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떤 치료법이 가장 효과적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덧붙여서 말씀드리자면 도박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치료법이란 것도 없습니다.
도박중독치료는 아니지만 400여 가지에 이르는 심리치료 기법의 효과를 비교 분석한 연구가 있는데 치료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자발적인 회복의 효과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고 하니 어찌 보면 실망스러운 결과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희망을 주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사실 도박중독이 워낙 다양한 문제들이 중첩되어 있는 병이다 보니 다양한 치료적 기법을 절충/통합하여 사용하고 도박자에 따라 적용하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심리치료 기법 안에서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것은 꼭 사용해야 한다는 기법을 찾아낸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또 그게 과연 필요한 것인지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법들을 심리치료 또는 상담이라는 큰 하나의 범주로 아우른다면 GA와 같은 경험자 모임을 통한 접근, 신앙생활과 같은 영적인 접근 등 다른 접근법과 비교해서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도박자에 따라 전문기관에서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병원에서 약물치료도 병행하고 평일 저녁에는 인근 단도박 모임에 출석하고 쉬는 날에는 신앙생활까지 열심히 하기도 하니까요.
저는 이를 자전거의 바퀴에 비유합니다.
심리치료만 받으면 바퀴가 하나 있는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약물치료를 같이 받으면 바퀴가 두 개가 되고, 단도박 모임에 출석하면 세 개, 신앙생활까지 열심히 하면 네 개, 취미로 동호회 활동도 하면 다섯 개... 이런 식으로 늘어나게 되겠지요.
당연히 바퀴가 하나일때보다는 두 개 일때 안정적이고 세 개가 되면 더 안정적이겠지요. 하지만 마찰력에 의해 힘이 많이 들고 속도도 나지 않으며 어느 한 바퀴의 크기가 지나치게 크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퀴의 수와 크기 균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자면
기어가 물려 있어 동력이 전달되는 주 바퀴(자신에게 잘 맞는 치료적 접근법)를 중심으로 안정성과 속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바퀴의 수와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태그 -
GA,
단도박 모임,
도박,
도박 중독,
도박자,
도박중독,
상담,
심리치료,
약물치료,
자전거 바퀴,
치료적 접근법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012
도박 중독은 아주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도박 때문에 재정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가족이 고통을 받게 되는 병입니다. 그러니 이 사슬을 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물론 도박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의 문제는 논외로 하고 말입니다.
도박 중독자를 치료 하다보면 도박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가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도박을 끊겠다는 도박자가 이 참에 살을 빼기 위해 운동도 매일 하겠다고 가족에게 약속하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매일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가족은 이렇게 비난합니다. "매일 운동을 하겠다는 간단한 약속도 못 지키면서 그 어려운 도박을 끊겠다는 약속을 믿으라고?"
도박자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도박과 운동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은 것을 도박을 끊는 것과 연관을 시키냐 이 말이죠.
그런데 가족의 이 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도박 중독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병입니다. 병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이죠. 그래서 치료를 받을 때에도 가족들은 도박자의 말이 아닌 행동을 믿으라고 교육 받습니다. 그런데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 지 하는 지 가족들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인지, 치료 효과가 있는지 알 수가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행동을 보고 도박도 끊을 수 있는 지 여부를 추측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은 확인할 수 없지만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은 눈으로 보이니까요.
또 한 가지 도박 중독은 마이너스 병이므로 도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플러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다시 0점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그러니 도박을 하지 않고 참는 것이 도박 중독자에게는 대단한 자랑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가족에게는 당연한 걸 이제서야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점수를 딸 만한 것이 아니죠. 그러니 도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족들이 대견해 할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플러스 점수를 딸 수 있는 행동들을 해야 그동안 깎아 먹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 개발을 위한 운동, 공부 뿐 아니라 가족과 삶을 공유하기 위한 집안 일 돕기, 함께 시간을 보내기 등등 가시적인 행동도 부가해야 신뢰를 구축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989
현장의 치료자들은 도박중독을 병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도박자가 스스로 부적절한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가족들이 도박자의 성격 문제나 도덕적인 죄의 차원에서 도박중독을 바라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박중독을 암이나 당뇨와 같은 난치병으로 치환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에 걸린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암에 걸린 환자를 왜 암에 걸렸느냐고 나무라지 않듯이 도박중독에 걸린 도박자도 왜 도박중독에 걸렸느냐고 나무라지 말고 힘을 합쳐 병을 치료하고 도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가족들을 설득하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을 위해서 제가 사용하는 비유 중 하나는 바로 이것입니다.
