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탈도박 단계'라는 포스팅에서 저는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는데 있어 밟아나가는 과정을 3개의 단계로 나누어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그 포스팅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데 그 때는 도박에 대한 도박자의 생각이 바뀌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오늘은 각 단계에서 도박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1단계 : 도박이 하고 싶지만 억지로 참는 단계
: 도박이 하고 싶다는 건 여전히 도박 충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듯이 이 단계에 속한 도박자도 늘상 도박 충동에 시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는 도박 생각이 전혀 안 나다가도 느닷없이 강렬한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항상 도박을 하고 싶다는 충동은 느끼지만 그렇게 강한 수준은 아니고 막상 도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에서 지내고 있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이 단계에서는
도박 충동과 적극적으로 싸우는 것이 중요한 단계로 가만히 있으면 상류에서 오염 물질이 계속 흘러내려오는 상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충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오염 물질을 퍼 내야)합니다.
도박 충동을 자극할 수 있는 시간, 사람, 장소를 적극적으로 피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 2단계 : 도박이 두려워서 차마 못하는 단계
: 도박 충동은 어느 정도 통제가 되고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도박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는 않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도박과 관련된 자극에 접하게 되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1단계를 거치면서 도박을 계속 했을 때의 결과에 대해 잘 알게 되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참고 있는 단계이죠. 문제는 브레이크의 역할을 하는 그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사라져서 제동력이 계속 약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도박 충동이 침투할 틈이 없도록 일상 생활을 촘촘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삶의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개구멍이 뚫린 곳은 없는지 매사 확인하고 발견할 때마다 틀어막아야 합니다.
* 3단계 : 도박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고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단계
: 2단계까지 무리없이 진행했다면 더 이상 도박에 관심을 두지 않고 도박으로 인해 야기되는 흥분과 짜릿함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 특별한 사건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도박 충동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지 않는 비교적 안정된 단계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혐오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죠. 다만 그냥 마음놓고 잘 살면 되는 건 아니고
도박과 관련이 없다고 해도 삶의 목표와 방향, 속도를 평소에 자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으로부터 치유되는 과정은 처음에는 도박과 관련있는 것들을 챙기고 나중에는 도박과 언뜻 관련이 별로 없어보이는 것들까지 꼼꼼히 챙겨서 물 샐 틈없이 만드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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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서 치유되었다는 건 어떤 걸까요?
많은 분들이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고 난 뒤의 삶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이야기합니다.
도박 충동이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도박 생각이 나지 않으며 심지어 다시 도박을 접하게 된다고 해도 이전과 달리 흥이 나지 않으며 도박에 무감각해지는, 마음의 평안을 얻은 상태를 떠올립니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어 흉터를 찾는 것도 어려운 그런 상태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죠. 도박에 의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완전히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삶,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으로부터 치유된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삶이란 아래의 것과 더 비슷합니다.
평소에는 도박에 대한 생각이 거의 나지 않지만 도박 충동이 자극되는 상황, 다시 말하면 도박과 관련 있는 장소, 사람, 시간 자극을 우연히라도 접하게 되면 몸과 마음 어디선가 그 자극에 공명해 울렁거림을 느끼고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그 울렁거림이 점점 심해져 도박 중독으로 받은 마음의 상처가 욱신거리는 삶, 상처는 완전히 아물어 흉터조차도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상처가 워낙 깊었기 때문에 비만 오면 고통으로 어디를 다쳤는지 대번에 느끼는 것, 그것이 도박 중독이 남긴 상처입니다.
저는 상담을 할 때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는 건 목숨을 건지는 일이나 같기 때문에 손이나 발 하나 쯤은 자를 각오를 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만큼 도박 중독이 치유되는 건 어려우니 각오를 단단히 하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지요. 그런데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도박을 그만두기를 원하는 도박자가 너무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는 과정도 고통스럽지만 한번 도박에 중독되면 치유되고 난 이후에도 그 때의 상처를 욱신거리는 고통과 함께 평생 되새기며 살아야 합니다.
그만큼 도박 중독은 병 자체도 무섭고 뒤끝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니 절대로 도박 중독을 우습게 보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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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도박자는 반드시 자신의 도박 충동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도박 충동을 다룰 수 없는데 도박 중독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도박 충동을 인정해야 치유 과정에서 도박 충동이 줄어드는 정도를 알아차릴 수 있고 그 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치유적인 기법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자기 도박 충동의 존재와 정도를 모른다면 제대로 된 치유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도박 충동의 존재는 상담자와 도박자가 이미지를 활용한 간단한 심상화 과정을 통해 외재화함으로서 알 수 있지만 도박 충동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도박 충동 그 자체보다 도박 충동과 결합되어 있는 생각과 감정을 다룰 필요가 있고 또 그것이 더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도박 충동이라는 용어를 다룰 때 많은 상담자들이 그것을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로만 간주하곤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상담자마저도 도박 충동을 고삐 풀린 괴물로만 인식하고 있으면 도박 충동을 가둬놓으려고만 하지 길들이려고 시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이론과 달리 제 경험으로는
도박 충동과 좀 더 가깝게 결합되어 있는 것은 도박 감정이 아닌 도박 생각입니다. 거의 자동적 사고 수준으로 빠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 뿐이지 도박 충동이 일어나자마자 어느새 도박 생각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도박자 고유의 도박을 허락하는 생각을 빠르게 반박하지 않으면 곧바로 도박을 하도록 밀어붙이는 감정이 뒤따라 올라오게 됩니다. 도박 생각은 그나마 합리적인 논박이 가능하지만 도박 감정은 그야말로 쓰나미처럼 밀려오기 때문에 한번 휩쓸리면 인지적인 제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도박 충동의 제어는 결국은 도박 감정보다는 도박 생각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도박 중독자는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이는 도박 감정과 그 결과에 몰입된 상태이므로 알코올 중독자가 술 생각이 나는 것이 당연하듯이 도박 중독자에게 도박 생각이 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박에 대한 생각이 도박 충동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고 도박 중독자의 의지와 상관이 없다는 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적절한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상담자가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도박 충동을 다룰 때 관련되어 있는 도박 생각과 도박 감정을 구분하고 도박 생각이 먼저, 도박 감정이 나중에 따라온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도박 중독자가 도박에 대한 에피소드(과거에 도박을 했던 추억일 수도 있음)를 이야기할 때 뒤따르는 생각(의 경우 뒤따른다기보다는 동시에 떠오른다는 것에 가까움)과 감정을 구분하고 생각은 자동적 사고를 찾듯이 탐색하여 반박 논리를 개발하고 감정은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나누어 어떤 신체적 증상과 연결되어 있는지 함께 파악해야 합니다.
