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에 걸린 도박자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와 같아서 일단 시동이 걸리면 제동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동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상황은 도박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크게는 두 가지 유형으로 묶을 수 있는데 하나는 돈을 따기 시작하면 행운의 여신이 자신에게 윙크한다고 착각해 이 참에 뽕을 뽑겠다고 달려드는 유형입니다.
다른 하나는 딸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자제가 되기 때문에 일정 금액 이상 손을 털고 일어나 다음을 기약하기도 하지만 대신 일단 자신이 예상한 것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면 뚜껑이 열리기 때문에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는 식으로 끝장을 내려는 유형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따면 자제가 안 되는 도박자에 비해 잃으면 뚜껑이 열리는 중독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전자는 주로 돈을 딸 요량에 눈이 먼, 탐욕스러운 사람이 대부분인데 비해 후자에는 성질이 급하고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승부 근성이 강한 도박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유형은 도박을 자제하기 위한 접근 방법도 다른데
따면 자제가 안 되는 도박자는 처음부터 소지 금액을 최소화하는 게 낫습니다. 이들은 일단 따기만 하면 끝까지 가서 다 잃기 때문에 많은 돈을 가져갈수록 손실액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잃으면 뚜껑이 열리는 도박자는 베팅 금액보다 도박의 접촉 빈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이들은 돈도 돈이지만 지는 것 자체를 더 못 참기 때문에 도박으로 승부를 해 봤자 백전 백패라는 걸 마음깊이 깨달을 때까지는 단도박 하는 것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끊는 것보다 줄이는 위주로 가는 게 나은데 이럴 때 베팅 금액을 줄이는 것보다는 도박과 접촉하는 빈도를 줄이는 게 낫습니다.
왜냐하면 도박은 확률적으로 따는 경우보다 잃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빈도를 줄이지 못하면 갈 때마다 뚜껑이 열려서 가져간 돈을 모두 탕진할 뿐 아니라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돈을 빌려서 채무 액수를 현저히 늘려놓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지 액수를 줄이는 건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도박의 노출 빈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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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치유에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맞습니다. 너무나 지당한 말이죠.
도박 중독이 마음의 병, 의지의 병이니 치유되고자 하는 중독자의 의지가 중요한 건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반대로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치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죠. 그만큼 단도박, 탈도박 의지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의지만 있으면 될까요?
비만인 사람의 예를 들어보죠. 체중이 너무 늘어나서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심장과 관절에 무리가 가서 의사가 반드시 체중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그래서 살을 빼려는 의지를 다지죠. 그럼 살을 빼겠다는 의지만 다지면 살이 빠질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을겁니다.
그래서 각종 다이어트에 돌입하기도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겠다며 헬스 클럽에 등록을 해서 며칠 나가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경고를 받았을 때 다졌던 강철같은 의지는 어느덧 사라지고 저녁 드라마를 보면서 야식을 주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바로
의지를 뒷받침하는 습관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도박 중독으로 다시 돌아오면, 감당하기 어려운 도박빚이 생기고 그게 드러나면서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고 난리법석을 칠 때는 눈물 콧물 바람에 당장이라도 도박을 끊을 것처럼 각오를 다지죠. 혈서라도 쓸 기세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잠도 잘 오고 식욕도 좋아지고 때로는 이제는 도박을 조금씩 해 볼까 하는 나태한 생각마저 들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초반의 의지를 계속 유지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재산권 방어를 위해 재정 분리를 하지도 않고, 가계부를 쓰지도 않으며, 재정 전문가와 상의해 채무 변제 계획을 수립하지도 않고, 도박을 대체하기 위한 취미 생활을 찾아보지도 않으면서 그저 이제는 도박을 끊어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앉았다고 그 질긴 도박 중독이 쉽사리 떨어져나가줄리가 만무한 것이죠.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가면 피해를 집계하고 방파제를 쌓고, 산꼭대기에 대피소를 만들어야지 해변에서 주먹만 불끈 쥐고 각오를 다진다고 쓰나미가 다시 안 오지는 않습니다.
도박 중독자의 초반 의지만 갖고 본다면 아마 만리장성도 하룻밤에 쌓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 그 만리장성은 한낱 모래성일 뿐입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 치유를 고민하는 분들은 초반 의지를 강하게 지탱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주력할 필요가 있고 그 시스템이 습관처럼 몸에 밸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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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 상태인 '단도박'보다 도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탈도박' 상태가 되는 것을 도박 중독 치유의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단도박이라는 용어에 좀 더 익숙한 분들을 위해 이 포스팅에서는 단도박이라는 말을 사용하겠습니다.
도박에 중독된 분들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주변인, 때로는 일반인들까지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냐의 여부를 따질 때 도박을 하지 않고 보낸 기간, 즉 단도박 기간을 염두에 두고 단도박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죽을 때까지 안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박을 계속 하지 않는다면 도박을 하게 됨으로써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재정적 손실을 비롯한 도박 중독의 여타 폐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므로 일견 맞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에 다른 글에서 말씀드린 적도 있고 제 책에도 썼지만 재발이 도박에 손을 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 듯(도박에 손을 대는 건 재발의 마지막 확인 행동입니다)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도박 중독으로부터 벗어난 게 아닙니다. 좀 더 과격하게 말씀 드린다면 도박을 하지 않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만 치중하는 건 도박 중독 치유와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현재 내가 도박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 있다고 안심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사실 단도박 기간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탈도박하지 못한 분들은 여전히 불안하고 자유롭지 않으며 매사에 안심이 되지 않을 겁니다).
