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으면 금방 좋아질 수 있는 사람이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에 상담을 미루고 계속 고통받는 것도 문제지만 상담을 받는 자체에만 의존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는 게 이번 포스팅의 요지입니다.
우선 상담은 무조건 받는 게 좋은 거라는 말씀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비용과 시간 대비 효율성을 따져봐야 하지만요. 자신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받는 느낌, 절대로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상처를 꺼내놓을 수 있는 안전감 경험 등은 상담이 아니라면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다소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러한 경험은 가족 친지도(오히려 가족 친지이기때문에)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는 객관화된 주관성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좋은 상담도 습관화되고 더 나아가 중독되면 자기성장에 해롭습니다. 상담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담의 근본적인 목표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내담자가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이를 통해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누리도록 돕는 것"
간단히 말해 상담은 내담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내담자는 반드시 상담자를 딛고 일어서서 용기를 얻은 뒤 상담 장면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내담자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건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하더라도 상담의 실패입니다. 아니 상담 목표 설정의 실패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
상담의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그 목표에 다다랐다면 상담자는 그 내담자를 다시 만날 일이 없습니다. 제가 주로 했던 도박중독상담의 예를 들어보죠. 도박중독상담의 목표가 무엇일까요? 도박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도박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도박을 다시 할 일이 없으니 저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만약 내담자가 저를 만나러 돌아오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아무리 의미 부여를 해봤자 결국 재발의 길을 걷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도박중독상담이라는 특수한 예를 들었지만 일반 상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담은 체력이 떨어져서 맞는 링거도 아니고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어깨를 빌려주는 마음의 친구도 아니며 투자처가 필요할 때 찾는 점집도 아닙니다. 상담은 삶이라는 전투에 승리하기 위해 전투 기술을 훈련하는 훈련소와 같습니다. 훈련소에 다시 돌아왔다면 그건 전투에서 패했다는 의미이고 거기에서 익힌 전투 기술이 결과적으로 쓸모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상담자는 상담 실패를 자인하고 패인을 분석해야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내담자를 맞을 일이 아닙니다.
내담자 또한 다시금 마음의 평안을 얻은 것에 안주하지 말고 왜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지, 이전 상담에서 부족했던 건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봐야 합니다.
습관적인 상담은 자기 만족일 뿐 치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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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도박중독 전문치료기관인 유캔센터가 문을 닫는다'는 포스팅을 한 것이 2012년 12월 30일이었으니 어느덧 1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센터에도, 제 개인적으로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걸 모두 말씀드리자면 이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본론만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유캔센터가 문을 다시 엽니다. 하지만 욕심껏 활짝 열지는 못하고 살짝 반만 여는 모양새를 취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 배경을 먼저 말씀드리면 2014년 사감위에서 마련한 건전화 평가지표에 '이용자 대상 도박중독 치유협력'이라는 새 지표가 추가되면서 사행산업체에서 사감위 도박문제관리센터로 문제도박자를 상담의뢰한 실적을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걸 도박중독치료를 다시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왜냐하면 사감위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의뢰서를 작성하려면 치료에 준하는 지속상담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캔센터가 문을 닫고 직제를 개편할 때 도박중독상담 기능이 업무 분장에서 빠지면서 공식적으로 상담이나 치료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예 용어 자체도 사용할 수가 없게 된 거지요.
그래서 내년에는 어떻게 바뀔 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지속 상담을 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사감위 센터로 의뢰하기 전에 2~3회의 초기 개입(용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을 통해 채무 변제 등의 환경 개선과 도박자 및 가족들의 대처 방법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후에는 의뢰된 사감위 센터에서 상담을 받으셔야 하지만 그래도 경험많은 유캔센터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고 가시면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다만
주의사항을 하나 말씀드리면 사감위에서 요구하는 의뢰 대상이 도박자에 한하기 때문에 도박자 또는 도박자를 동반하지 않고 가족이나 보호자만 단독으로 도움을 요청하시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기는 합니다만 그런 분들은 1336으로 연락하셔서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직 유캔센터 홈페이지에도 공지가 나가지 않은 상태인데 월덴 3를 통해 먼저 공지합니다.
제게 초기 개입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 분들은 walden3@gmail.com으로 성함, 계시는 곳의 지역,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최대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내년에는 유캔센터가 정식으로 오픈해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 때처럼 도박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드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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