도박중독은 수영도 못하면서 물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하는 병이라고요.
주변 사람들은 도박자가 수영을 못하니까 물에 들어가면 빠져 죽을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들어가지 말라고 극구 만류하는데 정작 본인은 수영을 할 수 있는데 왜 말리는지 모르겠다면서 극구 물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지요.
그럴 때마다 가족들은 물에 들어가는 도박자를 미리 건져내게 되고(도박 채무의 대리 변제) 도박자는 자신이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계속 모르고 계속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해야 할 일은 도박자가 스스로 물에 들어간 책임을 지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구조요원(치료자)을 대기시키고 가족들은 먼 발치로 물러나는 것이지요. 그리고는 기다립니다.
거침없이 물에 들어간 도박자는 곧 자신이 수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때는 이미 늦었지요. 그래서 물을 꼴깍꼴깍 들이키면서(책임을 통감하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구급요원이 도박자를 건져내는 겁니다.
그렇게
자신의 똥고집에 대한 뼈저린 깨달음을 얻고 나면 물에 들어가기 위해 제대로 수영을 배우거나(Responsive Gambling) 물과 자신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는 물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Abstinence)하게 됩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대부분의 가족들은 도박중독이 어떤 병인지 확실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태그 -
abstinence,
Responsive Gambling,
가족,
대리 변제,
도박,
도박 중독,
도박자,
도박중독,
병,
상담,
치료자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967
저는 질적 연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온통 자료를 양화하는 양적 연구방법론만이 바이블인 것처럼 교육받아왔지만 양적 연구방법론이 모든 것이고 답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석사 논문을 쓸 때에도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를 동시에 진행했고 SAGE사에서 출판되는 Qualitative Research 시리즈도 구입해서 보고 있습니다(SAGE의 Qualitative Research 시리즈는 질적 연구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어쨌거나 작년에도 이렇게 질적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는 마당이 열렸다는데 무슨 일인지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해 놓쳤고 올해에 겨우 참석했습니다. 모든 발표를 다 들으려고 했는데 내용을 보니 동일한 내용 분석법과 코딩 기법을 사용한 것 같아서 저와 관련된 '불법도박자의 중독과정에 대한 질적분석 예비연구'와 '도박중독자 아내들의 정서적 경험, 공동의존성향 및 수용-전념 치료의 효과성에 대한 내러티브탐구'만 들었습니다.
첫번째 발표에서는 사감위에서 작년에 발주한 용역 연구의 일환으로 33명의 불법 도박자를 인터뷰해서 그 내용을 모두 녹취한 뒤 개방 코딩(open coding) -> 축 코딩(axial coding) -> 선택 코딩(selective coding) 중 축 코딩까지 진행된 결과가 소개되었습니다. 내용은 제가 불법 도박자에게 기대했던 것과 일치했지만 내용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교차 분석자 및 내용 분석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사실 질적 연구에서 narrative를 풀어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차 분석자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입니다), 33명의 불법도박자 중 여성이 10명이나 되길래 여성 집단에 특화된 내용은 없었느냐고 질문하니 그럴 생각 자체를 못한 것 같았습니다. 남성 도박자와 여성 도박자의 특성이 많이 다르다는 것은 현장에서는 상식에 속하는 것으로 흔히 action gambler Vs. escape gambler의 구도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거나 질적 분석의 성공 여부는 narrative를 풀어내는 집단이 얼마나 homogenous한지인데 23명의 남성도박자와 10명의 여성도박자를 homogenous한 집단으로 간주하고 그냥 섞어서 분석한 것이 제가 보기에는 가장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두번째는 8주 동안 6명의 도박자 아내에게 실시한 ACT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사전 작업으로 실시한 질적 분석 결과 발표였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연구의 문제도 연구 대상자 집단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대상자 전원이 단도박 모임을 통해 involve되었고 단도박 모임 참석 기간이 오래되어 프로그램 적용 전 심리적 불편감 수준이 별로 높지 않았다는 것(그러니 프로그램 전 후의 차이가 없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죠), 그리고 단도박 모임의 특성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의 자발적/비자발적 수용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발적인 의뢰자를 대상으로 해서 집단을 다시 구성하고 분석하기 전까지는 이 연구의 결과를 그대로 신뢰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도박자의 아내를 상담할 때 보면 acceptance 주제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ACT가 도박자의 가족에게 확실히 효과적인 치료법일거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제대로 배워볼 생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963
원래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민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기죄로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채권자는 대부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정말 사기 혐의로 고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를 압박하려는 것 뿐입니다.
