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에 권석만 선생님의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2012)'을 소개하면서 그 포스팅 말미에 대상관계이론을 접목하고 싶다는 제 욕심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그 공부의 시작으로 읽은 첫 책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번역 제목에 낚였습니다. ㅠ.ㅠ
'초보자를 위한 대상관계 심리치료'라는 제목만 보면 대상관계 심리치료를 적용하고 싶은 초보 현장 임상가에게 딱인 것 같지만 내용은 전혀 아닙니다.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주 대상이 학부생과 대학원생이거든요. 거기에 일부 관련 영역의 수련 임상가가 포함될 뿐입니다.
이 책은 Jill Savege Scharff, David E. Scharff 부부에 의해 씌여졌는데 이들은 모두 영국 대상관계이론의 흐름을 따르는 분석가들입니다. 서문에도 나와있지만 미국에서 순회 세미나를 이끌면서 기본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들에 대한 Q&A 형식으로 짤막하게 답변을 정리한 게 이 책의 주된 내용입니다. 구성이 다소 산만하더라도 핵심을 꿰뚫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일반적인 대상관계이론을 다룬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국 대상관계이론과 비교해서 설명한 것도 아닌데다 대상관계의 대가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것도 아니어서 대상관계이론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주 독자층인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에게는 맞지 않는 수준이 되는거라서 '대체 어쩌라고!'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 책은 대상관계이론(특히 영국 대상관계이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 있으며 이 책을 번역한 한국심리치료연구소에서 강의를 듣거나 수련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에 가깝습니다. 대상관계이론에 대한 문외한인 제가 영국 대상관계이론을 이해할 리가 만무하지요.
또 한 가지 문제는 이 책이 나온 시점이 1995년이라는 겁니다. 출판된지 무려 25년이나 지난 책입니다. 입문서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최신 지견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으리라는 건 짐작하실 수 있겠죠. 게다가 이 책 안에 DSM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DSM-IV도 아니고 무려 DSM-III-R 버전입니다;;;;
이 책의 우리나라 출판 연도인 2008년에 제가 하나의학사에서 출판한
'프로이드와 인간의 영혼(2001)'을 악평하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책도 독서 의욕을 꺾는 하나의학사만큼이나 디자인이 조악합니다. 한국심리치료연구소는 대부분의 책을 자체 출판하는 것 같은데 연구소와 관련된 분들만 사라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90년대 사상서 디자인에서 한걸음도 못 나간 것 같습니다. 게다가 230페이지 밖에 안 되는 책이 15,000원(5% 할인하여 14,250원)이나 합니다. 분량으로만 책값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 책 다음으로 읽은 박학사의 '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2004)'이 350페이지에 18,000원이니 대충 비교해봐도 터무니 없는 가격입니다.
첫 책에 워낙 실망했기에 앞으로도 한국심리치료연구소의 책들은 믿고 거르게 될 것 같습니다.
덧. 개인적으로 다시 볼 것 같지 않아서 전공서로서는 드물게 북 크로싱 할 예정이니 필요한 분들은 구매하지 마시고 국민도서관을 통해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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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관계란 심리내적 차원과 대인관계적 차원 모두를 일컫는 포괄적인 전문 용어이다. 대상관계는 성격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 자기라는 용어는 자아와 내적 대상들이 매우 독특하고 역동적인 관계로 조합된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무의식이 자아의 일부라고 보는 반면, 프로이트는 자아와 분리되어 그가 이드라고 부른 인격의 한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았다.
* 7세경에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어떻게 해소되는가가 성격 구조의 성질을 결정짓는다.
* Bion은 유아가 근본적으로 압도적인 성질의 불안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모성 기능의 측면을 '담아주기'라고 불렀고, 따라서 엄마를 담아주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 담아주기와 안아주는 환경은 어떻게 다른가?
: 위니캇은 엄마와 유아 사이의 영역에 관심을 둔 반면, 비온은 유아의 불안을 처리해주는 엄마의 마음속 공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위니캇이 말하는 '안아주는' 이라는 용어는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외적 과정을 말하는 반면, 비온이 말하는 '담아주기'는 생각 안에서 발생하는 내적 과정을 말한다.
* 영국 대상관계 이론은 투사적 동일시를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편집증 환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정상적일 수도 있고 병리적일 수도 있는 과정으로 보았다.
* 치료자가 들어야 할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관계와 경험 속에서 표출되는 내적 대상관계들과 연관된 것이어야 한다.
