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건너면 바로 홍마오청인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건널목을 건너 쭈욱 직진하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인 '전리다쉐'가 나옵니다만 홍마오청을 돌아보고 나왔더니 시간이 빠듯하기에(오후 4시에 문을 닫음) 아쉽게도 둘러볼 기회는 못 잡았습니다.
홍마오청의 입구입니다. 담쟁이 덩굴로 완전히 덮인 모습입니다. 여기를 통과해 들어가면 바로 앞에 안내소 겸 입장권 판매소가 있습니다.
안내소 앞에 있는 무료 입장 안내판입니다. 모시고 간 어르신이 65세 이상이라서 무료 입장이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습니다만 외국인은 해당 사항이 없다네요. 자국인만 대상이랍니다. 그럼 그렇지. ㅠ.ㅠ
자세히 보면 Free Entry라는 문구 아래에 'For Citizens'라고 추가 문구를 붙여 놨습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나 봅니다. ^^
홍마오청의 입장권은 60불입니다.
안내소 겸 입장권 판매소를 끼고 왼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면 푸른 잔디가 깔린 정원이 나옵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가족 단위 입장객이 많고 사진을 찍으러 온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많이 옵니다.
날씨가 따뜻해도 크리스마스인지라 트리를 예쁘게 장식해 놓았네요.
기념품 샵을 우회하여 올라갑니다. 길 양쪽으로 꽃화분을 예쁘게 배열해 놓았네요.
뱀과 벌이 출몰하나 봅니다. 경고판을 세워 놨습니다.
볕이 참 좋습니다.
언덕을 올라가면 곧바로 홍마오청입니다. 홍마오청은 1629년에 스페인이 대만을 지배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사용하려고 건설했습니다. 당시 대만인들이 서양인의 붉은 머리카락을 뜻하는 '홍마오'로 부르던 것이 건물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죠. 이후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영국, 미국 대사관으로 쓰였고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은 홍마오청 중 감옥과 전시탑으로 사용하던 건물입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보니 벽 색깔 때문에 강렬한 인상을 풍깁니다.
누구의 전신상인지 알아보려고 주변을 둘러봤으나 설명이 없더군요. 모습만 보면 당시 스페인 사람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추측합니다.
멋쟁이 동상이 있는 저 곳은 용도가 그리 멋지지는 않습니다. 바로 감옥에 딸린 운동용 뜰입니다. 죄수들이 일정 시간에 나와 몸을 푸는 운동장이죠. 맑은 공기를 쐬며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너무 좁네요. ㅠ.ㅠ
감옥을 나와 영국 대사관으로 쓰던 홍마오청의 두 번째 건물로 갑니다.
철판에 홍마오청 감옥의 모습을 그려서 세워 놓았는데 멋지네요. 철판이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어 홍마오청의 매력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
오후의 강렬한 햇빛을 받으니 건물이 더 붉게 보입니다.
영국 대사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의 입구 진입로에는 양쪽에 나무를 벽처럼 빼곡히 심어 놓아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바람에 들어갈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입구에서 건물 외벽을 보면 의외로 정교하게 벽돌을 쌓아올린 걸 볼 수 있는데 꽤 아름답더군요.
건물의 1층 외곽을 돌아보며 살펴보니 난간의 조형미도 범상치 않습니다.
내부는 당시의 생활상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복원되어 있습니다. 여기는 중국식 부엌입니다. 소화기가 숨겨져 있는 모습이 깨알같네요.
이건 오븐 같습니다. 지금은 많이 낡아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한 기술이 집약되었다고 평가했을 것 같습니다. 뭔가 있어보여요.
여기도 부엌입니다. 당시에 사용하던 가재도구들이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여기는 거실입니다. 분위기가 확실히 고풍스럽네요. 아쉽게도 양탄자나 러그는 깔려 있지 않네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입니다. 낡기는 했지만 여기도 정교한 문양을 새겨 넣었네요.
여기는 식당인 것 같은데 러그가 깔려 있네요. 빨간색 의자도 그렇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여기 앉아서 홍차를 마시면 차맛이 절로 날 것 같습니다.
천정에는 샹들리에 2개 사이로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조명과 냉방을 한꺼번에 해결하네요.
홍마오청을 둘러보고 다시 해안가로 나왔습니다. 해가 질 무렵이 되니 파도가 살짝 높아지는 느낌입니다.
해안가 근처에는 신기한 모양의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꼭 맹그로브 나무 같더군요.
