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알고 있기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을 하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거의 다 단기 프로그램의 형태에 불과했지요. 올 상반기에 제가 진행했던 동기강화 집단상담도 8회기짜리 폐쇄형 집단치료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집단 상담이란 그런 것이 아니죠((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은 전문적인 상담자가 있고 구조화된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는 개방형 장기 집단 상담입니다).
그래서 동기강화 집단상담이 끝난 후 도박 중독자를 위한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을 해 보고 싶어서 개방형 집단상담을 시작해 현재 8회기까지 진행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진행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 해 보고 싶습니다.
아직 경험은 일천하지만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에 관심이 있는 상담자들께서 알고 계셔야 할 지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경험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상담 장면에 맞게 조정하셔야 할 겁니다.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집단 상담을 할 때 상담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절대 돈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할 것
: 가능하면 각 내담자가 집단 상담에 들어올 때 작성하는 informed consent에 아예 문구로 넣어서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도박 모임에서도 이 문제로 불미스러운 일이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내담자 간 돈 거래는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 상담에서 상당히 파괴적입니다. 차를 가져왔는데 기름이 떨어졌으니 기름값을 빌려달라는 정도의 가벼운 돈 거래도 못하게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모든 내담자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집단 상담이 도박 자금을 융통하거나 도박 빚을 갚기 위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자금원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집단 상담에서 일어나는 돈 거래는 가장 중요한 효과 요인인 응집성을 깨뜨립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 가능한 한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상담 장면 밖에서 만나는 것도 못하게 할 것
: 도박자끼리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알게 되면 해당 도박자의 가족은 대체로 불안이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상담자가 일일이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통제 못할 가정 불화로 이어지거나 재발의 위험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도박자가 밖에서 서로 만나는 것을 상담자가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할 수는 없지만
사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을 때에는 반드시 집단 내에서 open하고 다뤄야 한다는 걸 처음부터 분명하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상담 장면 밖에서 도박자끼리 만나게 되면 상담의 목표와 친목이라는 주객이 전도되어 상담의 동력이 저하됩니다.
3. 상담 장면 내에서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공개토록 할 것
:
상담자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건 집단 상담 안에서든 밖에서든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지역에 사는 도박자끼리 카풀을 해서 집단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 상담에 참석하지 않은 도박자의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써 공범 역할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집단 상담 중 재발을 하거나 법적 처벌 때문에 부득이하게 집단 상담에서 빠지게 된 내담자가 있을 경우에도 그 내용을 집단에 남아 있는 다른 도박자에게 감추지 않고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담자는 이 상황에서 비밀 보장의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적이고 안전하게 정보를 다룰 것만을 약속해야 합니다. 집단 상담에서 빠지는 도박자의 마음만 헤아리려다 상담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소탐대실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상담자는 비밀을 가져도 된다는 인식을 집단원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상담자의 권위가 강화되어 상담자를 중심으로 둔 방사형의 상담 구조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 역시 아주 치명적인데 '지금-여기'를 다루지 못하고 상담자의 눈치만 보게 됩니다.
4. 상담 장면 밖에서는 철저히 비밀 보장의 원칙을 지키도록 할 것
: 3번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집단 상담 내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되지만 반대로
집단 내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가족이나 집단 밖의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비밀 보장의 원칙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야 합니다. 상담을 통해 얻은 통찰이나 자신의 생각은 이야기해도 되지만 다른 내담자의 경험이나 개인 정보를 절대로 노출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하게 비밀 보장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깨어지면 어떤 내담자도 상담 시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상담이 계속 겉돌게 됩니다.
5. 가능한 한 동질적인 집단으로 구성할 것
: 도박의 유형까지 동질화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연령대 정도는 비슷한 수준(저는 대개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한정합니다)으로 맞추는 것이 초반 탈락자를 감소시킵니다. 그리고 개방형 집단 상담이라고 해도
개인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채무 변제 문제나 금단 증상과 같은 도박 중독의 핵심 문제가 다루어진 도박자를 집단 상담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탈락자가 많이 발생하여 더 이상 집단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서 개인 상담의 라포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도박자를 집단 상담에 involve하는 건 무모한 시도입니다.
만약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집단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동일한 상담자가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을 모두 진행하는 병행 치료(Combined Therapy)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의 상담자가 다른 연합 치료(Conjoint Therapy)는 각 상담자 간 긴밀한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저는 그런 협력 관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합 치료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계속 집단 상담을 진행하면서 또 다른 시사점이 생기면 정리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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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인정하고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현장의 상담자들은 도박을 안 한다는 도박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며 행동만을 신뢰해야 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압니다.
그래서 많은 상담자들이 도박자에게 지난 주에 도박을 했느냐고 물어보지 않습니다. 너무 직접적인 질문이어서 도박자에게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도박을 했다고 시인하면 그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지만 안 했다고 하면(대부분 이 답을 할텐데)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도박을 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없으면서도 믿기가 어려운 답변이므로 오히려 상담자와 내담자의 공고한 관계에 균열을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염려합니다.
하지만 저는 매주는 아니더라도 상담자가 도박자에게 지난 주에 도박을 했느냐고 자주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도박자는 그것이 실수이건 재발이건 간에 자신의 도박 사실을 자발적으로 상담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합니다. 고백을 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상담자가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을 지 염려해서 자꾸 고백을 미루는 것이죠. 그래서
상담자가 선수를 쳐서 도박 사실을 물어보는 건 도박자의 심적 부담을 빨리 덜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도박자에게 도박을 했는지 물어보는 것 자체가 상당한 치료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고 있다면 상담자의 질문에 당당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며 자신감이 고양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것이 상담의 효과이든 도박자의 마음의 힘 때문이든 상관 없습니다. 핵심은 도박자가 자신이 상담자에게도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음을 지금-여기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니까요.
만약
도박자가 아무도 몰래 도박을 다시 시작했는데 상담자에게 그런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았을 때 도박 사실을 부인한다고 해도 여전히 치료적인 효과는 있습니다. 이전에 이미 도박 중독이 거짓말병이라는 설명을 들은 도박자는 이전과 달리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서 상당한 정서적 타격을 받게 되고 자신을 신뢰하고 자신의 치유를 위해 애쓰는 상담자를 기만했다는 죄책감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한창 도박에 빠져 자신의 거짓말을 인식조차 못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인 것이죠.