도박으로 돈을 땄던 때의 추억을 말할 때 약간은 흥분되고 심장이 빨리 뛰고 온몸이 저릿저릿하는 긍정적인 감정을 보고할 수 있으며 도박으로 돈을 잃었던 때의 경험을 말할 때 가슴이 텅빈 것 같고,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뱃속에 묵직한 돌이 든 것 같은 무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도박 충동을 통제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이니 잘 챙겨두시기 바랍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브레이크로, 긍정적인 감정은 경고등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글이 중언부언 길어졌는데 간단 요약해 봅니다.
1. 도박 충동은 도박 중독 치유를 위해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핵심 주제이다.
2. 도박 충동을 다룰 때에는 도박 생각과 도박 감정을 구분하되 함께 다루어야 한다.
3. 도박 충동은 대개 도박 생각이 먼저, 도박 감정이 뒤따르지만 파괴력은 도박 감정이 더 크다
4. 도박 감정은 에피소드에 따라 긍정적, 부정적 감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 분석하여 잘 챙겨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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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현 현상은 우리의 몸이 좋은 영양 물질을 섭취하게 되면 생체 기능이 조절됨에 따라 몸 안의 독소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걸 주로 한의학에서 일컫는 말입니다. 잠시 눈앞에 캄캄해지고 어지러운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 치유에서도 명현 현상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하던 도박을 갑자기 중단하고 나면 잘 되던 주의 집중이 안 되거나 짜증이 늘고 잠자리도 불편해 뒤척이게 되는 등 여러 가지 금단 증상이나 문제가 갑자기 새롭게 나타날 수 있죠. 때로는 갑작스럽게 도박 충동이 강해질 수도 있어 내가 제대로 치유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명현 현상의 일종입니다. 제대로 된 치유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도박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이 저항하는 것이죠. 오히려 아무런 명현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 문제인 것이니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꾸준히 일관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치유의 원칙과 기준을 일관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켜나간다면 명현 현상은 곧 사라지고 진정한 회복의 길로 들어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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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신체 질환과는 달라서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듯이 도박 생각이 나지 않게 할 수도 없고 치료의 과정이 구조화되어 있어 1단계를 마치면 2단계로 넘어가고 그 다음에 회복 과정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치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너무 많기 때문에 입구와 출구가 하나라고 해도(그렇지도 않지만) 동굴 안의 갈림길이 무궁무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많은 상담자가 필요하고 그러한 상담자라도 자만하지 않고 항상 겸허한 마음으로 상담에 임할 필요가 있죠.
이처럼 도박 중독 치유 과정이 변화무쌍하기는 해도 도박자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도 있고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는 데 그건 바로 '후회'와 '부러움'입니다.
'후회'는 과거를 정리하는 데 필요한 마음이고 '부러움'은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데 필요한 마음입니다.
미련과 한탄, 아쉬움을 동반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후회입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인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죠. '아,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깨달음에서 나오는 후회는 그 때까지 계속 질질 딸려오던 미련과 집착을 끊어낼 결단력을 도박자에게 줍니다.
집착을 끊어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 생각이 안 나는 것도 아니고, 도박 충동이 올라올 때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어떻게 살고 싶다는 계획과 희망, 설레임이 없다면 강을 거슬러 보트를 저어 올라가듯이 조금만 힘이 빠지거나 게을러지면 다시 뒤로 후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러움이 필요합니다. '나도 저렇게 웃고 싶다', '나도 저렇게 마음편히 살고 싶다'는 바램을 만드는 감정이 부러움이죠. 도박자가 과거를 잊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러움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과 상담자까지 먼저 행복해질 필요가 있는 겁니다. 도박자에게 부러움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도박 중독자가 치유되는데 꼭 필요한 두 가지 마음, '후회'와 '부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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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충동을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단도박 유지 뿐 아니라 재발 예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치유 과제입니다.
바꿔 말하면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없으면서 도박 중독을 치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이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 중독자에게 중요한 원인을 찾고 그 원인에 맞춘 조절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 중에서 특히 중요한 두 가지가 바로 '가족 갈등(부부 갈등)'과 '재정적 어려움'인데 이 두 가지 원인에 의해 야기되는 도박 충동을 다루는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신세 한탄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인 남편의 과거 행동을 탓할 때와 수입이 일정치 않아 이자 납부가 늦어져서 전화로 채권 추심을 당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죠.
어느 것이 더 강한 도박 충동을 야기하느냐를 구분하는 것보다 충동을 통제하기 위한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상황에 대한 통제 권한이 자신에게 없어 노력에 의해 바뀌기 힘든 상황일수록 대체로 충동이 잘 줄어들지 않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배우자와 말싸움하는 상황보다 빚 독촉을 받는 상황이 도박자의 통제 권한이 더 적습니다. 부인의 마음을 달래주거나 대화로 감정이 더 격화되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이자를 내지 않는 이상 빚 독촉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통제력(controllability)은 도박 중독자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로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마저도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매달리다가 높아진 도박 충동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 중 객관적인 상황 자체를 바꿀 수 없는 경우에는 수용(acceptance)과 내려놓기 혹은 바라보기 같은 기법을 활용하도록 guide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태그 -
acceptance,
controllability,
내려놓기,
단도박,
도박,
도박 중독,
도박 충동,
도박자,
바라보기,
수용,
재발,
재발 예방,
중독자,
치유,
통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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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가족과 상담자에게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한번만 더 해보고 따든 잃든 그만두겠다, 믿어달라"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자신의 모든 기술과 정보를 쏟아 부운 뒤 정말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에서 나온 것이든 잃어버린 돈에 대한 본전 집착이든 간에 상관없습니다.
이 말을 하는 도박자는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도박을 그만두지 못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말은 도박을 계속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 기제처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상 어떤 조건을 걸고 도박을 그만둘 것을 결정하는 모든 방법은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박을 끊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도박을 지속하고자 하는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방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운 좋게 돈을 따면 '역시 내가 옳았다. 이렇게 하면 딸 수 있는 거였어'.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왔으니 이제는 계속 딸 수 있을거야', '지금까지 잃었으니 이제 앞으로는 딸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고, 설사 또 다시 돈을 잃어도 돈을 잃게 된 원인을 '확실하게 베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주지 않아서 뒷심부족으로 잃었다', '그 날 잔소리만 안 했어도 운이 내 편이었을텐데 가족 때문에 재수 없어서 망했다'는 식으로 외부 요인에 돌리고 환경만 탓하게 됩니다.
결국 이번 한번만이라는 도박자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죠. 그러니 도박을 끊고자 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당장 단도박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차라리 '나는 도박 중독자이기 때문에 도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고 도박을 하러 가기 바랍니다.
