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했을 때 도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그 공허감을 메우고 장기적으로는 행복감을 느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본인에게 맞는 좋은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도박에 빠진 이후로 이전에 즐기던 취미도 손을 놨고 새롭게 뭔가에 흥미를 가져보려고 해도 어떤 것을 해 봐야 할 지 마땅한 것을 찾을 수 없어 고민하는 도박자가 많더군요.
그래서 이전에 몇 차례 쓴 관련글을 모아서 도박 중독자에게 좋은 취미를 선택하는 기준을 총정리해봤습니다.
1. 머리보다 몸을 쓰는 취미가 좋다
: 도박 중독자는 게으르다는 오해를 받을 만큼 몸보다는 머리를 압도적으로 쓰는 활동이 도박이니만큼 이와 반대로 머리보다는 몸을 많이 쓰는 취미가 좋습니다. 단적으로 비교하자면 독서보다는 운동이 도박 중독자에게 더 낫습니다.
2.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취미가 좋다
: 도박은 대개 혼자 하는 활동입니다. 물론 포커나 화투판처럼 다른 도박자와 함께 하는 도박도 있습니다만 엄밀히 말하면 그런 도박도 알고 보면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이죠. 외롭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혼자만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취미가 좋습니다. 운동을 예로 들자면 혼자 하는 등산 보다는 조기 축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축구를 즐기는 것이 더 낫습니다.
3.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취미가 좋다
: 도박은 대부분 속성 상 속도가 빠르고 결과가 단숨에 결정되는 활동입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에게 왠만한 취미는 속이 터질 정도로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그렇더라도 도박의 속성과 반대되는 정적인 취미가 도박 중독자에게는 유익합니다.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하는 것보다는 낚시나 명상처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거나 자신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정적인 취미가 더 낫습니다.
4. 소비하는 것보다는 생산하는 취미가 좋다
: 도박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활동입니다. 그것도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로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를 요구하는 활동이죠. 그래서 이런 강박적인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려면 뭔가를 재배하거나 만드는 건설적인 취미 생활이 좋습니다.
5. 이기적인 것보다는 이타적인 취미가 좋다
: 도박은 철저히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활동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재정적 피해와 상처를 주는 것이죠. 그래서 가능하면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사용하는 봉사 활동과 같은 취미가 좋습니다. 특히 봉사 활동은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의 낮은 자존감을 높여주는데도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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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서 회복된 분들이 제게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게 된 전환점이 바로 핑계를 대지 않게 된 이후부터 였다는거죠.
그 전까지는 도박 중독의 이유를 자꾸 밖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 아버지가 젊었을 때 한 때 도박에 미쳤다고 하니 나도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가보다. 피는 못 속이는거지'' 회사 동료가 경마장에 놀러가자고 꼬시지만 않았어도 내가 요 모양 요 꼴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내가 처음 재발했을 때 아내가 따뜻하게 받아주고 용서해주기만 했어도'' 내 직업이 자유로운 영업직이 아니었다면'' 부모님이 이 빚을 한번만 더 갚아주셨어도'' 국가가 경마장을 운영하지만 않았어도'' 스포츠 토토 판매점이 우리집 앞에만 없었어도' 등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으신가요?
물론 이런 저런 이유로 내가 도박에 중독될 가능성이 커지기는 했을 겁니다. 하지만 나보다 더 위험한 조건인데도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 사람이 분명 있고 빠져들어도 나보다 한결 수월하게 빠져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도박에 중독되어 이 고통을 겪고 있는걸까요?
설사 내가 도박에 중독된 이유를 찾는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나요?
자신이 도박에 중독된 이유를 밖에서 찾는다면 무수히 많은 가능한 이유들이 있을텐데 정작 자신이 도박에 중독된 진짜 이유를 찾을 수도 없거니와 찾아도 내가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는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 이상 핑계대지 마세요. 서운할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런겁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요. 왜 하필 나냐고 울분을 토해봤자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도박을 선택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고 이 구덩이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야할지만 생각하세요. 누가 나를 이 구덩이에 떠밀었는지 생각하는 대신 말이죠.
그건 일단 이 구덩이를 탈출하고 난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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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초반에 도박 중독자의 가족은 도박 때문에 생긴 여러가지 문제(법적, 경제적, 관계 등에 대해 상담자의 조언을 간절히 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주제로 쉽게 돌아가곤 합니다.
그런데 정작 도박에 중독된 도박자는 상담자에게 도박을 그만두기 위한 방법을 묻지 않습니다. 도박빚을 해결하는 방법,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방법, 배우자가 자신을 버리지 않도록 점수 따는 방법 등에 대해서만 궁금해 합니다.
물론 도박자가 도박 때문에 생긴 이런저런 문제들때문에 아프고 힘이 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문제들은 근본적인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음을 인정하지 않고 통제력을 상실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당연한 고통입니다.
도박에서 벗어나는 것, 탈도박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지 않는 한 이 고통은 또 다시 반복될 겁니다. 근본적인 문제인 도박을 그만두는 것에 성공하지 않으면 아무리 관련된 주변 문제를 해결해도 소용 없습니다.
오히려 진짜 근원인 도박 중독을 내버려두고 통증만 완화하겠다고 진통제를 먹고 연고만 바른다면 통증이 없어지는 즉시 치유를 중단하고픈 마음때문에 상담을 중단하게 됩니다.
그리고 악몽 같은 시간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죠.
도박에 중독되어 생긴 이런저런 문제를 모두, 당장 해결하고 싶겠지만 도박을 그만두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앞에 두어야 합니다. 나머지 일은 뒤로 미루세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탈도박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탈도박하지 않는 이상 나머지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여도 정말로 해결된 것이 아니니까요.
명심하세요. 탈도박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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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빠지게 하는 대표적인 정신적 요인들의 영문 앞자를 묶어서 현장의 상담자들은 HALT라고 부릅니다.
바로
Hunger(배고픔),
Anger(분노감),
Loneliness(외로움),
Tiredness(피곤함)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네 가지 상태에 노출되게 되면 중독에 빠지게 될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볼 때 H.A.L.T.는 단순히 중독에 빠지는 위험 요인인 것 뿐 아니라 탈도박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게 만드는 재발 요인으로도 작용합니다.
배고픔과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은 모두 부정적인 정서 자체이거나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선행 요인으로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를 해소하고자 하는 후속 행동을 야기하는데 도박 중독자의 경우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행동이 바로 도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배가 고프다고 곧바로 도박을 하고 싶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배가 고프면 정서적 허기를 느끼기 쉽고 그러한 정서적 허기를 달래기 위해 도박을 하고 싶어집니다.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이나 지인과 다툼을 겪고 나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자기 파괴적인 행동 방식으로 도박을 선택하는 도박 중독자가 많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또한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 편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서 외로움을 느끼면 위로를 받거나 외로움을 잊기 위해 회피형 도박자(escape gambler)들은 흔히 다시 도박에 손을 대곤 합니다.
피곤함을 느끼면 도박 생각조차도 안 날 것 같지만 육체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하루의 피로를 잊기 위해 한 잔 술을 마시듯이 신체적인 피곤을 잊기 위해 도박을 선택하는 도박 중독자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도박을 할 때 각성되는 느낌이 몸에 활력이 돌아오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죠.