돈을 빌리고 갚는 행위에서 사기 혐의가 성립하려면 애초에 변제할 의사와 능력도 없이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야 차용금 사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즉, 사기죄 성립 여부 판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전 차용 당시의 상황입니다. 따라서
도박자가 돈을 빌릴 당시 빚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전혀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특히 재산이 있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거나 허위 서류를 제출하였다면 사기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위의 경우가 아닐 때
이자를 지불한 내역이 있다면 변제를 위해 노력한 점이 정상 참작되므로 사기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따라서 원금을 변제하기 어려워도 이자라도 갚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만약 사기죄로 고소당한다면 지레 겁을 먹고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지 말고 즉시 출석하여 적극적으로 돈을 갚지 못하게 된 사정을 설명해야 합니다. 만약 출석요구에 계속 불응할 경우 기소 중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 이 포스팅은 변호사의 법적 자문을 거쳐 작성하였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920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상담자가 자신이 했던 도박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도박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저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하지만 도박 중독을 치료하려면 도박을 했던 경험이 있어야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도박 중독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도박자도 있습니다.
도박 중독을 잘 치료하려면 치료자가 도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만 할까요?
물론 각종 도박의 룰과 하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아무래도 도박자와 rapport를 형성하기에도 수월하고 또 다양한 인지 오류나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와 연결하여 치료에 있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도박 중독 치료의 필수 조건은 아니라서 도박에 대해 많이 알지 않아도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도박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도박 중독에 대한 지식이고 무엇보다도 도박자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마음가짐과 소명 의식이 더 필요합니다.
또한 도박자가 도박 이야기를 꺼낼 때, 그 도박에 대해 잘 아는 치료자가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려고) 그런 이야기를 마냥 받아주면 오히려 도박 중독자의 urge가 상승하는 것을 간과해서 재발의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도박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도박 중독 치료에 대해 더 깊은 지식을 쌓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885
도박 중독자가 미혼의 아들이고 결혼 적령기에 있는 경우 많은 부모들이 아들이 미혼이라서 생활이 불안정하고 돈 씀씀이도 헤프기 때문에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거라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면 가장이 되니 책임감도 생기고 며느리가 재정 관리를 하게 되면 자연히 도박을 하지 못하게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교제하는 아가씨가 있으면 결혼을 서두를 것이고 없다면 소개를 받으려고 애쓰거나 중매를 통해서라도장가를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도박 중독의 문제는 결혼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도박 중독의 문제가 악화되기도 합니다.
우선 책임감 부족은 도박 중독의 증상이기 때문에 도박 중독을 치료하지 않으면 결혼을 한다고 해서 없던 책임감이 절대로 생기지않습니다. 오히려 의존의 대상이 어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렵기 마련인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이 통제하기 쉬운 아내로 옮겨지기 때문에 한층 무책임하게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게다가 아들이 도박 중독인 것을 곧이곧대로 며느리 될 사람에게 알리는 부모가 있을리 없으니 남편이 도박에 중독된 지 알 리 없는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대로 당하게 됩니다. 그나마 부모님과 함께 살면 모르겠으나 요새 대부분의 젊은 층은 결혼과 동시에 독립을 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때문에 내막을 알고 있는 부모님과 분리됨으로써 도박자의 입장에서는 결혼이란 숨어서 도박을 할 수 있는 좋은 은신처를 찾은 것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또, 대부분은 그렇지 않으나 아들의 도박 문제로 마음 고생이 심한 부모님이 아들의 도박 문제 해결을 며느리에게 떠 넘기려는 무의식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저 남편 될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추호도 몰랐던 도박 문제를 떠맡아 고생문이 훤히 열리게 될 여성은 대체 무슨 죄랍니까?
