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됨으로써 가족에게 입히는 피해는 실로 다양하지만 그 중 치명타는 경제적인 손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도박자와 재산을 분리하고 돈을 주지 않는다면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는 일 만큼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겠죠.
하지만 도박 중독자에게는 그것이 빚을 갚기 위해서든, 다시 도박을 할 자금이 필요해서든 간에 어떻게 해서라도 가족에게 돈을 얻어내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온갖 치졸한 방법들을 사용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의 원칙에만 입각해서 말씀드리면 당연히 도박자에게 절대로 돈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게 자명한 사실입니다만 일이 언제나 그렇게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기 때문에 가족들이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단계적으로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1단계. 도박 중독자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도박 중독자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거짓말이 도박 중독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도박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도박자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가족으로부터 돈을 얻어내기 위해 어떠한 거짓말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고 특히 돈과 관련되어 도박자가 하는 모든 말을 거짓말로 간주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겁니다. 때로 가족들이 설마 이런 것까지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하는 범위까지 훌쩍 넘어서는 것이 도박자의 거짓말입니다. 그러니 돈과 관련되어 있다면 도박 중독자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세요.
2단계. 그래도 최대한 돈은 주지 마라
절대로 돈을 주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봐도 도박자인 아들이 친구에게 돈을 빌렸는데 그 돈이 자취방 보증금이라서 이번 달 내에 안 갚으면 엄한 아들 친구가 길바닥에 나앉게 생긴 딱한 사정이라든지, 남편이 도박을 하느라 회사의 자금에 손을 댔는데 이걸 안 갚으면 횡령죄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회사 법무팀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이라든지, 중독자인 부모가 생활비로 드린 돈을 몽땅 도박에 탕진해 당장 쌀이 떨어진 상황이 되었다든지 등등, 꽤나 많은 골치아픈 상황이 존재합니다. 물론 이처럼 정말 당장 지원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이 벌어진 게 사실이라고 해도 최대한 돈만큼은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버텨야 합니다. 마지막 예로 든 생활비를 탕진한 중독자 부모의 경우는 불편하더라도 매달 장을 봐서 생필품을 물건으로 배송하고 수도, 전기 요금은 자식들이 대신 내는 방식으로 바꿔서 수중에 직접 돈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3단계. 꼭 줘야 한다면 증빙을 하도록 조치할 것
도박 자금으로 유용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고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행동의 결과를 책임지는 치료적 효과보다 돈을 융통하지 못할 때 받게 되는 불이익이 현저히 큰, 최후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가족이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할텐데 이 때도 반드시 증빙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앞에서 든 예에서 남편이 회사 자금에 손을 대서 사측에서 횡령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하는 경우 유용한 금액을 가족이 지원할 때는 반드시 회사가 이를 수령했는지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확인해야 합니다. 도박자를 배제하고 가족이 대신 나서는 것이 그 돈마저 도박으로 탕진할 위험은 방지할 수 있으나 도박자의 책임감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나은지는 여러가지 측면을 다각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유의할 점은 이 돈은 가족이 무상으로 도박자에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채권을 대신 인수하는 격이라서 도박자는 회사에게 갚아야 할 금액을 이제는 가족에게 갚아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 당연히 정식으로 차용증을 써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도박자에게 돈을 주는 건 최대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마약 중독자의 입에 마약을 털어넣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위험하죠. 하지만 정 어쩔 수 없이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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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은 도박 중독이라는 병의 가장 큰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고 치유의 관건이기도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행동 결과를 책임진다는 건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 중 하나니까요.
그래서 상담자는 도박자가 책임있는 행동을 하는 지에 관심이 많고 항상 눈여겨 봅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자는 어떻게 책임지는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소위 '바닥치기' 단계를 지나야만 가능한 걸로 생각하지만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많은 요인들이 있거든요.
다만 분명한 건 자기를 대신할 사람이 있는 한 도박 중독자는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다는거지요.
그게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줄 사람이든, 거짓말이나 변명을 대신 해 줄 사람이든 상관없습니다.
심하게는 실제로는 대신 책임져 줄 사람이 없는데도 도박 중독자가 그런 사람이 있다고 믿기만 해도 이 무책임 기제가 작동합니다. 내가 안 해도 누군가는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겠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도박 중독자는 자신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자가 '바닥을 치고', 고통으로 몸부림치다가 앞으로 나설 때까지 무기력하게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push하는 대신 도박 중독과 관련된 문제만큼은 심할 정도로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죠. 일종의 '방관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죠.
도박자가 도박에 빠져 생긴 문제를 '똥'으로 비유한다면 냄새난다고 어서 치우라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똥'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듯 행동하는 것이죠. 분명히 냄새가 나고 보기에도 더러운데 말이죠. 처음에 도박자는 '똥'의 존재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신을 대신해서 치워줄 것을 직, 간접으로 요구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똥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 태연하게 행동하면 결국 본인이 치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때가 되면 도박자의 손을 살짝 거들어 주기만 해도 문제가 한결 쉽게 해결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도박 중독자는 자기를 대신할 사람이 있는 한 절대로 책임지기 위해 앞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책임 질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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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캔센터에서 도박 중독자의 가족을 위한 교육을 마지막으로 실시한 것이 2012년 9월의 일입니다(
관련 포스팅). 그리고 나서 갑자기 센터가 문을 닫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다시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것이 작년 8월입니다(
관련 포스팅).
이후 개인 상담에 주력하면서 센터를 예전 모습으로 정비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는데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이제 가족 교육도 재개합니다. 우선 6월에 시범 운영을 하고 호응이 좋을 경우 월 1회 정기 교육으로 자리매김할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38번째로 열리는 가족 교육의 개요입니다. 도박 중독으로 고통받는 가족들이 많이 참석해서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 교육명 : 제 38회 도박 중독자의 가족 교육
* 일 시 : 2017년 6월 11일(일) 13:00~17:00(4시간)
* 장 소 : 용산유캔센터 8층 집단상담실 또는 대형강의장(용산 전자랜드 인근))
* 대상자 : 도박 중독자의 가족 선착순 30명
* 내 용 : 도박 중독의 정확한 이해와 도박자의 행동 특성 및 대처 방안, 질의 응답 등* 참가 신청- 전화 : 080-500-1190(무료전화), 02-2199-9929(직통) 수요일~일요일(오전 9시~오후 6시, 월, 화 휴무)- 메일 : walden3@gmail.com
(메일 신청 시 알려주셔야 하는 정보 : 신청자 성함, 도박자와 관계, 주 도박, 연락처)※ 별도 참가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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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상담에서 도박을 끊어야 한다는 건 절대 명제에 가깝습니다. 도박을 조절하며 즐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 상담자가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상담자는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도록 결정,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상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을 왜 그만두려고 하는지 물어보는 상담자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상담 초기에 도박을 끊어야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명쾌하게 답하는 도박자의 수가 의외로 적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뭔가 도박에 빠져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고, 가족들이 걱정하게 되었으며, 이렇게 계속 가면 큰 문제가 생기겠구나 싶어 살짝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자신은 도박 중독자가 아닌데 주변 사람들이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황당하기도 하고 잠시 운이 없어서 돈을 좀 잃었을 뿐 곧 다시 기회가 오면 잃어버린 돈을 다 찾을 수 있을텐데 왜들 이렇게 부산을 떠나 싶은 생각을 하는 것이 도박 중독자들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큰소리 탕탕 치기에는 재정적인 손실이 발생한 것만큼은 명백하니 가족들 마음이라도 달래줄까 싶어 못 이기는 척 하고 따라온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기관이 사실상 도박 중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데도 불구하고 도박자는 겉으로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도박을 그만둘 생각까지는 (전혀) 안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상담자가 도박자에게 왜 도박을 그만두려고 하는지 묻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도박을 끊을 생각이 전혀 없는 도박자라면 대부분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피상적으로만 답을 할텐데 그래도 도박을 왜 끊으려고 하는지 도박자 스스로 생각해보고 답을 하게끔 하는 과정은 중요합니다.