그래야 양심에 타격을 받게 되고 자신의 도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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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과 관련된 생각이 떠오를 때 생각의 꼬리를 물고 계속 따라갔을 때 결국 도박을 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자신의 생각이 아닌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도박을 허락하는 생각이니 그대로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때 따라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호소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그도 이해가 됩니다. 우선 치유 중의 도박자는 아직 주의 집중력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처럼 오랫동안 집중해서 생각을 이어가기 어렵고 충동적인 경우가 많아서 빨리 결론을 내고 싶어 조바심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분히 앉아서 그것이 자신의 순수한 욕구에서 비롯된 생각인지 가라앉지 않은 도박 충동에 의해 촉발된 생각인지 구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죠.
그럴 때 제가 제안하는 구분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박과 관련이 있다고 짐작되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 생각만 붙잡되 아주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세요.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면 치유적인 생각이고 그렇지 않으면 도박 충동의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숨겨둔 친구에게 빌린 돈 50만 원을 갚는 문제가 있다고 하죠. 용돈을 모아서 갚는 것 말고 좀 더 빨리 갚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고 했을 때 그 돈을 갚을 체계적인 계획이 그려지지 않고 그저 빨리 갚고 싶다는 모호한 생각 이상으로 더 나아가지 않을 때 그것은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생각입니다.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생각의 의도는 결국 도박자를 도박하게 만드는 것 뿐이기 때문에 근거와 체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예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구분이 어려울 때에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됩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면 자신의 생각이고 막연하고 모호하기만 하면 그건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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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초기에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사실 딱 하나입니다. 도박자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거라는 보장이죠. 단도박만 가능하면 그동안 도박자가 가족들 뒤통수를 쳤던 것, 거짓말 했던 것, 무책임하게 행동해서 실망했던 것들 모두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게 그렇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자신의 도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고 이번에는 확실히 도박을 끊어보겠다고 결심한 도박자는 나름 열심히 노력합니다. 상담도 열심히 받고, 단도박 모임도 빠짐없이 나가고, 일도 열심히 하고, 집에서도 그동안 가족들에게 상처준 것을 보상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가족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미흡하고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치유 초기에 도박자는 도박 생각과 충동과 맞서 싸우는 것만 해도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도박으로 돈을 딸 것 같은 착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데다 경제적인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한번만 크게 따서 조금만이라도 힘들이지 않고 복구하고픈 유혹과도 싸워야 합니다. 게다가 환경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도박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계속 연락이 오기도 하고 도박 관련 스팸 문자도 쉴 새 없이 날아드니 하루에도 몇 번씩 도박에 손을 대고픈 충동을 억눌러야 합니다.
그런데 가족에게는 도박 충동과 싸우는 도박자의 노력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가족의 입장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생활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요. 게다가 도박자의 행동만 믿으라는 이야기를 계속 듣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도박 충동과의 싸움이 얼마나 처절하고 치열한지 가족들이 알아차리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대부분 빚을 갚기 위한 도박자의 계획과 노력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제로 얼마나 진척이 되었는지, 출, 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지, 가사 분담을 얼마나 잘 하는지, 용돈을 사용하는데 있어 현금 출납부를 얼마나 꼼꼼하게 기록하는지 등을 보고 도박자의 치유 노력을 평가하려고 합니다.
물론 치유 작업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가면 가족들이 원하는 가시적인 행동 변화도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치유 초기에는 도박자가 이 모든 걸 동시에 다 잘 할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충동과 싸우는 것만 해도 힘에 부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도박자와 가족이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이 치유의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의 차이와 갈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은 이런 생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허심탄회하게 도박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중재가 필요하면 상담자나 치료자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치유 초기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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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가족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왜 이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었는가'이듯이 치유의 길에 들어선 도박자도 내심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이 도박에 빠진 이유입니다. 정신없이 도박을 할 때에는 몰랐지만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잃은 돈을 복구하고 빚을 갚기 위해서 혈안이 되었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 이유만으로 도박에 집착했던 것 같지는 않거든요.
또한 기왕 도박 중독을 치료하겠다고 결심한 거 왜 도박에 빠졌는지를 알아내면 좀더 쉽게 앞으로 도박을 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스스로 열심히 찾아보기도 하고 상담자에게 묻기도 하는 등 원인 찾기에 몰두합니다.
상담자와 함께 하는 도박 중독 치유 과정에서는 어차피 재발 예방 부분에서 다루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도박중독의 원인찾기를 치유 초기에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치유 초기에 도박중독의 원인찾기가 해로운 이유는 그 과정에서 도박 충동이 자극되기 때문입니다.
언제 처음 도박을 시작했는지, 처음에 도박을 하러 갔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얼마를 잃었는지, 언제부터 베팅액수의 제한이 되지 않고 고삐가 풀린 것처럼 마구 추격매수를 했는지 등등을 생각하면 할수록 도박과 관련된 기억, 감정 등이 쏟아져 나오고 이것이 연결된 도박 충동을 자극하기 때문에 도박 충동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박 자극과 관련된 기억, 감정 등에 자꾸 접촉하는 건 아직 뇌관이 제거되지 않은 폭탄을 주물럭거리는 것과 같습니다.
치유 초기에는 도박 충동을 다루기 위한 기술도 부족하고, 도박 충동이 자극되는 상황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도박 충동이 자극될 수 있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중독의 원인을 찾는답시고 호신술 도장을 다닌 지 일주일 밖에 안 되는 초심자가 자신이 왜 과거에 불량배에게 두들겨 맞았는지 알아보려고 제발로 불량배를 찾아가는 일만큼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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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차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도박자의 가족을 힘들게 만드는 문제로는 '의심병'과 '조급증'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의심병'은 가족 뿐 아니라 도박자와 관계 갈등을 만드는 주범이죠.
그런데 의심병이 무엇인지 알게 된 가족 중에서 도박자를 의심하는 자신의 마음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도박자가 상담도 열심히 받으러 다니고 도박 떄문에 생긴 빚을 갚는다고 이런 저런 방법도 알아보고 그동안 소홀했던 일까지 열심히 하는데 정작 자신은 도박자가 조금만 늦어도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것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이 그렇게 쉽게 치유되는 병도 아니고 도박자가 도박 충동을 조절할 수 있을만큼 회복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만큼 도박자에 대한 의심이 쉽게 가시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마음 속에 도박자에 대한 의심이 일어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 불필요한 죄책감과 가책 때문에 마음의 병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의심이 드는 자신의 나약한 마음을 인정하고 나면 극복하는 것이 쉬워집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의심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지. 혹시나 이 사람이 다시 도박을 시작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이런 의심이 드는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라고 마음먹는 겁니다.
