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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7/24 상담자는 도박 중독자에게 도박을 했느냐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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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7/17 도박 충동은 거짓말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 2011/07/05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는 두 가지 길 (8)
- 2011/06/25 단일회기치료 : 첫 번째 치료 만남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Single Session Therapy, 1990) (6)
- 2011/06/22 도박 중독자에게 '만약'이란 없다 (4)
- 2011/06/08 도박 중독자가 목표로 해야 하는 여가 생활
- 2011/06/05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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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5/18 도박에 빠진 가족 구하기(Behind the 8-Ball, 2008)
- 2011/04/28 도박 중독자는 반드시 자신의 '위험금' 액수를 알고 있어야 한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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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4/07 도박 중독자가 실수를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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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3/09 다른 건 시키는대로 다 할테니 도박만 허락해주면 안 되겠냐고 사정하는 도박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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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20 큰 돈을 부정기적으로 베팅하던 도박 중독자를 상담할 때 유의할 점 : 상담자용
- 2010/11/13 도박 중독자의 바가지를 현명하게 긁는 방법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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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08 도박 중독자가 문제 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2010/04/29 도박 중독은 산불과 같다
- 2010/04/24 도박중독 치료 시 도박자가 먼저 해야 좋은 것들 (2)
- 2010/04/21 도박 중독의 핵심 문제는 돈이 아니라 신뢰이다 (1)
- 2010/04/06 도박 중독자는 과연 무책임한 인간인가 (3)
- 2010/03/26 기원은 도박 중독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마는가
- 2010/03/12 도박 중독 상담의 좋은 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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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10 도박빚은 어떻게 갚는 것이 좋은가. 한꺼번에 혹은 조금씩?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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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18 도박 중독자가 주변 사람을 챙기기 시작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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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19 도박 중독 치료 초기에는 직접적인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다
- 2009/11/01 도박 중독 치료는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과 같다
- 2009/10/23 이완, 복식 호흡 등이 도박 중독 치료에 왜 도움이 될까
- 2009/10/12 여전히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가족에게 털어놓는 도박 중독자 (4)
- 2009/09/26 일을 열심히 하는 도박 중독자?
- 2009/09/20 도박중독 치료법 중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8)
- 2009/09/09 도박과 관련 없어 보이는 행동들이 가족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이유
- 2009/08/29 도박중독은 수영도 못하면서 물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하는 병 (2)
- 2009/08/26 질적 연구의 마당 : 상담심리학회 통합 심포지엄 참석후기 (4)
- 2009/07/19 채권자가 도박자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문제
- 2009/06/22 도박 중독 치료자는 반드시 도박의 고수여야만 하는가 (2)
- 2009/06/07 아들을 결혼시키면 도박 중독에서 벗어날거라는 착각
- 2009/06/02 도박 중독자를 감시, 통제하려는 시도가 전혀 쓸데없는 이유 (1)
- 2009/05/17 갑작스런 여유돈이 생긴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
- 2009/05/01 도박 중독자는 왜 자신이 도박하고 있다는 증거를 너무도 쉽게 노출하는 걸까요? (2)
- 2009/03/09 도박 중독자가 심리치료 및 상담 예약 시간을 잊는 이유 (8)
- 2009/01/31 도박 중독자가 빌려준 돈은 어떻게 해야 하나
- 2008/12/26 도박자의 도박 중독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 마련한 재산을 이혼 시 방어할 수 있는가
- 2008/12/18 도박이 싫다고 이야기하라 (2)
- 2008/12/16 단도박이 중요할까, 삶의 변화가 더 중요할까
- 2008/10/20 도박 중독자의 가족을 위한 자가 치유 방법 : 감정 일기를 쓸 것 (7)
- 2008/09/10 내가 사감위를 싫어하는 이유 (2)
- 2008/08/30 도박 중독자의 가족에게도 조급증이 전염된다
- 2008/07/17 끝.까.지.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도박 중독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
- 2007/12/21 도박 중독자의 보호자가 돈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유
도박 중독의 2대 증상(?)이 '거짓말'과 '무책임'이라는 건 이제 왠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주변 사람들 몰래 도박을 하기 위해, 도박을 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몰래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을 갚기 위해 도박 중독자는 다양한 거짓말을 합니다.
중독이 심할수록,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그 수법이 정교해져서 급기야는 거짓말을 하는 도박자 스스로도 속아넘어갈 정도의 경지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되면 나중에 도박 중독에서 회복되는 단계에서도 거짓말하는 버릇을 고치기 쉽지 않습니다. 몸에 밴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도박과 관련없는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게 되거든요. 흙탕물이 깊게 밴 청바지를 세탁해서 흙물을 빼는 것이 어려운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자가 거짓말을 할 때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은 과연 그 거짓말에 속는 걸까요? 도박자는 그럴거라고 믿지만 사실 한 두 번은 몰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도박자가 하는 말의 내용은 그럴싸하지만 도박 충동에 사로잡힌 탐욕스러운 눈빛과 떨리는 음성, 흥분으로 번들거리는 안색,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몸짓까지 모두 감출 수는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도박자가 전업 연기자가 아니라면요.
그럼에도 가족과 지인들은 거짓말에 속는 척 합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꾸며낸다는 걸 인정하기 싫거든요. 차라리 자신이 속아서 나중에 땅을 치는 어리석은 바보가 되는 선택을 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자신의 감과 촉을 애써 무시하고 속아주는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양심과 그들의 마음에 그만 상처내시고 거짓의 세계로부터 돌아오세요. 거짓은 사랑을 이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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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는 대개 비슷한 경과를 거치지만 그렇다고 모두 똑같은 건 아닙니다. 성격 특성에 따른 차이도 있고 성장 배경의 차이, 경제적 차이도 영향을 미치며 무엇보다 어떤 도박에 중독되었느냐의 차이가 꽤 큽니다.
이전과 달리 제가 요새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도박 중독자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 고학력
* 저연령
* 불법 도박
50대는 거의 보기 어렵고 40대도 흔치 않으며 경마, 경정, 경륜 등의 전통적인 도박에 중독된 도박자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 불법 스포츠 토토와 인터넷 도박 중독자이며 간혹 주식(이나 비트코인) 중독자가 있는 정도이죠.
제목처럼
스포츠 토토 중독자에게 스포츠 경기를 멀리하라는 조언을 하는 건 도박 충동을 자극하는 환경을 피하는 '회피' 기법의 일환이어서 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원래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도박 중독을 치료하느라고 그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 관전까지 하지 말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며 볼멘 소리를 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면 베팅만 하지 않으면 경기 관전 정도는 괜찮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스포츠 토토 중독자가 베팅하지 않으면서 스포츠 경기만 관람하겠다는 건 담배를 끊겠다면서 흡연자 옆에서 냄새만 맡고 있는 것이나, 경마 중독을 치료하겠다면서 경마공원에 가족들과 놀러가는 것과 비슷한 행동입니다. 의도야 어찌되었든 도박자의 몸 속에 자리잡고 있는 도박 충동은 도박자의 그런 의도를 알 리 없고 강하게 연합되어 있는 자극이 주어지는 순간 당연히 충동이 강해지기 때문에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댈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게 됩니다. 그러니 충동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한 그런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박은 생각도 안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도박 충동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란 건 없습니다.
그러면 '회피' 방법 이외에 다른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이 포스팅을 하느냐 하면, 바로 스포츠 토토라는 도박의 특성 때문입니다. 카지노의 슬럿 머신이나 룰렛, 성인오락실, 카드 등의 전통적인 확률 게임과 달리 스포츠 토토는 정보 분석을 통해 베팅하는 도박입니다. 물론 우연의 영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베팅이 잘 되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도박자는 그렇게 믿고 있거든요. 스포츠 경기를 계속 관람하고 자신이 베팅하는 팀이나 경기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돈을 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충동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보량을 줄여서 도박자의 베팅 자신감과 흥미 수준을 떨어뜨리기 위해 멀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꽤 오랫동안 스포츠 경기 자체를 멀리하면 나중에 다시 접하게 되었을 때 이미 선수도 많이 교체되어 선수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경기의 흐름도 읽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감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도박자에게 도박 욕구가 감소하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감을 잃는 것이죠.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만약 스포츠 토토에 중독된 도박자가 계시다면 더도 덜도 말고 눈 딱 감고 1년만 모든 스포츠 경기 정보를 멀리하고 지내보세요. 1년 뒤에 본인이 좋아하던 스포츠 경기를 다시 접해도 1년 전과 마찬가지로 도박 충동이 강해지는지를 보세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느낌이 사뭇 다를거에요.