도박에 손을 대지 않는 기간이 그다지 의미없다면 대체 무엇이 중요한 걸까요?
바로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생각, 감정, 행동의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돌려 말하자면 도박장에 앉아서 도박 행위를 하지 않으며 겉보기에 일상 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다고 해도 평소에도 도박과 관련된 생각을 자주 하고 도박을 할 때 느꼈던 감정을 쉽게 다시 느낄 수 있으며, 도박과 연관있는 행동(스포츠 도박을 했던 사람이라면 응원했던 팀의 최근 전적을 뒤져본다든가, 과거에 작성했던 자신의 승률 스크랩을 다시 본다든지, 베팅을 하지는 않지만 경마공원에 놀러간다든지 등등)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시간이 깨어 있는 시간 중 상당수를 차지한다면 그 사람은 베팅만을 하지 않을 뿐 실제로는 여전히 도박에 빠져 있는 것이고 도박 중독 상태로 봐야 합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실제로 베팅을 하지 않은 단도박 기간이 아니라 도박에 대한 생각, 감정, 행동 모두로부터 자유로운 기간을 늘려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탈도박으로 가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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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3일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중독 상담에서 상담자가 알아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한 자료로 4시간 분량인데 뒤의 2시간 분량은 중독을 다루는 상담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동기강화상담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론편에 해당되는 앞 부분의 2시간 분량은 기본적으로
'도박중독자의 가족교육 강의자료'를 토대로 작성하였기 때문에 도박 중독과 같은 행위 중독에 더 잘 들어맞지만 알코올, 마약 등 물질 중독에 적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내용을 선별해서 다시 정리하였습니다.
목차는
* 왜 중독을 알아야 하는가
* 중독의 임상적 특징
* 중독 in DSM
* 중독의 핵심 특징
* 중독에 대한 오해
* 중독의 치유
* 중독 상담의 쟁점
* 동기강화상담
이며, 주된 내용으로는
* 중독은 더 이상 드문 문제가 아님
* 중독의 공존 장애 문제
* 향후 중독 문제의 증가 추세
* 중독의 임상적 특징 : 금단증상, 내성, 자제력 상실, 충동성, 집착, 지나친 사용, 강한 갈망
* DSM-IV-TR과 DSM-5에서 중독을 보는 관점 차이
* 중독의 역설
* 중독의 핵심 특징 : 상습적인 거짓말과 무책임, 인식 부족으로 인한 부인
* 중독에 대한 오해 : 대리 책임과 게으름
* 중독 치유의 절충/통합적 접근
* BioPsychoSocial Model
* 효과적인 중독 치유법
* 중독자의 치유 거부 이유
* 중독자를 설득하는 방법
* 충동(갈망) 인정하기
* 부부/가족 치료의 필요성
* 가족의 잘못된 대처 방식
* 중독자의 가족이 걸린 병 : 조급증, 의심병
* 가족이 중독에 맞서지 못하는 이유
* 중독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 중독 치유의 제 1원칙, 제 2원칙
* 거짓말이 해로운 이유
* 중독 상담자를 위한 조언
* 중독자의 가족에 대한 개입
* 중독자의 가족을 위한 몇 가지 조언
* 재발 예방 : 실수 vs. 재발
* 중독의 명현 현상
* 중독 치유의 시작
* 심리사회적 재활
* 단~ vs. 삶의 변화
* 중독 상담의 쟁점 : 치유가 어려운 이유, 심리평가와 진단은 꼭 필요한가, 직접적인 조언, total abstinence
* 변화에 대한 이해
* 동기의 3요소
* 변화동기
* 양가감정
* 동기강화상담의 기본 개념
* 동기강화상담의 일반원리
* 동기강화상담자가 하지 말아야 할 반응
* 동기강화상담 초기부터 유용한 기법들
* 변화대화를 이끌어 내는 열린 질문
* 변화대화를 이끌어 내는 방법들
* 변화의 단계
* 변화의 단계 점검
등 입니다. 동기강화상담 부분은 2시간 분량이기는 해도 그야말로 기초편에 해당되는 부분만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니 다른 자료로 심화 학습을 하고 무엇보다 현장 실습 및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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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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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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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이 책은 현장에서 도박 중독 치료를 실제로 하고 있는 임상가들이 도박 중독에 대해 쓴 '국내 최초의 공동 저술서'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최초의 책은 이흥표 선생님의
'도박의 심리'입니다만 그 책은 혼자 쓰신 것이니 단도박 모임을 제외하고는 도박 중독 치료의 역사가 십 수년에 불과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나마 그동안 소개된 책들이 거의 번역서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미 2007년에 선을 보였으나 KRA 유캔센터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던 것을 심리학 전문 출판사인 학지사를 통해 최신 정보를 보강하여 개정판으로 출판한 책입니다. 저자로는 유캔센터의 전, 현직 임상심리학자 5명과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가 수고하였습니다.
내용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 개인, 사회, 도박에서는 다소 거시적인 관점에서 도박을 조명하고 있으며 특히 '바다 이야기' 사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도박 광풍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가 도박과 도박 중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1부의 특징으로는 매스컴에서 맨날 떠들어대는 것처럼 한국이 과연 도박 공화국인지에 대해 냉철하게 비판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도박 중독 유병율 9.5%의 허상을 낱낱히 깨부수고 있죠. 이 부분은 지금까지 출판된 어떤 도박 관련 저작물에서도 공식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내용입니다.