도박자가 정작 도박을 했건 안 했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상담이 일반적인 주제를 다루는 단순한 상담이 아니며 도박 중독이라는 절대 절명의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것임을 이 단순한 질문 하나를 통해 환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담자는 도박자에게 도박을 했느냐고 묻는데 있어 심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단, 상담자와 달리 가족은 도박자에게 도박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쌍방 모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치료적인 의미를 갖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대개 가족의 의심병 때문에 감시 역할을 하는 차원에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가족에게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해도 도박자가 그렇게 지각하기 때문에 치료적인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은 도박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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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초기에 도박 중독자에게 지금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열이면 아홉은 빚 독촉에 시달리는 거라고 답합니다. 그만큼 채권 추심 압력은 합법이든 불법이든 채무자의 피를 말릴 정도로 고통스럽고 스트레스가 되지요. 그래서 초기의 도박자들은 빚에 대한 압력을 줄이는데 정신이 팔려 가족과의 갈등이나 상담을 통해 도박 중독을 치유해야 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상담자가 채무 변제나 재정 관리 계획에 대한 정보와 적절한 도움을 제공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치유의 힘이 돈 문제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어려운 일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빚을 갚을 수 있게 되고 채권 추심 압력이 없어지고, 돈을 빌린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보니 의외로 쉽게 유예해준다는 걸 경험하게 되면 도박자는 갑자기 어깨를 짓누르던 압력이 사라지면서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간혹 그동안 밀쳐놓았던 일에 열중하거나 미안한 마음으로 가족에게 신경을 쓰는 도박자도 있지만 문제는 도박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너무 커서 그 공간의 허전함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도박으로 인한 고통은 언제 그랬냐 싶게 잊혀지고 가족들이 '이 사람이 너무 잘 먹고 잘 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잘 사는게 너무 얄미워요'라고 불평할 때쯤, 바로 그 때가 도박자에게는 더 큰 위기가 다가오는 때입니다. 그 위험한 적은 바로 '무력감'입니다.
도박을 포기하게 되면서 자신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몇 년이나 뒤쳐졌는데 그걸 따라잡을 방법이 없고 희망도없이 평생을 아무런 변화 없이 살아야 한다는데서 느끼는 압도적인 무력감이죠.
이 무력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자꾸 마술적인 방법에 의존하고 싶어지고 인생을 점프하기 위해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이어야 하죠. 희망의 빛을 돈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어야 더 이상 도박이라는 무한도전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자신의 인생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노력하세요. 도박 중독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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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도박자를 만나는 상담자들은 도박 중독이 '거짓말병'이고 '무책임병'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치유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일체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도박 충동이 거짓말을 먹고 자라니까요. 도박을 끊는다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도박자는 도박 충동이라는 맹수를 방안에 몰래 숨겨두고 먹이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간혹
도박과 관련해서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만 도박과 연관된 것이 아니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도박자가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제목에도 쓴 것처럼 도박 충동은 거짓말의 종류를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도박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야말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 온 도박자 중 더 이상 도박을 하지 않고 진실되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전혀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이 튀어나가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을 보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거짓말이 몸에 밴 것이지요.
사실 일상 생활에서는 수시로 거짓말을 하면서 도박과 관련된 부분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소위 말하는 '잔머리'를 계속 굴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든요. 그러니 아예 모든 것에 대해 일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는게 낫습니다.
또
거짓말에는 속이려는 의도 자체가 목적인 적극적인 거짓말과 정보를 누락하거나 말하지 않는 소극적인 거짓말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속이는 거짓말만 거짓말이 아닙니다. 소극적인 거짓말도 분명히 도박 충동의 먹이가 되는 거짓말입니다.
그러니 도박자는 아예 거짓말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완전히 지우고 모든 것에 거울처럼 투명하고 진실할 각오로 살아야 합니다. '이건 꼭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런 것까지 곧이곧대로 이야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 도박 충동의 꼬드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도박 충동은 거짓말의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거짓말은 도박 충동의 먹이가 됩니다. 도박 충동이라는 맹수가 자꾸 커지면 언젠가 그 놈이 주인을 잡아 먹는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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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를 만나는 상담자는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 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것이 도박 중독 치유의 궁극적 목표가 아닌 걸 결국은 깨닫게 됩니다.
그렇더라도 도박을 계속 하면서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결국 도박 중독 치유의 목표는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 치유된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그만둬야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속칭 '바닥 치기'를 통해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몸으로 체감하고 두려워서 도박을 끊는 것입니다. 이 경로는 탈도박이 아닌 단도박이기 때문에 도박자는 평생 도박을 두려워하면서 살아야 하고 두려움이 어떤 이유로든 감소하면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경우는 진정한 치유가 일어났다고 보지 않습니다.
두 번째 경로는 도박 중독으로 인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잊었던 의미를 찾으며, 삶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게 됨으로써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과 도박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연스레 도박을 내려놓는 길입니다.
전자가 수동적으로 도박을 끊는 것(단도박)이라면 후자는 능동적으로 도박을 내려놓는 것(탈도박)입니다.
당연히 상담자는 단도박이 아닌 탈도박을 목표로 해야 하며 도박 중독으로 야기되는 제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에는 반드시 도박자의 미래 삶과 의미, 가치관에 대해 다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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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박 중독자의 치유가 그렇게 힘든 걸로 알려져 있는데 상담을 하다 보면 느닷없이(?) 통찰이 일어나 갑자기 좋아지는 도박자를 반복해서 경험하다보니 단일회기치료로도 그런 통찰에 이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도박 중독의 특성 상 1회기만 상담을 하고 중도 탈락하는 도박자 또한 만만치 않게 많은데 그런 내담자에게도 단일회기치료를 통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TIP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우선 단일회기치료가 그렇게 효과적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온전히 동감하지 못하겠는데 요구 특성(demand characteristics)를 줄이기 위해 치료자가 아닌 다른 연구자가 추적 조사했다고는 하지만 전화가 일단 연결된 상태에서 자신의 치료자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거나 치료가 효과가 없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담자의 수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치료에 대한 자기 정당화 기제가 작동 못하게 하려면 최소한 치료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각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추적 조사를 해야할텐데 저는 개인적으로 요구 특성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너무나 자신있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건 좀 오버라고 봅니다.
저자가 미국 심리학자이거나 미국에서 훈련을 받은 심리학자가 쓴 책은 비용 대비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anaged care system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임상 현장의 분위기 하에 쓰여졌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이 책이 1990년에 발간된 책이고(무려 20년이 지나 국내에 소개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사용된 치료 사례가 1980년대 후반의 사례라는 점도 읽을 때 감안해야 합니다. 1980년 대 임상 현장을 고려하고 읽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현행 임상 장면의 속성 상 50분에서 최대 1시간 30분 안에 회기를 끝내야 하는데 3시간, 4시간 동안 진행하는 단일회기치료를 과연 단일 회기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단일회기치료라는 구조적인 접근에만 목을 매지 않고 1회기에 그칠 수 있는 모든 치료적 접근에서 임상가가 신경써야 할 부분을 꼼꼼히 짚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저자가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1회기로 종결되는 경우 임상가는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하거나 내담자의 반치료적 특성을 비난하기 쉽지만 그 무엇도 상담자와 내담자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단일회기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치료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꼼꼼히 모색해 보겠다는 저자가 노력한 결과는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출판사에서 붙힌 것으로 보인 '첫 번째 치료 만남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라는 부제가 단일회기치료라는 주 제목보다 오히려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지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려면 단일 회기가 아닌, pre-session이나 follow-up이 오히려 단일회기치료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pre-session입니다. 이 책에서는 pre-session이라고 명명했지만 제가 볼 때에는 이것도 거의 하나의 회기로 봐야 할 듯 합니다.
제가 볼 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려면 무엇보다도 내담자의 준비성(readiness)이 중요한 것 같고 전에
'모든 문제의 해답은 내담자에게 있다. 하지만...'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문제와 해결책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으며 전문가를 통해 확인받고자 하는 내담자에게 특별히 효과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회기 내에서 여러가지 기법을 쓸 수 있다고는 했지만 coaching이나 direct guidance가 효과적인 내담자에게 특히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고요.
