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결정 저울로 번역되는 Decisional Balance는 도박 중독 뿐 아니라 변화 유발에 필요한 추진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이 활용되는 기법입니다.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한 축에는 장점과 단점을, 다른 축에는 변화하고자 하는 특정 행동이나 습관의 변화와 불변을 기입하여 교차 분면에 적힌 내용을 조사함으로써 변화 동기를 끌어내는 방법이죠.
그런데 이 방법을 도박 중독자에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타이밍입니다. 얼핏 보기에 변화 동기를 끌어내는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에 상담 초기에 섣불리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탐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실질적인 효과가 적습니다. 왜냐하면 상담자와 충분한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도박을 계속할 때의 장점' 영역과 '도박을 그만 두었을 때의 단점' 영역을 기입할 때 도박자가 충분히 탐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온 결과만 보고 '도박을 그만둘 때의 장점', '도박을 계속할 때의 단점'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고 해도 도박자가 전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결과이기 때문에 행동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건
이 방법을 적용하고 난 뒤에 단순히 탐색해 찾은 내용의 양으로만 비교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는 도박 중독자일수록 단 한 번의 베팅 성공으로도 decisional balance에서 발견한 모든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도박을 해서 돈을 따는 경우에 어떻게 될 것인지, 그 뒤를 따르는 공허감과 허무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루는
의미 치료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른 글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 같지만 기법은 어디까지나 기법일 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련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상담자는 호흡을 길게 하면서 좀 더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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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이 책은 현장에서 도박 중독 치료를 실제로 하고 있는 임상가들이 도박 중독에 대해 쓴 '국내 최초의 공동 저술서'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최초의 책은 이흥표 선생님의
'도박의 심리'입니다만 그 책은 혼자 쓰신 것이니 단도박 모임을 제외하고는 도박 중독 치료의 역사가 십 수년에 불과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나마 그동안 소개된 책들이 거의 번역서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미 2007년에 선을 보였으나 KRA 유캔센터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던 것을 심리학 전문 출판사인 학지사를 통해 최신 정보를 보강하여 개정판으로 출판한 책입니다. 저자로는 유캔센터의 전, 현직 임상심리학자 5명과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가 수고하였습니다.
내용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 개인, 사회, 도박에서는 다소 거시적인 관점에서 도박을 조명하고 있으며 특히 '바다 이야기' 사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도박 광풍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가 도박과 도박 중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1부의 특징으로는 매스컴에서 맨날 떠들어대는 것처럼 한국이 과연 도박 공화국인지에 대해 냉철하게 비판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도박 중독 유병율 9.5%의 허상을 낱낱히 깨부수고 있죠. 이 부분은 지금까지 출판된 어떤 도박 관련 저작물에서도 공식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내용입니다.
2부. 습관성 도박의 이해에서는 도박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생물심리사회 모형에 따라 도박을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3부. 치료와 재활에서는 개인 심리치료, 약물치료, 가족치료, 사후관리 및 재발 예방의 4개 영역에서 도박 중독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으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박 중독에 대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시적인 관점까지 빠짐없이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 이 책 한 권만 정독해도 도박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도박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현 실태까지 모두 알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공동 저작의 문제점 중 하나인, 부분 내용의 유기적인 연결과 통합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2부 5장 습관성 도박의 생물학적 이해에는 신경전달물질과 뇌관련 연구결과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것은 3부 7장 약물치료의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아무래도 여러 저자가 공동 작업을 하다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의 대상은 도박자와 가족이 아닌 도박 중독 치료를 담당하는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특히 도박 중독 현장에서 일을 할 예정인 예비 임상가들에게 도박 중독 치료의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예전에는 도박 중독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이흥표 선생님이 쓰신 '도박의 심리'를 많이 권했는데 이제는 이 책에 자리를 넘겨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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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두 가지가 '거짓말'과 '무책임'이라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도박자가 무책임하지 않고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면 도박 중독이라고 진단할 수 없다고까지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만큼 거짓말과 무책임 문제는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느냐를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도 매사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거짓말하지 않고 진실되게 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의 무책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요?
지금까지 도박을 하면서 항상 선택만 하고 통 책임을 진 적이 없으니 이제부터는 당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고 거세게 몰아붙이면 될까요?
도박 중독자가 무책임해진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도박자가 책임질 겨를도 없이 가족들이 온통 나서서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었던 것이 버릇이 되어 그럴 수도 있고 크게 한번 따기만 하면 한번에 보상할 수 있다고 도박자가 착각하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을 계속 미루다 보니 책임질 기회를 놓쳐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은 아무래도 사소한 것이고 근본적인 이유는 도박으로 인해 자율성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징크스만 잘 지키면 행운의 여신도 불러들일 수 있는 것처럼 도박자를 착각하게 만들어 기고만장해지지만 실상은 도박자의 모든 자율성을 빼앗고 움쭉달싹 못하게 옥죄어 버리는 것이 도박의 속성입니다. 사실 도박판에서 도박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하니까요. 도박자가 할 일은 그저 도박 산업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시키는대로 놀아나는 것 뿐입니다. 본인만 그 사실을 제대로 모를 뿐이지요. 하지만 중독될 정도로 도박에 탐닉했다면 자율성을 빼앗긴 허수아비와 같은 신세가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귀결입니다.
가끔 도박을 그만 둔 도박자가 집에서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으로 아무것도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하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자율성을 잃어버린 도박 중독자라면 오히려 그것이 당연한 모습인 겁니다.
그래서 치유 과정에서 도박자의 무책임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상담을 예약하고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발적으로 연기하는 것에서부터, 상담을 할 때 어디에 앉는 것까지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까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기르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박자의 자율성이 증진되면 가족들의 불신이 점차 사그러드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니 자율성을 증진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치유 초기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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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신체 질환과는 달라서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듯이 도박 생각이 나지 않게 할 수도 없고 치료의 과정이 구조화되어 있어 1단계를 마치면 2단계로 넘어가고 그 다음에 회복 과정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치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너무 많기 때문에 입구와 출구가 하나라고 해도(그렇지도 않지만) 동굴 안의 갈림길이 무궁무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많은 상담자가 필요하고 그러한 상담자라도 자만하지 않고 항상 겸허한 마음으로 상담에 임할 필요가 있죠.
이처럼 도박 중독 치유 과정이 변화무쌍하기는 해도 도박자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도 있고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는 데 그건 바로 '후회'와 '부러움'입니다.