의심이 드는 마음을 인정하는 것은 도박자가 마음 속에서 도박 충동이 일어나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의심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몰아부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심이 일어나는 마음을 그대로 지켜보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방을 확인하는 전화를 하거나 도박을 하고 다니는 것은 아니냐고 도박자를 추궁하거나, 몰래 계좌 내역을 조회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세요.
도박자가 도박 충동과 맞서 싸우는 일이 무익한 것처럼 의심과 맞서 싸우는 것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일입니다.
그러니 의심이 드는 마음을 인정하고 다만 확인하려는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데 그 에너지를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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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는 워낙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에 도박자와 그 가족 뿐 아니라 상담자도 정신없게 만듭니다만 모든 문제에는 당연히 해결 방법이 함께 있게 마련입니다.
도박 중독의 경과에 따라 가장 힘든 문제가 바뀔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스스로에게 그 중 어떤 문제가 가장 힘들고 해결하기 어렵게 느껴지는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문제가 바로 해결책이 숨어 있는 문제니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도박을 그만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여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계속 도박 생각이 납니다. 도박에 빠진 동안 직장에서 일을 소홀히 했더니 상사가 맨날 일 못한다고 대놓고 면박을 줍니다. 도박 자금으로 사용하려고 여러 명의 친구에게 조금씩 돈을 빌렸는데 갚을 일이 막막하니 친구들의 연락을 자꾸 피하게 됩니다. 이러다가 친구 관계가 다 끊기지 않나 두렵습니다. 아내가 자기 명의로 된 재산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산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러다가 갑자기 이혼 소송이라도 내려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 중 무엇이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고 스트레스를 주나요? 이 모든 문제가 도박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니 도박만 그만두면 해결될 것 같아도 그렇지 않습니다.
배수구가 막히면 물이 내려가지 않고 막힌 곳을 뚫어야 물이 정상적으로 내려가듯이 가장 힘들다고 느껴지는 그 문제부터 정면 돌파해서 해결해야 다른 문제를 해결할 힘이 생깁니다.
이제서야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배우자에게 버림받는 것이 가장 두렵고 끔찍하다면 가족의 신뢰를 다시 쌓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때문에 친구들이 오해하고 자신을 떠날까 두렵다면 그들에게 자신의 도박 문제를 솔직하게 open하고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도박 충동이 너무 강해서 자꾸 도박 생각이 나는 것 때문에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무엇보다 먼저 도박 충동을 통제하고 여가 시간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자신을 가로막은 성벽이 너무 높아서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우회로만 찾다가는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돌아가는 길이란 결코 없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힘들고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그것이 바로 도박 중독을 치유하는 지름길이자 돌파구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무조건 정면 돌파하세요. 이것만 돌파하면 그 다음은 정말 쉽습니다. 이 성벽만 넘고 나면 내가 왜 이런 걸 갖고 그렇게 고민했나 싶을 겁니다.
이건 정면승부에 성공한 모든 도박 중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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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치료에 있어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몇 차례나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투명성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상담을 할 때 내담자들에게 도박과 관련이 있는 일이건 도박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건 간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조언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도박 생각이 나느냐는 가족들의 의심섞인 질문에도 솔직하게 생각이 난다고 대답을 해 가족들이 발칵 뒤집어지는 일이 상담 초기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가족들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서 생각나지 않는다고 대답을 해야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하는 그런 뻔한 답변을 가족들이 믿을리도 만무하고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므로 도박 생각이 난다고 대답하는 것이 솔직한 겁니다. 가족들의 분노와 실망감을 피하려고 잔머리 굴리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도박자의 우직함이 결국 신뢰 점수를 따게 됩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자신과 타협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박자라면 대개 동의하시겠지만 도박을 하다 보면 자신과 타협하고 야합하고 합리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정교하게 계획해도 그런 타협은 결국 들통나게 되어있죠.
그래서 모든 것을 가족에게 털어놓은 뒤 차라리 속 편하다고 고백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그만큼 도박 충동의 먹이가 되는 거짓말은 그 자체로도 사람의 마음을 옥죄는 족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매사에 투명하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음모를 꾸미려는 외부 사람에게도 별 매력이 없는데다 스스로를 속이거나 포장할 필요가 없게 되니 언제나 떳떳하고 당당합니다.
그래서 도박을 하게 될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재발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항상 감추고 숨기고 음모를 꾸미는 것에서부터 재발은 시작되거든요. 그러니 무조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물론 재발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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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를 상담하다보면 이제는 도박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도박자를 간혹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목감기가 심해서 병원에 다녔는데 더 이상 목이 아프지 않으니 이제는 병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얼핏 들으면 맞는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더 이상 도박 생각이 나지 않으면 도박 중독이 치료된 걸까요?
사실은 도박 생각이 계속 나는데도 상담을 받기 싫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는 도박자는 제외하고 정말로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도박자만 생각해보죠.
왜 도박 생각이 나지 않을까요?
도박 빚을 갚느라고 온통 신경을 쓰다보니 도박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수도 있고, 도박 충동이 잠시 가라앉아서 일시적으로 도박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도박자는 앞으로도 도박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상담 초기에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훨씬 더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더 큰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에 바다의 수심이 더욱 얕아지는 것과 비슷한데요. 그걸 앞으로 쓰나미가 오지 않을거라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도박 생각이 나지 않아서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몰려올 도박 충동을 어떻게 이겨낼지 자신을 연마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암에 걸렸을 때 다행히 수술로 종양을 잘 제거했다고 해서 이제는 더 이상 암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당연히 앞으로도 재발하거나 전이되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검사하면서 평소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할 겁니다. 즉 암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죠.
도박 중독으로 인해 엄청난 재정적인 손실과 도박 빚까지 생기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과 관계 갈등까지 경험했다면 당연히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도박 문제에 대해 계속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밤낮으로 도박 문제만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자초할 필요까지는 없어도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야죠.
도박 생각이 나지 않으니 이제는 더 이상 도박 중독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도박자에게 낙관적인 미래는 없습니다.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이 때야말로 심기일전하여 도박 중독과 싸울 기술을 익힐 시간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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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도박 중독이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도박 중독은 분명히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병이고 치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당뇨병처럼 평생을 조심하며 살아야 하지만 결코 불치병은 아닙니다.
그러니 도박은 손목을 잘라도 못 끊는다는 일반적인 속설이나 어디서 주워들은 주변 사람들의 실패 경험만 믿고 도박 중독은 가망이 없는 병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비전문가들의 말은 전혀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도박 중독은 과연 불치병인가'라는 글에서 강조해서 말씀드렸듯이 도박 중독이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에게 더 이상의 해악을 끼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이 바닥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그런 약해빠진 정신 상태로는 도박 중독과 싸울 수 없으니까요.
어느 정도 도박 충동과 싸우는데 익숙해지고 일상 생활도 복구가 된 도박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지?'
