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제 손에 이 책이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갖추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에서 다른 책을 살 때 함께 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사놓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이 그득하니까요. ㅡㅡ;;;
원래 책을 읽을 때 한쪽 분야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종류를 바꿔가며 번갈아 가며 읽기 때문에 손에 집어든 책입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이 책은 저처럼 자유주의자이면서 좌파를 지향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해로운 책이더군요.
뭐 입시, 취업, 재테크를 위해 경제상식을 장착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지식을 단편적으로 우겨넣는 방식 자체는 이해합니다만 이 책의 문제는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자 내지는 잘 쳐줘도 자본주의 예찬론자인 저자의 불손한 의도가 그대로 읽혀 저로서는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제 눈에 걸린 것만 뽑아봐도
* 청계천 복원으로 주변 집값이 올라가는 걸 '긍정적 외부효과'의 예로 설명(35p)*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해 오너 + 전문CEO 기업의 매출증가율이 가장 높다는 식으로 대기업 옹호(69p)*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규제 지역 주변 땅값이 상승하는 것을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지 않아 생기는 풍선 효과로 설명(97~98p)* '기업공개'를 하면 회사 역시 경영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 걸 '골칫거리'로 표현(100p)* 대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규모의 경제 옹호(213~216p)* 자금 이체 등의 서비스 수수료가 낮아진다며 자통법 옹호(263~265p)* 금산분리 완화 옹호(266~268p)* 대다수 전문가들이 지주회사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며 교묘하게 순환출자 옹호(300~303p)* 중국의 흑묘백묘론을 이용해 trickle-down 효과 옹호(341~342p)* 스웨덴의 예를 들어 부유세 폐지 옹호(396~398p)* 신자유주의의 불가피성 옹호(410~412p)
이 책은 제가 볼 때 '수은'같은 책입니다. 마치 객관적인 지식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면 그 때부터 무서운 중금속 오염을 일으키는 수은처럼 사람의 머리를 신자유주의로 물들이는 책이죠. '조중동문'과 다를 바가 별로 없습니다.
제가 아끼는 분들에게는 누구에게도 추천 못 하겠습니다. 그래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분이 계실 지 몰라서 북 크로싱하기는 합니다.
이 책의 맨 처음에 15문항으로 된 '경제상식 자가진단'을 풀어보니 12개를 맞추어서 '경제 척척박사'였는데 오늘 이 책을 다 읽고 100문항으로 된 '경제상식 이해력 테스트'를 풀어보니 85점으로 '경제 척척박사' 진단의 끄트머리에 턱걸이를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경제 지식이 퇴보했네요. ㅡㅡ;;;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북 크로싱하면서 이렇게 찜찜한 책도 참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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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본격적으로 마각을 드러내는군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고용을 보장하고 오히려 국가가 채용을 장려함으로써 민간 기업의 구조조정 충격을 완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구조조정 압박으로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더니 이제는 대졸 초임 임금을 삭감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는군요.
얼마전에는 전경련에서 30대 대기업의 대졸 초임을 자발적으로 삭감하겠다고 발표했죠.
그네들 입장에서는 당연합니다. 대졸 초임을 삭감하면 우수한 인력을 싸게 부려먹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부가 바라는 것처럼 정규직 채용 인원을 늘리지는 않을 겁니다. 뭐하러 그러겠어요?
기껏해야 잠재적 실업자인 인턴 사원이나 몇 명 더 뽑아서 구색만 맞추면 되는데요. 인턴 사원이라도 열심히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수한한심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공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인턴 사원은 10개월 부려먹고 버리는 한시 계약직입니다. 정규직 채용 때 가산점도 전혀 없고 경력 인정도 안 됩니다. 게다가 갑자기 급조해서 강제 할당한 제도이기 때문에 실제로 배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10개월 뒤에 내보낼 것이므로 보안이 요구되는 자료에는 접근을 시키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오고 있거든요. 복사나 커피 심부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자료 정리나 하다가 나갈 것이 분명합니다. 올해 말에는 대규모 실직자 군단에 합류하는 거지요.
결론을 이야기하면 대졸 초임 임금 삭감은 그냥 싸게 부려먹겠다는 정부와 기업의 합작 꼼수에 불과합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2MB를 찍은 아해들(특히 기자회견까지 했던 각 학교 학생회장넘들)은 뭐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말의 동정심도 안 생깁니다만 제대로 투표했는데 고통 분담을 하고 있는 88만원 세대에게는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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