따라서 HALT 상태인 도박 중독자는 도박 행동으로 연결되기 전에 각각의 문제를 건강한 방법으로 즉시 해결해야 합니다.
꼭 기억하세요.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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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이 말은 다름 아닌 가족, 특히 배우자가 도박 중독자에게 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모든 배우자가 도박자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배우자가 이와 비슷한 말을 하거나 직접 행동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 말이 옳은 것도 아니고 도박 중독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 말도 아니지만 그만큼 도박 중독으로 인해 가족이 받은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짧은 말에는 도박 중독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 이 말을 하는 가족은 도박 중독이 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자는 죄를 저지른 죄인이니 회개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도박 중독이 죄라는 생각의 가장 큰 문제는 도박 중독이 아닌 도박 중독자를 원인으로 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도박자를 공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도박 중독의 치유는 도박자와 힘을 함쳐 도박 중독을 공격해야 가능한데 도박 중독을 죄라고 생각하게 되면 이런 협동이 불가능해집니다.
둘째, 이 말을 하는 가족은 상호 의존의 덫에 걸려 있습니다. 당신이 도박에 중독되어 내 삶을 망가뜨린 만큼 나도 당신의 삶을 좌지우지해야겠고 당신은 그걸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생각이 내면에 깔려 있는 것인데 얼핏 자신이 통제권을 가지겠다는 시도처럼 보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통제하고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택과 책임에 기반한 자립은 점점 더 어렵게 됩니다.
이 말은 결국 내 인생은 도박자인 당신에게 달려 있고 당신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절대로 나 스스로는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없다는 의존을 고백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 말을 하는 가족은 분노의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상처를 줬으니 나도 당신에게 상처를 주겠다는 말이며 내가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보복의 심리에 기반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가족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보복한다고 해서 치유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받을 뿐입니다. 이 문제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용서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죄인이니까 항상 나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무조건 내 말대로 해야 해'
이 말에 집착하고 매달릴수록 가족 본인의 치유와 회복은 점점 어렵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말은 하면 할수록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 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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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도박 중독자는 자신의 도박 문제를 누구에게, 언제, 얼마나 공개해야 하나'라는 글에서 도박 문제를 open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만 사실 왜 공개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말씀드리는 것이 빠졌더군요.
상담 초기에 도박 문제를 open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면 거의 대부분의 도박자들이 난감해하고 많은 경우 의구심을 표하기도 합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고 그 결과로 많은 도박 빚이 생겼다는 걸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면 무책임하게 그들을 충격 속에 몰아넣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죠.
우선 가족과 지인들을 충격 속에 몰아넣는 것은 맞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박 중독이라는 건 상당히 생소하고 내 가족이나 아는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었을거라는 걸 상상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open을 미루면 미룰수록 그들이 받게 되는 충격의 강도가 더 크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공개하는 것이 낫습니다.
또한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도박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을 자발적으로 먹을 정도가 되면 이미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알아서 해결할 수 있었다면 치료를 받으러 오지도 않았을테고 공개할 마음도 먹지 않았겠지요. 즉, 자신의 도박 문제를 공개한다는 건 어차피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도박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은 공개하고 나서부터 보여도 됩니다. 시간은 충분하고 가족들은 자신의 도박 문제를 용기있게 open한 도박자를 기다려줍니다.
자,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공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거짓말 엔진을 멈추기 위해서입니다.
도박 중독이 거짓말 병이라는 말씀은 이미 수 차례 드린 바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도박 중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고 도박에 심하게 중독될 수록 심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도박 중독과 거짓말은 한 몸이나 다름없습니다. 도박 문제를 알리지 않고 감추면서 몰래 해결하려고 하면 도박 중독을 심화시키는 원천인 거짓말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open하고 나면 더 이상 거짓말 엔진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하려는 자신이 혐오스러워지기 때문에 지긋지긋한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더 이상 하고 싶은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거짓말 엔진이 멈추었으니까요.
도박 문제를 공개하는 이유는 바로 거짓말 엔진을 멈추기 위해서입니다. 엔진을 멈추고 시동을 꺼야만 본네트를 열고 무엇이 문제인지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자신의 도박 문제를 가족과 지인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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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거짓말'병이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도 매사에 진실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상대방을 속일 의도로 하는 거짓말 뿐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소극적인 거짓말도 분명 거짓말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하고 그런 원칙을 유지하자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도박 문제를 알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하고 행동할 정도라면 주변의 누군가는 정확하지는 않다해도 어느 정도 상황을 알고 있거나 눈치를 채고 있을 겁니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도박 문제를 open하는 건 도박 중독자가 가장 힘들어 하는 과제 중 하나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정리해 봤습니다.
* 누구에게까지 오픈해야 하나
: 많은 사람에게 알리면 알릴수록 치유와 회복의 속도가 빨라집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닐 수는 없고
도박 문제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만큼은 오픈해야 합니다. 대개 배우자, 친부모, 배우자의 부모, 형제 자매가 그 대상이고 그 밖에 돈을 빌릴 수 있는 친지, 친구, 지인에게도 오픈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르신의 도박 문제를 딸에게는 알렸지만 당신이 민망하지 않도록 굳이 사위에게까지는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감추었다가 나중에 알게 된 사위가 자신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엄청 섭섭해하는 바람에 오히려 가족 관계가 더 어색해지는 경우도 봤습니다.
* 언제 오픈해야 하나
:
가능한 한 빨리 오픈할수록 좋습니다. 시간을 끌게 되면 도박자가 오픈했을 때의 부정적인 결과(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에 집착하게 되면서 용기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것이 바로 도박 중독 문제의 공개입니다.
* 얼마만큼 오픈해야 하나
:
누구에게든 동일하게 완전히 오픈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끄러운 일이랍시고 가족 안에서 쉬쉬하면서 해결하려고 하다가는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게 마련입니다.
먼 친척이랍시고 굳이 빚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고 방심하다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그 친척이 자금을 융통해주면 그로 인해 재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도박 문제의 공개는 너무나 중요한데 만약
도박 중독자가 스스로 오픈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들이 알게 되면 도박자가 알린 것보다 훨씬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끔 아무런 해결 방법도 없는데 문제만 오픈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도박자도 있지만 정작 도박 문제를 오픈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져서 그 때까지 생각나지 않았던 합리적인 해결 방법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박 문제를 공개하지 않고 미루는 상태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내면 오픈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될텐데 오픈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낸 해결 방법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고 미비한 경우가 많아서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자신의 도박 문제를 오픈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해결 방법 모색입니다. 그 반대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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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열이면 열 모두 돈과 깊이 관련되어 있고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기는 것이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을 갚을 때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정서적 부담입니다.
아무리 대위 변제(도박자의 도박 빚을 가족이 대신 갚아주는 것)를 하지 않고 도박자 스스로 빚을 갚게 한다고 해도 돈을 버는 사람이 도박자 혼자이거나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도박자가 자신이 번 돈을 빚을 갚는데 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으면 가족들도 결국은 재정적인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됩니다.