'후회'는 과거를 정리하는 데 필요한 마음이고 '부러움'은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데 필요한 마음입니다.
미련과 한탄, 아쉬움을 동반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후회입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인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죠. '아,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깨달음에서 나오는 후회는 그 때까지 계속 질질 딸려오던 미련과 집착을 끊어낼 결단력을 도박자에게 줍니다.
집착을 끊어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 생각이 안 나는 것도 아니고, 도박 충동이 올라올 때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어떻게 살고 싶다는 계획과 희망, 설레임이 없다면 강을 거슬러 보트를 저어 올라가듯이 조금만 힘이 빠지거나 게을러지면 다시 뒤로 후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러움이 필요합니다. '나도 저렇게 웃고 싶다', '나도 저렇게 마음편히 살고 싶다'는 바램을 만드는 감정이 부러움이죠. 도박자가 과거를 잊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러움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과 상담자까지 먼저 행복해질 필요가 있는 겁니다. 도박자에게 부러움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도박 중독자가 치유되는데 꼭 필요한 두 가지 마음, '후회'와 '부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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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도박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나름의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서라든가, 잃어버린 돈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든가, 한번만 크게 따서 자신이 가족들에게 입힌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상하고 싶어서라든가 등등.
그런데 도박의 목표에 대해 물어보면 제대로 답을 하는 도박 중독자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10억을 모으려고 한다든가, 우리나라 바카라 최대 승률 기록을 세우려고 한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도박자는 없죠. 왜냐하면 도박이라는 게임 자체가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세우려고 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승부의 결과에 돈을 걸게 되면서 목표가 흐려진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겁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도박 중독자는 목표 중심적으로 도박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과정 지향적인 사람들입니다. 물론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니고 순간 순간의 목표 달성에 목숨을 걸기 때문에 그 순간 순간을 연결해 보면 과정 지향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에 불과하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임상가들은 목표 지향적인 부분보다 과정 지향적인 것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12주 동안 CBT를 활용해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교정하겠다는 식의 목표 중심적이고 구조적인 방법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치유 과정에서 그동안 한번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무장해제를 시키고 도박 및 도박과 관련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고 좀 더 나아가 사는 의미, 자신이 꼭 지키고 싶은 가치관, 이런 의미와 가치관에 도박이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도박에 빠졌던 과정과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는 목표 지향적인 것보다는 과정 지향적인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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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과 관련해 외국의 치료적 접근법을 살펴보면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도박으로 돈을 딸 것으로 믿는 도박자의 신념을 인지적으로 교정하는 기법입니다. 이것을 좀 더 폭넓게 변형해서 결정 저울(decisional balance) 등으로 활용합니다.
이 기법의 전제는 도박 중독자가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도박 행동을 멈추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확률을 배우는 아이들의 교과 과정에 포함시켜 가르치는 예방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이건 우리나라에도 시급히 도입해야 합니다).
초기에 외국에서 활용되는 치료 기법을 그대로 도입해서 사용해보니 가장 잘 들어맞지 않는 것이 바로 도박으로 돈을 딸 것으로 믿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교정하는 것이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심리치료나 상담을 통해 도움을 구하러 전문기관을 방문할 정도의 상태인 우리나라 도박자(개인적으로 외국의 도박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만)는 이미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대부분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정말로 도박으로는 돈을 따는 것이 불가능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도박자도 간혹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동이 걸리지 않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서 외부의 도움을 받으러 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언제부터인가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도박자에게 이해시키는데 들이는 노력을 대폭 줄이고 오히려 돈을 딸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이 도박자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요.
어느 정도 도박으로 쓴맛을 본 도박자가 도박을 하러 가기 전에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오늘은 딱 ~만 원만 하고 와야지'입니다. 왜 '~만 원만 따고 일어서야지'라고 하지 않을까요?
이미 도박으로 돈을 따고 일어서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든, 딸 수 있어도 중간에 멈출 수가 없어서 결국은 잃게 된다고 생각하든 상관 없습니다. 결과는 동일하니까요.
도박자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결국은 자신이 잃게 될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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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자신이 얼마나 심한 중독 상태인지를 궁금해하고 이를 상담자에게 물어보는 도박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자신에게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머지 두려워져서 상담자의 확인을 바라고 물어보는 도박자도 있기는 있지만 모든 도박자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왜 그것이 궁금한지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다른 도박자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안심시키는 말을 하는 상담자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도박 중독 문제가 심하다는 걸 도박자에게 강조해서 상담의 초기 과정을 버틸 수 있는 권위를 얻으려고 하거나 병식이 없는 도박자를 두렵게 만들어서 계속 상담을 받게끔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 만큼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거든요.
특히 어떤 마음가짐으로 상담을 받으러 왔는지 알 수 없는 상담 초기에는 어설프게 안심시키려는 노력을 자제해야 하는데 많은 도박자가 자신에게 별로 문제가 없으니 상담을 받을 필요 없이 혼자서 도박을 끊어보겠다는 방어 논리로 악용하거나 '다행히 일반적인 도박 중독자만큼 망가진 것은 아니군'하는 생각의 지지 근거로 사용함으로서 너무 빨리 안심해버리는 나머지 적절한 치유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회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도박 중독 문제를 명확하게 다룰거면 도박자의 현재 상태 그대로를 도박자의 눈높이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서 전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상담자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항상 강조하지만 모든 도박 중독 치료와 관련된 기술은 진실성을 기반으로 해야만 효력을 발휘한다는 걸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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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자가 반드시 잊어야 하는 낱말'이라는 글에서 과거의 실수나 실패를 보상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낱말을 잊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본전'도 예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자가 본전 생각을 없애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본전 생각만 안 나면 단도박 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정말 어렵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실제로 도박 중독 치료에서 본전 생각을 없애는 건 기술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나름대로 정리를 해 봤습니다.
본전 생각을 없애는 건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 비용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유사합니다. 자꾸 고장나는 제품의 수리를 반복하다가 제품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 매몰 비용의 덫에 빠진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제품 수리를 포기하고 버린 뒤 필요하면 새로운 제품을 사는 것이 매몰 비용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죠.