그러니 암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결혼시키는 것보다 우선이듯 도박에 중독된 아들은 치료를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863
많은 사람들이 도박 중독자는 스스로 도박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도박을 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가족이 대부분 그렇고 주로 며느리에게 그런 역할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대개 무위로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열심히 감시한다면 일시적으로는 도박자가 도박을 할 수 없도록 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간 문제일 뿐 결국은 실패하게 됩니다.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 통제하는 것이 전혀 쓸데없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있는 합법적인 사행산업 뿐 아니라 이미 인터넷, 전화 등으로 언제든 도박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기 때문에 도박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못하게끔 하려면 너무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감시하는 사람들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집니다.
도박자를 감시, 통제하는 것이 쓸데없는 또 다른 이유는 도박자가 자신이 감시, 통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뭐가 문제인지를 심사숙고하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발각되지 않을까만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결과와 댓가를 생각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탈옥할 수 있을까만 고민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그러니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못하게끔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보다 도박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852
도박 빚에 대한 채무 변제 계획이 세워진 뒤 보너스가 나오는 식으로 예정되지 않은 여유돈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액수가 클 수도 있지만 대개는 도박 빚 중 일부를 한꺼번에 털어낼 정도는 아닌 소액이 대부분이죠.
이럴 때 도박자는 채무 변제 우선 순위 목록을 확인하고 1순위에 있는 빚을 갚기 위해 통장에 여유돈을 모으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1순위에 있는 채무는 대개 이자가 가장 많이 나가는, 부담이 큰 것이니까 가장 먼저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일견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 방법은 재정 관리 능력이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도박자에게는 도박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유혹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갑작스런 여유돈이 생긴 경우에는 채무 변제 우선 순위와 상관 없이 갚을 수 있는 것부터 최대한 빨리 갚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채무 변제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을 조금이라도 내려놓는 효과(특히 채권자 수가 많을 경우)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재정 문제 해결에 있어 우왕좌왕하지 않고 빠른 대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족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837
여기 불법 하우스의 포커 게임에 빠져 있는 도박 중독자가 한 사람 있다고 해 보죠.
가족들은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도박에 대한 책임을 도박자가 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도박자에게 도박을 하지 말도록 요구합니다.
도박 중독자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려고 하든, 스스로 안 하려고 노력하든 간에 어쨌거나 포커를 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바지 주머니를 비우면서 소지품을 책상 위에 올려 놓았는데 우연히 곁을 지나가던 도박자의 아내가 이번 주 로또를 발견합니다.
물론 도박자는 로또도 도박이며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대체 도박자는 왜 가족에게 들킬 것이 뻔한 허술한 행동을 했을까요?
도박자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도박에 대해 무감각해졌기 때문입니다. 주로 하던 도박을 하지 않으면서 더 이상 재정적인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심리적인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나름대로 중독성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도박 정도는 해도 되겠거니 하는, 방심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둘째, 무의식적으로 가족의 묵시적인 동의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도박 중독자가 철저하게 모든 도박을 하지 않고 버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 정당화 과정을 거쳐 특정 도박을 허락하게 되는데 문제는 가족의 공인을 받아야 떳떳하게 즐길 수 있으므로 이를 은근히 노출함으로써 그래도 되는지 가족을 시험하는 것이죠.
이럴 때 가족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도박자를 직접 다그치지 말고 말 없이 로또를 없애버리는 식으로 도박을 허용치 않는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도박자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그것이 도박자를 들볶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814
도박중독자가 가족과 함께 방문하는 경우 저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하는 초반 회기를 제외하고는 될 수 있으면 도박중독자와 가족이 따로 상담을 받도록 안배합니다. 이는 의존성이 강한 도박자가 자신도 모르게 치료마저도 가족에게 의지하려는 성향을 약화시키고 자신의 문제를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가족이 도박자와 함께 방문하지 않게 되면 도박자가 자신의 상담 시간을 알아서 챙겨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게 잘 안 되고 상담 시간을 잊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도박자가 상담자와 충분한 rapport를 형성한 경우 상담 예약 시간을 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째,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도박 충동이 가라앉게 되고 따라서 더 이상 도박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나지 않게 되는 것이죠.
