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모르겠는데 K-Pop, K-Food를 시작으로 이제는 K-Culcure에 이르기까지 한류가 널리 확산되어 확실히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기는 합니다. 당장 유튜브만 봐도 소위 국뽕 채널이 많이 늘어난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니까요.
우리나라는 소위 세계 10대 경제대국이고 6위 군사 강국이며 BTS와 블랙 핑크 보유국이고 엄청난 문화 컨텐츠와 소프트 파워를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시각을 바꿔 보면, 1인 당 GDP 기준으로 33위에 불과한 중진국이며 전시 작전권도 없어서 스스로 군대를 동원할 수 없는 나라이고 노인 빈곤율, 자살율, GDP 대비 부채 비율 등이 압도적 세계 1위인 나라입니다.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이 산재해 있고 도시권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는 최저 임금 노동자의 수면을 빼앗아 누리는 권리입니다. 티머니로 연계되는 편리한 교통 서비스는 이동권을 제한당한 장애인들을 배제했기 때문에나 가능한 겁니다. 모든 게 빨리 빨리 서비스되는 건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휴식 시간을 그만큼 빼았았기 때문입니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자랑스러우신가요? 저는 아닙니다. 선진국 사람들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인간 군상의 추악한 모습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어서 부끄럽고 보기 싫습니다.
밤늦게 돌아다녀도 안전하다는 자랑(사실 다른 나라의 치안이 후진적이어서 그렇지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이게 왜 자랑거리인지 모르겠지만)은 우리나라가 총기 소지가 금지된 나라인 영향이 클 것 같은데 그럼에도 점점 묻지마 흉기 난동이 늘어나는 걸 보면 이걸 언제까지 자랑으로 삼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처럼 총기 소지가 허용되어도 과연 밤 늦게 돌아다닐 수 있을 수 있을까요?
대통령 하나만 잘못 뽑아도 1년이 안 되어 나라가 망가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말입니다. 매 선거마다 이렇게 마음 졸이며 사는 생활이 행복하십니까?
우리나라가 살기 좋다는 말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남자이며 신체/정신 장애가 없으며, 안정성이 비교적 높은 직업 종사자이고 고학력자에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별로 없어서 차별을 받을 일이 없을 때에만 한정되는 말입니다.
사고나 질병으로 신체 상의 핸디캡이 생기거나, 직업을 잃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기라도 하면 언제든 계급 피라미드의 맨 하단으로 굴러 떨어질 수 있는 취약한 나라니까요.
우리나라를 정말 좋아하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샘 리처드 교수의 연구 결과가 흥미롭더군요. 전 세계 사람 중에 우리나라 사람들만 물질적 풍요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네요. 저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안전망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물질적 풍요만이 곧 나와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니까요.
이처럼 일반적인 사람도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해야 하는데 성소수자, 동물, 기후, 환경 등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그래서 저는 아직도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군가의 희생과 차별을 통해 내가 행복을 누리지 않는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다같이 잘 살지는 못해도 최소한 불행한 사람이 없는 나라, 개인의 불행을 막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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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오창익씨가 쓴 책입니다. 이 분 글발, 말발이 좀 있는 분이죠. 다양한 매체에서 강의도 많이 하고 칼럼도 많이 게재했습니다. 저도 평소에 이름은 알고 있던 분입니다.
이 책은 철저히 '인권'이라는 틀(frame)을 갖고 읽어야 합니다. 엽전 정신이니, 피해 의식이니, 침소봉대니 하는 말씀을 하는 분들은 다른 틀을 염두에 두고 읽어서 그렇습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 국민 교육 헌장, 주민등록번호, 전의경제도, 사람을 자원으로 보는 교육제도, 아파트 문화, 24시간 편의점, CCTV, 정신병원 강제감금 문제, 시간 강사, 촌지, 명절증후군, 군기, 이름값, 1등 제일주의, 삼성, 대학 조교, 기러기 아빠, 대리운전, 외모지상주의, 영어사대주의, 개신교, 조중동, 폭탄주 문화 등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일면들이 대다수 내용을 차지합니다. 그냥 다른 나라와 다른 특이한 현상이네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몇 개 되지도 않습니다.
글쓴이가 인권 현장에서 오래 일을 해 오는 분이라서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과는 또 다른 밀착된 현장감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모처럼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부끄러워서 얼굴이 벌개지기도 하고, 마음을 다 잡느라고 혼자서 진지해지기도 하면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제 생각에 이런 책들은 주기적으로 읽어서 양심에 자극을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먼지 더깨가 앉아서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인식도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은 한 마리의 말하는 돼지가 됩니다. 그저 등 따숩고 배 부르면 남이야 도살장에 끌려가든 상관 없어지는 몰양심, 몰염치의 돼지 말이죠.
대한민국에서 살고는 싶은데 돼지처럼 살기 싫은 분들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셔야 할 책입니다. 특히 저같이 책상에 앉아 머리와 펜대만 굴리는 지식 노동자들은 꼭 읽으세요.
돈이 아까우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북 크로싱 할 예정이니 그 기회를 활용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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