이건 경마처럼 정보량이 베팅 욕구에 영향을 미치는 분석류의 도박에는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니 참고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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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탈도박 단계'라는 포스팅에서 저는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는데 있어 밟아나가는 과정을 3개의 단계로 나누어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그 포스팅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데 그 때는 도박에 대한 도박자의 생각이 바뀌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오늘은 각 단계에서 도박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1단계 : 도박이 하고 싶지만 억지로 참는 단계
: 도박이 하고 싶다는 건 여전히 도박 충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듯이 이 단계에 속한 도박자도 늘상 도박 충동에 시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는 도박 생각이 전혀 안 나다가도 느닷없이 강렬한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항상 도박을 하고 싶다는 충동은 느끼지만 그렇게 강한 수준은 아니고 막상 도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에서 지내고 있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이 단계에서는
도박 충동과 적극적으로 싸우는 것이 중요한 단계로 가만히 있으면 상류에서 오염 물질이 계속 흘러내려오는 상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충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오염 물질을 퍼 내야)합니다.
도박 충동을 자극할 수 있는 시간, 사람, 장소를 적극적으로 피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 2단계 : 도박이 두려워서 차마 못하는 단계
: 도박 충동은 어느 정도 통제가 되고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도박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는 않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도박과 관련된 자극에 접하게 되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1단계를 거치면서 도박을 계속 했을 때의 결과에 대해 잘 알게 되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참고 있는 단계이죠. 문제는 브레이크의 역할을 하는 그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사라져서 제동력이 계속 약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도박 충동이 침투할 틈이 없도록 일상 생활을 촘촘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삶의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개구멍이 뚫린 곳은 없는지 매사 확인하고 발견할 때마다 틀어막아야 합니다.
* 3단계 : 도박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고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단계
: 2단계까지 무리없이 진행했다면 더 이상 도박에 관심을 두지 않고 도박으로 인해 야기되는 흥분과 짜릿함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 특별한 사건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도박 충동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지 않는 비교적 안정된 단계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혐오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죠. 다만 그냥 마음놓고 잘 살면 되는 건 아니고
도박과 관련이 없다고 해도 삶의 목표와 방향, 속도를 평소에 자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으로부터 치유되는 과정은 처음에는 도박과 관련있는 것들을 챙기고 나중에는 도박과 언뜻 관련이 별로 없어보이는 것들까지 꼼꼼히 챙겨서 물 샐 틈없이 만드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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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아마존
제가 평소에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현재도 우리나라에는 도박 중독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서적이 참 없습니다.
그나마 도박 중독자 본인이나 가족을 위해서는
'Behind the 8-Ball'도 있고
'제 책'도 있지만 정작 문제는 야전에서 뛰는 임상가를 위한 무기가 없다는 겁니다.
과거에 소개한
'Overcoming Pathological Gambling(2007)'이나
'Psychodynamics and Psychology of Gambling(2002)'는 별로 흡족한 수준이 아니어서 추천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국내의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쓴
'파스칼의 내기, 노름의 유혹'도 괜찮은 책이기는 하지만 도박, 도박 중독의 역사와 이론 개관 등 다루는 영역이 너무 넓어서 당장 도박 중독자와 가족을 만나는 분들이 지침서로 활용할 만한 실전 중심의 책이 없다는 건 큰 문제였죠.
언젠가는 제가 그런 책을 쓰고 싶기는 하지만 당장은 아니기에 그래도 추천드릴 만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는 이 책이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서 소개합니다.
Wiley 출판사의 중독 치료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아래의 목차만 보셔도 얼마나 충실하게 도박 중독 문제를 다루었는지 대충은 아실 수 있습니다.
* Chapter 1. Conceptual Foundations of Gambling Disorders
* Chapter 2. Recognizing Gambling Disorders: Signs and Symptoms
* Chapter 3. Utilizing Optimal Professional Resources
* Chapter 4. Developing and Effective Treatment Plan
* Chapter 5. Recovery Theories, Programs, and Tools
* Chapter 6. Continuing Care: When and How Should Clients Be Discharged
* Chapter 7. Posttreatmenbt Recovery Management: Models and Protocols of Relapse Prevention
* Chapter 8. New Beginnings: Moving Beyond the Addiction
지금까지 소개한
다른 책에 비해 종결과 사후 관리에 대해 충실하게 다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기에 매 chapter마다 퀴즈로 시작하고 말미에 핵심을 요약한 뒤 다시 퀴즈로 정리하는 등 자습하기에 적절한 구조로 되어 있고 핵심 용어만 따로 모아놓는 등 꽤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상담자가 되고 싶은 대학원생 이상 수련자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고 현재 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임상가들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문화적 배경 차이를 빼도 90% 이상의 내용에 동의합니다.
덧. 이 책은 원서이므로 국민도서관에 북키핑 할 수 없어 개인적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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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좀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도박을 하지 않으려는 모든 회피 시도에는 'Plan B'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영업일을 하는 중독자가 있습니다. 일의 특성 상 외근이 많고 일정이 틀어지면 비는 시간이 많습니다. 때로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적도 많고요. 무료하게 차 안에 앉아서 대기하다 보니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지고 당연히 도박에 빠져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일도 늘어나길래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그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받은 영화를 봤다고 합니다.
위의 사례에서 도박으로 향하는 생각의 흐름을 끊기 위해 영화에 몰입하는 도박자의 회피 행동은 효과적입니다.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 받은 게 절대 잘한 건 아닙니다만 도박 회피의 효율성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충분할까요?
기다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는데 준비한 영화가 모자라서 시간이 남는다면?
어제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미리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미처 옮겨놓지 못했다면?
아침에 부랴부랴 서두르느라고 깜박 스마트폰을 놓고 나갔다면?
회피 전략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헛점이 많기 때문에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한방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땅에 굴을 파고 사는 토끼는 여우와 같은 포식자의 난입을 피하기 위해 항상 여러 개의 퇴로를 뚫어놓는다고 합니다. 다른 여우가 그 중 하나를 찾아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그 굴 중 하나가 무너져서 막혀도 도망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토끼처럼
중독자도 도박을 회피하기 위해 단 하나의 회피 전략에만 의존하면 안 됩니다. 그건 너무 위험한 도박입니다. 항상 사용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몇 개의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하나가 가용하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 것을 꺼낼 수 있어야 합니다.
조금 다르지만 비슷할 수 있는 제 이야기를 해 드리죠. 저는 원래 기다리는 걸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정작 저도 약속 시간을 잘 못 맞추면서 말이죠. 누가 약속에 늦게 되면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포켓와이파이와 결합된 태블릿 PC, 책 한 권 정도를 항상 휴대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되어도, 포켓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곳에서도 짜증을 낼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셋 중 하나는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이상 기다리는 걸 개의치 않습니다. 가끔 즐거워할 때도 있어요.
이와 마찬가지로 도박을 그만두려는 도박자는 도박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평소에 연습해 두면 더욱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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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상담도 그렇지만 도박 중독 치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두 개의 축이라면 재정 문제와 관계 문제를 듭니다.
이 두 가지 핵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도박자 뿐 아니라 상담자도 빠지기 쉬운 함정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겁니다. 즉, 상담을 하기 이전에 (-)의 삶을 살았다면 상담을 통해 (0)의 삶으로 끌어올리려는 거지요.
3,000만 원의 빚이 있다면 그 빚을 다 갚는 것, 부끄러워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와 다시 연락할 수 있게 되는 것 등이 바로 '제로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요? 진흙 구덩이 속에서 박박 기다가 구덩이 밖으로 올라와 한숨 돌렸다면 안도감이야 들겠지만 그걸로 충분할까요?
도박을 하던 삶과 도박을 그만둔 후의 삶의 모습이 별로 다를 바 없다면 우리는 대체 왜 도박을 그만둔 걸까요? 그 재미있는 도박을 그만둔 댓가가 더 이상 자신을 재정, 관계 면에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거라면 만족하시겠어요?