내담자의 중도 탈락 비율이 높은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와 조기 종결하는 것이 내 문제가 아닐까 맨날 자책하는 임상가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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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때문에 그 고초를 겪었으면서도 재발로 악몽과 같은 순간을 반복하는 도박자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말은 안 하지만 마음 속에 '만약'이라는 조건을 항시 걸어놓고 있다는 것이죠.
'만약 가족이 이 빚을 해결해준다면'
'만약 도박에 대한 통제력을 다시 갖게 된다면'
'만약 도박으로 잃었던 돈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된다면'
'만약 혹시 은퇴하고라도 도박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만약 ~한다면'이라는 가정을 품고 사는 도박자는 결코 현재 이 시점에서 치유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 조건이 이루어진 뒤에 올 꿈같은 착각에만 빠져 있을 뿐이죠.
도박자가 항상 '만약'을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자신이 외면해도 되었던 절박한 현실과 드디어 직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자꾸 회피할 곳을 찾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자가 배수진을 치고 자신의 앞에 놓인 거대한 적과 한 판의 일전을 벌이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만약'이 만들어 놓은 구멍에 반드시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구멍의 끝은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일 뿐입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만약'이란 없습니다. 현재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러니 마음 속에서 '만약'이란 단어를 아예 지워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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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여가 생활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글에서 도박을 대신할 여가 수단을 선택하는 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처럼 선택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적절한 여가 활동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일단 선택한 여가 활동을 어떻게 즐기느냐도 도박 중독자에게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도박을 대치할 정도의 여가 활동이라면 평생 즐길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성공적으로 여가 활동을 하게 된 도박 중독자라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치는 것 같습니다.
1단계. 도박을 대치할 수 있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단 해 보는 단계.
: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취미나 여가 활동의 재미를 따지기보다는 도박을 하지 않기 위해 도박을 하던 시간이나 장소를 피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아서 시도해 보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경마를 하지 않으려고 경마일에 낚시를 가는 것이죠. 이 단계에서는 낚시가 재미있어서 낚시를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경마를 잊기 위해 낚시를 하는 것 뿐이죠. 이 단계에만 머무른다면 취미 생활 자체가 괴롭기 때문에 도박 충동을 불러올 수 있어 반드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2단계. 도박과 상관 없이 취미 자체의 재미를 깨닫는 단계.
: 대부분의 취미는 익숙해져서 본연의 재미를 느끼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과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데 도박을 하지 않기 위해 의무감에서 시작한 취미 생활의 초기 지루함을 견뎌내고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게 되면 도박과 상관 없이 즐거움을 느껴 지속적으로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앞에서처럼 경마를 하지 않기 위해 낚시를 시작했지만 매주 낚시를 가다보니 물고기에 대한 지식도 쌓이고 어느 저수지가 좋은 지 정보도 알게 되는데다 가끔 월척을 낚기도 하면서 소위 손맛을 알게 되면 경마를 하지 않는 날에도 시간을 내서 낚시를 하게 됩니다.
3단계. 자신의 취미 생활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단계.
: 2단계라도 안정적으로 이를 수 있다면 도박에 대한 대치 활동으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지만 3단계로 넘어가면 진정한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3단계로 넘어가면 자신의 취미를 타인에 의해 평가받거나 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집니다. 위의 예를 들자면 낚시 대회에 정기적으로 나가거나 낚시 강좌를 열어서 초보 낚시꾼에게 낚시 기술을 가르치는 단계가 됩니다. 일종의 성취감까지 느끼는 단계로 취미 생활의 깊이를 더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소비하는 취미가 아니라 생산하는 취미의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죠.
기왕에 여가 생활을 한다면 단순히 도박을 그만하기 위해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지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풍요롭게 그리고 즐겁게 살기 위한 취미 생활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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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가 도박을 끊는 데(저는 '그만두는데'라는 말을 더 선호합니다만)에는 일정한 단계가 있습니다.
도박을 끊는데 성공한 모든 도박자가 동일한 단계를 거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수의 도박자가 다음의 단계를 거쳐 도박에서 빠져 나옵니다.
* 1단계
:
도박 중독으로 인해 생긴 부정적인 결과를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박을 끊고자 합니다. 도박 중독 때문에 가산이 탕진되고 가정의 불화가 생기게 되면 갈등을 해소하고 경제적인 압박을 줄이기 위해 도박을 줄이거나 그만두게 됩니다.
문제 -> 부정적인 결과를 일소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목표가 달성되면 다시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과 욕구에 시달리게 됩니다. 특히 재정적인 압박이 사라지면 이제는 조금씩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교만함이 머리를 쳐들게 됩니다.
* 2단계
:
도박을 끊어야 할 자신만의 이유를 찾게 됩니다. 아직 가정이 와해되지 않고 주변에 자신을 지지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는 도박자들은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도박을 끊고자 합니다. 많은 도박 중독자가 2단계에 머무르며 2단계만으로도 강한 단도박 의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가 탈도박에 성공합니다.
문제 -> 목표가 사라지게 되면 자포자기에 빠져 더욱 심한 도박 중독 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도박을 끊겠다고 결심한 도박자의 경우 이혼을 하고 가정이 깨지고 나면 도박을 그만둬야 할 목표를 상실하게 되어 오히려 도박에 대한 의존이 더 심해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 3단계
:
도박을 끊어야 할 내면의 이유를 찾게 됩니다. 도박을 그만두고자 하는 이유가 외부에 있다면 대부분의 이유가 조건적(conditional)인 것이고 조건은 시간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탈도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동 장치가 아닙니다. 그래서 시간과 조건에 따라 바뀌지 않는 내면의 단도박 이유와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땀 흘리지 않는 것을 취하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고 그 가치관을 지키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의미라는 것을 알아냈다면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도박의 신화가 이 가치관과 충돌하게 됩니다. 그러니 가치관을 지키고자 하면 더 이상 도박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많은 도박자들이 도박을 끊기 위해 1단계에서 악전고투하며 많은 경우 2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는데 3단계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회복과 치유가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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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도박 중독자들이 전문적인 치료 기관이나 GA와 같은 자조 모임을 찾아 도움을 구하게 되는 것은 대체로 재정적인 문제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시점입니다.
그만큼 돈 문제는 도박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도박자가 계속 도박을 하게 되면 재정적인 문제가 가족들의 미래를 위협하게 되니 가족들은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도박자도 이 빚만 갚으면, 그동안 잃어버린 돈만 찾으면 언제든 도박을 그만둘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희망도 없는 도박에 계속 매달리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도박 중독 때문에 생기는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돈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돈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사이의 관계 문제입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신뢰가 무너지는 문제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도박 때문에 생긴 재정적인 문제는 도박 중독자가 정신을 차리고 도박을 그만두면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거나 회복될 수 있습니다. 도박자에 따라서는 도박하기 이전의 경제적 풍요를 금방 되찾기도 합니다. 많은 도박자가 성실하고 열정적이기 때문에 도박에 쏟아붓고 있던 에너지와 열정을 경제적인 부분으로 돌리면 사정이 빠르게 나아집니다.
하지만 사람이 곁을 떠나고 고립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다시 회복되기 매우 어렵습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는데도 그렇게 사랑하고 아끼던 배우자도 신뢰가 무너지면 그 신뢰를 회복하느라 굉장히 힘들고 먼 길을 가야하니까요.