치유되지도 않았는데 혼자 착각해서 상담을 중단했다가 재발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평생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언젠가는 상담을 종결해야 하는데 대체 그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족들이라면 도박 중독의 가장 큰 특징 두 가지인 '거짓말'과 '무책임'이 도박자에게서 사라져서 매사에 진실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어느 정도 도박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걸 알 수 있겠지요.
그런데 도박자에게도 그걸 알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도박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도박 중독은 도박자의 기억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도박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것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대신
도박 생각을 유발하는 도박 관련 자극이 없으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는 가능합니다. 상담을 종결하고 몇 달 만에 추후 상담을 받으러 온 도박자는 그 동안 전혀 도박 생각이 나지 않다가 상담 예약한 날짜가 되니 도박 생각이 나더라고 보고하곤 합니다.
둘째. 도박에 심하게 중독되었던 당시에는 도박 생각이 나면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갈망에 시달리고 그 갈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도박을 하곤 했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생각이 나더라도 충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갈망이 생겨도 아주 손쉽게 이겨낼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도박을 할까 말까 하는 갈등이 생기지 않는 것이죠.
셋째. 치유 이전 혹은 치유 과정 중에 있는 도박자라면 가족의 의심이나 잔소리, 간섭에 의해서도 감정이 쉽게 흔들리고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의심받으면서 사느니 차라리 도박을 하면서 내 맘껏 살아보자 하는 고민을 잠시라도 하겠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어떤 말과 행동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초연합니다.
세 가지 기준 모두 마음의 평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세요.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도박 충동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가족의 의심이나 간섭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도박 중독 치유의 기준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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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는 가족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스스로 물어라'라는 글에서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기 위해 도박 충동과 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그 글의 다음 글로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가 어떻게 가족의 신뢰를 쌓아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가족의 신뢰를 쌓기 위해 가장 중요한 원칙은 '투명성'입니다. 도박은 물론이고 도박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완전히 투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흔히 도박자들은 도박과 관련이 있는 영역만 투명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가족들에게 도박과 상관없는 영역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떄문입니다.
또한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가족이 기대하는 투명성의 기준과 도박자의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투명성의 정도를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재정 관리 능력이 없는 도박자가 통장 관리를 임시로 가족에게 맡겼을 때 도박자는 하려고만 하면 입출입 내역을 가족들이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투명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들은 출금한 돈을 어디에 썼는지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투명성을 보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박자가 쓴 돈의 내역이 명확하지 않고 도박자의 말을 지지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면 전혀 투명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를 위해 도박자에게 가계부나 현금 출납부를 쓰도록 하는 것이죠.
이처럼 투명성에 대해 가족이 기대하는 수준과 도박자가 생각하는 투명성의 정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도박자는 신뢰를 쌓기 위해 자신의 기준을 고집하지 말고 가족의 기대 수준에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기대 수준에 대해 나름대로 결정하고 행동하지 말고 직접 물어보야 합니다.
낮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알아서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도박을 할 것으로 가족이 의심하는 시간대를 물어서 그게 밤 시간이라면 귀가가 늦어지는 일이 생길 때 늦어지는 이유와 예상되는 귀가 시간을 가족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죠.
또한 가족들도 자신의 '의심병' 치유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족에게 직접 물어봐도 잘 모르는 경우를 가정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서서히 합의점에 이른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번 글의 내용은 조금 복잡하기 때문에 도박자가 가족의 신뢰를 쌓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하게 요약하겠습니다.
1.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2. 투명성은 도박 뿐 아니라 도박과 상관이 없는 영역에서도 지켜야 한다. 3. 같은 영역이라고 해도 가족과 도박자가 기대하는 정도가 당연히 다를 거라고 가정해야 한다.4. 혼자서 대충 생각하지 말고 투명한 것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 가족에게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5. 정작 가족도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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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되면 도박 충동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고 도박 충동에 의해 도박 생각이 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당면한 고통이 너무 크면 신기할만큼 도박 생각이 나지 않기도 하지만 도박 충동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상황이 바뀌면 다시 도박 생각이 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도박 충동을 잘 다루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우선
1) 도박 충동의 존재를 인정하고 2) 도박 충동이 자극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3) 도박 충동을 파도처럼 타고(함께 구르고) 4) 마지막에는 도박 충동의 움직임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거리를 두면서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도박자들이 승부욕이 강해서 지는 것을 싫어하고 어떻게든 끝장을 봐야 만족하기 때문에 도박 충동 마저도 이기고 지는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도박 충동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서든 충동을 억눌러서 도박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게 도박 충동을 이기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뿌듯해 합니다.
한 두 번은 도박 충동을 상대로 승부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평생 도박 충동과 전투를 벌일 수는 없습니다. 도박 충동이 그만큼 버거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도박 충동과 싸우는데 낭비되는 에너지와 시간 또한 만만치 않게 많기 때문입니다.
도박 충동은 일종의 피부 트러블과도 같습니다. 일부러 자극해서 성나게 만든 후 억지로 짜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당연히 엄청나게 아프고 상처가 덧날 수도 있으며 욱신거리는 동안 온통 신경이 쓰여 다른 일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무의미한 도박 충동과의 싸움을 그만두고 도박 충동의 도발을 가볍게 옆으로 흘려보낸 후 그 시간동안 더 풍요로운 인생을 누리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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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처음에는 배신감에 치를 떨다가 시간이 지나면 도박자를 믿지 못하는 고통때문에 힘들어지는 것과 비교해 도박자는 잃어버린 돈에 대한 아쉬움과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면 상대적으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곤 합니다.
숨겨둔 빚을 모두 공개하고, 상담을 시작하고, 그동안 미뤄 두었던 일이나 여가 생활을 챙기고, 소홀했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면서 금단 증상이 심하지 않은 도박자는 의외로 빨리 안정된 모습을 찾기도 하지요.
그래서 가끔은 가족들이 너무 빨리 편안해진 도박자를 원망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얼굴빛이 좋아지는 것까지 타박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빨리 좋아지는 도박자가 주로 가족들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는 데 자신의 치유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거지요.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데 왜 맨날 볼멘 소리나 하고 도박을 한다고 의심이나 하는지 모르겠다면서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이렇게 물을 수 있겠습니다. 도박을 자제하고 계신 것을 제외하고 가족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재정 관리 능력을 배양하고 현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가계부나 현금 출납부를 쓰고 계신가요? 가족의 의심병을 고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갈 때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할 예정이고 언제 귀가할 것인지 가족이 물어보기 전에 꼬박꼬박 이야기하고 계신가요? 나태해진 자신을 추스르고 도박에 빠졌던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취미, 운동, 학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아니면 그동안 상처받은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집에 오면 설거지, 빨래, 청소 등의 집안일을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고 계신가요?