일단 이런 질문을 도박자에게 화두로 던집니다. 이 때 도박자는 도박의 확률 문제를 배워서, 또는 이미 알고 있어서 도박으로 돈을 딸 수는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1. "만약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갖고 도박에 빠지기 직전으로 돌아간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보통 이 질문에 그래도 도박을 하겠다고 대답하는 도박자는 거의 없습니다. 매몰 비용이 발생하기 이전이고 도박으로 돈을 딸 확률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2. "만약 현재의 단도박 상황이 일년 동안 지속된다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이는 과거에 들어간 비용이 아닌 미래에 새롭게 들어갈 비용으로 초점을 옮기기 위한 징검다리 질문입니다. 새롭게 투입될 매몰 비용이 없을 때 어떤 느낌일 지 단기간이라도 한번 예상해 보도록 하는 거죠.
3. "도박을 그만둔다면 무엇이 나아지나요?"
이는 매몰 비용을 포기했을 때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는 질문입니다. 이 때 지금까지 도박을 하면서 매몰된 비용(꼭 돈이 아니어도 됩니다. 도박자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비용이라도 상관없습니다)과 도박을 하지 않는다면 매몰되지 않아도 될 비용(매몰 비용 포기 시 장점)을 비교하지만 너무 오래 하면 안 됩니다. 비교보다는 매몰 비용을 포기했을 때의 장점을 부각해야 합니다.
혹시 매몰 비용을 포기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고통을 받을거라고 믿는 도박자가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 같냐(한 달, 일 년, 10년?)고 묻는 것이 편향된 지각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중에서 3번째 질문을 다루는 것이 가장 어려운 단계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도박자가 매몰 비용을 포기했을 때 자신에게 주어질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도박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에 맞는 것을 예로 제시해야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그래서 매몰 비용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도박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난 뒤인 상담 중반 이후에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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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일자로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전문치료기관인 유캔센터가 문을 닫게 됩니다.
이미 12월부터 신규 상담을 받지 않았는데 빠르면 1월 중으로, 늦어도 3월 이전에 현재 진행 중인 상담도 모두 종결해야 하고 도박 중독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조직이 해체됩니다.
따라서 전국 14개소에 이르는 네트워크 치료기관과의 협약도 일제히 해지되어 도박자와 가족들은 더 이상 유캔센터의 도움을 받으실 수 없게 됩니다.
공식적인 폐소 이유는 사감위에 분담금을 내면서 동시에 별도의 치료 기관을 운영한다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대두되었던 것입니다)입니다만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사감위 분담금이 큰 폭으로 증액되면서 예산 부담을 크게 느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14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사행사업체에서 도박중독치료기관을 운영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전문치료기관,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치료 프로그램 개발,
국내 최초의 전국 치료 네트워크 구축,
국내 최초의 전국 도박중독 실태조사연구 실시,
국내 최초의 국제 도박중독 치료사례 conference 개최,
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사례관리 전산시스템 개발 등
많은 국내 최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도박중독 전문기관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올해 사감위법 개정으로 인해 사행사업체가 내야 하는 분담금 액수가 폭증하면서 각 사행사업체가 운영하는 치료 기관들의 향방에 대한 일말의 우려는 있었습니다만 이처럼 급작스럽게 폐소 결정이 날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관련된 모든 분들의 충격이 클 것 같습니다.
유캔센터가 문을 닫는 것 이상으로 추가 우려되는 것은 (주) 하이원에서 운영하는 KLACC,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경륜-경정 클리닉도 유캔센터의 뒤를 따라 잇달아 조직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감위에서 앞으로 직영으로는 치료 기관을 운영하지 않을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내년 4월이나 되어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현재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4개(경기, 강원, 부산, 광주)에 불과한 지역 센터가 모든 도박중독 문제를 감당해야 합니다. 현재 사감위 계획으로는 매년 2개의 신규 센터를 최대 20개까지만 개설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수많은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치유, 재활은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해야 했던 1998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우울한 일들이 겹친 연말에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비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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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치료 기법 중 하나로 'imagination'을 활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대로 도박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한다면 1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상상을 해 보도록 했는데 너무 끔찍한 미래를 상상하거나 상상 자체를 못하는 문제(죽어버려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고 함;;;;)가 있어서 최근에는 도박을 그만두고 살게 된다면 10년 후 어떤 삶을 살게 될 지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상을 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그냥 상상해 보라고만 하면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래의 자기 모습을 쉽게 상상하는 도박자의 수가 생각보다 매우 적다는 걸 알게 됩니다.
치료를 받으러 온 도박 중독자는 도박에 빠져 사는 자신의 삶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영원히 도박을 하지 않고 사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을 완전히 그만두기보다는 조절하면서 즐기고 싶어하고 치료의 종반부에 이르기까지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을 주저하고 끊임없이 타협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imagination을 통해 강한 치료적 효과를 노린다면 상담자가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밝은 미래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단순히 시각적인 유도만 하지 말고 청각, 후각, 촉각까지 총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인생을 살았던 도박자라도 장면을 연상하기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이미지가 있으니 그런 이미지를 먼저 떠올려 이완하도록 연습을 하고 그런 연습에 익숙해지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상담자 스스로 imagination을 통해 상상 연습을 많이 해 볼수록 좀 더 수월하게 도박 중독자의 상상을 도와줄 수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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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가족과 상담자에게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한번만 더 해보고 따든 잃든 그만두겠다, 믿어달라"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자신의 모든 기술과 정보를 쏟아 부운 뒤 정말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에서 나온 것이든 잃어버린 돈에 대한 본전 집착이든 간에 상관없습니다.
이 말을 하는 도박자는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도박을 그만두지 못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말은 도박을 계속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 기제처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상 어떤 조건을 걸고 도박을 그만둘 것을 결정하는 모든 방법은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박을 끊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도박을 지속하고자 하는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방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운 좋게 돈을 따면 '역시 내가 옳았다. 이렇게 하면 딸 수 있는 거였어'.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왔으니 이제는 계속 딸 수 있을거야', '지금까지 잃었으니 이제 앞으로는 딸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고, 설사 또 다시 돈을 잃어도 돈을 잃게 된 원인을 '확실하게 베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주지 않아서 뒷심부족으로 잃었다', '그 날 잔소리만 안 했어도 운이 내 편이었을텐데 가족 때문에 재수 없어서 망했다'는 식으로 외부 요인에 돌리고 환경만 탓하게 됩니다.
결국 이번 한번만이라는 도박자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죠. 그러니 도박을 끊고자 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당장 단도박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차라리 '나는 도박 중독자이기 때문에 도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고 도박을 하러 가기 바랍니다.
