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 상태인 '단도박'보다 도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탈도박' 상태가 되는 것을 도박 중독 치유의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단도박이라는 용어에 좀 더 익숙한 분들을 위해 이 포스팅에서는 단도박이라는 말을 사용하겠습니다.
도박에 중독된 분들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주변인, 때로는 일반인들까지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냐의 여부를 따질 때 도박을 하지 않고 보낸 기간, 즉 단도박 기간을 염두에 두고 단도박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죽을 때까지 안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박을 계속 하지 않는다면 도박을 하게 됨으로써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재정적 손실을 비롯한 도박 중독의 여타 폐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므로 일견 맞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에 다른 글에서 말씀드린 적도 있고 제 책에도 썼지만 재발이 도박에 손을 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 듯(도박에 손을 대는 건 재발의 마지막 확인 행동입니다)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도박 중독으로부터 벗어난 게 아닙니다. 좀 더 과격하게 말씀 드린다면 도박을 하지 않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만 치중하는 건 도박 중독 치유와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현재 내가 도박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 있다고 안심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사실 단도박 기간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탈도박하지 못한 분들은 여전히 불안하고 자유롭지 않으며 매사에 안심이 되지 않을 겁니다).
도박에 손을 대지 않는 기간이 그다지 의미없다면 대체 무엇이 중요한 걸까요?
바로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생각, 감정, 행동의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돌려 말하자면 도박장에 앉아서 도박 행위를 하지 않으며 겉보기에 일상 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다고 해도 평소에도 도박과 관련된 생각을 자주 하고 도박을 할 때 느꼈던 감정을 쉽게 다시 느낄 수 있으며, 도박과 연관있는 행동(스포츠 도박을 했던 사람이라면 응원했던 팀의 최근 전적을 뒤져본다든가, 과거에 작성했던 자신의 승률 스크랩을 다시 본다든지, 베팅을 하지는 않지만 경마공원에 놀러간다든지 등등)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시간이 깨어 있는 시간 중 상당수를 차지한다면 그 사람은 베팅만을 하지 않을 뿐 실제로는 여전히 도박에 빠져 있는 것이고 도박 중독 상태로 봐야 합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실제로 베팅을 하지 않은 단도박 기간이 아니라 도박에 대한 생각, 감정, 행동 모두로부터 자유로운 기간을 늘려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탈도박으로 가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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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에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4 사행산업 건전화 국제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모든 session에 다 참석한 건 아니고 1, 2 session은 전자 카드 관련 정책 포럼이라서 저는 지역사회 기반 치료 서비스 모형과 모니터링 체계에 대해 다루었던 session 3에만 들어갔고 이후 진행된 종합 토론까지는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때 들었던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해 보자면,
첫째, 사감위가 3년 동안 공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판별 도구인 KGBS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묻어버릴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경기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한 사례 분석 결과를 보니 KGBS만 도박 중독으로 진단되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동안 KGBS를 개발만 해 놓고 욕 먹으면서도 여전히 CPGI 결과만 줄창 보여주는 이유는 KGBS로 측정한 유병률이 CPGI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도 KGBS는 K-NODS나 K-MAGS-DSM보다도 오히려 낮은 유병률을 나타내니까요.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해도 유병률이 너무 낮게 측정되면 지금까지 9%라고까지 과장하면서 했던 협박이 우습게 되니 KGBS를 이제서야 사용하는 건 상당한 부담이 될 겁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묻어버리는 방향으로 출구 전략이 짜인 것 같았습니다
둘째,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한 도구로 GAMTOM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현장의 치료자들로부터 이미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듯이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문항이 너무 많아요. 서양에서는 material을 많이 줘야 내담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선호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내담자들은 숙제 주는 걸 아주 싫어라 합니다. 내담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고 그 저항에 맞서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된 정보가 포함될 확률도 상당히 증가할 겁니다.
셋째, 한국형 GAMTOMS를 만든다고 해도 Timeline Feedback(TLFB) 만큼은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걸 사용하고 있는 외국 기관의 담당자도 그렇고 국내 교수들도 그렇고 이게 참신하고 기대되는 정보 수집 도구라고 생각하던데 저는 견해가 다릅니다. 제 예상으로는 아무리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도입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될 거라 예상합니다. 우리나라 도박자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걸 빠짐없이 작성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못 믿겠으면 한번 해 보세요. 아마 안 될 겁니다.
