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 전문 기관인 KRA 유캔센터에서는 2007년부터 도박자의 가족을 위한 집중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벌써 30회나 되었네요.
도박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의 정서적 문제 해결 뿐 아니라 부부/자녀/가족 전체의 관계 회복을 위한 대처 능력을 강화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고 더 나아가 도박 중독자에 대한 보조 치료자로서의 기능도 담당할 수 있도록 도박 중독 치료 전문가가 효과적인 지식과 다양한 대처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아래는 유캔센터에서 소개하는 가족 교육의 개요입니다. 도박 중독으로 고통받는 가족들이 많이 참석해서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 교육명 : 제 30회 습관성 도박자의 가족 교육
* 일 시 : 2012년 2월 26일(일) 13:00~18:00
* 장 소 : 유캔센터 교육장(사당역 12번 출구 도보 3분)
* 대상자 : 습관성 도박자의 가족 선착순 30명
* 내 용 : 습관성 도박의 정확한 이해와 도박자의 행동 특성 및 대처 방안, 치료 프로그램 소개 등
* 참가 신청
- 전화 : 080-815-1190(무료전화) 수요일~일요일(월, 화 휴무)
- 메일 : ucancenter@paran.com
(메일 신청 시 일정 확인을 위해 연락처 반드시 기재)
※ 별도 참가비 없음
덧. 제가 왜 이 내용을 포스팅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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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 원칙 중 하나는
'도박중독 치료의 제 1원칙'이라는 글에서도 이미 말씀을 드렸듯이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글에서 저는 모든 도박중독 치료가 이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까지 강조를 했더랬습니다.
도박중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무책임이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실 상 단도박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고 해도 완전한 치유가 되지 않거든요. 그만큼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박빚을 갚아주는 대위 변제를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고 가족들의 명의로 낮은 이자 대출을 내서 돌려막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모두 고통스럽더라도 도박자가 자신의 문제를 직면할 수 있어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는 가정 하에서 하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도박중독 치료의 원칙은 반드시 절대적으로 고수해야 하는 만고불변의 진리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 상담자라면 원칙 고수와 융통성의 경계선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년 정도 상담을 받은 도박자의 가족이 있습니다. 1년 동안 도박자와 가족 모두 열심히 상담을 받았고 그동안 도박자가 지인들에게 빌린 자잘한 돈은 스스로 모두 갚았으며(처음에는 모두 open하고 유예) 본인의 카드론 대출금 몇 백만 원만 남은 상태에서 부인이 도박자와 상의하지 않고 자신의 신용으로 낮은 이자의 대출을 받아 그 빚을 자신에게로 돌렸습니다. 치료 원칙을 어기기는 했지만 1년 동안 말없이 열심히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 남편에게 자신이 함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격려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설사 남편이 이 때문에 다시 해이해져도 자신이 감수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치료 원칙을 어긴 것이니 이 부인의 행동은 경솔한 것일까요?
이런 부인의 행동이 도박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지,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우리는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변화 노력에 대한 격려,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 더 나아질거라는 희망과 기대, 저는 이 세 가지가 치료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고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야단맞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 부인을 칭찬했고요.
도박중독 치료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그 원칙을 어기는 것이 필요한 순간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상담자들은 야전에서 도박 중독과 싸우는 전사들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적을 섬멸하는 것보다 아군을 살리고 보살피는 일이 더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도박중독 전문 상담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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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하기 이전에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던 도박중독 치료기관만 존재하던 시절에는 이 문제를 염려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상당 수 기관에서 각자 알아서 국가 공인 자격증이나 엄격한 수련 과정을 통해 배출된 전문가만을 채용하려고 애썼고 그래서 그런지 도박중독 회복자가 치료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요(제가 아는 한 전국적으로 한 명 밖에 없었습니다).
단도박 모임이야 치료자가 아닌 협심자들에 의해 유지되는 수평 모임이기 때문에 오랜 단도박 기간을 유지하는 협심자가 치료자 행세를 하는 극소수의 잘못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웠고요.
그런데 사감위가 출범한 이후 도박중독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단지 수십 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자격증을 주기 시작했고 이 자격을 가진 도박중독 회복자가 실제로 치료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무런 현장 적응 훈련도 없이 곧바로요. 몇 명을 제외하고는 강사의 대부분이 도박 중독 현장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다 알코올 중독 전문가 양성 과정을 벤치마킹해서 급조한 나머지 도박 중독 현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강의만 받은 사람들이 도박중독자를 치료하게 된 것이죠.
혹자는 말합니다. 도박에 중독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지 않겠느냐고.