2부. 습관성 도박의 이해에서는 도박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생물심리사회 모형에 따라 도박을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3부. 치료와 재활에서는 개인 심리치료, 약물치료, 가족치료, 사후관리 및 재발 예방의 4개 영역에서 도박 중독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으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박 중독에 대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시적인 관점까지 빠짐없이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 이 책 한 권만 정독해도 도박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도박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현 실태까지 모두 알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공동 저작의 문제점 중 하나인, 부분 내용의 유기적인 연결과 통합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2부 5장 습관성 도박의 생물학적 이해에는 신경전달물질과 뇌관련 연구결과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것은 3부 7장 약물치료의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아무래도 여러 저자가 공동 작업을 하다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의 대상은 도박자와 가족이 아닌 도박 중독 치료를 담당하는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특히 도박 중독 현장에서 일을 할 예정인 예비 임상가들에게 도박 중독 치료의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예전에는 도박 중독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이흥표 선생님이 쓰신 '도박의 심리'를 많이 권했는데 이제는 이 책에 자리를 넘겨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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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충동을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단도박 유지 뿐 아니라 재발 예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치유 과제입니다.
바꿔 말하면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없으면서 도박 중독을 치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이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 중독자에게 중요한 원인을 찾고 그 원인에 맞춘 조절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 중에서 특히 중요한 두 가지가 바로 '가족 갈등(부부 갈등)'과 '재정적 어려움'인데 이 두 가지 원인에 의해 야기되는 도박 충동을 다루는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신세 한탄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인 남편의 과거 행동을 탓할 때와 수입이 일정치 않아 이자 납부가 늦어져서 전화로 채권 추심을 당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죠.
어느 것이 더 강한 도박 충동을 야기하느냐를 구분하는 것보다 충동을 통제하기 위한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상황에 대한 통제 권한이 자신에게 없어 노력에 의해 바뀌기 힘든 상황일수록 대체로 충동이 잘 줄어들지 않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배우자와 말싸움하는 상황보다 빚 독촉을 받는 상황이 도박자의 통제 권한이 더 적습니다. 부인의 마음을 달래주거나 대화로 감정이 더 격화되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이자를 내지 않는 이상 빚 독촉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통제력(controllability)은 도박 중독자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로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마저도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매달리다가 높아진 도박 충동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 중 객관적인 상황 자체를 바꿀 수 없는 경우에는 수용(acceptance)과 내려놓기 혹은 바라보기 같은 기법을 활용하도록 guide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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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도박을 그만두는 것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도박을 계속한다면 희망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현장의 상담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도박자가 도박을 끊을 수 있겠느냐는 말입니다.
물론 단도박은 중요합니다. 도박을 그만두지 않으면 다른 부분이 치유된다고 해도 결국은 도박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도박만 하지 않으면 모든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까요?
도박 중독은 브레이크가 고장난(또는 없는) 차를 타는 것과도 같습니다. 운전자는 언제든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정작 제동을 걸어야 할 시점에서 차를 멈출 수가 없지요. 그래서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브레이크를 수리하거나 새로운 차로 갈아타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상담자가 단도박에만 매달리는 건 기껏 견인차를 불렀더니 사고 현장에서 장애물만 치워주는 것과 같습니다. 장애물을 치워준다고 브레이크가 저절로 고쳐지는 건 아니죠.
그러니 도박 재발의 위험 요소를 관리하고 채무 변제 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환경 조성은 꼭 필요한 치유 과정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도박이 도박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행복과 가족이 도박자에게는 무엇인지, 삶의 가치관이 무엇인지와 같은 의미론적, 관계론적 접근이 꼭 필요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는 단도박 그 이상의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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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아마존
이 책은 'Overcoming Your Pathological Gambling'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도박자용 workbook과 짝맞춤으로 나온 치료자용 가이드북입니다.
도박 중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Robert Ladouceur가 Stella Lachance와 함께 쓴 책이고요.
2008년에 미국 LA에서 열린 NCPG에 참석했을 때 워크샵에서 Ladouceur가 직접 소개하는 걸 듣기도 해서 어떤 책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도박 중독 유병률이 대략 1~2% 정도 되는데 그 중에서 약 3% 정도만 치료를 받으러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를 받으러 나오지 않는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자가 치료할 수 있도록 만든 책입니다.
10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고 치료 전 평가, 치료 후 평가, 추후 평가를 포함해 12 session으로 구성된 치료 프로그램입니다.
주된 내용은 도박 중독의 이해, 도박 중독의 평가, 변화 동기 증진, 고위험 요소 탐색, 최근 도박 경험 분석, 도박과 관련된 인지 오류 교정을 위한 인지 치료적 접근, 재발 방지 전략, 치료 후 평가, 추후 평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단도박 유지율이 80%에 이른다고 자랑하는데 글쎄요 전 좀 회의적입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자기 조절을 시도할 정도라면 이미 도박 중독 단계가 아니거나 action stage 이상에 해당하는 변화 단계에 이른 도박자일 것 같거든요.