그렇지 않습니다.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은 삶을 살려고 도박을 그만둔 것이 아니죠. 거기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상담을 하는 것이지 위험하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도박을 그만두었다고 갑자기 재산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소원해진 친구와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 방법은
도박 이전에 누리던 소소한 삶의 즐거움부터 되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아이와 같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가족들과 워터파크나 눈썰매장으로 놀러가고, 퇴근할 때 붕어빵 한 봉지를 사들고 가서 나눠먹고,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치맥 모임을 하고, 자전거나 등산 동호회에 다시 나가기 시작하고, 문화센터에서 기타를 배우고 등등. 큰 돈이 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찾아보면 참 많습니다.
만약 도박에 빠지기 이전에도 그런 사소한 행복을 경험한 적이 없다면 지금이야말로 인생의 참 의미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니 어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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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중독자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병이나 그 중에서도 재정과 관계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이 특히 치명적이기 때문에 치유 과정에서 이 두 가지를 잘 다루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상담을 시작한 경우 도박 빚을 갚는 문제와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문제 중 무엇이 더 시급하고 중요할까요?
도박자는 채권 추심 등 도박 빚에 의한 재정 압박을 직접 받기 때문에 도박 빚을 갚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그렇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행동을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만). 관계 개선은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그 정도는 양해하고 기다려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계를 개선하는 건 뒤로 미루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둘 다 해결하는 것이 맞지만
굳이 우선 순위를 따지자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급박한 문제입니다. 도박 빚을 갚는 건 뒤로 미뤄 생각해도 됩니다. 오히려 도박 빚은 치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상환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많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 친구, 지인과 소원해진 관계 개선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도박 중독으로 인해 생긴 상처가 아물기 전에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를 미루는 동안 시간이 흘러 상처가 아물고 나면 관계 개선을 위한 접점을 찾기 어렵게 됩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이런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가 고착되면 상대방은 마음의 문을 닫게 됩니다.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그렇죠. 그러면 정말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워집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죽마고우로부터 3000만 원을 빌려서 도박으로 탕진했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에게 빌려간 돈을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죠. 중독자가 가족의 도움을 받아 정신을 차리고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3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당장에 마련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 직장을 구했지만 빠듯한 월급을 아무리 열심히 모아도 3천만 원을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 돈을 빌려준 친구는 실망을 한 건지, 전화 한 통도 부담이 될까봐 자제하는 건지 연락을 해오지 않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락이 안 되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열심히 돈을 모아서 3천 만원(거기에 이자까지 더해)을 만들어 연락을 해야 할까요 아님 당장 연락을 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도박자는 도저히 연락을 못하겠다고 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저히 먼저 연락할 용기를 못 내겠다는거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연락을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진짜 친구라면 이들이 원하는 건 자신에게 빌려간 돈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와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니까요. 돈을 돌려받는 건 그 다음 문제입니다.
그러니 우선 순위를 바꾸세요. 돈을 갚는 건 평생의 과제로 생각해 뒤로 돌려도 괜찮습니다. 돈은 상처받지 않으며 우리를 기다려 줍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아닙니다. 관계 개선이 최우선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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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 걸린 도박자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와 같아서 일단 시동이 걸리면 제동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동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상황은 도박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크게는 두 가지 유형으로 묶을 수 있는데 하나는 돈을 따기 시작하면 행운의 여신이 자신에게 윙크한다고 착각해 이 참에 뽕을 뽑겠다고 달려드는 유형입니다.
다른 하나는 딸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자제가 되기 때문에 일정 금액 이상 손을 털고 일어나 다음을 기약하기도 하지만 대신 일단 자신이 예상한 것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면 뚜껑이 열리기 때문에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는 식으로 끝장을 내려는 유형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따면 자제가 안 되는 도박자에 비해 잃으면 뚜껑이 열리는 중독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전자는 주로 돈을 딸 요량에 눈이 먼, 탐욕스러운 사람이 대부분인데 비해 후자에는 성질이 급하고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승부 근성이 강한 도박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유형은 도박을 자제하기 위한 접근 방법도 다른데
따면 자제가 안 되는 도박자는 처음부터 소지 금액을 최소화하는 게 낫습니다. 이들은 일단 따기만 하면 끝까지 가서 다 잃기 때문에 많은 돈을 가져갈수록 손실액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잃으면 뚜껑이 열리는 도박자는 베팅 금액보다 도박의 접촉 빈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이들은 돈도 돈이지만 지는 것 자체를 더 못 참기 때문에 도박으로 승부를 해 봤자 백전 백패라는 걸 마음깊이 깨달을 때까지는 단도박 하는 것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끊는 것보다 줄이는 위주로 가는 게 나은데 이럴 때 베팅 금액을 줄이는 것보다는 도박과 접촉하는 빈도를 줄이는 게 낫습니다.
왜냐하면 도박은 확률적으로 따는 경우보다 잃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빈도를 줄이지 못하면 갈 때마다 뚜껑이 열려서 가져간 돈을 모두 탕진할 뿐 아니라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돈을 빌려서 채무 액수를 현저히 늘려놓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지 액수를 줄이는 건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도박의 노출 빈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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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제가 상담하고 있는 내담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온라인 상에는 많지는 않지만 도박 중독자들이 치유를 위해 모이는 인터넷 카페 등의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실수한 분들은 더 이상 재발로 진행하지 않기 위해 회원들의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탈도박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곳이죠.
도박 중독에 대응하는 전문 기관이 전무하던 때 이런 카페는 일종의 등대와 같은 구실을 했습니다. 배에 구멍이 난 조각배들이 난파하지 않고 항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인터넷 카페가 대부분 대형 포털 사이트에 있는 것을 악용해 의도를 갖고 가입한 뒤 회원인 중독자들에게 자신의 사이트 이용을 유도하는 비밀 쪽지를 보내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마음의 힘이 약한 도박자들은 이러한 유혹조차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쪽지에 연결된 링크를 눌러서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고 곧 피가 거꾸로 치솟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어찌 인간이 이렇게까지 사악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이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병원에 잠입해 환자들에게 술을 파는 것이나 마약을 끊기 위한 치료 공동체에 마약을 공수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악마나 할 법한 짓이죠.
이제는 그나마 의지할 곳이 부족해 인터넷 카페에서나 겨우 위안을 얻고 있는 중독자들에게 그곳마저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한 줌의 재산마저도 털어먹으려는 사악한 무리들이 중독자를 뒤쫓고 있으니 모쪼록 항상 경계하고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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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도박자인 경우와 자녀가 도박자인 경우는 도박 중독 문제를 대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좀 다릅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배우자는 남이지만 자녀는 자신의 유전자가 섞인 내리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담자 입장에서도 배우자를 상담하는 것보다 부모님을 상담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입니다.