저는 보통 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입장을 바꾸어서 내가 도박자의 역할을 할테니 상담자의 입장에서 도박을 끊어야 하는 이유를 들어 나를 설득해보라고 주문합니다.
도박을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도박자일수록 도박을 끊으라고 상담자를 설득할 무기가 없습니다. 금방 말문이 막히는데 그러고 나면 자신이 사실은 상담자가 반박한 바로 그 논리에 매달리면서 도박을 계속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채게 됩니다.
그 생각의 틈을 상담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상담의 향방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상담자가 도박에 중독되면 얼마나 큰 문제가 생기게 되고, 당신이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태이고, 도박을 그만두지 않으면 얼마나 더 큰 일이 발생하게 되는지를 설득하거나 강변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소용이 없습니다. 도박자의 방어를 더욱 공고히 만드는 결과만 초래하게 되죠.
그러니 도박자에게 도박을 끊어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도록 요구하고 가끔은 입장을 바꾸어 도박을 끊으라고 상담자를 설득해보는 작업을 해 보기 바랍니다.
도박자의 마음을 흔들어 도박 중독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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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가 빠지기 쉬운 착각 중의 하나는 모든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러 왔을거라고 가정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내담자는 어딘가 고통스러우며(모든 내담자가 그런 것도 아닙니다만), 대개는 그 고통을 덜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곧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내담자가 너무 무기력하고 우울해서 살 맛이 안 나지만 그럼에도 이런 고통 때문에 독립할 필요 없이 부모님 슬하에서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안정되게 살 수 있고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 심리적 고통을 상쇄할 수 있다면 내담자가 우울하다고 상담자를 찾아왔을 때 우울감 자체를 해소하고 싶어할 수는 있지만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분명해지는 경우 우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도리어 피하려고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를 도박 중독의 문제로 끌어오면 그림이 좀 더 분명해지는데 도박 중독을 전문으로 다루는 상담자는 자신을 찾아오는 모든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고 싶어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도박이 야기하는 고통감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주관적인 이득이 있다면 결국은 도박을 그만두지 않을테니까요. 조금 잔인하게 말하자면 도박 중독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이득을 계속 누리는 것이지 도박을 끊는 게 아닙니다. 반대로 말해 도박을 그만둬야지만 그 이득이 역설적으로 충족된다는 것을 도박자가 깨달을 때 비로소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도박 중독자가 당연히 도박을 끊으러 왔다고 전제하지 마세요. 이건 흔히 도박 중독 치료 교재에 나오는 양가 갈등(나는 도박을 그만두고도 계속하고도 싶다)과도 같지 않습니다.
도박을 끊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상담하는 것이 먼저이며 그렇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으러 왔다고 할 때(상담자가 물어보기 전에 스스로 도박을 끊으러 왔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거의 없다는 점도 흥미롭죠) 왜 끊으려고 하는지 꼼꼼히 물어봐야 합니다. 정말 그만두고 싶은 것인지를 확인해야 하니까요. 간혹 도박을 계속 하게 만들려는 도박 충동의 입장에 서서 도박을 계속 하라고 유혹하고 정말 그만두고 싶다면 그 유혹에 반박해 보라고 도박자를 push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박 중독자는 당연히 도박은 끊어야 하는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에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과연 도박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스스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됩니다. 상담자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도박을 해도 되지 않느냐며 선택의 결정권을 도박자에게 넘길 때 드디어 도박자는 자신의 도박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도박 중독자가 당연히 도박을 끊으러 왔을 거라고 함부로 전제하지 마세요. 도박을 그만두려는 것이 확실한지, 왜 그만두려는지를 충분히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도박을 그만두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을 살펴보는 것은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확실히 결정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니 그 다음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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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 중독자의 가족은 진정한 독립을 해야 한다'라는 글에서 가족의 경제적, 정서적 독립을 모두 달성하는 것이 진정한 독립이며 이것이 치유에 필수적인 요건이라고까지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이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하게 되면 가족을 유지할 버팀목이 약해지기 때문에 결국은 가족이 뿔뿔이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는 말을 하는 분이 계셔서 추가 포스팅합니다.
가족이 각자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하는 건 도박 중독으로 인해 희망이 없다고 결론내려서이지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만약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을 하고 난 뒤 헤어져야겠다고 결심을 한 가족이 있다면 그건 이미 도박 중독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그동안 독립할 자신이 없어 참고 살았을 뿐 이미 마음은 도박 중독자를 떠난 상태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저 먹고 살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함께 사는 상태, 몸은 함께 있으나 마음은 이미 떠난 상태, 그것을 과연 진정한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가족과 상호의존되어 있으니 도박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다가 가족이 독립하게 되면 자신만 버려질 것 같은 불안을 도박자가 느끼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독립만 하고 나면 도박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는 가족이 실제로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경제적 어려움과 배신의 이중고로 고통받고 있는 가족이 상담을 받으려고 한다면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족이 도박자를 포기하고 버리기로 마음을 굳혔다면 왜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해 상담까지 받으려고 할까요?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가족이 헤어지게 되는 건 가족의 경제적, 정서적 독립 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도박 중독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헤어질 위험이 있으니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도록 가족을 방해하는 건 가족을 볼모로 잡고 싶다는 도박자의 욕심 때문에 도박 중독 치유에 들여야 할 에너지와 노력을 낭비하는겁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는 가족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본인부터 먼저 가족을 믿고 그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그러면 가족도 반드시 화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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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위에서 사행산업체에게 강제하는 평가 지표 중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도박중독 예방교육 실적 및 만족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계량평가 지표로 6점의 가중치를 갖고 있으며 교육 실적 횟수와 교육 만족도로 평가합니다.
교육 실적은 회당 0.5점, 교육 만족도는 80% 이상 시 만점, 미만 시 5% 단위로 1점을 차감하여 계산합니다.
문제는 교육 만족도인데 이게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현장을 전혀 모르는 머저리의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교육 만족도 평가 때문에 예방교육 자체의 질 저하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거나 하다못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 예방교육은 어려움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참석자가 도박중독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이 있거나 최소한 예방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전문가가 조금만 내용에 신경쓰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행산업체에서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예방교육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KRA(한국 마사회)에서 실시하는 경마팬 대상 예방교육을 예로 들어보죠. 경마팬들은 기본적으로 중독이라는 말 자체를 재수없다고 터부시하는데다 경마가 도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앞에서 경마로 인한 도박 중독이 어떻느니, 도박 중독의 피해가 어느 정도로 추산된다느니, 공존 장애로는 어떤 것들이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면 대놓고 얼굴 표정이 싹 바뀌는 건 기본이고 중간에 욕하면서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경마 전문가가 나와 말 고르는 법, 순위 예상하는 법을 알려주는 인기 강좌와 달리 참석자의 수 자체가 비교도 안 되게 적기 때문에 기분이 상한 참석자 한 사람만 불만족으로 체크해도 전체 만족도가 확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도 사감위는 교육 만족도 기준을 더 높이겠다느니, 예방 교육 프로그램이 천편일률적이니 좀 더 사업 특성에 맞도록 구체적이고 세분화하여 예방 교육을 실시하라느니 하면서 뭣도 모르고 속 편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입니다.