게다가 이 신뢰는 돈이 많다고 금방 쌓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말과 행동의 일치, 그것을 꾸준히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수반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의 가장 큰 피해는 돈을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떠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곁에 남아 있을 때 도박 문제를 공개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떠난 사람을 돌려놓는 것은 황금으로 가득찬 수레를 끄는 황소들로도 어려운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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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2008년 7월에 미국 출장을 갔다가 저자를 만나 사인까지 받고 사 온
'Behind the 8-Ball'이라는 책을 소개드린 적이 있습니다. 1992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세 번째 개정이 된 이 책은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 때, 그 당시 도박자의 가족을 위한 지침서로 출판된 책 중 발군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아마도 도박자의 가족을 위해서는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되어 소개되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서의 표지와 거의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 책은 도박자의 가족이 문제의 원인이 도박임을 알아차리기 위한 경고 신호 확인법, 도박으로 인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 일별,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의 소개, 마지막으로 도박자와 가족 스스로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내용까지 세심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도박자의 가족에게 필요한 핵심적인 내용은 빠짐없이 다루고 있는 유일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번역판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번역판을 추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번역의 질이 형편없습니다. 원저에는 미국 문화에만 어울리는 다양한 배경 정보가 녹아 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제대로 번역되지 못해 매끄럽게 읽히지 않고 자꾸 눈에 걸립니다.
부록으로 국내 도박 중독 전문기관의 목록과 도박자의 가족을 위한 묻고 답하기를 수록해 도움을 주려고 애는 썼지만 가족들이 원하는 요구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가격이 18,000 원이라는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원 저자가 무리하게 로열티를 요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도박 중독의 결과로 재정적인 압박에 시달리는 도박자의 가족을 두 번 울리는 가격 책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정도 책이라면 13,000 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으며 능력이 되는 분들은 원서를 보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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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된 적이 있는 도박자는 누구나 반드시 자신의 '위험금' 액수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위험금'이란 말은 제가 만든 용어이기 때문에 용어 자체를 기억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의미만 명확하게 이해하고 계시면 됩니다.
'위험금'이라는 건 도박에 다시 손을 댈 수 있을 정도의 강렬한 충동을 야기하는 액수의 돈을 말합니다. 즉 재발 위험 금액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액수는
도박자마다 천차만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도박자는 100만 원은 되어야 카지노에서 놀 수 있기 때문에 그 이하의 액수로는 도박 충동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반대로 다른 도박자는 오히려 100만 원은 언감생심이고 10만 원 정도의 금액이 두 배로 불려서 좀 편하게 용돈으로 쓰기에 딱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액수의 크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박을 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느끼는 액수라면 단돈 1천 원도 위험금이 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위험금의 액수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주 적은 금액에서부터 시작하여 주머니에 넣고 다닐 때 아무런 불안감이 없다고 생각하는 한계선까지 서서히 올리면 결국은 알게 됩니다. 일정 금액 이상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이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박자의 마음 속에 빨간 불이 켜지니까요.
위험금의 액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특히 도박 중독 치료 초기에 중요합니다. 도박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재정 관리 능력을 상실한 도박자는 충분한 수준의 통제력을 회복할 때까지는 위험금 액수 이하로 용돈을 갖고 다니고 재정 관리를 하는 범위도 그 액수 이하로 설정해야 재발 위험성이 크게 낮아지니까요.
자존심만 내세우면서 우습게 볼 일이 아닙니다. 위험금의 액수를 정확하게 산정하지 않고 더 큰 금액으로 대충 생각했다가 사소한 재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으로도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도박자의 수가 결코 적지 않으니까요.
위험금의 정확한 액수를 파악하는 건 도박 중독 분야에서는 유비무환의 정신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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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힘든 일을 하면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확실치는 않아도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갖고 살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버틴다고 해도 앞으로도 지금처럼 요 모양 요 꼴로 살 것이 분명하다면 누가 현재를 희생하고 앞날을 기대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도박에 중독된 도박자는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합니다. 근시안(tunnel vision)에 빠져 있어 터널 안에 들어온 사람이 터널 끝 이외의 주변 시야가 차단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박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치지만 시간에 대한 감각도 일반 사람들과 달라져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게 됩니다.
도박에 빠져 있을 때도 그렇고 치료를 받으러 오게 되어도 초반에는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에 사로잡혀서 잃어버린 돈에 대한 아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에 실수했던 도박판을 복기하거나 돈을 땄던 도박판을 상상하면서 위안을 얻게 됩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발등에 떨어진 현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도박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된 가족들이 대위 변제를 거절하고 손을 떼면서 도박으로 인해 생긴 각종 피해들이 도박자에게 물 밀듯이 밀어닥치게 됩니다. 그래서 도박 빚을 갚는 것,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일을 부랴부랴 하는 것, 소홀헀던 가족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들을 한꺼번에 하느라고 허덕거리게 됩니다.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가족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함을 표하는 도박자와 당연한 거 하면서 무슨 칭찬을 들으려고 하느냐며 뻔뻔함에 어이없다는 가족들의 의견 차이 때문에 갈등이 폭발하는 시기도 이 맘때쯤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도박 중독자가 과거와 현재에 발이 묶인 채로 머물러 있으면 안 됩니다. 특히 현재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에만 치중해서 미래를 쳐다 볼 엄두를 내지 않거나 미래의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상류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처럼 다시 밀리기 쉽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계속 노를 저을 수 있는 원동력이니까요.
바꿔 말하면 도박 중독자가 미래를 이야기하고 계획을 세우고 희망을 말하기 시작하면 도박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를 대하는 상담자와 가족들은 반드시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도박자가 미래를 이야기하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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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쓴
'도박중독치료에서 재발은 불가피한가?'라는 글에서 재발(relapse)은 없어야 하지만 실수(lapse or slip)는 있을 수 있고 때로는 꼭 있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포스팅을 한 이유는 실수를 재발로 착각한 나머지 더 이상의 치유 노력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한 채 다시 도박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도박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어찌 보면 그 때의 주장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물론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재발 위험 요인을 찾아내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수를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실수가 반복되면 재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자의 실수는 재발의 미끄럼틀을 타는 것과 같습니다. 워터월드와 같은 물놀이 공원에 놀러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물 미끄럼틀을 일단 타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바닥도 미끄럽고 계속 물이 흘러 내려오기 때문에 잠시 멈출 수는 있지만 다시 뒤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도박 중독자의 실수는 이와 같아서 한번 실수를 쉽게 생각하면 다시금 또 그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도박 중독자의 실수는 구덩이로 미끄러지는 것과 같습니다. 도박으로 인한 쓰라린 경험을 하고 난 뒤 구덩이의 중간쯤에서 정신을 차리고 기어 올라가다 실수로 미끌어지게 되는 것이 실수입니다. 문제는 실수를 하게 되면 처음에 시작했던 중간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자꾸 반복해서 굴러 떨어지게 되면 기운이 빠져서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까지 들게 됩니다. 그래서 실수를 반복하면 재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실수를 했다면 왜 실수를 했는지 분석을 하는 것 뿐 아니라 그만큼 재발에 다가갔다는 위기감을 갖고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져야 합니다. 실수는 재발이 아니니 뭐 상관없겠지 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치유에 임한다면 반드시 실수는 반복됩니다. 이 점을 꼭 명심하셔야 합니다. 한 두 번의 실수는 그야말로 실수지만 실수가 반복되는 건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신호니까요.
