독이 완전히 치유될 수 없다고 한 적이 없다는 걸 아셨을텐데요(관련 포스팅
'도박 중독은 과연 불치병인가'). 더구나 제 책의 홍보 문구 중 하나가 앞 표지에 떡하니 박혀 있는 '도박 중독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다'이니 겉표지도 제대로 안 보신 것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하여간 도박 중독은 완전히 치유된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드립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드리려고 하는 말씀은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과연 갈망이 완전히 사라지는가에 대한 것인데요.
제게 연락하신 분의 주장으로는 본인이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치유되고 보니 갈망이 사라지고 생각조차 전혀 나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도박에 중독된 적이 없으니 갈망이 사라지는 완전한 치유 상태를 경험하지 못해 그런 틀린 이야기를 썼다는거지요.
과연 그럴까요?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치유되면 갈망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까요? 그렇다면 더 이상 도박을 겁낼 필요가 없어지는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어도 갈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평생 주의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1년에 포스팅한 글이 있습니다(관련 포스팅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충동은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어 격한 운동을 하다가 인대를 다치면 몸이 완전히 나은 뒤에도 인대가 손상된 부위의 기능이 예전처럼 100% 발휘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종의 취약점이 생긴 것이죠. 취약점이 생긴 부위는 또 다시 다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박에 한번이라도 중독되었던 사람은 완전히 치유된다고 해도 도박에 한번도 중독된 적이 없는 사람과 달리 중독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갈망을 느끼지 못하는 건 왜 그럴까요? 그건 갈망이 의식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무의식 수준으로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갈망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죠. 정말 무의식 수준에서는 갈망이 숨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도 있습니다(치료자 입장에서는 말리고 싶습니다만).
예전에 본인이 하던 도박과 관련된 자극을 조심스럽게 접해 보는 겁니다. 경마를 하던 분들은 경마공원에 가 보거나, 고스톱을 하던 분들은 화투패를 손에 쥐고 만지작거려 보는 것이죠. 그러면 있는지도 몰랐던 갈망이 어느새 불끈 치밀어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철저히 도박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고 열심히 치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일수록 갈망이 사라진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지만....
명심하세요. 도박에 대한 갈망은 절대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갈망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오판과 자만심이 재발의 재앙을 불러온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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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에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4 사행산업 건전화 국제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모든 session에 다 참석한 건 아니고 1, 2 session은 전자 카드 관련 정책 포럼이라서 저는 지역사회 기반 치료 서비스 모형과 모니터링 체계에 대해 다루었던 session 3에만 들어갔고 이후 진행된 종합 토론까지는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때 들었던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해 보자면,
첫째, 사감위가 3년 동안 공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판별 도구인 KGBS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묻어버릴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경기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한 사례 분석 결과를 보니 KGBS만 도박 중독으로 진단되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동안 KGBS를 개발만 해 놓고 욕 먹으면서도 여전히 CPGI 결과만 줄창 보여주는 이유는 KGBS로 측정한 유병률이 CPGI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도 KGBS는 K-NODS나 K-MAGS-DSM보다도 오히려 낮은 유병률을 나타내니까요.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해도 유병률이 너무 낮게 측정되면 지금까지 9%라고까지 과장하면서 했던 협박이 우습게 되니 KGBS를 이제서야 사용하는 건 상당한 부담이 될 겁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묻어버리는 방향으로 출구 전략이 짜인 것 같았습니다
둘째,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한 도구로 GAMTOM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현장의 치료자들로부터 이미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듯이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문항이 너무 많아요. 서양에서는 material을 많이 줘야 내담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선호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내담자들은 숙제 주는 걸 아주 싫어라 합니다. 내담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고 그 저항에 맞서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된 정보가 포함될 확률도 상당히 증가할 겁니다.
셋째, 한국형 GAMTOMS를 만든다고 해도 Timeline Feedback(TLFB) 만큼은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걸 사용하고 있는 외국 기관의 담당자도 그렇고 국내 교수들도 그렇고 이게 참신하고 기대되는 정보 수집 도구라고 생각하던데 저는 견해가 다릅니다. 제 예상으로는 아무리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도입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될 거라 예상합니다. 우리나라 도박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걸 빠짐없이 작성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못 믿겠으면 한번 해 보세요. 아마 안 될 겁니다.