아무리 현장 전문가가 사명감을 갖고 프로그램 준비와 강의에 공을 들여도
교육 만족도 평가가 존재하는 한 알게 모르게 80점이라는 점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도박 중독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내용을 순화시키거나 뺄 수 밖에 없습니다. 청중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쉽게 쉽게 갈 수 밖에 없는거지요. 그런 부담없이 원래 하고자 했던 방식으로 강하게 예방교육을 실시하려고 한다면 만족도 점수를 80점 이상으로 맞출 수 없기 때문에 편법(울며겨자먹기로 만족도 점수가 너무 낮은 사례를 제외하는 등)을 동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체 이런 방식의 예방 교육이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요?
도박 중독자? 치료 전문가? 사행산업체? 사감위?
책상에 앉아서 탁상공론만 하지 말고 제발 현장 전문가의 말을 경청하기 바랍니다. 답은 현장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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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 나쁜 사람은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다"
물론 역으로 모든 도박 중독자가 머리가 좋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도박은 대체로 예상과 추리, 과감함과 결단력, 승부욕과 근성, 집중력 등이 총동원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볼 때 머리가 좋은(속된 말로 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도박에 일단 중독된 다음에는 빠져 나오기가 더 어렵기도 합니다.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차라리 돈을 딸 수 있다는 증거를 찾겠다고 그 좋은 머리를 낭비하거든요.
그런 패턴에 익숙해진 도박자는 도박이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뒤에도 여전히 주저앉아 생각과 계산만 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내가 도박 중독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어쩌지, 지금 사귀고 있는 이성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가계부를 쓸까 말까, 도박 빚의 내역을 오픈해야 할까 말까 등등...
이제는 생각을 그만해야 합니다. 생각만으로는 도박 중독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을 할 지 모르니 좀 더 신중히 예상되는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고요? 그건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본인이 경험해 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본다고 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경험많은 상담자와 한시라도 빨리 상의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러니 이제 생각은 그만하세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두렵고 치유를 주저하게 됩니다.
지금은 행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일단 치유의 길로 한 걸음 들어서고 나면 계속해서 걸어갈 용기가 생겨나게 됩니다. 생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일단 해버린 행동은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거든요.
그러니 일단 치유의 발걸음을 내딛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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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도박 문제를 깨닫고 도박을 그만두고자 결정한 도박자이든, 가장 큰 문제는 도박이 아니고 도박 때문에 생긴 빚이라고 생각해서 일단 빚부터 빨리 갚고 보자고 결심한 도박자이든 간에 도박 빚은 도박 중독자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입니다.
도박이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계기도 막대한 도박 빚의 압박 때문이요, 정작 도박의 무서움은 깨닫지 못한다고 해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도 도박 빚 때문이니까요.
그런데 도박 빚을 갚아 나가다보면 그 과정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도박 빚의 존재 자체가 도박으로 인해 망가진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에 도박자라면 누구나 도박 빚을 최대한 빨리, 한꺼번에 처리하고 싶어하죠.
아무리 노력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박 빚을 빨리 갚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박을 하기 이전부터 있던 대출 빚이나 결혼을 하면서 새로 생긴 빚 등에 도박 빚을 합친 뒤 갚으려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이를 도박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포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같아서 절대로 마음 먹은 것처럼 되지 않습니다. 도박 생각이 줄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박에 대한 경계심만 악화되어 경제적인 변동(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이 생기면 재발의 위험만 커지게 됩니다. 도박 빚을 기존의 빚과 합치면서 도박 빚이 어떻게 줄어드는지 꼼꼼히 챙기면서 관리하는 도박자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쓰라리고 아프더라도 자신이 도박에 빠진 결과로 생긴 도박 빚은 피하지도 말고 숨지도 말고 눈 부릅뜨고 지켜보면서 차분차분 갚아나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꼼수는 치유에 전혀 도움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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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할 때 그 결과에 따라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180도 바뀝니다.
자신이 딸 때에는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과 달리 자신에게 더 운이 따르고, 자신은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가 있으며, 최소한 이번만큼은 행운의 여신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다른 사람이 다 잃어도 자신은 돈을 따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반대로
자신이 잃은 뒤에는 세상이 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돈을 잃고 난 뒤에는 공평성을 회복하려는 기제가 작동해서 다음에는 최소한 잃은 만큼은 반드시 딸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공평하니까요. 도박 중독자가 큰 돈을 잃고 난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없는 돈을 끌어모아서 다시금 불나방처럼 도박판으로 달려가는 것에는 이런 이치가 작용합니다.
이처럼 똑같은 도박을 해도 돈을 딸 때와 잃은 뒤의 공평함에 대한 기준이 전혀 다른 것이 도박 중독자입니다.
그런데 사실 도박 뿐 아니라 세상은 공평함의 기준에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건 내가 좋은 일을 해서가 아니고 내가 불행한 일을 당하는 건 내가 나쁜 일을 해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인과 관계가 있는 일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그저 확률의 장난으로 생기는 것이죠.
도박자가 돈을 따는 것도 잃는 것도 '공평'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애시당초 도박으로는 돈을 딸 수 없게 만들어져 있는 걸 '공평'이라는 장대를 이용해 넘어보려고 몸부리치는 것 뿐입니다. 물론 전혀 효과가 없는 생각이죠.
도박으로는 절대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걸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공평하다', '공평하지 않다'는 허망한 생각에 매달리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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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아마존
이 책은 'Overcoming Your Pathological Gambling'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도박자용 workbook과 짝맞춤으로 나온 치료자용 가이드북입니다.
도박 중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Robert Ladouceur가 Stella Lachance와 함께 쓴 책이고요.
2008년에 미국 LA에서 열린 NCPG에 참석했을 때 워크샵에서 Ladouceur가 직접 소개하는 걸 듣기도 해서 어떤 책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도박 중독 유병률이 대략 1~2% 정도 되는데 그 중에서 약 3% 정도만 치료를 받으러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를 받으러 나오지 않는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자가 치료할 수 있도록 만든 책입니다.
10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고 치료 전 평가, 치료 후 평가, 추후 평가를 포함해 12 session으로 구성된 치료 프로그램입니다.
주된 내용은 도박 중독의 이해, 도박 중독의 평가, 변화 동기 증진, 고위험 요소 탐색, 최근 도박 경험 분석, 도박과 관련된 인지 오류 교정을 위한 인지 치료적 접근, 재발 방지 전략, 치료 후 평가, 추후 평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단도박 유지율이 80%에 이른다고 자랑하는데 글쎄요 전 좀 회의적입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자기 조절을 시도할 정도라면 이미 도박 중독 단계가 아니거나 action stage 이상에 해당하는 변화 단계에 이른 도박자일 것 같거든요.
게다가 개인적으로 획기적으로 느껴지는 내용들이 거의 없어서 더 더욱 80%의 치료 성공률에 환호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박자용과 치료자용 가이드를 따로 분리하여 matching therapy를 할 수 있도록 안배한 것을 제외하고는 자기 조절 프로그램의 내용만으로는 사감위에서 나온
'잃어버린 나를 찾는 희망 안내서'에도 못 미칩니다. 물론 사감위의 치료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의 실정과 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어서 그렇기는 하겠지만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37$이나 되는 가격을 지불할 정도의 quality를 보장하는 책은 아닙니다. 번역까지 해야 할 책은 더더군다나 아니고요.