재정 관리 능력이 상실된 도박자를 대신하여 배우자나 가족이 재무 관리를 책임진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빚을 갚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특히 수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갚아야 할 빚이 많은 경우 일단 빚을 갚고 남은 돈(생활비로 하기에는 턱도 없이 모자란 돈)으로 어떻게든 생활을 꾸려가려고 아등바등하는데 그래서는 빚을 갚기도 전에 심신이 탈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맞벌이 가정에서 부인이 200만 원을 벌고, 도박자가 300만 원을 번다고 가정해보죠. 도박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매달 300만 원의 고정 지출이 있었고 갚아야 할 도박 빚이 매월 250만 원이라고 한다면 많은 가정에서 도박자가 번 돈 300만 원으로 일단 도박 빚 250만 원을 갚고 남은 돈 50만 원을 부인이 번 돈 200만 원에 합쳐서 생활비로 사용하는데 그러면 기본적으로 50만 원이 부족하게 됩니다. 물론 재무 진단을 다시 받고 긴축 재정에 돌입하게 되면 50만 원을 줄이는 건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 채무 변제 기간이 길면 길수록 가족들(특히 배우자)의 불만이 극에 달하게 되어 채무 변제가 끝나고 난 뒤 참았던 불만과 분노가 폭발하여 오히려 더 큰 관계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빚을 갚는 기간이 3년이라고 가정하고 그 동안 화장품 하나, 옷 한벌 제대로 못 사고, 제대로 된 외식 한번 못하고 무조건 참는다면 그 3년의 기간이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기억될까요?
빚을 갚는 기간은 분명히 짧아지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작은 것을 탐하려다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소탐대실'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빚 갚기는 일반적인 빚 갚기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긴축 재정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출 내역을 꼼꼼히 살펴서 새는 돈이 없는지 재점검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을 갚는 것이 어렵다면 일단
생활비 확보가 우선입니다. 그리고 나서 빚 갚기에 모자라는 돈은 이율이 낮은 금융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정 안 되면 도박자가 투잡을 하거나 해서 메워야 합니다.
당연히 빚을 갚는 기간은 앞서의 경우보다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야 가족들이 빚 갚는 기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잃지 않고 도박자도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고 좀 더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도박 빚 갚기에 임하게 됩니다.
그러니 재정 진단을 해서 적절한 긴축 재정 방안을 마련한 뒤 기본적인 생활비를 확보하고 남은 돈으로 도박 빚을 갚아나가도록 하세요. 그것이 합리적으로 도박 빚을 갚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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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마지막으로 사감위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올린 것이 2010년 9월(관련글:
'사감위 너나 잘 하세요')이니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그동안 사감위가 일을 잘해서 비판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글을 안 올린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바빴고 뭐 제가 떠든다고 듣는 것 같지도 않기에 그냥 무시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독예방치유센터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짤리는 등 내우외환때문에 정신이 없었을테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싶지 않아서 참고 있었던 것도 있고요.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최근에 사감위의 헛발질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요새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도박중독 예방을 위한 극장 광고를 제작하고 있는데 그게 사감위에서 난도질당했습니다. 내용인즉슨 광고에 삽입된 도박 이미지를 모두 삭제하고 문자로만 노출하도록 하라는 것이죠. 아니, 극장 광고가 30초에 불과한데 이미지를 빼고 문자로만 도박중독 예방 광고를 하라는게 말이나 됩니까?
게다가 이 광고의 컨셉이 '사랑에 빠진다면'-'프로포즈 하면 되고', '이가 빠진다면'-'치과에 가면 되고', '머리가 빠진다면'-'가발을 쓰면 되고', '도박에 빠진다면'-'~에서 상담을 받으면 되고'와 같은 식으로 연결하는 것인데 '사랑에 빠진다면'에 삽입된 이미지의 간접 키스 장면이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고 그게 도박과 연결되면 예방이 아닌 도박을 오히려 부추기는 역할을 할 수 있으니 키스 장면도 빼라고 했답니다. 누가 그런 의견을 냈는지 모르겠으나 머리가 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네요.
요새 말이 많은 방통위에서도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깔끔하게 통과된 광고를, 그것도 도박 중독 전문가 4인이 자문해서 3차례의 회의와 시사회를 거쳐 제작한 광고를 이런 말도 되지 않은 이유를 들어 난도질하다니요.
저는 방통위 위에 사감위가 심의기구로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사감위 자체 조직인지, 아니면 민간 위원회에서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도박중독에 대한 몰이해와 몰상식으로 무장한 이런 사람들이 무슨 도박중독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앉아 있는지 한심할 따름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아주 대박을 터뜨려 주셨는데 내년에는 또 어떤 삽질을 할 지 두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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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충동에 대처하는 1단계 방법으로 '회피'와 '대치' 전략을 많이 사용합니다(
'도박 충동에 대처하는 1단계 방법 : 회피와 대치')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회피'는 도박을 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과 조건을 피하는 것이고 '대치'는 도박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죠.
사실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도박을 하지 않으려고 부지불식간에 이런 전략을 사용하곤 합니다.
"주말에 경마장에 가지 않으려고 친구들과 등산을 다녔어요"
"도박 친구들을 피하려고 일부러 회사에서 야근했어요"
"카지노에 안 가려고 이사를 갔어요"
그런데 왜 나름대로 노력한 회피와 대치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까요? 효과를 발휘했다면 전문기관의 도움을 청하러 오지도 않았겠지요.
그건 회피와 대치 전략이 성공하는데 필요한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몸이 착각할 때까지 완전히 몸에 배도록 습관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5년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경마를 하러 오전 10시에 집을 나섰던 도박자가 있다고 해 보죠. 이 도박자의 몸에는 꾸준히 반복된 행동 패턴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오전 10시만 되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어디론가 나가고 싶어지는게 당연합니다. 그 전날 아무리 술을 마셔도 그 시간이 되면 눈이 번쩍 띄였다는 경험을 보고하는 도박자도 많습니다. 그러니 그 시간에는 이미 산행 중이게끔 오전 8시에 집을 나서는 등의 행동을
상당히 오랫동안 규칙적으로 반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머리에 새기는 것이 아니라 몸에 새겨야 합니다.
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밤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운동을 나가 7km 정도를 걷는데 이제는 운동을 안 나가면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이렇게 될 때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입했죠. 회피와 대치 전략을 몸에 새기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도박 습관을 깨기 위해서는 뇌가 착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예에서 오전 10시에 혼자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경마장에 갔고 대개 10만 원 정도를 들고 갔다면 외출 시간대를 달리하는 것은 물론, 등산을 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소지하는 금액도 3만 원으로 바꾸는 등 기존의 습관과 연관되어 있는 요인들에 변화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한 습관이 좀 더 빨리 정착됩니다.
목적지가 경마장이 아닌 관악산으로만 바뀌었을 뿐 외출하는 시간도 10시로 동일하고, 등산도 혼자 하고, 관악산까지 버스로 이동하고, 10만 원을 소지하는 패턴까지 똑같다면 새로운 패턴이 몸에 배는 것이 아무래도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도박을 그만두고 건강한 습관을 몸에 배게 하기 위한 '회피와 대치' 전략을 성공시키려면,
1) 건강한 습관이 머리가 아닌 몸에 밸 때까지 상당한 시간동안 꾸준히 해야 한다2) 소지한 금전의 액수, 동행자 유무, 외출 시간, 외출 장소 등을 변화시켜 뇌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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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도박 중독자라는 사실을 내면에서부터 인정하고 치유 과정을 시작하는 도박자가 거의 없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중독이 그렇지만 도박 중독은 특히 이런 병식의 부족이 심한 편이죠. 겉으로는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지만 속으로는 이를 인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여러가지 이차적인 이득을 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치유가 상당히 더딘 편이죠.