더 큰 문제는 실수가 반복되면 도박자가 치유를 포기하지 않고 더욱 힘을 낸다고 하더라도 지켜보는 가족들이 먼저 지쳐서 도박자의 손을 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작 당사자는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데 가족들이 도박자를 포기함으로서 훨씬 어려운 길을 가게 됩니다.
그러니 가벼운 실수라고 우습게 보지 말고 긴장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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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박 중독자의 가족들이 도박자가 치료를 받아도 재발하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곤 합니다.
도박자 때문에 생긴 빚 보다도 과연 나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더 힘들다고 호소하곤 하죠.
도박 중독이라는 문제가 워낙 실수와 재발이 많은 병인데다 도박은 절대로 끊지 못한다고 믿는 사회의 속설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가족들의 마음은 더욱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재발도 많고 정신차리기가 어려운 도박 중독을 치유하기 위해 가족들이 끝까지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냥 가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력하는 걸까요?
너무 늦게 도박 문제를 알게 되어 이미 도박자와 헤어진 상태에서 상담을 받게 된 가족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들은
도박 중독에 대한 전문가도 아닌 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고, 도박 중독에 대해 제대로 배워볼 마음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빨리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했습니다.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조금만 더 부지런히 알아봤더라면,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이런 후회는 하지 않았을텐데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끝까지 다시 한번 도박자에게 기회를 줘 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극히 이기적일 수 있는 그런 이유로 시작된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을 다시 한번 꽃피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도박자의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단 한번만 더 기회를 주고 함께 노력해보자고, 그래서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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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상담자에게 순순히 털어놓든, 끝까지 감추든 간에 도박 중독자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생각은 지금은 도박을 자제할 능력이 없지만 상담을 받아서 정신을 차리고 통제력을 회복하면 용돈 범위 내에서 조금씩 즐기겠다는 생각입니다. 가족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일이죠. 그만큼 도박은 재미있어서 도박자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그래서 어떤 도박자는 가사 분담이든, 재정 관리든, 종교 생활이든, 가정 대소사를 관리하는 것이든 배우자나 부부모님이 시키는대로 다 할테니 도박만 허락을 해 주면 안 되겠냐고 사정하기도 합니다. 물론 제멋대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오픈하고 가족이 정해준 한도 내에서 도박을 하겠다는 것이죠.
도박에 중독된 도박자라면 도박을 완전히 끊는 것보다 적절히 통제하면서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치료적으로는 당연히 허락해서는 안 되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그 말을 가족들에게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도박자가 도박을 통제할 수 있는 자제력을 갖추고 있을리 만무하니까요.
어쨌거나 그런 말이 가족들에게 어느 정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도박자에게 알려주는 건 치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 제 내담자가 도박자인 남편에게 했던 말을 여기에 옮겨 봅니다.
"내가 집안 일도 완벽하게 잘 하고, 아이들도 더 할 나위 없이 잘 돌보고, 시댁에도 칭찬받는 며느리 역할을 해서 당신이 아무런 걱정 없이 밖에서 일할 수 있게 할테니 대신 당신의 허락 하에 일주일에 한 번씩 애인을 만나 잠자리만 하게 해 달라면 당신은 기분이 어떨 것 같아? 그게 방금 당신이 한 말에 대해 내가 느끼는 감정이야"
도박 중독자의 가족에게 도박이란 건 정말로 끔찍한 겁니다. 안 하면 좋지만 조절하면서 즐길 수 있으면 더욱 좋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걸 도박자들은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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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착각하는 도박 중독자들은 한번만 크게 따면 빚을 갚고 운만 조금 더 따라준다면 잃어버린 돈도 되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더 심하게는 도박으로 돈을 따서 팔자 고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도박으로 절대 돈을 딸 수 없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차례 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지루하게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가정 하에 말씀을 드리죠.
도박 중독자는 도박으로 돈을 따서 비싼 옷도 사 입고, 차도 바꾸고, 좋은 집을 사서 이사하고 싶어합니다. 그 돈으로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죠. 그건 진심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도박으로 돈을 따면 원하는대로 돈을 쓸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도박으로 번 돈은 절대로 도박판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경마장에서 마지막 경주에 1만 원을 걸었는데 엄청나게 큰 배당을 터뜨려서 500만 원을 손에 쥐었다고 해 봅시다. 수중에 현찰 500만 원이 들어 있습니다.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가볍기 그지 없습니다. 하늘을 날 것처럼 짜릿합니다.
집에 오는 동안에 그동안 고생했던 마누라에게 명품 가방이라도 하나 사 줄까, 아빠와 놀 시간도 없이 방치되었던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라도 사 줄까 하는 기특한 생각을 잠깐 해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하늘이 드디어 나에게 기회를 주신 것 같이 느껴집니다. 행운의 여신이 자신의 어깨에 내려 앉은 것 같기도 하고요. 1만 원으로 500만 원을 따왔으니 100만 원 정도 베팅해서 비슷한 경주 하나만 더 맞춰도 팔자 고치는 건 시간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400만 원은 고이 감추어두고 100만 원만 가져가서 자신의 운을 다시 한번 시험해보기로 합니다.
다음 주 경마일에 경마장에 가서 시험삼아 20만 원을 베팅했는데 여지없이 틀리네요. 설마 하는 마음에 30만 원을 더 베팅해보지만 역시나 맞지 않습니다. 홧김에 남은 돈 50만 원을 쏟아붓지만 행운의 여신이 어디 화장실에라도 간 모양입니다.
자, 이제 100만 원을 잃었지만 아직도 400만 원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 주에 운이 좋아 딴 거라고 생각해야 맞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멈추면 그래도 400만 원이 남아 있으니 괜찮은 장사입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분명히 본전이 1만 원이니 399만 원은 공돈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도박 중독자의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500만 원을 본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미 100만 원을 잃은 것이지요. 400만 원을 잘 베팅하면 잃은 돈 100만 원을 찾는 것 쯤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시 100만 원 정도만 현금 서비스를 받아 경주에 베팅합니다. 이런 식으로 그날의 경주가 모두 끝나게 되면 대개 지난 주에 딴 돈 모두를 잃게 되고 거기에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인데 잃은 돈을 찾을 욕심을 부리게 되면 신용카드의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꽁지돈'을 쓰게 되어 오히려 빚만 늘어나게 됩니다.
경마의 예를 들었지만 모든 도박이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다 소 뒷발로 쥐 잡은 격의 행운이 떨어진 것을 기회가 왔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도박자는 도박으로 딴 돈을 다시 도박판에 쓸어넣고 맙니다.
그래서 도박판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따도 가족을 위해서 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쓰는 도박 중독자는 거의 없습니다. 호화유흥업소에서 양주를 마시면서 잠시 기분을 낼 수는 있지만 그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도박자도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의 도박자는 컵라면을 먹으면서 다음 도박을 위해 자금을 비축합니다.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는 가족에게 짠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예사입니다.
도박을 하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한 번쯤은 꽤 큰 돈을 딴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하셨습니까? 가족을 위해서 혹은 자신을 위해서 쓰신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전체 딴 돈 중 어느 정도의 비중이던가요?