그래야 양심에 타격을 받게 되고 자신의 도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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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계속 치유의 길에 들어서는 걸 주저하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 자신의 도박 문제를 진정으로 깊이 들여다보고 도박과 이별하고자 결심한 상태라면 그 방법이 상담이 되었든, 단도박 모임이 되었든, 신앙 생활이 되었든 간에 걸리는 기간의 차이는 있더라도 결국 도박자는 도박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도박으로 점철된 삶을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질수록 치유 속도는 빨라져서 가끔은 가족이나 상담자가 놀랄 정도로 빨리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도박 중독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빨리 나아지는 도박자도 있는 반면 시간이 갈수록 상대적으로 더 힘들어진다고 느끼는 가족들도 많습니다.
대체 왜일까요?
치유 초반에 기대했던 것처럼 도박자가 도박만 하지 않으면, 성실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던 굳은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온통 초조함과 짜증, 불만만 가득하게 되니 말이죠.
그건 역할 변화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중독이든 중독 상태에서 건강한 상태로 바뀌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일단 바뀌기 시작하고 속도가 붙으면 굉장히 쉬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자의 역할과 도박 중독자가 아닌 역할이 너무나 극명하게 구분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도박 중독에서 가족들이 맡았던 감시자의 역할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 아닙니다. 도박 중독자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 떠맡겨진 것이죠. 내 옷이 아닌 옷을 입은 것처럼 껄끄럽고 그렇다고 안 입을 수도 없는 그런 역할입니다. 그걸 억지로 하다보니 이제 슬슬 몸에 익을 때쯤 되었는데 그걸 갑자기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도박 중독 치유를 위해서는 감시, 관리, 통제하려는 마음과 의도, 행동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거든요. 도박 중독에 대응하기 위해 움켜쥐고 있었던 유일한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죠.
가족들이 그걸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앞으로 감시자의 역할이 아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한 모델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느라고 시간이 들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쉽지 않다보니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생각보다 쉽게 적응하는 도박자에 비해 가족들은 역할 변화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는 겁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적응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좀 더 마음을 편히 가지고 시간의 힘을 믿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시간이 모든 불협화음을 정리해 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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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는 도박자들이라고 해도 모두 동일한 치유 과정을 거치거나 똑같은 치유 단계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라서 상담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믿거나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걸 알아도 너무나 재미있는 유흥 도구이기 때문에 상담을 받아서 조절 능력을 획득하게 되면 나중에 나이들어 은퇴한 이후에 소액으로 즐기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렇게 호되게 당해서 그만큼 피눈물을 흘렸으면서도 도박의 무서움을 잊고 다시 손을 대려는 도박자를 보면 도박 중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교통 사고를 당해 뼈가 부러지고 오랜 입원과 재활 기간을 거쳐도 일단 몸이 낫고 나면 다시 차를 몰고 다니듯이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 치유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도박은 마약 중독자에게 쥐여지는 마약보다 해롭고 횃불을 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다이너마이트보다 위험합니다.
한번 데었다고 다시 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었다고 내성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도박 중독은 항체가 생기지 않는 병과 같아서 도박에 더 취약해질 따름이죠.
도박으로 다시 돈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겨도, 언제든 원할 때 일어설 수 있는 조절 능력을 얻었다고 생각해도, 도박으로 돈을 따게 되어도 절대로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도 그건 도박자의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소설입니다.
아무리 근사하고 멋져보여도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죠.
그리고 그 소설에 해피엔딩이란 절대로 없습니다. 주인공의 파멸로 끝이 나는 새드엔딩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한번이라도 도박에 중독되었던 도박자라면 도박과 관련된 어떠한 소설도 구상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도박자에게 필요한 건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진솔한 체험 수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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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도박을 그만두는 것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도박을 계속한다면 희망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현장의 상담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도박자가 도박을 끊을 수 있겠느냐는 말입니다.
물론 단도박은 중요합니다. 도박을 그만두지 않으면 다른 부분이 치유된다고 해도 결국은 도박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도박만 하지 않으면 모든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까요?
도박 중독은 브레이크가 고장난(또는 없는) 차를 타는 것과도 같습니다. 운전자는 언제든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정작 제동을 걸어야 할 시점에서 차를 멈출 수가 없지요. 그래서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브레이크를 수리하거나 새로운 차로 갈아타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상담자가 단도박에만 매달리는 건 기껏 견인차를 불렀더니 사고 현장에서 장애물만 치워주는 것과 같습니다. 장애물을 치워준다고 브레이크가 저절로 고쳐지는 건 아니죠.
그러니 도박 재발의 위험 요소를 관리하고 채무 변제 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환경 조성은 꼭 필요한 치유 과정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도박이 도박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행복과 가족이 도박자에게는 무엇인지, 삶의 가치관이 무엇인지와 같은 의미론적, 관계론적 접근이 꼭 필요합니다.
도박 중독 치유는 단도박 그 이상의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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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 나쁜 사람은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다"
물론 역으로 모든 도박 중독자가 머리가 좋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도박은 대체로 예상과 추리, 과감함과 결단력, 승부욕과 근성, 집중력 등이 총동원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볼 때 머리가 좋은(속된 말로 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도박에 일단 중독된 다음에는 빠져 나오기가 더 어렵기도 합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차라리 돈을 딸 수 있다는 증거를 찾겠다고 그 좋은 머리를 낭비하거든요.
그런 패턴에 익숙해진 도박자는 도박이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뒤에도 여전히 주저앉아 생각과 계산만 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내가 도박 중독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어쩌지, 지금 사귀고 있는 이성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가계부를 쓸까 말까, 도박 빚의 내역을 오픈해야 할까 말까 등등...
이제는 생각을 그만해야 합니다. 생각만으로는 도박 중독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을 할 지 모르니 좀 더 신중히 예상되는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고요? 그건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본인이 경험해 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본다고 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경험많은 상담자와 한시라도 빨리 상의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러니 이제 생각은 그만하세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두렵고 치유를 주저하게 됩니다.
지금은 행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일단 치유의 길로 한 걸음 들어서고 나면 계속해서 걸어갈 용기가 생겨나게 됩니다. 생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일단 해버린 행동은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거든요.
그러니 일단 치유의 발걸음을 내딛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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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도박 문제를 깨닫고 도박을 그만두고자 결정한 도박자이든, 가장 큰 문제는 도박이 아니고 도박 때문에 생긴 빚이라고 생각해서 일단 빚부터 빨리 갚고 보자고 결심한 도박자이든 간에 도박 빚은 도박 중독자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입니다.