저는 요새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에 푹 빠져 있는데 개인 상담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치료적 역동을 체감하면서 전율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다음의 내용은 몇 주 전 집단 상담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한 것으로 도박자들이 치유되면서 상담에 임하게 되는 자세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증언한 내용입니다.
1단계는 가족에 의해 억지로 끌려서 오는 단계입니다. 도박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하고 있지만 가족들이 극성을 부린다고 생각하며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면 도박을 끊거나 조절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진정으로 상담을 받아 치유되고픈 마음이 거의 없습니다. 상담을 받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배우자의 협박이나 노부모의 간절한 애원에 못 이기는 척 오곤 합니다. 물론 상담이 제대로 진척될리가 만무하죠.
2단계는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고 가족과의 갈등이 격화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는 단계입니다. 당장 도박 빚 독촉이라든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심해져서 스트레스가 급증하고 이를 해소할 마땅한 방법도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담자의 도움을 받기 위해 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도박 문제가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인정하지 않으며 표면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상담을 종결하려고 하거나 자신이 다 나았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제가 볼 때 대부분의 실수(slip)나 재발(relapse)은 2단계와 3단계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 같더군요.
3단계는 상담자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고맙고 좋아서 오는 단계입니다. 도박 충동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고 가족 간 갈등도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그럼에도 아직은 상담을 종결할 자신이 없는 도박자가 이 단계에 많습니다. 사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마음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나 사람이 주변에 없죠. 가족에게 이야기 해 봤자 가족을 걱정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핀잔이나 듣기 일쑤라서 도박자를 지지적으로 대하는 사람은 상담자가 유일하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상담자는 항상 준비되어 있지만 이전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느라고 그런 상담자가 보이지 않을 뿐이죠. 상담자와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4단계는 자신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지 상담자에게 자랑하러, 상담자의 인정을 받고 싶어 오는 단계입니다. 그동안 상담자가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삶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되돌아보게 되고 이제 자신이 상담자의 도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구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단계이죠. 도박자가 이 단계에 이르면 상담자는 다소의 섭섭함을 느끼는 한편 상담 종결을 준비하게 됩니다.
상담을 받고 있는 도박자라면 본인이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한번쯤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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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병이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도박 중독은 엄연히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편람(DSM-IV, 1994)에 등재되어 있는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이니 병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그것이 도박 중독자의 상습적인 거짓말과 무책임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족의 고통감을 덜어주므로 이롭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도박 중독을 병이라고 보면 도박자에게 낙인 효과로 작용해서 치유를 포기하고 자포자기할 위험성이 있고 또 중독의 공통 특성 상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는 도박자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부적응적인 행동의 원인을 병의 탓으로만 돌리면서 오히려 회복을 저해한다고 강변하는 쪽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절충적인 관점에서 가족에게는 도박 중독이 병이라고 설명하는 편이고 도박자에게는 굳이 병적 도박이니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이니 하는 진단을 붙이는 것이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도박 중독이 병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한 도박자의 책임은 없지만 치유의 길로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하는 것이죠.
누구는 도박에 중독되고 누구는 절대로 도박에 중독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임상가도 도박에 중독된 임상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남녀노소 어느 누구도 도박 중독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절대로 도박에 중독되지 않을거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에 중독된 것은 도박자의 자유 의지가 아니며 그렇다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듯이 도박자의 마음과 달리 어쩔 수 없이 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고 그 가운데 도박자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따름이죠. 이건 도박자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해 도박자보고 책임지라고 몰아붙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말입니다.
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 해도 여전히 치료를 받고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와 회복의 길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책임이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온전히 도박자의 자유 의지에 달린 것이니까요.
도박 중독자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도박 문제가 별 것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계속 멸망의 구렁텅이로 자신을 밀어넣든지, 더 이상 도박을 하지 않고 자신의 참된 인생을 찾겠다고 결심하든지 말이죠.
그 선택은 온전히 도박자의 책임입니다.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도박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옳은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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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은밀한 중독'이라 불리듯이 도박 중독은 모든 걸 감추고 숨으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치유 과정에서 가족들이 대위 변제를 하지 않고 버티는 것도 뒤로 숨어서 남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고 무조건 의지하는 도박자를 책임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함이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박 문제를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문제를 감추고 자신이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하고자 하는 도박자의 시도를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치유의 모든 것은 도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투명하고 떳떳하게 드러내는 것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더 이상 감추지 않고 부끄럽더라도 꿋꿋하게 이겨내겠다는 자세로 버티기 시작할 때 전환점이 생깁니다.
단도박 모임(GA)에 나가고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는 건 도박자에게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닙니다. 어둠에서 사는 것에 익숙해 있는데 시간만 되면 억지로 햇볕에 노출시키는 것과 같은 불쾌감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도박 중독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 기미를 보이면 도박자는 상담 기관이든 단도박 모임이든 나가는 것이 꺼려집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이런 꺼림칙한 마음과 싸울 수 있을까요?
자신의 회복을 자랑하러 나가세요. 자주 나가는 단도박 모임의 협심자를 부러워하게 만드세요. 상담자를 경탄하게 만드세요.
절대로 도박을 끊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내가, 절대로 변화하지 못하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못 나올 것 같았던 내가 이렇게 다시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시동을 걸었노라고, 아직은 미약하지만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노라고 자랑하세요.
진정한 치유는 내면에서 시작되지만 자랑은 진정한 치유를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입니다. 거기에서부터 회복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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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 몇 가지 깨달음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선택과 책임의 중요성입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어른이 되라는 말을 자주 하거나 듣곤 합니다. 주로 철없이 구는 사람들에게 쓰는 말이죠. 그런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법에서 정한 성년이 되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어르신들 말씀처럼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아님 주민등록증이 나오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우리가 어른이 된다고 말할 때에는 그런 외형적인 부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겁니다. 어른스럽게 행동하라는 것이죠. 그럼 어른스럽게 행동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어떻게 행동해야 어른스럽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선택과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어른스러운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결과를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신중하게 선택하고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이를 몸과 마음으로 책임지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어른스럽다고 하지 않나요?
제가 어른스럽다는 말을 앞에서 계속 했던 이유는 선택과 책임이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서도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하겠다는 선택만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부정적인 결과(도박 빚, 신뢰가 깨지는 것, 법적 문제 등)는 책임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도박자가 도박에 따르는 부정적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돕는 것이 치유의 제 1원칙이라고까지 하겠어요.
그런데
가족들은 반대로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도박의 결과를 도박자 대신 책임지는 것만 합니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도박자가 채권자들에게 협박당하지 않게 하려고,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으려고, 신용불량자가 되면 안 되니까, 감옥에 안 보내려고, 혹시라도 절망에 빠져 목숨을 버릴지 몰라서 등등. 하지만 결국 가족의 이러한 선택은 그 결과까지 심사숙고해서 나온 행동이 아니며 선택 없는(희생하는) 책임지기에 불과합니다.
