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도박 중독자에게는 무엇보다도 미래가 중요하다'라는 글에서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도박 중독자의 문제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미래를 보려고 하지 않는 도박 중독자의 시각과 미래에만 집착하는 가족의 시각 차이가 갈등의 악화 원인이라는 점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위에 링크한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도박 중독자는 미래를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잃어버린 과거의 미련에만 사로잡혀 허우적거리고 도박 중독의 늪에서 조금 빠져나오게 되면 그 때부터는 자신이 처한 현실만 바라보고 살려고 합니다. 그래서 미래를 내다보고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하는 것이 도박 중독 치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됩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의 가족들은 어떨까요?
도박 중독자와 정반대의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온통 신경을 미래에만 쏟고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만 걱정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정작 현재를 누리지 못합니다.
빚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만 하고 한편으로는 도박자가 또 도박에 빠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뿐 자신들이 발 붙이고 살고 있는 현재에 눈을 돌려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합니다.
도박자는 미래를 보지 못하고 현재만 보고 살려고 하고 그 가족은 현재를 보지 못하고 미래만 걱정하면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도박자와 가족 간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도박자는 나보고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울이는 자신의 현재 노력을 가족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면서 억울해하고 가족들은 뻔히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는 도박자에게 분통을 터뜨리게 되는거지요.
그래서 도박자가 현재 뿐 아니라 미래를 예견하면서 대비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돕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들이 지나치게 미래를 걱정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끔 현실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놓치지 않도록 챙겨주는 것이 도박 중독 치료의 중요한 일부분입니다.
시간에 대한 도박자와 가족의 시각 차이를 좁히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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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 빚은 어떻게 갚은 것이 좋은가, 한꺼번에 혹은 조금씩?'이라는 글에서 돈이 생길 때마다 그 때 그 때 갚아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도박 빚을 갚는데 있어 도박 중독 치유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갚는 법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믿거나 한번만 크게 따면 그만둘 수 있다고 착각하는 도박 중독자는 땀흘려 일해서 도박 빚을 갚는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하기 때문에 이미 도박 빚을 자신의 힘으로 노력해서 갚겠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치유의 진전이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 중독자는 도박 빚을 갚을 때 한번에, 최대한 빨리 갚겠다고 서두릅니다.
도박 중독 치유에 도움이 되는 도박 빚 갚기의 원칙은 일반적인 도박 중독자의 생각과 정반대로 하는 겁니다. 즉 최대한 천천히 생길 때마다 갚는 것이죠.
첫째 원칙은 도박 빚을 가능한 한 천천히 갚는 것입니다. 평생 갚을 수 있다면 더 좋고요.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평생 실감할 수 있다면 그만큼 확실한 제동장치가 없을테니까요. 물론 도박자는 도박으로 인해 생긴 부정적인 결과에 직면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갚은 뒤 잊어버리고 싶어하지만 그건 그다지 치료적이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자는 도박의 무서움을 충분히 실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천천히 갚아야 치료적이라고 무조건 오래 끌기만 하면 인생 전체가 도박에 의해 사로잡힌 것처럼 느껴져서 그야말로 살 맛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두 번째 원칙이 필요한 것이죠.
둘째 원칙은 돈이 생길 때마다 그 때 그 때 갚는 것입니다. 도박 빚이 생길 때 일단 빚이 생기면 그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어 빚이 급속도로 불어나듯이 그 반대 방향으로도 돈이 생길 때마다 갚아서 원금이 까이기 시작하면 붙는 이자가 줄고 그렇게 속도가 붙으면 빚을 갚아 나가는 것도 속도가 붙습니다. 그래서 대개 처음에 목표했던 빚 청산 시기가 예상보다 당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원칙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도박자의 심적 부담이 줄고 어느 정도 균형점을 찾게 되죠.
그래서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장기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방법이 가장
'치료적으로' 도박 빚을 갚는 방법입니다. 도박자는 이율이 낮은 대출을 일으켜 이율이 높은 빚을 한꺼번에 갚는 걸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으니)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 자체가 합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박 빚은 합리적으로 갚는 것이 아니라 치료적으로 갚아야 합니다.
중요한 원칙들이니 다시 한번 정리합니다. 도박 빚은 돈이 생기는 족족 그 때 그 때 갚아나가되 가능한 한 천천히 갚도록 하세요. 언뜻 들으면 모순되는 말처럼 들리지만 두 가지 모두 중요한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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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도박을 혼자서 합니다. 도박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 좋지 않다보니 드러내놓고 도박을 할 수 없기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지만 간혹 분석을 요하는 종류의 도박을 하는 도박자는 혼자서 도박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마, 경정, 경륜처럼 분석을 요하는 도박에서도 도박장에서 만나 안면을 트고 함께 도박 친구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고 요새는 스포츠 토토처럼 분석이 필요한 도박도 불법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함께 어울려 베팅하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 도박자가 늘면서 베팅을 함께 즐기는 도박자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주변에 함께 베팅을 하는 도박자가 있으면 당연히 도박을 그만두고자 할 때 도박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더 느끼게 됩니다. 도박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도박자에게 자꾸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정보를 주겠다거나 혹은 달라며 조르는 경우가 많고 심하게는 같이 베팅하자고, 돈도 빌려줄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유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도박자가 주변에 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은 이제 도박을 그만할 것이고 치료도 받고 있다고 open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고백을 우습게 생각하거나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도박 친구들이 꽤 많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3단계 전략으로 단계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 1단계 : 자신의 상태를 분명하게 이야기할 것
: 이제 도박을 못하게 되었다고 하면 상대방은 도박을 하고 싶은데 장애물 때문에 못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몰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돈을 빌려주는 등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을 도와주려고만 합니다. 그러니 도박 때문에 인생이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으니 이제 더 이상은 도박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 2단계 : 엄살을 부릴 것
: 1단계에서 자신의 탈도박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는데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함께 도박을 하자고 설득하는 도박자에게는 도박 때문에 마누라에게 이혼당하게 생겼다든가, 개인 회생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재산 상태라든가, 회사에서 짤릴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한숨을 쉬면서 내 인생이 망했다는 엄살을 부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는 도박을 권하는 주변 도박자에게
죄책감을 야기하는 방법입니다.
* 3단계 :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사정할 것
: 2단계에서 충분히 엄살을 떨었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거라든가 통제력을 잃지 않게끔 자신이 곁에서 잘 챙겨주겠다든가, 지금에 와서 네가 발을 빼면 나는 누구에게 정보를 얻느냐며 떼를 쓴다든가 하는 도박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마지막 3단계인 사정하기 전략을 사용해야 합니다. 오히려 내 도박 스타일을 네가 잘 아니 내가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나 좀 도와달라고 사정하는 것이죠. 거기에
덧붙여서 너도 함께 끊자고 설득하면 더욱 좋습니다.