현장에서 도박 중독자를 만나는 임상가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괜찮겠지만 안 보셔도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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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초기에 도박 중독자들이 흔히 하는 말 중의 하나는 '나는 도박 중독자가 아니다.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는 겁니다.
심하다의 기준이 뭐냐고 물어보면 '맨날 도박만 하지는 않았다'(과도한 시간 투입), '집을 날린 것은 아니다(과도한 재정 투입)', '가족으로부터 버림 받지는 않았다(관계 파탄)' 등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치료 현장에서는 도박 중독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실질적인 기준으로 '과하다'는 표현을 씁니다. 도박을 과하게 하면 중독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생긴다는거지요.
그렇다면
'과하다'의 기준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첫 번째 기준은 '삶의 균형이 깨지는 수준'입니다. 도박 때문에 일을 하는데 방해를 받는다든지, 가족과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정도라도 균형이 깨져서 도박의 영향을 받게 되면 충분히 과한 겁니다. 물론 이 때 도박자는 균형이 깨진 것이 아니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삶의 균형이 깨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feedback이 어떤 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가족들의 잔소리가 늘고 주변 동료들의 진심어린 조언과 충고, 친한 친구들의 질책이 증가한다면 삶의 균형이 깨졌는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과한 수준으로 도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두 번째 기준은 활동의 전환(transition)'이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흔히 게임에 빠진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 게임에 너무 심하게 몰두하면 게임뇌가 되어 공부뇌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말합니다. 도박 중독도 이와 같습니다. 초반에는 도박을 하다가도 일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일을 하는 모드로 변경이 되지만 도박에 중독되면 도박뇌로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정작 일을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해도 도박뇌에서 해당뇌로 전환이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억지로 바꾸려고 무리하면 감정 조절을 잘 못해서 짜증이 심하게 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게 다 전환이 잘 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도박을 과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한 분들은 '삶의 균형이 깨졌는지', '활동을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없는지'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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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초기에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사실 딱 하나입니다. 도박자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거라는 보장이죠. 단도박만 가능하면 그동안 도박자가 가족들 뒤통수를 쳤던 것, 거짓말 했던 것, 무책임하게 행동해서 실망했던 것들 모두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게 그렇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자신의 도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고 이번에는 확실히 도박을 끊어보겠다고 결심한 도박자는 나름 열심히 노력합니다. 상담도 열심히 받고, 단도박 모임도 빠짐없이 나가고, 일도 열심히 하고, 집에서도 그동안 가족들에게 상처준 것을 보상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가족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미흡하고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치유 초기에 도박자는 도박 생각과 충동과 맞서 싸우는 것만 해도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도박으로 돈을 딸 것 같은 착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데다 경제적인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한번만 크게 따서 조금만이라도 힘들이지 않고 복구하고픈 유혹과도 싸워야 합니다. 게다가 환경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도박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계속 연락이 오기도 하고 도박 관련 스팸 문자도 쉴 새 없이 날아드니 하루에도 몇 번씩 도박에 손을 대고픈 충동을 억눌러야 합니다.
그런데 가족에게는 도박 충동과 싸우는 도박자의 노력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가족의 입장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생활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요. 게다가 도박자의 행동만 믿으라는 이야기를 계속 듣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도박 충동과의 싸움이 얼마나 처절하고 치열한지 가족들이 알아차리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대부분 빚을 갚기 위한 도박자의 계획과 노력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제로 얼마나 진척이 되었는지, 출, 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지, 가사 분담을 얼마나 잘 하는지, 용돈을 사용하는데 있어 현금 출납부를 얼마나 꼼꼼하게 기록하는지 등을 보고 도박자의 치유 노력을 평가하려고 합니다.
물론 치유 작업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가면 가족들이 원하는 가시적인 행동 변화도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치유 초기에는 도박자가 이 모든 걸 동시에 다 잘 할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충동과 싸우는 것만 해도 힘에 부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도박자와 가족이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이 치유의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의 차이와 갈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은 이런 생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허심탄회하게 도박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중재가 필요하면 상담자나 치료자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치유 초기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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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을 꿈꾸고 시작했지만 빚을 갚느라고 발목 잡혀 고생하는 도박자는 도박에 빠져 있는 기간 동안에 돈에 대한 마인드가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에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더라도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자신의 재정을 관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이는 특히 현금을 직접 만지지 않고 칩이나 사이버 머니 등을 사용하여 돈에 대한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도박에 빠졌던 사람일수록 더 심합니다. 예를 들어 직접 현금을 판돈으로 거는 불법 하우스 도박보다 사이버 머니를 충전하여 사용하는 온라인 도박이나 선물, 옵션 등을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주식 중독이 돈 관리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지요.
그래서 많은 도박자들이 배우자나 부모님 등의 가족에게 당분간 대리 관리를 부탁하고 꼭 필요한 용돈만 받아서 생활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도박 중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재정 관리 방법으로 저는 두 가지를 추천합니다.
첫째.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돈에 대한 현실감을 되찾기 위해 가능하면 현금을 직접 만지도록 해야 합니다. 계좌 이체 대신 무통장 현금 이체를 하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대신 현금 거래만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불편하지만 도박자가 들고 다니는 돈의 액수 자체가 많지 않을수록 더욱 빨리 돈에 대한 현실감을 되찾게 됩니다. 돈의 소중함, 땀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죠. 제 내담자 중 한 분은 자신이 경비일을 해서 번 돈으로 1,000원짜리 붕어빵을 사 먹었을 때 땀의 소중함을 벼락같이 깨닫고 도박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것을 결심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가능한 한 뭉칫돈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치유 초기에는 빚을 갚는 등 마이너스 인생을 원점을 돌리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이 말이 먼 나라 이야기같지만 도박빚을 다 갚는 날은 언젠가 반드시 오게 되고 지금부터 돈이 모이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겪게 됩니다. 돈은 어차피 벌기 위해 쓰는 것이니 어떻게 모아서 어떻게 쓸지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지만 도박자는 그 돈을 모을 때에도 일반 사람들과 달리 뭉칫돈을 만들지 말고 계정을 최대한 잘게 쪼개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50만 원짜리 적금 하나보다는 10만 원짜리 적금을 5개 만드는 겁니다. 사실 이 방법은 종잣돈부터 모아서 그 다음에 굴리라는 일반적인 재테크 방법과 정반대이기 때문에 일견 어리석어 보입니다. 이자만 놓고 봐도 당연히 후자가 손해니까요. 하지만 뭉칫돈을 만들면 안 되는 이유는 도박자가 도박에 손을 대게 만드는 최저 금액의 선을 넘게 되면 도박 충동이 자극되기 때문이므로 돈을 보관할 때에도 하나의 통장에 큰 돈을 보관하지 말고 쪼개서 여러 개의 통장에 분산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재정 관리 마인드를 간략하게 다시 한번 정리해 봅니다.
첫째. 돈에 대한 현실감을 되찾기 위해 가능하면 현금만 다룰 것. 다루는 현금의 액수는 가능하면 적게둘째. 계정을 최대한 작게 쪼개서 뭉칫돈을 만들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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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상담은 모임을 주재하는 리더가 있는 치료적 모임입니다. 상담이 수다가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치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담자의 존재가 중요하기도 하고 반대로 상호 역동이 상담자를 중심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관찰자, 주변인의 역할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쉽지 않은 치료 모임입니다.
