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을 하면서 보니까 전시회/공연 카테고리에 마지막으로 올린 글이 2013년 9월이니 무려 2년 만에 전시회를 다녀왔다는 말이 되는군요(눈물이... ㅠ.ㅠ).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좀 심하네요.
어쨌거나.... 모처럼 휴일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월북작가 이쾌대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3시 30분에 도착했는데 마침 대한문 앞에서 수문장 교대식을 거행하고 있네요. 몇 년 전에 봤을 때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허섭한 수준이었는데 이번에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quality가 완전히 달라졌더군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명품 볼거리가 되었습니다. 제대로 고증을 해서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가 연출되는데다 보시는 것처럼 함께 한 취타대의 연주까지 더해서 귀까지 즐거웠습니다.
본 행사에 앞서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의 제대로 된 볼거리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듯 합니다.
못 보신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덕수궁 대한문 수문장 교대식은 하루 세 번(11:00, 14:00, 15:30) 거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궁궐인 덕수궁에서 바라보는 초현대식 건물인 시청사의 모습이 묘하게 대조를 이루네요.
거장 이쾌대전의 관람료는 무료지만 덕수궁 입장료는 내야 합니다. 성인 기준 1,000원에 불과하니 부담은 거의 없죠.
덕수궁은 항상 미술 전시회 관람 때문에만 들렀기 때문에 구석구석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번 전시회는 저녁 7시가 마감이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김에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문도 아기자기 예뻤지만 빗물받이 역할을 하는 기와가 예뻐서 찍어봤습니다.
어느 궁 앞에 있는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여튼 '드므'라고 합니다. 기능은 방화수 통이지만 다 의미가 있네요.
'정관헌'입니다. 고종께서 다과를 즐기면서 음악을 감상하시던 곳으로 지붕은 동양식으로 둘레는 서양식으로 차양을 둘렀기 때문에 굉장히 독특한 건물이 되었죠. 저도 정관헌은 처음 와 봤습니다.
정관헌 내부는 슬리퍼로 갈아 신고 들어가서 실제로 앉아볼 수 있습니다. 조금은 촌스럽게 보이지만 그 당시
고종 황제께서 느끼던 비감을 생각하며 밖을 바라보면 일상적인 풍경도 조금은 달리 보입니다.
정관헌을 나와 석조전으로 이동하는 도중입니다. 여기까지 깊숙하게 들어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고즈넉합니다.
내친 김에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아 봤습니다.
석조전 1, 2층은 대한제국역사관으로 운용 중인데 유물 보호를 위해 시간마다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 한 15명 남짓한 수의 사람들만 관람이 가능합니다.
이쾌대전이 열리는 석조전 서관 앞은 분수대로 조성되어 있어 눈이 시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담소를 즐기고 있네요.
이쾌대전이 열리고 있는 석조전 서관입니다. 이쾌대는 1930년부터 1950년 무렵까지 20년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보였던 '한국의 미켈란젤로'라 불리는 화가입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그가 바라마지 않던 민족미술 중흥의 꿈이 사라지는 비운을 겪은 화가이기도 하고요. 거제도 수용소에서 고생도 하고 결국은 북한으로 가고 말았죠.
그림 수가 많지 않아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그림이 너무 많으면 나중에 보는 그림은 집중이 잘 안 되거든요. 딱 알맞는 수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고 아내인 유갑봉 화가에게 보낸 손발 오글거리는 연서와 그 당시 표지 그림을 그렸던 추억의 잡지 등을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예전에 책으로 소개한
이인성과
변월룡이 함께 떠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시회 요약* 이름 :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
* 기간 : 2015년 7월 22일 ~ 11월 1일 * 시간 : 수,토 : 10:00~21:00, 화,목,금,일 : 10:00~19:00(관람종료 1시간 전 입장마감)*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제 1,2 전시실* 관람료 : 무료(덕수궁 입장료 성인 1,000 원)
Brochure를 올려 드릴테니 관심있는 분들은 살펴보시고 아직 한 달이나 시간이 남아 있으니 놓치지 말고 가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Brochure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대한문 옆에 항상 인산인해로 성황을 이루는 벨기에 정통 수제와플집이라는 'Limburg'에 들러서 시나몬과 누텔라 와플을 호기심에 하나씩 맛 봤습니다.
왼쪽이 시나몬, 오른쪽이 누텔라인데 먹어보니 왜 인기인지 알겠습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듬뿍 넣었더군요. 값어치를 한다고나 할까요?
물론 버터도 듬뿍 들어가 있을테지요. 비건에게는 불량 식품인 와플을 먹은 값을 나중에 톡톡히 치렀습니다. 그날 밤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렸거든요. ㅠ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먹어봤지만 앞으로는 안 먹을 듯 합니다.
어째 포스팅이 기승전와플로 끝났는데 그래도 거장 이쾌대전은 추천합니다. 내려오기 전에 놓치지 말고 챙겨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