이 정도까지 하면 대개는 뻘쭘해서 떨어져 나가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도박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은 도박자이고 이런 도박자는 대개 도박을 끊으려는 사람보다 상태가 더 심각한 중증 중독자이죠. 3단계 전략까지 통하지 않는 도박자는 현재로서는 희망이 별로 없습니다. 물귀신 작전을 쓰는 도박자를 떼어놓으려면 전화번호부터 바꾸고 연락을 끊고 다시 보지 않을 생각까지 하셔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내가 먼저 살아야 도울 수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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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에게 일주일 동안 도박 생각이 났던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개는 별로 없었다고 보고합니다. 물론 상담을 하면서도 상담자에게 숨기면서 여전히 도박을 하고 있는 도박자도 있으니 그 경우는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이지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에도 정말 도박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특히 도박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천한 상담 초기에는 정말 도박 생각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쓰나미가 지나가고 나서 폐허가 된 집을 치우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어서이지 도박에 대한 충동 자체가 없어져서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쓰나미가 다시 몰려올테니 그동안 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도박에 대한 생각은 관련된 자극을 접하게 되면 짧은 시간이기는 해도 문득 문득 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신문을 보다가 경마의 일정표가 눈에 들어오거나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면서 갑자기 배당이 궁금해진다든지, 카지노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카지노에 드나들었던 생각이 나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도박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으면 충동이 강해지면서 도박을 행동으로 옮기고픈 욕망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도박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빨리 주의를 돌려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도박 생각 자체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작 재발로 이끄는 것은 단순한 도박 생각이 아니라 '도박 충동'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충동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오고 맞상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커져서 압도될 수 있기 때문에 건드리지 말고 관찰자 시점에서 응시하기만 해야 합니다. 섣불리 싸우겠다고 충동과 업치락뒤치락하면 반드시 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도박을 그만하겠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도박 생각은 쉽게 줄어드는데 왜 도박 충동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생각만큼 줄어들지도 않는 걸까요?
그것은 도박 충동이야말로 도박 중독의 에너지원이자 도박자를 가동하는 핵심 엔진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자는 일반적인 도박자에 비해 엔진이 훨씬 크고 강하기 때문에 엔진을 끄기가 쉽지 않고 설사 끈다고 해도 식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우리가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바람을 빼려고 하면 풍선이 클수록 바람을 빼는 것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전방위로 압력을 가해야 바람이 빠지는 풍선처럼 도박 충동이 강한 도박 중독자는 충동이 가라앉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도박 충동이 생각보다 잘 없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강하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도박 충동을 관리하는 기술을 배워서 몸에 밸 정도로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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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왜 도박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나오는 답은 몇 가지 되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빚을 갚을 목적으로이고, 잃어버린 돈을 단 얼마라도 복구하기 위해서라는 답도 많이 나옵니다. 재미있어서 도박을 한다고 대답하는 도박자는 드문 편이며 간혹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된다고 대답하는 도박자도 매우 적지만 있기는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대는 이유 중 대부분이 돈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으로 생긴 빚만 갚는다면, 잃어버린 돈을 회복한다면 언제든 도박을 그만둘 수 있다고, 도박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도박 빚을 갚아줘도 잠시동안은 잠잠하지만 결국은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며 유산을 물려받거나 가족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돈을 모두 상쇄할 만큼 재력을 다시 회복해도 언젠가는 다시 도박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도박은 돈 때문에 하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자를 만나는 치료자는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냐 없냐, 도박으로 잃어버린 돈을 포기하는 방법 등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도박으로 인해 없어지는 돈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자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바로 시간입니다.
도박을 하는 동안 훌쩍 커 버린 자녀들, 나이들어 몸이 불편해지신 부모님, 주름살이 늘어가는 배우자를 보라고 하세요.
돈은 그야말로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고, 없다가도 기회가 오면 다시 벌 수 있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고 설사 도박으로 돈을 딴다고 해도 잃어버린 시간만큼은 절대로 다시 살 수 없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하고 있는 동안, 도박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도박 충동으로 흔들리고 있는 동안에도 너무나 아까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
돈만 다시 회복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도박 중독자는 흘러간 시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잃어버린 시간은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 중 절대적으로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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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의 특징 중 하나로 '무책임'을 들곤 합니다. 그런데 이 무책임이라는 이름표는 주로 도박 중독자의 행동 결과에 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도박자가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의 내역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는 나중에 한꺼번에 터뜨려서 가족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가족들에게 상처주지 않고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려는 의도로 시작했다가 도저히 감당못할 수준이 되어 어쩔 수 없이 가족들에게 알려지는 것이죠. 즉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건 맞지만 도박 중독자가 처음부터 무책임하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상담 초기에 도박 빚을 갚는 문제에 예민해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물론 빚 독촉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는 경우도 있지만 딱히 빚 독촉을 받는 것이 아닌데도 어떻게든 도박 빚을 해결하겠다고 온통 신경을 쓰면서 정작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데 소홀하기도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들이라면 스스로 고통받는 일이 없는데 뭐하러 빚을 갚기 위해 애를 쓸까요?
도박 중독자는 뼛속까지 무책임한 사람이 아닙니다. 무책임한 사람처럼 보일 뿐. 실상은 무책임하게 보이고 싶지 않지만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빚은 갚고 싶은데 재정적인 능력은 없다보니 무리하게 책임을 지려고 하다 마술적인 방법에 의존하게 되는 겁니다. 바로 도박이죠.
그래서 상담 초기에 지나치게 빚을 갚는데에만 몰두하는 도박자를 보면 상담자는 일단 놔 두라고 합니다. 빚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도박 중독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대책도 대책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자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능력도 안 되면서 책임을 지겠다고 무리하게 애쓰다가 재발하는 경우가 꽤 많으니까요.
그런 경우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어떻게든 내가 해 볼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보려고 했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방법이 없는데 무리하게 해결하려고 하니 가장 손쉬워보이는 도박에 다시 손을 대게 되는 겁니다.
도박 중독자에게는 무대책도 대책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할 때까지는 무리한 노력을 기울이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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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고 있기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을 하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거의 다 단기 프로그램의 형태에 불과했지요. 올 상반기에 제가 진행했던 동기강화 집단상담도 8회기짜리 폐쇄형 집단치료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집단 상담이란 그런 것이 아니죠((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은 전문적인 상담자가 있고 구조화된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는 개방형 장기 집단 상담입니다).
그래서 동기강화 집단상담이 끝난 후 도박 중독자를 위한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을 해 보고 싶어서 개방형 집단상담을 시작해 현재 8회기까지 진행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진행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 해 보고 싶습니다.
아직 경험은 일천하지만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에 관심이 있는 상담자들께서 알고 계셔야 할 지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경험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상담 장면에 맞게 조정하셔야 할 겁니다.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집단 상담을 할 때 상담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절대 돈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할 것
: 가능하면 각 내담자가 집단 상담에 들어올 때 작성하는 informed consent에 아예 문구로 넣어서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도박 모임에서도 이 문제로 불미스러운 일이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내담자 간 돈 거래는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 상담에서 상당히 파괴적입니다. 차를 가져왔는데 기름이 떨어졌으니 기름값을 빌려달라는 정도의 가벼운 돈 거래도 못하게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모든 내담자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집단 상담이 도박 자금을 융통하거나 도박 빚을 갚기 위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자금원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집단 상담에서 일어나는 돈 거래는 가장 중요한 효과 요인인 응집성을 깨뜨립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 가능한 한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상담 장면 밖에서 만나는 것도 못하게 할 것
: 도박자끼리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알게 되면 해당 도박자의 가족은 대체로 불안이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상담자가 일일이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통제 못할 가정 불화로 이어지거나 재발의 위험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도박자가 밖에서 서로 만나는 것을 상담자가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할 수는 없지만
사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을 때에는 반드시 집단 내에서 open하고 다뤄야 한다는 걸 처음부터 분명하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상담 장면 밖에서 도박자끼리 만나게 되면 상담의 목표와 친목이라는 주객이 전도되어 상담의 동력이 저하됩니다.