도박자가 회복되려면 결국 자신의 도박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치유에 임하고 다시는 도박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가족 또한 도박자가 이러한 결심을 지킬 수 있도록 대신 책임지는 것을 중단하고 도박자가 치유의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자와 가족 모두 선택과 책임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둘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것이 치유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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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 중독자는 칭찬에 목마르다'라는 글에서 도박 중독자가 얼마나 가족들의 칭찬을 갈구하는지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도박을 하지 않고 참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힘든 일인데 도박자는 가족의 인정과 용서를 받기 위해 집안 일을 돕거나 대소사에 신경을 쓰는 등의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무심하게도 그런 도박자의 행동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물론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고 참는 것이라든가, 집안일을 돕는 것 등의 행동이 가족들 입장에서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고 어찌보면 당연하기 때문에 도박자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에 빠지기 이전에는 가족들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던 도박자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가족을 아끼고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면 눈에 띄지 않을리가 없지요. 그런데도 대부분의 가족들은 무심하고 칭찬에 인색합니다. 왜 일까요?
그건
가족들도 칭찬을 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도박자가 교만해져서 변화하려는 긍정적인 노력을 멈추거나 만에 하나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강한 두려움이 아직도 마음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글에서 저는 도박 중독자의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라도 칭찬을 해 주라고 가족분들께 주문했지만 이번에는 도박자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그러한 두려움에서 가족들이 벗어나 마음껏 칭찬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참고 오히려 한 번 더 노력하라고요.
사람의 마음이 바뀌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번 제대로 바뀌기만 하면 그 변화는 터진 둑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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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 중독자에게는 무엇보다도 미래가 중요하다'라는 글에서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도박 중독자의 문제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미래를 보려고 하지 않는 도박 중독자의 시각과 미래에만 집착하는 가족의 시각 차이가 갈등의 악화 원인이라는 점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위에 링크한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도박 중독자는 미래를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잃어버린 과거의 미련에만 사로잡혀 허우적거리고 도박 중독의 늪에서 조금 빠져나오게 되면 그 때부터는 자신이 처한 현실만 바라보고 살려고 합니다. 그래서 미래를 내다보고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하는 것이 도박 중독 치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됩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의 가족들은 어떨까요?
도박 중독자와 정반대의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온통 신경을 미래에만 쏟고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만 걱정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정작 현재를 누리지 못합니다.
빚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만 하고 한편으로는 도박자가 또 도박에 빠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뿐 자신들이 발 붙이고 살고 있는 현재에 눈을 돌려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합니다.
도박자는 미래를 보지 못하고 현재만 보고 살려고 하고 그 가족은 현재를 보지 못하고 미래만 걱정하면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도박자와 가족 간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도박자는 나보고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울이는 자신의 현재 노력을 가족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면서 억울해하고 가족들은 뻔히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는 도박자에게 분통을 터뜨리게 되는거지요.
그래서 도박자가 현재 뿐 아니라 미래를 예견하면서 대비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돕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들이 지나치게 미래를 걱정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끔 현실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놓치지 않도록 챙겨주는 것이 도박 중독 치료의 중요한 일부분입니다.
시간에 대한 도박자와 가족의 시각 차이를 좁히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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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충동은 어떻게 될까요?
상담 초기에 대부분의 도박자들이 원하는 건 도박 충동이 완전히 없어져서 도박 생각 자체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사람들 앞에 서기만 하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식은땀이 나고 앞이 캄캄해지는 발표 불안을 고치고 싶어 전문적인 도움을 찾은 사람이 원하는 것도 불안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지만 정작 상담자는 불안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견디고 발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박 중독이 치유된다고 해도 도박 충동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습니다. 내면 깊은 곳 어디엔가 잠재되어 있고 도박자가 방심하고 마음을 푹 놓고 있으면 언제든 올라오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병이라고 하는 것이죠.
도박 중독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하면 도박자 뿐 아니라 가족들도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곤 하는데 저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10년 전 쯤에 급성인후염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갔던 적이 있습니다. 고열에 탈진으로 굉장히 고생을 했지요. 그 때 담당 의사가 한번 급성인후염에 걸린 사람은 언제든 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컨디션에 신경을 많이 쓰고 매사에 무리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이후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그 때보다 훨씬 더 건강합니다.
이처럼 도박 충동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도박 충동이 어디엔가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도박을 멀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제 2의 인생을 알차고 보람되게 살기 위해 신경쓰는 사람은 오히려 도박에 중독된 적이 없는 사람들보다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충동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어디엔가 잠자코 숨죽이고 있겠지요. 다만 도박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관심이 별로 없어지기 때문에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도박에 대한 생각 자체가 나지 않게 됩니다. 상담자가 도박 충동에 대해 물어보면 그때서야 생활하면서 문득 도박에 대해 생각했던 경험을 보고하게 됩니다. 그만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는 수준으로 감소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너무 전전긍긍할 필요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열심히 살면 됩니다. 그게 도박 중독 치유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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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과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착각 등에 의해 도박 행동을 멈추지 못하는 병이지만 핵심 문제 중 하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시작은 도박 행동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도박 뿐 아니라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통제력을 상실하고 충동적으로 반응(의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알게 된 도박자는 상실되어 가는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한 행동들을 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가족 흔들기'입니다.
치료가 시작되면 가족들은 상담자에게 배운대로 도박 행동의 결과를 도박자가 스스로 책임지도록 뒤로 물러나고 도박자와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두게 됩니다. 상당수의 도박자가 이러한 가족의 행동에 대해 격렬하게 반응하는데 이는 가족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많은 도박자가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실수를 하게 되고 그러고 난 다음에는 실수를 고백하고 다시 도박을 하지 않겠다며 가족을 회유하는데 이 때 가족들은 이러한 도박자의 회유에 동요하지 말고 기존에 배운 것처럼 도박자가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도록 계속 거리를 둬야 합니다.
도박자의 실수에 절망하고 회유에 반응하게 되면 도박자는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게 된 이유와 재발 방지를 위한 고민을 하지 않고 가족을 회유하는 방법(각서 쓰기, 앞으로는 진짜 잘 하겠다는 휴대폰 문자 남발 등)의 효과성에 대해서만 고민을 하게 됩니다.
도박자가 도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투명하게 유지하고 매사에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강화를 할 필요가 있지만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거나 빚을 내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 가족을 흔들 목적으로 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무반응으로 일관해야 합니다.
몸에 잘 듣는 약일수록 일시적으로 상태가 악화되는 명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니 도박자가 가족 흔들기를 하면 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더욱 일관된 자세로 버티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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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도박을 혼자서 합니다. 도박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 좋지 않다보니 드러내놓고 도박을 할 수 없기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지만 간혹 분석을 요하는 종류의 도박을 하는 도박자는 혼자서 도박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마, 경정, 경륜처럼 분석을 요하는 도박에서도 도박장에서 만나 안면을 트고 함께 도박 친구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고 요새는 스포츠 토토처럼 분석이 필요한 도박도 불법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함께 어울려 베팅하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 도박자가 늘면서 베팅을 함께 즐기는 도박자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주변에 함께 베팅을 하는 도박자가 있으면 당연히 도박을 그만두고자 할 때 도박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더 느끼게 됩니다. 도박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도박자에게 자꾸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정보를 주겠다거나 혹은 달라며 조르는 경우가 많고 심하게는 같이 베팅하자고, 돈도 빌려줄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유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도박자가 주변에 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은 이제 도박을 그만할 것이고 치료도 받고 있다고 open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고백을 우습게 생각하거나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도박 친구들이 꽤 많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3단계 전략으로 단계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 1단계 : 자신의 상태를 분명하게 이야기할 것
: 이제 도박을 못하게 되었다고 하면 상대방은 도박을 하고 싶은데 장애물 때문에 못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몰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돈을 빌려주는 등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을 도와주려고만 합니다. 그러니 도박 때문에 인생이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으니 이제 더 이상은 도박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 2단계 : 엄살을 부릴 것
: 1단계에서 자신의 탈도박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는데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함께 도박을 하자고 설득하는 도박자에게는 도박 때문에 마누라에게 이혼당하게 생겼다든가, 개인 회생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재산 상태라든가, 회사에서 짤릴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한숨을 쉬면서 내 인생이 망했다는 엄살을 부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는 도박을 권하는 주변 도박자에게
죄책감을 야기하는 방법입니다.