넷째, GAMTOMS와 같은 치료 효과 평가 도구의 개발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저는 그보다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GAMTOMS에 대한 자료에서도 조기 종결 비율이 굉장히 높게 나왔는데 정작 현지 관계자도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전혀 없더군요. 조기 종결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기 전까지는 치료 효과 평가 도구를 도입하더라도 평가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울 겁니다.
다섯째, 토론에서 집단 상담이 개인 상담보다 효과적이라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치던데 글쎄요. 100회기 이상 집단 상담을 진행해 본 제 경험으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굉장히 homogeneous한 집단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같은 연령대, 비슷한 social status, 비슷한 도박 유형까지 맞추고 거기에 개인 상담 20회기 정도 진행해서 변화 단계까지 얼추 비슷하게 matching했는데도 5명 이상의 집단 크기를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반개방형 집단 상담에서도 두 분이나 재발했고요. 도박 중독 상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전문 상담자의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돌파구로 나온 방안이 집단 상담의 활성화 아닌가 싶은데 생각 다시 하셔야 할 겁니다.
여섯째, 발표 자료 중에 내방 상담자의 대부분이 변화 단계 중 준비 단계에 속한다는 말이 있던데 도박자의 보고를 곧이곧대로 믿은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심층적으로 평가하면 거의 대부분이 전 숙고 단계(Pre-Contemplation Stage)에 속할 겁니다. 준비 단계에 도달한 도박자가 그렇게 많다면 현장의 상담자들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일곱째, GAMTOMS 발표에서도 나왔지만 상담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평가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종결을 하고 난 뒤에는 대부분의 도박자와 가족들이 치료 기관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결혼 정보 회사의 도움으로 결혼에 성공한 부부들이 결혼 정보 회사의 연락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종결 후 6개월(이건 그나마 낫지만), 1년, 2년 정도 되면 연락이 닿지 않는(혹은 피하는) 사례의 수가 급등할텐데 어떻게 접촉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겁니다. 저는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해서는 평가 도구보다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덟째, 종합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현장의 상담자들이 GA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계자 분들이 꽤 많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개인 상담도 받고 GA도 열심히 다니고 종교 생활도 열심히 하면 도박 중독 치유에 더 좋을 것 같지만 제 책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이는 자전거 바퀴 수를 늘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안정감은 있을 지 몰라도 마찰력 때문에 현저히 속도가 떨어지게 되죠. 게다가 서로 치유 효과를 상쇄하는 것들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상담과 GA입니다. 제 경험 상 GA와 개인 상담 모두 잘 맞는 도박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분이 있다면 그릇이 정말 크거나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특성이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인데 아주 기본적인 치유 목표에서 있어서도 개인 상담과 GA는 꽤 다릅니다. GA는 완전한 치유란 없다고 가정하고 죽을 때까지 GA 모임을 빠지지 말고 나와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건 불완전 회복 상태에서 치유를 멈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완전한 탈도박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가족과 같은 보호자에게 미치는 GA의 영향입니다. 무조건적인 인내와 희생 강요, 알코올과 같은 교차 중독의 간과 등이 과연 가족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히려 개인 상담자가 GA를 무조건 권장하는 분위기를 다시 한번 재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치유 기법의 장, 단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도박자와 가족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가 묻지마 관광은 아니지 않습니까?
회사에서 왜 휴일인데도 굳이 참석해서 들으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포럼이었습니다. 휴무 대체로 2시간을 더 쉴 수 있게 된 것으로 만족하기에는 입맛이 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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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가 꽁꽁 숨겨두었던 도박 빚이 터져나와 드러나고 나면 가족들이 충격을 받아 해결 방안을 찾아 수소문을 하고 도박중독을 치유하는 전문 기관을 찾거나 단도박 모임에 참석하기도 합니다.