3. 상담 장면 내에서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공개토록 할 것
:
상담자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건 집단 상담 안에서든 밖에서든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지역에 사는 도박자끼리 카풀을 해서 집단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 상담에 참석하지 않은 도박자의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써 공범 역할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집단 상담 중 재발을 하거나 법적 처벌 때문에 부득이하게 집단 상담에서 빠지게 된 내담자가 있을 경우에도 그 내용을 집단에 남아 있는 다른 도박자에게 감추지 않고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담자는 이 상황에서 비밀 보장의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적이고 안전하게 정보를 다룰 것만을 약속해야 합니다. 집단 상담에서 빠지는 도박자의 마음만 헤아리려다 상담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소탐대실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상담자는 비밀을 가져도 된다는 인식을 집단원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상담자의 권위가 강화되어 상담자를 중심으로 둔 방사형의 상담 구조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 역시 아주 치명적인데 '지금-여기'를 다루지 못하고 상담자의 눈치만 보게 됩니다.
4. 상담 장면 밖에서는 철저히 비밀 보장의 원칙을 지키도록 할 것
: 3번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집단 상담 내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되지만 반대로
집단 내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가족이나 집단 밖의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비밀 보장의 원칙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야 합니다. 상담을 통해 얻은 통찰이나 자신의 생각은 이야기해도 되지만 다른 내담자의 경험이나 개인 정보를 절대로 노출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하게 비밀 보장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깨어지면 어떤 내담자도 상담 시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상담이 계속 겉돌게 됩니다.
5. 가능한 한 동질적인 집단으로 구성할 것
: 도박의 유형까지 동질화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연령대 정도는 비슷한 수준(저는 대개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한정합니다)으로 맞추는 것이 초반 탈락자를 감소시킵니다. 그리고 개방형 집단 상담이라고 해도
개인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채무 변제 문제나 금단 증상과 같은 도박 중독의 핵심 문제가 다루어진 도박자를 집단 상담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탈락자가 많이 발생하여 더 이상 집단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서 개인 상담의 라포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도박자를 집단 상담에 involve하는 건 무모한 시도입니다.
만약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집단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동일한 상담자가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을 모두 진행하는 병행 치료(Combined Therapy)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의 상담자가 다른 연합 치료(Conjoint Therapy)는 각 상담자 간 긴밀한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저는 그런 협력 관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합 치료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계속 집단 상담을 진행하면서 또 다른 시사점이 생기면 정리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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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장면에 들어올 때에는 이미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본인들은 잘 깨닫지 못하지만 사실 치료 초기의 도박 중독자는 낙관주의에 심하게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낙관주의라기보다는 '긍정 편향'에 가깝습니다만 어쨌거나 도박에 대해서만큼은 언젠가는 크게 딸거라, 잃은 돈을 복구할 수 있을거라, 그래서 가족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낙관주의자가 아니라면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할 수 없습니다. 낙관주의를 포기하는 순간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아주 희박한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매달립니다.
도박 중독자가 지나친 낙관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자신이 당면한 현실을 빨리 깨닫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지 못하는 문제가 분명 있지만 그렇다고 유일한 디딤돌로 믿고 있는 낙관주의를 강제로 제거해내도 안 됩니다.
도박으로는 절대로 돈을 딸 수 없고, 아무리 많은 빚이라도 스스로 갚아야 하고, 잃어버린 돈은 절대로 다시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결론내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험 많은 상담자가 필요한 겁니다. 경험이 많은 상담자는 지나친 낙관주의를 희석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고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나친 낙관주의자인 도박 중독자에게는 이러한 균형이 더욱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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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나 심리치료에서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질문을 할 때 폐쇄형 질문(closed question)을 하지 말고 가능한 한 개방형 질문(open question)을 하라는 말은 어느 참고 서적에나 나오는 말이고 현장에서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입니다. 아마 supervision을 받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무슨 말인지 대번에 알아들으실 듯~
'예', '아니오'의 정해진 답변만 요구하는 폐쇄형 질문의 문제는 내담자의 사고 폭을 제한하거나 자발성을 침해하는 등의 문제도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상담하는 상담자의 입장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
임상 현장에서 closed question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내담자가 마음 읽기를 통해 상담자의 질문을 바람직한 가치관이나 교육 방향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도박 중독자가 지난 주에는 도박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결국 일요일에 도박장에 가고 말았다는 말을 했을 때, 상담자가 "도박 대신 예배에 참석할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라고 물어본다고 가정해보죠. 전형적인 closed question입니다.
이 때 내담자는 상담자가 단순히 궁금해서 자신에게 이러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말에 도박 충동이 올라올 때는 종교적인 힘을 빌어 대처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나마 이런 정도의 마음 읽기는 그래도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닌데 한 발 더 나아가 '종교가 있으면서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느냐고 나무라시는구나'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는 내담자도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내담자는 기본적으로 상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거나 최소한 해결 방법을 알고 있다고 전제하곤 합니다. 따라서 상담자의 사소한 질문 하나도 그냥 흘려듣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경우에서 상담자는 "주말에 도박을 대신해 시도해 볼 수 있는 대안적인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와 같이 open question으로 물어봐야 합니다.
사소한 closed question 하나로 인해 내담자가 상담자의 눈치를 보게 되고 상담자의 마음 읽기에 치중한 나머지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작업 자체를 못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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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가 도박을 끊는 데(저는 '그만두는데'라는 말을 더 선호합니다만)에는 일정한 단계가 있습니다.
도박을 끊는데 성공한 모든 도박자가 동일한 단계를 거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수의 도박자가 다음의 단계를 거쳐 도박에서 빠져 나옵니다.
* 1단계
:
도박 중독으로 인해 생긴 부정적인 결과를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박을 끊고자 합니다. 도박 중독 때문에 가산이 탕진되고 가정의 불화가 생기게 되면 갈등을 해소하고 경제적인 압박을 줄이기 위해 도박을 줄이거나 그만두게 됩니다.
문제 -> 부정적인 결과를 일소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목표가 달성되면 다시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과 욕구에 시달리게 됩니다. 특히 재정적인 압박이 사라지면 이제는 조금씩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교만함이 머리를 쳐들게 됩니다.
* 2단계
:
도박을 끊어야 할 자신만의 이유를 찾게 됩니다. 아직 가정이 와해되지 않고 주변에 자신을 지지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는 도박자들은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도박을 끊고자 합니다. 많은 도박 중독자가 2단계에 머무르며 2단계만으로도 강한 단도박 의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가 탈도박에 성공합니다.
문제 -> 목표가 사라지게 되면 자포자기에 빠져 더욱 심한 도박 중독 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도박을 끊겠다고 결심한 도박자의 경우 이혼을 하고 가정이 깨지고 나면 도박을 그만둬야 할 목표를 상실하게 되어 오히려 도박에 대한 의존이 더 심해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 3단계
:
도박을 끊어야 할 내면의 이유를 찾게 됩니다. 도박을 그만두고자 하는 이유가 외부에 있다면 대부분의 이유가 조건적(conditional)인 것이고 조건은 시간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탈도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동 장치가 아닙니다. 그래서 시간과 조건에 따라 바뀌지 않는 내면의 단도박 이유와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땀 흘리지 않는 것을 취하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고 그 가치관을 지키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의미라는 것을 알아냈다면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도박의 신화가 이 가치관과 충돌하게 됩니다. 그러니 가치관을 지키고자 하면 더 이상 도박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많은 도박자들이 도박을 끊기 위해 1단계에서 악전고투하며 많은 경우 2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는데 3단계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회복과 치유가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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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도박 중독자들이 전문적인 치료 기관이나 GA와 같은 자조 모임을 찾아 도움을 구하게 되는 것은 대체로 재정적인 문제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시점입니다.