도박자는 문득 문득 치밀어 오르는 도박 충동의 유혹과 맞서 싸우는 것만으로도 버겁다고 항변할 지 모르지만 도박을 하지 않는 건 가족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정작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의심병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요.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 단도박이 아닌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행동을 기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위에서 나열한 자구 노력이 없다면 가족이 무엇을 보고 도박자가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나도 힘들다는 하소연은 상담자에게 하세요.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로 상담자가 하는 일입니다. 가족은 믿고 있던 당신에게 뒤통수를, 그것도 연거푸 얻어맞고 영혼에까지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는 변화의 징표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주세요.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도박 충동과 싸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 노력도 그 싸움만큼 중요합니다. 그러니 노력하셔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쌓여서 치유의 기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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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가 꽁꽁 숨겨두었던 도박 빚이 터져나와 드러나고 나면 가족들이 충격을 받아 해결 방안을 찾아 수소문을 하고 도박중독을 치유하는 전문 기관을 찾거나 단도박 모임에 참석하기도 합니다.
도박자는 미안한 마음에 가족들이 시키는 대로 상담도 받고 그동안 뒷전이었던 일도 열심히 하고 서툰 집안일을 돕거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쓰기도 합니다.
가족들은 가족들 나름대로 분노를 억누르지만 문제가 이렇게까지 악화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가족 성원을 비난하거나 도박자가 다시 도박에 손을 대지 않는지 감시하느라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치라고 강압적으로 지적하면서 도박자와 관계가 악화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갈등은 도박자와 가족 모두 도박 중독과 도박 중독이 야기하는 결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성으로 이루어진 도시 국가와 같습니다. 대개는 가족이라는 인근 성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요. 이 다리를 통해 평상시에는 교역을 하기도 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지원군을 보내기도 합니다.
문제는 도박에 중독된 사람의 성은 제 구실을 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기 때문에 그 성과 연결된 다른 성들도 위태롭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도박 중독자의 성과 연결된 모든 다리를 끊고 자신만의 성을 돌볼 때입니다. 구멍이 난 성벽을 찾아서 메우고, 약해진 성문을 덧대고 등등 그동안 소홀했던 자신의 성을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도 만나고 취미 생활도 새로 시작하고 재정 계획을 세우기 위해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는 등 자신의 성을 올바로 세우는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죠.
도박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이 터질 때마다 무책임하게 가족에게 의존하고 주저앉던 버릇을 과감히 내려놓고 도박으로 인한 채무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아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합리적으로 갚을 것인지 전문가와 상의하고, 지인들에게 빌린 돈은 직접 당사자를 만나서 양해를 구하며 도박 충동이 올라오면 어떻게 대처할 지 계획을 세워서 연습하고, 도박을 대치할 취미 생활 계획을 세우는 등 시간 관리를 해야 합니다.
각자의 성이 튼튼해지면 그 때 가서 다시금 다리를 연결해도 절대로 늦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성을 돌보는 것은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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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도박 중독자라는 사실을 내면에서부터 인정하고 치유 과정을 시작하는 도박자가 거의 없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중독이 그렇지만 도박 중독은 특히 이런 병식의 부족이 심한 편이죠. 겉으로는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지만 속으로는 이를 인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여러가지 이차적인 이득을 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치유가 상당히 더딘 편이죠.
저는 요새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에 푹 빠져 있는데 개인 상담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치료적 역동을 체감하면서 전율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다음의 내용은 몇 주 전 집단 상담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한 것으로 도박자들이 치유되면서 상담에 임하게 되는 자세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증언한 내용입니다.
1단계는 가족에 의해 억지로 끌려서 오는 단계입니다. 도박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하고 있지만 가족들이 극성을 부린다고 생각하며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면 도박을 끊거나 조절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진정으로 상담을 받아 치유되고픈 마음이 거의 없습니다. 상담을 받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배우자의 협박이나 노부모의 간절한 애원에 못 이기는 척 오곤 합니다. 물론 상담이 제대로 진척될리가 만무하죠.
2단계는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고 가족과의 갈등이 격화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는 단계입니다. 당장 도박 빚 독촉이라든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심해져서 스트레스가 급증하고 이를 해소할 마땅한 방법도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담자의 도움을 받기 위해 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도박 문제가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인정하지 않으며 표면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상담을 종결하려고 하거나 자신이 다 나았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제가 볼 때 대부분의 실수(slip)나 재발(relapse)은 2단계와 3단계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 같더군요.
3단계는 상담자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고맙고 좋아서 오는 단계입니다. 도박 충동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고 가족 간 갈등도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그럼에도 아직은 상담을 종결할 자신이 없는 도박자가 이 단계에 많습니다. 사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마음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나 사람이 주변에 없죠. 가족에게 이야기 해 봤자 가족을 걱정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핀잔이나 듣기 일쑤라서 도박자를 지지적으로 대하는 사람은 상담자가 유일하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상담자는 항상 준비되어 있지만 이전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느라고 그런 상담자가 보이지 않을 뿐이죠. 상담자와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4단계는 자신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지 상담자에게 자랑하러, 상담자의 인정을 받고 싶어 오는 단계입니다. 그동안 상담자가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삶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되돌아보게 되고 이제 자신이 상담자의 도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구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단계이죠. 도박자가 이 단계에 이르면 상담자는 다소의 섭섭함을 느끼는 한편 상담 종결을 준비하게 됩니다.
상담을 받고 있는 도박자라면 본인이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한번쯤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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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충동은 어떻게 될까요?
상담 초기에 대부분의 도박자들이 원하는 건 도박 충동이 완전히 없어져서 도박 생각 자체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사람들 앞에 서기만 하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식은땀이 나고 앞이 캄캄해지는 발표 불안을 고치고 싶어 전문적인 도움을 찾은 사람이 원하는 것도 불안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지만 정작 상담자는 불안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견디고 발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박 중독이 치유된다고 해도 도박 충동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습니다. 내면 깊은 곳 어디엔가 잠재되어 있고 도박자가 방심하고 마음을 푹 놓고 있으면 언제든 올라오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병이라고 하는 것이죠.
도박 중독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하면 도박자 뿐 아니라 가족들도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곤 하는데 저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10년 전 쯤에 급성인후염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갔던 적이 있습니다. 고열에 탈진으로 굉장히 고생을 했지요. 그 때 담당 의사가 한번 급성인후염에 걸린 사람은 언제든 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컨디션에 신경을 많이 쓰고 매사에 무리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이후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그 때보다 훨씬 더 건강합니다.
