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눈에 띄게 핼쑥해보이는) 제 얼굴을 보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씀드리기 번거로워 포스팅합니다.
일단 체중을 74kg에서 65kg으로 9kg 감량했습니다. 그게 다는 아니지만요.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수 있는데 최대한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매년 받는 건강검진을 작년 7월에 받았고(아무 이상이 없었죠), 8월 쯤인가에 갑자기 심한 설사가 시작되어 한 달 정도를 고생한 후 간신히 진정이 되었는데 그 때부터 가슴 윗부분에 체한 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더부룩한 느낌이 계속되니 입맛도 없고 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아서 체중이 1~2kg 정도 빠졌습니다. 내과에 다니면서 한 달 이상 치료를 받고 약을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결국 위 내시경 검사를 다시 받았는데 별 이상이 없다더군요. 그러면서 내과 의사가 아무래도 췌장 쪽 문제가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암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악성인 게 '교모세포종'과 '췌장암'입니다. 원인도 불명확할 뿐 아니라 사망률이 매우 높고 치료도 힘들죠. 특히 췌장암은 장기들 사이에 숨어 있어 복부 초음파로도 진단하기 어렵고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황달 등의 두드러진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최소 3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말 무서운 암이라고 할 수 있죠.
그마나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복부 통증, 식욕 부진, 체중 감소 정도인데 이건 흔한 소화불량과 증상이 겹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고 피부가 가렵거나 날갯죽지 쪽 등에 통증이 생기는 정도가 특이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모든 증상이 제게 나타났고요(나중에 생각해보니 겨울이라 피부가 건조해져서 가려운 것이고 잠을 잘못 자서 담이 들린 걸 착각한거였지만요;;;;). 그래서 안식월에 들어간 12월 초부터 췌장암에 대한 폭풍 검색을 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잘 가지도 않는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기도 했습니다(이건 효과가 있었습니다). 거기서도 한의사가 아무래도 췌장암을 변별하기 위해 복부 CT를 찍어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12월 16일 여행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복부 CT를 찍었습니다. 결과를 알기 전에는 도저히 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못 떠나겠더라고요. 다행히 복부 CT 소견 상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버마 여행은 잘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여행 중에 생각을 많이 했죠. 이제 정말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할 나이이기도 하고 프리랜서는 몸이 생명인데 그동안 일이 늦게 끝난다고 밤 늦게 야식을 먹고, 운동도 게을리하고, 한의사가 이야기 한 부교감 신경계 기능 상태가 말이 아니라는 것도 마음에 걸렸고요.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건강에 신경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여행 중간부터 1일 2식으로 식습관을 바꾸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의 특성 상 간헐적 단식을 하기는 어려우니 아침을 거르고 점심, 저녁만 먹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18시간 단식을 유지하게 됩니다. 중요한 건 그 사이에 아무 것도 먹고 마시지 않는거지요. 깨어 있는 동안 췌장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먹는 걸 두 끼에 몰아넣었습니다. 야식은 당연히 끊었고 가공식품 섭취도 최대한 줄였습니다.
그리고 매일은 못하더라도 일주일에 5일은 유산소와 근육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 특히 공복 운동으로 체지방을 집중적으로 태웠습니다. 인바디를 측정할 수 있는 체중계를 사서 매일 아침 측정하고 있고요. 그래서 현재 체중 65kg, BMI 21.3, 체지방율 17.1%, 내장 지방지수 8.1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체지방율과 내장 지방지수만 조금만 더 낮추려고 합니다.
호모시스테인 레벨을 낮추기 위해 커피 등 카페인 음료도 하루 1잔 이하로 줄였습니다. 이건 나중에 비타민 C 메가도스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몸에 정말 안 좋은 게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거더군요. 그러니까 조금씩 자주 먹는 식습관이 가장 몸에 안 좋습니다. 췌장이 쉴 시간을 안 주고 계속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니 나중에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서 당뇨가 생길 수 밖에 없고(작년 건강검진에서 당화혈색소 수치가 5.8이 나온 게 이상한 게 전혀 아니었던 것이죠), 거기에 운동도 게을리하니 탄수화물이 체지방으로 저장되는 비율이 높아서 체지방율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마른 비만이 된다는 이야기).