게다가 개인적으로 획기적으로 느껴지는 내용들이 거의 없어서 더 더욱 80%의 치료 성공률에 환호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박자용과 치료자용 가이드를 따로 분리하여 matching therapy를 할 수 있도록 안배한 것을 제외하고는 자기 조절 프로그램의 내용만으로는 사감위에서 나온
'잃어버린 나를 찾는 희망 안내서'에도 못 미칩니다. 물론 사감위의 치료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의 실정과 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어서 그렇기는 하겠지만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37$이나 되는 가격을 지불할 정도의 quality를 보장하는 책은 아닙니다. 번역까지 해야 할 책은 더더군다나 아니고요.
현장에서 도박 중독자를 만나는 임상가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괜찮겠지만 안 보셔도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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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조절 프로그램,
재발 방지 전략,
치료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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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 것(단도박 상태의 단순 유지) 보다 삶의 변화를 통한 탈도박이 치유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몇 차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 드릴 말씀은 재발에 대한 것이지만 역시 탈도박과 관련 있습니다.
다행히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온 분들도 누구나 재발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도박장 근처에 가지도 않거나 도박을 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아예 피하기도 합니다. 이는 혹시라도 다시 도박에 손을 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행동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혹시라도 도박에 다시 손을 대는 것이 재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박에 다시 손을 대는 순간부터 재발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박에 손을 대는 것으로 재발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재발하신 분들의 과정을 함께 살펴보면 도박에 손을 대기 훨씬 이전부터 삶의 변화가 퇴보하기 시작하고 도박을 하던 당시의 삶의 패턴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박은 안 하고 있지만 가족이나 일에 흥미를 잃고, 생활에 즐거움이 없으며, 이유없이 짜증이 쉽게 나거나 집중이 되지 않고 초조한 감정 문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남보다 뒤쳐진 상태에서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 포기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미 재발 과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상담을 무사히 마치고 종결하는 시점에서도 저는 내담자들께 도박에 다시 손을 대면 상담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길에서 이탈해 곁길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 순간에 곧바로 오시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차가 도로에서 이탈하면 당장 사고가 나지 않을지라도 목적지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게 되니까요.
그러니 이전과 달리 내 삶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그 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거기에서부터 재발이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그 빈틈을 틀어막지 않으면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도박을 하지 않고 있다고 안심하고 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어 한번 무너진 둑은 훨씬 쉽게 다시 무너질 수 있거든요.
그러니 재발의 위험 신호는 도박에 다시 손을 댔느냐가 아니라 내 삶이 가고 있는 길을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도박에 다시 손을 대는 것은 재발의 원인이 아니라 이미 결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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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든 타의든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한 도박 중독자가 치유 과정 초기에 잘 빠지는 함정 중 하나가 약속을 남발하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인 도박은 어차피 할 수가 없는 상태이고 지금은 지긋지긋하기 때문에 안 할 수 있지만 가족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도박을 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 상처받은 가족들에게 뭔가 점수를 딸 요량으로 이런저런 약속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담배를 끊거나, 술을 줄이거나, 정기적인 운동을 하겠다거나, 집안일을 돕겠다는 등의 약속이 등장합니다.
가족들이 그런 노력을 보여달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강요하는 것도 사실 문제입니다만) 단도박 의지를 보여주겠노라며 스스로와 약속을 하는 건 좋지만 가족과 지인들에게 공공연히 약속을 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도박 중독 때문에 의지력이 한껏 약화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단순해보이는 행동 변화도 이루기가 쉽지 않거든요. 도박까지 못하는데 친구들과 만나서 회포를 푸는 술자리의 횟수를 갑자기 줄이는 게, 도박을 그만둔 지금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달래주던 담배까지 끊는다는게 과연 생각만큼 쉬울까요?
결과적으로 상당수의 도박자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약속을 어기게 되는데 이런 약속 위반은 가족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주게 되고 도박자의 단도박 의지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갈등이 더 심해지게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킬 수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은 공약 남발이 아닙니다. 정말 가족들에게 신뢰를 주고 싶고 자신의 변화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면 약속하지 말고 묵묵히 실천으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도박자에게 필요한 건 약속이 아니라 실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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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 원칙 중 하나는
'도박중독 치료의 제 1원칙'이라는 글에서도 이미 말씀을 드렸듯이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글에서 저는 모든 도박중독 치료가 이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까지 강조를 했더랬습니다.
도박중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무책임이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실 상 단도박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고 해도 완전한 치유가 되지 않거든요. 그만큼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박빚을 갚아주는 대위 변제를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고 가족들의 명의로 낮은 이자 대출을 내서 돌려막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모두 고통스럽더라도 도박자가 자신의 문제를 직면할 수 있어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는 가정 하에서 하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도박중독 치료의 원칙은 반드시 절대적으로 고수해야 하는 만고불변의 진리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 상담자라면 원칙 고수와 융통성의 경계선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년 정도 상담을 받은 도박자의 가족이 있습니다. 1년 동안 도박자와 가족 모두 열심히 상담을 받았고 그동안 도박자가 지인들에게 빌린 자잘한 돈은 스스로 모두 갚았으며(처음에는 모두 open하고 유예) 본인의 카드론 대출금 몇 백만 원만 남은 상태에서 부인이 도박자와 상의하지 않고 자신의 신용으로 낮은 이자의 대출을 받아 그 빚을 자신에게로 돌렸습니다. 치료 원칙을 어기기는 했지만 1년 동안 말없이 열심히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 남편에게 자신이 함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격려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설사 남편이 이 때문에 다시 해이해져도 자신이 감수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치료 원칙을 어긴 것이니 이 부인의 행동은 경솔한 것일까요?