상담자가 지나치게 개입하게 되면 일방적인 강의나 교육이 되기 쉽고 그렇게 되면 모든 상호 작용이 상담자를 중심으로 방사성 모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담자의 일거수 일투족에 지나치게 무게가 실리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내담자들이 상담자의 눈치를 보게 되죠.
반대로 상담자가 방관자의 역할에만 머무르면 집단원 간의 소모적인 말다툼이나 의견 차이를 제지하지 않음으로써 치료적인 효과는 반감되고 실망한 일부 내담자가 이탈함으로써 집단의 milieu가 깨지기도 합니다.
특히 도박중독 집단상담은 거의 대부분의 상담자가 도박중독자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상담자 대 나머지 내담자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중독 집단상담을 이끄는 상담자가 어떤 stance를 취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제가 이끄는 집단상담을 자동차 튜닝 동호회로 비유합니다.
'도박중독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타는 것과 같다'고 개인 상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인 상담이 완료된 후에 참가한 집단상담을 자동차 튜닝 동호회로 비유하면 제가 의뢰한 내담자는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번에 알아들습니다.
이 튜닝 동호회에서 상담자는 운영자와 마찬가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동차 튜닝 욕심에는 끝이 없죠. 100% 완벽한 치유는 없다는 걸 인정하고 완벽하게 튜닝하려는 동호회원들의 불안을 다루어주고 밸런스에 집중하도록 가볍게 조언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합니다.
운영자는 동호회의 운영에만 신경쓰면 됩니다. 각각의 자동차는 소유주인 동호회원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니까요. 도박중독 집단상담의 상담자도 이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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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 것(단도박 상태의 단순 유지) 보다 삶의 변화를 통한 탈도박이 치유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몇 차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 드릴 말씀은 재발에 대한 것이지만 역시 탈도박과 관련 있습니다.
다행히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온 분들도 누구나 재발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도박장 근처에 가지도 않거나 도박을 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아예 피하기도 합니다. 이는 혹시라도 다시 도박에 손을 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행동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혹시라도 도박에 다시 손을 대는 것이 재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박에 다시 손을 대는 순간부터 재발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박에 손을 대는 것으로 재발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재발하신 분들의 과정을 함께 살펴보면 도박에 손을 대기 훨씬 이전부터 삶의 변화가 퇴보하기 시작하고 도박을 하던 당시의 삶의 패턴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박은 안 하고 있지만 가족이나 일에 흥미를 잃고, 생활에 즐거움이 없으며, 이유없이 짜증이 쉽게 나거나 집중이 되지 않고 초조한 감정 문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남보다 뒤쳐진 상태에서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 포기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미 재발 과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상담을 무사히 마치고 종결하는 시점에서도 저는 내담자들께 도박에 다시 손을 대면 상담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길에서 이탈해 곁길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 순간에 곧바로 오시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차가 도로에서 이탈하면 당장 사고가 나지 않을지라도 목적지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게 되니까요.
그러니 이전과 달리 내 삶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그 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거기에서부터 재발이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그 빈틈을 틀어막지 않으면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도박을 하지 않고 있다고 안심하고 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어 한번 무너진 둑은 훨씬 쉽게 다시 무너질 수 있거든요.
그러니 재발의 위험 신호는 도박에 다시 손을 댔느냐가 아니라 내 삶이 가고 있는 길을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도박에 다시 손을 대는 것은 재발의 원인이 아니라 이미 결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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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를 상담하다보면 이제는 도박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도박자를 간혹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목감기가 심해서 병원에 다녔는데 더 이상 목이 아프지 않으니 이제는 병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얼핏 들으면 맞는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더 이상 도박 생각이 나지 않으면 도박 중독이 치료된 걸까요?
사실은 도박 생각이 계속 나는데도 상담을 받기 싫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는 도박자는 제외하고 정말로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도박자만 생각해보죠.
왜 도박 생각이 나지 않을까요?
도박 빚을 갚느라고 온통 신경을 쓰다보니 도박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수도 있고, 도박 충동이 잠시 가라앉아서 일시적으로 도박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도박자는 앞으로도 도박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상담 초기에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훨씬 더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더 큰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에 바다의 수심이 더욱 얕아지는 것과 비슷한데요. 그걸 앞으로 쓰나미가 오지 않을거라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도박 생각이 나지 않아서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몰려올 도박 충동을 어떻게 이겨낼지 자신을 연마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암에 걸렸을 때 다행히 수술로 종양을 잘 제거했다고 해서 이제는 더 이상 암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당연히 앞으로도 재발하거나 전이되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검사하면서 평소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할 겁니다. 즉 암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죠.
도박 중독으로 인해 엄청난 재정적인 손실과 도박 빚까지 생기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과 관계 갈등까지 경험했다면 당연히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도박 문제에 대해 계속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밤낮으로 도박 문제만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자초할 필요까지는 없어도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야죠.
도박 생각이 나지 않으니 이제는 더 이상 도박 중독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도박자에게 낙관적인 미래는 없습니다.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이 때야말로 심기일전하여 도박 중독과 싸울 기술을 익힐 시간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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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박 중독자와 가족들이 '재발'을 두려워하지만 현장에서는 '재발(Relapse)'과 '실수(Lapse or Slip)'를 구분합니다.
이건 전에 포스팅한
'도박중독치료에서 재발은 불가피한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실수'가 '재발'이 아니라고는 해도 도박자와 가족 모두에게 가슴 철렁한 경험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실수를 재발로 착각한 가족들이 더 이상 도박자를 참아줄 수 없다며 포기하기도 하고 도박자도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자포자기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한번 실수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실수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은 재발로 이어지게 됩니다.
많은 임상가들이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것을 재발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박에 다시 손을 대기에 앞서 이미 재발은 시작된 것이고 그 결과로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실수는 이미 재발의 길에 접어든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실수를 한 도박 중독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도박자가 치료자와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결심함으로 인해 재발의 길을 걷고 맙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일단 도박에 손을 댄 것을 인지하는 순간 그 즉시 가족과 치료자에게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알려야 합니다.
물론 용기가 나지 않을 겁니다. 자신을 믿어준 가족과 치료자를 또 다시 실망시켰다는 자책감에 너무나 마음이 괴롭고 착잡할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말해야 합니다. 한 점 숨김없이요. 진실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open하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자기 합리화 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다시 잃은 돈의 액수가 많지 않으니 요것만 잘 메꾸면 아무도 모를거야', '술김에 실수한 건데 굳이 가족들에게 이야기해서 충격받게 하고 싶지 않아', '요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실수한거야. 다시는 안 할 수 있어' 등등의 말로 말이죠.
그러나 이런 자기 합리화는 내 마음이 아닌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거짓말입니다. 또 다시 도박자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이려는 악마의 속삭임이죠.
철벽같이 튼튼한 줄 알았던 마음의 벽에 작은 구멍이 뚫렸습니다. 이 구멍은 즉시 보수하지 않으면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실수를 하게 되면 open했을 때의 결과를 고민하지 말고 즉시 가족과 치료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실수가 재발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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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상담자는 누구라도 돈이 도박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민감하게 고려하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려면 돈이 필요없는 삶을 살기란 정말 어렵기 때문에 도박자가 돈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지 않도록 상담 중에 돈의 의미에 대해 면밀하면서도 충분히 다루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돈에 초점을 맞춘 삶이 왜 도박 중독자에게 위험할까요?