그래서 간헐적 단식을 하듯이 1일 2식을 하면서 먹는 간격을 최대한 벌리고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고 그 사이에 공복 운동을 해서 체지방을 최대한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저탄고지 식사까지 하면 더 좋겠지만 이미 비건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인위적으로 지방을 태우는 수준까지는 안 가고 자연스럽게 체질을 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 거기에 기존에 하던 7~8시간 수면 시간 유지에 틈틈히 스트레칭도 하고 있고요. 스트레칭은 최근에 읽은 책을 소개하면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컨디션이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몸이 아주 가볍고 활력도 완벽하게 돌아온 상태입니다. 가끔 1일 2식을 하면 기운이 없거나 배고픔을 견디기 어렵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부정기적으로 단식을 해 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느끼는 배고픔이나 기운 없음은 대개 심리적인 허기를 반영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금단 기간만 지나가고 나면 공복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고 머리가 맑아져서 더 좋습니다. 집중력도 좋아지고요. 식사량도 자연스럽게 줄게되어 조금만 먹어도 금방 포만감을 느끼게 되고 폭식을 안 하게 됩니다. 원래 음식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 먹는 게 가장 좋습니다. 영양분을 달라고 몸이 원하는 소리가 꼬르륵하는 소리니까 이 때는 영양소를 고려한 음식을 충분히 먹어주는 게 맞죠.
제가 몸으로 체험한 가장 건강하게 살 빼는 방법을 정리해 보면,
1. 1일 1식, 1일 2식, 24시간 단식, 그 밖의 어떤 간헐적 단식이든 간에 먹는 것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벌림
2. 먹는 건 한번에 몰아서.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됨.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최악(인슐린 저항성 문제)
3.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으면 끼니를 건너뛰면서 공복 시간을 늘리는 것도 권장
4. 운동은 공복 운동이 최고(체지방을 태우고 골격근량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
5. 가공 식품은 최대한 자제.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안 빠지고 체지방율이 낮아지지 않는 분들은 제가 경험한 걸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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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편집장 출신이자 공정 여행 사회적 기업인 '트래블러스 맵'의 여행 기획자였던 권혁란의 '트래블 테라피(2011)'
를 북 크로싱합니다.
여행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가이드 북도 아니고 여행지의 감성을 담아내는 여행 에세이도 아닌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치유력을 발견하고 절망의 골짜기에서 빠져나온 한 여성의 고백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은 즐거움도 주지만 사람에 따라 마음을 치유하는 강력한 효과도 있거든요.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고 정화하는 효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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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누군가에게, 아니 제 자신에게 약속한 바대로 2005년부터 매년 해외로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1년에 한 번씩, 그러다가 한 번은 길게, 한 번은 짧게 가기 시작했고 2007년부터인가는 나중에 가기로 미루어 놓았던 국내 여행도 짬을 내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여행이 취미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지만 그래도 여행을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좋습니다. 떠나기 전부터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설레고, 도착해서도 몸과 마음이 모두 열리는 그 충만한 느낌이 좋고, 돌아와서는 무사히 다녀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가져온 추억을 정리하며 인생의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아쉬운 것은 내면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면서 나를 정리할 여행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소개를 어느 지면에선가 봤을 때부터 앞 뒤 안 가리고 온라인 서점의 장바구니에 집어 넣었더랬습니다. 책을 손에 넣고 책장을 넘겨서야 저자가 누구인지 확인을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아마도 예전에
hanti님이 선물해 주신 책
'느긋하게 걸어라 : 산티아고 가는 길(2005)'에서 느꼈던 잔잔한 감동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 책은 그야말로 재정, 일, 관계 모든 분야에서 극심한 타격을 입어 그로기 상태에 놓인 한 여자가 천 일동안 인도, 제주도, 안나푸르나, 하이난, 강화도, 지리산, 발리, 서해안 등을 누비면서 요가, 명상, 단식, 풍욕, 그 중에서도 느리게 걷기를 통해 내면의 내상을 치유하고 살아돌아온 치열한 생존기에 가까웠습니다.
왠지 군 미필자가 2차 대전 생존 베테랑의 자서전을 읽고 있는 느낌이랄까 하여간 그랬습니다. 읽는 동안 직업병이 발동해서 저자의 성격 역동이 수상하게 느껴지고 잠시 동안은 스스로 자초한 상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 투쟁에 박수를 보내게 되더군요.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편집장 출신이자 공정 여행 사회적 기업인 '트래블러스 맵'의 여행기획자답게 글을 참 맛깔지게 잘 쓰더군요. 읽는 맛도 좋았고 제가 직접 경험하는 치유 여행처럼 느껴져서 자연스럽게 간접 경험이 되었습니다.
항상 여행을 가면 여행 일정을 체크하고 무엇을 보고, 듣고, 먹고, 느꼈는지를 꼼꼼히 적어오기에 치유 여행이라면서 저자도 저처럼 꼼꼼히 여행 일기를 적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3년의 여행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었고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여행을 떠날 용기를 이 책을 통해 얻었으니 그것으로 이 책을 읽은 의미는 충분히 채웠으니까요.
굳이 저자와 같은 치열한 내면 탐색을 하지 않더라도 여행은 떠나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힘을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여행을 꿈꾸는 모든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치유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그런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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