그만큼 돈 문제는 도박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도박자가 계속 도박을 하게 되면 재정적인 문제가 가족들의 미래를 위협하게 되니 가족들은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도박자도 이 빚만 갚으면, 그동안 잃어버린 돈만 찾으면 언제든 도박을 그만둘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희망도 없는 도박에 계속 매달리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도박 중독 때문에 생기는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돈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돈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사이의 관계 문제입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신뢰가 무너지는 문제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도박 때문에 생긴 재정적인 문제는 도박 중독자가 정신을 차리고 도박을 그만두면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거나 회복될 수 있습니다. 도박자에 따라서는 도박하기 이전의 경제적 풍요를 금방 되찾기도 합니다. 많은 도박자가 성실하고 열정적이기 때문에 도박에 쏟아붓고 있던 에너지와 열정을 경제적인 부분으로 돌리면 사정이 빠르게 나아집니다.
하지만 사람이 곁을 떠나고 고립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다시 회복되기 매우 어렵습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는데도 그렇게 사랑하고 아끼던 배우자도 신뢰가 무너지면 그 신뢰를 회복하느라 굉장히 힘들고 먼 길을 가야하니까요.
게다가 이 신뢰는 돈이 많다고 금방 쌓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말과 행동의 일치, 그것을 꾸준히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수반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의 가장 큰 피해는 돈을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떠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곁에 남아 있을 때 도박 문제를 공개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떠난 사람을 돌려놓는 것은 황금으로 가득찬 수레를 끄는 황소들로도 어려운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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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밀어닥치는 고통은 막대합니다. 재정적인 압박 뿐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악화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방어막이 많이 약화되어 있어 도박 중독자는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취약해집니다. 그래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치료 과정에서도 중요하죠.
그런데 많은 도박자들이 도박을 유혹받는 스트레스 상황 중 부정적인 사건에만 주의를 기울이곤 해서 뒤통수를 얻어맞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의 학원비가 필요한데 집에 돈이 없는 경우라든가 배우자와 다툼이 생겼는데 과거에 도박했던 일을 들춰내면서 공격을 해 올 때라든가 하는 상황에서 많은 도박자들이 다시금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고 보고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부정적인 사건만 위험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긍정적인 사건도 충분히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예상치 않았던 보너스가 생겼거나, 승진을 해서 술자리에서 기분좋게 한 턱을 내게 되었거나, 단도박 모임에서 단도박 1주년 생일잔치를 열어주었거나 하는 등의 긍정적인 사건도 부정적인 사건 만큼이나 도박 충동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도박 충동은 사건의 긍정적, 부정적 방향을 따지지 않습니다. 자극을 받으면 당연히 발생하게 되고 일단 발생한 충동은 언제든 도박자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긍정적인 사건이 부정적인 사건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데 그것은 긍정적인 사건이 도박자를 방심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부정적인 사건에 의해 야기된 스트레스 만큼이나 재발 위험성을 높이는 것은 도박자의 자만심과 교만이거든요.
따라서 긍정적인 사건이든, 부정적인 사건이든 도박 충동을 자극할 수 있는 생활 사건은 무엇이든 주의를 기울이는 신중함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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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된 적이 있는 도박자는 누구나 반드시 자신의 '위험금' 액수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위험금'이란 말은 제가 만든 용어이기 때문에 용어 자체를 기억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의미만 명확하게 이해하고 계시면 됩니다.
'위험금'이라는 건 도박에 다시 손을 댈 수 있을 정도의 강렬한 충동을 야기하는 액수의 돈을 말합니다. 즉 재발 위험 금액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액수는
도박자마다 천차만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도박자는 100만 원은 되어야 카지노에서 놀 수 있기 때문에 그 이하의 액수로는 도박 충동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반대로 다른 도박자는 오히려 100만 원은 언감생심이고 10만 원 정도의 금액이 두 배로 불려서 좀 편하게 용돈으로 쓰기에 딱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액수의 크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박을 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느끼는 액수라면 단돈 1천 원도 위험금이 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위험금의 액수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주 적은 금액에서부터 시작하여 주머니에 넣고 다닐 때 아무런 불안감이 없다고 생각하는 한계선까지 서서히 올리면 결국은 알게 됩니다. 일정 금액 이상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이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박자의 마음 속에 빨간 불이 켜지니까요.
위험금의 액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특히 도박 중독 치료 초기에 중요합니다. 도박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재정 관리 능력을 상실한 도박자는 충분한 수준의 통제력을 회복할 때까지는 위험금 액수 이하로 용돈을 갖고 다니고 재정 관리를 하는 범위도 그 액수 이하로 설정해야 재발 위험성이 크게 낮아지니까요.
자존심만 내세우면서 우습게 볼 일이 아닙니다. 위험금의 액수를 정확하게 산정하지 않고 더 큰 금액으로 대충 생각했다가 사소한 재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으로도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도박자의 수가 결코 적지 않으니까요.
위험금의 정확한 액수를 파악하는 건 도박 중독 분야에서는 유비무환의 정신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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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힘든 일을 하면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확실치는 않아도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갖고 살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버틴다고 해도 앞으로도 지금처럼 요 모양 요 꼴로 살 것이 분명하다면 누가 현재를 희생하고 앞날을 기대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도박에 중독된 도박자는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합니다. 근시안(tunnel vision)에 빠져 있어 터널 안에 들어온 사람이 터널 끝 이외의 주변 시야가 차단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박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치지만 시간에 대한 감각도 일반 사람들과 달라져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게 됩니다.
도박에 빠져 있을 때도 그렇고 치료를 받으러 오게 되어도 초반에는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에 사로잡혀서 잃어버린 돈에 대한 아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에 실수했던 도박판을 복기하거나 돈을 땄던 도박판을 상상하면서 위안을 얻게 됩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발등에 떨어진 현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도박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된 가족들이 대위 변제를 거절하고 손을 떼면서 도박으로 인해 생긴 각종 피해들이 도박자에게 물 밀듯이 밀어닥치게 됩니다. 그래서 도박 빚을 갚는 것,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일을 부랴부랴 하는 것, 소홀헀던 가족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들을 한꺼번에 하느라고 허덕거리게 됩니다.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가족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함을 표하는 도박자와 당연한 거 하면서 무슨 칭찬을 들으려고 하느냐며 뻔뻔함에 어이없다는 가족들의 의견 차이 때문에 갈등이 폭발하는 시기도 이 맘때쯤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도박 중독자가 과거와 현재에 발이 묶인 채로 머물러 있으면 안 됩니다. 특히 현재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에만 치중해서 미래를 쳐다 볼 엄두를 내지 않거나 미래의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상류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처럼 다시 밀리기 쉽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계속 노를 저을 수 있는 원동력이니까요.