당장 중독자의 치유 과정에서 가족이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입장을 구분해서 달리 대하는 것인데 이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남편이 도박 중독자인 경우 아내가 남편과 중독자의 입장을 구분해서 대할 수 있도록 연습하라는 겁니다. 행동 수정 기법의 관점에서 보면 보상과 처벌을 분명히 구분해서 신호하라는 거지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아들과 중독자의 입장을 나눠 대하는 걸 상당히 어려워들하시죠. 그래서 몇 가지 상황에 따라 나눠서 정리해 봤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 자녀를 깨우는 경우
- 학교 수업에 늦을까봐 깨우는 것 : 자녀를 대하는 자세
- 중독 상담에 늦을까봐 깨우는 것 : 중독자를 대하는 자세 => 깨우지 말 것. 치유의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함
* 자녀가 만 원만 달라고 하는 경우
: 이런 상황에서는 자녀로서 필요해서 달라고 하는 것인지 중독자로서 도박 자금이 필요해서 달라고 하는 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줘서는 안 되고 우리가 부모로서 자녀에게 줄 수 있게끔 네가 우리를 도와달라고 하면서 완곡하게 거절할 것
부모 입장에서 상황에 따라 달리 대처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자녀의 치유를 돕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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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다른 것이라고 하면 도박을 대체할 수 있는 비교적 긍정적인 생활 습관이나 활동, 예를 들어 운동, 취미 생활 등을 이야기합니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박에 집어넣을 시간과 비용으로 신체, 정신 건강에 좋은 활동을 하게 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특히 도박 중독이라는 병이 삶의 균형(balance)을 깨뜨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무너진 balance를 회복하기 위해 긍정적인 대체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대체 활동의 중요성을 강변하는 도박자에게
항상 도박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고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도박을 줄이지 않는 상태에서 긍정적인 활동만 열심히 해서는 깨진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도박 중독은 모든 삶의 에너지와 시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병이기 때문에 도박 행위를 줄이지 않으면서 긍정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주의하셔야 할 점은 긍정적인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겁니다. 긍정적인 활동이 체화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도박 활동을 멈춰야 합니다. 긍정적인 활동을 하는 이득은 도박을 멈춘 뒤에나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도박으로 인해 에너지와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긍정적인 활동을 열심히 하는 노력은 좋으나 그럴 경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냥 '나는 균형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만족감에 빠져 자기를 기만하게 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 생각했던 수준으로 활동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추가 기울어 도박에 투입하는 시간과 에너지의 양이 원래의 수준을 회복하게 됩니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1. 무엇보다 도박 행위를 멈추는 것이 우선이다. 도박을 멈춰야만 긍정적인 활동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2. 긍정적인 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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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됨으로써 가족에게 입히는 피해는 실로 다양하지만 그 중 치명타는 경제적인 손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도박자와 재산을 분리하고 돈을 주지 않는다면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는 일 만큼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겠죠.
하지만 도박 중독자에게는 그것이 빚을 갚기 위해서든, 다시 도박을 할 자금이 필요해서든 간에 어떻게 해서라도 가족에게 돈을 얻어내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온갖 치졸한 방법들을 사용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의 원칙에만 입각해서 말씀드리면 당연히 도박자에게 절대로 돈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게 자명한 사실입니다만 일이 언제나 그렇게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기 때문에 가족들이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단계적으로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1단계. 도박 중독자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도박 중독자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거짓말이 도박 중독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도박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도박자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가족으로부터 돈을 얻어내기 위해 어떠한 거짓말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고 특히 돈과 관련되어 도박자가 하는 모든 말을 거짓말로 간주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겁니다. 때로 가족들이 설마 이런 것까지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하는 범위까지 훌쩍 넘어서는 것이 도박자의 거짓말입니다. 그러니 돈과 관련되어 있다면 도박 중독자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세요.
2단계. 그래도 최대한 돈은 주지 마라
절대로 돈을 주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봐도 도박자인 아들이 친구에게 돈을 빌렸는데 그 돈이 자취방 보증금이라서 이번 달 내에 안 갚으면 엄한 아들 친구가 길바닥에 나앉게 생긴 딱한 사정이라든지, 남편이 도박을 하느라 회사의 자금에 손을 댔는데 이걸 안 갚으면 횡령죄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회사 법무팀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이라든지, 중독자인 부모가 생활비로 드린 돈을 몽땅 도박에 탕진해 당장 쌀이 떨어진 상황이 되었다든지 등등, 꽤나 많은 골치아픈 상황이 존재합니다. 물론 이처럼 정말 당장 지원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이 벌어진 게 사실이라고 해도 최대한 돈만큼은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버텨야 합니다. 마지막 예로 든 생활비를 탕진한 중독자 부모의 경우는 불편하더라도 매달 장을 봐서 생필품을 물건으로 배송하고 수도, 전기 요금은 자식들이 대신 내는 방식으로 바꿔서 수중에 직접 돈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3단계. 꼭 줘야 한다면 증빙을 하도록 조치할 것
도박 자금으로 유용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고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행동의 결과를 책임지는 치료적 효과보다 돈을 융통하지 못할 때 받게 되는 불이익이 현저히 큰, 최후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가족이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할텐데 이 때도 반드시 증빙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앞에서 든 예에서 남편이 회사 자금에 손을 대서 사측에서 횡령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하는 경우 유용한 금액을 가족이 지원할 때는 반드시 회사가 이를 수령했는지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확인해야 합니다. 도박자를 배제하고 가족이 대신 나서는 것이 그 돈마저 도박으로 탕진할 위험은 방지할 수 있으나 도박자의 책임감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나은지는 여러가지 측면을 다각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유의할 점은 이 돈은 가족이 무상으로 도박자에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채권을 대신 인수하는 격이라서 도박자는 회사에게 갚아야 할 금액을 이제는 가족에게 갚아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 당연히 정식으로 차용증을 써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도박자에게 돈을 주는 건 최대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마약 중독자의 입에 마약을 털어넣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위험하죠. 하지만 정 어쩔 수 없이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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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도박자(모든 도박자가 그런 건 아님)가 바닥을 치려면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절박감을 뼛속 깊이 느껴야 하는데 법적으로 이혼하더라도 가족이 결국은 자신을 받아줄거라고(그래서 다시 재결합할 수 있을거라고) 믿는 도박자는 절대로 자신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단순히 이혼으로 협박만 하면 혼자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도박자가 정신을 차리고 치료를 받을거라고 가정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이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었던 배우자만 큰 고통을 받게 됩니다.
또한 그러한 과정의 연속선상에서 이혼으로 받은 상처에서 피가 철철 나는데도 도박자가 돌아올 것을 배우자가 기다리면서 봉합하지 않고 (도박자가 돌아오기만 하면 상처가 없었던 것이 되기라도 할 것처럼 착각하면서) 기다리면 그 상처는 반드시 덧나게 마련이고 상처를 봉합할 기회도 놓치게 되어 더 고통스럽게 됩니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상처를 지혈하고 봉합하면 시간이 지나 상처가 아물 것이고 나중에 도박자가 돌아온다고 했을 때도 마음의 동요가 적고 치유의 원칙에 입각한 현명하고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이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 이혼의 과정 중 받은 상처와 이혼 후의 삶을 대비하기 위한 전문가의 도움을 당장 받으셔야 합니다.
가족들이 도박자에 대한 마음을 확실히 정리하고 이를 일관되게 보여줘야 그나마 도박자가 정신을 차리고 돌아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가족들이) '돕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돕는 것이다'의 역설처럼 진정 마음으로 헤어질 준비를 마쳐야 헤어지지 않고 재결합 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또 하나의 역설을 보여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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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서 치유되었다는 건 어떤 걸까요?
많은 분들이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고 난 뒤의 삶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이야기합니다.
도박 충동이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도박 생각이 나지 않으며 심지어 다시 도박을 접하게 된다고 해도 이전과 달리 흥이 나지 않으며 도박에 무감각해지는, 마음의 평안을 얻은 상태를 떠올립니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어 흉터를 찾는 것도 어려운 그런 상태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죠. 도박에 의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완전히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삶,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으로부터 치유된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삶이란 아래의 것과 더 비슷합니다.
평소에는 도박에 대한 생각이 거의 나지 않지만 도박 충동이 자극되는 상황, 다시 말하면 도박과 관련 있는 장소, 사람, 시간 자극을 우연히라도 접하게 되면 몸과 마음 어디선가 그 자극에 공명해 울렁거림을 느끼고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그 울렁거림이 점점 심해져 도박 중독으로 받은 마음의 상처가 욱신거리는 삶, 상처는 완전히 아물어 흉터조차도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상처가 워낙 깊었기 때문에 비만 오면 고통으로 어디를 다쳤는지 대번에 느끼는 것, 그것이 도박 중독이 남긴 상처입니다.
저는 상담을 할 때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는 건 목숨을 건지는 일이나 같기 때문에 손이나 발 하나 쯤은 자를 각오를 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만큼 도박 중독이 치유되는 건 어려우니 각오를 단단히 하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지요. 그런데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도박을 그만두기를 원하는 도박자가 너무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는 과정도 고통스럽지만 한번 도박에 중독되면 치유되고 난 이후에도 그 때의 상처를 욱신거리는 고통과 함께 평생 되새기며 살아야 합니다.
그만큼 도박 중독은 병 자체도 무섭고 뒤끝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니 절대로 도박 중독을 우습게 보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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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은 도박 중독이라는 병의 가장 큰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고 치유의 관건이기도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행동 결과를 책임진다는 건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 중 하나니까요.
