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도림군은 2010년 9월 말에 도림천으로 운동 나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탈장 아깽이를 구조해서 함께 살게 되었죠(관련글 :
'탈장 길냥이(도림이)를 구하다').
비록 탈장 수술은 성공했지만 병원에 계속 입원해 있었고 집으로 돌아 와서도 기존에 있던 똘똘군, 모찌군과 익숙해지느라 정신이 없었는데다 11월에 쿠바 여행이 겹치면서 사진을 찍을 여력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포스팅하는 도림군 사진은 그야말로 몇 장 없는 레어템입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기 전인데도 눈빛이 살아 있습니다. 턱선도 날렵하네요. 정말 그리운 그 때 그 모습. ㅡㅡ;;;
요건 이전에도 포스팅 한 적이 있는 사진인데 약간 나이 들어보이는 모습이지요. 괜히 한번 만져 보겠다고 무심코 손을 내밀었다간 도림군의 앞발 펀치를 각오해야 합니다. 수채구멍을 뒤질 때라서 아주 사나웠거든요.
비교샷 한 장. 모찌군의 갈기 트리밍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라 얼굴이 찐빵처럼 보입니다만 몸통 크기만 참고하세요. 도림군이 뚱냥이가 되기 이전의 모습입니다.
쿠바 여행 이후로 헤비급으로 승급해서 지금까지 체중을 계속 유지 중인데 최근에 모찌군이 몸을 많이 불렸으나 아직도 도림군에게는 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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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운동에 재미를 붙여 비만 오지 않으면 무조건 운동복을 챙겨입고 나갑니다. 주로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는데 도림천을 따라 안양천 합수구를 거쳐 목동교에서 돌아오는 7km 구간을 걷습니다.
며칠 전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즈음 길가 풀숲에서 아깽이 한 마리가 튀어 나오더니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야옹거리면서 비비적거리더군요.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 항문으로 빨간 내장이 튀어나와있는겁니다. 그야말로 혼비백산했죠. 아마도 탈장이 심해서 몸 밖으로 빠져 나온 듯 싶더군요. 그런데도 꽤 건강해 보였습니다. 털도 고르고 활력도 있는 편이고요. 그 날은 경황이 없어서 그냥 집에 돌아왔지만 도무지 걱정이 되어서 일손이 안 잡히더군요. 어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있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일테니 그대로 두면 죽을 것이 불 보듯 뻔했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작정을 하고 운동을 나간 김에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걱정이 되더군요. 감염이라도 되면 큰일인데...
그제 혼자서 운동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 아깽이를 그 자리에서 또 만났습니다. 장이 더 많이 튀어나왔더군요. 집에 돌아가 사료하고 물을 갖고 다시 나갔지만 이미 사라졌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함께 사는 사람과 상의하여 데려오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 날 함께 사는 사람이 이동장을 갖고 나가 그 자리를 배회하던 녀석을 데리고 주로 가는 동물 병원에 갔는데 대수술이라서 여기에서는 불가능하고 상태를 보아하니 살아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하더군요. 게다가 길냥이라서 범백과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에 감염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하고요. 자기네 병원에 오는 다른 고양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하는 눈치였습니다. 이해는 하지만 참 섭섭하더군요. 일단 집으로 데려와 베란다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만의 하나 감염이 되었을지도 모르니 기존에 있던 똘똘이(러블)와 모찌(페실)와는 격리하고요.
사료를 조금 주었는데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더군요. 게다가 화장실도 잘 가리는 걸 보니 누군가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냥이라면 사람을 피할텐데 애옹거리면서 먼저 비비적대는 것도 수상하고. 제 의심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생명을 죽도록 방치하고 잠을 잘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상상하기 싫거든요.
인터넷을 검색해 수술이 가능한 믿을만한 병원을 수소문했는데 다행히 인근 지역에 '유석 동물병원'이라고 애묘인들에게는 유명한 병원이 있더군요. 함께 사는 사람이 어제 일정도 다 취소하고 문 열자마자 데려갔는데 원장님이 보시더니 곧바로 수술을 하자고 해서 동의했습니다. 고양이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수술이라고 하시던데 유기묘를 분양하는 좋은 일을 하는 분이라서 그런지 길냥이라고 하니까 50만 원의 수술비와 하루 5만 원의 입원비를 각각 30%씩이나 할인해 주셨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범백을 비롯해 아무런 감염도 되어 있지 않은 건강체라고 합니다. 2차 감염만 조심하면 살 수 있겠다고 합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시름 덜었네요. 이렇게 세 번째 식구가 생겼습니다.
도림천 근처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도림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함께 지낸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무릎냥의 자질이 보이더군요.
사실 2마리 이상의 고양이는 부담스러워서 더 이상 식구를 늘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것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날 그 시간에 저희가 그 자리를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사람을 따르기는 하지만 아주 건강한 길냥이였다면, 탈장이어도 사람을 피해서 도망가 버렸다면, 도림이가 식구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지개 다리를 건너갈 때까지 지금까지 고생한 것 이상으로 즐겁고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식구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노랑둥인데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찍은 사진이라서 좀 메롱메롱합니다. 원래는 똘망똘망하고 아주 활발해요. 빨리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컷이라고 하니 3형제가 되겠네요. 극소심 첫째, 무대포 둘째, 애교둥이 셋째라... 왠지 그림이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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