바꿔 말하면 도박 중독자가 미래를 이야기하고 계획을 세우고 희망을 말하기 시작하면 도박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를 대하는 상담자와 가족들은 반드시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도박자가 미래를 이야기하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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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문제로 상담을 하면서 제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모든 상담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도박자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치료적인 개입을 쏟아붓더라도 효과가 미미하지만 도박자가 준비가 되면 그 타이밍에 맞춰 어떤 치료적인 접근을 하더라도 예상치 않은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더군요. 물론 이 말은 도박자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손놓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들이는 노력에 비해 최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고 그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때로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타이밍은 도박 중독자 뿐 아니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상담에서도 중요한데
저는 도박자의 가족도 무조건 개인 상담을 먼저 받으라고 권유하는 편입니다. 어찌 보면 도박 중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도박자보다도 가족이 먼저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많은 가족들이 단도박 가족 모임이나 다양한 치유 모임에 먼저 참여하지만 위로받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보다 상처받고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고 보고하곤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모임에는 여전히 문제가 진행 중인 분들만 나오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도박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분이라면 그런 치유 모임에 나올 이유가 없겠지요), 부정적인 감정과 토로가 넘치지만 이를 조절하거나 가족의 대처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경험많은 상담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의 힘이 약한 가족들이 상처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저는
단도박 가족 모임이나 유사한 치유/회복 모임에서 만연된 부적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듣고 필요하다면 자신보다 경험이 없는 초심자에게 조언이라도 해 줄 수 있으려면 마음의 힘을 충분히 길러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러자면 개인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무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가 되면, 그런 타이밍이 되면 가족 모임을 통해 본인 스스로도 더 많은 도움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때까지는 경험이 풍부한 유능한 상담자와 개인 상담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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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착각하는 도박 중독자들은 한번만 크게 따면 빚을 갚고 운만 조금 더 따라준다면 잃어버린 돈도 되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더 심하게는 도박으로 돈을 따서 팔자 고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도박으로 절대 돈을 딸 수 없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차례 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지루하게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가정 하에 말씀을 드리죠.
도박 중독자는 도박으로 돈을 따서 비싼 옷도 사 입고, 차도 바꾸고, 좋은 집을 사서 이사하고 싶어합니다. 그 돈으로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죠. 그건 진심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도박으로 돈을 따면 원하는대로 돈을 쓸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도박으로 번 돈은 절대로 도박판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경마장에서 마지막 경주에 1만 원을 걸었는데 엄청나게 큰 배당을 터뜨려서 500만 원을 손에 쥐었다고 해 봅시다. 수중에 현찰 500만 원이 들어 있습니다.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가볍기 그지 없습니다. 하늘을 날 것처럼 짜릿합니다.
집에 오는 동안에 그동안 고생했던 마누라에게 명품 가방이라도 하나 사 줄까, 아빠와 놀 시간도 없이 방치되었던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라도 사 줄까 하는 기특한 생각을 잠깐 해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하늘이 드디어 나에게 기회를 주신 것 같이 느껴집니다. 행운의 여신이 자신의 어깨에 내려 앉은 것 같기도 하고요. 1만 원으로 500만 원을 따왔으니 100만 원 정도 베팅해서 비슷한 경주 하나만 더 맞춰도 팔자 고치는 건 시간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400만 원은 고이 감추어두고 100만 원만 가져가서 자신의 운을 다시 한번 시험해보기로 합니다.
다음 주 경마일에 경마장에 가서 시험삼아 20만 원을 베팅했는데 여지없이 틀리네요. 설마 하는 마음에 30만 원을 더 베팅해보지만 역시나 맞지 않습니다. 홧김에 남은 돈 50만 원을 쏟아붓지만 행운의 여신이 어디 화장실에라도 간 모양입니다.
자, 이제 100만 원을 잃었지만 아직도 400만 원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 주에 운이 좋아 딴 거라고 생각해야 맞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멈추면 그래도 400만 원이 남아 있으니 괜찮은 장사입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분명히 본전이 1만 원이니 399만 원은 공돈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도박 중독자의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500만 원을 본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미 100만 원을 잃은 것이지요. 400만 원을 잘 베팅하면 잃은 돈 100만 원을 찾는 것 쯤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시 100만 원 정도만 현금 서비스를 받아 경주에 베팅합니다. 이런 식으로 그날의 경주가 모두 끝나게 되면 대개 지난 주에 딴 돈 모두를 잃게 되고 거기에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인데 잃은 돈을 찾을 욕심을 부리게 되면 신용카드의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꽁지돈'을 쓰게 되어 오히려 빚만 늘어나게 됩니다.
경마의 예를 들었지만 모든 도박이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다 소 뒷발로 쥐 잡은 격의 행운이 떨어진 것을 기회가 왔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도박자는 도박으로 딴 돈을 다시 도박판에 쓸어넣고 맙니다.
그래서 도박판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따도 가족을 위해서 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쓰는 도박 중독자는 거의 없습니다. 호화유흥업소에서 양주를 마시면서 잠시 기분을 낼 수는 있지만 그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도박자도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의 도박자는 컵라면을 먹으면서 다음 도박을 위해 자금을 비축합니다.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는 가족에게 짠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예사입니다.
도박을 하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한 번쯤은 꽤 큰 돈을 딴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하셨습니까? 가족을 위해서 혹은 자신을 위해서 쓰신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전체 딴 돈 중 어느 정도의 비중이던가요?
도박으로 번 돈은 절대로 도박판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카지노이든, 불법 하우스이든, 화투판이든 간에 도박자가 딴 돈을 가져가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겁니다. 왜냐하면 곧 그 돈을 그대로 들고 다시 돌아와 몽땅 바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도박으로 돈 딸 생각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만에 하나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은 도박판을 절대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 돈은 당신의 돈이 아닙니다. 도박판에서 당신에게 잠시 맡겨 놓은 돈입니다. 그리고 그 돈을 되돌려 받을 때에는 엄청난 이자(딴 돈보다 더 많은)까지 붙여서 뜯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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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현재 임상 현장에서 직접 도박 중독자를 상담하고 있는 경륜 클리닉의 고승환 선생님이 대구 대학교 대학원의 재활 과학과에 석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병적도박에서 전두엽-관리기능의 상대적 결손' 논문의 요약 및 나름의 분석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도박 중독자 32명(도박 중독 치료 경험이 없는)
- 일반 대조군 20명
* 측정 도구 : K-WAIS, KIMS 전두엽-관리기능 신경심리검사(EXIT), REY-KIM, K-NODS
* 분석 방법 : 독립표본 t검증, 종속표본 t검증, 효과 크기(effect size) 분석(Cohen's d)
* 연구 결과
1. 일반 지능 면에서 병적 도박 집단과 정상 집단은 차이가 없음
2. 관리 기능 면에서 병적 도박 집단은 정상 집단에 비해 유의미한 결손을 보임
3. 집단(병적 도박, 정상 집단)과 지능 요인(일반 지능, 관리 기능)간 상호 작용이 유의미함
4. 집단 내 일반 지능 요인 간 비교에서 정상 집단은 차이가 없으나 병적 도박 집단은 차이가 유의미함
-> 결론 : 병적 도박자는 하위 인지 기능인 일반 지능에서는 뚜렷한 결손이 나타나지 않으나 일반 지능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상위 인지 기능인 관리 기능에서는 상대적인 결손이 나타나며 이는 병적 도박자의 주된 인지적 특징이 전두엽-관리 기능 저하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임.
개인적으로 제가 지금까지 읽은 도박 중독 관련 국내 논문 중 가장 깔끔한 논문입니다. 분석틀이 단순하지만 군더더기가 전혀 없으면서도 꼭 필요한 핵심적인 이야기는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논문을 읽었습니다.