단순하게 생각해서 도박이 돈으로 베팅하는 것이고 돈에만 집착하고 있으면 도박을 잊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돈에 초점을 맞춘 삶이 도박 중독자에게 위험한 이유는 바로 '본전 생각' 때문입니다.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만 해결되면 완전히 도박에서 손을 뗄 것처럼 마음을 먹었던 도박자도 막상 도박 빚이 해결되고 나면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이유는 바로 도박으로 인해 잃어버린 돈에 집착하기 때문이죠.
돈에만 초점을 맞추고 살면 본전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돈을 적게 벌어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더더군다나 그럴 수 밖에 없고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도박으로 탕진한 돈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부자가 되었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후회할테니까요.
그래서 도박 중독의 치유 과정에는 돈 이외에 어떤 것이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는지를 찾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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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과정에서 도박 중독자가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자신이 도박으로 잃은 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처럼 가족들도 잃어버린 돈을 잊지 못하기 때문에 그 돈을 되찾거나 그만큼의 돈을 다시 벌어야 비로소 가족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작 가족들은 도박으로 잃은 돈이든, 도박 때문에 생긴 빚이든 간에 더 이상 도박만 하지 않으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문제는 경제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도박 때문에 당연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별로 없을테니까요) 가족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푸념을 도박자는 그냥 흘려 듣지 못하고 자신이 도박으로 잃은 돈을 찾아야겠다는 전의에 불타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잃어버린 돈을 어떻게 되찾나요? 대부분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긴축 재정을 유지해야 겨우 빚을 갚는 수준인데 이미 날린 돈을 어떻게 되찾는가 말이죠. 그 생각의 끝에는 결국 도박 밖에 없습니다. 도박 중독에서 회복이 되면 자제력을 찾고, 감정을 통제하면서 지난 번처럼 실수하지 않고 딸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고 해 봅시다. 그래서 도박으로 잃은 돈을 모두 찾았다고 해 보죠. 그렇게 딴 돈을 가족에게 가져가서 도박으로 잃은 돈을 다시 도박으로 되찾아왔다고 하면 가족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해주고 그렇게도 바라마지 않던 용서를 해 줄까요?
천만의 말씀이죠. 가족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닙니다. 도박자가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 도박에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삶을 살고 다시는 가족의 신뢰를 배신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그 신뢰를 다시 깨는데 용서를 받는다고요?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런지 아닌지 가족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가족이 돈에 대한 푸념을 하는 것만 듣고 마음대로 가족의 생각을 짐작하고 마음을 읽으려고만 하지 말고요.
자신이 어떤 삶을 살기 원하는지 가족에게 직접 물어보는 도박자가 의외로 별로 없습니다. 그래 놓고는 자기 마음대로 가족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돈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런 착각 속에서는 제대로 된 치유와 회복의 길을 걸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는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족에게 반드시 직접 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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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미루어 짐작하는, 정작 도박자의 가족이 상담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도박 중독이 과연 나을 수 있는 병인가요?"입니다.
대중 매체는 연신 도박 중독이 불치병이며 몇 십년이 흘러도 재발하는 무서운 병이라고 도박 중독의 폐해를 강조하는 선정적인 나팔을 불기 바쁩니다. 단도박 모임에서도 완치라는 말을 쓰는 걸 두려워합니다. 도박 중독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니 단도박 모임을 절대로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하물며 도박 중독이 과연 나을 수 있는 병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치료자들도 있습니다.
심리학에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와 반대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용어인데 희망을 잃거나 더 나빠질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실제로 병이 더 악화되거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걸 말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에도 어김없이 노시보 효과가 작용합니다. 당연히 완치된다고 생각해도 치료하기 쉽지 않은 병이 도박 중독인데 절대로 완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제대로 된 치료 효과가 나타날 리 만무하죠.
단도박 모임에서 자만심을 경계하기 위해 도박 중독을 완치가 없는 병이라고 이야기하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초심자와 그 가족을 좌절시키고 싸워보기도 전에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아셔야 합니다. 첫 단도박 모임에서 절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더 좌절했다고 보고하는 가족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제가 볼 때 단도박 모임을 그렇게 오래 다니면서도 여전히 불안하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 협심자는 단도박 모임의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도박 중독이 절대로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단정짓고 지레 겁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 다른 글(
'단도박이 아니라 탈도박이다' 참조)에서 저는 단도박이 아니라 탈도박이라고 부르자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치유는 도박을 하지 않는 단도박 기간을 단순히 연장하거나 도박을 하기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과 마음가짐으로 무장한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탈도박하게 되면 더 이상 재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정한 치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도박 중독은 절대로 불치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은 분명히 나을 수 있는 병입니다. 재발에 주의해야 하는 병임에는 틀림없지만 두려움에 떨고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도박 중독이 불치병이라고 믿는, 그래서 평생 재발을 두려워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해서는 안 됩니다. 구원이 없다고 믿는 목사가 구원에 대해 설교하면 되겠습니까? 자살 관련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Paul Quinnett이 한 말, "자살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담자는 자살하려는 사람을 상담하지 마라"는 말은 도박 중독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도박 중독이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믿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지 마세요! 그것이 오히려 도박자와 가족을 돕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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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에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라는 글에서 도박을 그만두어야 할 내면의 이유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은 도박을 그만두고자 하는 도박자가 단계에 따라 다른 이유를 찾는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늘은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는데 있어 밟아나가는 단계를 안다면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고 좀 더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탈도박 단계를 정리해보았습니다.
탈도박을 하는 단계는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 1단계: 도박이 하고 싶지만 억지로 참는 단계
: 모든 도박 중독자가 1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었을 때 다양한 금단 증상을 경험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돈이 필요하거나 하면 도박을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일시적이나마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억지로 참는 것이죠. 이 단계에 있는 도박자는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라서 도박을 할 수 있는 환경의 변화(도박 자금 마련, 갑작스럽게 여유 시간이 생김, 도박 장소에 근접하게 됨, 감시하는 가족의 부재 등)에 따라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될 위험성이 큽니다.
이 단계는 사실 도박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도박자가 충동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 2단계: 도박이 두려워서 차마 못하는 단계
: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거나 치료를 시작하는 도박 중독자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속하게 되는 단계가 바로 도박을 두려워하는 단계입니다. 도박의 부정적인 결과를 몇 차례 반복해서 경험하였기 때문에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면 결과가 어떠할 지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그 결과가 너무도 두렵기 때문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는 이전에 '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 글에서 설명드린 2단계와 일치하는데 특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도박을 못하는 것이죠. 물론 이 단계를 안정화시키면 평생 도박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만 도박 충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단도박을 하고 계시나 여전히 자신감이 없는 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많다고 생각). 또한
목표가 사라지면 봉인이 풀린 것처럼 더 없이 강해진 도박 충동에 다시 시달리게 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정의 평안을 위해 도박을 참고 있는 도박자가 다른 이유로 이혼하게 되면 탈도박의 목표를 상실하게 된 것이므로 도박에 다시 손을 대고 싶은 욕구에 저항할 힘을 잃게 되는 것이죠.