이런 부인의 행동이 도박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지,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우리는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변화 노력에 대한 격려,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 더 나아질거라는 희망과 기대, 저는 이 세 가지가 치료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고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야단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 부인을 칭찬했고요.
도박중독 치료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그 원칙을 어기는 것이 필요한 순간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상담자들은 야전에서 도박 중독과 싸우는 전사들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적을 섬멸하는 것보다 아군을 살리고 보살피는 일이 더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도박중독 전문 상담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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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에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라는 글에서 도박을 그만두어야 할 내면의 이유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은 도박을 그만두고자 하는 도박자가 단계에 따라 다른 이유를 찾는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늘은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는데 있어 밟아나가는 단계를 안다면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고 좀 더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탈도박 단계를 정리해보았습니다.
탈도박을 하는 단계는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 1단계: 도박이 하고 싶지만 억지로 참는 단계
: 모든 도박 중독자가 1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었을 때 다양한 금단 증상을 경험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돈이 필요하거나 하면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일시적이나마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억지로 참는 것이죠. 이 단계에 있는 도박자는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라서 도박을 할 수 있는 환경의 변화(도박 자금 마련, 갑작스럽게 여유 시간이 생김, 도박 장소에 근접하게 됨, 감시하는 가족의 부재 등)에 따라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될 위험성이 큽니다.
이 단계는 사실 도박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도박자가 충동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 2단계: 도박이 두려워서 차마 못하는 단계
: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거나 치료를 시작하는 도박 중독자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속하게 되는 단계가 바로 도박을 두려워하는 단계입니다. 도박의 부정적인 결과를 몇 차례 반복해서 경험하였기 때문에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면 결과가 어떠할 지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그 결과가 너무도 두렵기 때문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는 이전에 '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 글에서 설명드린 2단계와 일치하는데 특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도박을 못하는 것이죠. 물론 이 단계를 안정화시키면 평생 도박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만 도박 충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단도박을 하고 계시나 여전히 자신감이 없는 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많다고 생각). 또한
목표가 사라지면 봉인이 풀린 것처럼 더 없이 강해진 도박 충동에 다시 시달리게 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정의 평안을 위해 도박을 참고 있는 도박자가 다른 이유로 이혼하게 되면 탈도박의 목표를 상실하게 된 것이므로 도박에 다시 손을 대고 싶은 욕구에 저항할 힘을 잃게 되는 것이죠.
* 3단계: 도박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고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단계
: 이 단계에 이르러야 비로소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가 있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는 이유가 외부 환경이나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 글에서 말씀드린 3단계인 내면에 있기 때문에 쉽게 변화하지 않으며 자신의 가치관과 어긋나기 때문에 도박을 다시 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혐오감을 느끼게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지 않은 일반인처럼 도박에 대한 흥미 자체를 느끼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도박 중독자에게 그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박에 대한 혐오감을 갖는 것은 훌륭한 대안 중 하나입니다.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대상에게 다가가려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도박을 혐오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박과 관련된 자극(장소, 사람, 시간 등)을 피하게 되어 도박과 무관한 삶을 살게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현재 자신이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점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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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를 만나는 상담자는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 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것이 도박 중독 치유의 궁극적 목표가 아닌 걸 결국은 깨닫게 됩니다.
그렇더라도 도박을 계속 하면서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결국 도박 중독 치유의 목표는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 치유된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그만둬야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속칭 '바닥 치기'를 통해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몸으로 체감하고 두려워서 도박을 끊는 것입니다. 이 경로는 탈도박이 아닌 단도박이기 때문에 도박자는 평생 도박을 두려워하면서 살아야 하고 두려움이 어떤 이유로든 감소하면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경우는 진정한 치유가 일어났다고 보지 않습니다.
두 번째 경로는 도박 중독으로 인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잊었던 의미를 찾으며, 삶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게 됨으로써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과 도박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연스레 도박을 내려놓는 길입니다.
전자가 수동적으로 도박을 끊는 것(단도박)이라면 후자는 능동적으로 도박을 내려놓는 것(탈도박)입니다.
당연히 상담자는 단도박이 아닌 탈도박을 목표로 해야 하며 도박 중독으로 야기되는 제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에는 반드시 도박자의 미래 삶과 의미, 가치관에 대해 다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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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문제로 상담을 하면서 제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모든 상담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도박자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치료적인 개입을 쏟아붓더라도 효과가 미미하지만 도박자가 준비가 되면 그 타이밍에 맞춰 어떤 치료적인 접근을 하더라도 예상치 않은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더군요. 물론 이 말은 도박자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손놓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들이는 노력에 비해 최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고 그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때로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타이밍은 도박 중독자 뿐 아니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상담에서도 중요한데
저는 도박자의 가족도 무조건 개인 상담을 먼저 받으라고 권유하는 편입니다. 어찌 보면 도박 중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도박자보다도 가족이 먼저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많은 가족들이 단도박 가족 모임이나 다양한 치유 모임에 먼저 참여하지만 위로받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보다 상처받고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고 보고하곤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모임에는 여전히 문제가 진행 중인 분들만 나오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도박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분이라면 그런 치유 모임에 나올 이유가 없겠지요), 부정적인 감정과 토로가 넘치지만 이를 조절하거나 가족의 대처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경험많은 상담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의 힘이 약한 가족들이 상처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저는
단도박 가족 모임이나 유사한 치유/회복 모임에서 만연된 부적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듣고 필요하다면 자신보다 경험이 없는 초심자에게 조언이라도 해 줄 수 있으려면 마음의 힘을 충분히 길러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러자면 개인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무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가 되면, 그런 타이밍이 되면 가족 모임을 통해 본인 스스로도 더 많은 도움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때까지는 경험이 풍부한 유능한 상담자와 개인 상담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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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을 끊는다는 말과 도박을 안 하기로 선택한다는 말의 차이' 포스팅에서 이미 한 차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언어적인 습관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이 때문에 행동까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 치료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도박이라는 말이 과연 적절한 용어인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단도박이라는 말은 원래 칼로 무우를 자르듯이 도박을 단칼에 끊어낸다는 신념을 담은 행동의 말인데 자칫 잘못 사용하면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환경에 의해서 또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 도박을 억지로 떼어낸다는 수동의 의미가 담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도박 중독이 반복적인 도박 행동으로 인해 생기는 병이니만큼 염료가 옷감에 배어 염색이 되듯 몸에 배어 익숙해져버린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피부에 돋은 종기를 수술로 단칼에 떼어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안합니다. 단도박이 아니라 탈도박을 하자고요.