맞습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장점입니다. 대부분의 치료자는 도박에 중독된 경험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도박중독 치료라는 것이 그런 공감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도박중독 치료는 도박중독의 다양한 기전과 원인 분석, 도박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있어야 하고 다양한 심리치료적 기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부부 갈등이나 가족 갈등 해결을 위한 couple therapy, group therapy 경험도 있어야 하고 특히 우울, 불안, 성격 장애 등 정신병리적 지식과 함께 이러한 공존 장애를 평가할 수 있는 심리평가 능력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임상심리학자들은 중독 분야, 특히 그 중에서도 도박 중독을 심리치료 분야의 막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한 힘든 분야라는 뜻입니다. 그냥 도박 중독에 대한 얄팍한 지식만 갖고 뛰어들어서는 안 되는 분야라는 말이죠.
그런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암 회복자가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도박중독 회복자는 치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전문 기술과 지식을 갖춘 이후에 하라는 겁니다. 내가 걸려봤으니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는 안이한 생각만으로 다른 내담자의 회복과 치유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우울증에 걸려봤다는 것만으로 우울증 환자를 치료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종합병원에서 3년 동안 치열한 수련을 마치고 전문가가 되어 도박중독 분야에 입문하였을 때 적어도 3년 동안은 막중한 책임감에 상담을 할 때마다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도박중독 치료는 사명감과 각오만 갖고 뛰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전문 지식과 제대로 된 치료 기술, 사명감을 모두 갖춰야 하는 분야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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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담을 할 때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기왕 상담을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든 간에 일단 꾸준히 상담을 받으러 나오라고 당부합니다.
그 이유는 도박 중독 치료가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양 발을 페달에 올리고 저으면서 중심을 잃지 않고 어느 정도 타려면 어쩌다 한 번씩 자전거에 올라 연습하는 정도로는 어림 없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자전거를 연습하면 과연 자전거 타기를 배울 수 있을까요?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재미가 없고 그래서 금방 때려치우게 되고 결국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좀 힘들고 재미 없더라도 매일 1시간씩이라도 열심히 연습을 하면 곧 뒤에서 누가 잡아주지 않아도 뒤뚱거릴지언정 혼자 탈 수 있게 됩니다. 그 정도가 되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잠시 자전거 타는 것을 미루어 두어도 나중에 다시 시작할 때 처음부터 다시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몸에 체화되었으니까요.
도박 중독 치료도 이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도박을 안 하고 싶은 마음과 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해 머릿속이 복잡하고 금단 증상 때문에 온통 초조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상담을 받는 것이 과연 답일까 하는 회의가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치료 효과를 몸으로 느끼기 전까지 경험하게 되는 일종의 명현 현상입니다. 치료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웬만한 유혹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고 자신감이 붙을 때까지는 꾸준히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 몸이 허해질때마다 응급실을 찾아 링거 맞듯이 띄엄띄엄 상담을 받으면 안 됩니다. 그러면 평생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더 달려들어 초반에 뿌리를 뽑을 각오로 상담에 전념해야 합니다.
제 경험 상 그런 분들은 반드시 치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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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포스팅 한
'도박 중독 치료법 중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치료 기법 간 차이가 없으며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치료 방법도 없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자발적인 회복도 가능하다고 했으니 도박 중독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도박자들에게 전문적인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받으시는 것이 좋다고는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아주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비유를 들겠습니다.
도박 중독은 집에 도둑이 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도둑은 언제나 활개를 치고 다니지만 내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사실 상 문제가 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도둑이 들면 피해가 큽니다. 재산 상의 손실 뿐 아니라 운이 없다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도둑이 들고 나면 얼마동안은 문단속도 열심히 하고 집안의 귀중품 관리라든가 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것이 자발적 회복입니다.
하지만 우리 집에 내가 모르는 취약한 보안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도둑이 다시 침입할 수 있죠. 게다가 사람의 기억은 간사한 것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점차 해이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전문 보안 업체에 의뢰해 우리 집의 보안 상태를 샅샅이 점검하고 취약한 부분에 경보 장치를 다는 등 안전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전문적인 치료입니다.
당연히 전문 보안 업체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도둑이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안전이 한층 강화되겠지요.
도박 중독의 재발을 야기하는 요인은 매우 많으며 도박자에 따라 다양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므로 도박자 개인이 이 모든 요인을 점검하고 도박 충동의 상승을 감지하는 일종의 경보 장치를 스스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이죠.
전문적인 치료기관에서는 단순히 도박과 관련된 환경 요인 뿐 아니라 도박자의 심리적 문제, 관계적 문제 등 도박 중독의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꼼꼼하게 분석해서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하므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전문적인 치료도 함께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 치료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니까 경제적인 부분을 염려하실 필요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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