* 3단계 :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사정할 것
: 2단계에서 충분히 엄살을 떨었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거라든가 통제력을 잃지 않게끔 자신이 곁에서 잘 챙겨주겠다든가, 지금에 와서 네가 발을 빼면 나는 누구에게 정보를 얻느냐며 떼를 쓴다든가 하는 도박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마지막 3단계인 사정하기 전략을 사용해야 합니다. 오히려 내 도박 스타일을 네가 잘 아니 내가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나 좀 도와달라고 사정하는 것이죠. 거기에
덧붙여서 너도 함께 끊자고 설득하면 더욱 좋습니다.
이 정도까지 하면 대개는 뻘쭘해서 떨어져 나가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도박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은 도박자이고 이런 도박자는 대개 도박을 끊으려는 사람보다 상태가 더 심각한 중증 중독자이죠. 3단계 전략까지 통하지 않는 도박자는 현재로서는 희망이 별로 없습니다. 물귀신 작전을 쓰는 도박자를 떼어놓으려면 전화번호부터 바꾸고 연락을 끊고 다시 보지 않을 생각까지 하셔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내가 먼저 살아야 도울 수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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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에게 일주일 동안 도박 생각이 났던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개는 별로 없었다고 보고합니다. 물론 상담을 하면서도 상담자에게 숨기면서 여전히 도박을 하고 있는 도박자도 있으니 그 경우는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이지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에도 정말 도박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특히 도박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천한 상담 초기에는 정말 도박 생각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쓰나미가 지나가고 나서 폐허가 된 집을 치우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어서이지 도박에 대한 충동 자체가 없어져서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쓰나미가 다시 몰려올테니 그동안 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도박에 대한 생각은 관련된 자극을 접하게 되면 짧은 시간이기는 해도 문득 문득 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신문을 보다가 경마의 일정표가 눈에 들어오거나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면서 갑자기 배당이 궁금해진다든지, 카지노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카지노에 드나들었던 생각이 나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도박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으면 충동이 강해지면서 도박을 행동으로 옮기고픈 욕망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도박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빨리 주의를 돌려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도박 생각 자체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작 재발로 이끄는 것은 단순한 도박 생각이 아니라 '도박 충동'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충동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오고 맞상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커져서 압도될 수 있기 때문에 건드리지 말고 관찰자 시점에서 응시하기만 해야 합니다. 섣불리 싸우겠다고 충동과 업치락뒤치락하면 반드시 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도박을 그만하겠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도박 생각은 쉽게 줄어드는데 왜 도박 충동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생각만큼 줄어들지도 않는 걸까요?
그것은 도박 충동이야말로 도박 중독의 에너지원이자 도박자를 가동하는 핵심 엔진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자는 일반적인 도박자에 비해 엔진이 훨씬 크고 강하기 때문에 엔진을 끄기가 쉽지 않고 설사 끈다고 해도 식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우리가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바람을 빼려고 하면 풍선이 클수록 바람을 빼는 것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전방위로 압력을 가해야 바람이 빠지는 풍선처럼 도박 충동이 강한 도박 중독자는 충동이 가라앉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도박 충동이 생각보다 잘 없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강하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도박 충동을 관리하는 기술을 배워서 몸에 밸 정도로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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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왜 도박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나오는 답은 몇 가지 되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빚을 갚을 목적으로이고, 잃어버린 돈을 단 얼마라도 복구하기 위해서라는 답도 많이 나옵니다. 재미있어서 도박을 한다고 대답하는 도박자는 드문 편이며 간혹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된다고 대답하는 도박자도 매우 적지만 있기는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대는 이유 중 대부분이 돈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으로 생긴 빚만 갚는다면, 잃어버린 돈을 회복한다면 언제든 도박을 그만둘 수 있다고, 도박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도박 빚을 갚아줘도 잠시동안은 잠잠하지만 결국은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며 유산을 물려받거나 가족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돈을 모두 상쇄할 만큼 재력을 다시 회복해도 언젠가는 다시 도박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도박은 돈 때문에 하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자를 만나는 치료자는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냐 없냐, 도박으로 잃어버린 돈을 포기하는 방법 등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도박으로 인해 없어지는 돈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자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바로 시간입니다.
도박을 하는 동안 훌쩍 커 버린 자녀들, 나이들어 몸이 불편해지신 부모님, 주름살이 늘어가는 배우자를 보라고 하세요.
돈은 그야말로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고, 없다가도 기회가 오면 다시 벌 수 있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고 설사 도박으로 돈을 딴다고 해도 잃어버린 시간만큼은 절대로 다시 살 수 없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하고 있는 동안, 도박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도박 충동으로 흔들리고 있는 동안에도 너무나 아까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
돈만 다시 회복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도박 중독자는 흘러간 시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잃어버린 시간은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 중 절대적으로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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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도박 중독 상담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에는 경마, 경륜, 강원랜드 카지노 등 규모가 크고 비교적 잘 알려진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이용하는 도박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바다 이야기로 야기된 성인 오락실 광풍이 한 차례 몰아치기도 했고 그동안 로또 열풍이 지나가기도 했지만 이런 기조는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점차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온라인을 이용하는 도박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스포츠 토토를 이용한 불법 베팅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 도박자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데다 굳이 강원랜드로 가지 않더라도 언제나 도박을 할 수 있는 온라인 도박도 큰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내 봐야 알겠지만 경험적으로 요새는 도박 분야에서 온라인 도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인터넷과 온라인 사용은 현대 사회에서 안 할 수 없기 때문에 온라인 도박의 베팅 장소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 말이 맞다면 술을 끊으려는 알코올 중독자는 대체 어디로 가야한다는 말입니까. 어디에 가도 술집이 즐비하고 아무데서나 술을 살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살면 안 된다는 말입니까?