* 3단계: 도박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고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단계
: 이 단계에 이르러야 비로소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가 있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는 이유가 외부 환경이나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끊는 단계' 글에서 말씀드린 3단계인 내면에 있기 때문에 쉽게 변화하지 않으며 자신의 가치관과 어긋나기 때문에 도박을 다시 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혐오감을 느끼게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지 않은 일반인처럼 도박에 대한 흥미 자체를 느끼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도박 중독자에게 그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박에 대한 혐오감을 갖는 것은 훌륭한 대안 중 하나입니다.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대상에게 다가가려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도박을 혐오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박과 관련된 자극(장소, 사람, 시간 등)을 피하게 되어 도박과 무관한 삶을 살게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현재 자신이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점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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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정말 도박에 중독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도박자가 의외로 꽤 많습니다. 도박 중독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관에 가족과 함께 나올 정도라면 거의 대부분 도박에 중독된 상태가 맞지만 두드러진 신체적 금단 증상도 없고 일이 터진 이후로는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도 별로 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이 도박 중독인지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아마 끝까지 도박 중독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한 몫 할 겁니다.
그럴 때 저는 브레이크가 없는 차의 비유를 들곤 합니다.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것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원하는 때에 차를 멈출 수 있다면 도박 중독은 아닌 것이죠. 물론 처음에는 주 브레이크가 고장나도 사이드 브레이크로 어찌어찌 멈출 수도 있겠지만 도박을 계속한다면 결국은 모든 브레이크가 고장나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은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문제니까요. 그러니 결국은 차체로 어딘가를 들이받고 큰 사고를 내야 멈출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도박 중독인지 잘 모르겠다면 한번 생각해보세요. 한참 도박에 열중하고 있을 때, 운이 좋아서 큰 돈을 따고 있을 때, 아니면 마음먹은 것보다 손실이 커졌을 때, 바로 그 순간 차를 멈추고 내릴 수 있는지를요.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이미 도박에 중독된 상태인 겁니다.
이것은 일단 도박에 중독되면 나중에 자제력을 회복한다해도 자신의 책임 하에 도박을 즐기는 단계(responsible gambling stage)로 넘어가기가 어려운 이유와도 상관이 있습니다.
일단 시동을 걸고 나면 멈출 수가 없기 때문에 아예 그 차에 타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타는 것과 같으니까요.
전혀 다른 차로 바꿔타는 것이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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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거짓말'병이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도 매사에 진실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상대방을 속일 의도로 하는 거짓말 뿐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소극적인 거짓말도 분명 거짓말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하고 그런 원칙을 유지하자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도박 문제를 알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하고 행동할 정도라면 주변의 누군가는 정확하지는 않다해도 어느 정도 상황을 알고 있거나 눈치를 채고 있을 겁니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도박 문제를 open하는 건 도박 중독자가 가장 힘들어 하는 과제 중 하나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정리해 봤습니다.
* 누구에게까지 오픈해야 하나
: 많은 사람에게 알리면 알릴수록 치유와 회복의 속도가 빨라집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닐 수는 없고
도박 문제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만큼은 오픈해야 합니다. 대개 배우자, 친부모, 배우자의 부모, 형제 자매가 그 대상이고 그 밖에 돈을 빌릴 수 있는 친지, 친구, 지인에게도 오픈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르신의 도박 문제를 딸에게는 알렸지만 당신이 민망하지 않도록 굳이 사위에게까지는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감추었다가 나중에 알게 된 사위가 자신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엄청 섭섭해하는 바람에 오히려 가족 관계가 더 어색해지는 경우도 봤습니다.
* 언제 오픈해야 하나
:
가능한 한 빨리 오픈할수록 좋습니다. 시간을 끌게 되면 도박자가 오픈했을 때의 부정적인 결과(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에 집착하게 되면서 용기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것이 바로 도박 중독 문제의 공개입니다.
* 얼마만큼 오픈해야 하나
:
누구에게든 동일하게 완전히 오픈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끄러운 일이랍시고 가족 안에서 쉬쉬하면서 해결하려고 하다가는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자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게 마련입니다.
먼 친척이랍시고 굳이 빚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고 방심하다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그 친척이 자금을 융통해주면 그로 인해 재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도박 문제의 공개는 너무나 중요한데 만약
도박 중독자가 스스로 오픈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들이 알게 되면 도박자가 알린 것보다 훨씬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끔 아무런 해결 방법도 없는데 문제만 오픈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도박자도 있지만 정작 도박 문제를 오픈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져서 그 때까지 생각나지 않았던 합리적인 해결 방법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박 문제를 공개하지 않고 미루는 상태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내면 오픈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될텐데 오픈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낸 해결 방법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고 미비한 경우가 많아서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자신의 도박 문제를 오픈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해결 방법 모색입니다. 그 반대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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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충동에 대처하는 1단계 방법으로 '회피'와 '대치' 전략을 많이 사용합니다(
'도박 충동에 대처하는 1단계 방법 : 회피와 대치')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회피'는 도박을 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과 조건을 피하는 것이고 '대치'는 도박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죠.
사실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도박을 하지 않으려고 부지불식간에 이런 전략을 사용하곤 합니다.
"주말에 경마장에 가지 않으려고 친구들과 등산을 다녔어요"
"도박 친구들을 피하려고 일부러 회사에서 야근했어요"
"카지노에 안 가려고 이사를 갔어요"
그런데 왜 나름대로 노력한 회피와 대치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까요? 효과를 발휘했다면 전문기관의 도움을 청하러 오지도 않았겠지요.
그건 회피와 대치 전략이 성공하는데 필요한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몸이 착각할 때까지 완전히 몸에 배도록 습관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5년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경마를 하러 오전 10시에 집을 나섰던 도박자가 있다고 해 보죠. 이 도박자의 몸에는 꾸준히 반복된 행동 패턴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오전 10시만 되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어디론가 나가고 싶어지는게 당연합니다. 그 전날 아무리 술을 마셔도 그 시간이 되면 눈이 번쩍 띄였다는 경험을 보고하는 도박자도 많습니다. 그러니 그 시간에는 이미 산행 중이게끔 오전 8시에 집을 나서는 등의 행동을
상당히 오랫동안 규칙적으로 반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머리에 새기는 것이 아니라 몸에 새겨야 합니다.
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밤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운동을 나가 7km 정도를 걷는데 이제는 운동을 안 나가면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이렇게 될 때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입했죠. 회피와 대치 전략을 몸에 새기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도박 습관을 깨기 위해서는 뇌가 착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예에서 오전 10시에 혼자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경마장에 갔고 대개 10만 원 정도를 들고 갔다면 외출 시간대를 달리하는 것은 물론, 등산을 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소지하는 금액도 3만 원으로 바꾸는 등 기존의 습관과 연관되어 있는 요인들에 변화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한 습관이 좀 더 빨리 정착됩니다.