둘째, 사실
상담은 도박자에게 과거에 도박으로 인해 겪었던 괴로움을 상기하기 때문에 결코 편안한 시간만은 아닙니다. 인간은 부정적인 기억이 되살아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적 기제가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상담 시간을 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족들은 도박자가 상담 시간을 잊는 것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심하게 다그치기보다는 스스로 상담 예약을 다시 하거나 연기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낫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723
지금까지 도박 중독자가 빌린 돈, 즉 채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설명을 드렸다면 이제는 도박자가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돈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도박과 전혀 상관이 없다면 돌려받아도 됩니다. 그러나 빌려준 돈이 도박으로 딴 돈이거나, 빌려준 사람이 조금이라도 도박과 상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깨끗하게 포기해야 합니다.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1.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도박을 하는 사람인 경우
: 대부분의 경우가 여기에 속하는데 이 경우는 다시 돈을 빌려간 사람이 '꽁지'라고 불리는 도박 자금 전문 사채업자이거나 도박 중독자에게 '공사'를 하고 있는 '타짜'일 때와 그 정도의 악질은 아니지만 같이 도박을 해 온 도박 친구일 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채업자나 타짜의 경우는 도박자를 완전히 거덜낼 때까지 도박판에서 떠나지 못하게끔 붙들어 두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일시적으로 딴 돈을 더 크게 불려주겠다면서 더 큰 이자로 유혹해 돈을 빌립니다. 그리고 돈을 받으려면 꼭 불법 하우스나 도박장으로 오게 만듭니다. 절대로 밖에서 만나서 빌린 돈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박장에 가면 도박을 할 필요는 없고 그냥 놀다가 가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한 자리가 빈 것처럼 만들어서 도박자를 거기에 앉게 만듭니다. 일단 앉기만 하면 이야기는 끝나는 것이죠. 빌려준 돈에 가져간 돈까지 모두 털리고 새로운 빚까지 짊어지게 된 이후에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 이들에게 채무자, 채권자의 개념은 손바닥 뒤집기처럼 뒤집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빌려준 돈은 반드시 포기해야 합니다.
'꽁지'나 '타짜'가 아닌 도박장에서 만난 도박 친구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과 함께 늪에 빠져 있을 길동무입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완전히 착각 속에서 사는 도박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는데 곁에 있는 다른 도박자의 존재는 이러한 불안감을 잠시나마 없애 줍니다. 따라서 돈을 빌려주고 빌리면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 속에서 안심하는 것이죠. 그러므로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이들과의 관계(금전 관계 포함)를 끊어야 합니다.
2. 빌려준 돈이 도박으로 딴 돈인 경우
: 도박으로 딴 돈의 경우는 노동의 대가로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므로 공돈처럼 쉽게 생각하게 되고 도박으로 딴 돈이니만큼 도박을 하는데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그러니 도박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면 은행에서 돈을 찾듯이 빌려준 사람에게 받아서 쓰면 된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끊겠다고 하면서 대마초를 친구에게 맡겨두는 것과 같은 겁니다. 그러니 그 돈은 포기해야 하고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을 채무자에게 공식적으로 선포해서 일말의 미련마저 끊어내야 합니다. 빌려준 돈의 액수가 크거나 그 돈이 도박자의 어려운 가계에 큰 보탬이 되는 경우에는 현실적인 이유로 그 돈을 포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안으로 도박자를 통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직접 갚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그만큼의 위험은 감수해야 합니다. 돈이 친구에서 보호자로 위치만 옮겨왔을 뿐 도박으로 딴 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도박으로 딴 돈은 도박을 해야 한다는 도박자의 생각도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박자가 빌려준 돈은 받을 생각을 처음부터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태그 -
꽁지,
도박,
도박 자금,
도박 중독,
도박자,
도박장,
도박중독,
불법 하우스,
사채업자,
채권자,
채무자,
타짜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659
제목이 좀 복잡합니다만 정리를 해 보면 이런 것입니다.
도박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계속 도박을 하는 경우에 배우자가 자신과 자녀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자신의 벌이를 모두 저축했을 때, 궁극적으로 도박자와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 도박자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 마련한 재산을 방어할 수 있는가입니다.