도박이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계기도 막대한 도박 빚의 압박 때문이요, 정작 도박의 무서움은 깨닫지 못한다고 해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도 도박 빚 때문이니까요.
그런데 도박 빚을 갚아 나가다보면 그 과정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도박 빚의 존재 자체가 도박으로 인해 망가진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에 도박자라면 누구나 도박 빚을 최대한 빨리, 한꺼번에 처리하고 싶어하죠.
아무리 노력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박 빚을 빨리 갚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박을 하기 이전부터 있던 대출 빚이나 결혼을 하면서 새로 생긴 빚 등에 도박 빚을 합친 뒤 갚으려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이를 도박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포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같아서 절대로 마음 먹은 것처럼 되지 않습니다. 도박 생각이 줄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박에 대한 경계심만 악화되어 경제적인 변동(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이 생기면 재발의 위험만 커지게 됩니다. 도박 빚을 기존의 빚과 합치면서 도박 빚이 어떻게 줄어드는지 꼼꼼히 챙기면서 관리하는 도박자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쓰라리고 아프더라도 자신이 도박에 빠진 결과로 생긴 도박 빚은 피하지도 말고 숨지도 말고 눈 부릅뜨고 지켜보면서 차분차분 갚아나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꼼수는 치유에 전혀 도움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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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된 도박자와 가족들에게 가장 무서운 말 중 하나가 바로 '재발'입니다. 그 말만큼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로 두렵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무서운 재발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도박자 개개인에게 재발을 가져올 수 있는 나름의 위험 요인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번 싸우더라도 위태롭지 않은 법이니까요(지피지기 백전불태).
재발을 야기하는 위험 요소는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중독자에게 공통되는 위험 요소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위험한 3가지 요소를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입니다. 예전에 이미 한번 소개드린 적이 있는데 HALT라는 약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HALT는 각각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의 영문 앞글자입니다.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은 모두 부정적인 정서 자체이거나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선행 요인으로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를 해소하고자 하는 후속 행동을 야기하는데 도박 중독자의 경우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행동이 바로 도박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따라서 HALT 상태인 도박자는 도박 행동으로 연결되기 전에 각각의 문제를 건강한 방법으로 즉시 해결해야 합니다. 첫 번째 요소인 부정적인 정서 상태는 도박자 내면에 있습니다.
둘째는 대인 갈등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HALT 중 절반에 해당하는 외로움과 분노감이 관련되어 있을 정도로 대인 갈등이 도박의 재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대인 관계는 도박을 계속하려는 이유와 그만두려는 이유 모두에 대해 도박자가 가장 많이 보고하는 이유 중 하나인만큼 대인 관계에 갈등이 생길 경우 단도박 의지가 약화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런데도 내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해야 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주범 또한 대인 갈등입니다. 그러니 대인 갈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그대로 방치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가족 상담이나 부부 상담이 도박 중독 치유에 필수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인 관계는 도박자의 바깥에 있지만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요소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사회적 압력입니다. 대인 갈등과 마찬가지로 도박자의 바깥에 있으며 약간 떨어진 원거리에 있는 요소입니다. 사회적 압력은 함께 도박을 했던 도박 동료, 친구를 비롯해 도박을 하도록 만들 수 있는 모든 외부 영향을 의미합니다. 명절 때 내기 윷놀이를 하는 친척들이나 게임비 내기 당구를 하자는 친구들도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압력 요소가 무서운 이유는 두 번째 요소인 대인 갈등을 피하려다 촉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인 갈등을 피하면서 사회적 압력을 무마하려면 상당히 정교한 대인 관계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물론 상담과 연습을 통해 이 기술을 습득할 수 있지만 그 때까지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원칙 준수가 생명입니다.
다시 한번 도박 중독 재발의 최대 위험 요소 3가지를 정리합니다.
1) 부정적인 정서 상태(HALT)
2) 대인 갈등
3) 사회적 압력
이 세 가지는 반드시 명심하고 매사에 주의해야 합니다. 세 가지 위험 요소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아직 도박 중독에서 치유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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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에도 한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또 다시 공지합니다. 이번에는 37회 가족 교육입니다. 도박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의 정서적 문제 해결 뿐 아니라 부부/자녀/가족 전체의 관계 회복을 위한 대처 능력을 강화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고 더 나아가 도박 중독자에 대한 보조 치료자로서의 기능도 담당할 수 있도록 도박 중독 치료 전문가가 효과적인 지식과 다양한 대처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아래는 유캔센터에서 소개하는 가족 교육의 개요입니다. 도박 중독으로 고통받는 가족들이 많이 참석해서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 교육명 : 제 37회 도박 중독자의 가족 교육* 일 시 : 2012년 9월 23일(일) 13:00~17:00* 장 소 : 유캔센터 교육장(사당역 12번 출구 도보 3분)* 대상자 : 도박 중독자의 가족 선착순 30명* 내 용 : 도박 중독의 정확한 이해와 도박자의 행동 특성 및 대처 방안, 치료 프로그램 소개 등* 참가 신청- 전화 : 080-815-1190(무료전화) 수요일~일요일(오전 9시~오후 6시, 월, 화 휴무)- 메일 : ucancenter@kra.co.kr(메일 신청 시 일정 확인을 위해 연락처 반드시 기재)※ 별도 참가비 없음
덧. 제가 왜 이 내용을 포스팅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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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초기에 도박 중독자들이 흔히 하는 말 중의 하나는 '나는 도박 중독자가 아니다.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는 겁니다.
심하다의 기준이 뭐냐고 물어보면 '맨날 도박만 하지는 않았다'(과도한 시간 투입), '집을 날린 것은 아니다(과도한 재정 투입)', '가족으로부터 버림 받지는 않았다(관계 파탄)' 등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치료 현장에서는 도박 중독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실질적인 기준으로 '과하다'는 표현을 씁니다. 도박을 과하게 하면 중독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생긴다는거지요.
