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떤 분이 다른 포스팅에 댓글로 랜드마크 포럼에 대해 문의를 해 오셨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검색하다가 보통 일이 아니다 싶어 정식으로 포스팅합니다.
우선 랜드마크 포럼이 뭔지 설명을 드리자면,
1970~80년대 EST 또는 에르하르트 세미나 훈련으로 알려진 잠재력 개발 훈련의 일종으로 먹고 사는 다단계 자기계발회사입니다. 정확하게는 다단계라고 하기 힘든데 이 부분은 아래에서 다시 설명.
랜드마크 포럼은 미국의 중고차 세일즈맨인 존 폴 로젠버그가 전신입니다. 데일 카네기, 실존주의 철학, 선(Zen), 사이언톨로지의 창시자 론 허버드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나름의 코칭 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에르하르트 세미나 트레이닝(Erhard Seminal Training; EST)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이게 대박을 치면서 그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고 자신의 이름도 베르너 한스 에르하르트로 개명했습니다. 나중에 이 EST가 랜드마크 교육 포럼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죠.
회의주의자의 사전에서는 랜드마크 포럼을 링크 내용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랜드마크 포럼(회의주의자의 사전)
이런 류의 자기계발사업(리더십, 코칭, 영성 등)을 사이비로 분류하는 제 나름의 기준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누가 만들었나
: 심리학 또는 관련 분야에서 제대로 된 수업과 훈련, 연구, 현장 경험을 갖춘 사람이 만들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이 아무리 훌륭하고 대단하고 잘 알려진 사람이라 한 들 아무 소용 없습니다. 돈 받고 이름만 빌려줬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이런 류의 사기극에 가장 잘 놀아나는 사람들이 바로 유명인들입니다(사이비일수록 이걸 더 전면으로 내세워 홍보합니다).
2. 관련 근거가 무엇인가
: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출판된(또는 인용된) 논문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학술서로 출판된 내용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수 백만 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삶이 변화되었다는 내용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내용입니다. 세뇌된 사람의 수가 그만큼 많음을 보여주는 것일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이 기준으로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레벨측정법(의식 혁명에 나오는)을 사이비 과학으로 분류합니다(관련글 http://walden3.kr/1836 ).
3. 기적과 같은 급격한 변화를 선전하고 고무하는가
: 사이비일수록 한 순간의 급격한 변화가 가능하며 그 변화를 통해 우리의 인생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선전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자기들의 프로그램을 이수해야만 가능하다고 하죠. 하지만 그런 급격한 변화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인간이 삶을 유지하는 방식은 맥락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이유와 이차적인 이득이 있기 때문이지 진리에 눈 감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사이비는 그렇다고 주장합니다만.
4. 제약이나 강압이 존재하는가
: 신체적, 정신적 강압이 존재하느냐는 중요한 사이비 판단 기준 중 하나입니다. 랜드마크 포럼의 전신인 EST에서는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하거나 하루에 한 끼만 먹게 하는 등으로 욕구 조절을 강제하는 신체적 강압이 있었고, LF에서는 두려움에 직면하게 한다는 미명 하에 참석자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아웃팅하게 하는 정신적 강압(상담자 입장에서는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심리치료와 상담에 대한 훈련이 안 된 비전문가가 마음의 힘이 약한 사람에게 trauma의 재경험을 강요하는 겁니다)도 있었고, 그 밖에도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 친구에게 프로그램 참석을 권유하게끔 하는 심리적 강압도 있습니다. 사이비가 참석자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극도로 제한된 환경을 만들어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다단계도 비슷한 종류의 강압인데 랜드마크 포럼에서 다단계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지만(경험자들의 전언으로는 다단계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합니다), 비슷한 심리적 기제를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참석자들의 참가기를 훑어보니 Burns의 TA 일부를 활용해 리더는 부모의 역할을 맡고 참석자에게는 어린 아이의 역할을 강제함으로써 복종을 세뇌시키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더군요(사실은 거의 폭로성 리얼리티 쇼 같음).
자, 이제 위의 기준(4번에 대해서는 당연히 검증 불가하겠지만)으로 랜드마크 포럼 한국 사이트를 알려드릴테니 들어가서 직접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랜드마크 포럼 코리아 사이트 클릭!
참고하시라고 랜드마크 포럼의 입문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뛰쳐나온 분의 블로그도 소개합니다. 이 분은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랜드마크 포럼을 비판하고 있습니다만 일반인의 상식적인 시각으로 봐도 확실히 랜드마크 포럼은 이상합니다.
랜드마크 포럼과 기독교(세인트님의 네이버 블로그) 클릭!
하나 더. 랜드마크 포럼의 연관 검색어를 찾아보시면 컬트, 사이언톨로지, 뉴 에이지와 같은 단어들이 리더십, 코칭, 자기계발 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실제로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프랑스의 르포르타쥬 클립을 보시면 전직 사이언톨로지 관계자가 나와서 사이언톨로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와 랜드마크 포럼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용례가 거의 흡사하다고 증언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프랑스 르포르타쥬 링크 클릭!