넷째, GAMTOMS와 같은 치료 효과 평가 도구의 개발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저는 그보다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GAMTOMS에 대한 자료에서도 조기 종결 비율이 굉장히 높게 나왔는데 정작 현지 관계자도 조기 종결 비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전혀 없더군요. 조기 종결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기 전까지는 치료 효과 평가 도구를 도입하더라도 평가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울 겁니다.
다섯째, 토론에서 집단 상담이 개인 상담보다 효과적이라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치던데 글쎄요. 100회기 이상 집단 상담을 진행해 본 제 경험으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굉장히 homogeneous한 집단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같은 연령대, 비슷한 social status, 비슷한 도박 유형까지 맞추고 거기에 개인 상담 20회기 정도 진행해서 변화 단계까지 얼추 비슷하게 matching했는데도 5명 이상의 집단 크기를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반개방형 집단 상담에서도 두 분이나 재발했고요. 도박 중독 상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전문 상담자의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돌파구로 나온 방안이 집단 상담의 활성화 아닌가 싶은데 생각 다시 하셔야 할 겁니다.
여섯째, 발표 자료 중에 내방 상담자의 대부분이 변화 단계 중 준비 단계에 속한다는 말이 있던데 도박자의 보고를 곧이곧대로 믿은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심층적으로 평가하면 거의 대부분이 전 숙고 단계(Pre-Contemplation Stage)에 속할 겁니다. 준비 단계에 도달한 도박자가 그렇게 많다면 현장의 상담자들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일곱째, GAMTOMS 발표에서도 나왔지만 상담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평가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종결을 하고 난 뒤에는 대부분의 도박자와 가족들이 치료 기관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합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결혼 정보 회사의 도움으로 결혼에 성공한 부부들이 결혼 정보 회사의 연락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종결 후 6개월(이건 그나마 낫지만), 1년, 2년 정도 되면 연락이 닿지 않는(혹은 피하는) 사례의 수가 급등할텐데 어떻게 접촉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겁니다. 저는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해서는 평가 도구보다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덟째, 종합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현장의 상담자들이 GA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계자 분들이 꽤 많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개인 상담도 받고 GA도 열심히 다니고 종교 생활도 열심히 하면 도박 중독 치유에 더 좋을 것 같지만 제 책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이는 자전거 바퀴 수를 늘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안정감은 있을 지 몰라도 마찰력 때문에 현저히 속도가 떨어지게 되죠. 게다가 서로 치유 효과를 상쇄하는 것들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상담과 GA입니다. 제 경험 상 GA와 개인 상담 모두 잘 맞는 도박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 분이 있다면 그릇이 정말 크거나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특성이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인데 아주 기본적인 치유 목표에서 있어서도 개인 상담과 GA는 꽤 다릅니다. GA는 완전한 치유란 없다고 가정하고 죽을 때까지 GA 모임을 빠지지 말고 나와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건 불완전 회복 상태에서 치유를 멈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완전한 탈도박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가족과 같은 보호자에게 미치는 GA의 영향입니다. 무조건적인 인내와 희생 강요, 알코올과 같은 교차 중독의 간과 등이 과연 가족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히려 개인 상담자가 GA를 무조건 권장하는 분위기를 다시 한번 재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치유 기법의 장, 단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도박자와 가족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가 묻지마 관광은 아니지 않습니까?
회사에서 왜 휴일인데도 굳이 참석해서 들으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포럼이었습니다. 휴무 대체로 2시간을 더 쉴 수 있게 된 것으로 만족하기에는 입맛이 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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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전문기관에 상담을 받으러 온 가족들은 대부분 몇 차례의 재발을 거치면서 도박자에게 돈을 주는(도박 빚을 대신 갚는 대위 변제이건, 도박 자금을 마련해 주는 것이건 간에) 것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걸 이미 체험하였기 때문에 돈을 주지 말라는 조언을 굳이 할 필요가 없지만 도박자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족의 경우에는 한번만 기회를 달라는 도박자의 간청을 뿌리치는 것이 쉽지 않고 빚을 갚아주면 정말 정신을 차리고 도박을 그만두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마련입니다.