그렇다면
'과하다'의 기준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첫 번째 기준은 '삶의 균형이 깨지는 수준'입니다. 도박 때문에 일을 하는데 방해를 받는다든지, 가족과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정도라도 균형이 깨져서 도박의 영향을 받게 되면 충분히 과한 겁니다. 물론 이 때 도박자는 균형이 깨진 것이 아니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삶의 균형이 깨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feedback이 어떤 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가족들의 잔소리가 늘고 주변 동료들의 진심어린 조언과 충고, 친한 친구들의 질책이 증가한다면 삶의 균형이 깨졌는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과한 수준으로 도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두 번째 기준은 활동의 전환(transition)'이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흔히 게임에 빠진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 게임에 너무 심하게 몰두하면 게임뇌가 되어 공부뇌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말합니다. 도박 중독도 이와 같습니다. 초반에는 도박을 하다가도 일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일을 하는 모드로 변경이 되지만 도박에 중독되면 도박뇌로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정작 일을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해도 도박뇌에서 해당뇌로 전환이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억지로 바꾸려고 무리하면 감정 조절을 잘 못해서 짜증이 심하게 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게 다 전환이 잘 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도박을 과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한 분들은 '삶의 균형이 깨졌는지', '활동을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없는지'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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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초기에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사실 딱 하나입니다. 도박자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거라는 보장이죠. 단도박만 가능하면 그동안 도박자가 가족들 뒤통수를 쳤던 것, 거짓말 했던 것, 무책임하게 행동해서 실망했던 것들 모두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게 그렇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자신의 도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고 이번에는 확실히 도박을 끊어보겠다고 결심한 도박자는 나름 열심히 노력합니다. 상담도 열심히 받고, 단도박 모임도 빠짐없이 나가고, 일도 열심히 하고, 집에서도 그동안 가족들에게 상처준 것을 보상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가족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미흡하고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치유 초기에 도박자는 도박 생각과 충동과 맞서 싸우는 것만 해도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도박으로 돈을 딸 것 같은 착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데다 경제적인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한번만 크게 따서 조금만이라도 힘들이지 않고 복구하고픈 유혹과도 싸워야 합니다. 게다가 환경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도박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계속 연락이 오기도 하고 도박 관련 스팸 문자도 쉴 새 없이 날아드니 하루에도 몇 번씩 도박에 손을 대고픈 충동을 억눌러야 합니다.
그런데 가족에게는 도박 충동과 싸우는 도박자의 노력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가족의 입장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생활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요. 게다가 도박자의 행동만 믿으라는 이야기를 계속 듣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도박 충동과의 싸움이 얼마나 처절하고 치열한지 가족들이 알아차리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대부분 빚을 갚기 위한 도박자의 계획과 노력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제로 얼마나 진척이 되었는지, 출, 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지, 가사 분담을 얼마나 잘 하는지, 용돈을 사용하는데 있어 현금 출납부를 얼마나 꼼꼼하게 기록하는지 등을 보고 도박자의 치유 노력을 평가하려고 합니다.
물론 치유 작업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가면 가족들이 원하는 가시적인 행동 변화도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치유 초기에는 도박자가 이 모든 걸 동시에 다 잘 할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충동과 싸우는 것만 해도 힘에 부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도박자와 가족이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이 치유의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의 차이와 갈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은 이런 생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허심탄회하게 도박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중재가 필요하면 상담자나 치료자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치유 초기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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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을 꿈꾸고 시작했지만 빚을 갚느라고 발목 잡혀 고생하는 도박자는 도박에 빠져 있는 기간 동안에 돈에 대한 마인드가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에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더라도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자신의 재정을 관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이는 특히 현금을 직접 만지지 않고 칩이나 사이버 머니 등을 사용하여 돈에 대한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도박에 빠졌던 사람일수록 더 심합니다. 예를 들어 직접 현금을 판돈으로 거는 불법 하우스 도박보다 사이버 머니를 충전하여 사용하는 온라인 도박이나 선물, 옵션 등을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주식 중독이 돈 관리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지요.
그래서 많은 도박자들이 배우자나 부모님 등의 가족에게 당분간 대리 관리를 부탁하고 꼭 필요한 용돈만 받아서 생활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도박 중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재정 관리 방법으로 저는 두 가지를 추천합니다.
첫째.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돈에 대한 현실감을 되찾기 위해 가능하면 현금을 직접 만지도록 해야 합니다. 계좌 이체 대신 무통장 현금 이체를 하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대신 현금 거래만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불편하지만 도박자가 들고 다니는 돈의 액수 자체가 많지 않을수록 더욱 빨리 돈에 대한 현실감을 되찾게 됩니다. 돈의 소중함, 땀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죠. 제 내담자 중 한 분은 자신이 경비일을 해서 번 돈으로 1,000원짜리 붕어빵을 사 먹었을 때 땀의 소중함을 벼락같이 깨닫고 도박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것을 결심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가능한 한 뭉칫돈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치유 초기에는 빚을 갚는 등 마이너스 인생을 원점을 돌리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이 말이 먼 나라 이야기같지만 도박빚을 다 갚는 날은 언젠가 반드시 오게 되고 지금부터 돈이 모이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겪게 됩니다. 돈은 어차피 벌기 위해 쓰는 것이니 어떻게 모아서 어떻게 쓸지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지만 도박자는 그 돈을 모을 때에도 일반 사람들과 달리 뭉칫돈을 만들지 말고 계정을 최대한 잘게 쪼개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50만 원짜리 적금 하나보다는 10만 원짜리 적금을 5개 만드는 겁니다. 사실 이 방법은 종잣돈부터 모아서 그 다음에 굴리라는 일반적인 재테크 방법과 정반대이기 때문에 일견 어리석어 보입니다. 이자만 놓고 봐도 당연히 후자가 손해니까요. 하지만 뭉칫돈을 만들면 안 되는 이유는 도박자가 도박에 손을 대게 만드는 최저 금액의 선을 넘게 되면 도박 충동이 자극되기 때문이므로 돈을 보관할 때에도 하나의 통장에 큰 돈을 보관하지 말고 쪼개서 여러 개의 통장에 분산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재정 관리 마인드를 간략하게 다시 한번 정리해 봅니다.
첫째. 돈에 대한 현실감을 되찾기 위해 가능하면 현금만 다룰 것. 다루는 현금의 액수는 가능하면 적게둘째. 계정을 최대한 작게 쪼개서 뭉칫돈을 만들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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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초에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도박 중독자가 명심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쓴 글이 있습니다. 그 중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투명성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지요.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투명해야 하는 것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도박자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야 당연히 모든 면에서 투명함을 유지해야 하지만 실제로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선의의 거짓말도 하지 않으려면 상당히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너무 힘들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최소한 다음의 경우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완벽하게 투명함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가족이 도박자에게 물어보는 사항이죠.