병에 대한 인식이 없는 도박 중독자의 특성 상 위와 같은 경우가 왕왕 발생하게 되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방어할 수 있습니다.
법률 상 부부사이에도 각자 명의의 재산은 각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이혼 소송에서 도박자가 배우자 명의의 예금 등에 대해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산 분할이란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하여 마련한 재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도박자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점, 전적으로 배우자의 벌이로 마련한 재산인 점을 주장, 입증하면 도박자의 재산 분할 청구가 기각될 것입니다.
덧. 이 포스팅은 변호사의 법적 자문을 거쳐 작성한 것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598
도박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하려는 도박자가 가족에게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술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아니잖아. 도박 좀 하면 어때"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가족들은 "도박은 돈을 잃게 만들잖아. 그게 더 가족들을 힘들게 만들어"와 같이 도박을 끊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말로 받아치는데 이건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박자가 도박을 다른 행동과 비교해서 이야기 할 때에는 아직 도박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도박을 하기 위한 나름의 당위성을 만들어 낼 뿐이지요. 따라서 도박이 가정 폭력이나 외도보다 더 나쁜 점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시도는 대개 실패하고 맙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다면 바람을 피우는 것이나 술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허용할 건가요? 그렇지 않지요? 도박이든, 바람을 피우는 것이든, 가정 폭력이든 모두 가정의 행복을 깨는 행동들이고 모두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에는 "바람을 피우는 것도, 술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도박을 하는 것도 모두 싫어, 그 중에서도 당신이 도박을 하는 것이 제일 싫어"라고 감정을 담아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여 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당신이 계속 도박을 하게 되면 당신을 미워할 수 밖에 없어. 부탁이야. 내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게 해 줘"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588
당연히 둘 다 중요하죠.
그러나 만약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삶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도박자는 말 할 것도 없고 가족들도 단도박, 즉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노라고 의지를 다지지만 제 경험 상 단도박은 삶의 변화의 결과이며 작은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삶의 변화가 없는 단도박 상태 유지는 심지만 제거한 다이너마이트와 똑같기 때문입니다. 심지만 꽂고 불을 붙이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다이너마이트말이죠.
도박자는 이미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도박에 중독되면서 이전과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의미를 잃어버렸을 수도 있고, 가족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상황에서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도박을 못하는 것이지 안 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도박자의 경우 단도박을 하고 나서 삶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삶의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도박을 하지 않게 아니, 도박을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그러니 치료자/상담자는 도박을 하지 않는 기간을 늘이는데 치중하기보다는 삶의 의미를 다시금 고민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며, 함께 사는 삶의 즐거움을 깨달아 삶이 변화할 수 있도록 치료/상담의 목표를 조정하는 것이 도박 중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삶이 변화하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여러가지 신호가 나타나지만 무엇보다도 도박중독의 가장 큰 특징인 '거짓말'과 '책임감'의 문제가 해결되는 기미가 삶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도박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드디어 삶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죠.
치료자/상담자와 가족은 이러한 기미를 빨리 깨달아 긍정적인 보상과 격려, 지지를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585
도박 중독자의 가족이 경험하는 심리적인 문제는 그야말로 모든 부정적 정서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부를 만 합니다.
분노, 적개심, 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슬픔 등 처한 단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시간의 차이일 뿐 대부분 상당히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 단계와 상관없이 가장 오랫동안 가족을 괴롭히는 부정적 정서는 '분노'입니다. 분노의 대상은 외현화되어 도박자가 될 수도 있고 자신에게 숨겨 문제를 키운 가족이기도 하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자기 자신이 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분노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표 중 하나가 되는데 물론 대개는 집중적인 상담을 통해 해결하지만 스스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감정 일기'(제가 만든 용어입니다만 무엇이라고 부르던 상관 없습니다)를 쓰라고 권유합니다. 말 그대로 감정에 대한 일기를 쓰는 것인데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일기를 규칙적으로 쓰는 것입니다. 감정 일기를 쓰는 특별한 방법은 없으며 일정한 형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간단한 규칙만 몇 가지 지키면 되는데 규칙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 정직할 것 :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고 보안을 유지할 것
* 붓 가는대로 쓸 것
* 수정하지 말 것
: 컴퓨터를 사용하지 말고 종이와 펜을 사용해야 합니다. 필기구도 지울 수 있는 연필보다 볼펜이나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감정 일기를 쓴 다음에 다시 읽어보지 말 것
* 꾸준히 정기적으로 쓸 것
감정 일기는 인지적인 통제 없이 자신의 마음을 격렬하게 흘러가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쓰기' 과정을 통해 쏟아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씁니다.