도박으로 번 돈은 절대로 도박판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카지노이든, 불법 하우스이든, 화투판이든 간에 도박자가 딴 돈을 가져가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겁니다. 왜냐하면 곧 그 돈을 그대로 들고 다시 돌아와 몽땅 바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도박으로 돈 딸 생각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만에 하나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은 도박판을 절대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 돈은 당신의 돈이 아닙니다. 도박판에서 당신에게 잠시 맡겨 놓은 돈입니다. 그리고 그 돈을 되돌려 받을 때에는 엄청난 이자(딴 돈보다 더 많은)까지 붙여서 뜯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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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의 부정적 폐해와 엄청난 파급력 때문에 가족들 뿐 아니라 도박자 스스로도 도박 중독에 의해 자신의 인생이 파탄났다고만 생각하고 잃어버린 돈과 시간을 안타까워하면서 절망의 늪에서 몸부림치곤 합니다.
그런데 과연 도박 중독은 인생을 망가뜨리기만 할까요?
물론 오랜 시간 동안 어렵게 모든 재산을 탕진하게 만들어 가족들을 재정적인 곤경에 빠지게 만들고 불신의 벽을 세워 가족들을 서로 의심하게 만들어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드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도박을 하기 이전에는 의식조차 못하고 살았던 소중한 많은 것들을 깨닫고 삶의 의미를 찾는 도박자도 많습니다.
승승장구하는 사업에 기고만장해서 돈 무서운 줄 모르고 흥청망청 살다가 도박에 빠져 어렵게 구한 경비업체일을 힘들게 하면서도 자신이 번 돈을 아껴서 군것질거리로 사 먹은 천 원짜리 붕어빵의 맛에 반해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 도박을 그만두고 나니 저녁에 할 일이 없어 집에 일찍 들어가서 아이와 놀아주는 것으로 소일거리를 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항상 자신의 눈치를 보면서 슬슬 피하던 딸이 돌아오는 아빠의 목에 매달리면서 반갑게 맞아주는 것에 삶의 희열을 느꼈다는 사람, 도박 대신 운동 삼아 시작한 자전거의 재미에 빠져 장애 아동 돕기 모금 전국종단을 통해 도박자도 다른 사람을 돕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환하게 웃는 사람 등등. 이 밖에도 도박 중독이 타산지석이 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도박자가 무수히 많습니다.
저만 해도 학교에서 그렇게나 열심히 배우고 익혔던 'here & now'를 도박 중독 상담을 하면서 몸으로 깨닫고 스스로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발목 잡히고 허황된 미래를 꿈꾸며 너무나 아깝고 소중한 현재를 갉아먹는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도박자를 돕다 보니 현재의 소중함이 저도 모르게 삶에 배어들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도박 중독과의 전쟁에 첫 출전하는 도박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돈 주고도 얻지 못할 소중한 인생 역전의 기회를 얻은 것을 축하하라고요.
건강을 잃은 사람이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듯이 도박 중독은 밉지만 도박 중독으로 인해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은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이니까요. 이건 억만금을 준다해도 살 수가 없는 깨달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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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문제가 처음으로 드러나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는 것도 돈 때문이고 돈을 따서 신세를 고칠 요량으로 도박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돈 때문이고, 다행히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해도 살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에 봉착하면 다시금 도박으로 위기를 탈출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 것도 모두 돈 때문입니다.
다른 중독과 달리 도박 중독은 시작부터 끝까지 어떤 관계로든 돈과 얽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돈의 의미를 새로 정립하는 것과 재정 관리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과정이 포함되는 것이죠.
어쨌거나 도박 중독자에게는 돈이 너무 적은 것도, 너무 많은 것도 모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적당한 돈만이 도박 충동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돈이 너무 적은 것은 필요한 돈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똑같은 수준의 재정적 스트레스라도 도박자에게는 강한 도박 충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이 학원비로 내일까지 30만 원이 필요한데 수중에 10만 원 뿐이라면 도박자는 당연히 도박을 통해 3배로 불리고픈 유혹을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는 흔히 이야기하는 대박 경험이 다들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라면 시도조차 못하는 모험을 감행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치료 과정에서도 가능하면 경제적인 압박을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돈이 너무 많은 것은 무슨 문제가 될까요? 예를 들어 이전에 하던 것 이상으로 열심히 사업에 전념해서 수입이 도박에 빠지기 전보다 오히려 나아져 여윳돈이 생기면 이제는 돈에 욕심내지 않고 용돈 범위 내에서만 즐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 도박에 대한 통제력을 찾았다고 자만하는 것이죠. 특히 도박에 대한 자제력을 빨리 회복한 도박 중독자에게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세상사에 있어 너무 많거나 적을 때 모든 것이 문제가 되지만 도박 중독자에게는 너무 돈이 없는 것도, 너무 많은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꼭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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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자신이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스스로이건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이건 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과를 방문할테고 월덴 3를 자주 방문하셔서
'내가 상담/심리치료를 받는다면',
'좋은 상담자/심리치료 전문가를 선택하는 방법'과 같은 글을 이미 읽어보신 분이라면 믿을 만한 심리학자를 찾아가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볼 겁니다.
정신과를 찾아가면 대개는 보험 청구를 하는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먹게 될 터이고 심리학자를 찾아가면 대부분 보험 청구가 되지 않는 비급여 심리평가나 심리치료를 받게 될 겁니다. 어쨌거나 둘 다 비용을 지불하게 되죠.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정신과적인 혹은 심리적인 문제로 치료를 받게 되면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은 어떨까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건전한 믿음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도박 중독 치료도 비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도박 중독 치료 비용이 전액 무료입니다.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도박 중독 치료를 제공하는 모든 기관(사감위와 같은 국가기관,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전문치료기관과 이들과 연계된 모든 센터 포함)은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제약(예를 들어 병원 입원 치료를 3개월에 한정한다든가)을 둘 수는 있지만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기관은 절대로 없습니다.
만약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비용을 내게 하는 치료 기관이 있다면 그 기관은 도박중독만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도박 중독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라면 위에서 이야기한 어느 기관과는 반드시 연계되어 있고 그 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으면 별도의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걸 명심하세요.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 치료는 무료입니다. 그러니 일체 비용을 부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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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가족들을 상담할 때 보면 처음에는 이구동성으로 도박만 안 하게 된다면 다른 건 뭐든지 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지만 정작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게 되면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게 마련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도박자의 얼굴만 봐도 짜증이 밀려와서 꼴 보기 싫다고 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도박은 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상태인데 하지 않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가족들은 눈에 보이는 다른 변화를 도박자에게 알게 모르게 요구하게 됩니다.
가장으로서 요구되는 생활비를 벌어오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퇴근도 일찍 해야 하며, 집에 들어와서는 가사일도 열심히 도와야 합니다. 또한 그동안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여야 하고 필요하다면 빚을 빨리 갚기 위해 남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요. 도박에 몰두하느라 소홀했던 친지와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요구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존재감이 엄청난 도박을 빼앗긴(혹은 내려놓은) 도박자는 과연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살까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소소한 재미? 일을 열심히 해서 상사에게 인정받는 재미? 빚을 빨리 갚는 재미?
