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국립고궁박물원 투어를 하느라고 무리를 했는데도 7시 30분에 일어났으니 비교적 일찍 눈을 떴다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어르신을 모시고 온 여행이니 무리하지 않으려고 오늘은 타이페이와 인근 지역을 슬슬 둘러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씻고 아침을 먹으러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왔는데 조식 뷔페가 기대했던 것보다 훌륭하네요. 구성도 좋고 음식의 quality도 괜찮고요. 무엇보다 채식 메뉴에는 일일이 구분 팻말(사진에서 녹색으로 보이는 이름표)을 세워 놨습니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꽤 많은 호텔에 묵었는데 이렇게까지 채식인을 배려하는 호텔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Vegetarian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따로 구분을 해 놨습니다. 덕분에 매번 직원을 불러서 물어볼 필요 없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죠.
한쪽에는 밥을 먹고 싶은 분들을 위한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김치도 보이네요. 저는 안 먹었습니다만;;;;
지금까지 발견한
댄디 호텔의 유일한 단점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아서 그런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떠드는 애들 때문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소란스럽다는 겁니다. 제가 식사하는 동안에도 옆 테이블에서 아이 하나가 까불다가 그릇을 하나 깼습니다. 똑같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다고 느끼는 분도 계실테니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것 같네요.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와 여유를 부리면서 천천히 짐을 챙겨 10시쯤 길을 나섰습니다.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해서 담수이로 가자고 했는데 그 거리를 택시로 가는 여행객이 없는건지 아니면 너무 멀어서 안 가는지 모르겠지만(당췌 영어가 통해야지요. ㅠ.ㅠ), 두 번이나 지하철 역으로 데려다 주는 바람에 결국 송산역에서 내렸습니다. 이리저리 택시로 도느라고 택시비만 400불 가까이 썼네요. 그래도 택시가 깨끗하고 기사님이 깨끗한 유니폼을 입고 계신 분이라서 그리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어요. 결국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타이페이 지하철은 우리나라 지하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동발권기에서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은 1회용 승차 코인을 사는데 화면에 한글 메뉴도 있기 때문에 구매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가고자 하는 역과 매수를 누르면 자동으로 계산됩니다.
대신 지폐는 100, 200불 짜리만 사용 가능한데 마침 공교롭게도 1,000불 짜리 지폐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안내데스크로 갔습니다. 여기서도 표를 살 수 있어요. 직원이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친절해서 좋았습니다.
플라스틱 코인에 충전을 해서 주는데 입장할 때는 단말기에 접촉해서 들어가고 나올 때는 공중전화처럼 코인 투입구에 넣으면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보증금을 받기 위해 다시 기계를 찾을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더군요.
타이페이 지하철은 열차 내에만 노약자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승강장의 벤치도 노약자 벤치가 따로 구분되어 있는게 특이했습니다.
대기선도 우리나라처럼 출입구 양쪽에 다닥다닥 서는 것이 아니라 내리는 사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옆으로 바짝 붙여서 그려놨습니다.
종착역이 담수이역인 열차를 타면 곧바로 가지만 아니라면 보시는 것처럼 기암(QIYAN)역에 내려서 기다렸다가 타야 합니다.
총 40분 정도 걸려서 담수이역에 도착했습니다. 1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어차피 사람들이 대부분 그리로 나가기 때문에 그냥 사람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됩니다.
역 앞에 있는 BK 20 기차 실물 모형입니다. 담수이 시장으로 연결되는 초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기념 사진을 찍곤 합니다.
BK 20은 1908년에 마지막으로 영국으로부터 수입되어 담수이 라인에 투입된 기차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퇴역해 줄곧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꼬마전구를 온통 치렁치렁 감아놔서 밤에는 예쁠 지 모르겠으나 낮에 보니 좀 흉물스럽네요.
크리스마스가 겹친 주말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이 나들이를 나온 것 같습니다. 시장 풍경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초입이라서 북새통을 이루는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차량이 다닐 만큼 도로폭이 넓기도 하고요.
오늘 낮에는 타이페이 인근 지역 중 하나인 담수이를 늘렁늘렁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진에서 건물 사이의 좁은 틈새에도 사당 같은 걸 세워놓은 게 인상적이네요.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가게도 있고,
취두부(냄새가 나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를 파는 가게도 있고요;;;;;
어묵 비슷한 걸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구경만 해도 신기하죠. 채식을 하면 좋은 점 중 하나가 먹을 수 없는 가게 앞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거지요. ㅠ.ㅠ
시장 골목이기는 해도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한글 간판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오징어 먹을거리를 파는 좌판인데 '오징어', '대왕 오징어'라는 친숙한 한글이 눈길을 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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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디 호텔은 예약 당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2위에 랭크되어 있던 호텔이었고 론플에도 두 개의 지점이 소개된 곳으로 기대를 좀 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몽골에 Kempinski 호텔이 있다면 대만에는 댄디 호텔이 있다고 할 정도로 가성비가 좋은 3성급 호텔이었습니다.
얼핏 입구만 봐서는 호텔인지 알아차리가 쉽지 않습니다.