그게 도박과 관련있는 돈, 거취와 같은 사안에 대한 질문이든, 얼핏 보기에 도박과 아무런 상관 없어보이는 것에 대한 질문이든 따지지 말고
가족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하게 솔직히 진실되게 대답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는 겁니다.
그 상황에서 그것이 도박과 관련된 것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입니다. 가족들도 사실 잘 모르고 질문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가족이 인식을 하고 있든 하지 않고 있든 간에 가족이 물어보는 사항은 최소한 어느 정도 중요도를 갖게 된 것이니 그것만큼은 속이거나 둘러대지 말고 무조건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설사 도박이나 치유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질문이라고 해도 가족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니 이것 저것 가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가족이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완벽하게 투명하게 대답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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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가족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왜 이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었는가'이듯이 치유의 길에 들어선 도박자도 내심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이 도박에 빠진 이유입니다. 정신없이 도박을 할 때에는 몰랐지만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잃은 돈을 복구하고 빚을 갚기 위해서 혈안이 되었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 이유만으로 도박에 집착했던 것 같지는 않거든요.
또한 기왕 도박 중독을 치료하겠다고 결심한 거 왜 도박에 빠졌는지를 알아내면 좀더 쉽게 앞으로 도박을 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스스로 열심히 찾아보기도 하고 상담자에게 묻기도 하는 등 원인 찾기에 몰두합니다.
상담자와 함께 하는 도박 중독 치유 과정에서는 어차피 재발 예방 부분에서 다루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도박중독의 원인찾기를 치유 초기에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치유 초기에 도박중독의 원인찾기가 해로운 이유는 그 과정에서 도박 충동이 자극되기 때문입니다.
언제 처음 도박을 시작했는지, 처음에 도박을 하러 갔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얼마를 잃었는지, 언제부터 베팅액수의 제한이 되지 않고 고삐가 풀린 것처럼 마구 추격매수를 했는지 등등을 생각하면 할수록 도박과 관련된 기억, 감정 등이 쏟아져 나오고 이것이 연결된 도박 충동을 자극하기 때문에 도박 충동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박 자극과 관련된 기억, 감정 등에 자꾸 접촉하는 건 아직 뇌관이 제거되지 않은 폭탄을 주물럭거리는 것과 같습니다.
치유 초기에는 도박 충동을 다루기 위한 기술도 부족하고, 도박 충동이 자극되는 상황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도박 충동이 자극될 수 있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중독의 원인을 찾는답시고 호신술 도장을 다닌 지 일주일 밖에 안 되는 초심자가 자신이 왜 과거에 불량배에게 두들겨 맞았는지 알아보려고 제발로 불량배를 찾아가는 일만큼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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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상담은 모임을 주재하는 리더가 있는 치료적 모임입니다. 상담이 수다가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치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담자의 존재가 중요하기도 하고 반대로 상호 역동이 상담자를 중심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관찰자, 주변인의 역할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쉽지 않은 치료 모임입니다.
상담자가 지나치게 개입하게 되면 일방적인 강의나 교육이 되기 쉽고 그렇게 되면 모든 상호 작용이 상담자를 중심으로 방사성 모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담자의 일거수 일투족에 지나치게 무게가 실리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내담자들이 상담자의 눈치를 보게 되죠.
반대로 상담자가 방관자의 역할에만 머무르면 집단원 간의 소모적인 말다툼이나 의견 차이를 제지하지 않음으로써 치료적인 효과는 반감되고 실망한 일부 내담자가 이탈함으로써 집단의 milieu가 깨지기도 합니다.
특히 도박중독 집단상담은 거의 대부분의 상담자가 도박중독자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상담자 대 나머지 내담자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중독 집단상담을 이끄는 상담자가 어떤 stance를 취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제가 이끄는 집단상담을 자동차 튜닝 동호회로 비유합니다.
'도박중독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타는 것과 같다'고 개인 상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인 상담이 완료된 후에 참가한 집단상담을 자동차 튜닝 동호회로 비유하면 제가 의뢰한 내담자는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번에 알아들습니다.
이 튜닝 동호회에서 상담자는 운영자와 마찬가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동차 튜닝 욕심에는 끝이 없죠. 100% 완벽한 치유는 없다는 걸 인정하고 완벽하게 튜닝하려는 동호회원들의 불안을 다루어주고 밸런스에 집중하도록 가볍게 조언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합니다.
운영자는 동호회의 운영에만 신경쓰면 됩니다. 각각의 자동차는 소유주인 동호회원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니까요. 도박중독 집단상담의 상담자도 이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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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와 가족이 도박 중독의 치유 과정에서 궁금해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왜 도박 중독에 걸렸느냐'는 도박 중독에 걸린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과연 도박 중독이 치료될 수 있느냐'는 치유 가능성이죠.
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가 상담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도박 중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하나의 단일 요인이 아닌,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도박자가 왜 중독되었는지 정확하게 알아내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치료자들은 도박 중독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재발을 유도하는 위험 요인들을 찾아내는데 더 주력하는 편이죠.
도박 중독이 치료될 수 있느냐는 답하기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은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치유 과정에 얼마나 순응하고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자 하는지, 재발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얼마나 꼼꼼하게 다루고 예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왜 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되었고, 도박 중독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경험많은 치료자도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도박 중독이라는 병은 들어오는 길도, 나가는 길도 제각각이지만 머무르는 동안에는 똑같은 길을 간다는 겁니다.
본전(과거)에 집착하는 것도, 혹시라도 크게 한번 딸 수 있다면 가족들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도, 혼자서 도박을 자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나중에 치유가 어느 정도 완결되면 조금씩 통제하면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모두 똑같습니다.
그러니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다르다고 해서 자신은 여느 도박 중독자와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머무르는 동안에도 다른 길을 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에 머무를 때 다른 길을 가야 진정한 치유의 길로 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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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차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도박자의 가족을 힘들게 만드는 문제로는 '의심병'과 '조급증'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의심병'은 가족 뿐 아니라 도박자와 관계 갈등을 만드는 주범이죠.