물론 그런 재미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은 중요하고 또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입니다. 당장 도박이라는 일생일대의 재미를 빼앗긴 도박자에게 다른 건 그야말로 하찮은 일들입니다. 왜냐하면 도박이 차지하던 빈 자리가 너무나도 크니까요. 그러니 도박자에게는 그 엄청난 공허감을 극복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공허감을 극복하는 것마저도 만만한 일이 아니라서 가족들이 요구하는 여러가지 변화들을 따라갈 마음의 여유가 도박자에게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족이 만족할 만큼 신속하면서도 충분한 변화를 보이는 도박자는 과연 뭘까요? 도박을 끊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는 나머지 지나치리만큼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입하여 긍정 중독의 위험에 노출되거나 혹은 가족들에게 잃어버린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너무 무리하는 겁니다.
두 경우 모두 장기적으로 볼 때 도박자나 가족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됩니다. 왜냐하면 의욕만 앞선다고 변화가 쉽게 몸에 배는 것이 아니니까요. 변화는 방향과 양도 중요하지만 꾸준함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상담을 할 때 도박 중독 치료는 상담자와 도박자와 가족의 3인 4각 경기와 같다고 말하곤 합니다. 도박자와 가족, 상담자 중 누구 하나라도 먼저 뛰어나가면 함께 발을 묶은 나머지 사람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마음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부상을 입지 않도록 몸도 충분히 풀고, 신발끈도 다시 묶고, 서로 격려하면서 회복의 의지도 다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치료 초반에 그것도 갑자기 너무 많은 것이 바뀌는 도박 중독자는 위험합니다. 처음에는 반드시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뭐가 더 중요한 지 초점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하면 두 마리 다 놓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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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의 가족을 상담하다 보면 도박 중독자의 뻔뻔함에 분노하고 치를 떠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도박 때문에 생긴 재정적인 손실로 희망이 짓밟히고 당장 경제적인 압박을 온 가족이 받고 있는데 정작 원인 제공자인 도박 중독자는 별다른 불편함 없이 잘 먹고, 잘 자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지요. 게다가 별로 뉘우치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죠.
실상 그동안 도박 문제를 몰래 감추느라 마음 고생을 했는데 막상 가족들에게 털어놓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마음의 부담을 일시적으로나마 덜 수 있어 안색이 좋아지는 도박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오해하듯이 도박 중독자가 가족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로 인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가족들이 합심하여 도박빚을 대신 갚아주거나 도박자가 져야 할 책임을 대신 지다가 결국에는 소위 '바닥'을 치고 나서야 방법을 바꿔 치료를 받으러 나오게 됩니다.
이 때 가족들은 그동안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지 못하게끔 막아준 방패와 공범 역할을 본인들이 해 왔음을 깨닫게 되고 그때서야 도박자가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도박자 및 도박 문제와 거리를 두게 됩니다.
가족들의 보호와 책임 면제의 우산 밑에서 안전했던 도박자는 드디어 직접 화살을 맞게 됩니다. 그것이 생각보다 괴롭고 힘들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지 되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고 결국 도박자는 가족을 돌아보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됩니다.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죠.
그러니 조바심내지 말고 치료의 원칙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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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부정기적으로 도박을 하는 대신 베팅 액수가 큰 도박 중독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독 상태가 심해지면 경제적인 손실이 커지게 되어 이전처럼 많은 돈을 베팅할 수 없게 되니 적은 돈이라도 자주 베팅하는 패턴으로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베팅 액수와 출입 횟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중독의 정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도 있죠.
사실 도박 중독자의 중독 정도를 가늠하는 것보다 상담자에게 더 유용한 것은 이처럼 소위 가랑비에 옷 젖는 패턴으로 도박을 하던 도박 중독자가 회복되어 다시 이전처럼 많은 돈을 만지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돌아가 부정기적으로 도박을 하면서 큰 돈을 베팅하지 않도록 개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큰 돈을 부정기적으로 베팅하던 도박자는 예전과 같은 경제 수준을 회복하면 지난 번과는 달리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잃지 않는 베팅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우므로 이 부분을 상담에서 다루지 않으면 재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나중에 경제적인 사정이 나아지면 어떻게 재정 관리를 할 것인지, 다시 도박을 할 것인지, 다시 도박을 한다면 어떤 패턴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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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도박 중독자의 배우자(특히 아내)를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배우자 입장에서는 도박 중독자가 밉기만 한 존재입니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도박때문에 경제적인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아야 하고, 치료를 받는답시고 상담센터를 다니면 함께 다니는 수고도 감수해야 하며, 시댁의 눈치도 봐야 하고요. 누군가에게 마음껏 털어놓지도 못하고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마음의 부담이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도박자에 대한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도박자의 바가지를 긁었다가는 긁어 부스럼만 되어 부부 갈등이 증폭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래서 도박자의 바가지를 긁을 때에도 현명한 바가지 긁기를 해야 합니다.
보통 도박자의 바가지를 긁을 때에는 주로 돈 문제가 결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도박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도박자가 도박을 해서 돈을 잃어버린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 바가지를 긁으면 도박자는 자신의 도박으로 인해 이런 경제적 어려움이 왔다고 생각하여 반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에게 익숙한 도박으로 큰 돈을 따서 배우자의 입을 막고 실추된 위상을 높여야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돈은 다시 벌 수도 있고 반대로 더 많이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돈은 가용성이 의외로 높은 자원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며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자원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도박을 하는 동안 배우자,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을 주제로 바가지를 긁어야 합니다. 이 시간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이 시간이 얼마나 아쉬운 것인지, 더 후회하지 않도록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도박자는 도박의 결과로 인해 허무하게 낭비한 소중한 시간을 되돌아보고, 후회하고, 그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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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았습니다. 도박을 끊어야 하는 나름의 이유도 찾았고 의욕도 충만했습니다. 그는 상담자가 권하는 모든 조치와 숙제를 충실히 이행했고 그 결과 도박 충동도 거의 가라앉아서 드디어 상담을 종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사회로 복귀하여 열심히 일을 시작했고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박 중독자였던 이 가장은 자신의 일상이 너무나 무료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런 말이 들려옵니다.
"전문적인 상담도 받은데다 그동안 2년이 넘게 도박이라고는 손도 안 댔잖아. 넌 충분한 자제력을 갖고 있어. 이제 다시 도박을 조금 한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빠지지 않을거야. 네 자신의 인생과 도박을 저울질할만큼 어리석은 결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댓가를 치렀잖아. 도박의 위험을 너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테니 사교성 도박의 수준에서 도박을 즐길 수 있어"
과연 이 말은 누구의 말일까요?
많은 도박자들이 마음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 말은 도박 충동이 도박자를 꼬드기기 위해 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따라했다가는 영락없이 재발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속삭임이 들려왔을 때 그것이 내 마음이 하는 말인지 도박 충동이 하는 말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그 말이 도박을 허락하는 것이냐 아니냐로 구분합니다. 그 말을 따르게 되면 결국 도박을 하게 된다면 그 말은 내 말이 아닙니다. 바로 도박 충동이 나를 유혹하는 말입니다. 그렇게나 힘들게 도박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상담까지 받았는데 내 마음이 다시금 그 힘든 과정을 처음부터 반복하게 만들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을 허락하는 말이라면 내용이 무엇이든 도박 충동의 유혹으로 간주하고 단호히 거절해야 합니다.