도박자는 미안한 마음에 가족들이 시키는 대로 상담도 받고 그동안 뒷전이었던 일도 열심히 하고 서툰 집안일을 돕거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쓰기도 합니다.
가족들은 가족들 나름대로 분노를 억누르지만 문제가 이렇게까지 악화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가족 성원을 비난하거나 도박자가 다시 도박에 손을 대지 않는지 감시하느라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치라고 강압적으로 지적하면서 도박자와 관계가 악화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갈등은 도박자와 가족 모두 도박 중독과 도박 중독이 야기하는 결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성으로 이루어진 도시 국가와 같습니다. 대개는 가족이라는 인근 성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요. 이 다리를 통해 평상시에는 교역을 하기도 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지원군을 보내기도 합니다.
문제는 도박에 중독된 사람의 성은 제 구실을 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기 때문에 그 성과 연결된 다른 성들도 위태롭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도박 중독자의 성과 연결된 모든 다리를 끊고 자신만의 성을 돌볼 때입니다. 구멍이 난 성벽을 찾아서 메우고, 약해진 성문을 덧대고 등등 그동안 소홀했던 자신의 성을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도 만나고 취미 생활도 새로 시작하고 재정 계획을 세우기 위해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는 등 자신의 성을 올바로 세우는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죠.
도박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이 터질 때마다 무책임하게 가족에게 의존하고 주저앉던 버릇을 과감히 내려놓고 도박으로 인한 채무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아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합리적으로 갚을 것인지 전문가와 상의하고, 지인들에게 빌린 돈은 직접 당사자를 만나서 양해를 구하며 도박 충동이 올라오면 어떻게 대처할 지 계획을 세워서 연습하고, 도박을 대치할 취미 생활 계획을 세우는 등 시간 관리를 해야 합니다.
각자의 성이 튼튼해지면 그 때 가서 다시금 다리를 연결해도 절대로 늦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성을 돌보는 것은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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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하기 이전에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던 도박중독 치료기관만 존재하던 시절에는 이 문제를 염려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상당 수 기관에서 각자 알아서 국가 공인 자격증이나 엄격한 수련 과정을 통해 배출된 전문가만을 채용하려고 애썼고 그래서 그런지 도박중독 회복자가 치료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요(제가 아는 한 전국적으로 한 명 밖에 없었습니다).
단도박 모임이야 치료자가 아닌 협심자들에 의해 유지되는 수평 모임이기 때문에 오랜 단도박 기간을 유지하는 협심자가 치료자 행세를 하는 극소수의 잘못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웠고요.
그런데 사감위가 출범한 이후 도박중독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단지 수십 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자격증을 주기 시작했고 이 자격을 가진 도박중독 회복자가 실제로 치료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무런 현장 적응 훈련도 없이 곧바로요. 몇 명을 제외하고는 강사의 대부분이 도박 중독 현장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다 알코올 중독 전문가 양성 과정을 벤치마킹해서 급조한 나머지 도박 중독 현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강의만 받은 사람들이 도박중독자를 치료하게 된 것이죠.
혹자는 말합니다. 도박에 중독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지 않겠느냐고.
맞습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장점입니다. 대부분의 치료자는 도박에 중독된 경험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도박중독 치료라는 것이 그런 공감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도박중독 치료는 도박중독의 다양한 기전과 원인 분석, 도박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있어야 하고 다양한 심리치료적 기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부부 갈등이나 가족 갈등 해결을 위한 couple therapy, group therapy 경험도 있어야 하고 특히 우울, 불안, 성격 장애 등 정신병리적 지식과 함께 이러한 공존 장애를 평가할 수 있는 심리평가 능력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임상심리학자들은 중독 분야, 특히 그 중에서도 도박 중독을 심리치료 분야의 막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한 힘든 분야라는 뜻입니다. 그냥 도박 중독에 대한 얄팍한 지식만 갖고 뛰어들어서는 안 되는 분야라는 말이죠.