현실적으로 도박 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건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을 쥐어주는 것과 같아서 도박자가 아무리 그 돈을 정말 치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겠다고 의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는 도박 중독의 특성 상 도박자가 자신이 최초 마음먹은 대로 그 돈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희박한 일입니다.
대위 변제를 할 때 도박자를 거치지 않고 채권자를 직접 만나 빚을 갚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박자들이 빚의 내역을 모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의 의도대로 모든 빚을 완전히 갚는 것조차 불가능하죠.
게다가 가족이 대신 빚을 갚아주면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건 도박 중독 치유의 가장 큰 원칙을 어기게 되기 때문인데 가족이 도박자의 빚을 대신 갚으면 도박자가 자신의 행동 결과를 책임질 기회를 가족들이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도박자의 무책임이 심화되며 결과적으로 도박 중독 문제가 악화됩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 치유와 관련된 모든 연구 결과와 문헌에서는 가족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행동으로 도박 빚을 대신 갚는 것을 꼽습니다. 그러니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을 마약 중독자의 손에 마약을 쥐어주는 것만큼이나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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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공들이 제각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몰고 가려고 하니 정작 배가 가야 하는 방향과는 상관없는 산으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 사공은 누구일까요? 도박 중독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사공이 될 수 있습니다. 가깝게는 배우자, 부모, 형제, 자녀이고 친한 지인이 사공이 될 수도 있죠. 그렇다면 과연 도박 중독이라는 배는 어떤 사공이 몰아야 하는 걸까요?
그 답은 도박 중독이 누구의 문제인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은 일차적으로 도박자를 중심으로 한 현 가정의 문제입니다. 도박자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었다면 도박자와 배우자, 자녀로 이루어진 가정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또 도박자가 미혼이라면 도박자와 부모님, 분가하지 않은 형제자매로 이루어진 가정의 문제일 겁니다.
그러니 현 가정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일단 뒤로 물러서는 것이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도박 중독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더더군다나 그래야 할 겁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돕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도박자를 돕는 것일 수 있는 것이죠. 도박 중독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돕는다고 나선다면 아무래도 효과가 불확실한 민간 처방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지게 마련이거든요. 그러니 도박자와 그 가정을 돕고 싶다면 마음으로만 응원하고 치유는 전문가와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현명한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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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현 현상은 우리의 몸이 좋은 영양 물질을 섭취하게 되면 생체 기능이 조절됨에 따라 몸 안의 독소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걸 주로 한의학에서 일컫는 말입니다. 잠시 눈앞에 캄캄해지고 어지러운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 치유에서도 명현 현상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하던 도박을 갑자기 중단하고 나면 잘 되던 주의 집중이 안 되거나 짜증이 늘고 잠자리도 불편해 뒤척이게 되는 등 여러 가지 금단 증상이나 문제가 갑자기 새롭게 나타날 수 있죠. 때로는 갑작스럽게 도박 충동이 강해질 수도 있어 내가 제대로 치유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명현 현상의 일종입니다. 제대로 된 치유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도박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이 저항하는 것이죠. 오히려 아무런 명현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 문제인 것이니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꾸준히 일관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치유의 원칙과 기준을 일관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켜나간다면 명현 현상은 곧 사라지고 진정한 회복의 길로 들어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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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된 도박자와 가족들에게 가장 무서운 말 중 하나가 바로 '재발'입니다. 그 말만큼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로 두렵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무서운 재발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도박자 개개인에게 재발을 가져올 수 있는 나름의 위험 요인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번 싸우더라도 위태롭지 않은 법이니까요(지피지기 백전불태).
재발을 야기하는 위험 요소는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중독자에게 공통되는 위험 요소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위험한 3가지 요소를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입니다. 예전에 이미 한번 소개드린 적이 있는데 HALT라는 약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HALT는 각각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의 영문 앞글자입니다.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은 모두 부정적인 정서 자체이거나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선행 요인으로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를 해소하고자 하는 후속 행동을 야기하는데 도박 중독자의 경우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행동이 바로 도박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따라서 HALT 상태인 도박자는 도박 행동으로 연결되기 전에 각각의 문제를 건강한 방법으로 즉시 해결해야 합니다. 첫 번째 요소인 부정적인 정서 상태는 도박자 내면에 있습니다.