그것이 재발을 막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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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가 도박에 중독되었을 경우 아무 것도 모르는 배우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배우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가 정답입니다.
어떤 배우자는 자신에게 직접적인 영향(빚을 대신 갚아야 하기 때문에 재정 축소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등)을 미치지 않는 이상 시댁 혹은 처가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원 가족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개의치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자는 아무리 시댁, 처가의 문제라고 해도 그렇게 중요한 문제를 자신과 상의하지 않는 것 자체가 부부 간의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섭섭해합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거지요.
또한 명백한 사실을 배우자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도박에 관한 한, 한 점 의혹도 없이 명확하게 사실 여부를 밝히라는 도박 중독 치료의 원칙에도 어긋합니다.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만 거짓말이 아니거든요. 정보를 감추는 것도 일종의 소극적인 거짓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될 수 있으면 배우자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상의를 하라고 권고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배우자에게 친부모의 도박 문제를 알려야 하는가를 고민할 때에는 배우자가 어떻게 생각할까보다는 정작 도박에 중독된 부모님이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며느리 혹은 사위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알게 되었을 때 창피해서 가족간의 만남을 꺼리게 되고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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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기로 마음 속 깊이 결심을 했든, 가족들의 강권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도박을 그만두게 되었든 간에 더 이상은 도박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 때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은 눈에 띄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 단도박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서 가족들에게 소위 '점수 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자들은 나름 가족들을 위해서 집안 일을 돕는다든지, 그동안 소홀히 했던 가족들의 대소사를 신경쓴다든지, 도박과 큰 상관이 없는 일들에 열심히 참여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는 것 뿐 아니라 집안 일을 돕거나 대소사에 신경을 쓰는 것 모두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도박자를 칭찬할 생각 자체를 못 합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자는 도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도박을 하지 않고 참는 것 만으로도 매우 힘이 든 상태입니다. 자신이 이렇게 힘든데도 어떻게든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들이 몰라주면 기운이 빠지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식으로 자포자기할 수도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있어 자신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가족의 용서와 인정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렇게 힘들여 굳이 도박을 끊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이라도 도박자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는 가속을 붙이고 흥이 날 수 있도록 의도적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적극적으로 도박자의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칭찬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번 생각을 해 보세요. 도박자가 도박을 시작하면서 어느 누구에게 칭찬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요. 도박을 하면서 항상 거짓말을 하게 되고, 모든 일에 소홀하게 되며, 온통 도박에만 빠져 있었기 때문에 칭찬을 들은 기억 자체가 없을 겁니다.
바꿔 말하면 도박 중독자는 칭찬에 매우 목마른 상태입니다. 그러니 칭찬하고픈 생각이 당장은 들지 않더라도 도박자의 노력을 응원하는 의미에서라도 칭찬을 퍼부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도박자에게는 희망이 필요하고 희망은 칭찬 속에서 꽃을 피우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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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지식 중 대표적인 것으로 도박은 절대로 끊지 못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때 그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말이 도박에 중독되면 손목을 자른다고 해도 발로라도 계속 도박을 한다는 것이죠.
물론 이는 그만큼 도박을 끊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도박 중독이라는 병에 대한 두려움만 확산시킬 뿐 제대로 된 대처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잘못된 접근 방법입니다.
도박 중독이 손목병인가요? 도박 중독은 마음의 병이고, 의학적으로만 생각하면 뇌의 병입니다. 그런데 왜 손목을 자르나요? 병의 원인을 제거해야 나을 수 있다는 논리라면 손목이 아니라 뇌를 잘라야 하지 않을까요?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은 타이밍의 차이는 있지만 언젠가는 '이게 아닌데'하는 깨달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도박자들은 가족에게 언제든 도박을 그만둘 수 있다고 큰소리칩니다. 하지만 잘 안 되죠. 왜냐하면 도박 중독은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마음 만으로는 나을 수 없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그만두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릅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손목을 끊는 것은 도박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계속 하는 것은 손목 때문이 아니라 도박에 대한 집착과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환상, 금단 증상 등 도박 중독의 다양한 특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니까요.
그러니 애꿎은 손목을 자를 생각말고 그 시간에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익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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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05년에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에 대해
*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환급률편)
*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심리적 이유편)
이라는 두 글꼭지로 상세히 포스팅을 한 적이 있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일단 도박으로 돈을 따(최소한 잃지 않으)려면 누구에게든 돈을 빌려서 도박을 해서는 안 됩니다. 돈을 빌려서 도박을 하게 되면 빌린 돈을 상환해야 한다는 심정적 부담을 갖고 도박에 임하기 때문에 감정 조절도 안 되고 무엇보다도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도박장에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간에 도박 자금을 빌려주는 속칭 '꽁지'가 포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돈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돈만으로 도박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 놀이를 하는 것이 꽁지의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돈을 빌려주려고 합니다. 자신을 부를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터무니없는 이자(그것도 선이자)에도 불구하고 꽁지돈을 빌리는 이유는 한번의 승부에서만 제대로 이겨도 빌린 돈을 단숨에 상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습니다만.
꽁지돈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갖고 간 돈만으로 도박을 한다고 해도 돈을 딸 수 없는 이유는 속칭 '데라'라고 하는 수수료를 떼기 때문입니다. 경마, 경륜, 경정 등 합법적인 스포츠 베팅의 경우에는 환급률에 수수료가 이미 포함되어 있으며 불법 카지노의 경우에는 매 판마다 일정한 수수료를 뗍니다. 바카라 게임의 경우 banker가 나올 때마다 통상적으로 5%를 데라로 뗍니다. 그러므로 도박을 오래 하면 할수록 갖고 있던 도박 자금을 야금야금 수수료로 빼앗기게 됩니다. 도박판에서 돈을 버는 건 도박장 주인 뿐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자, 그렇다면 꽁지돈을 빌리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돈만 갖고 도박을 한다고 했을 때 꼬박꼬박 수수료를 떼이는 상황에서 돈을 따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카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쉽게 말해서 1/2의 확률로 banker와 player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니까 엄청난 자금력만 있으면 계속 하나의 선택지만 골라서 더블 베팅(백 만원을 베팅하고 잃으면 다시 거기에 이백만 원, 그 다음에는 사백만 원을 계속 베팅하는 것)을 하면 언젠가 한번은 맞을테니 그 때까지 잃은 돈을 모두 회수하고 결국은 돈을 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도박자들이 자금이 부족해서 돈을 따지 못했다고 변명합니다.
이론상으로는 그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도박장을 운영하는 업자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책도 당연히 마련해두었죠. 바로 베팅 상한선 규정입니다. (주)하이원의 내국인 카지노는 최대 베팅 상한선이 6천만 원(VIP실의 경우), 외국인 전용 호텔 카지노도 8천만 원 이상을 베팅할 수 없습니다. 그 이상으로 더블 베팅을 할 수 없는 것이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지붕에 해당하는 베팅 상한선이 있으니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갉아먹혀서 결국은 무너지게 됩니다.
그러니 꽁지돈을 쓰지 않고 자신의 돈만으로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 떼는 수수료 금액을 줄여도 베팅 상한선이라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도박자가 돈을 딸 수 있는 가능성은 처음부터 아예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도박으로는 절대 돈을 딸 수 없습니다. 이건 제가 보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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