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이 책을 쓴 이민규 선생님은 아마도 한국의 심리학자 중 지금까지 가장 많은 책을 팔아치운(?)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라는 소위 1% 시리즈로 대박을 쳤고 어찌보면 심리학을 일반인에게 친밀하게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 분이죠. 물론 이 두 권의 책도 제가 일반인들께 추천드리는 좋은 책들입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1%시리즈의 완결판 '실행이 답이다'를 내놓으셨습니다. 출판사가 붙인 홍보 문구는 이렇습니다. "1% 실행하면 100% 달라진다'
전작에서 1% 차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그런 차이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이죠. 알면서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거든요. 그런 점에서 참으로 유효 적절하게 연결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화 프로그램(1994)'이라는 걸출한 책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만 그 책이 다소 딱딱하다면 이 책은 아주 말랑말랑해서 심리학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이라도 무리없이 읽고 '실행'해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권 다 추천합니다.
1장. 결심(Decision Making) -> 2장. 실천(Taking Action) -> 3장. 유지(Maintaining Habit)의 세 장으로 깔끔하게 연결되는 구성을 갖추고 있는데 각 장에 포함된 내용들도 얼핏보면 진부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효과적인 방법들이 많습니다.
도박 중독 상담에서 제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들도 눈에 띄는데 가족들이 상담을 받을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에만 의지하다가 도박자가 실수(lapse)하면 심리적 타격을 크게 받기 때문에 저는 '최악의 시나리오 예상하기(64p)'를 활용합니다. 긍정적/부정적 사고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죠.
또 '공개적 선언 효과(73p)'를 통해 도박자가 자신의 의지를 번복할 수 없도록 하고 단도박 의지를 강화하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도박자에게 치료 동기가 없더라도 설득해서 무조건 센터에 데려오는 것(물가로 데려가면 물을 마시게 된다, 119p)과 같은 방법들도 곧잘 이용합니다.
개인적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방법들도 있습니다. '관찰하고 기록하라(172p)'는 운동 습관을 들이는 데 유용했습니다. 나이키 GPS 어플을 활용해서 운동 기록을 관리하니 승부욕이 생겨서 초반의 나태함과 게으름을 극복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되더군요. 또 매일의 운동 기록이 자동으로 트윗팅이 되니 제 운동 기록을 눈여겨 보고 있는 트친들의 눈이 두려워서라도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누군가 보고 있으면 행동이 달라진다(173p))'.
또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한다(291p)'는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와도 잘 들어맞았습니다. 무언가를 포스팅하려고 하면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싶은 수준 이상으로 제가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는 제 성장을 위해 아주 중요한 도구입니다.
아주 새로운 기법들이 아니면서도 자신에게 맞는 걸 아무거나 골라서 즉각 시도해 볼 수 있는 실전용 책이라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민규 선생님의 내공은 아직도 건재합니다.
다만 이 책에 소개된 몇 가지 방법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효과면에서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측면에서 동의하지 않는 겁니다. 저는 목표 지향적인 기법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변화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지속 가능성은 반드시 과정 지향적이어야 합니다. 물론 변화의 즐거움을 맛본 사람들은 그 속에서 과정 중심 삶의 기쁨도 경험할 수 있으니 그리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기는 하겠습니다만.
그리고 87p의 '변화를 위한 절박한 이유 찾기'와 같은 방법은 단기적인 효과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절박한 상황에서 벗어나는데에만 선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안철수씨처럼 절박한 상황에 자신을 스스로 몰아넣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단기간에 무언가를 이루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과정의 즐거움을 경험하기 어렵고 무엇보다도 괴로움을 전제로 한 진정한 배움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나쁜 습관을 버리고 싶은 사람이든, 변화를 통해 자기 성장을 하고 싶은 사람이든 간에 이 책은 분명히 도움이 될거라 믿습니다. 또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라면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분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추천합니다.
덧. 더난 출판의 하드커버 책들은 하나같이 장정이 좋지 않습니다. 이 책도 벌써 책장이 간당간당 떨어지려고 하는데 책을 아끼는 사람에게 상당히 짜증을 유발하는 문제입니다. 꼭 좀 개선해주세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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