그런데 의심병이 무엇인지 알게 된 가족 중에서 도박자를 의심하는 자신의 마음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도박자가 상담도 열심히 받으러 다니고 도박 떄문에 생긴 빚을 갚는다고 이런 저런 방법도 알아보고 그동안 소홀했던 일까지 열심히 하는데 정작 자신은 도박자가 조금만 늦어도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것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이 그렇게 쉽게 치유되는 병도 아니고 도박자가 도박 충동을 조절할 수 있을만큼 회복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만큼 도박자에 대한 의심이 쉽게 가시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마음 속에 도박자에 대한 의심이 일어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 불필요한 죄책감과 가책 때문에 마음의 병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의심이 드는 자신의 나약한 마음을 인정하고 나면 극복하는 것이 쉬워집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의심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지. 혹시나 이 사람이 다시 도박을 시작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이런 의심이 드는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라고 마음먹는 겁니다.
의심이 드는 마음을 인정하는 것은 도박자가 마음 속에서 도박 충동이 일어나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의심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몰아부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심이 일어나는 마음을 그대로 지켜보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방을 확인하는 전화를 하거나 도박을 하고 다니는 것은 아니냐고 도박자를 추궁하거나, 몰래 계좌 내역을 조회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세요.
도박자가 도박 충동과 맞서 싸우는 일이 무익한 것처럼 의심과 맞서 싸우는 것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일입니다.
그러니 의심이 드는 마음을 인정하고 다만 확인하려는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데 그 에너지를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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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는 워낙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에 도박자와 그 가족 뿐 아니라 상담자도 정신없게 만듭니다만 모든 문제에는 당연히 해결 방법이 함께 있게 마련입니다.
도박 중독의 경과에 따라 가장 힘든 문제가 바뀔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스스로에게 그 중 어떤 문제가 가장 힘들고 해결하기 어렵게 느껴지는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문제가 바로 해결책이 숨어 있는 문제니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도박을 그만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여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계속 도박 생각이 납니다. 도박에 빠진 동안 직장에서 일을 소홀히 했더니 상사가 맨날 일 못한다고 대놓고 면박을 줍니다. 도박 자금으로 사용하려고 여러 명의 친구에게 조금씩 돈을 빌렸는데 갚을 일이 막막하니 친구들의 연락을 자꾸 피하게 됩니다. 이러다가 친구 관계가 다 끊기지 않나 두렵습니다. 아내가 자기 명의로 된 재산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산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러다가 갑자기 이혼 소송이라도 내려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 중 무엇이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고 스트레스를 주나요? 이 모든 문제가 도박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니 도박만 그만두면 해결될 것 같아도 그렇지 않습니다.
배수구가 막히면 물이 내려가지 않고 막힌 곳을 뚫어야 물이 정상적으로 내려가듯이 가장 힘들다고 느껴지는 그 문제부터 정면 돌파해서 해결해야 다른 문제를 해결할 힘이 생깁니다.
이제서야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배우자에게 버림받는 것이 가장 두렵고 끔찍하다면 가족의 신뢰를 다시 쌓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때문에 친구들이 오해하고 자신을 떠날까 두렵다면 그들에게 자신의 도박 문제를 솔직하게 open하고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도박 충동이 너무 강해서 자꾸 도박 생각이 나는 것 때문에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무엇보다 먼저 도박 충동을 통제하고 여가 시간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자신을 가로막은 성벽이 너무 높아서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우회로만 찾다가는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돌아가는 길이란 결코 없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힘들고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그것이 바로 도박 중독을 치유하는 지름길이자 돌파구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무조건 정면 돌파하세요. 이것만 돌파하면 그 다음은 정말 쉽습니다. 이 성벽만 넘고 나면 내가 왜 이런 걸 갖고 그렇게 고민했나 싶을 겁니다.
이건 정면승부에 성공한 모든 도박 중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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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곳이 도박 중독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관이라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부부 관계 역동을 들여다보면 유달리 희생적인 배우자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 희생적인 태도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상대방 배우자의 도박 문제를 심화시키는데 역으로 일조한다는 것이죠.
아무리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을 도박자가 스스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도 어떻게 가족인데 그렇게 방치할 수가 있냐,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어야 한다며 집을 팔아서라도 대위 변제를 하곤 합니다.
잠시동안은 급한 불이 꺼진 듯 보이겠지만 도박 문제는 그렇게 해결되지 않기에 당연히 결국은 재발과 더 큰 재정적 손실, 가정 파탄이라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도박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알려줘도 끝까지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가족들을 보면 저는 항상 '개'가 떠오릅니다. 아시다시피 늑대과에 속하는 개는 종에 따라 조금씩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위계 서열이 엄격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 생존 본능을 뛰어넘도록 훈련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동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맹도견을 훈련시킬 때 주인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부적절한 지시를 거부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하죠.
이와 달리 고양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인데다 영역 동물이고 위계 서열이 없습니다.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고 싫은 것을 억지로 시킬 수가 없습니다. 얼핏 보면 얌체같아 보이기도 하고 이기적으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다른 고양이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지극히 자족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개'같은 성향이 아주 강한 내담자라면 '고양이'의 장점이 드러날 수 있도록 상담을 통해 도와주는 것도 건강한 균형감을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알려줘야겠지요.
덧. 제가 고양이 같은 상담자라서 이런 포스팅을 했다고는 죽어도 말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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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제각기 나름의 착각을 하고 살아갑니다만 도박 중독자가 하는 착각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착각 중 하나가 나는 다른 도박 중독자와 다르다는 착각입니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대부분 도박 중독자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직업도, 재산도 없고 곁을 지켜줄 가족이나 지인도 없이 노숙 생활을 하거나 설사 몸을 누일 거취가 있다고 해도 하루 벌어 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불쌍한 모습이죠.
그렇게 불쌍한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자신은 이와 다르니 도박 중독자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내내 불안해하죠. 혹시라도 내가 도박 중독자라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요.
하지만 그 불안한 예상은 어김없이 들어맞습니다. 틀리는 적이 없죠.
도박 중독자는 도박 중독자일 뿐 그렇게 생각만큼 다르지 않습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매우 다르지만 도박 중독이라는 병에 걸린 이상 똑같은 증상을 보이고 똑같은 착각을 하고 똑같은 경과를 거치게 됩니다.
도박 중독자는 도박 중독자에 대해 잘 모르고(알고 싶어하지 않으니 극구 피하겠지요) 이는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도박 중독자를 만나온 경험많은 상담자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착각마저도 모든 도박 중독자가 똑같이 합니다.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나는 다른 도박 중독자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치유의 길에 들어서야 합니다. 그것만이 다른 도박 중독자와 진정으로 달라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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