따라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 것이며(어느 누구도 못 보게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세요) 쓰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하다 못해 쌍욕이라도) 억제하지 말고 씁니다. 수정하지 말고 날 것으로 그냥 놔 두고 쓴 다음에는 다시 읽어보지 말고 덮어 둡니다(필요에 따라 나중에 볼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 일입니다. 지금은 신경쓰지 마세요).
그리고 힘들 때에만 쓰지 말고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꾸준히 쓰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 상 감정 일기를 꾸준히 쓰는 것은 도박자의 가족이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다스리는데 매우 유용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486
제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를 싫어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비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솔직하고 담백한 걸 좋아합니다.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분명하게 의사 표현을 하고, 필요하면 누가 옳은 지 박터지게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정도 들고, 피투성이 얼굴로도 어깨동무하고 웃을 수 있는 그런 허허로움을 좋아합니다.
좋은 게 좋은거라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냥 넘어가자고, 얼굴을 붉힐 필요가 뭐 있냐고, 이러면서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처리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지금까지 사감위에게 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끊임없이 만나자고 구애하고,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읍소하고, 검토해 달라고 자료를 보내고 했습니다. 하지만 벽보고 이야기하는 꼴이었습니다.
사감위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답변서를 보낸 적이 한번도 없으며 정말 어렵게 만나서 믿어달라고 해 놓고는 밀실에서 쑥덕거리면서 일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보내 준 자료는 어떻게 검토했는지 답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계획안이 잘못되었으니 기초 연구 조사 자료를 공개해서 문제점을 함께 검토하자고 하니까 못하겠답니다. 왜 못하냐고 하니 관례 상 그런 경우는 없답니다. 교수라는 사람들이 터진 입이라고 그런 거짓말을 잘도 하더군요. 그리고는 실태조사연구자료를 대외비로 지정해서 열람도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오해했으면 깨끗하게 사과하겠다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두렵답니까? 왜 그렇게 비겁합니까?
그렇다고 저도 똑같이 비겁해 질 수는 없으니 저는 끝까지 솔직 담백하게 가겠습니다. 어떤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전문가의 양심을 걸고 옳고 그름이 밝혀질때까지 싸우겠습니다. 서서 죽더라도 비굴한 무릎은 꿇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감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시퍼렇게 날선 눈으로 감시하겠습니다.
두고 봅시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425
도박 중독자는 대체로 참을성이 없습니다. 도박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도박이 짧게는 몇 초에서 길어야 30분이 넘지 않기 때문에 그 이상을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하죠
도박은 기본적인 특성 상 즉각적인 결과(보상/처벌)를 제시하기 때문에 여기에 중독된 사람은 소위 만족 지연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자는 한 달에 한번씩 월급을 받는 일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도박 중독자는 금단 증상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항상 마음이 조급하고 초조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치료를 하다보면 가족들도 알게 모르게 도박자의 조급증이 전염된 경우가 많습니다. 도박 기간과 치료 기간에 높은 상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도박을 한 도박자를 데려와서도 대뜸 치료 기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고, 1년이면 충분하지 않냐며 안달을 합니다.
도박 중독은 신체적인 질병과 달라서 치료자가 치료 기간을 장담할 수도 없지만 도박 중독 치료만큼 다양한 재발 요인과 환경 요인을 차근차근 살펴봐야 하는 병이 없습니다. 그래서 '넘어진 김에 충분히 쉬어가라'는 말을 하는 것이 바로 도박 중독입니다.
가족이 조급한 마음을 쉽게 드러내면 도박자도 덩달아 마음이 불안해지기때문에 차근차근 빼놓고 지나가는 문제는 없는지 살펴가면서 신중하게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417
병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 도박 중독의 전형적인 특징이므로 도박 중독자가 스스로 치료를 받겠다고 치료기관을 찾아오는 경우는 사실 상 매우 드뭅니다. 게다가 도박 중독이라는 병이 강제로 치료할 수 있는 병도 아니기 때문에 현장의 치료자에게는 어려움이 더욱 많지요.