도박적인 속성에 물든 몸과 마음과 습관에서 벗어나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기로 결심하는 겁니다.
도박 중독 치료에 있어서도 도박을 끊어내는 이미지보다는 헌 도박옷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의 옷으로 갈아입는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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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3일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에서 열린 중독심리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도박 중독 관련 자료입니다.
포함된 내용의 소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도박중독치료는 왜 어려운가* 도박중독자에 대한 심리평가는 필요한가* 도박중독치료에서 진단은 중요한가* 도박중독자의 자살 위험성은 과연 높은가* 도박중독자는 언제 치료 장면에 끌어들이나* 도박중독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나* 동기강화상담이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직접적인 조언은 도박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가* 도박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치료가 되나* 도박자는 진정으로 도박을 끊고 싶어하는가* 단도박이 중요할까, 삶의 변화가 중요할까* 도박중독치료의 긍정 심리학적 적용은 어떻게 하는가* 도박중독자를 감시, 통제하는 것은 효과가 있나* 도박중독치료에 걸림돌이 되는 가족의 문제는 무엇일까* 가족에 대한 치료적 개입이 과연 필요할까* 도박중독자와 가족 중 누구를 먼저 상담해야 하는가* Total Abstinence or Controlled Gambling?* 도박중독은 정말 마음의 병이기만 할까* 도박중독자의 가정에서 재정 분리는 왜 중요한가* 채무 변제 관리는 왜 해야 하는가* 도박중독자가 숨겨 놓은 적은 액수의 빚* 단도박 모임과 신앙 생활은 하는 것이 좋은가* 도박중독자의 집단 상담은 필요한가* 도박중독자에게 직업 재활은 필요한가* 도박중독자를 위한 거주 시설은 필요한가* 도박중독자에게 의무 상담이 도움이 되는가* 도박중독치료에서 약물 치료는 필요한가* 도박중독치료에서 재발은 불가피한가* 도박중독치료의 종결 시점은 어떻게 아나* 도박중독치료에서 치료 성공률이 의미 있을까* 도박중독치료에서 개인 정보 보호의 중요성* 향후 도박 중독의 추세 전망
간단한 PPT자료이기는 하지만 도박중독치료와 관련해 현장에서 실제로 이야기되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아래의 첨부 파일을 내려받아 사용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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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도박을 완전히 금지한 나라도 있고 도박을 허용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주마다 정책이 다르죠. 우리나라도 도박에 대한 정책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고 합법 도박과 불법 도박이 모두 존재합니다.
이를 아주 간단히 구별하는 방법은 법에 정해진 대로 세금을 내는 도박은 합법 도박이요, 그렇지 않은 도박은 모두 불법입니다. 경마, 경정, 경륜, 강원랜드 카지노, 로또, 스포츠 토토 등은 모두 관련법에 의해 정해진 세금을 국가에 납부하기 때문에 합법적인 도박이고 성인 오락실, 카지노 바, 사설 경마 등은 불법 도박입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고스톱을 치는 것이나 한 타에 얼마씩 걸고 치는 내기 골프도 엄밀히 말하자면 불법 도박입니다. 물론 적발이 되어도 판사에 따라 양형 기준이 달라지기는 합니다만..
어쨌거나 불법 도박을 하는 도박 중독자는 도박 문제 뿐 아니라 불법 도박 때문에 범법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도박에만 빠져있는 도박 중독자에 비해 좀 더 복잡한 문제에 휘말릴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합법적인 도박은 도박을 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을 받고 자발적으로 출입 정지 신청을 하면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불법 도박은 그런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단도박을 위한 환경 조성을 하는데도 애로 사항이 많습니다.
그러면 불법 도박을 하는 도박 중독자는 어떻게 단도박 환경 조성을 해야 할까요?