* 월덴지기의 comment
1. 개인적으로는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 집단을 하나 더 추가해서 세 집단 분석을 했으면 훨씬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습니다. 고승환 선생님도 지도 교수에게 이를 제안했으나 연구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니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해서 이쯤에서 그쳤다고 하시지만 개인적으로 역시나 아깝습니다.
2. 제가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서 그런데 관리 기능의 결손이 하위 인지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관리 기능이 인지 기능의 control center의 역할을 한다면 하위 인지 기능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3. 논의 부분에서 치료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이 논문의 main part는 아니나 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rought하게라도 좀 다루었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사실 현장에서 궁금한 것은 그런 것들이니까요.
4. 고승환 선생님이 제한점에서 말씀하신 표집의 제한 중 여성 도박자의 부족은 사실 제한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모집단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현장에서 보면 워낙 여성 도박자의 수가 적으니까요. 학력 수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도박 중독자들이 고학력자들이 많은 편포된 분포를 이루니까요. 현장의 임상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 논문 분석과 게재는 직접 고승환 선생님의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논문의 전문이 궁금하신 분은 첨부 자료를 다운받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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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의 가족을 상담하다 보면 도박 중독자의 뻔뻔함에 분노하고 치를 떠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도박 때문에 생긴 재정적인 손실로 희망이 짓밟히고 당장 경제적인 압박을 온 가족이 받고 있는데 정작 원인 제공자인 도박 중독자는 별다른 불편함 없이 잘 먹고, 잘 자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지요. 게다가 별로 뉘우치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죠.
실상 그동안 도박 문제를 몰래 감추느라 마음 고생을 했는데 막상 가족들에게 털어놓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마음의 부담을 일시적으로나마 덜 수 있어 안색이 좋아지는 도박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오해하듯이 도박 중독자가 가족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로 인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가족들이 합심하여 도박빚을 대신 갚아주거나 도박자가 져야 할 책임을 대신 지다가 결국에는 소위 '바닥'을 치고 나서야 방법을 바꿔 치료를 받으러 나오게 됩니다.
이 때 가족들은 그동안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지 못하게끔 막아준 방패와 공범 역할을 본인들이 해 왔음을 깨닫게 되고 그때서야 도박자가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도박자 및 도박 문제와 거리를 두게 됩니다.
가족들의 보호와 책임 면제의 우산 밑에서 안전했던 도박자는 드디어 직접 화살을 맞게 됩니다. 그것이 생각보다 괴롭고 힘들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지 되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고 결국 도박자는 가족을 돌아보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됩니다.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죠.
그러니 조바심내지 말고 치료의 원칙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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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부정기적으로 도박을 하는 대신 베팅 액수가 큰 도박 중독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독 상태가 심해지면 경제적인 손실이 커지게 되어 이전처럼 많은 돈을 베팅할 수 없게 되니 적은 돈이라도 자주 베팅하는 패턴으로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베팅 액수와 출입 횟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중독의 정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도 있죠.
사실 도박 중독자의 중독 정도를 가늠하는 것보다 상담자에게 더 유용한 것은 이처럼 소위 가랑비에 옷 젖는 패턴으로 도박을 하던 도박 중독자가 회복되어 다시 이전처럼 많은 돈을 만지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돌아가 부정기적으로 도박을 하면서 큰 돈을 베팅하지 않도록 개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큰 돈을 부정기적으로 베팅하던 도박자는 예전과 같은 경제 수준을 회복하면 지난 번과는 달리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잃지 않는 베팅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우므로 이 부분을 상담에서 다루지 않으면 재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나중에 경제적인 사정이 나아지면 어떻게 재정 관리를 할 것인지, 다시 도박을 할 것인지, 다시 도박을 한다면 어떤 패턴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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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도박 중독자의 배우자(특히 아내)를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배우자 입장에서는 도박 중독자가 밉기만 한 존재입니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도박때문에 경제적인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아야 하고, 치료를 받는답시고 상담센터를 다니면 함께 다니는 수고도 감수해야 하며, 시댁의 눈치도 봐야 하고요. 누군가에게 마음껏 털어놓지도 못하고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마음의 부담이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도박자에 대한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도박자의 바가지를 긁었다가는 긁어 부스럼만 되어 부부 갈등이 증폭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래서 도박자의 바가지를 긁을 때에도 현명한 바가지 긁기를 해야 합니다.
보통 도박자의 바가지를 긁을 때에는 주로 돈 문제가 결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도박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도박자가 도박을 해서 돈을 잃어버린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 바가지를 긁으면 도박자는 자신의 도박으로 인해 이런 경제적 어려움이 왔다고 생각하여 반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에게 익숙한 도박으로 큰 돈을 따서 배우자의 입을 막고 실추된 위상을 높여야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돈은 다시 벌 수도 있고 반대로 더 많이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돈은 가용성이 의외로 높은 자원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며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자원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도박을 하는 동안 배우자,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을 주제로 바가지를 긁어야 합니다. 이 시간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이 시간이 얼마나 아쉬운 것인지, 더 후회하지 않도록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도박자는 도박의 결과로 인해 허무하게 낭비한 소중한 시간을 되돌아보고, 후회하고, 그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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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기로 마음 속 깊이 결심을 했든, 가족들의 강권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도박을 그만두게 되었든 간에 더 이상은 도박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 때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은 눈에 띄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 단도박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서 가족들에게 소위 '점수 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자들은 나름 가족들을 위해서 집안 일을 돕는다든지, 그동안 소홀히 했던 가족들의 대소사를 신경쓴다든지, 도박과 큰 상관이 없는 일들에 열심히 참여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집안 일을 돕거나 대소사에 신경을 쓰는 것 모두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도박자를 칭찬할 생각 자체를 못 합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자는 도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도박을 하지 않고 참는 것 만으로도 매우 힘이 든 상태입니다. 자신이 이렇게 힘든데도 어떻게든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들이 몰라주면 기운이 빠지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식으로 자포자기할 수도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있어 자신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가족의 용서와 인정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렇게 힘들여 굳이 도박을 끊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이라도 도박자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는 가속을 붙이고 흥이 날 수 있도록 의도적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적극적으로 도박자의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칭찬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번 생각을 해 보세요. 도박자가 도박을 시작하면서 어느 누구에게 칭찬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요. 도박을 하면서 항상 거짓말을 하게 되고, 모든 일에 소홀하게 되며, 온통 도박에만 빠져 있었기 때문에 칭찬을 들은 기억 자체가 없을 겁니다.
바꿔 말하면 도박 중독자는 칭찬에 매우 목마른 상태입니다. 그러니 칭찬하고픈 생각이 당장은 들지 않더라도 도박자의 노력을 응원하는 의미에서라도 칭찬을 퍼부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도박자에게는 희망이 필요하고 희망은 칭찬 속에서 꽃을 피우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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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지식 중 대표적인 것으로 도박은 절대로 끊지 못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때 그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말이 도박에 중독되면 손목을 자른다고 해도 발로라도 계속 도박을 한다는 것이죠.
물론 이는 그만큼 도박을 끊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도박 중독이라는 병에 대한 두려움만 확산시킬 뿐 제대로 된 대처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잘못된 접근 방법입니다.