그런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암 회복자가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도박중독 회복자는 치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전문 기술과 지식을 갖춘 이후에 하라는 겁니다. 내가 걸려봤으니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는 안이한 생각만으로 다른 내담자의 회복과 치유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우울증에 걸려봤다는 것만으로 우울증 환자를 치료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종합병원에서 3년 동안 치열한 수련을 마치고 전문가가 되어 도박중독 분야에 입문하였을 때 적어도 3년 동안은 막중한 책임감에 상담을 할 때마다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도박중독 치료는 사명감과 각오만 갖고 뛰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전문 지식과 제대로 된 치료 기술, 사명감을 모두 갖춰야 하는 분야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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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미루어 짐작하는, 정작 도박자의 가족이 상담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도박 중독이 과연 나을 수 있는 병인가요?"입니다.
대중 매체는 연신 도박 중독이 불치병이며 몇 십년이 흘러도 재발하는 무서운 병이라고 도박 중독의 폐해를 강조하는 선정적인 나팔을 불기 바쁩니다. 단도박 모임에서도 완치라는 말을 쓰는 걸 두려워합니다. 도박 중독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니 단도박 모임을 절대로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하물며 도박 중독이 과연 나을 수 있는 병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치료자들도 있습니다.
심리학에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와 반대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용어인데 희망을 잃거나 더 나빠질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실제로 병이 더 악화되거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걸 말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에도 어김없이 노시보 효과가 작용합니다. 당연히 완치된다고 생각해도 치료하기 쉽지 않은 병이 도박 중독인데 절대로 완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제대로 된 치료 효과가 나타날 리 만무하죠.
단도박 모임에서 자만심을 경계하기 위해 도박 중독을 완치가 없는 병이라고 이야기하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초심자와 그 가족을 좌절시키고 싸워보기도 전에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아셔야 합니다. 첫 단도박 모임에서 절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더 좌절했다고 보고하는 가족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제가 볼 때 단도박 모임을 그렇게 오래 다니면서도 여전히 불안하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 협심자는 단도박 모임의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도박 중독이 절대로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단정짓고 지레 겁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 다른 글(
'단도박이 아니라 탈도박이다' 참조)에서 저는 단도박이 아니라 탈도박이라고 부르자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치유는 도박을 하지 않는 단도박 기간을 단순히 연장하거나 도박을 하기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과 마음가짐으로 무장한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탈도박하게 되면 더 이상 재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정한 치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도박 중독은 절대로 불치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은 분명히 나을 수 있는 병입니다. 재발에 주의해야 하는 병임에는 틀림없지만 두려움에 떨고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도박 중독이 불치병이라고 믿는, 그래서 평생 재발을 두려워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해서는 안 됩니다. 구원이 없다고 믿는 목사가 구원에 대해 설교하면 되겠습니까? 자살 관련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Paul Quinnett이 한 말, "자살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담자는 자살하려는 사람을 상담하지 마라"는 말은 도박 중독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도박 중독이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믿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지 마세요! 그것이 오히려 도박자와 가족을 돕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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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은밀한 중독'이라 불리듯이 도박 중독은 모든 걸 감추고 숨으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치유 과정에서 가족들이 대위 변제를 하지 않고 버티는 것도 뒤로 숨어서 남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고 무조건 의지하는 도박자를 책임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함이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박 문제를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문제를 감추고 자신이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하고자 하는 도박자의 시도를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치유의 모든 것은 도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투명하고 떳떳하게 드러내는 것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더 이상 감추지 않고 부끄럽더라도 꿋꿋하게 이겨내겠다는 자세로 버티기 시작할 때 전환점이 생깁니다.
단도박 모임(GA)에 나가고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는 건 도박자에게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닙니다. 어둠에서 사는 것에 익숙해 있는데 시간만 되면 억지로 햇볕에 노출시키는 것과 같은 불쾌감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도박 중독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 기미를 보이면 도박자는 상담 기관이든 단도박 모임이든 나가는 것이 꺼려집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이런 꺼림칙한 마음과 싸울 수 있을까요?
자신의 회복을 자랑하러 나가세요. 자주 나가는 단도박 모임의 협심자를 부러워하게 만드세요. 상담자를 경탄하게 만드세요.