그래서 상담자는 도박자가 책임있는 행동을 하는 지에 관심이 많고 항상 눈여겨 봅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자는 어떻게 책임지는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소위 '바닥치기' 단계를 지나야만 가능한 걸로 생각하지만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많은 요인들이 있거든요.
다만 분명한 건 자기를 대신할 사람이 있는 한 도박 중독자는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다는거지요.
그게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줄 사람이든, 거짓말이나 변명을 대신 해 줄 사람이든 상관없습니다.
심하게는 실제로는 대신 책임져 줄 사람이 없는데도 도박 중독자가 그런 사람이 있다고 믿기만 해도 이 무책임 기제가 작동합니다. 내가 안 해도 누군가는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겠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도박 중독자는 자신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가 '바닥을 치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앞으로 나설 때까지 무기력하게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push하는 대신 도박 중독과 관련된 문제만큼은 심할 정도로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죠. 일종의 '방관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죠.
도박자가 도박에 빠져 생긴 문제를 '똥'으로 비유한다면 냄새난다고 어서 치우라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똥'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듯 행동하는 것이죠. 분명히 냄새가 나고 보기에도 더러운데 말이죠. 처음에 도박자는 '똥'의 존재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신을 대신해서 치워줄 것을 직, 간접으로 요구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똥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 태연하게 행동하면 결국 본인이 치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때가 되면 도박자의 손을 살짝 거들어 주기만 해도 문제가 한결 쉽게 해결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도박 중독자는 자기를 대신할 사람이 있는 한 절대로 책임지기 위해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책임 질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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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상담에서 도박을 끊어야 한다는 건 절대 명제에 가깝습니다. 도박을 조절하며 즐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 상담자가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상담자는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도록 결정,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상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을 왜 그만두려고 하는지 물어보는 상담자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상담 초기에 도박을 끊어야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명쾌하게 답하는 도박자의 수가 의외로 적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뭔가 도박에 빠져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고, 가족들이 걱정하게 되었으며, 이렇게 계속 가면 큰 문제가 생기겠구나 싶어 살짝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자신은 도박 중독자가 아닌데 주변 사람들이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황당하기도 하고 잠시 운이 없어서 돈을 좀 잃었을 뿐 곧 다시 기회가 오면 잃어버린 돈을 다 찾을 수 있을텐데 왜들 이렇게 부산을 떠나 싶은 생각을 하는 것이 도박 중독자들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큰소리 탕탕 치기에는 재정적인 손실이 발생한 것만큼은 명백하니 가족들 마음이라도 달래줄까 싶어 못 이기는 척 하고 따라온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기관이 사실상 도박 중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데도 불구하고 도박자는 겉으로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도박을 그만둘 생각까지는 (전혀) 안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상담자가 도박자에게 왜 도박을 그만두려고 하는지 묻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도박을 끊을 생각이 전혀 없는 도박자라면 대부분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피상적으로만 답을 할텐데 그래도 도박을 왜 끊으려고 하는지 도박자 스스로 생각해보고 답을 하게끔 하는 과정은 중요합니다.
저는 보통 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입장을 바꾸어서 내가 도박자의 역할을 할테니 상담자의 입장에서 도박을 끊어야 하는 이유를 들어 나를 설득해보라고 주문합니다.
도박을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도박자일수록 도박을 끊으라고 상담자를 설득할 무기가 없습니다. 금방 말문이 막히는데 그러고 나면 자신이 사실은 상담자가 반박한 바로 그 논리에 매달리면서 도박을 계속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채게 됩니다.
그 생각의 틈을 상담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상담의 향방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상담자가 도박에 중독되면 얼마나 큰 문제가 생기게 되고, 당신이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태이고, 도박을 그만두지 않으면 얼마나 더 큰 일이 발생하게 되는지를 설득하거나 강변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소용이 없습니다. 도박자의 방어를 더욱 공고히 만드는 결과만 초래하게 되죠.
그러니 도박자에게 도박을 끊어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도록 요구하고 가끔은 입장을 바꾸어 도박을 끊으라고 상담자를 설득해보는 작업을 해 보기 바랍니다.
도박자의 마음을 흔들어 도박 중독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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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이미 여러 차례 도박을 끊겠다고 약속도 하고 선언도 했다고 이야기합니다만 제가 볼 때 그건 제대로 된 공표가 아닙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첫째. 정말로 도박을 그만둬야겠다는 절박감에서가 아니라 도박을 그만둘 생각까지는 없지만 가족이 하도 보채니까 마음을 달래주려고 각서도 쓰고, 그만하겠다고 약속도 하는거죠. 정말로 도박을 그만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그렇게 쉽게 말 할 수 없습니다. 정말 끊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 도박자 본인만 알 수 있으니까요.
둘째. 정식으로 제대로 선언한 적이 없습니다. "알았어, 알았다고... 이제 도박 안 할테니까 그만 좀 이야기 해"라는 식으로 가족의 입을 막기 위해 대충, 설렁설렁 이야기를 하고 맙니다.
자의든 타의든 상담을 받으러 왔고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다닌다는 건 본인도 문제에 대해 이전과는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는 걸 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시점이 되면 자신의 의지를 다지고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물론 도박 중독이라는 병의 특성 상 도박자가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뒤집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앞으로 죽을 때까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노라는 다짐을 정식으로 세상에 공표하는 건 중요하고 또 효과가 있습니다.
성격 장애가 있지 않는 이상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즐기는 도박자는 없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는
공표를 널리 하게 되면 그걸 어겼을 때의 심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도박을 자제하는 효과가 있거든요.
대신 그 공표는 제대로 해야 합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최소한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선언물을 읽는 형식으로 엄숙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그 선언문에 지장을 찍거나 사인을 해서(아예 파손이 안 되게 튼튼한 액자로 만들어서)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곳에 걸어 놓으면 더 좋겠지요.
유의한 점은 아직 도박자가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는데 가족들이 압력을 가해서 억지로 진행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대신 도박자가 준비가 되면 격려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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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가족들이 자신들이 불행해야 도박 중독자가 가족들의 불행을 야기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단도박 의지를 다지게 되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안타깝지만 아닙니다.
도박자가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도박 충동에서 자유로워지는 단계에 이르러야 가능한데 이러한 깨달음은 아주 나중에야 오게 됩니다.
도박자가 재발하거나 계속 도박을 하는 상태, 즉 도박 충동의 영향력 하에 있는 상태에서는 시야가 극도로 좁아져서 도박 또는 도박과 관련 있는 자극이나 사람이 아니라면 그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터널 속에 들어간 것처럼 터널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가족이 불행 속에 머무르는 건 본인들만 고통스러울 뿐 대부분의 도박자에게는 아무런 효과를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간혹 감이 예민한 도박자가 있어서 가족의 불행을 감지할 수 있지만 이들도 인간이라 고통스러운 것을 피하려는 마음이 작동하기 때문에 가족의 불행을 외면하고 도리어 도박으로 도망가려고 시도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불행을 가장하거나 실제로 불행을 노출한다고 해서 도박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실 상 미미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도박자가 무엇을 하든 가족들부터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지요. 도박자가 도박을 끊기는 커녕 정신을 못차리고 더욱 더 도박에 빠지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가족들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도박자가 도박을 계속 하면 할수록 도박 빚은 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며, 일과 학업 등 자신에게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지 못해 점점 더 고통의 늪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에 반해 도박자를 제외한 가족들은 자신의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고 화목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평안한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위로 올라가는 가족의 삶과 아래로 내려가는 도박자의 삶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간극이 벌어지고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벌어져 도박자가 그 때까지 애써 붙잡고 있던 자신만만함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도박자는 불안 초조해지고 드디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도박으로 쌓아 올린 강고한 벽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지요.
일단 자그마한 실금이라도 생기면 아주 작은 압력에 의해서도 그 벽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족들은 도박자가 부러워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도박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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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라도 일단 도박에 중독되게 되면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하게 되는 건 맞습니다. '거짓말'과 '무책임'은 도박 중독의 증상이니까요.
하지만 모든 도박 중독자들이 하나같이 무책임한 사람들일까요? 글쎄요.
다른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보죠.
