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내려 나중에 합류한 일행을 기다렸는데 7시가 넘자마자 곧바로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더군요.
호주에서의 첫 날 저녁 식사를 한 Nick's라는 식당입니다. 달링 하버에 있고요. 노보텔이 하버에 면한 숙박시설이라서 그럴 수 밖에 없지만 일정 내내 저녁은 대체로 하버의 레스토랑에서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식비가 만만치 않게 듭니다.
뭘 먹어도 1인 당 3만 원은 각오해야 하더군요. ㅠ.ㅠ
식전주로 마신 호주산 'Wild Yak Pacific Ale'입니다. 일행은 모두 맛있다고 하던데 저는 별로였습니다. 일반 라거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에일 특유의 향이 없어서 그랬을까요 아님 여행하면서 워낙 맛있는 맥주를 많이 마셔봐서 그랬을까요. 어쨌거나 따로 여행와도 다시 마셔보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장 많이 먹는 메뉴인 해산물 모듬 platter를 주문했고 저는 비건용 버섯 리조또를 시켰는데 비주얼도 정갈한 편이고 맛도 괜찮았지만 역시나 가격이 32불(우리 돈 2만 8천 원 상당)이나 합니다.
시드니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외식을 하는 경우 음식 가격만 놓고 보면 노르웨이 뺨칩니다. 대신 quality는 어디에서 먹어도 후회하지 않는 수준입니다.
맥주가 남았기에 안주 대신으로 주문한 Tempura입니다. 말 그대로 튀김인데 일본식 간장과 소스가 같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주로 새우 같은 해산물 튀김을 먹었고 저는 채소 튀김을 주로 먹었고요. 이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는데 튀김옷도 얇고 신선한 기름에 튀겼는지 아주 바삭하고 신선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맥주를 부르는 맛이더군요.
달링 하버를 비롯해 시드니 항의 모든 하버 사이드에는 레스토랑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분위기도 비슷, 음식도 비슷합니다. 대신 귀청을 찢을 듯한 시끄러운 음악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지만 번잡하지 않은 분위기에요.
저녁을 먹은 후에는 다시 일 모드로 돌아가 시드니 유일의 카지노인 스타 카지노를 벤치 마킹하러 들렀습니다. 출입 시 시큐리티에게 여권을 보여줘야 해서 호텔로 돌아가 안전 금고에 보관했던 여권까지 들고 나왔죠.
원칙적으로 실내 촬영 금지(입니다만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몇 장 찍었습니다)입니다. 규모가 우리나라 하이원 카지노와는 비교 불가 수준이네요. 넓이도 그렇고 일단 없는 도박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도박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생전 처음 보는 도박이 많더군요.
제가 방문했을 때 폴크스바겐 21대를 사은품으로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었으니 화려함이 말 다 했죠.
고객의 50%가 중국인으로 이들을 상대하기 위한 중국인 직원을 별도로 고용할 정도로 성업중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에도 그 넓은 객장이 꽉 차서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건 카지노 내에 있는 TAB인데 TAB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말하면 세계의 모든 스포츠 베팅을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스포츠 토토방 같은 겁니다. 나중에 보게 되지만 이런 TAB은 시드니 뿐만 아니라 호주 어느 동네를 가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거의 편의점 수준으로 널려 있더군요.
이건 TAB과 연동되어 있는 스포츠 바 입니다. 주류를 마시면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경기를 보다가 베팅을 하고 싶으면 바로 옆의 TAB으로 가면 됩니다.
도박 중독 경고문은 어디에나 눈에 띄는 곳에 비치되어 있지만 문구가 공격적이지는 않습니다. '필요하면 가져가든지'의 느낌입니다;;;;;;
첫 날인데도 아침부터 너무 부지런히 돌아다닌 탓인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일찍 숙소로 철수했습니다. 많이 걸어다녀서 피곤했는지 저도 씻자마자 여행 일지도 정리 못하고 기절하듯이 잠에 빠져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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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하이드 파크에서 성 메리 대성당까지는 걸어서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만 구글맵이 엉뚱한 길을 알려주는 바람에 한참을 헤맸습니다. 구글맵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계단이 많은 복잡한 지형에서는 안전하지만 돌아가는 길을 안내하는 경우가 간혹 있거든요. 예전에 크로아티아 흐바르 섬에서도 뒷목잡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완전히 믿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시드니에서 또 한번 당했네요;;;
안내판에 미사 일정이 상세히 안내되어 있고 일요일 정오에는 가이드 투어를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것이 St. Mary's Cathedral입니다. 사암으로 지어져서 그런지 외벽의 색깔이 정말 근사하죠. 고색창연한 느낌이 멋집니다. 규모는 좀 작지만 조형미만큼은 스페인 톨레도의 대성당과 견줄 만 합니다.