이처럼 도박 충동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도박 충동이 어디엔가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도박을 멀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제 2의 인생을 알차고 보람되게 살기 위해 신경쓰는 사람은 오히려 도박에 중독된 적이 없는 사람들보다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충동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어디엔가 잠자코 숨죽이고 있겠지요. 다만 도박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관심이 별로 없어지기 때문에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도박에 대한 생각 자체가 나지 않게 됩니다. 상담자가 도박 충동에 대해 물어보면 그때서야 생활하면서 문득 도박에 대해 생각했던 경험을 보고하게 됩니다. 그만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는 수준으로 감소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너무 전전긍긍할 필요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열심히 살면 됩니다. 그게 도박 중독 치유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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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과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착각 등에 의해 도박 행동을 멈추지 못하는 병이지만 핵심 문제 중 하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시작은 도박 행동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도박 뿐 아니라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통제력을 상실하고 충동적으로 반응(의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알게 된 도박자는 상실되어 가는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한 행동들을 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가족 흔들기'입니다.
치료가 시작되면 가족들은 상담자에게 배운대로 도박 행동의 결과를 도박자가 스스로 책임지도록 뒤로 물러나고 도박자와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두게 됩니다. 상당수의 도박자가 이러한 가족의 행동에 대해 격렬하게 반응하는데 이는 가족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많은 도박자가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실수를 하게 되고 그러고 난 다음에는 실수를 고백하고 다시 도박을 하지 않겠다며 가족을 회유하는데 이 때 가족들은 이러한 도박자의 회유에 동요하지 말고 기존에 배운 것처럼 도박자가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도록 계속 거리를 둬야 합니다.
도박자의 실수에 절망하고 회유에 반응하게 되면 도박자는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게 된 이유와 재발 방지를 위한 고민을 하지 않고 가족을 회유하는 방법(각서 쓰기, 앞으로는 진짜 잘 하겠다는 휴대폰 문자 남발 등)의 효과성에 대해서만 고민을 하게 됩니다.
도박자가 도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투명하게 유지하고 매사에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강화를 할 필요가 있지만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거나 빚을 내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 가족을 흔들 목적으로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무반응으로 일관해야 합니다.
몸에 잘 듣는 약일수록 일시적으로 상태가 악화되는 명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니 도박자가 가족 흔들기를 하면 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더욱 일관된 자세로 버티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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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에게 일주일 동안 도박 생각이 났던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개는 별로 없었다고 보고합니다. 물론 상담을 하면서도 상담자에게 숨기면서 여전히 도박을 하고 있는 도박자도 있으니 그 경우는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이지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에도 정말 도박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특히 도박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천한 상담 초기에는 정말 도박 생각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쓰나미가 지나가고 나서 폐허가 된 집을 치우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어서이지 도박에 대한 충동 자체가 없어져서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쓰나미가 다시 몰려올테니 그동안 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도박에 대한 생각은 관련된 자극을 접하게 되면 짧은 시간이기는 해도 문득 문득 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신문을 보다가 경마의 일정표가 눈에 들어오거나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면서 갑자기 배당이 궁금해진다든지, 카지노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카지노에 드나들었던 생각이 나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도박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으면 충동이 강해지면서 도박을 행동으로 옮기고픈 욕망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도박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빨리 주의를 돌려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도박 생각 자체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작 재발로 이끄는 것은 단순한 도박 생각이 아니라 '도박 충동'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충동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오고 맞상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커져서 압도될 수 있기 때문에 건드리지 말고 관찰자 시점에서 응시하기만 해야 합니다. 섣불리 싸우겠다고 충동과 업치락뒤치락하면 반드시 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도박을 그만하겠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도박 생각은 쉽게 줄어드는데 왜 도박 충동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생각만큼 줄어들지도 않는 걸까요?
그것은 도박 충동이야말로 도박 중독의 에너지원이자 도박자를 가동하는 핵심 엔진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자는 일반적인 도박자에 비해 엔진이 훨씬 크고 강하기 때문에 엔진을 끄기가 쉽지 않고 설사 끈다고 해도 식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우리가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바람을 빼려고 하면 풍선이 클수록 바람을 빼는 것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전방위로 압력을 가해야 바람이 빠지는 풍선처럼 도박 충동이 강한 도박 중독자는 충동이 가라앉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도박 충동이 생각보다 잘 없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강하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도박 충동을 관리하는 기술을 배워서 몸에 밸 정도로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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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도박자를 만나는 상담자들은 도박 중독이 '거짓말병'이고 '무책임병'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치유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일체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도박 충동이 거짓말을 먹고 자라니까요. 도박을 끊는다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도박자는 도박 충동이라는 맹수를 방안에 몰래 숨겨두고 먹이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간혹
도박과 관련해서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만 도박과 연관된 것이 아니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도박자가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제목에도 쓴 것처럼 도박 충동은 거짓말의 종류를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도박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야말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 온 도박자 중 더 이상 도박을 하지 않고 진실되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전혀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이 튀어나가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을 보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거짓말이 몸에 밴 것이지요.
사실 일상 생활에서는 수시로 거짓말을 하면서 도박과 관련된 부분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소위 말하는 '잔머리'를 계속 굴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든요. 그러니 아예 모든 것에 대해 일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는게 낫습니다.
또
거짓말에는 속이려는 의도 자체가 목적인 적극적인 거짓말과 정보를 누락하거나 말하지 않는 소극적인 거짓말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속이는 거짓말만 거짓말이 아닙니다. 소극적인 거짓말도 분명히 도박 충동의 먹이가 되는 거짓말입니다.
그러니 도박자는 아예 거짓말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완전히 지우고 모든 것에 거울처럼 투명하고 진실할 각오로 살아야 합니다. '이건 꼭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런 것까지 곧이곧대로 이야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 도박 충동의 꼬드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도박 충동은 거짓말의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거짓말은 도박 충동의 먹이가 됩니다. 도박 충동이라는 맹수가 자꾸 커지면 언젠가 그 놈이 주인을 잡아 먹는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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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밀어닥치는 고통은 막대합니다. 재정적인 압박 뿐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악화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방어막이 많이 약화되어 있어 도박 중독자는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취약해집니다. 그래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치료 과정에서도 중요하죠.
그런데 많은 도박자들이 도박을 유혹받는 스트레스 상황 중 부정적인 사건에만 주의를 기울이곤 해서 뒤통수를 얻어맞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의 학원비가 필요한데 집에 돈이 없는 경우라든가 배우자와 다툼이 생겼는데 과거에 도박했던 일을 들춰내면서 공격을 해 올 때라든가 하는 상황에서 많은 도박자들이 다시금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고 보고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부정적인 사건만 위험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긍정적인 사건도 충분히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예상치 않았던 보너스가 생겼거나, 승진을 해서 술자리에서 기분좋게 한 턱을 내게 되었거나, 단도박 모임에서 단도박 1주년 생일잔치를 열어주었거나 하는 등의 긍정적인 사건도 부정적인 사건 만큼이나 도박 충동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도박 충동은 사건의 긍정적, 부정적 방향을 따지지 않습니다. 자극을 받으면 당연히 발생하게 되고 일단 발생한 충동은 언제든 도박자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긍정적인 사건이 부정적인 사건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데 그것은 긍정적인 사건이 도박자를 방심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부정적인 사건에 의해 야기된 스트레스 만큼이나 재발 위험성을 높이는 것은 도박자의 자만심과 교만이거든요.