쉽지는 않지만
탈도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본적인 유해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불법 베팅 사이트는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지만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자주 주소를 바꾸는데다 아무나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이트에서 탈퇴하고 즐겨찾기를 지운 뒤 당분간 인터넷 사용을 하지 않으면 사이트 주소를 찾아 다시 접속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휴대폰 번호까지 바꾼다면 바뀐 주소를 통보받을 수 없어 더욱 어렵게 되겠지요. 집에서는 어차피 가족들의 눈이 있기 때문에 집에서까지 도박을 다시 손대는 간 큰 도박자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PC방의 경우 익명성이 보장되며 실제로 PC방에서 도박을 하는 도박자가 많기 때문에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강한 도박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온라인 도박이 주 도박인 도박자의 경우 무엇보다도 PC방 출입을 삼가해야 하며 당분간 PC사용이나 최소한 인터넷 사용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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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의 특징 중 하나로 '무책임'을 들곤 합니다. 그런데 이 무책임이라는 이름표는 주로 도박 중독자의 행동 결과에 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도박자가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의 내역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는 나중에 한꺼번에 터뜨려서 가족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가족들에게 상처주지 않고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려는 의도로 시작했다가 도저히 감당못할 수준이 되어 어쩔 수 없이 가족들에게 알려지는 것이죠. 즉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건 맞지만 도박 중독자가 처음부터 무책임하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상담 초기에 도박 빚을 갚는 문제에 예민해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물론 빚 독촉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는 경우도 있지만 딱히 빚 독촉을 받는 것이 아닌데도 어떻게든 도박 빚을 해결하겠다고 온통 신경을 쓰면서 정작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데 소홀하기도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들이라면 스스로 고통받는 일이 없는데 뭐하러 빚을 갚기 위해 애를 쓸까요?
도박 중독자는 뼛속까지 무책임한 사람이 아닙니다. 무책임한 사람처럼 보일 뿐. 실상은 무책임하게 보이고 싶지 않지만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빚은 갚고 싶은데 재정적인 능력은 없다보니 무리하게 책임을 지려고 하다 마술적인 방법에 의존하게 되는 겁니다. 바로 도박이죠.
그래서 상담 초기에 지나치게 빚을 갚는데에만 몰두하는 도박자를 보면 상담자는 일단 놔 두라고 합니다. 빚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도박 중독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대책도 대책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자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능력도 안 되면서 책임을 지겠다고 무리하게 애쓰다가 재발하는 경우가 꽤 많으니까요.
그런 경우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어떻게든 내가 해 볼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보려고 했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방법이 없는데 무리하게 해결하려고 하니 가장 손쉬워보이는 도박에 다시 손을 대게 되는 겁니다.
도박 중독자에게는 무대책도 대책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할 때까지는 무리한 노력을 기울이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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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고 있기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을 하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거의 다 단기 프로그램의 형태에 불과했지요. 올 상반기에 제가 진행했던 동기강화 집단상담도 8회기짜리 폐쇄형 집단치료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집단 상담이란 그런 것이 아니죠((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은 전문적인 상담자가 있고 구조화된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는 개방형 장기 집단 상담입니다).
그래서 동기강화 집단상담이 끝난 후 도박 중독자를 위한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을 해 보고 싶어서 개방형 집단상담을 시작해 현재 8회기까지 진행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진행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 해 보고 싶습니다.
아직 경험은 일천하지만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에 관심이 있는 상담자들께서 알고 계셔야 할 지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경험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상담 장면에 맞게 조정하셔야 할 겁니다.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집단 상담을 할 때 상담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절대 돈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할 것
: 가능하면 각 내담자가 집단 상담에 들어올 때 작성하는 informed consent에 아예 문구로 넣어서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도박 모임에서도 이 문제로 불미스러운 일이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내담자 간 돈 거래는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 상담에서 상당히 파괴적입니다. 차를 가져왔는데 기름이 떨어졌으니 기름값을 빌려달라는 정도의 가벼운 돈 거래도 못하게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모든 내담자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집단 상담이 도박 자금을 융통하거나 도박 빚을 갚기 위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자금원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집단 상담에서 일어나는 돈 거래는 가장 중요한 효과 요인인 응집성을 깨뜨립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 가능한 한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상담 장면 밖에서 만나는 것도 못하게 할 것
: 도박자끼리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알게 되면 해당 도박자의 가족은 대체로 불안이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상담자가 일일이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통제 못할 가정 불화로 이어지거나 재발의 위험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도박자가 밖에서 서로 만나는 것을 상담자가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할 수는 없지만
사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을 때에는 반드시 집단 내에서 open하고 다뤄야 한다는 걸 처음부터 분명하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상담 장면 밖에서 도박자끼리 만나게 되면 상담의 목표와 친목이라는 주객이 전도되어 상담의 동력이 저하됩니다.
3. 상담 장면 내에서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공개토록 할 것
:
상담자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건 집단 상담 안에서든 밖에서든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지역에 사는 도박자끼리 카풀을 해서 집단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 상담에 참석하지 않은 도박자의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써 공범 역할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집단 상담 중 재발을 하거나 법적 처벌 때문에 부득이하게 집단 상담에서 빠지게 된 내담자가 있을 경우에도 그 내용을 집단에 남아 있는 다른 도박자에게 감추지 않고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담자는 이 상황에서 비밀 보장의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적이고 안전하게 정보를 다룰 것만을 약속해야 합니다. 집단 상담에서 빠지는 도박자의 마음만 헤아리려다 상담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소탐대실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상담자는 비밀을 가져도 된다는 인식을 집단원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상담자의 권위가 강화되어 상담자를 중심으로 둔 방사형의 상담 구조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 역시 아주 치명적인데 '지금-여기'를 다루지 못하고 상담자의 눈치만 보게 됩니다.
4. 상담 장면 밖에서는 철저히 비밀 보장의 원칙을 지키도록 할 것
: 3번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집단 상담 내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되지만 반대로
집단 내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가족이나 집단 밖의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비밀 보장의 원칙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야 합니다. 상담을 통해 얻은 통찰이나 자신의 생각은 이야기해도 되지만 다른 내담자의 경험이나 개인 정보를 절대로 노출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하게 비밀 보장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깨어지면 어떤 내담자도 상담 시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상담이 계속 겉돌게 됩니다.
5. 가능한 한 동질적인 집단으로 구성할 것
: 도박의 유형까지 동질화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연령대 정도는 비슷한 수준(저는 대개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한정합니다)으로 맞추는 것이 초반 탈락자를 감소시킵니다. 그리고 개방형 집단 상담이라고 해도
개인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채무 변제 문제나 금단 증상과 같은 도박 중독의 핵심 문제가 다루어진 도박자를 집단 상담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탈락자가 많이 발생하여 더 이상 집단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서 개인 상담의 라포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도박자를 집단 상담에 involve하는 건 무모한 시도입니다.
만약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집단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동일한 상담자가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을 모두 진행하는 병행 치료(Combined Therapy)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의 상담자가 다른 연합 치료(Conjoint Therapy)는 각 상담자 간 긴밀한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저는 그런 협력 관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합 치료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계속 집단 상담을 진행하면서 또 다른 시사점이 생기면 정리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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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인정하고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현장의 상담자들은 도박을 안 한다는 도박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며 행동만을 신뢰해야 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압니다.
그래서 많은 상담자들이 도박자에게 지난 주에 도박을 했느냐고 물어보지 않습니다. 너무 직접적인 질문이어서 도박자에게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도박을 했다고 시인하면 그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지만 안 했다고 하면(대부분 이 답을 할텐데)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도박을 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없으면서도 믿기가 어려운 답변이므로 오히려 상담자와 내담자의 공고한 관계에 균열을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염려합니다.