그런데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경우는 도박 중독자가 가족의 강요 또는 이혼 협박 등에 의해 치료 장면에 억지로 나오기는 하지만 자신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못하고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치료를 악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족들은 치료의 내용은 잘 몰라도 어쨌거나 도박자가 꾸준히 전문치료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있기 때문에 치료가 되고 있다고 안심하지만 실제로는 치료 효과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치료자가 도박자의 알리바이를 위해 이용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도박 중독자는 대개 바쁜 일 핑계를 대면서 상담 시간을 자주 연기하거나 예약 시간에 늦는 일이 많으며 과제를 게을리합니다. 상담 시간에는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려고 계속 화제를 돌리며(주로 부부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상담자의 주의를 돌립니다), 도박 경험과 충동에 대해 상담자가 이야기를 꺼내면 매우 단호한 태도로 충동과 경험 유무를 부인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도박 중독자를 위해 동기강화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을 해 보면 소위 말하는 '바닥을 치지 않은' 도박 중독자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이처럼 노골적으로든 수동-공격적으로든 자신의 문제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도박 중독자를, 상담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점만 간단히 말하면 '바닥을 치게' 해야 합니다.
현재 상담이 상담자와 도박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시키고 스스로 자제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는지 확인하고 맞다면 치료를 종결해야 합니다. 이 때 도박 중독 치료에는 자가 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으며 도박자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상담자의 의사가 분명하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내쫓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나중에 재발을 하더라도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상담자의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가족에게 이런 접근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가 가도록 설명을 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족을 계속 상담 장면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도박자가 언제든 치료 장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심리적 끈을 연결해 두는 장치일 뿐 아니라 도박자가 바닥을 치고 스스로에 대해 숙고하는 기간동안 가족들을 충분히 훈련시켜 재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도박자와 가족에게 분산되었던 치료자의 치료 역량을 가족의 정서적 고통과 아픔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치료자의 치료적 노력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도박자와 달리 가족들은 훨씬 상담하기가 용이하며 효과도 좋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치료의 필요성을 끝까지 느끼지 못하는 도박 중독자는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보내주세요(Let him go). 그리고 대신 '거리 두기'와 '선 긋기'를 할 수 있도록 가족들을 붙잡고 단련시키세요.
그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352
현실적으로 도박 중독의 가장 큰 피해는 재정적인 부분에서 일어납니다. 도박으로 잃어버린 돈도 돈이지만 도박 중독이 드러났을 때 튀어나온 빚은 가계에 큰 부담이 됩니다. 갑자기 경제적으로 쪼들리게 되면서 보호자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죠.
또한 재정 관리 능력을 상실한 도박자를 대신해서 일시적으로라도 모든 재정적인 부분을 보호자가 책임지게 되기 때문에 치료에만 전념하는 도박자에 비해 보호자가 받게 되는 압박은 가히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그렇다면 보호자가 일상 생활에서 도박자에게 돈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보호자가 돈 문제를 꺼내는 이유를 착각하는데 그들은 이미 벌어진 문제를 다시 화제에 올림으로써 자기를 탓하고 이로 인해 보호자가 의사 결정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고 생각하거나 더 많은 경우 돈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투정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빨리 돈을 벌어다 보호자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데 현재 상황에서 갑자기 큰 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자신에게 익숙한 도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대박(big win) 경험이 한 두 번은 있기 때문에 '이번 한번만'의 심정으로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고 결국 재발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돈 문제를 화제로 꺼낸 보호자의 생각은 이와 전혀 다릅니다. 보호자가 도박자에게 돈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자신이 돈 문제로 고통받고 있음을 도박자가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위로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힘들더라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자는 의지를 다지는 의미입니다. 도박자가 착각하는 것처럼 재정적인 문제의 해결 방법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도박자보다 재정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마술과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절대로 없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도박자는 보호자의 마음을 잘못 읽고 보호자가 이것만큼은 절대로 피했으면 하는 바로 그 '도박'을 통해 어설프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