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와 함께 채무 변제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차근차근 빚을 갚아나가는 도박자의 경우 예상보다 더 일찍 채무 변제를 완료하게 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재정적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죠. 도박을 하던 당시에는 돈이 필요하면 도박으로 돈을 따서 해결하거나 정 안 되면 돌려막기를 해서 어떻게든 될 것 같지만 도박에 의존하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빚을 갚고 재정을 관리하려면 모든 수입 내역이 투명해야 하고 지출을 할 때에도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알음알음, 대충대충 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게 돈을 아껴 쓰면서 땀흘려 버는 돈의 소중함을 알게 모르게 깨닫게 되는 장점은 있습니다만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소박한 깨달음을 얻기 전에 재정적인 궁핍이 먼저 오기 때문에 도박자와 가족들을 힘들게 하죠.
그러면 도박을 하던 때와 달리 방만하게 살지 않으려고 꼼꼼히 수입 지출 내역을 챙기고 긴축 재정을 다소 무리하게 운용하는데도, 채권자가 점점 줄어들어서 여유 자금이 생기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돈 가뭄이 해소되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한 예를 들자면 너무 말라서 바닥이 갈라진 논에 물을 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서야 갑자기 많은 물을 퍼부어도 바닥을 완전히 적시고 물이 고일 만큼 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긴축 재정을 한다고 해도 그동안 너무 계획없이 돈을 썼기 때문에 생긴 구멍으로 소리소문없이 돈이 스며들어서 없어지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마른 논에도 물이 차오르듯이 최초에 세운 채무 변제 계획을 꾸준히 지켜나가면 언젠가는 남은 돈을 어떻게 모으고, 무엇에 써야 할 지에 대해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그 날은 반드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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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초반에 도박 중독자의 가족은 도박 때문에 생긴 여러가지 문제(법적, 경제적, 관계 등에 대해 상담자의 조언을 간절히 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주제로 쉽게 돌아가곤 합니다.
그런데 정작 도박에 중독된 도박자는 상담자에게 도박을 그만두기 위한 방법을 묻지 않습니다. 도박빚을 해결하는 방법,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방법, 배우자가 자신을 버리지 않도록 점수 따는 방법 등에 대해서만 궁금해 합니다.
물론 도박자가 도박 때문에 생긴 이런저런 문제들때문에 아프고 힘이 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문제들은 근본적인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음을 인정하지 않고 통제력을 상실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당연한 고통입니다.
도박에서 벗어나는 것, 탈도박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지 않는 한 이 고통은 또 다시 반복될 겁니다. 근본적인 문제인 도박을 그만두는 것에 성공하지 않으면 아무리 관련된 주변 문제를 해결해도 소용 없습니다.
오히려 진짜 근원인 도박 중독을 내버려두고 통증만 완화하겠다고 진통제를 먹고 연고만 바른다면 통증이 없어지는 즉시 치유를 중단하고픈 마음때문에 상담을 중단하게 됩니다.
그리고 악몽 같은 시간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죠.
도박에 중독되어 생긴 이런저런 문제를 모두, 당장 해결하고 싶겠지만 도박을 그만두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앞에 두어야 합니다. 나머지 일은 뒤로 미루세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탈도박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탈도박하지 않는 이상 나머지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여도 정말로 해결된 것이 아니니까요.
명심하세요. 탈도박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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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아직까지 원인조차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병이기 때문에 왜 재발하느냐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게다가 도박 중독은 매우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주 세심하면서도 꼼꼼하게 도박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점검해야 하죠.
그런데 어느 도박자에게나 제일 조심해야 하는 재발 요인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치료자와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못(또는 안) 한 소규모의 도박빚입니다.
전문적인 치료기관의 도움을 받기 이전에 가족들이 도박자의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나서도 거의 모든 도박자가 자신의 모든 도박빚을 가족들에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치료자들은 도박자가 털어놓은 빚 이외에 분명히 다른 도박빚이 있을거라고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도박자는 왜 가족이 빚을 다 갚아주겠다고 하는데도 많지도 않은 빚을 이야기하지 않고 숨기는 것일까요?
도박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이 정도의 빚만이라도 스스로 갚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부분적으로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도박자도 적지 않으니까요. 다만 적은 액수의 빚이라도 원래 결심했던대로 스스로 벌어서, 용돈을 아껴서, 계획을 세워서 갚으면 괜찮은데 문제는 도박자들이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죠. 도박에 중독되면 참을성이 없어지고 충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얼마 되지도 않는 빚을 갚겠다고 쪼들린 생활을 하느니 한번만 도박을 더 해서 한번에 갚고 손을 털어야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지긋지긋한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더 문제는 본인들도 모르는 무의식 속에 도박을 완전히 끊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박을 계속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빚을 갚아야 하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도박자가 대부분인데 빚을 갚을 필요가 없게 되면 더 이상 도박을 할 핑계가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일말의 여지를 자신도 모르게 남겨두는 겁니다.
그래서 초반에 채무 변제 계획을 세울 때 가능하면 모든 빚이 포함되도록 도박자를 충분히 설득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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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빚은 어떻게 갚는 것이 좋을까요? 한꺼번에 싹 갚아서 마음의 부담을 더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돈이 있을 때마다 그 때 그 때 갚는 것이 좋을까요?
개그맨 황기순씨가 필리핀에서 도박에 중독되어 가산을 탕진하고 국내에도 들어오지 못한 채 노숙 생활을 하면서 고생을 했던 일이 있습니다.
황기순씨가 귀국해서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도박의 늪에서 어떻게 벗어났는지를 설명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차에서 잠을 자면서 일을 다니는 힘든 상황에서도 단돈 만 원만 생겨도 곧바로 누님에게 송금해서 빚을 갚았다고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것이 도박빚을 갚는 올바른 방법입니다.
도박빚은 한꺼번에 갚으려고 해서는 안 되고 돈이 생길 때마다 그 때 그 때 갚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도박자들은 빚을 한꺼번에 갚아서 털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어하는데 빚을 남겨 두면 자신의 과오를 계속 확인해야하므로 그것이 싫기 때문에 조금씩 갚는 것을 기본적으로 싫어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박자는 도박을 해서 생긴 빚을 도박을 해서 갚으려는 '도박자의 역설'에 빠져 있기 때문에 손에 돈을 쥐고 있으면 그 돈을 도박 자금으로 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 중독의 특징이 다시 발현하기 쉽습니다. 어차피 빚을 모두 갚기 위해 필요한 돈은 적은 액수가 아니니까요. 그런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됩니다. 따라서 그런 유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돈이 생길 때마다 빚을 갚는 것이 심리적으로 좋습니다.
또한 재산이 증식될 때 종잣돈을 중심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듯이 일단 원금을 상환하기 시작하면 대출 이자가 줄어들면서 상환하는데에도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돈이 생길 때마다 그 때 그 때 갚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명심하세요. 도박빚은 소액이라도 돈이 생길 때마다 그 때 그 때 갚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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