하지만 저는 매주는 아니더라도 상담자가 도박자에게 지난 주에 도박을 했느냐고 자주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도박자는 그것이 실수이건 재발이건 간에 자신의 도박 사실을 자발적으로 상담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합니다. 고백을 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상담자가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을 지 염려해서 자꾸 고백을 미루는 것이죠. 그래서
상담자가 선수를 쳐서 도박 사실을 물어보는 건 도박자의 심적 부담을 빨리 덜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도박자에게 도박을 했는지 물어보는 것 자체가 상당한 치료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고 있다면 상담자의 질문에 당당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며 자신감이 고양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것이 상담의 효과이든 도박자의 마음의 힘 때문이든 상관 없습니다. 핵심은 도박자가 자신이 상담자에게도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음을 지금-여기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니까요.
만약
도박자가 아무도 몰래 도박을 다시 시작했는데 상담자에게 그런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았을 때 도박 사실을 부인한다고 해도 여전히 치료적인 효과는 있습니다. 이전에 이미 도박 중독이 거짓말병이라는 설명을 들은 도박자는 이전과 달리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서 상당한 정서적 타격을 받게 되고 자신을 신뢰하고 자신의 치유를 위해 애쓰는 상담자를 기만했다는 죄책감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한창 도박에 빠져 자신의 거짓말을 인식조차 못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인 것이죠.
도박자가 정작 도박을 했건 안 했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상담이 일반적인 주제를 다루는 단순한 상담이 아니며 도박 중독이라는 절대 절명의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것임을 이 단순한 질문 하나를 통해 환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담자는 도박자에게 도박을 했느냐고 묻는데 있어 심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단, 상담자와 달리 가족은 도박자에게 도박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쌍방 모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치료적인 의미를 갖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대개 가족의 의심병 때문에 감시 역할을 하는 차원에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가족에게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해도 도박자가 그렇게 지각하기 때문에 치료적인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은 도박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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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초기에 도박 중독자에게 지금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열이면 아홉은 빚 독촉에 시달리는 거라고 답합니다. 그만큼 채권 추심 압력은 합법이든 불법이든 채무자의 피를 말릴 정도로 고통스럽고 스트레스가 되지요. 그래서 초기의 도박자들은 빚에 대한 압력을 줄이는데 정신이 팔려 가족과의 갈등이나 상담을 통해 도박 중독을 치유해야 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상담자가 채무 변제나 재정 관리 계획에 대한 정보와 적절한 도움을 제공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치유의 힘이 돈 문제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어려운 일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빚을 갚을 수 있게 되고 채권 추심 압력이 없어지고, 돈을 빌린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보니 의외로 쉽게 유예해준다는 걸 경험하게 되면 도박자는 갑자기 어깨를 짓누르던 압력이 사라지면서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간혹 그동안 밀쳐놓았던 일에 열중하거나 미안한 마음으로 가족에게 신경을 쓰는 도박자도 있지만 문제는 도박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너무 커서 그 공간의 허전함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도박으로 인한 고통은 언제 그랬냐 싶게 잊혀지고 가족들이 '이 사람이 너무 잘 먹고 잘 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잘 사는게 너무 얄미워요'라고 불평할 때쯤, 바로 그 때가 도박자에게는 더 큰 위기가 다가오는 때입니다. 그 위험한 적은 바로 '무력감'입니다.
도박을 포기하게 되면서 자신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몇 년이나 뒤쳐졌는데 그걸 따라잡을 방법이 없고 희망도없이 평생을 아무런 변화 없이 살아야 한다는데서 느끼는 압도적인 무력감이죠.
이 무력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자꾸 마술적인 방법에 의존하고 싶어지고 인생을 점프하기 위해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이어야 하죠. 희망의 빛을 돈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어야 더 이상 도박이라는 무한도전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자신의 인생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노력하세요. 도박 중독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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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도박자를 만나는 상담자들은 도박 중독이 '거짓말병'이고 '무책임병'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치유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일체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도박 충동이 거짓말을 먹고 자라니까요. 도박을 끊는다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도박자는 도박 충동이라는 맹수를 방안에 몰래 숨겨두고 먹이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간혹
도박과 관련해서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만 도박과 연관된 것이 아니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도박자가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제목에도 쓴 것처럼 도박 충동은 거짓말의 종류를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도박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야말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 온 도박자 중 더 이상 도박을 하지 않고 진실되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전혀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이 튀어나가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을 보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거짓말이 몸에 밴 것이지요.
사실 일상 생활에서는 수시로 거짓말을 하면서 도박과 관련된 부분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소위 말하는 '잔머리'를 계속 굴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든요. 그러니 아예 모든 것에 대해 일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는게 낫습니다.
또
거짓말에는 속이려는 의도 자체가 목적인 적극적인 거짓말과 정보를 누락하거나 말하지 않는 소극적인 거짓말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속이는 거짓말만 거짓말이 아닙니다. 소극적인 거짓말도 분명히 도박 충동의 먹이가 되는 거짓말입니다.
그러니 도박자는 아예 거짓말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완전히 지우고 모든 것에 거울처럼 투명하고 진실할 각오로 살아야 합니다. '이건 꼭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런 것까지 곧이곧대로 이야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 도박 충동의 꼬드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도박 충동은 거짓말의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거짓말은 도박 충동의 먹이가 됩니다. 도박 충동이라는 맹수가 자꾸 커지면 언젠가 그 놈이 주인을 잡아 먹는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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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를 만나는 상담자는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 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것이 도박 중독 치유의 궁극적 목표가 아닌 걸 결국은 깨닫게 됩니다.
그렇더라도 도박을 계속 하면서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결국 도박 중독 치유의 목표는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 치유된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그만둬야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속칭 '바닥 치기'를 통해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몸으로 체감하고 두려워서 도박을 끊는 것입니다. 이 경로는 탈도박이 아닌 단도박이기 때문에 도박자는 평생 도박을 두려워하면서 살아야 하고 두려움이 어떤 이유로든 감소하면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경우는 진정한 치유가 일어났다고 보지 않습니다.
두 번째 경로는 도박 중독으로 인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잊었던 의미를 찾으며, 삶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게 됨으로써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과 도박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연스레 도박을 내려놓는 길입니다.
전자가 수동적으로 도박을 끊는 것(단도박)이라면 후자는 능동적으로 도박을 내려놓는 것(탈도박)입니다.
당연히 상담자는 단도박이 아닌 탈도박을 목표로 해야 하며 도박 중독으로 야기되는 제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에는 반드시 도박자의 미래 삶과 의미, 가치관에 대해 다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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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때문에 그 고초를 겪었으면서도 재발로 악몽과 같은 순간을 반복하는 도박자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말은 안 하지만 마음 속에 '만약'이라는 조건을 항시 걸어놓고 있다는 것이죠.
'만약 가족이 이 빚을 해결해준다면'
'만약 도박에 대한 통제력을 다시 갖게 된다면'
'만약 도박으로 잃었던 돈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된다면'
'만약 혹시 은퇴하고라도 도박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만약 ~한다면'이라는 가정을 품고 사는 도박자는 결코 현재 이 시점에서 치유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 조건이 이루어진 뒤에 올 꿈같은 착각에만 빠져 있을 뿐이죠.
도박자가 항상 '만약'을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자신이 외면해도 되었던 절박한 현실과 드디어 직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자꾸 회피할 곳을 찾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자가 배수진을 치고 자신의 앞에 놓인 거대한 적과 한 판의 일전을 벌이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만약'이 만들어 놓은 구멍에 반드시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구멍의 끝은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일 뿐입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만약'이란 없습니다. 현재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러니 마음 속에서 '만약'이란 단어를 아예 지워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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