많은 도박 중독자들의 재발 요인들을 추려내다보면 공통된 이유 몇 가지로 묶이게 되는데 그 중 하나는 일상생활을 하다가 조금 모자라는 돈을 도박으로 메우려다가 다시 도박에 빠지는 겁니다.
조금 모자라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도박 빚 이자가 조금 모자라거나, 자녀의 학원비가 조금 모자라거나, 갑자기 경조사가 생겼는데 축의금을 낼 돈이 조금 모자라거나.... 어쨌거나 현재 자신이 가진 것으로는 살짝 부족하지만 대박이 아니더라도 도박으로 한번만 따면 금방 메울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작은 모자람입니다.
만약 도박 중독자가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이 맞다면 어떻게 할까요? 그냥 배를 째면 됩니다. 이번 달 이자쯤이야 다음 달로 넘기고,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학원비도 한 달 밀리게 하고, 축의금은 그냥 말로 때우면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도박으로 인해 가족에게 너무나 많은 피해를 주고 상처를 남겼는데 이것만큼은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은 책임감이 마음 한 구석에는 남아 있는거지요. 그 책임을 지는 방법이라는게 절대로 책임질 수 없게 만들고 더 깊은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도박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작은 책임을 지려다가 더 무책임하게 될 수 있는 게 도박 중독입니다.
그러니
도박이라는 수단에 의지하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사소한 무책임은 감내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당해도 당분간은 참아야 합니다.
도박 중독은 무책임의 병이지만 치유 과정에서는 사소한 무책임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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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도박 중독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로부터 버림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가족의 손을 잡고 전문치유기관을 방문하는 것이죠.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외로 큽니다.
그런데 정작 상담을 시작하고 나면 당장이라도 헤어질 것처럼 보였던 가족은 중독 치유의 큰 짐을 전문가에게 넘기고 나면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고, 도박 중독자 역시 당장이라도 도박을 그만두고 새사람이 될 것처럼 폼을 잡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태함과 자만심이 자리잡고 나면 당장은 아니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치유가 되면 용돈 범위 내에서 조금씩 도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반드시) 품게 됩니다.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삶과 도박은 절대로 끝까지 함께 갈 수 없습니다. 결국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합니다. 상담자와 가족은 당연히 도박을 포기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문제는 도박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유 초기에 가족은 도박자에게 가족과 도박이 함께 갈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도박자는 양가 갈등 속에서 우왕좌왕하면서 고통을 겪게 됩니다.
저는 가끔 상담 초기에 배우자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상담이 시작되고 나서 배우자가 다시 도박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돌아온 답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으니 다시 도박을 하면 곧바로 이혼하겠다는 거라면 그 때까지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라고 합니다.
협의 이혼 서류를 준비해 미리 작성해두고, 소송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유능한 이혼 전문 변호사를 물색하고, 독립을 위한 자금을 별도로 모으고, 재산권 방어를 위해 재정을 분리하고, 별거하게 되면 당장의 거취를 어디로 할 것인지, 누구의 도움을 받을 것인지 정하는 등의 action을 리스트로 만들어 지금부터 순서대로 진행하라고 합니다.
간혹 헤어지는 준비를 미리하면 결국 헤어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가족도 있지만 이건 일반적인 이혼과 다른 도박중독 치유 과정이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족이 이혼,의절 준비를 철저히 하면 할수록 정작 그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분명한 신호를 알아차린 중독자가 도박을 포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은 마음의 평안과 힘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감정을 배제하고 좀 더 냉철하게 도박 중독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도리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으면 점점 불안해지기 때문에 도박자의 자발적 회복만을 의지하고 매달리고, 간섭하게 됩니다. 그래서 갈등은 더 심화되고 가족의 의존성과 약한 마음을 간파한 도박자가 도박을 포기하는 시점만 늦춰지게 됩니다.
그러니 치유 초반부터 가족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삶과 도박이 절대로 함께 할 수 없다는 강력한 신호를 행동을 통해 도박자가 알게 해야 합니다. 이런 신호가 도박자의 고민을 줄이고 가족에게 돌아올 가능성을 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명심하세요. 전문치유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의 도박자에게는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는 걸요.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마음을 먹은 즉시 해야 효과가 더 커지다는 것도 아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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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자기 반성과 자아 성찰은 매우 중요합니다. 도박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그로 인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앞으로 이런 상황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등을 꼼꼼히 살펴봐야만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으니 어떠한 즐거움도 느껴서는 안 되고 계속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치유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치유를 더디게 만듭니다.
간혹 도박(또는 재발) 사실을 고백하고 난 후 얼굴이 편안해진 도박자에게 울화가 치밀어 잔소리를 하거나 바가지를 긁는 가족들이 있습니다만 그것 역시도 치유 효과는 별로 없기 때문에 상담자는 이를 만류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도박자가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고 사소한 즐거움마져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이유가 가족의 눈치 때문이라면 그런 자학은 가족을 편안하게 만들지도 않을 뿐 아니라 도박자 스스로에게 치유의 희망을 불어넣지도 않습니다.
그건 시쳇말로 피해자 코스프레와 다를 바 없습니다.
가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도박자가 자신을 자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짐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고 희망을 엿볼 수 있도록 일관되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도박자가 잠시 행복해 한다고 해서 기분이 나빠지고 울컥하는 가족도 있을 수 있으나 그건 그 가족 구성원의 문제이지 도박자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도박 중독 치유는 장거리 마라톤과 같습니다. 한 방울의 물도 마시지 않고 완주할 수는 없습니다. 가끔은 급수대에서 목도 축이고 열이 오른 몸도 식혀야 합니다. 그래야 퍼지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는 겁니다.
대신 달릴 때 곁눈질하거나 뒤를 돌아보며 눈치 보지 말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리면 됩니다. 가족들에게는 그걸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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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하면서 도박으로 생긴 빚을 갚아 나가겠다고 할 때 상담자가 분명히 취해야 할 입장은 이것입니다.
"도박을 그만두지 않고 도박빚을 갚는 것은 처음에는 가능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치료적 측면에서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노력을 통해 도박의 무익함과 도박을 하면서 빚 갚기가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찬성한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하면서 빚을 갚는다고 할 때 상담자가 제시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박은 도박이고 빚 갚기는 빚 갚기이다. 절대로 도박을 해서 번 돈으로 빚을 갚아서는 안 된다"
즉 도박과 도박 빚을 분리하는 겁니다. 설사 초반에 돈을 따더라도 그건 다른 곳에 써야지 빚을 갚는데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돈을 잃더라도 더 이상의 빚을 내지 말도록 권고도 해야 하지만 대개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도박으로 딴 돈으로 빚을 갚지 않도록만 신경쓰세요. 어차피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지 않으면 빚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도박으로 딴 돈으로 빚을 갚는 경험을 하게 하면 도박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됩니다. 나중에 도박 빚을 갚기는 커녕 빚의 액수가 더 늘어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조금이지만 어쨌거나 갚았던 적도 있다면서 도박을 하면서 빚을 갚지 못한 이유는 도박 자금이 부족했다거나 운이 안 따랐다거나 하는 등 이전과 동일한 핑계를 대고 합리화를 하게 됩니다. 그걸 막으려면 도박과 도박 빚을 분리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도박을 계속 하든 말든 빚 만큼은 반드시 일을 해서 갚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도박을 지속하면 지속적인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채무 변제 계획을 세워서 기간과 금액을 정해두고 시작해야 합니다. 돈이 생기는 대로 갚겠다는 도박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도박을 하겠다는 걸 그냥 방치하는 꼴 밖에 안 됩니다. 간헐적인 빚 갚기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도박을 그만둬야 합니다. 도박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절대로 간헐적으로 빚을 갚을 수가 없거든요.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당장 도박을 끊을 생각은 없으나 상담을 하면서 빚은 갚아나가기를 원하는 도박자가 있을 때 무조건 도박을 끊으라고 강권하지 말고 스스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도박으로 번 돈을 빚 갚는데 사용하면 안 되고 반드시 일해서 번 돈으로만 빚을 갚도록 하는 원칙만 지키면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도박을 계속하는 한 빚을 갚을 수 없다는 걸 도박자가 깨닫게 되는데 그 기간을 최대한으로 단축하면서 손실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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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담을 할 때 도박 중독자에게 왜 도박을 끊으려고 하는지 자주 물어보는 편인데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도박 중독자가 별로 없습니다.