오후 늦게 쏟아지는 따뜻한 색감의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담수이역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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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아다니는 건 번거로워서 바로 앞에 보이는 Lavazza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습니다. Lavazza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음식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커피는 제대로 나오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에 들어간거지요.
그래서 아이스 커피(한 잔에 130불) 두 잔하고 seafood pasta(300불), 시저 샐러드(180불)를 주문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점심 할인 시간대라서 그런지 총액에서 60불을 할인받았더라고요. 역시나 음식은 그냥저냥이었습니다. 파스타에서 떡볶이 맛이 난다고 하더라고요(응?). 커피는 괜찮았지만....
점심을 먹고 나왔는데 계속 해안가 길만 걸으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다시 한 블럭 안 쪽으로 들어가 걷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나... 아까보다 사람이 더 많아졌습니다;;; 놀랍게도 차량 통행 제한 구역이 아닙니다. 잘 보시면 오토바이도 지나가고 가끔 차량도 왕래합니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타이페이 사람들이 온통 담수이로 집결한 것 같습니다.
여기가 담수이에서도 유명한 원조 카스테라 경쟁을 하는 곳으로 사람들이 엄청 줄을 서 있죠. 그런데 잘 보면 간판에 '사선방향 맞은편에 있던 원조본점은 여기로 이전되었습니다'라고 한글로 써 있습니다. 그런데 맞은편을 보면...
맞은편 가게의 간판에는 '전혀 이전을 하지 않았습니다'리고 한글로 쓰여 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만의 두 카스테라 가게가 한글로 간판을 만들어서 상대방을 디스하면서 원조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것도 여행자에게는 볼거리죠.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사찰입니다. 공사 중인 것 같네요.
요새는 잘 안 하지만 예전에는 자주 했던 그림자 샷도 한 장 찍어보고
안내판을 보니 1782년에 지어진 '복우궁'이라고 하네요.
누구를 모시는지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사뭇 독특합니다. 용산사와도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온통 붉은색과 금색으로 치장한 건 중국답습니다.
잠시 둘러보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사람에 치여 너무 힘들기에 숨이나 돌릴까 하고 잠시 들어간 기념품점인데 여기서 주머니가 엄청 털렸습니다. 나무로 만든 냥이 스탬프를 비롯해 예쁜 기념품이 너무 많더군요. 더 오래 있었으면 아마 거덜이 났을 것 같습니다. 이 기념품샵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담수이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현대식 빌딩에 둘러쌓인 예배당 건물도 독특한 분위기지만 사실 관광객들이 여기서 발길을 멈추는 이유는 달리 있습니다.
성당 진입로 양쪽으로 독특한 색감의 벽이 있는데 여기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지요.
파란색 옷을 입고 찍으면 contrast때문에 사진이 더 예쁘게 나올 것 같은 색감의 벽이죠.
맞은편 벽도 고색창연합니다. 예전 벽을 그대로 두고 그 뒤에 새로 건물을 지어 올렸기 때문에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담수이 성당 뒷길은 대로에 비해 사람의 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고즈넉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일부러 이렇게 과거의 흔적을 남겨놓고 벽을 올린 것 같은데 과거에서 현재까지 흘러온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골목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라는 건 언제나 참 좋죠.
바다에 면한 가게라서 반대편 창을 통해서도 바다가 보입니다.
길을 걷다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웰시코기를 만났습니다.
참 편안한 표정이죠. 길에서 사는 애는 아니고 바로 앞에 있는 가게 사장님이 주인인 것 같았습니다.
걷다 보니 홍마오청까지 거의 다 왔습니다. 담수이역에서 홍마오청까지 걸어서 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이니 중간에 자주 쉬면서 가셔야 합니다. 하늘이 정말 파랗고 날씨 또한 화창하네요.
저기 보이는 가게를 지나면 바로 홍마오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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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사를 둘러보고 왔던 길을 돌아나와 시장 초입으로 내려왔습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길래 뭔가 하고 봤는데 담수이 명물인 카스테라네요.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가운데 치즈가 들어간 110불 짜리 카스테라를 주문했습니다(우상단에 있는 원가 140불짜리).
오븐에서 나올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인데 이걸 10등분으로 잘라서 팝니다. 노란게 먹음직스럽게 보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굉장히 느끼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촉촉한 카스테라의 맛이 아니라 계란 냄새가 많이 나는 퍽퍽한 스펀지 케익 느낌이거든요. 호불호가 갈릴 듯 합니다.
