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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부터 시작해서 신영복 선생님의 글 읽기에 들어간다는데 저는 오히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아직 못 읽어본 것을 보면 확실히 제멋대로 손 가는대로 읽는 것 같기는 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인생 역정이야 구글링만 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니 생략하고 저는 이 책만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이 책은 신영복 선생님이 석좌 교수로 계시는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 강독'이라는 강좌명으로 진행하셨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평서체가 아닌 경어체로 씌여 있습니다.
사실 출판사의 띠지에 있는 책 소개가 이 책의 성격을 정확하게 말해주네요.
"자본주의 체제의 물질 낭비와 인간관계의 황폐화를 '관계론'을 화두 삼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신영복의 동양고전 강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동양 고전으로는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대학', '중용', '양명학'에 이릅니다. 가히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동양 고전을 망라하고 있다 할 수 있겠지요.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만 동양 고전들의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같은 동양 고전에 대한 초심자도 흥미와 재미를 갖고 읽을 수 있게 쉽게 쓰셨습니다.
고전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 의식 뿐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가 쌓아가고 있는 모순과 위기를 재조명하고 있어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동양 고전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 싶은 모든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덧. 나중에 다시 한번 읽고 싶어 이 책은 소장하고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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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0일 고려대학교 학생이었던 김예슬씨는 자본주의에 잠식되어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대학을 거부하고 떠나는 출사표를 대자보로 붙입니다.
이 책은 그녀가 김예슬 선언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그 대자보를 쓴 후기와 대자보의 내용에 대한 첨언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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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벌(뿐만도 아니지만)에 매우 민감한 사람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학벌에서 밀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와 좋은 학벌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 학벌을 미워하고 반드시 타도해야 할 우리 사회의 가장 거대한 악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저를 아는 분들은 제가 어느 누구에게도 먼저 출신 학교를 물어본 적이 없다는 것(제 기억으로는 그렇습니다)을 새삼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2010년 3월 10일 김예슬씨가 고려대학교 교정에 붙인 대자보를 읽고 이 사회가 너무나 뻔한 결과가 기다리는 곳으로 지금도 엄청난 속도로 여지없이 굴러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많이 슬펐습니다.
그리고 그 슬픔이 점차 잦아들면서부터는 김예슬씨가 부럽더군요. 제 반 밖에 안 되는 나이에 이런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묵묵히, 하지만 행복한 발걸음을 옮길 그녀가 부러웠습니다. 약 10년 전에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지만 용기가 없어 아직도 한 발을 기성사회에 걸치고 줄타기를 하고 있는 저로서는 그녀가 너무나 부럽습니다.
이 책은 2010년 3월 10일 대자보를 통해 20대에게는 공감을, 저같은 기성세대에게는 한없는 부끄러움과 자성을 안겨준 김예슬씨의 선언 후기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125페이지에 불과한 재생지로 된 허접해 보이는 책이 7,500 원이나 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하겠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을 미리 알았더라면 75,000 원이었다고 해도 반드시 구입했을겁니다. 아무리 천천히 읽어도 하루에 다 읽을 수 있을만큼 짧지만 그 안에 담긴 고뇌와 숙고의 양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김예슬씨는 반복해서 부모님께 죄송함을 표했지만 더러운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이렇게 당찬 자녀를 둔 부모님께 찬사를 보냅니다. "자식 정말 잘 키우셨네요"라는 인사는 이럴 때 하라고 아껴두는 겁니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그녀의 건투를 멀리서나마 빕니다.
이 책을 읽고도 김예슬 선언이 치기어린 한 젊은 여자의 객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가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평생 그렇게 살라는 말과 함께.
이런 좋은 책은 누구와도 나눠 읽고 싶지만 특별히 첫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들은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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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평소에 입이 근질거렸던 부분이 많았는데 이참에 happyalo님의 글에 트랙백을 겁니다.
episode I.
얼마 전에 제가 아는 분이 서울 모 대학의 교수 임용에 도전을 했습니다.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얼마 뒤 느닷없이 예고에도 없던 영어 공개 강의 능력을 테스트하겠다고 하더랍니다. 이분,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발표 자료도 영어로 준비하고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도 준비를 해서(물론 영어로 준비했겠지요.) 갔더랍니다. 20분 동안 땀을 삐질 흘리면서 안 되는 영어로 강의를 마친 후 심사위원으로 들어와 있던 교수들(그 과의 교수들은 두 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행정을 담당한 보직 교수랍니다)이 질문을 쏟아 붇는데 전공이나 발표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신변잡기의 이야기였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한국말로 했다는데 대체 왜 영어 강의를 시킨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랍니다. 물론 결국 이분은 임용에서 탈락했지요. 아직도 이분은 왜 그 학교에서 영어 강의를 테스트했는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episode II.
episode I.에서 등장한 제가 아는 그 분(이분은 제가 꽤 마음에 들어 하는 학자인데)이 외국 저널에 논문을 제출하려고 심리학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교수(당연히 미국 유수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에게 원문은 자기가 다 쓰고 번역을 하는 대가로 공동 저자로 넣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고 그 교수가 번역한 논문으로 게재를 신청했는데 1차 심사에서 탈락해서 도착한 평가서를 보니 내용을 논하기 이전에 논문에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유치한 문장이 너무 많아(고등학생들도 사용하지 않는 콩글리쉬였다는...) 논문으로 고려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게 제가 제안한 대로 전문 번역가에게 맡기었더라면 이런 낯뜨거운 꼴은 당하지 않았으련만... 게다가 이 교수는 상의도 없이 자기 맘대로 다른 저널에도 동시에 apply를 했더군요. 대체 도덕심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episode III.