당연히 도박을 끊으려고 전문적인 상담까지 받는 것이니 왜 도박을 끊으려고 하냐는 질문은 왜 암에서 나으려고 하나요 만큼이나 어리석은 질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굉장히 중요한데 도박을 왜 그만두려고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도박자는 도박을 끊어야 할 외부 원인만 찾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가족(아내, 부모님)이 싫어하고 끊으라고 하기 때문에, 도박을 계속하면 그나마 남아 있는 재산도 탕진하게 되니까 등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들은 상담을 하다보면 도박자가 심각하게 고려하는 원인이 아니라는 게 금방 밝혀지게 됩니다. 즉,
스스로 도박을 그만둬야 할 이유(그 이유가 무엇이든,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하찮더라도 상관 없습니다)가 분명하지 않다면 외부 요인에 의해 도박을 끊으려는 시도는 대개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을 할 때 역설적으로 상담자가 도박 중독자의 역할을 할테니 상담자의 역할에서 왜 도박을 그만둬야 하는지 나를 설득해보라고 주문합니다. 상담자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건 자신도 설득당할 준비가 안 되었다는 거니까요. 스스로 도박을 그만둬야 할 강력한 이유를 갖고 있지 않다면 도박 중독 치유가 어려울 것은 안 봐도 뻔합니다.
이렇게 역할 바꾸기를 해 보면 많은 도박자들이 도박을 계속 하면 재산을 잃게 되기 때문에 더 이상 도박을 하면 안된다는 논리로 설득을 시도하는데 "정말로 그렇게 믿으세요?"라고 되물으면 대답이 금방 군색해집니다. 왜냐하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도박으로 돈을 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죠.
돈 문제(도박을 계속 하면 결국은 모든 재산을 잃게 된다는 생각)는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큰 문제 같고 그것 때문에 도박을 끊으려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 돈은 도박을 끊어야 할 이유로는 아주 약한 요인입니다.
그래서 설사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해도 도박을 끊어야 할 이유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래서 상담자를 설득할 수 없다면, 자신에게도 확신을 심어줄 수 없다면 도박을 끊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특히 그 변화가 중독과 관련된 문제라면 그 변화에는 강력한 계기와 이유가 필요하거든요.
그러니 도박 문제로 고민하는 중독자들께서는 내가 도박을 그만둬야 할 돈 문제가 아닌 이유, 상담자가 설득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이유를 반드시 찾아내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고 그 과정에서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은 두려움과 당당히 맞서야 하겠지요.
두렵지만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 두려움과 맞설 때에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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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가 빠지기 쉬운 착각 중의 하나는 모든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러 왔을거라고 가정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내담자는 어딘가 고통스러우며(모든 내담자가 그런 것도 아닙니다만), 대개는 그 고통을 덜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곧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내담자가 너무 무기력하고 우울해서 살 맛이 안 나지만 그럼에도 이런 고통 때문에 독립할 필요 없이 부모님 슬하에서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안정되게 살 수 있고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 심리적 고통을 상쇄할 수 있다면 내담자가 우울하다고 상담자를 찾아왔을 때 우울감 자체를 해소하고 싶어할 수는 있지만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분명해지는 경우 우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도리어 피하려고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를 도박 중독의 문제로 끌어오면 그림이 좀 더 분명해지는데 도박 중독을 전문으로 다루는 상담자는 자신을 찾아오는 모든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고 싶어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도박이 야기하는 고통감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주관적인 이득이 있다면 결국은 도박을 그만두지 않을테니까요. 조금 잔인하게 말하자면 도박 중독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이득을 계속 누리는 것이지 도박을 끊는 게 아닙니다. 반대로 말해 도박을 그만둬야지만 그 이득이 역설적으로 충족된다는 것을 도박자가 깨달을 때 비로소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도박 중독자가 당연히 도박을 끊으러 왔다고 전제하지 마세요. 이건 흔히 도박 중독 치료 교재에 나오는 양가 갈등(나는 도박을 그만두고도 계속하고도 싶다)과도 같지 않습니다.
도박을 끊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상담하는 것이 먼저이며 그렇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으러 왔다고 할 때(상담자가 물어보기 전에 스스로 도박을 끊으러 왔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거의 없다는 점도 흥미롭죠) 왜 끊으려고 하는지 꼼꼼히 물어봐야 합니다. 정말 그만두고 싶은 것인지를 확인해야 하니까요. 간혹 도박을 계속 하게 만들려는 도박 충동의 입장에 서서 도박을 계속 하라고 유혹하고 정말 그만두고 싶다면 그 유혹에 반박해 보라고 도박자를 push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박 중독자는 당연히 도박은 끊어야 하는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에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과연 도박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스스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됩니다. 상담자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도박을 해도 되지 않느냐며 선택의 결정권을 도박자에게 넘길 때 드디어 도박자는 자신의 도박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도박 중독자가 당연히 도박을 끊으러 왔을 거라고 함부로 전제하지 마세요. 도박을 그만두려는 것이 확실한지, 왜 그만두려는지를 충분히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도박을 그만두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을 살펴보는 것은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확실히 결정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니 그 다음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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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뿐 아니라 단순한 행동 습관의 변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는 변화의 다짐을 밖으로 알리는 공표를 하는 것입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공표하지 않은 다짐은 절대로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다짐을 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자들은 대부분 상담을 받으러 오기 전에 도박을 그만 하겠노라며 각서도 쓰고 가족들에게 여러차례 약속을 하지만 그건 엄밀히 말하면 공표가 아닙니다. 그저 난감한 상황을 모면하려고 둘러댄 핑계, 거짓말일 뿐입니다. 정말로 도박을 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각서를 쓰는 도박자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소위 바닥을 치고 가족에 이끌려 상담을 받으러 전문기관에 나온 도박자들은 그 때부터 자신이 도박을 그만둘 것임을 확실하게 표명하지 않습니다. 상담자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이제부터 도박은 당연히 안 하는 걸로 생각하지만 정작 도박자는 스스로 더 이상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소리내어 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대충 아무렇게나 둘러대던 그 때와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교육과 상담을 통해 도박 중독의 폐해와 무서움은 알게 되었지만 그만큼 나는 다르다, 통제력만 회복하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베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달리는데다 도박을 그만 두겠다는 말을 입 밖으로 뱉고 나면 자신이 도박 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것만큼은 피하려고 합니다.
심리학에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의지와 다른 행동이라도 일단 행하고 나면 인지 부조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결국에는 가치관이나 의지를 수정한다는 것이죠. 그 어려운 마음의 변화를 먼저 행동을 저지름으로써 이루어내는겁니다.
도박 중독 치료의 효과는 도박을 끊겠다는 말을 입 밖으로 공표할 때에만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람의 수에 비례해서 증폭됩니다.
아무리 골방에서 혼자서 머리띠 두르고 혈서를 쓰고 일기장에 각오를 정리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반드시 자신의 탈도박 의지를 밖으로 공표해야만 합니다.
배우자, 부모님, 가족 친지, 친구, 동료에게 탈도박하겠다는 말을 도저히 못 하겠다면 과연 도박을 끊을 준비가 된 것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아마 아닐 겁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겠습니다. 탈도박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1) 정말 도박을 그만두고 싶은지 내면의 자신에게 정직하게 물어보고
2) 도박을 그만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뒤
3) 그 결심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공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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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치료를 하는 상담자가 현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유형의 도박자는 아니지만 간혹 자신은 잡기에 능하고, 도박을 잘 하며, 좋아하기도 하니 이참에 아예 프로 도박사가 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는 바람에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드는 내담자가 있죠.
이들은 대체로 젊고 혈기 왕성하며 머리가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도박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수준이 아직까지는 그리 극심하지 않아서 소위 바닥의 쓴 맛을 아직 못 본 분들이 많죠.
이러한 도박자를 상담하는 상담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도박 중독자라는 인식을 하게끔 노력하는 과정에서 프로 도박사의 길이 얼마나 힘들고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길인지를 강변하는 것입니다.
이는 도박자에게 도박으로 돈을 따는 것이 왜 불가능한 것인지 그 이유를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과 비슷한 함정입니다.