절대로 도박을 끊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내가, 절대로 변화하지 못하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못 나올 것 같았던 내가 이렇게 다시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시동을 걸었노라고, 아직은 미약하지만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노라고 자랑하세요.
진정한 치유는 내면에서 시작되지만 자랑은 진정한 치유를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입니다. 거기에서부터 회복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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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병의 특징이기 때문에 치유가 어려운 겁니다. 바꿔 말하면 도박자가 자발적으로 단도박 모임에 나가거나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 이미 치유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도박 중독 뿐 아니라 모든 중독의 공통점이기도 한 문제 부정(또는 부인)은 임상가들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치유 과정에서 중요한 관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막상 치유가 시작되면 도박자나 상담자 모두 마음을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항상 순방향으로만 진행하라는 법이 없습니다.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뒤로 퇴보하거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특히 치유가 순조로워서 단도박 상태를 비교적 쉽게 유지하고 도박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가지 문제들에 쉽게 대응하게 되면 전에도 한번 말씀을 드린 것처럼 자만심과 싸우는 것이 오히려 핵심 문제로 부상하게 됩니다.
단도박 모임을 나가면서 자신감이 붙고 상담에도 익숙해져서 웬만한 도박 충동에도 끄떡없거나 도박 충동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 되면 이제는 혼자서도 충분히 도박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만심이 머리를 들게 됩니다.
그러면 단도박 모임과 상담에 지각하거나 개인적인 일 핑계로 한번 두번 빠지게 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말도 없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물론 단도박 모임의 협심자나 상담자가 챙기기는 하지만 공교롭게도 연락이 되지 않거나 하면 연결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가족의 중요성이 이 시점에서 부각되는데
상담에 빠진 것 자체를 문제삼지 말고 상담자와 충분히 상의하여 합의 종결하였는지를 물어보고 그렇지 않다면 상담을 그만두더라도 반드시 상담자와 합의하여 공식적으로 종결하도록 도박자를 설득하세요.
공식적으로 합의 종결하지 않으면 연결 고리가 끊겼기 때문에 혹시 재발하더라도 도박자가 다시 상담을 재개하기가 매우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치유 과정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중단한 것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스스로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말하는 '불완전한 회복' 상태에서 그만두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상담을 그만 받더라도 반드시 상담자와 상의하여 합의 종결할 수 있도록 점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공적인 치유를 위해 가족이 꼭 챙겨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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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3일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에서 열린 중독심리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도박 중독 관련 자료입니다.
포함된 내용의 소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도박중독치료는 왜 어려운가* 도박중독자에 대한 심리평가는 필요한가* 도박중독치료에서 진단은 중요한가* 도박중독자의 자살 위험성은 과연 높은가* 도박중독자는 언제 치료 장면에 끌어들이나* 도박중독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나* 동기강화상담이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직접적인 조언은 도박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가* 도박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치료가 되나* 도박자는 진정으로 도박을 끊고 싶어하는가* 단도박이 중요할까, 삶의 변화가 중요할까* 도박중독치료의 긍정 심리학적 적용은 어떻게 하는가* 도박중독자를 감시, 통제하는 것은 효과가 있나* 도박중독치료에 걸림돌이 되는 가족의 문제는 무엇일까* 가족에 대한 치료적 개입이 과연 필요할까* 도박중독자와 가족 중 누구를 먼저 상담해야 하는가* Total Abstinence or Controlled Gambling?* 도박중독은 정말 마음의 병이기만 할까* 도박중독자의 가정에서 재정 분리는 왜 중요한가* 채무 변제 관리는 왜 해야 하는가* 도박중독자가 숨겨 놓은 적은 액수의 빚* 단도박 모임과 신앙 생활은 하는 것이 좋은가* 도박중독자의 집단 상담은 필요한가* 도박중독자에게 직업 재활은 필요한가* 도박중독자를 위한 거주 시설은 필요한가* 도박중독자에게 의무 상담이 도움이 되는가* 도박중독치료에서 약물 치료는 필요한가* 도박중독치료에서 재발은 불가피한가* 도박중독치료의 종결 시점은 어떻게 아나* 도박중독치료에서 치료 성공률이 의미 있을까* 도박중독치료에서 개인 정보 보호의 중요성* 향후 도박 중독의 추세 전망
간단한 PPT자료이기는 하지만 도박중독치료와 관련해 현장에서 실제로 이야기되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아래의 첨부 파일을 내려받아 사용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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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떤 치료법이 가장 효과적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덧붙여서 말씀드리자면 도박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치료법이란 것도 없습니다.