대로변에서 골목으로 살짝 들어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보시는 것처럼 주변이 온통 주택가라서 호텔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모텔 만큼의 존재감도 없더군요. 실제로 저희를 픽업한 기사도 호텔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죠. 그건 그렇고 사진 배경으로 한 그루의 야자수가 똳!!! 한방에 외국 느낌이 나게 만드네요~~
입구의 모습인데 따로 우산을 준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수의 우산을 제공합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는 잡지대와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작은 매대가 있습니다. 그 안쪽은 레스토랑이고요.
오른쪽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두 대의 맥이 비치되어 있고 출력도 가능합니다. 일종의 비즈니스 센터인데 입구 쪽에 배치하여 투숙객이 드나들면서 짜투리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만들었더군요.
레스토랑 입구 옆에는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 놨습니다. 바로 옆이 짐 보관하는 곳이라서 보관된 짐이 선물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습니다;;;;
그 맞은 편은 photo wall입니다. 작은 공간도 그냥 두지 않고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습니다.
이건 짐 무게를 달 수 있는 디지털 저울입니다. 캐리어 무게를 미리 달아서 오버차지하지 않도록 챙겨주네요. 특히 루돌프 전등을 옆에 둔 센스가 돋보입니다.
이건 저도 뭔지 몰랐는데 벌레를 유인해서 빨아들이는 포충기의 일종이라고 트위터 친구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여행 중에 벌레를 본 적은 없었지만요.
체크인하면서 깜짝 놀랐는데 분명 대만인인데 한국말을 하는 직원이 있더군요. 게다가 비건!!!
요새는 한국 관광객이 하도 많이 와서 호텔 업계에서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직원을 일부러 채용하기도 한답니다. 확실히 편리하더군요. 궁금한 걸 이것저것 마음껏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저희도 비건이라고 했더니 반가워하면서 호텔 부근 지도와 위에 보시는 것과 같은 맛집 스크랩북(사진은 비건 레스토랑이 아닙니다만;;;;)을 꺼내 시장, 백화점, 채식 식당에 이르기까지 폭풍 추천을 해 주었습니다.
공식 체크인이 3시인데 예약한 2개의 방 중 하나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으니 무료로 제공되는 애프터 눈 티를 마시면서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안내 받은 곳입니다. 넓지는 않지만 깔끔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죠. 조식도 여기서 먹는다고 합니다.
원두 커피와 각종 차, 그리고 케이크, 마카롱 등의 간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인지 예뻐서 못 먹겠네요. 저녁에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생강 과자를 만드는 쿠킹 클래스도 투숙객 대상으로 열린다고 합니다.
소파와 테이블도 있어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방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아까 그 직원이 기념으로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어주었습니다. 식당과 연결된 테라스가 보여서 나가 보았습니다.
호텔이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으니 테라스에서 아침볕을 맞으며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드디어 방이 준비되었다고 해서 올라갔습니다. 5층이네요. 앨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차에 대해 궁금하면(대만도 차로 유명하죠) 읽어볼 수 있도록 디자인 해 놓았습니다.
객실의 모습입니다.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이 dandy합니다~~ 마음에 쏙 드네요. 쓸데없이 넓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좁아서 답답하지도 않은 딱 좋은 크기입니다. 바닥이 나무인 것도 굿 포인트~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콘센트가 곳곳에 여러 개 있어서 동시에 여러 대의 전기제품을 충전할 수 있으니 더 없이 편리하더군요. 작은 호텔이 놓치기 쉬운 안전 금고도 있고. 무엇보다 슬리퍼를 제공한다는 점에 감동. 슬리퍼 이거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없으면 엄청 아쉽죠.
욕실입니다. 역시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헤어드라이도 있습니다. 고정형이라는 게 살짝 불만이지만 뭐 꼭 침대에서 머리 말려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욕실 용품도 없는 것 없이 다 구비해 두었습니다. 이 중에 빗이 아주 압권인데 일반적인 평면 빗이 아니라 접었다 펼 수 있는 휴대용 빗으로 한쪽은 일자형, 다른 쪽은 브러시형으로 된 빗입니다.
세면대 맞은 편이 화장실과 샤워 부스인데 각기 구분을 해 놓았습니다.
올해
몽골 여행 때도 비데에 감동했는데 여기도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되어 있네요. 그것도 파나소닉 비데!! 암만 해도 요새 비데 설치가 대세인 것 같네요.
샤워 부스도 두 가지 방식의 샤워기를 모두 제공해서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해 놨습니다.
제가 묵은 지점은 맨 아래의 티안무(Tianmu) 브랜치인데
타이페이에만 댄디 호텔이 세 군데나 되기 때문에 택시나 픽업 차량으로 이동하는 분들은 정확한 중국어 주소를 알고 계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처럼 헤매지 마시고요. 역시 트위터로 단 파크 지점에 묵었는데 매우 좋았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첫 숙소가 마음에 들면 왠지 여행운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죠. Dandy Hotel은 제 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습니다. 이번 여행 느낌이 좋네요.
짐을 풀고 잠시 쉬다가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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