요렇게 박스 포장을 해서 테이크 아웃했습니다. 어르신이 드시고 싶다기에 바로 옆에 있는 좌판에서 구운 옥수수도 1개 사고요(25불). 옥수수도 별로였습니다. 퍽퍽해요. ㅠ.ㅠ
하나가 이 정도 크기인데 셋이서 먹기에도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저는 가운데 치즈가 들어간 부분을 피해서 조금 맛만 봤기 때문에 많이 먹지도 못했고요. 치즈 케익도 아닌 카스테라도 아닌 애매한 느끼함이었습니다. 신기한 먹을거리이기는 하지만 일부러 다시 찾아서 먹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담수이 카스테라가 그렇게 유명한지는 몰랐습니다. 나중에 보니 원조 경쟁이 치열한 명물 간식이더군요.
담수이 시장 길을 따라 홍마오청 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거리 구경을 했습니다. 분명히 겨울인데 기온도 그렇고 가로수 잎의 색깔을 보니 꼭 초가을 같습니다.
외관이 독특한 가게가 눈에 띄어 찍었는데 아무래도 신발 가게 같지요?
시장에서 연결되는 길은 꼭 인사동 길 분위기인데 한 블럭만 밑으로 내려가면 바다하고 연결됩니다.
오른쪽은 해안가 도로이고 왼쪽은 상점이 늘어서 있는 아케이드길입니다.
주말이라 나들이나 산보를 나온 시민들도 많은데요.
풍광은 멋지고 바닷바람도 시원하지만 수질이 그리 깨끗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탁도도 높고요. 그래도 꿋꿋하게 낚시를 즐기는 분들이 있네요.
바다에 면한 길은 비교적 한산합니다만....
5미터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인산인해입니다. 그야말로 사람의 바다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로 붐빕니다. 5분 정도 걸었는데도 인파에 기가 빨려서 그런지 금방 지치더군요. ㅠ.ㅠ
역시나 인기 간식인 오징어 구이가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대만 사람들도 오징어 꽤나 많이 먹는 것 같습니다. 대만 여행하면서 오징어를 파는 좌판을 자주 봤거든요.
옥수수와 카스테라로 간단히 요기를 하기는 했지만 이미 점심 시간이 가까웠는지라 가볍게라도 점심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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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은 담수이 주변만 찬찬히 둘러보기로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론플의 walking tour 코스를 참고해서 동선을 짜봤습니다.
시장 안에 용산사(룽산쓰)가 있다길래 가 보기로 했습니다. 원래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용산사는 타이페이 시내에 있는 게 유명한데 그럴 시간이 없었기에 여기로 만족하기로 했죠.
타이페이에 있는 용산사는 접근성이 어떤지 모르겠으나 담수이에 있는 용산사는 시장 안에 있는데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 안 쪽에 꼭꼭 숨어 있어 굉장히 찾기 어렵습니다. 헤매고 다니다 그야말로 우연히 발견했어요. 운이 좋았던 듯;;;;
입구 바로 앞까지 좌판이 늘어서 있고 차양까지 쳐 있어서 찾고 나서도 여기가 거긴가 싶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사찰의 정문과는 많이 다르니 담수이의 용산사를 가 보실 분들은 헤맬 각오를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향로가 놓여 있고 향이 타고 있는 걸 보니 사찰이 맞기는 맞나 봅니다.
건물로 빼곡히 들어찬 시장 한복판에 있는 굉장히 작은 규모의 절이고 끊임없이 관광객들이 드나드는데도 이상하게 고즈넉한 분위기입니다. 절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장 소음이 사라진 느낌이어서 신기했습니다.
담수이의 용산사는 1858년에 건립된 걸로 알려져 있는데 생활밀착형(?) 사찰로 관광객들 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기원을 하러 많이 들르는 곳입니다.
본전 앞에도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는 듯한 향로가 놓여 있고 향이 타고 있어 사찰 전체에 향내가 은은합니다.
중국식 사찰은 너무 화려해서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용산사는 비교적 단정한 편인데도 역시나 번쩍번쩍해서 눈이 좀 피곤했습니다;;;;;
처마도 만만치 않게 화려합니다.
뒤로 돌면 바로 앞에 들어온 입구가 보일 정도로 작은 크기입니다. 타이페이에 있는 용산사의 1/4 규모라고 하죠.