목적지가 경마장이 아닌 관악산으로만 바뀌었을 뿐 외출하는 시간도 10시로 동일하고, 등산도 혼자 하고, 관악산까지 버스로 이동하고, 10만 원을 소지하는 패턴까지 똑같다면 새로운 패턴이 몸에 배는 것이 아무래도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도박을 그만두고 건강한 습관을 몸에 배게 하기 위한 '회피와 대치' 전략을 성공시키려면,
1) 건강한 습관이 머리가 아닌 몸에 밸 때까지 상당한 시간동안 꾸준히 해야 한다2) 소지한 금전의 액수, 동행자 유무, 외출 시간, 외출 장소 등을 변화시켜 뇌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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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 중독자는 칭찬에 목마르다'라는 글에서 도박 중독자가 얼마나 가족들의 칭찬을 갈구하는지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도박을 하지 않고 참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힘든 일인데 도박자는 가족의 인정과 용서를 받기 위해 집안 일을 돕거나 대소사에 신경을 쓰는 등의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무심하게도 그런 도박자의 행동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물론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고 참는 것이라든가, 집안일을 돕는 것 등의 행동이 가족들 입장에서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고 어찌보면 당연하기 때문에 도박자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에 빠지기 이전에는 가족들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던 도박자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가족을 아끼고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면 눈에 띄지 않을리가 없지요. 그런데도 대부분의 가족들은 무심하고 칭찬에 인색합니다. 왜 일까요?
그건
가족들도 칭찬을 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도박자가 교만해져서 변화하려는 긍정적인 노력을 멈추거나 만에 하나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강한 두려움이 아직도 마음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글에서 저는 도박 중독자의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라도 칭찬을 해 주라고 가족분들께 주문했지만 이번에는 도박자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그러한 두려움에서 가족들이 벗어나 마음껏 칭찬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참고 오히려 한 번 더 노력하라고요.
사람의 마음이 바뀌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번 제대로 바뀌기만 하면 그 변화는 터진 둑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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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도박을 혼자서 합니다. 도박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 좋지 않다보니 드러내놓고 도박을 할 수 없기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지만 간혹 분석을 요하는 종류의 도박을 하는 도박자는 혼자서 도박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마, 경정, 경륜처럼 분석을 요하는 도박에서도 도박장에서 만나 안면을 트고 함께 도박 친구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고 요새는 스포츠 토토처럼 분석이 필요한 도박도 불법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함께 어울려 베팅하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 도박자가 늘면서 베팅을 함께 즐기는 도박자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주변에 함께 베팅을 하는 도박자가 있으면 당연히 도박을 그만두고자 할 때 도박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더 느끼게 됩니다. 도박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도박자에게 자꾸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정보를 주겠다거나 혹은 달라며 조르는 경우가 많고 심하게는 같이 베팅하자고, 돈도 빌려줄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유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도박자가 주변에 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은 이제 도박을 그만할 것이고 치료도 받고 있다고 open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고백을 우습게 생각하거나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도박 친구들이 꽤 많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3단계 전략으로 단계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 1단계 : 자신의 상태를 분명하게 이야기할 것
: 이제 도박을 못하게 되었다고 하면 상대방은 도박을 하고 싶은데 장애물 때문에 못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몰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돈을 빌려주는 등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을 도와주려고만 합니다. 그러니 도박 때문에 인생이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으니 이제 더 이상은 도박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 2단계 : 엄살을 부릴 것
: 1단계에서 자신의 탈도박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는데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함께 도박을 하자고 설득하는 도박자에게는 도박 때문에 마누라에게 이혼당하게 생겼다든가, 개인 회생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재산 상태라든가, 회사에서 짤릴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한숨을 쉬면서 내 인생이 망했다는 엄살을 부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는 도박을 권하는 주변 도박자에게
죄책감을 야기하는 방법입니다.
* 3단계 :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사정할 것
: 2단계에서 충분히 엄살을 떨었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거라든가 통제력을 잃지 않게끔 자신이 곁에서 잘 챙겨주겠다든가, 지금에 와서 네가 발을 빼면 나는 누구에게 정보를 얻느냐며 떼를 쓴다든가 하는 도박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마지막 3단계인 사정하기 전략을 사용해야 합니다. 오히려 내 도박 스타일을 네가 잘 아니 내가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나 좀 도와달라고 사정하는 것이죠. 거기에
덧붙여서 너도 함께 끊자고 설득하면 더욱 좋습니다.
이 정도까지 하면 대개는 뻘쭘해서 떨어져 나가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도박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은 도박자이고 이런 도박자는 대개 도박을 끊으려는 사람보다 상태가 더 심각한 중증 중독자이죠. 3단계 전략까지 통하지 않는 도박자는 현재로서는 희망이 별로 없습니다. 물귀신 작전을 쓰는 도박자를 떼어놓으려면 전화번호부터 바꾸고 연락을 끊고 다시 보지 않을 생각까지 하셔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내가 먼저 살아야 도울 수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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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에게 일주일 동안 도박 생각이 났던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개는 별로 없었다고 보고합니다. 물론 상담을 하면서도 상담자에게 숨기면서 여전히 도박을 하고 있는 도박자도 있으니 그 경우는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이지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에도 정말 도박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특히 도박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천한 상담 초기에는 정말 도박 생각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쓰나미가 지나가고 나서 폐허가 된 집을 치우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어서이지 도박에 대한 충동 자체가 없어져서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쓰나미가 다시 몰려올테니 그동안 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도박에 대한 생각은 관련된 자극을 접하게 되면 짧은 시간이기는 해도 문득 문득 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신문을 보다가 경마의 일정표가 눈에 들어오거나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면서 갑자기 배당이 궁금해진다든지, 카지노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카지노에 드나들었던 생각이 나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도박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으면 충동이 강해지면서 도박을 행동으로 옮기고픈 욕망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도박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빨리 주의를 돌려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도박 생각 자체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작 재발로 이끄는 것은 단순한 도박 생각이 아니라 '도박 충동'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충동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오고 맞상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커져서 압도될 수 있기 때문에 건드리지 말고 관찰자 시점에서 응시하기만 해야 합니다. 섣불리 싸우겠다고 충동과 업치락뒤치락하면 반드시 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도박을 그만하겠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도박 생각은 쉽게 줄어드는데 왜 도박 충동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생각만큼 줄어들지도 않는 걸까요?
그것은 도박 충동이야말로 도박 중독의 에너지원이자 도박자를 가동하는 핵심 엔진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자는 일반적인 도박자에 비해 엔진이 훨씬 크고 강하기 때문에 엔진을 끄기가 쉽지 않고 설사 끈다고 해도 식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우리가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바람을 빼려고 하면 풍선이 클수록 바람을 빼는 것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전방위로 압력을 가해야 바람이 빠지는 풍선처럼 도박 충동이 강한 도박 중독자는 충동이 가라앉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도박 충동이 생각보다 잘 없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강하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도박 충동을 관리하는 기술을 배워서 몸에 밸 정도로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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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장면에 들어올 때에는 이미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본인들은 잘 깨닫지 못하지만 사실 치료 초기의 도박 중독자는 낙관주의에 심하게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낙관주의라기보다는 '긍정 편향'에 가깝습니다만 어쨌거나 도박에 대해서만큼은 언젠가는 크게 딸거라, 잃은 돈을 복구할 수 있을거라, 그래서 가족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낙관주의자가 아니라면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할 수 없습니다. 낙관주의를 포기하는 순간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아주 희박한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매달립니다.
도박 중독자가 지나친 낙관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자신이 당면한 현실을 빨리 깨닫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지 못하는 문제가 분명 있지만 그렇다고 유일한 디딤돌로 믿고 있는 낙관주의를 강제로 제거해내도 안 됩니다.
도박으로는 절대로 돈을 딸 수 없고, 아무리 많은 빚이라도 스스로 갚아야 하고, 잃어버린 돈은 절대로 다시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결론내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험 많은 상담자가 필요한 겁니다. 경험이 많은 상담자는 지나친 낙관주의를 희석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고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나친 낙관주의자인 도박 중독자에게는 이러한 균형이 더욱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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