물론 프로 도박사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도박자가 (머리로) 알게 만들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현재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도박 중독 상태에 있는지를 도박자가 깨닫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비효율적인 작업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분들이 오면 프로 도박사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아래의 내용들을 먼저 생각해보도록 돕습니다.
1. 프로 도박사가 되는 것처럼 인생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의사 결정은 현재 깨어진 삶의 균형(balance)를 회복한 이후에 즉, 냉철하고 객관적인 판단력을 회복한 이후에 내려도 늦지 않다.
2. 삶의 balance를 회복하고자 노력할 때에는 일시적인 성공만으로 자만하지 말고 몸에 밴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나타날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해보자.
이 두 가지를 먼저 해 보자고 합니다. 물론 당연히 실패하게 마련이죠. 삶의 균형을 그렇게 쉽게 회복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도박 중독자가 아닌 겁니다.
실패를 통해 내담자는 자신이 프로 도박사가 되기 위한 재원이 아니라 단순한 도박 중독 상태에 빠져 착각을 하고 있는거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죠.
만에 하나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데 성공한다면 어떻게 하느냐, 프로 도박사가 되는 길에 대해 상담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느냐고 우려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담자가 프로 도박사가 되겠다고 매달리는 건 진지한 자기 성찰에서 나온 결론이 아니라 도박을 끊고 싶지 않은 갈망과 집착에 의해서 생긴 착각이니까요.
그래서 막상 삶의 균형을 회복하게 되면 프로 도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예전에
'지도가 영토가 아니듯 증상이 원인은 아니다'라는 말씀을 다른 포스팅에서 드린 적이 있습니다.
도박자가 하는 모든 말이 도박자의 문제를 반영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상담자는 그 안에 숨겨진 도박자의 양가 갈등과 고민을 읽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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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제 책을 읽었다면서 단도박 모임을 다니는 어떤 여자분이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도박자의 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본인이 완전히 치유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예전에 도박 중독자였나 봅니다.
이 분 말씀은 제 책의 내용 중 대부분을 수긍하지만 도박 중독이 완전히 치유될 수 없다는 것과 도박 중독이 치유되어도 갈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내용은 틀렸다면서 제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십니다.
혹시나 여쭈어 보니 역시나 제 책을 다 읽지 않으셨더군요. 제대로 읽으셨다면 제가 도박 중독이 완전히 치유될 수 없다고 한 적이 없다는 걸 아셨을텐데요(관련 포스팅
'도박 중독은 과연 불치병인가'). 더구나 제 책의 홍보 문구 중 하나가 앞 표지에 떡하니 박혀 있는 '도박 중독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다'이니 겉표지도 제대로 안 보신 것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하여간 도박 중독은 완전히 치유된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드립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드리려고 하는 말씀은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과연 갈망이 완전히 사라지는가에 대한 것인데요.
제게 연락하신 분의 주장으로는 본인이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치유되고 보니 갈망이 사라지고 생각조차 전혀 나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도박에 중독된 적이 없으니 갈망이 사라지는 완전한 치유 상태를 경험하지 못해 그런 틀린 이야기를 썼다는거지요.
과연 그럴까요?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치유되면 갈망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까요? 그렇다면 더 이상 도박을 겁낼 필요가 없어지는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어도 갈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평생 주의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1년에 포스팅한 글이 있습니다(관련 포스팅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충동은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어 격한 운동을 하다가 인대를 다치면 몸이 완전히 나은 뒤에도 인대가 손상된 부위의 기능이 예전처럼 100% 발휘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종의 취약점이 생긴 것이죠. 취약점이 생긴 부위는 또 다시 다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박에 한번이라도 중독되었던 사람은 완전히 치유된다고 해도 도박에 한번도 중독된 적이 없는 사람과 달리 중독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갈망을 느끼지 못하는 건 왜 그럴까요? 그건 갈망이 의식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무의식 수준으로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갈망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죠. 정말 무의식 수준에서는 갈망이 숨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도 있습니다(치료자 입장에서는 말리고 싶습니다만).
예전에 본인이 하던 도박과 관련된 자극을 조심스럽게 접해 보는 겁니다. 경마를 하던 분들은 경마공원에 가 보거나, 고스톱을 하던 분들은 화투패를 손에 쥐고 만지작거려 보는 것이죠. 그러면 있는지도 몰랐던 갈망이 어느새 불끈 치밀어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철저히 도박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고 열심히 치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일수록 갈망이 사라진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지만....
명심하세요. 도박에 대한 갈망은 절대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갈망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오판과 자만심이 재발의 재앙을 불러온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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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도박자를 만나는 상담자라면 대부분 이미 알고들 계시겠지만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합리적인 이유를 도박자에게 설명하는 건 대체로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지금도 상황이 크게 나아진 건 없지만 그야말로 도박중독치료의 불모지였던 10년 전 쯤에 참고할 만한 전문 서적이라고는 미국에서 사용되던 원서밖에 없었던 당시 그런 책을 썼던 전문가들이 강조한 건 대부분 인지행동치료에 입각한 논리적, 합리적 접근법이었죠.
저도 거기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서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통계적, 심리적, 사회적 이유를 열심히 공부하고 강의안을 만들어서 예방 교육도 하고, 상담을 할 때 도박자에게 상세히 설명도 해 줬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별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문화적인 배경의 차이가 굉장히 컸던 것이죠. 미국의 경우에는 굉장히 중요했던 치료 기법이고 실제로 효과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합리적인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생각만큼의 효과가 없습니다.
사전 예방 체계가 발달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전문기관을 방문하는 도박자들은 이미 많은 재발 경험을 거친 상태여서 논리적인 근거만 몰라서 그렇지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상담자가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걸 학생에게 강의하듯이 알려줘 봐야 반감만 생길 뿐입니다. 자칫하면 쓸데없는 실갱이로 천금같은 상담 시간만 낭비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기술이 부족해서 그렇지 공부만 조금 더 하면 정말로 돈을 딸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도박 중독자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타이밍을 잘 맞춰서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를 함께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제가 경계하는 건 외국에서 효과적인 치료 기법이었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무조건적으로 적용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자에게는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그다지 효과 없습니다. 한다 하더라도 그게 정말로 필요한 적절한 타이밍에 짧게 해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 보다는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면 그 돈으로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탐색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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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전문치료기관인 유캔센터가 문을 닫는다'는 포스팅을 한 것이 2012년 12월 30일이었으니 어느덧 1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센터에도, 제 개인적으로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걸 모두 말씀드리자면 이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본론만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유캔센터가 문을 다시 엽니다. 하지만 욕심껏 활짝 열지는 못하고 살짝 반만 여는 모양새를 취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 배경을 먼저 말씀드리면 2014년 사감위에서 마련한 건전화 평가지표에 '이용자 대상 도박중독 치유협력'이라는 새 지표가 추가되면서 사행산업체에서 사감위 도박문제관리센터로 문제도박자를 상담의뢰한 실적을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걸 도박중독치료를 다시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왜냐하면 사감위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의뢰서를 작성하려면 치료에 준하는 지속상담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캔센터가 문을 닫고 직제를 개편할 때 도박중독상담 기능이 업무 분장에서 빠지면서 공식적으로 상담이나 치료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예 용어 자체도 사용할 수가 없게 된 거지요.
그래서 내년에는 어떻게 바뀔 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지속 상담을 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사감위 센터로 의뢰하기 전에 2~3회의 초기 개입(용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을 통해 채무 변제 등의 환경 개선과 도박자 및 가족들의 대처 방법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후에는 의뢰된 사감위 센터에서 상담을 받으셔야 하지만 그래도 경험많은 유캔센터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고 가시면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다만
주의사항을 하나 말씀드리면 사감위에서 요구하는 의뢰 대상이 도박자에 한하기 때문에 도박자 또는 도박자를 동반하지 않고 가족이나 보호자만 단독으로 도움을 요청하시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기는 합니다만 그런 분들은 1336으로 연락하셔서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직 유캔센터 홈페이지에도 공지가 나가지 않은 상태인데 월덴 3를 통해 먼저 공지합니다.
제게 초기 개입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 분들은 walden3@gmail.com으로 성함, 계시는 곳의 지역,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최대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내년에는 유캔센터가 정식으로 오픈해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 때처럼 도박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드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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