쉽지는 않지만 가족들이 도박 장소를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주저하지 말고 그 때마다 신고를 해야 합니다. 보통 작은 마을에서는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기 때문에 장소를 찾기 쉽고, 성인 오락실의 경우에도 도박자에게 휴대폰 문자 등으로 연락을 하기 때문에 그 정보로 역추적을 하거나 뒤를 밟아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사실 신고를 한다고 해도 불법 도박 업주들은 단속을 교묘하게 피하거나 벌금만 내고 다시 도박장을 만들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자꾸 신고를 하게 되면 불법 도박 업자들이 도박자에게 정보를 주지 않거나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도박자의 돈을 뜯어내려고 하다가 사업을 접을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가족들은 도박자를 위해서라도 불법 도박을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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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막기 위해 결론부터 얼른 말씀드리면
'알 수 없다'가 정답입니다.
(
'도박중독치료 '완치'인가 '관리'인가) 포스팅에서도 이미 말씀을 드린 바 있지만 모든 중독 분야, 특히 도박 중독은 재발 가능성이 꽤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완치가 아닌 평생 관리의 측면에서 접근되고 있습니다. 아마 GA 협심자들은 동의하실 것으로 압니다.
게다가 도박 중독은 단도박 기간의 단순한 연장이 아닌 가족 구성원 간 갈등 해결, 삶의 의미 탐색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요구되며 그 밖에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설정한 치료 목표에 따라 치료 기간, 목표 달성 여부의 평가 등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비용 산출을 위해 민영 보험에 의해 치료 기법과 기간 등을 제한당하는 후진 의료관리체제(managed care system)하의 미국을 제외한 어느 도박 선진국에서도 표준화된 치료 성공율 또는 치유율을 산출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도박 중독자의 치료 성공율이라는 것을 측정하는 것은 도박 중독 문제의 접근 방법으로 옳지도 않을 뿐 아니라 효과적이지도 않은, 그야말로 전시 행정의 소산이 될 겁니다.
참고로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는 내담자와 치료 계약을 맺을 때 통상적으로 1년 이상의 단도박 기간을 유지하는 것을 치료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으나 이는 그야말로 치료적 동맹(therapeutic alliance)을 맺기 위해 설정하는 대략적인 목표일 뿐이고 치료자들간에 통일된 목표도 아닙니다.
그러니 어설프게 단도박 기간 1년 이상 유지 상태를 치료 성공자라고 하자며 기관 별로 치료 성공자의 비율을 산정해 기관 평가를 하려는 뻘짓은 애시당초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간에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에게 효과적인 접근법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진정 그들을 위한 길입니다.
덧. 이걸 서면으로 질의한 국회의원이 있다고 해서 작성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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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중독치료와 풍선효과'라는 포스팅에서 도박중독을 치료하는데 있어 도박충동이 이동하여 다른 중독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관련된 술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도박중독자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도박자는 술과 담배를 많이 합니다. 원래부터 술과 담배를 즐겼던 사람도 있고 도박에 빠지면서 양과 빈도가 늘어난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술, 담배를 많이 하는 도박중독자를 치료할 때에는 술, 담배 문제, 특히 술 문제를 꼭 짚어 줍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의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술은 풍선 효과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 물질입니다.
도박중독치료를 하는데 있어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면 도박충동이 풍선효과에 의해 관련된 중독으로 이동하는데 술과 담배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특히 술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상당히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 물질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빈도나 양이 급격히 늘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평소 술을 마시는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고 나서 술을 마시는 빈도나 주량이 늘어나지 않는지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규칙을 정해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술이 도박과 연합되어 있는 경향이 높기 때문입니다. 도박으로 돈을 따면 기분 좋아서 한 잔, 잃으면 속상해서 한 잔 하는 도박자가 많고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도박이 술을, 술이 도박을 연상시키게 됩니다.
현장에서 치료를 할 때
단도박 상태를 잘 유지하던 도박중독자가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도박 충동을 강하게 느끼거나 실제로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술김에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실수(lapse)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술을 마시는 도박중독자라면 술 문제도 꼭 함께 다루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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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단도박이 중요할까, 삶의 변화가 더 중요할까' 포스팅에서 단도박보다는 삶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아무리 도박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삶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된다는 것이 그 글의 핵심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는 걸까요?
'바닥치기의 효과는 잠재된 희망에 달려있다' 포스팅에서도 언급을 했듯이 무엇보다도 '희망'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삶의 목표를 세움에 따라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보세요. 삶의 목표를 갖고 있는 도박 중독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뚜렷한 미래가 없습니다. 그저 불확실한 도박의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불안정한 미래가 존재할 뿐입니다.
단도박보다는 삶의 변화가 중요하고 삶의 변화는 삶의 목표를 세워야 가능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에게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그것을 함께 이야기하세요. 그것이 도박자에게 잠재된 희망을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도박자를 부활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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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알코올이나 마약처럼 금단 증상이 뚜렷한 물질 중독이 아니라고 해도 도박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쉬운 것은 절대로 아니죠. 오히려 특별한 금단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이것이 도박을 쉽게 생각하는 덫으로 작용해서 단도박을 하는 것이 더 힘들기도 합니다.
모든 중독이 그렇지만 단도박은 몇 달하고 말 것이 아니라 평생을 지속해야 하는 인고의 과정이기 때문에 도박자 스스로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유인(incentive)'이 필요합니다.
제가 도박자에게 많이 조언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목표 날짜 달력인데 건설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사고 며칠' 안내판을 상상하면 됩니다. 문구점에 가면 탁상달력처럼 생긴 날짜판이 있습니다. 조금 큰 것은 999일까지 표시할 수 있고 스프링 달력 형태라서 하루 단위로 넘길 수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를 넘기면서 얼마나 단도박 상태를 유지했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앞으로의 의지를 다지는데 도움이 됩니다. 도박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라도 그동안 참아온 날들이 아까워서 이를 악물고 참게 되는 것이죠. 원래 모든 자기 계발 도구는 단순할수록 효과적인 법입니다.