둘째는 대인 갈등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HALT 중 절반에 해당하는 외로움과 분노감이 관련되어 있을 정도로 대인 갈등이 도박의 재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대인 관계는 도박을 계속하려는 이유와 그만두려는 이유 모두에 대해 도박자가 가장 많이 보고하는 이유 중 하나인만큼 대인 관계에 갈등이 생길 경우 단도박 의지가 약화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런데도 내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해야 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주범 또한 대인 갈등입니다. 그러니 대인 갈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그대로 방치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가족 상담이나 부부 상담이 도박 중독 치유에 필수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인 관계는 도박자의 바깥에 있지만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요소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사회적 압력입니다. 대인 갈등과 마찬가지로 도박자의 바깥에 있으며 약간 떨어진 원거리에 있는 요소입니다. 사회적 압력은 함께 도박을 했던 도박 동료, 친구를 비롯해 도박을 하도록 만들 수 있는 모든 외부 영향을 의미합니다. 명절 때 내기 윷놀이를 하는 친척들이나 게임비 내기 당구를 하자는 친구들도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압력 요소가 무서운 이유는 두 번째 요소인 대인 갈등을 피하려다 촉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인 갈등을 피하면서 사회적 압력을 무마하려면 상당히 정교한 대인 관계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물론 상담과 연습을 통해 이 기술을 습득할 수 있지만 그 때까지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원칙 준수가 생명입니다.
다시 한번 도박 중독 재발의 최대 위험 요소 3가지를 정리합니다.
1) 부정적인 정서 상태(HALT)
2) 대인 갈등
3) 사회적 압력
이 세 가지는 반드시 명심하고 매사에 주의해야 합니다. 세 가지 위험 요소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아직 도박 중독에서 치유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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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픈 도박자는 도박을 하거나 정보를 얻었던 사이트에서 탈퇴하고, 자발적으로 출입 제한을 신청하고, 도박을 함께 하던 친구에게 자신의 문제를 알리고 도움을 청합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자신의 주변에서 술과 관련된 모든 자극을 치우듯이 도박 중독자도 자신의 삶에서 도박과 관련된 것들을 멀리하는 것이죠. 이를 흔히 환경 조성, 환경 개선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 정작 중요한 것들은 도박자의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습니다. 그래서 눈에 잘 띄지 않고 그게 도박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싶은 것들도 많죠.
하지만 도박에 점철된 삶에서 도박자를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발목잡는 건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상담을 하면서 어떤 도박을 하든, 도박으로 돈을 얼마나 잃었든, 얼마나 오래 도박을 했든 간에 다음과 같은 낱말을 자주 사용하는 도박자가 치유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실수나 재발도 많이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복구', '본전', '메꾼다', '만회'와 같은 말들입니다.
모두 과거의 실수나 실패를 보상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낱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도박으로 망가지기 이전으로 단순히 돌아간다는 과거 회귀적인 말이라는데 있습니다.
도박 중독 치유는 새로운 가치관과 삶의 의미를 발견해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지 과거의 삶을 반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복구', '본전', '메꾼다', '만회'처럼 과거 지향적인 낱말은 머릿속에서 몰아내셔야 합니다. 상처는 치유하는 것이지 메우는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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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를 만나는 상담자는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 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것이 도박 중독 치유의 궁극적 목표가 아닌 걸 결국은 깨닫게 됩니다.
그렇더라도 도박을 계속 하면서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결국 도박 중독 치유의 목표는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 치유된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그만둬야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속칭 '바닥 치기'를 통해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몸으로 체감하고 두려워서 도박을 끊는 것입니다. 이 경로는 탈도박이 아닌 단도박이기 때문에 도박자는 평생 도박을 두려워하면서 살아야 하고 두려움이 어떤 이유로든 감소하면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경우는 진정한 치유가 일어났다고 보지 않습니다.
두 번째 경로는 도박 중독으로 인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잊었던 의미를 찾으며, 삶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게 됨으로써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과 도박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연스레 도박을 내려놓는 길입니다.
전자가 수동적으로 도박을 끊는 것(단도박)이라면 후자는 능동적으로 도박을 내려놓는 것(탈도박)입니다.
당연히 상담자는 단도박이 아닌 탈도박을 목표로 해야 하며 도박 중독으로 야기되는 제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에는 반드시 도박자의 미래 삶과 의미, 가치관에 대해 다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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