관광지라면 늘상 진을 치고 있는 잡상인들이 보이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성당의 정면에 예쁜 화단이 조성되어 있거든요.
St. Mary's Cathedral은 내부도 굉장히 웅장하고 경건한 분위기였는데 제가 들어갔을 때 미사 중이어서 방해가 될까봐 오래 머무르지는 못하고 이 컷 한장 찍고 물러났습니다. 놀라운 건 주말 미사였는데도 참석한 신자의 수가 정말 적더군요.
지도를 보니 시드니 왕립 식물원(Royal Botanic Garden)도 그리 멀지 않기에 거기까지 둘러보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구글맵이 사람을 이리저리 돌게 만들기에 길 가던 현지인에게 물어서 올바른 경로를 알아냈습니다. ㅡㅡ;;;;
왕립 식물원 입구에서 본 풍경인데 왼쪽이 시드니 타워인 것 같고 오른쪽은 무슨 건물인지 모르겠는데 칼로 자른 대나무처럼 생긴 게 외관이 아주 특이하네요.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왕립 식물원이 꽤 넓더군요. 여기가 저희가 들어간 입구인데 아마도 남쪽 게이트였던 것 같습니다.
문을 여는 시간은 아침 7시로 동일하지만 닫는 시간이 월별로 다른 것이 특징적입니다. 운동 기구 반입이나 반려동물 동반 입장은 안 됩니다.
입장료가 무료인데다 10월 이후에는 문을 닫는 시간이 꽤 늦은 편이어서 근처에 살면 매일 산책을 올 것 같은, 제 마음에 꼭 드는 곳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은데다 생각보다 넓어서 꼼꼼히 둘러보지는 못했는데 특이하거나 의미가 있는 식물이 많더군요(예를 들어 공룡 시대의 소철과 식물 같은 거). 이 나무는 얼핏 보기에는 소나무 같은데 위용이 어마어마해서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범상치 않아요;;;;
가족끼리 오거나 삼삼오오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집 주변에 이런 공원이 있다면 매일 올 것 같습니다.
중앙에는 새들이 모여 사는 구역이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풀어놨더군요. 사람들 주위로 날아다니거나 걸어다니는게 자연스러워서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하이드 파크에서 봤던 따오기도 있고 까마귀, 오리, 백조 등등 새 종류도 다양하더군요.
북쪽 끝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멀리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걸 보면 시간만 충분하다면 걸어서 돌아가도 되겠더군요.
Royal Botanic Garden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식물과 새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곳이더군요.
원래 식물원 중앙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려는 계획이었는데 주말이라서 그런지 문을 열지 않았기에 하는 수 없이 다시 돌아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달링 하버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에 숙소에서 기절해 있는 동료도 전화로 깨우고요.
시드니의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인도인이나 중동 사람입니다. 그래서 독특한 발음 때문에 도무지 영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더군요. ㅠ.ㅠ
요금 계수기는 기계식이 아닌 프로그램식으로 LCD화면에 띄워놓은 프로그램으로 금액을 알려줍니다.
기본 요금이 없는 대신 굉장히 빨리 올라가네요. 교통 체증 없이 15분 정도를 타면 우리 돈으로 대략 2~3만 원 정도의 살인적인 요금이 나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택시 요금과 우열을 다툴 수 있는 수준입니다. 출장이라서 일비가 나오기에 망정이지 제 돈으로 여행을 온다면 택시 타는 걸 주저할 것 같습니다.
시드니 첫날의 저녁은 달링 하버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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