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전문기관에 상담을 받으러 온 가족들은 대부분 몇 차례의 재발을 거치면서 도박자에게 돈을 주는(도박 빚을 대신 갚는 대위 변제이건, 도박 자금을 마련해 주는 것이건 간에) 것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걸 이미 체험하였기 때문에 돈을 주지 말라는 조언을 굳이 할 필요가 없지만 도박자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족의 경우에는 한번만 기회를 달라는 도박자의 간청을 뿌리치는 것이 쉽지 않고 빚을 갚아주면 정말 정신을 차리고 도박을 그만두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마련입니다.
현실적으로 도박 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건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을 쥐어주는 것과 같아서 도박자가 아무리 그 돈을 정말 치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겠다고 의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는 도박 중독의 특성 상 도박자가 자신이 최초 마음먹은 대로 그 돈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희박한 일입니다.
대위 변제를 할 때 도박자를 거치지 않고 채권자를 직접 만나 빚을 갚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박자들이 빚의 내역을 모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의 의도대로 모든 빚을 완전히 갚는 것조차 불가능하죠.
게다가 가족이 대신 빚을 갚아주면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건 도박 중독 치유의 가장 큰 원칙을 어기게 되기 때문인데 가족이 도박자의 빚을 대신 갚으면 도박자가 자신의 행동 결과를 책임질 기회를 가족들이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도박자의 무책임이 심화되며 결과적으로 도박 중독 문제가 악화됩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 치유와 관련된 모든 연구 결과와 문헌에서는 가족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행동으로 도박 빚을 대신 갚는 것을 꼽습니다. 그러니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을 마약 중독자의 손에 마약을 쥐어주는 것만큼이나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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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도박 중독자가 빌린 돈, 즉 채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설명을 드렸다면 이제는 도박자가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돈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도박과 전혀 상관이 없다면 돌려받아도 됩니다. 그러나 빌려준 돈이 도박으로 딴 돈이거나, 빌려준 사람이 조금이라도 도박과 상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깨끗하게 포기해야 합니다.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1.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도박을 하는 사람인 경우
: 대부분의 경우가 여기에 속하는데 이 경우는 다시 돈을 빌려간 사람이 '꽁지'라고 불리는 도박 자금 전문 사채업자이거나 도박 중독자에게 '공사'를 하고 있는 '타짜'일 때와 그 정도의 악질은 아니지만 같이 도박을 해 온 도박 친구일 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채업자나 타짜의 경우는 도박자를 완전히 거덜낼 때까지 도박판에서 떠나지 못하게끔 붙들어 두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일시적으로 딴 돈을 더 크게 불려주겠다면서 더 큰 이자로 유혹해 돈을 빌립니다. 그리고 돈을 받으려면 꼭 불법 하우스나 도박장으로 오게 만듭니다. 절대로 밖에서 만나서 빌린 돈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박장에 가면 도박을 할 필요는 없고 그냥 놀다가 가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한 자리가 빈 것처럼 만들어서 도박자를 거기에 앉게 만듭니다. 일단 앉기만 하면 이야기는 끝나는 것이죠. 빌려준 돈에 가져간 돈까지 모두 털리고 새로운 빚까지 짊어지게 된 이후에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 이들에게 채무자, 채권자의 개념은 손바닥 뒤집기처럼 뒤집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빌려준 돈은 반드시 포기해야 합니다.
'꽁지'나 '타짜'가 아닌 도박장에서 만난 도박 친구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과 함께 늪에 빠져 있을 길동무입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완전히 착각 속에서 사는 도박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는데 곁에 있는 다른 도박자의 존재는 이러한 불안감을 잠시나마 없애 줍니다. 따라서 돈을 빌려주고 빌리면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 속에서 안심하는 것이죠. 그러므로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이들과의 관계(금전 관계 포함)를 끊어야 합니다.
2. 빌려준 돈이 도박으로 딴 돈인 경우
: 도박으로 딴 돈의 경우는 노동의 대가로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므로 공돈처럼 쉽게 생각하게 되고 도박으로 딴 돈이니만큼 도박을 하는데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그러니 도박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면 은행에서 돈을 찾듯이 빌려준 사람에게 받아서 쓰면 된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끊겠다고 하면서 대마초를 친구에게 맡겨두는 것과 같은 겁니다. 그러니 그 돈은 포기해야 하고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을 채무자에게 공식적으로 선포해서 일말의 미련마저 끊어내야 합니다. 빌려준 돈의 액수가 크거나 그 돈이 도박자의 어려운 가계에 큰 보탬이 되는 경우에는 현실적인 이유로 그 돈을 포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안으로 도박자를 통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직접 갚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그만큼의 위험은 감수해야 합니다. 돈이 친구에서 보호자로 위치만 옮겨왔을 뿐 도박으로 딴 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도박으로 딴 돈은 도박을 해야 한다는 도박자의 생각도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박자가 빌려준 돈은 받을 생각을 처음부터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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