* 우리는 환자의 전이에 의해 자극되는 역전이의 경험은 두 종류로 구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환경적 역전이(contextual contertransferences)와 초점적 역전이(focused countertransferences)이다. 환경적 전이란 치료자가 제공하는 치료적 공간에 대한 환자의 반응, 즉 '환경 엄마'에 의해 제공된 돌봄에 대한 반응을 말한다. 초점적 역전이란 환자가 유아기에 직접적인 관계를 맺었던 대상 경험을 치료자에게 전치시키는 감정, 즉 유아 시절에 경험했던 '대상으로서의 엄마'에 대한 반응을 말한다.
* 대상관계 이론의 용어에서 전이는 투사적 동일시와 같은 것이다. 치료자는 그에게 투사된 대상의 일부 또는 자기의 일부와 동일시되며, 따라서 내적 대상관계는 환자와 치료자 사이에서 재창조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것은 재작업될 수 있다.
* 대상관계 심리치료사로서 당신은 무엇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가?
: 대상관계 심리치료사로서 우리는 통찰, 심리적 자질, 그리고 역전이에서 경험하는 무의식을 의식화하고 그것의 의미를 해석의 양태로 되돌려주는 일의 중요성을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성숙과 성장 그리고 발달 과정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다. 우리는 심층적 재구성 없이 증상만을 제거하는 것에는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 당신은 증상을 어떻게 보는가?
: 증상은 수용할 수 없는 관계 방식과 현재 관계에서 요구되는 것 사이에서 발생한 타협으로 보인다. 증상 제거는 대상관계 심리치료의 목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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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제가 현장에서 심리치료 및 상담을 하는 임상가들에게 반드시 읽어볼 것(+소장)을 권하는 치료전문가용 서적 3종 세트가 있습니다.
지금 소개를 드리는 '정신분석적 진단'과 이전에 소개한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2007)', '
정신분석적 사례이해(1999)'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세 권의 책을 쓴 Nancy McWilliams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치료자 중 한 사람이면서 제 role model 중 한 명입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어떤 교재도 치료의 효율성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심리치료가 주는 그런 종류의 마음 깊숙이 느껴지는 믿음을 제공해 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제가 이런 태도 때문에 Nancy McWilliams를 좋아합니다. ^^
Nancy McWilliams가 정신역동적 접근을 하는 치료자이기 때문에 그녀의 책 3권이 모두 '정신분석적'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판되었지만 사실 상 그녀의 책은 오랜 임상경험이 녹아 있는 개념 충만한 책이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 정체성이 정신분석과 전혀 상관이 없더라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제목 때문에 이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도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Nancy McWilliams의 책 중 이 책이 가장 먼저 나온 책인데도 국내에는 가장 늦게 소개가 되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정한 흐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책을 쓴 순서대로 '진단' -> '사례 이해' -> '치료'의 순으로 읽었다면 맥락에 기초한 공부를 할 때 더 큰 도움을 받았을 것 같거든요.
앞서 번역된 다른 두 권의 책과 달리 '정남운', '이기련'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는데 '
지금-여기에서의 전이분석(1993)'에서 보여주신 깔끔한 번역 실력을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셔서 원래 Nancy McWilliams가 책을 쉽게 쓰는 편이기도 하지만 더욱 이해하기 좋게 나왔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1부에서는 진단이 왜 필요한지(정신역동적 접근을 하는 치료자라면 다소 뜻밖인 주장)에 대해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이 부분도 재미있습니다)하고 있고 성격 구조에 대해 발달 수준과 그 임상적 함의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 특징적인 것은 일차적(원시적) 방어 기제와 이차적(상위) 방위 기제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 것인데 풍부한 사례를 제공하고 있어 방어 기제를 이해하는데 있어 더 할 나위없이 좋은 책입니다.
2부에서는 반사회성 성격, 자기애성 성격, 분열성 성격, 편집성 성격, 우울성 성격과 조증 성격, 피학성 성격, 강박성 성격, 연극성 성격, 해리성 성격 등 주요 성격을 '추동', '기질', '방어 기제', '대상관계', '자기', '전이와 역전이', '치료적 함의', '감별진단'의 구분에 따라 현장 치료자들이 확실히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현장에서 성격 문제를 가진 내담자를 많이 만나지만 성격 문제에 대해 참고할 만한 서적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 책 한 권이면 기본적인 감을 잡는데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Nancy McWilliams의 책을 소개할 때마다 제가 정신역동적 접근을 따르지 않는 치료자라고 해도 꼭 필독하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만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장 가치 천만 점의 책이며 임상가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으로 강추합니다.
덧. 이 책은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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