두 번째는
기념일로 자기 보상하기입니다. 우선 기념일을 정합니다. 100일이 될 수도 있고 일 주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금통을 하나 마련해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돈을 모읍니다. 동전을 모을 수도 있고 하루에 천 원씩 모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도박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돈이어야 합니다. 기념일이 되면 그 돈으로 기념식을 합니다. 가족들과 외식을 할 수도 있고 케잌을 사다가 작은 기념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열심히 참은 자신을 위해 그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을 선물로 사주면서 칭찬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돈으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낼 수도 있겠지요. 뭔가 의미가 있는 나름의 아이디어를 내 보시기 바랍니다.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보상은 중요하고 또 필요합니다. 비록 내재적 동기를 직접 고취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말이죠.
당연히 첫 번째 방법인 목표 날짜 달력과 두 번째 방법인 기념일로 자기 보상하는 방법을 결합해서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사용해보니 단도박 동기를 강화하는데도 효과적이지만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하는 도박자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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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둘 다 중요하죠.
그러나 만약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삶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도박자는 말 할 것도 없고 가족들도 단도박, 즉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노라고 의지를 다지지만 제 경험 상 단도박은 삶의 변화의 결과이며 작은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삶의 변화가 없는 단도박 상태 유지는 심지만 제거한 다이너마이트와 똑같기 때문입니다. 심지만 꽂고 불을 붙이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다이너마이트말이죠.
도박자는 이미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도박에 중독되면서 이전과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의미를 잃어버렸을 수도 있고, 가족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상황에서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도박을 못하는 것이지 안 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도박자의 경우 단도박을 하고 나서 삶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삶의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도박을 하지 않게 아니, 도박을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그러니 치료자/상담자는 도박을 하지 않는 기간을 늘이는데 치중하기보다는 삶의 의미를 다시금 고민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며, 함께 사는 삶의 즐거움을 깨달아 삶이 변화할 수 있도록 치료/상담의 목표를 조정하는 것이 도박 중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삶이 변화하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여러가지 신호가 나타나지만 무엇보다도 도박중독의 가장 큰 특징인 '거짓말'과 '책임감'의 문제가 해결되는 기미가 삶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도박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드디어 삶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죠.
치료자/상담자와 가족은 이러한 기미를 빨리 깨달아 긍정적인 보상과 격려, 지지를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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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도박자가 도박을 적절히 통제, 조절하면서 즐길 수 있는 정도는 허용하면 어떨까에 대해 치료자와 상의하고 싶어하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소위 통제된 도박(controlled gambling)을 도박자에게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인데요.
특히 도박자가 치료를 받게 되면서 당당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의기소침, 위축되어 가족들이 안쓰러움을 느끼거나 가족들이 ‘간수 역할’을 거두면서 도박자가 도박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됨으로써 궁금함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도박자가 도박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어 하는 경우에 이런 요구를 하게 됩니다.
이 때, 우선 가족들이 ‘간수 역할’을 그만두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감시를 참아야만 하는 가족의 어려움과 동시에 불끈불끈 올라오는 호기심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최초 치료 목표가 도박을 전혀 하지 않는 것(abstinence)이라면 왜 통제된 도박이라는 새로운 치료 목표가 갑자기 대두되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치료적인 측면에서 봐도 가족이 단지 도박자의 도박 여부에 대해 알고 싶어서 통제된 도박을 인정하는 거라면 가족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만큼만 도박자가 공개하고 나머지는 어차피 감출 것이기 때문에 가족들은 도박자의 도박에 대해 아주 제한된 정보만 갖게 됩니다.
따라서 가족의 호기심을 충족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치료에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도박자에 대한 수용과 지지는 통제된 도박을 인정함으로써 도박자가 도박을 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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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도박을 끊는다, 단도박을 하겠다는 말을 합니다. 도박을 하게 되면 중독이 되고, 문제가 되니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도박을 끊는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도박을 끊는다는 말에는 알게 모르게 내가 원하지는 않으나 부정적인 결과로 인해서, 외부 환경에 의해서 강제로 하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수동적인 의미가 강하죠.
특히 도박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만 갖고 있는 가족에 비해서 도박중독자들은 도박에 대해 양가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도박 때문에 많은 것을 잃었지만 한편으로는 도박을 할 때 재미가 있었고 도박 때문에 짜릿한 느낌도 받았으며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좋았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하고 끊어내고 잘라내고 싶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죠.
도박중독자에게 도박은 일종의 '나쁜 친구'와 같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도박과 함께 즐겁게 지냈지만 이제는 더 소중한 가족, 일, 삶의 의미를 찾았기 때문에 더 이상 도박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떠나보내는 '애도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애도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도박을 잘라내고 끊어내는 것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잘못하면 도박자의 저항을 불러오게 됩니다.
도박을 끊는다는 것은 도박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도박자의 선택권을 고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방법이야 어떻든 도박을 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는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기로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현재 도박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누군가의 강제에 의해 도박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므로 언제든 여건이 갖추어지면 다시 도박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도박자가 애도 과정을 통해 더 이상 도박을 하지 않기로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박을 끊는다는 말보다는 도박을 하지 않기로 스스로 선택한다는 말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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