도박중독치료는 아니지만 400여 가지에 이르는 심리치료 기법의 효과를 비교 분석한 연구가 있는데 치료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자발적인 회복의 효과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고 하니 어찌 보면 실망스러운 결과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희망을 주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사실 도박중독이 워낙 다양한 문제들이 중첩되어 있는 병이다 보니 다양한 치료적 기법을 절충/통합하여 사용하고 도박자에 따라 적용하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심리치료 기법 안에서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것은 꼭 사용해야 한다는 기법을 찾아낸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또 그게 과연 필요한 것인지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법들을 심리치료 또는 상담이라는 큰 하나의 범주로 아우른다면 GA와 같은 경험자 모임을 통한 접근, 신앙생활과 같은 영적인 접근 등 다른 접근법과 비교해서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도박자에 따라 전문기관에서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병원에서 약물치료도 병행하고 평일 저녁에는 인근 단도박 모임에 출석하고 쉬는 날에는 신앙생활까지 열심히 하기도 하니까요.
저는 이를 자전거의 바퀴에 비유합니다.
심리치료만 받으면 바퀴가 하나 있는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약물치료를 같이 받으면 바퀴가 두 개가 되고, 단도박 모임에 출석하면 세 개, 신앙생활까지 열심히 하면 네 개, 취미로 동호회 활동도 하면 다섯 개... 이런 식으로 늘어나게 되겠지요.
당연히 바퀴가 하나일때보다는 두 개 일때 안정적이고 세 개가 되면 더 안정적이겠지요. 하지만 마찰력에 의해 힘이 많이 들고 속도도 나지 않으며 어느 한 바퀴의 크기가 지나치게 크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퀴의 수와 크기 균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자면
기어가 물려 있어 동력이 전달되는 주 바퀴(자신에게 잘 맞는 치료적 접근법)를 중심으로 안정성과 속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바퀴의 수와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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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질적 연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온통 자료를 양화하는 양적 연구방법론만이 바이블인 것처럼 교육받아왔지만 양적 연구방법론이 모든 것이고 답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석사 논문을 쓸 때에도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를 동시에 진행했고 SAGE사에서 출판되는 Qualitative Research 시리즈도 구입해서 보고 있습니다(SAGE의 Qualitative Research 시리즈는 질적 연구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어쨌거나 작년에도 이렇게 질적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는 마당이 열렸다는데 무슨 일인지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해 놓쳤고 올해에 겨우 참석했습니다. 모든 발표를 다 들으려고 했는데 내용을 보니 동일한 내용 분석법과 코딩 기법을 사용한 것 같아서 저와 관련된 '불법도박자의 중독과정에 대한 질적분석 예비연구'와 '도박중독자 아내들의 정서적 경험, 공동의존성향 및 수용-전념 치료의 효과성에 대한 내러티브탐구'만 들었습니다.