도박 중독이 손목병인가요? 도박 중독은 마음의 병이고, 의학적으로만 생각하면 뇌의 병입니다. 그런데 왜 손목을 자르나요? 병의 원인을 제거해야 나을 수 있다는 논리라면 손목이 아니라 뇌를 잘라야 하지 않을까요?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은 타이밍의 차이는 있지만 언젠가는 '이게 아닌데'하는 깨달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도박자들은 가족에게 언제든 도박을 그만둘 수 있다고 큰소리칩니다. 하지만 잘 안 되죠. 왜냐하면 도박 중독은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마음 만으로는 나을 수 없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그만두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릅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손목을 끊는 것은 도박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계속 하는 것은 손목 때문이 아니라 도박에 대한 집착과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환상, 금단 증상 등 도박 중독의 다양한 특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니까요.
그러니 애꿎은 손목을 자를 생각말고 그 시간에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익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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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05년에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에 대해
*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환급률편)
*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심리적 이유편)
이라는 두 글꼭지로 상세히 포스팅을 한 적이 있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일단 도박으로 돈을 따(최소한 잃지 않으)려면 누구에게든 돈을 빌려서 도박을 해서는 안 됩니다. 돈을 빌려서 도박을 하게 되면 빌린 돈을 상환해야 한다는 심정적 부담을 갖고 도박에 임하기 때문에 감정 조절도 안 되고 무엇보다도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도박장에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간에 도박 자금을 빌려주는 속칭 '꽁지'가 포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돈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돈만으로 도박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 놀이를 하는 것이 꽁지의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돈을 빌려주려고 합니다. 자신을 부를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터무니없는 이자(그것도 선이자)에도 불구하고 꽁지돈을 빌리는 이유는 한번의 승부에서만 제대로 이겨도 빌린 돈을 단숨에 상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습니다만.
꽁지돈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갖고 간 돈만으로 도박을 한다고 해도 돈을 딸 수 없는 이유는 속칭 '데라'라고 하는 수수료를 떼기 때문입니다. 경마, 경륜, 경정 등 합법적인 스포츠 베팅의 경우에는 환급률에 수수료가 이미 포함되어 있으며 불법 카지노의 경우에는 매 판마다 일정한 수수료를 뗍니다. 바카라 게임의 경우 banker가 나올 때마다 통상적으로 5%를 데라로 뗍니다. 그러므로 도박을 오래 하면 할수록 갖고 있던 도박 자금을 야금야금 수수료로 빼앗기게 됩니다. 도박판에서 돈을 버는 건 도박장 주인 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자, 그렇다면 꽁지돈을 빌리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돈만 갖고 도박을 한다고 했을 때 꼬박꼬박 수수료를 떼이는 상황에서 돈을 따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카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쉽게 말해서 1/2의 확률로 banker와 player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니까 엄청난 자금력만 있으면 계속 하나의 선택지만 골라서 더블 베팅(백 만원을 베팅하고 잃으면 다시 거기에 이백만 원, 그 다음에는 사백만 원을 계속 베팅하는 것)을 하면 언젠가 한번은 맞을테니 그 때까지 잃은 돈을 모두 회수하고 결국은 돈을 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도박자들이 자금이 부족해서 돈을 따지 못했다고 변명합니다.
이론상으로는 그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도박장을 운영하는 업자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책도 당연히 마련해두었죠. 바로 베팅 상한선 규정입니다. (주)하이원의 내국인 카지노는 최대 베팅 상한선이 6천만 원(VIP실의 경우), 외국인 전용 호텔 카지노도 8천만 원 이상을 베팅할 수 없습니다. 그 이상으로 더블 베팅을 할 수 없는 것이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지붕에 해당하는 베팅 상한선이 있으니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갉아먹혀서 결국은 무너지게 됩니다.
그러니 꽁지돈을 쓰지 않고 자신의 돈만으로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 떼는 수수료 금액을 줄여도 베팅 상한선이라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도박자가 돈을 딸 수 있는 가능성은 처음부터 아예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도박으로는 절대 돈을 딸 수 없습니다. 이건 제가 보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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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가족들이 울분을 토하는 공통적인 문제 중 하나로 도박 중독자가 너무 뻔뻔하다는 게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자신들은 하지도 않은 도박 때문에 이런 경제적 고통과 피해를 감수하면서 치유를 위해 애를 쓰는데 정작 가족들을 힘들게 한 당사자인 도박 중독자는 잠 잘자고, 잘 먹고, 낯빛도 좋고 너무 태평하게 잘 지내는 것 같다는 것이죠.
그래서 너무 화가 나고 도박 중독자도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제게 묻습니다.
물론 가족들의 정신적 상처와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건 도박자와 상관 없이 상담자와 함께 해결해야 할 심리적인 문제입니다.
현장에서 도박 중독이 병이라는 점을 쉽게 이해시키려고 자주 암에 비유하곤 합니다. 만약 가족 중 하나가 암에 걸렸는데도 당사자가 아니라고 극구 부정하면서 치료를 거부하고 병을 키워 이제는 치료비로 가산을 탕진하게 되었다면 그래도 우리는 암 환자가 뒤늦게라도 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하게 된 것을 기뻐하지 않고 너무 뻔뻔하다느니, 가족들의 고통을 나몰라라 한다느니 하면서 비난하고 더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겁니다. 이
모든 오해는 가족들이 아직도 도박 중독을 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자와 도박 중독이라는 문제를 분리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죠.
도박 중독자가 반성하고 그에 따른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가족들의 생각은 복수 심리 그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며 정도가 심할 경우 이것이야말로 오히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마음의 문제입니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고통을 당했으니 네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너도 상응하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이런 복수 심리는 도박 중독 치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악영향만 미칩니다.
자,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는 병에 걸린 사람이니 반성할 필요도 없고 고통을 당해서도 안 되니 가족들의 문제는 그냥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족들이 원하는 도박 중독자의 뼈저린 반성과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이에 수반하는 일종의 회개와 수용, 용서의 때는 나중에 오게 됩니다.
지금은 도박 중독자가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 나오기에도 버겁기 때문에 터널 밖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박 충동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서 그야말로 정신을 차리게 되면 그제서야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때는 반드시 옵니다.
타이밍은 상담자가 도박 중독자를 상담할 때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도박자와 그 가족의 화해에도 타이밍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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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의 자발적 배제 시스템이란 도박 중독자 혹은 직계 가족이 자신의 도박 문제로 인한 폐해를 줄이고자 자발적으로 출입 금지를 신청하는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 하이원(강원랜드)의 내국인 카지노에서만 실시하고 있습니다.
도박자 본인이나 가족이 신청해서 출입 금지 신청이 된 상태에서 다시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일정 횟수 이상의 의무 상담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도박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죠.
현장 치료자의 입장에서 자발적 배제 시스템의 강점은 도박 중독자의 주 도박이 내국인 카지노인 경우에는 접근성을 떨어뜨림으로써 충동을 감소하게 만드는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도박자들이 출입이 금지된 상태에서 충동이 생겨도 어차피 갈 수가 없기 때문에 포기한다고 보고하는 등 치료 초기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만 하더라도 카지노를 주 도박으로 하는 도박자에게는 자발적 출입 금지부터 신청하도록 독려합니다.
현재 사감위에서는 내국인 카지노 뿐 아니라 경륜, 경정, 경마 등 스포츠 도박에도 이 자발적 배제 시스템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의 충동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면 적용하면 좋은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제가 볼 때
자발적 배제 시스템에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실현 가능성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치료 효과성의 문제입니다.