따라서 긍정적인 사건이든, 부정적인 사건이든 도박 충동을 자극할 수 있는 생활 사건은 무엇이든 주의를 기울이는 신중함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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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았습니다. 도박을 끊어야 하는 나름의 이유도 찾았고 의욕도 충만했습니다. 그는 상담자가 권하는 모든 조치와 숙제를 충실히 이행했고 그 결과 도박 충동도 거의 가라앉아서 드디어 상담을 종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사회로 복귀하여 열심히 일을 시작했고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박 중독자였던 이 가장은 자신의 일상이 너무나 무료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런 말이 들려옵니다.
"전문적인 상담도 받은데다 그동안 2년이 넘게 도박이라고는 손도 안 댔잖아. 넌 충분한 자제력을 갖고 있어. 이제 다시 도박을 조금 한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빠지지 않을거야. 네 자신의 인생과 도박을 저울질할만큼 어리석은 결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댓가를 치렀잖아. 도박의 위험을 너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테니 사교성 도박의 수준에서 도박을 즐길 수 있어"
과연 이 말은 누구의 말일까요?
많은 도박자들이 마음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 말은 도박 충동이 도박자를 꼬드기기 위해 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따라했다가는 영락없이 재발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속삭임이 들려왔을 때 그것이 내 마음이 하는 말인지 도박 충동이 하는 말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그 말이 도박을 허락하는 것이냐 아니냐로 구분합니다. 그 말을 따르게 되면 결국 도박을 하게 된다면 그 말은 내 말이 아닙니다. 바로 도박 충동이 나를 유혹하는 말입니다. 그렇게나 힘들게 도박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상담까지 받았는데 내 마음이 다시금 그 힘든 과정을 처음부터 반복하게 만들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을 허락하는 말이라면 내용이 무엇이든 도박 충동의 유혹으로 간주하고 단호히 거절해야 합니다.
그것이 재발을 막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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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의 가족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끔 TV에서 도박 중독의 폐해를 고발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방송할 때 굳이 도박자를 TV앞에 앉히거나 녹화라도 해서 꼭 보게 한다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도박 중독이 자신과 가족에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다시 한번 상기함으로써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을 하라는 의미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분들의 주장입니다.
일단 도박 중독을 병이 아닌 죄나 도덕적인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에 대해서는 이전에 많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다시 강조하지 않겠습니다. 어쨌거나 시작부터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점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도박 중독자에게 죄책감을 유발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은 실질적인 효과가 전무합니다. 우선 도박자는 그런 가족의 행동을 끔찍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상담하는 도박자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싫어하는 가족의 행동으로 꼽는 도박자가 매우 많습니다.
물론 죄책감이 일시적으로는 도박 충동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죄책감은 기본적으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저 도박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억누를 뿐입니다. 죄책감은 부정적인 감정이고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죄책감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한 회피 행동만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도박자에게 필요한 감정은 죄책감이 아니라 부러움입니다.
도박자는 지금까지 아무런 생각없이 도박을 할 때의 희열에 사로잡혀 있거나 도박으로 자신의 인생을 역전할 수 있다는 허황된 믿음을 붙잡고 살아왔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깨닫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려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을 하지 않고도 자신이 꿈꿔왔던 삶을 누리는 것, 가족과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하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 전까지는 그런 삶을 부러워라도 해야 합니다. 부러움은 변화하고자 하는 동기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박자가 누군가(그것이 도박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를 부러워한다면 도박에서 벗어날 힘을 추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도박자에게 죄책감을 유발하는 어떠한 행동이든 결과적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도박자가 부러움을 느끼게 만드세요. 그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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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포스팅 한
'도박 중독 치료법 중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치료 기법 간 차이가 없으며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치료 방법도 없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자발적인 회복도 가능하다고 했으니 도박 중독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도박자들에게 전문적인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받으시는 것이 좋다고는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아주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비유를 들겠습니다.
도박 중독은 집에 도둑이 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도둑은 언제나 활개를 치고 다니지만 내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사실 상 문제가 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도둑이 들면 피해가 큽니다. 재산 상의 손실 뿐 아니라 운이 없다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도둑이 들고 나면 얼마동안은 문단속도 열심히 하고 집안의 귀중품 관리라든가 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것이 자발적 회복입니다.
하지만 우리 집에 내가 모르는 취약한 보안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도둑이 다시 침입할 수 있죠. 게다가 사람의 기억은 간사한 것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점차 해이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전문 보안 업체에 의뢰해 우리 집의 보안 상태를 샅샅이 점검하고 취약한 부분에 경보 장치를 다는 등 안전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전문적인 치료입니다.
당연히 전문 보안 업체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도둑이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안전이 한층 강화되겠지요.
도박 중독의 재발을 야기하는 요인은 매우 많으며 도박자에 따라 다양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므로 도박자 개인이 이 모든 요인을 점검하고 도박 충동의 상승을 감지하는 일종의 경보 장치를 스스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이죠.
전문적인 치료기관에서는 단순히 도박과 관련된 환경 요인 뿐 아니라 도박자의 심리적 문제, 관계적 문제 등 도박 중독의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꼼꼼하게 분석해서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하므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전문적인 치료도 함께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 치료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니까 경제적인 부분을 염려하실 필요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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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자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도박 중독 치료에 복식 호흡이나 이완과 같은 대안 요법들이 많이 사용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복식 호흡, 이완 등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사용됩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해 보니 복식 호흡이나 이완이 도박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도박 중독으로 발생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도박 충동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복식 호흡과 이완 요법은 일단 도박 충동과 궁합 자체가 맞지 않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도박이란 몸과 마음을 온통 집중해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저절로 호흡이 빨라지고 신체가 각성되면서 긴장됩니다.
따라서 몸을 이완시키고 복식 호흡을 통해 호흡이 느려지면 도박 충동을 제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도박장에서 온 몸을 이완시키고 느린 호흡을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도박을 할 수 있을 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굳이 명상과 같은 방법을 병행하지 않더라도 호흡을 느리게 할 수 있는 복식 호흡과 신체 이완에 능숙하다면 언제 어디서나 효과적으로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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