역시 중국하면 '용'이죠. 용 한 마리 정도는 올려놔야 중국 처마라고 할 수 있는 듯;;;;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참 헤매기는 했지만 속세를 떠난 듯 조용한 용산사에서 잠시 마음을 정돈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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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국립고궁박물원 투어를 하느라고 무리를 했는데도 7시 30분에 일어났으니 비교적 일찍 눈을 떴다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어르신을 모시고 온 여행이니 무리하지 않으려고 오늘은 타이페이와 인근 지역을 슬슬 둘러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씻고 아침을 먹으러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왔는데 조식 뷔페가 기대했던 것보다 훌륭하네요. 구성도 좋고 음식의 quality도 괜찮고요. 무엇보다 채식 메뉴에는 일일이 구분 팻말(사진에서 녹색으로 보이는 이름표)을 세워 놨습니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꽤 많은 호텔에 묵었는데 이렇게까지 채식인을 배려하는 호텔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Vegetarian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따로 구분을 해 놨습니다. 덕분에 매번 직원을 불러서 물어볼 필요 없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죠.
한쪽에는 밥을 먹고 싶은 분들을 위한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김치도 보이네요. 저는 안 먹었습니다만;;;;
지금까지 발견한
댄디 호텔의 유일한 단점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아서 그런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떠드는 애들 때문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소란스럽다는 겁니다. 제가 식사하는 동안에도 옆 테이블에서 아이 하나가 까불다가 그릇을 하나 깼습니다. 똑같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다고 느끼는 분도 계실테니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것 같네요.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와 여유를 부리면서 천천히 짐을 챙겨 10시쯤 길을 나섰습니다.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해서 담수이로 가자고 했는데 그 거리를 택시로 가는 여행객이 없는건지 아니면 너무 멀어서 안 가는지 모르겠지만(당췌 영어가 통해야지요. ㅠ.ㅠ), 두 번이나 지하철 역으로 데려다 주는 바람에 결국 송산역에서 내렸습니다. 이리저리 택시로 도느라고 택시비만 400불 가까이 썼네요. 그래도 택시가 깨끗하고 기사님이 깨끗한 유니폼을 입고 계신 분이라서 그리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어요. 결국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타이페이 지하철은 우리나라 지하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동발권기에서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은 1회용 승차 코인을 사는데 화면에 한글 메뉴도 있기 때문에 구매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가고자 하는 역과 매수를 누르면 자동으로 계산됩니다.
대신 지폐는 100, 200불 짜리만 사용 가능한데 마침 공교롭게도 1,000불 짜리 지폐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안내데스크로 갔습니다. 여기서도 표를 살 수 있어요. 직원이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친절해서 좋았습니다.
플라스틱 코인에 충전을 해서 주는데 입장할 때는 단말기에 접촉해서 들어가고 나올 때는 공중전화처럼 코인 투입구에 넣으면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보증금을 받기 위해 다시 기계를 찾을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더군요.
타이페이 지하철은 열차 내에만 노약자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승강장의 벤치도 노약자 벤치가 따로 구분되어 있는게 특이했습니다.
대기선도 우리나라처럼 출입구 양쪽에 다닥다닥 서는 것이 아니라 내리는 사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옆으로 바짝 붙여서 그려놨습니다.
종착역이 담수이역인 열차를 타면 곧바로 가지만 아니라면 보시는 것처럼 기암(QIYAN)역에 내려서 기다렸다가 타야 합니다.
총 40분 정도 걸려서 담수이역에 도착했습니다. 1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어차피 사람들이 대부분 그리로 나가기 때문에 그냥 사람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됩니다.
역 앞에 있는 BK 20 기차 실물 모형입니다. 담수이 시장으로 연결되는 초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기념 사진을 찍곤 합니다.
BK 20은 1908년에 마지막으로 영국으로부터 수입되어 담수이 라인에 투입된 기차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퇴역해 줄곧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꼬마전구를 온통 치렁치렁 감아놔서 밤에는 예쁠 지 모르겠으나 낮에 보니 좀 흉물스럽네요.
크리스마스가 겹친 주말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이 나들이를 나온 것 같습니다. 시장 풍경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초입이라서 북새통을 이루는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차량이 다닐 만큼 도로폭이 넓기도 하고요.
오늘 낮에는 타이페이 인근 지역 중 하나인 담수이를 늘렁늘렁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진에서 건물 사이의 좁은 틈새에도 사당 같은 걸 세워놓은 게 인상적이네요.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가게도 있고,
취두부(냄새가 나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를 파는 가게도 있고요;;;;;
어묵 비슷한 걸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구경만 해도 신기하죠. 채식을 하면 좋은 점 중 하나가 먹을 수 없는 가게 앞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거지요. ㅠ.ㅠ
시장 골목이기는 해도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한글 간판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오징어 먹을거리를 파는 좌판인데 '오징어', '대왕 오징어'라는 친숙한 한글이 눈길을 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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