제가 이런 류의 포스팅을 할 때마다 내가 이 프로그램의 경험자인데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네가 뭘 알고 이런 글을 올리는거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꼭 있던데 안타깝지만 제가 볼 때 이 분들은 심리적 기법의 악용 피해자들입니다. 바넘 효과나 인지 부조화, 자기 고양적 편향 등등의 무수히 많은 심리적 개념으로 충분히 이 분들의 판타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만 그러지 않겠습니다. 본인들의 삶이 바뀌었고(바뀌었다고 믿고 있고)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대신 본인들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당신들의 판타지 세계에서 행복하고, 난 내 현실 세계에서 행복하니까. 그럼 됐지요?
제가 볼 때 이 분들은 심리치료나 상담이 필요한 분들입니다만 저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개인의 선택이므로 존중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르포르타쥬를 보니 랜드마크 포럼에 세뇌된 많은 사람들이 volunteer로 무급 자원 봉사를 하면서 착취당하고 있던데 본인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게 바로 사이비들이 인간을 착취하는 방식이니까요. 그렇게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면 왜 리더들부터 솔선수범하여 인류를 위해 무급으로 자원봉사하지 않고 부담스럽게 비싼 수강료를 요구할까요?
덧. 랜드마크 포럼에 세뇌된 분들의 난입을 방지하기 위해 덧글을 막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자기 블로그 당당하게 오픈하고 트랙백 걸어주세요. 대체 랜드마크 포럼에서 뭘 그렇게 대단한 걸 배울 수 있는지 좀 들어봅시다(녹음, 녹화, 필기도 절대로 안 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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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저는 상당히 극단적인 회의론자입니다. 그래서 어떤 새로운 사실을 접할 때 염두에 두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기본 상식에서 지나치게 일탈했거나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일단 의심하고 그것이 증명되기 전까지는 그 의심을 유지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비드 호킨스가 지은 이 책은 얼마 전에 포스팅한
'가족 세우기'보다 더 황당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90년대에 오링 테스트라는 것이 유행하던 적이 있습니다. 대체 의학의 한 형태인데 이 책에 나오는 의식레벨측정법과 딱 판박이입니다. 피험자가 수평으로 팔을 올리고 시험자가 두 손가락으로 팔을 내리 누르면 피험자가 저항하는 형태가 오링 테스트와 같더군요. 그래서 의식레벨측정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부터 이 책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의식의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된 단말기와 같아서 의식레벨측정법을 통해 모든 지식의 근원에 접근해서 정답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대로라면 우리는 이미 모든 진실을 알고 있고 언제든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논리대로라면 살인사건 용의자에게도 이 방법을 적용해서 이 사람이 정말 살인범인지 알아낼 수 있고 그러니 과학수사는 필요없죠.
게다가 단순히 진실을 알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의식레벨을 아주 구체적인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200은 의식세계의 중요한 분기점이며 500의 수치는 깨달음의 세계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하네요. 나중에 보면 700의 수준에 도달한 사람이 전 세계에 12명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고고씽~ 그래도 그 중의 한 명이 본인이라는 말은 안 하네요. 다행입니다.
이 책에서 데이비드 호킨스는 영악하게도 이중맹검(double-blind)을 언급하면서 의식레벨측정법은 이중맹검의 한계를 초월하였다고 연막을 칩니다. 물론 이중맹검이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방법론이 개발되지 않은 한 최소한 이중맹검을 통과한 결과만 신뢰해야 합니다. 기술의 제한이 있다고 적용 자체를 안 해서는 안 되는 거지요.
혹시나 해서 이 책의 reference를 모두 살펴봤으나 그저 수십 년 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적용했다는 자랑만 나오지 워크샵, 대중강연 이외에 공식적인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해서 검증한 것 같지 않습니다(어찌보면 당연하겠지요). 저자가 쓴 책을 제외하고는 심리학, 정신의학의 major journal에 실린 article 하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의식레벨측정법을 (아직까지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저자가 서두에 뭐라고 했냐 하면,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것이 허위로 증명될 때까지는 믿지 않을 것이고, 믿는 사람들은 그것이 허위로 증명되지 않는 한 믿음 하에서 말해지는 모든 것들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는 두려움에서 생긴다. 주어진 정보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자신감에서 생긴다"
이건 사이비 교주나 하는 말이죠. 긍정적인 사고로 낙관하고 무조건 믿어라?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는 두려움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신중함에서 나오는 것이죠.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자신감이 아니라 열등감에서 나오는 무한 의존성이고요. 이거 번역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정말 실망입니다.
그는 또한 이렇게도 말합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실증주의 철학은 과학 분야에 철두철미하게 배어 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아직까지 존재를 확증할 수 없다는 말이죠. 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까?
이렇게 부정적으로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별 한 개를 준 이유는 의식레벨측정법이 완전 구라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운 뒤 읽어보면 그래도 도움이 되는 좋은 인용 글귀가 많기 때문입니다.
서평을 읽어보면 이 책을 극찬한 것들이 많던데 저는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덧. 글을 읽는 내내 자기 얼굴에 금테 두르는 식의 낯 두꺼운 어투부터 상당히 신경에 거슬립니다. 이건 제 역전이가 맞습니다. 맞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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