우선 강원도라는 특정 장소의 협소한 공간에 출입자 확인이 가능한 내국인 카지노의 경우 이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경마만 하더라도 3개의 대형 경마장, 30개가 넘는 장외발매소, 하루 출입 인원 15만 명이 넘는 대형 사행산업이기 때문에 자발적 배제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무리해서 도입할 경우 실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실 실현 가능성의 문제는 전산화 시스템의 도입과 관련하여 액수가 엄청 크기는 하겠지만 예산을 무제한으로 투입하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제인 치료 효과성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감위에서 운영하는 치료 기관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도박 중독 치료 기관에 주로 의존하는 형편입니다. 사실 상의 도박 중독 치료를 모두 담당하고 있죠. 그런데 만약
자발적 배제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출입 정지를 해제하기 위한 의무 상담이 폭주하여 본질적인 업무인 도박 중독자 치료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주)하이원에서 운영하는 센터에서는 상담자가 90% 이상의 시간을 의무 상담을 하는데 소모하는 형편입니다.
물론 출입 정지를 해제하려는 도박자의 상당 수가 도박 중독자일 수 있다는 가정을 한다고 해도 3회의 상담으로는 실질적인 치료 효과가 전무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전시용 탁상 행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자발적 배제 시스템의 도입이 가능하다고 해도 출입 해제를 위한 의무 상담을 사감위와 같은 국가 조직에서 일괄적으로 담당해야 정작 치료가 필요한 도박 중독자의 치료를 소홀하게 되는 소탐대실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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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미의 존재는 더 없이 소중합니다. 물론 도박만큼 재미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도박을 대치할 취미 생활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도박을 하는 동안만큼은 세상사의 시름도 잊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지루한 시간을 때우게 만들어주는, 때로는 일확천금의 환상적인 꿈도 꾸게 만드는 도박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은 가족과 달리 도박 중독자에게는 말 할 수 없는 상실감을 가져다 줍니다.
따라서 그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취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취미 생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정작 가족들이 도박자의 취미 생활 만들기에는 매우 소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스스로 좀 알아보라고만 하면서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도박자에게 필요한 것은 취미 활동 그 자체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움, 그리고 가족에게 버림 받지 않고 여전히 가족 성원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안도감입니다.
우리가 "영화 좋은 거 나왔던데 혼자 가서 보고 와"라고 하지 않고 "볼 만한 영화 나왔던데 오랜만에 함께 볼까? 예매 좀 해 줄래?"라고 하듯이 도박자의 취미를 찾아줄 때에도 혼자서 알아서 하라고만 하지 말고 배우자 또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 생활, 예를 들자면 함께 자전거 타기, 공연이나 영화 함께 보기, 주말 농장 가꾸기 등을 먼저 제안해도 좋고 도박자가 찾아냈을 때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취미 생활은 도박자에게 벌 주려고 찾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취미 생활을 찾아보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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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신이 도박중독치료 전도사가 되어 도박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함께 도박하던 사람들에게 예방 홍보를 하고 다닌다는 도박 중독자가 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도박자에게 도박중독의 폐해를 알리고 다니는 것이 정작 도박 중독자 본인에게 도움이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도움이 됩니다.
우선 다른 도박자에게 경고를 하려면 자신이 도박중독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어느 정도 open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수준까지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많이 알면 알수록 도박 자금을 빌리기 어렵고 감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재발 방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도박 중독자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경고함으로써 도박을 끊어야만 한다는 자기 세뇌를 반복하고 이로 인해 약한 의지를 다 잡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다른 도박자에게 경고를 하는 것은 도박을 끊어야 한다는 자기 의지를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도박 중독자가 그동안 자신의 도박 문제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주었음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시도하는 행동일 수 있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가 다른 도박자에게 경고를 하고 다닌다고 해서 주제도 모른다고 면박을 주지 마시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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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도박 중독자를 상담할 때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마음가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밀지 말고 끌어 당기는 기분으로 상담을 하자는 것입니다.
다른 상담에 비해 도박 중독 상담은 알게 모르게 지시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무 변제 문제, 가족과의 갈등 문제, 단도박을 위한 환경 조성 문제, 불법 도박을 포함한 법적 문제 등 산적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상담 초기에는 특히 공감과 경청만 갖고 상담할 수가 없습니다.
핵심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도박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빨리 치우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직접적인 조언을 많이 하게 되고 때로는 지시도 불사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치료에 대한 동기와 의지가 없기로 유명한 도박 중독자들을 자신도 모르게 자꾸 밀어 붙입니다. 동기 강화 상담을 한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자를 상담하는 상담자는 이 점을 항시 염두에 두고 내담자를 살살 끌어 당긴다는 느낌으로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박자가 치료에 얼마나 개입하는지는 스스로에게 달려 있고 그 책임도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주고 정서적인 거리를 적절히 유도하면서 동시에 필요할 때 언제든 이야기만 하면 도와줄 수 있다는 든든함을 느끼게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상담 장면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꼬드겨야 합니다.
저는 도박자를 살살 끌어당기는 방법으로 '친구 되기'를 즐겨 사용합니다. 도박자가 상담자를 어려운 사람으로, 나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공식적인 사람으로 규정하는 이상 치료적인 효과는 상당히 더디 나타납니다. 오히려 친구처럼, 때로는 형이나 든든한 동생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대하는 것이 의외의 효과를 가져오더군요.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좀 더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지, 왜 자신의 문제를 빨리 인정하지 않는지, 생활 습관의 변화는 왜 이렇게 느리게 나타나는지 초조한 나머지 도박자를 밀어 붙여봤자 거부감만 키우고 결국은 도박자를 떠나게 만듭니다.
오히려 가족들의 행복과 미소, 품을 그리워하게 만들도록 도박자를 살살 끌어당겨야 마음 자세의 진정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도박 중독자는 때려잡아야 할 악의 근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가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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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의 가족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끔 TV에서 도박 중독의 폐해를 고발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방송할 때 굳이 도박자를 TV앞에 앉히거나 녹화라도 해서 꼭 보게 한다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도박 중독이 자신과 가족에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다시 한번 상기함으로써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을 하라는 의미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분들의 주장입니다.
일단 도박 중독을 병이 아닌 죄나 도덕적인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에 대해서는 이전에 많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다시 강조하지 않겠습니다. 어쨌거나 시작부터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점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도박 중독자에게 죄책감을 유발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은 실질적인 효과가 전무합니다. 우선 도박자는 그런 가족의 행동을 끔찍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상담하는 도박자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싫어하는 가족의 행동으로 꼽는 도박자가 매우 많습니다.
물론 죄책감이 일시적으로는 도박 충동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죄책감은 기본적으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저 도박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억누를 뿐입니다. 죄책감은 부정적인 감정이고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죄책감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한 회피 행동만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도박자에게 필요한 감정은 죄책감이 아니라 부러움입니다.
도박자는 지금까지 아무런 생각없이 도박을 할 때의 희열에 사로잡혀 있거나 도박으로 자신의 인생을 역전할 수 있다는 허황된 믿음을 붙잡고 살아왔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깨닫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려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을 하지 않고도 자신이 꿈꿔왔던 삶을 누리는 것, 가족과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하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 전까지는 그런 삶을 부러워라도 해야 합니다. 부러움은 변화하고자 하는 동기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박자가 누군가(그것이 도박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를 부러워한다면 도박에서 벗어날 힘을 추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도박자에게 죄책감을 유발하는 어떠한 행동이든 결과적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도박자가 부러움을 느끼게 만드세요. 그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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