첫번째 발표에서는 사감위에서 작년에 발주한 용역 연구의 일환으로 33명의 불법 도박자를 인터뷰해서 그 내용을 모두 녹취한 뒤 개방 코딩(open coding) -> 축 코딩(axial coding) -> 선택 코딩(selective coding) 중 축 코딩까지 진행된 결과가 소개되었습니다. 내용은 제가 불법 도박자에게 기대했던 것과 일치했지만 내용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교차 분석자 및 내용 분석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사실 질적 연구에서 narrative를 풀어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차 분석자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입니다), 33명의 불법도박자 중 여성이 10명이나 되길래 여성 집단에 특화된 내용은 없었느냐고 질문하니 그럴 생각 자체를 못한 것 같았습니다. 남성 도박자와 여성 도박자의 특성이 많이 다르다는 것은 현장에서는 상식에 속하는 것으로 흔히 action gambler Vs. escape gambler의 구도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거나 질적 분석의 성공 여부는 narrative를 풀어내는 집단이 얼마나 homogenous한지인데 23명의 남성도박자와 10명의 여성도박자를 homogenous한 집단으로 간주하고 그냥 섞어서 분석한 것이 제가 보기에는 가장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두번째는 8주 동안 6명의 도박자 아내에게 실시한 ACT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사전 작업으로 실시한 질적 분석 결과 발표였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연구의 문제도 연구 대상자 집단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대상자 전원이 단도박 모임을 통해 involve되었고 단도박 모임 참석 기간이 오래되어 프로그램 적용 전 심리적 불편감 수준이 별로 높지 않았다는 것(그러니 프로그램 전 후의 차이가 없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죠), 그리고 단도박 모임의 특성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의 자발적/비자발적 수용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발적인 의뢰자를 대상으로 해서 집단을 다시 구성하고 분석하기 전까지는 이 연구의 결과를 그대로 신뢰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도박자의 아내를 상담할 때 보면 acceptance 주제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ACT가 도박자의 가족에게 확실히 효과적인 치료법일거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제대로 배워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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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박 모임(GA)에서 흔히 하는 말로 도박 중독을 100일 병이라고 합니다.
단도박 기간 100일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죠.
금단 증상도 심하고 도박 충동에 의한 유혹도 많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에게는 100일이 참으로 힘든 기간입니다. 그래서 GA에서는 단도박을 한 지 100일이 지나면 백일 잔치를 열어 100일을 넘겼음을 축하하고 다시금 의지를 다지는 행사를 합니다.
묘한 우연의 일치이지만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임상 현장에서도 100일을 의미있는 기간으로 생각합니다. 보통 현장의 치료자들이 치유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기는 상담 10회기입니다. 상담자가 내주는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10회기를 빠짐없이 오면 보통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열 번도 오지 못하는 내담자는 대개 재발의 위험성이 높고 조기 종결 가능성도 큽니다.
일주일에 한 번 상담을 한다고 했을 때 10회기는 70일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보통 상담일이 휴일과 겹치거나 내담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상담 일정을 변경하거나 하기 때문에 10회기를 넘어서는 시점을 보면 대략 3개월 남짓 걸리게 됩니다. 거의 100일에 가깝죠. 그래서 도박 중독자에게 100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치료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어렵다는 100일만 지나면 도박 중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100일까지는 금단 증상과 유혹에 맞서 자기만의 힘든 싸움을 해야 하지만 100일이 넘어서게 되면 또 다른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자만심과의 한판 대결입니다.
단도박 100일에 성공한 도박자는 일반적으로 상당한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유혹을 당해도 쉽게 이겨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실 100일이 지난 도박자는 이제 겨우 자리를 털고 일어난 병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섭생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체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죠. 전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닙니다.
도박 중독을 1년 병이라고도 하는데 100일이 지난 도박자 중에도 1년을 넘지 못하고 무너지는 사람이 꽤 되기 때문입니다.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1년이 되기까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자만심입니다. 나는 이제 도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자만심 말입니다.
특히 초기에 빨리 단도박 환경을 조성하고 자제력을 회복한 도박자가 이 자만심에 의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최소한 1년은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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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제가 도박중독예방교육 강의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PPT자료로 총 5개의 파일로 구성된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주된 내용으로는
* 치료 전 개입(Pre-treatment Intervention)* 도박 중독 치료의 단계* 도박 중독 치료의 과정* 위약 효과(Placebo Effect)* 도박 중독 치료의 방법 : 개인 심리치료, 집단 심리치료, 약물 치료, 입원 치료, 단도박 모임 등* 도박 충동 인정하기* 도박 충동에 대한 대처 I : 회피와 대처* 도박 충동에 대한 대처 II : 반박과 논쟁* 도박 충동에 대한 대처 III : 상상적 대처
등이 있습니다.
총 17장으로 구성된 PPT 파일로 1시간에서 1시간 10분 정도의 강의 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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