제가 학부생이었던 당시 미국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교수 한 분이 새로 오셨는데 이분은 교포 2세라서 한국말보다 영어가 익숙한 분이었습니다. 당시 국제화니, 대학의 경쟁력 강화니 하면서 영어 강의를 하는 것이 붐이었고 학교는 신이 나서 전공 영어 강의(4학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 방법론이었습니다.)를 개설했습니다. 강의 중 모든 의사소통방법은 영어를 사용해야 하고 보고서도 영어로 써서 내야하는 난이도가 높은 수업이었습니다. 결과는 엉망진창이었지요. 저야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만 제가 우수해서라기보다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강의와 학생들 때문에 제가 어부지리를 얻었다고나 할까요. 이런 영어 강의는 몇 년 동안 꾸준히 개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수는 영어로, 학생은 한국말로 하다가 보고서도 한글로, 나중에는 교수가 답답해서 그냥 한국말로 하다가, 학생들이 교수의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면서 그냥 영어로 해달라고 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은 없어졌다고 합니다. 전공 필수가 아닌 이상 누가 그 힘든 강의를 들으려고 하겠습니까? 강의만 영어로 개설하면 뭐 할까요? 학생들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과 준비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박사 학위를 외국에서 취득했다고 수업도 영어로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happyalo님도 언급을 하셨지만 영어 강의 가능자라는 조건을 다는 이유는 영어 강의를 실제로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외국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을 뽑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서울대 심리학과의 교수진만 보아도 거의 대부분(확인은 안 해보았지만 아마 90%이상일겁니다)이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이고 거의 대부분이 서울대 학부 출신들이죠. 임용 조건에 특별히 서울대 학부 출신, 외국 박사 학위자라는 것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 참으로 이상하죠?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외국에서 한 공부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직 심리학 분야가 그것입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들어와서 조직 생활은 해 보지도 않은 채 교수 자리를 꿰차고 미국의 최신 조직 이론을 들먹이면서 국내 조직 문화가 어쩌네 저쩌네하는 소리를 들으면 이걸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참으로 의심이 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당시 저랑 같이 수업을 듣던 박사과정생(이분은 국내 유수 기업의 인사팀에서 과장으로 7년을 근무한 베테랑이었습니다)이 잘 골라서 배우지 않으면 기업에 들어가서 개망신당하거나 왕따 당하기 쉽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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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대학교수라는 직업 자체를 상당히 경멸하는 사람입니다(제 아버지도 교수입니다만). 저는 대학교수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누는데 가장 많은 부류는 '지식도둑놈'입니다. 박사 학위를 어디에서 했건 간에 상관없이 일단 교수자리를 꿰차고 나서는 자기 밑의 석, 박사를 쥐어짜 연구 실적을 가로채는데 혈안이 되어있죠. 국내 학회지(외국 학술지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에 교수 단독 연구 논문이 거의 없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공동 저자가 있는 경우 그중에 하나라도 석, 박사과정생이 포함되어 있다면 아마도 그 논문은 그 과정생이 대부분 썼거나 준비중인 학위 논문이라고 장담합니다. 사실 저는 교수가 단독으로 제출한 논문이라도 그 교수가 정말 혼자서 연구를 했을까 하고 상당히 의심하는 편입니다. 교수들이 국내의 유수한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려고 하는 이유는 우려먹을 자원이 우수하기 때문이죠. 둘째 부류는 '돈 도둑놈'입니다. 교수가 되면 아무래도 산학 협동 연구니 어쩌니 하면서 기업에서 project를 따내 연구를 하게 될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수석 연구자인 교수는 대개 실적물의 저작권이나 명예를 얻게 되므로 인건비가 상당히 적게 책정이 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실제로 연구를 수행하는 석, 박사과정생들의 인건비가 더 많습니다. 문제는 교수가 전횡을 부려 이 인건비를 가로채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죠. 학술진흥재단에서 하도 이런 일들이 많아 인건비를 직접 연구원들의 통장으로 입금을 시켜주니 얼마씩 다시 상납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이 정도면 교수라고 부르기에도 아깝습니다만 제가 아주 잘 아는 교수랍니다. ㅠ.,ㅠ) 경우도 있습니다.
적어도 교수는 자기 학문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탐구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어야 하고 끊임없는 자기 부정과 양심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는 면에서 존경받아야 마땅한 직업임에도 언제부터인가 그런 치열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하찮은 직업(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 권위를 인정하지만)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외국에서 학위만 따고(돈으로 따든 뭐로 따든 상관없이) 같은 학교 출신 라인에 줄서고, 필요에 따라 학자로서의 양심만 팔아먹으면 개나 소나 다 교수가 되니 제 교수 혐오증을 고치기에는 아직 멀었습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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